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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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정당성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소설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세 명의 아들이 전쟁터로 향하고 살아서 돌아온 참전 군인의 명예와 훈장, 사람들의 환호와 계급은 어떤 의미인지 사실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다. 훈장을 딸랑거리고 환호하는 무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이 경험한 참혹함을 그는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만 하다.


영화 <흔적 없는 삶>과 <카시지>, <반쪽짜리 자작>, <도둑 신부>소설에서도 참전한 군인의 회복되지 못하는 황폐한 영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젊은 청년들이며 사회적 통념에 길들여진 무구한 인물들이 전쟁이 휘갈긴 참혹함과 난폭함에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하게 된다. 전쟁은 어떠한 당위성으로도 설득할 수 없는 참담함만을 남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품들이다.



폭력은 무슨 이유로도 정당성을 잃어버린다. 비폭력주의와 평화주의가 더욱 절실해지는 것을 한국 현대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폭력과 전쟁은 개인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유도 고찰하게 된다.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것에 결국 희생되는 이들은 젊은 참전 군인이며 살아서 돌아오지도 못하는 참담함까지도 떠안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작가들이 폭력은 부당하다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치고 있지만 전쟁은 여전히 머뭇거림 없이 자행된다는 것에 경악하게 된다. '지친 병사 동상'을 만든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자랑스러운 훈장과 계급이 아닌 지친 병사가 의미한 심오한 의미를 소설은 보여준다.



명령과 복종으로 상명하복을 법으로 규정한 군법에 움직인 군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답변을 한다. 어디로 가는지 몰랐으며 누가 적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적이라고 규정하고 손가락질을 한 이들이 누구이며,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장에 있는 두 무리가 누구인지 살펴야 한다. 그들의 참혹한 죽음과 폭력에 누가 죽어야 했는지 <소년이 온다>소설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광주민주화운동 책을 통해서도 명확해진다. 소년도 죽고 임산부도 죽어야 하는 것이 폭력이며 전쟁이다. 극단적인 어휘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에 온 국민이 경악한 순간이 있듯이 폭력은 정당성을 잃고 참담한 심정을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회복되지 못한 이유의 가해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영혼을 누가 빼앗았는지, 역사는 기억하지 않으면 거듭 반복된다는 것을 확인할수록 소설의 가치가 높아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자매의 이야기가 2권의 소설에 등장한다. 2000년 부커 상 수상작이며 <타임>이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이다. 종교에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과 답하는 열정이 소설을 가득히 채우면서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눈먼 암살자에 대한 배경과 존재하는 이유가 강열한 작품이다. 쫓기고 있는 인물이 친구들에게 보여준 신의까지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의 용도와 쓰임의 가치가 명확해지면서 소설의 작품성도 높아진다.



잃어버린 것은 한쪽 눈과 한쪽 다리뿐이었을까. 악몽과 비명에 시달리며 분노하는 불구가 된 젊은 참전 군인들이 빼앗긴 것과 잃어버린 것에는 평온했던 영혼까지도 포함된다는 것을 들려준다.



노예의 노동에 의해 권력의 성취를 맛보고 웅대함까지 이룩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잔인함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학살의 기억을 감미롭게 기억하는 행위를 고의적인 기억이며 고의적인 망각이라고 명명한다. 잔인한 행위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기억하는 권력의 웅대함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노예의 영원성과 권력의 영원성에 동원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하나씩 열거할수록 작가의 작품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는 소설이다.

날숨과 들숨은 삶과 죽음의 상징성으로 자리 잡는다. 진정한 숨이 무엇인지 작가는 질문을 던지면서 삶과 죽음을 향한 진정한 의미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게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우리는 매일 위태롭게 곡예줄 위에 서 있다는 사실과 암살자의 의미는 다의적이고 눈먼 암살자는 가까운 곳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조용한 암살자들이 지닌 함축적인 의미들이 다양해진다. 자신이 가진 행운을 모른 채 살아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 전개만큼이나 진주알 같은 숨은 목소리를 찾아서 두 손에 잡는 것도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가 된다.

