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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체스이야기 낯선 여인의 편지』 , 『감정의 혼란』 작가의 책이라 읽은 책이다. 길지 않은 글들이 여러 편 구성되는데 모든 글 내용이 너무나도 좋아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오래 시간을 공들여가면서 작가의 목소리들을 흡수한 시간들로 채웠던 의미 깊었던 만남이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다른 도서까지 관심이 가는 계기가 된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 등 총 9편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걱정 없이 사는 기술에 등장한 젊은 청년의 삶이다.
허름한 옷차림의 서른쯤 되는 남자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선행에 그는 어떤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떠나버린다. 돈이나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그가 누구인지 알아가게 된다. 그가 구축한 라이프스타일은 적잖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음에는 분명하다. 저축이 필요하지 않고 사람을 믿는 신의가 그의 미래가 되면서 작은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서 도움을 받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을 깨부수는 인물이다. 그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도 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이유에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안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쾌척의 시간으로 가득해진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단단하게 구축된 시대에 안톤이라는 젊은 남자는 충분히 획기적인 만남으로 기억된다. 낡은 코트가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보여주면서 걱정없이 살고 있는 안톤을 무심하게 스쳐지나지 못하는 이유를 여러 번 상기하게 된다. 돈을 위해 일하는 시대에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개념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그래서 안톤은 번쩍 정신이 드는 인물로 기억되었다.
가장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남자이다. 필요한 것이 생기면 그때 남은 돈을 받겠다는 사람이다. 우리가 비축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였음을 일깨운다. 가져도 더 많이 가져야 하고 계속 목마름이 찾아오는 이유를 안톤을 통해서 새롭게 되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박함과 검소함, 남루하지만 가장 부유한 사람이 안톤임을 보여준다. 신이 그를 저버리지 않을 것임을, 사람들이 그를 외면하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게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문제와 함께 안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반짝거렸던 만남이다.
히틀러에 대한 글도 만날 수 있었던 <하르트로트와 히틀러>글도 섬뜩하게 읽은 내용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미화되었고 극우주의와 폭력주의가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도 접목하면서 읽게 된다. 이분법적인 사고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다른 저자들의 도서를 통해서도 깨달았듯이 하르트로트의 사고의 범주는 광기라고 명명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질문한 내용에 답변하는 그의 대답을 책에서 읽으면서 경악하게 된다.
세계를 위험하게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주인과 노예로 나뉘는 이분적인 사고가 확장되면서 그들이 가지게 될 권위와 질서, 권력을 합리화한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서슴지 않는다. 군인과 과학자, 학자들까지 전쟁의 대상이 되면서 잔인함이 자비와 동등하다는 괴변으로 잔인함을 합리화하는 모순을 확인하게 된다.
오로지 폭력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에 우려감을 드러내는 질문자의 용기도 보인다. 자유를 조직적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하면서 모든 개인은 지도자에게 복종해야 하고 최대한 많은 양을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낯설지가 않은 시대이다. 세계적으로 극우주의, 나치주의가 다시 움직이면서 세계적으로 우려감을 보이는 위험한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이 얼마나 우울하고 폐배하는 삶인지 저자의 삶과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해진다.
자유가 왜 중요한지, 언론의 자유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 감시받는 사회를 우려하는 이유가 두드러진다. 침묵에 대한 글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침묵을 이렇게 집요하게 표현하는 글은 처음이다. 공포의 침묵, 강요된 위협의 침묵, 강제와 명령, 끔찍한 침묵, 냉정한 침묵, 완전한 침묵, 희미한 신음. 자신의 친구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시인은 강제수용소에 있다고 전한다.
거슬리는 목소리를 제거하고 사라지게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언론의 받아쓰기도 문제이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분열의 움직임은 안전하지 않는 사회임을 확인시키게 된다. 차분하게 전하는 글이지만 묵직한 중량감이 상당하다. 이 시대 우리들에게 전하는 큰 목소리로 다가선 인물이다. 보아야 하는 것들, 눈을 감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이 더욱 선명해진다.
공포. 철모를 쓴 군인들. 긴장 상태. 염탐. 그러니 침묵, 침묵, 침묵. 103
반자본주의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발명...힘들게 일하고도 그날 하루 필요한 것보다 많은 보수는 완강히 거부했고, 고 필요한 게 없는 날에는 돈을 아예 받지 않았다.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올게." 면도도 잘 안 하고 후줄근에 보이는 말라깽이 청년
- P16
가장 가난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하는, 낡은 코트의 이 단순하고 걱정 없는 남자는... 지주처럼 여유롭고 다정하게 동네 곳곳을 돌아다녔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했기에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 P17
목적 달성하는 수단이 바로 전쟁이라고 주장 - P127
"침묵의 고문은 언제 끝날까요? 언제 다시 말할 수 있게 될까요?"... 이 세상에서 고안된 가장 잔인한 영혼 훼손이다. - P104
공포. 철모를 쓴 군인들. 긴장 상태. 염탐. 그러니 침묵, 침묵, 침묵. 103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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