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무선 보급판) 디 에센셜 에디션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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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세 번째로 읽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작가가 집필한 소설의 문장은 새롭기만 하다.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 새롭게 보이면서 여러 번 읽고 필사하면서 곱씹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책으로 처음 읽었을 때는 놀라움이 가득했던 작품이었고, 현대지성 책으로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시지프 신화』라는 철학적 산문시를 읽게 만들었던 작가이다. 세 번째는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다가오면서 알베르 카뮈 소설을 꼭 읽고 가야겠다는 다짐에 다시 펼친 디 에센셜 책이다. 여러 번 덧칠하면서 읽었던 재독의 시간은 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한 전 생애를 주인공을 통해서 충분히 관심을 유발하는 소설이다. 3년 전 양로원에서 생활한 어머니가 있다. 가난한 형편에 죽음을 목전에 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필요해서 선택한 어머니의 양로원 생활이지만 그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는 것을 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는 양로원으로 향한다. 그의 직장 사장이 그에게 보이는 태도, 양로원 원장의 언행, 양로원의 분위기와 슬픔을 깊게 들어마시는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한 사람도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가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어머니를 오랜만에 생각하게 된다.

신념과 확신으로 가득 찬 세계의 움직임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서서히 열거된다. 그들이 가진 신앙적 신념,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서 증언하는 내용에서 그들이 가진 확신은 얼마나 가볍고 얇은 막처럼 찢기는지도 그의 재판 선고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누군가의 죽음과 사랑, 종교, 선택하는 삶과 운명이 자신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일을 더 많이 했던 그의 신념의 반대편도 함께 질문을 하게 된다.



사회적 규범과 관습도 나라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지 않은가. 절대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상대적인 규범에 사람들이 얼마나 충실한지 소설 속의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 관념들을 통해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재판 흐름과 선고는 이미 결과를 예측한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작품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사형집행은 집행될 것이며 군중의 분노도 존재할 것이다. 그가 신부의 기도에 기쁨과 분노를 느끼며 옷깃을 잡고 외치는 말들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맨주먹만을 가진 그가 역설하는 자신의 무관심은 곧 세상의 무관심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그들의 태도와 세상의 흐름에서도 읽게 된다. 묵묵히 사라지는 신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모호한 재판 과정의 흐름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라는 소설도 함께 떠올리면서 읽게 되는 『이방인』 소설이다.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 『시지프 신화』도 함께 읽었기에 이 소설 주인공이 선택하는 것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실존주의와 부조리에 대한 최대의 반항이 무엇인지는 『시지프 신화』 소설을 통해서 작가는 분명하게 전달한다.

신부에게 분노와 기쁨으로 외치면서 말하는 주인공의 대화를 놓치면 안 된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를 택한다는 사실과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양로원에서 엄마가 느지막이 '약혼자'를 만든 이유를 아들은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살아왔을 인생에서 양로원이라는 공간에서,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시점에 엄마가 마침내 해방되었다는 것을 약혼자와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였다는 것을 아들은 이해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자유의지를 그는 드디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관념과 규범에 억눌려 자유를 획득하지 못하는 가식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부류가 얼마나 많은지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단단한 틀안에서 어릿광대처럼 움직이는 삶은 진짜 인생인지 가짜 인생인지는 스스로가 자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읽어도 가슴이 뛰는 소설이다. 그의 화법과 대사들,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는냐고 반문하는 내용들에 가슴 뛰면서 읽은 카뮈의 작품이다. 첫 페이지의 카뮈의 문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다시 읊조리게 한다. 절망의 순간도 삶에 대한 사랑이 꽃핀다는 것을 소설의 어머니의 약혼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자살이 아닌 버티며 살아야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야. 166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166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 P3