2권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의 소설이라 읽었으며 그녀의 작품성은 긴 호흡으로 남았다. 학살과 전쟁, 잔임함, 노예, 권력, 동상, 참전 군인, 잃어버린 영혼, 불구가 된 군인, 망가진 사랑과 결혼을 떠올리게 한다.

로라의 언니 아이리스의 결혼은 무사히 안착했는지도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인처럼 사내처럼 키워진 두 딸이 있다. 어머니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흔을 남기는지도 소설은 보여주면서 딸의 결혼에 제대로 취한 아버지의 속내와 언니 결혼을 만류하는 이유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추위에 어린아이와 엄마들이 짐과 함께 쫓겨나는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비정함과 냉혹한 현실을 현대사회에서도 찾는 작업도 놓치지 않게 된다. 1층 상가들이 텅 빈 곳들이 많아지고 있고 비워진 1층 상가는 그대로 헐벗은 상태로 참담함을 고스란히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접목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2권으로 단숨에 넘어가는 가독성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94


온전한 한쪽 눈과 온전한 한쪽 다리 135

비명. 악몽. 분노. 내던져진 유리컵 137

불구가 된 퇴역군인들 151


불필요하게 잔인해요...

잔인함이 필요한 건 도대체 언제지?

그리고 얼마나? 44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 P94

온전한 한쪽 눈과 온전한 한쪽 다리 - P135

불구가 된 퇴역군인들 - P151

고의적인 기억의 행위이자 고의적인 망각의 행위이기도 하지... 그들은 학살의 기억을 감미롭게 회고하지.
- P26

노예들의 노동을 통해 ...그 웅대함과 권력을 성취하게 된 것이니까.
- P42

불필요하게 잔인해요...잔인함이 필요한 건 도대체 언제지? 그리고 얼마나? - P44

인간의 진정한 숨은 무엇인가? 들숨인가, 아니면 날숨인가? - P51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행운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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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눈동자는 인물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가면이었다는 얼굴과 눈동자로 표현되는 문장도 등장하지만 영혼을 모두 감추기는 어려운 만큼 한강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중의 <진달래 능선>에 등장하는 주인 황씨의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넷플릭스 영화 <흔적 없는 삶>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참전한 군인의 황폐한 영혼을 다루는 영화를 보면서 서머싯 몸 작가의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소설이 생각나면서 파괴된 영혼이 얼마나 오랜시간 부유하면서 현재의 삶을 살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언급한 세 작품들의 공통점은 인물들의 영혼이 왜 파괴되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눈과 얼굴, 삶은 예전의 것을 찾지 못한다. 다른 듯 닮아있는 이들의 영혼은 누구에 의해서 파괴되었고 현재를 살지 못하게 되었느냐가 관건이 되면서 작품들의 작품성은 예사롭지 않게 부각된다.



면도날 소설에서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시체더미가 등장한다. 프랑스 군인은 십자가 아래 망자들이 되어서 살아있는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살아서 목격하고 경험한 것들이 온전히 행복하다고 회상하기는 어려워지면서 천국과 지옥이 생과 사로 나뉜다면 어디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온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지만 일그러진 욕망에 훼손된 폭력들을 지금도 무차별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폭력주의와 폭력주의를 거침없이 목격하면서 폭력에 피해를 당한 이 시대의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글과 걱정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인할수록 이 소설의 가치가 높아진다.

폭력은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는 것임을 소설을 통해서, 황폐해진 참전 군인들의 영혼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쟁과 폭력은 소수집단에 의해 이용되는 허상일 뿐이며 분별력을 잃고 행동하는 무리의 폭력은 평화주의의 반대편임을 확인하게 된다.



<중증외상센터>드라마도 자본주의라는 폭력성을 아낌없이 고발하는 작품이다. 국익을 위해 싸운 참전 군인의 총상에 국민을 살리는 것보다 손익계산을 하면서 닥터헬기를 보낼 수 없다고 참모들이 말하는 장면이 섬뜩해진다. 참전 군인의 희생은 어떤 가치였는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질문을 하게 된다.

