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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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르게 죽는다는 간결한 문장이 심오하다. 관철되는 다른 죽음들은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살펴보게 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삶을 요약하면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질문으로 남는다.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단순한 질문이 아님을 알기에 크게 호흡을 들어마시면서 더 한 걸음 걸어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예술과 철학을 만나게 된다. 총 9가지 시선들이 구성된다. 이민과 이주, 성폭력과 전시 강간, 동성애와 인류애, 장애와 불능화, 인권과 인간성, 대량 학살과 재현, 아동 학대와 돌봄, 미디어,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저자의 예술 에세이이다.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무관심한 시선으로 흘려보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부터가 명확하게 설명되는 서문의 글이 전해진다. 약자의 목소리를 오래 응시하는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워진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디 에센셜 한강』의 단편소설들과 시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 책에서도 인용된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의 문장도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내용과 어우러지게 된다. 





학살을 모의하고 인권을 외면하는 폭력성이 사회를 불안하게 할수록 상대적인 비폭력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상실의 전환적 힘에 대해 언급한 미국 정치 철학 사상가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정치라는 고유 이론 체계가 소개된다. 위태로운 삶과 애도 불가의 죽음을 탐구하면서 일관된 지적 실천을 보여준 그녀가 그 누구도 비참한 삶을 살지 않도록 보호하는 비폭력 세계를 그려낸 인물이라는 것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일관된 지적 실천을 보여준다는 것은 큰 획이 된다. 철학적이고 예술의 접목을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서 하나씩 만나게 될수록 현대 예술을 이해하는 진폭은 더욱 넓어지는 계기로 이어진다. 현대 예술가 작품 <공기 속에서> 은 멕시코 출신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작품이다. 비눗방울이라는 현대 예술작품을 관람객은 아름답다고 느끼며 작품을 향한 설명을 작가에서 듣게 되면서 작품은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아닌 이면에 도사린 죽음을 연관시키는 비눗방울임을 알게 되면서 비눗방울이 터지는 순간은 미세한 분진이며 뼛가루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비눗방울 =하나의 신체 = 부검할 시신을 닦는 물


심오하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파열된 죽음을 예술로 표현한 현대미술을 소개받는다. 위태로운 삶과 애도 받지 못한 죽음들이 무엇이었는지도 추가적으로 더 설명해 주는 내용이 전해진다. 한강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들과 학살된 수많은 생명들이 비눗방울로 연상된다. 오래 응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 에세이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죽음마저도 상대적이다. 지위와 권력, 사회적 조건에 의해 누군가의 죽음은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죽음까지도 차별적이다. 위태로운 삶의 소외는 가속하면서 재생된다는 저자의 글에 극심한 심각성을 느끼면서 그들의 단단함을 확인하는 시간의 연속성까지도 느끼게 된다.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극대화된 기회에는 죽음까지도 차별적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과 철학이 확장되도록, 현실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들을 던져주는 저자의 책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준 내용들이다. 현대예술을 더 깊게 이해하려면 철학적인 식견을 더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149




위태로운 삶의 소외는 가속하여 재생된다. - P16

취약성은 상대적이다. 지위, 권력, 사회적 조건에 따라 누군가의 취약성이 최소화되는 반면 누군가의 것은 극대화된다. - P15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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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주 작은 실행의 힘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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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실행 프로젝트가 수록된 자기계발서이다. 작은 실행의 기적이 얼마나 위대해지는지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실패해서 머뭇거리고 있는 자, 실패했다고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약할 수 있는 예너지를 불어넣는 내용이 전해진다. 큰 변화가 아닌 아주 작은 실행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작디작은 실행의 힘이 어떤 변화를 불어넣는지 직접 겸험하는 놀라운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다. 어떤 도약의 힘이 숨겨졌는지 가독성 좋은 내용으로 전해진다.

골라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내용이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가정, 경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빠르게 실패할수록 빠르게 성공한다는 내용도 눈여겨보게 된다. 첫술에 배부른 사람은 없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저자는 인후암 1기 질병의 환자였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닥친 질병의 폭풍을 어떤 과정으로 이겨냈고 어떤 마음으로 역경을 이겨냈는지도 들려준다. 더불어 3%에 불과한 확률에도 대비하라는 이야기도 집중하게 된다.

리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언젠가는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되는데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역량은 빠르게 문제점을 드러낸다. 준비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조용한 퇴사를 막아내는 기술이 리더에게는 필요하다. 퇴사하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경제적 수익을 올리는 비법의 하나가 된다. 미래를 담보로 함께 일할 수 없어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악하고 예방하는 기술도 리더의 전략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모든 팀장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된다.

리더는 성장을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는 마크 저크버그의 명언도 무시하면 안 된다.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 당신은 늘 얻던 것만 얻게 될 거라는 토니 로빈스의 말도 무시하면 안 된다. 변화가 빠르게 시장 사회를 위협하기도 하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수익이 발생하는지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기술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조용한 퇴사를 막는 방법 5가지도 소개된다.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리더가 먼저 행동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지속적인 피드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도 강조된다. 자비로운 독재자형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좋은 리더는 만들어진다는 내용도 소개되면서 리더의 위치에 뒤따르는 막중한 책임감과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거듭 확인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생활습관까지도 강조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도 언급된다.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와 지혜로움이 필요한 이유도 벤저민 프랭클린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부유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루틴 7가지도 소개된다. 소개되는 내용들을 점검하고 살피면서 반대 방향으로 생활한 것들이 있고 생각한 것들이 있었다면 점검하고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한다면 저자가 이룬 성공을 자신도 맛보게 될 것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힌 책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사람을 건강하고 지혜롭고 부유하게 만든다.

_ 벤저민 프랭클린


하루의 첫 시간은 그날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와 같다.

_ 헨리 드러먼드. 스코틀랜드 종교 사상가

조용한 퇴사를 막는 방법 5 가지.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할 것 228


지속적인 피드백은 필수 229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할 것 229


자비로운 독재자형 리더가 성공한다. 234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_마크 저크버그

가정, 경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207

3%에 불과한 확률에도 대비하라 212

좋은 리더는 만들어진다. - P239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 P193

리더가 먼저 행동할 것 - P229

성장을 이끄는 리더가 되라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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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1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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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민음사 신간도서 세계문학전집이다. 여러 편의 단편소설들 중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소설을 다시 읽을수록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를 함께 공감하게 된다. 신기루처럼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은 누구인지도 살펴보게 된다. 기욤 뮈소 장편소설 『안젤리크』에서도 안톤 체호프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 책의 여러 소설들에서 찾아보게 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소설에서는 두 남녀는 각자 결혼한 사람들이다. 안나라고 하는 그녀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남자가 있다. 그녀는 2년 결혼생활을 하였지만 자신의 남편이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제대로 설명조차도 하지 못한다. 남편을 자신의 하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아내이다. 남편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아내이다. 여행지에 오게 된 이유도 이야기한다. 그녀가 남편을 속인 것이 아닌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오래전부터 속여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문득 깨닫는다.

남자는 은행일을 하는 직장인이다. 모스크바에 두 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이며 아내와는 대학 재학 시절 결혼한 사람이다. 자녀가 있지만 아내와 시큰둥하게 지내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여자들을 만났고 그 여자들이 대체로 어떤 부류의 여자들이었는지도 기억한다. 더불어 아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그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하는 용도로 쓰임을 다하는 아내도 흐릿하게 작은 점처럼 보일 뿐이다.