거침없는 자본주의에 누구도 예외가 없는 상황에서 돈의 가치에 누락되고 장례를 논의하자는 대책 회의 장면도 예사롭지 않은 명대사가 된다. 살리는 것보다 죽음이 쉬운 자본주의의 진짜 모습이 거침없이 드러나면서 죽이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고발하고 있다.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82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변에 공존하고 있음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소설이며 영화이다. 면도날 소설과 여수의 사랑 소설집의 <진달래 능선>에도 등장하며, 영화 <흔적 없는 삶>과 <중증외상센터>드라마에서도 병원장과 기조실장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인간적인 사람임을 알려주는 작품들이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본연의 영혼을 저버리고 괴물이 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항문외과 과장이 치열하게 내면과 싸워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장면들에 희망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매일 어제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고 하는 글이 떠오르면서 오늘도 무엇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지 짚어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악의적인 것은 쉽고 거짓말하는 것도 쉬워 보인다. 사기꾼을 분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이유까지도 드러나면서 날카로운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으리라 37

사랑이 없는 세상은 바싹 마른 건조한 사막과 다름없기에 사랑의 가치는 더 중요해진다. 혐오와 차별, 무시와 폭력으로 얼룩진 분쟁의 현장은 더 이상 희망을 꿈꾸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을 규정하는 등가 법칙에 대해서도 소설은 언급한다. 반면 누군가는 스스로가 택한 삶의 방식과 강인함과 장점이 비범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회규범에 무분별하게 익숙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인 자의적인 영혼이 되는 노력이 왜 필요한지 여러 작품의 작가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강조한다. 우리는 어떤 인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거칠고 힘든 자갈길이지만 강인함으로 거듭나는 영혼을 지키는 사람인지 질문하도록 이끌어준다.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나 그만이 지닌 강인함과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쳐... 매우 비범한 인간이 하나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지도 10

태어난 지역,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 12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나 그만이 지닌 강인함과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쳐... 매우 비범한 인간이 하나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지도 _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 P10

태어난 지역,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_면도날 세계문학전집

세상에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으리라 - P37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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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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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를 꾸준히 기웃거릴수록 차곡히 쌓여가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가독성이 쉬워서 어렵지 않게 책장이 잘 넘어간 도서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 저자의 도서의 ​ "이분법적 이미지는 덫이 될 수 있다." (44쪽)는 문장과 "악행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면 안 된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89쪽) 문장까지도 다시 음미하게 한다.

철학 도서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인 책이라 기대감이 상당하였던 철학서이다. 철학을 한다는 건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육체의 고통, 영혼의 고통, 사회적 고통, 흥미로운 고통까지 저자는 책을 통해서 언급한다. 철학적 개념과 함께 철학적 지침서까지도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철학서를 읽다 보면 어려운 설명으로 여러 번 읽을 때가 무수히 많아지기도 하는데 이 책은 한 번만 읽어도 쉽게 이해가 된다.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인생을 숙고하지 않고 무수히 흘려보내버리는 순간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언급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소설의 인물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이 책이 진지하게, 쉽게 설명하는 철학서를 제대로 바싹 붙어서 몰입하면서 읽은 책이다.

육체적 고통과 영혼의 고통도 상당하였는데 요즘은 사회적 고통도 만만찮아서 상당히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혐오와 차별, 댓글 부대와 언론의 편중된 보도와 노출되는 빈도에도 피로감이 상당하다. 평온한 사회가 아닌 분열과 대립이 팽팽해지면서 사회적 분위기와 세계가 평가하는 사건들의 명확한 어휘가 한국 사회가 얼마나 혼돈과 부재로 위험한지도 인식하게 된다. 텅 빈 1층 임대 건물들이 다시 채워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가계 경제도 사회적 분위기에 빠르게 준비를 하면서 사회적 고통에 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도 않으며,