그녀가 갑자기 남편을 향해서 급행열차를 타고 떠나면서 서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마지막 말을 나누게 된다. 그도 지금까지 지워졌던 수많은 여자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기억 속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그녀와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은 다시 밀회가 시작된다. 그녀가 그를 찾아오는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한 남편과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삶을 향한 문제들을 풀어가고자 기나긴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쉽게 매듭이 풀리지 않을 그들 앞에 놓인 문제와 사랑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작가도 이들의 운명과 사랑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로 남기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삶과 죽음에 무관심한 인간들의 보편적인 모습들을 작가는 언급한다. 완전한 무관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군중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구원의 증거와 삶의 증거가 숨어있을 거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그의 일상을 가득하게 채우는 반복적인 폭식, 폭음, 카드놀이, 똑같은 대화가 지니는 상징성과 무의미한 것이 조명된다. 가장 좋은 세월을 무의미한 것들로 채우고 있지 않는지 질문을 하면서 가장 건강한 힘을 빼앗기고 있는 것들을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선택과 행동이 지닌 삶은 날개가 꺾인 삶이며 실없는 말이며 꼬기가 잘린 삶이라고 단언한다.




지겹고 권태로워지면서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게 되는 그가 그녀를 다시 찾아가고 만남을 지속하면서 그에게는 두 개의 삶이 존재한다. 조건적 진실과 조건적 거짓이 가득한 삶이 그중의 하나이다. 그 삶은 적절한 거짓과 진실이 버무려진 누구나 볼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반면 또 다른 삶은 은밀한 삶을 의미한다. 그가 두 삶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발견할 수도 없는 진실이 존재하는데 그는 그녀를 만나면서 사랑을 하지 않았던 많은 삶들을 드디어 깨닫게 된다. 지금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삶과 죽음에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샤이닝』 소설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는 자문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사랑하지 않는 결혼,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부부, 사랑을 찾을 수 없는 가족, 사랑이 없는 사회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랑은 삶의 근원이며 행복의 기초가 된다. 그녀가 불행했고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였지만 그녀와 그가 드디어 발견한 것은 사랑이었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이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거짓된 삶, 가면적인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도 보여주면서 진짜 사랑, 진지한 삶을 향한 날카로운 작가의 통찰을 만나게 된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다. 일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것을 놓쳐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무관심하게 놓쳐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소설이다.



얼마나 야만적인 습관이면 야만적인 인간들인가! 얼마나 무의미한 밤이고, 전혀 흥미롭지 않은 그저 그런 나날인가! 카드놀이, 폭식, 폭음, 언제나 똑같은 내용의 대화...결국 남는 것이란 꼬리가 잘리고 날개가 꺾인 삶, 실없는 말뿐이다. - P240

그에게는 두 개의 삶이 있었다. 하나는 필요하다면 누구나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공공연한 삶, 조건적 진실과 조건적 거짓으로 가득 찬 삶... 다른 하나는 은밀하게 흘러가는 삶이다. - P247

보편성 속에, 우리들 각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 속에 어쩌면 우리의 영원한 구원의 증거, 이 지상에서 끊임없는 완성을 향해 부단히 움직이는 삶의 증거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 P234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와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았다. 그 역시 여자들과 사귀고 만나고 헤어졌지만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사랑만은 결코 아니었다.
- P250