되도록 한 방향으로 곧장 걸어가고,

선택한 길을 바꾸지 않는 것 26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한 사회에서 무엇도 확신할 수가 없기에 불안한 사회, 셀 수 없는 동굴들을 비유하는 내용에서 철학은 더욱 긴밀하고도 필요한 시간이다. 영혼의 고통과 사회적 고통도 면밀하게 밀접해지면서 철학적 이해는 한층 더 열기를 발산하게 된다. 나답게 존재하기 위해 철학은 필요해진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도 철학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봉착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도록 철학은 무수히 육체의 고통과 영혼의 고통, 사회적 고통들을 제대로 직시하는 힘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어떤 자세로 육체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도 처방된다. 그리고 영혼의 고통도 다르지가 않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선택들을 한 철학자들도 대표적으로 예시를 들면서 이해도를 높여준다. 쉽게 설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철학서이다. 읽기 쉬운 철학서라 누구에게나 선물하고 권할 수 있는 철학서이다. 최선의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권을 읽으면서 가장 잘 맞는 삶을 찾게 될 것이다. 질병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지 저자의 글을 통해서 정립하게 된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내용도 인상적이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활동은 몰입하기에 좋아서 다른 생각과 관심사로 고통을 달래면서 마음을 달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어떤 관점에서 말하는지도 책은 다룬다. 더불어 철학자 김진영 애도 일기 『아침의 피아노』,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 『풀꽃』, 삶과 죽음도 한통속이라고 속지 말라고 말하는 양귀자 소설 『모순』, 죽음을 깊게 응시하는 영화 『경주』와 영화 『더 디그』, 임사체험한 실제 이야기인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가 떠오른다.

철학의 실체도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가혹하고 잔인하다고 명명한 철학의 의미는 모진 각성과 성찰을 요하기에 어떤 각고의 노력이 절실한지도 하나씩 메모하게 된 내용이다. 어렵지 않지만 실행이 뒤따르는 무수한 노력이 철학임을 확인할 수 있다.



모진 각성과 성찰 - P35

현재를 즐겨라 - P51

너 자신이 되어라 = 너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 = 너 자신을 알라 - P20

실패하더라도, 길을 잃더라도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어야...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살아가는 것 - P25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도 않으며, 되도록 한 방향으로 곧장 걸어가고, 선택한 길을 바꾸지 않는 것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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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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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 주변을 침식하는지 작가는 <야간열차>소설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어둠과 대치하는 야간열차의 의미와 의지까지도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서 보여준다. 어둠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상황적 모순을 통해서 인물이 어떻게 본연의 것들을 잃어버리는지도 화자를 통해서 관찰된다.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이 있다. 각자의 사연들을 들려주면서 그들이 지녔던 고유한 영혼들이 주변에 의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들이 전해진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의 회사원이 된 동결의 빠른 취업의 이면에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친구는 화자뿐이다. 한 번도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않았던 동결이가 어느 날 술에 취해서 화자와 함께 자기 집에 늦은 밤에 가게 되면서 동결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과 가족들을 다음날 아침에 보게 된다. 동주라는 쌍둥이가 있다는 실체까지도 선주라는 여동생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선주가 이야기하는 동결이라는 오빠가 얼마나 불안한지도 알게 된다.

반지하에서 살고 일찍 홀로된 어머니의 주름진 모습은 갖은 고생을 상징하면서 큰오빠 동결의 무거운 어깨와 책임감, 여동생 선주가 언제든지 큰오빠를 대신할 가장의 책임까지도 암묵적으로 시사하면서 이 가족이 저마다 무겁게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준다. 쌍둥이 동주가 어떤 사연으로 의식을 찾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면서 희망이 없는 것을 무한히 꿈꾸는 동걸 가족의 어둠까지도 드러난다.



어둠은 그렇게 모두를 삼켜버린다. 갇혀버린 이 가족은 저마다 몸부림을 치지만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다. 그곳에 동걸이가 있고 화자인 나도 존재한다. 화자가 동걸에게 매료되고 그가 들려준 야간열차를 알게 되면서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동걸은 한 번도 야간열차를 타지 않았다. 야간열차를 타는 순간 그가 떠나게 될 것들과 멀어질 것들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날 것임을 여동생도 큰오빠도 암묵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화자도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는 집이 더 이상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버지, 큰형 부부, 자주 오지 않는 작은 형까지 있지만 그에게 이들은 가족의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 긴 시간 방황하며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않았던 이유도 드러나지만 결국 화자도 친구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취업을 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취업한 친구들의 핑계를 들으면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직장인이 된다.

취업하자 달라진 가족의 반응까지도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동걸이 집에서 어머니가 세숫물을 주는 모습에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며 세수한 화자가 돌아갈 집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두 사람이 잃어버린 것들과 타인이 부러워하고 기뻐하는 것들은 채워주지 않는 의미로 남는다. 양복과 직장, 명함이 그들의 어둠을 지워내지도 못한다. 꾹꾹 눌어붙은 어둠의 확장은 어떻게 두 사람을 지탱할 수 있을지 위태롭기만 하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현대인,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두 사람을 대변하기 시작한다. 곧 쓰러져서 바스락거리면서 흔적도 남기지 않을 도시 노동자들이다. 사연을 드러내지 않고 굳게 닫고 질주하는 도시인들의 출근하는 모습과 퇴근 후 모습들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조용히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통화는 이 두 사람을 야간열차로 향하게 한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동걸의 옷차림에서 변화한 그의 의지와 선택을 드러낸다. 그리고 달려가면서 야간열차에 올라탄 화자의 의지와 선택도 강직하게 그려낸다.

자의가 없고 타의에 의해 직장, 직업, 일을 하는 독자들에게 어둠의 실체를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인상적이다. 헤매고 있는 껍데기이며, 꿈이었던 존재가 있다. 문득 눈앞에서 마주한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마주할 오욕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가 야간열차라는 상징성으로 부각된다. 살아가지만 인생의 완성이 아님을 알기에, 인생의 완성이 야간열차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면서 용기와 선택, 의지를 드러낸 두 인물의 혼돈의 시간들을 조밀하게 관찰하면서 진지한 질문을 마주서게 하는 소설이다. 더불어 청량리역을 유형의 장소로 떠올리면서 가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야간열차는 상징적인 의미로 부각되면서 우리의 삶과 유형지가 진짜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머리를 푼 혼령 같은 어둠이 검은 산을 적시고 검은 강물에 섞이다가 아득한 지반 아래로 가라앉을 때, 야간열차는... 달려간다. 145

나는 야간열차를 잊었다. 내 안에 생동하던 젊음의 빛이 바램과 함께 야간열차는 서서히 잊혀졌다. 188

내가 어디에 있든 세상이야 달라질 것이 없었다. 178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아. _나

한 번도 나의 집에서는 잠들 수 없었던 몸이 간절하게 잠을 원하고 있었다. 165_동걸의 반지하 집




청량리역. 마치 유형의 장소에라도 가는 것처럼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다. 야간열차 - P155

머리를 푼 혼령 같은 어둠이 검은 산을 적시고 검은 강물에 섞이다가 아득한 지반 아래로 가라앉을 때, 야간열차는... 달려간다. - P145

나는 야간열차를 잊었다. 내 안에 생동하던 젊음의 빛이 바램과 함께 야간열차는 서서히 잊혀졌다. - P188

내가 어디에 있든 세상이야 달라질 것이 없었다. - P178

나는 여전히 껍데기였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머리를 감는 선주, 아침 밥상, 주름살 투성이의 어머니, 석유곤로에 데워진 세숫물, 아래목에서 뒤척이는 동결의 분신, 그것이 현실이었다... 내가 헤매고 있었다. - P182

혼자라는 것은... 이제는 내 몸에 잘 맞는 껍질이었다. 그 껍질 속에서 나는 편안했다. - P187

용케들 세상 어디쯤에서 쑤셔 박힐 구석을 찾아갔다. (졸업생 동기들) - P183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 줄 야간열차가 있었음으로... 살아가며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오욕들에게도 그는 무신경할 수 있었다. - P175

한 번도 나의 집에서는 잠들 수 없었던 몸이 간절하게 잠을 원하고 있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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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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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집이다. 새롭게 옷을 입은 매만진 소설집이라 오랜 시간 응시하면서 작가가 길게 응시한 소설의 이야기로 초대받는다. 6편의 소설들 중에서 『여수의 사랑』과 『어둠의 사육제』를 읽을수록 긴 응시와 삶과 죽음, 고독과 질문들을 무수히 마주 보게 된다.

어둠의 사육제』라는 소설에서 어둠을 응시하고 찾아낸 작가의 시선 끝을 여러 번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간암에 걸려서 항암제 부작용으로 빠져버린 머리카락과 교통사고로 횡단보도에서 뱃속의 아이와 함께 죽어버린 명환의 아내가 쏟아낸 하혈에서도 어둠을 직시한다. 같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혼자만 살아남았지만 혼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죽은 것과 다름없는 명환의 존재와 집에 가득했을 어둠들을 이야기한다.