남편을 속인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속였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속여 왔어요. 제 남편은 하인에 불과해요. 그 사람이 거기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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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 - 10만 부 기념 에디션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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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그리워하는 것과 그리워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되면 사람을 안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도 스님은 언급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그리운 사람들이 있어서 매일 책들을 주섬주섬 펼쳐보는 시간을 이어나간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 그들의 단아한 삶의 결이 평온해지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마주치는 존재, 스치는 존재, 지나가는 존재가 되었다면 영혼이 없는 만남으로만 남는 것이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었다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라고 스님은 강조한다. 무수히 많은 만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자신에게도 소득이 없는 만남이 되어버린다. 영혼이 있고 메아리가 있는 만남이 지닌 의미가 왜 중요한지도 질문을 던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득만을 취하는 만남은 휘발되어버리는 만남으로 사라져 버린다. 진정성을 지니면서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영혼이 있는 만남, 메아리가 전해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도 언급된다.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것이 집밥 요리를 하는 과정들이며 뒷정리까지 모두 마무리하면 긴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 요리이며 살림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고, 힘들다고 외식을 하는 것보다도 직접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고 함께 먹을 때 느껴지는 기쁨과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아야 한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고 배달음식에 길들여지다 보면 무의식의 흐름에 휘둘려서 경제적 가치도 잃어버리게 된다. 조기퇴사,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는 젊은 날부터 단단한 경제적 관념이 필요해진다. 스님의 일상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길이 보인다. 직접 요리하고, 노동을 하고, 땀을 흘리고, 글을 쓰면서 명상을 하고, 차를 마시는 생활 속에서 어떤 것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내용들이 소개된다.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되는 것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단 한 문장일지라도 보물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숨어있는 것을 만날 때가 있다. 그 기분을 알기에 다시 재독하면서 귀중한 것을 찾아다니게 된다.

신문도 방송도 안 들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스님의 말에 공감한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수록 지끈거리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고요보다는 요동치는 감정들을 부추기는 것에는 신문과 방송만한 것이 없다. 형평성을 잃고 치우친 언론의 횡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맑은 의식을 오염시키는 얼룩들의 주범이 누구인지는 신문과 방송에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제정신을 지닌 사람이 어떤 냉정함으로 분별해야 하는지도 스님은 강조한다. 스님의 말씀들에는 힘이 느껴진다. 단단하고도 분명한 어조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져서 행복이 차오른다.

정치에 대해서도 매섭게 한마디를 한다. 무고한 시민들을 겁먹게 한 이들이 누구인가. 불안을 조성한 집단이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 팽팽한 긴장감과 시원한 웃음을 주지 못하는 극소수 집단의 폭력과 향기 없는 꽃이 누구인지 제대로 손가락질을 하는 스님의 명쾌한 말이 전해진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명언들을 다시 주워 담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는 인물이다.

군중에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홀로 있지만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게 살아갈 자유를 찾아야 한다.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돈키호테 소설에 등장하는 양치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자유는 그런 것이다. 부분이 아닌 전체로 당당하게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주인이 되는 삶의 주체자가 되는 자유를 스님의 책에서도 만나게 된다. 땅을 일구고 밭일을 하면서 노동의 의미,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철학적으로도 숙고하게 된다.

문패도 없고 번지수도 없는 두메산골 오두막에 살아가는 자유인이 있다. 진정한 자유인이 되도록 오늘을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스님의 글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소비의 습관, 과시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두 다리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 땅의 정치에서 우리는 일찍이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고한 서민들에게 잔뜩 겁을 먹게 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면서 팽팽한 긴장감만을 심어 주었지 언제 한번 속 시원히 웃어 본 적이 있는가. 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41


신문. 방송 안 들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보도된 내용들... 득보다 해가 훨씬 많다... 그런 보도가 우리들의 삶에 무슨 득이 될 것인가. 양식과 형평을 잃고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언론의 횡포가 우리들의 맑은 의식을 얼마나 얼룩지게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제정신을 지니고 살려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한다. 40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그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원을 세웠다. 그 원이 이루어지도록 오늘을 알차게 살아야겠다.
- P83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며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을 뜻한다.
- P42

손수 끓여 먹는 일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 P38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 P39

마주침과 스침과 지나감에는 영혼에 메아리가 없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 P39

이 땅의 정치에서 우리는 일찍이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고한 서민들에게 잔뜩 겁을 먹게 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면서 팽팽한 긴장감만을 심어 주었지 언제 한번 속 시원히 웃어 본 적이 있는가. 웃음을 선사할 줄 모르는 정치는 향기 없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 P41