명환의 방에서부터 헤엄쳐 온 어둠... 항암제 부작용으로 뽑혀 나간 인숙언니의 치렁치렁한 머리채 같았으며, 뱃속에 명환의 아이를 갖고 있었다는 얼굴 모를 여인의 하혈 같았다. 125

내가 잃은 것이 돈과 신뢰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보듬은 채, 되려 제 칼에 속살이 베이며 피 흘리고 있었다. 115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사회, 합의금의 의미는 명환에게는 무가치한 것임을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아파트의 가격, 화려한 차, 부족함 없는 이모와 이모부의 직업과 삶에서 따뜻한 온기와 사랑은 찾기가 어려운 서울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움켜쥔 것들은 어떤 가치를 환산하고 있었는지 베란다에서 한기와 싸워도 이겨내지 못하고 선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화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작가는 무심하지 않게 외면하지 않는다.

인간의 선함보다는 악함이 우세한 사회에서 뻔뻔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방식이 많은 사람들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모순까지도 보여준다. 자식이 많은 집에서 대학교육은 포기하라는 부모의 말에 스스로 희망과 꿈을 가지면서 서울로 상경해서 일을 하면서 모았던 전세금을 고향 언니에게 사기당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이모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이후의 이야기들에서도 고단함과 외로움, 치열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아버지의 간암과 어머니마저 몇 달 뒤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 인숙언니의 고단한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과 갑자기 사라진 전세금 사기 사건도 이야기된다. 아무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인숙의 말과 화장하는 모습의 반복적인 의미는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인숙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피곤해. 피곤해 죽겠어. 입에 달고 사는 말 _ 인숙언니 노동자 78

전세금은 ... 내가 키워온 희망이었다. 내 대학이었고, 장래였고, 젊음의 담보였다. 그것은 내 인생 전부였다. 86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노동을 하지만 피로가 가득한 인숙을 보면서 노동시간을 더 늘리려고 하는 기업의 무자비한 횡포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노동자의 노동과 피로를 우습게 여기고 쓰러지고 죽어도 감정을 느끼지 않는 현대사회의 폭력들을 인숙과 화자가 살아가는 삶과 달동네의 자취방에서도 찾게 된다.

도시 노동자의 경력이 쌓여가지만 그들은 점차적으로 희망을 가지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대중교통비 상승, 생활비 물가 상승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큰 비중이 되고 이들은 희망마저도 포기하게 되는데 인숙을 통해서, 화자를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양손에는 책들과 이부자리를 들고 어깨에는 작은 살림들을 메고 나온 화자는 어디서 살게 될까. 무거운 짐을 양손과 어깨에 짊어진 서울의 수많은 노동자와 직장인들이 투영된다. 노동의 쓰임이 무용하지 않기를, 노동자의 땀과 희망이 무색해지지 않기를 응원할수록 그 응원과 바램이라는 희망이 퇴색되어버릴까 봐 조바심을 감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희망을 가졌던 화자의 꿈은 이제 사라져 버렸다. 되돌릴 수 없는 희망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다. 하루 5 페이지씩 읽는 그녀가 잊히지 않을 소설이다.

불빛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오?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 나 여기 숨 쉬고 있어. 나도 여기서 밥 먹고 잠자며 살아가고 있어. - P115

피곤해. 피곤해 죽겠어. 입에 달고 사는 말 - P78

전세금은 ... 내가 키워온 희망이었다. 내 대학이었고, 장래였고, 젊음의 담보였다. 그것은 내 인생 전부였다. - P86

내가 잃은 것이 돈과 신뢰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보듬은 채, 되려 제 칼에 속살이 베이며 피 흘리고 있었다. - P115

명환의 방에서부터 헤엄쳐 온 어둠... 항암제 부작용으로 뽑혀 나간 인숙언니의 치렁치렁한 머리채 같았으며, 뱃속에 명환의 아이를 갖고 있었다는 얼굴 모를 여인의 하혈 같았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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