신문. 방송 안 들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보도된 내용들... 득보다 해가 훨씬 많다... 그런 보도가 우리들의 삶에 무슨 득이 될 것인가. 양식과 형평을 잃고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언론의 횡포가 우리들의 맑은 의식을 얼마나 얼룩지게 만들고 있는지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제정신을 지니고 살려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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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여수의 사랑』, 『디에센셜 한강』을 읽었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장편소설들, 단편소설인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에 이어서 시까지도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읽은 시도 깊었지만 두 번째 읽은 시들은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시적인 근육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시집을 펼칠 때마다 어렵다고 느꼈던 시어들의 깊이를 이제는 한 뼘 더 호흡할 수 있는 호흡기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 한강 작가의 시들이 곁에서 여러 번 존재하였다.

이것이 시구나, 이것이 시라는 것을 시인의 여러 작품들과 소설들, 산문들을 읽어가면서 단단해지는 지반을 형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산문 글들이 있다. 보라고 주어진 두 눈의 가치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것들이 작품을 통해서 시적인 언어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바라보았을 세상의 가치들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감정들이었다는 것도 산문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가족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가 기억하고 떠올리는 추억의 가족들의 모습에는 가난과 수많은 이사가 존재하고 딸이 배우고자 했던 피아노를 가르칠 수 없었던 형편이라는 경제적인 상황과 뒤늦었지만 딸을 위해 피아노 학원을 다녀달라고 부탁하는 부모의 부탁에 응하는 딸의 깊은 마음까지도 글에서 전해진다. 부모가 말없이 바라보았을 종이 피아노 건반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작가가 지닌 음악적 재능은 소설 내용과 음악의 가사와도 접목하게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작가의 작품과도 적절한 어우러지는 내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해준 인물이 산문 글에서도 소개된다. 문득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질문을 무작정 던져본다.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과 사회에서 무엇을 향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매번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딱딱한 바위가 집이 되어서 살아간 것은 아닌지 욘 포세 작가의 샤이닝 소설의 문장도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질주하고 속도전으로 성공과 성장이라는 목표로 깃발을 휘날리려고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의 국민들의 노동시간과는 상반되는 방향임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며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무리가 원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것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누구나 노동을 한다. 작가의 노동도 상당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매번 한강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간 후에 글에서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쪽) 확인할수록 노벨문학상 수상 기쁨과 동시에 계엄령에 국민이 모두가 놀랐던 12월 3일을 잊을 수가 없다. 혼돈이 요동치고 혐오와 극우주의, 폭력주의가 매섭게 할퀴는 겨울을 보내고 있기에 국민이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을 세상을 다시 꿈꾸게 된다.

치고 들어오는 세계, 공포와 폭력, 학살은 지금도 매섭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시간의 불꽃과 존재의 시간성, 삶의 유한성과 극한의 무의미와 눈의 침묵까지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연이어 12.3 계엄령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이다. 하지만 역사는 난폭하게 포효하면서 세계인들이 모두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짓 뉴스로 기우뚱한 사회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오늘도 읽고 생각하는 이유, 기도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데 기여해 주는 것이 책이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


나는 일어날 거야. 해처럼 떠오를 거야.

통증을 무릅쓰고 그걸 천 번 반복할 거야. 347

기도.

치고 들어오는 세계.

이것이 세계인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인가?

그러나 살아 있음으로 아름다운 것들.

지독하게

무정하게 아름다운 것들.

유령.

종려나무.

팔을 흔드는 검은 나무. 348

악몽 같은 현실에서 구원을 원하는 인간의 이야기.

공포와 폭력.

기도의 이야기.

바람.

해류.

전 세계가 이어지는

바다의 순환.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

내 몸의 감각.

육체. 연약한. 필멸하는. 349

'나'는 그 집에 가게 된다.

모두 '나'를 떠난 뒤에.

거의 폐인이 되어.

어디까지 차가울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뜨거울 것인가의 문제.

학살에 대하여...

삶의 유한성.

존재의 시간성.

극한의 무의미.

시간의 불꽃.

눈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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