​밤 냄새, 흙냄새, 소금 냄새가 내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잠든 그 여름의 그 신비로운 평화가 밀물처럼 내 속으로 홀려들었다. - P168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한 세계가 다 끝나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양로원...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 P168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 P168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진 존재야. - P166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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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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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그중 하나인 『퀴큰 나무 숲의 밤』 소설이 인상적이다. 사제가 살았던 언덕 위의 집에 그녀가 살고 있다. 이미 사제는 죽었고 사제와 사촌인 그녀는 사제와 인연이 있었다. 낯선 언덕의 집에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맹한 여자라고 설명된 그녀의 사연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옆집의 사내가 그녀에게 살던 곳이 그립지 않냐고 질문을 하는데 그녀는 나무가 그립다고 말한다. 나무는 마가목을 의미하는데 커다란 마가목 장작을 너무나도 갖고 싶어하면서 장작이 탈 때 냄새와 열기를 그녀는 상상하기도 한다. 더불어 노래까지도 떠올리면서 마가목 장작의 의미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소설 제목과도 접목할 수 있게 된다.

살고 있던 곳을 떠난 그녀는 지금 언덕의 집에서 청소를 한다. 소독하고 창유리도 닦고 굴뚝 청소도 한다.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던 일들을 지워내듯이 그녀는 언덕의 집을 청소한다. 문득 사제가 지옥에 갔을지 생각도 한다. 사제가 마가릿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결혼하자고 약속하고 아이를 낳자고 말했던 사제는 갑자기 사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의미없는 사람처럼 그녀를 무심하게 스쳐지나친다. 그녀는 돌변한 사제의 모습에 질문을 하고자 하다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서 불행이 그녀를 덮치게 된다. 혼자 감당하였을 여자의 임신, 출산, 아들의 죽음을 마가릿은 홀로 온몸으로 받아들였음을 짐작하면서 영아 돌연사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난날들을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신부의 아이를 가졌던 여자, 혼자 사는 여자, 옆집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이다. 언덕의 집에서 사는 그녀는 사람들의 병과 유령을 쫓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그녀를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점을 봐주는 집시 여인이 그녀의 지난날들을 남김없이 점쾌를 봐주면서 죽은 아들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제대로 말해주면서 그녀는 치유받기 시작한다. 생명을 잉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꿈이 예지해준 것처럼 그녀에게 다시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만남과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녀와 그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호감을 가진 그와 그녀의 새로운 기회의 땅인 아기는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두 사람의 집은 깨끗해지고 주님의 행하심과 신비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과 같은 밤을 보내게 된다. 그녀도 그도 그렇게 어두운 밤으로 시간을 채워갔음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잉태한 아이를 키우면서 주어진 기회를 서로가 붙잡았음을 보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더 이상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고 적의적인 상대로 그녀를 위험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들의 의도와 적의를 알고 그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아이 아빠인 그는 이미 그녀가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떠남을 놀라워하지 않는다.

불행을 경험한 그녀는 누구도 헤치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 자신을 헤치려고 하면 떠날 것이라고 다짐하였던 그녀이다. 그녀가 누군가를 헤치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떠나버리게 한 이유가 된다. 소설의 마을 사람들에 해당되는 이들이 누구이며, 그녀는 누구인지 둘러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녀의 삶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한 젊은 신부의 무모한 모습과 임신한 아기를 책임지지 못한 신부의 행동, 사제가 죽어서 지옥에 갔을지 생각하는 그녀와 출산의 고통과 배에 남긴 제왕절개 흉터는 그녀의 지울 수 없는 큰 상흔이며 그녀의 새로운 사랑과 기회에도 고백해야 하는 지난 과거가 된다. 가족에게서 외면당하고 부정당하면서 혼자 감당한 그녀의 젊은 날들의 무수한 시간은 소설은 언급하지 않지만 용맹한 여자라고 단언한 표현에서 그녀는 충분해진다.

다시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떠난 마거릿의 이유와 선택에는 타인의 나쁜 마음들이 원인으로 시작한다. 왜 타인을 헤치려고 하는 마음과 말, 행동들이 넘쳐나는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살았던 그녀의 단호한 마음은 결국 푸른 들판을 걸어가게 한다. 푸른 들판을 걷고 걸어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지금도 있고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악행을 답습하는 우매한 무리가 아닌 누군가를 헤치지 않는 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폭언, 폭행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는 카인의 후예임을 확인하는 것임을 보여준 작가이다. 단란한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해체되었던 그녀의 지난날들의 신부와 부모님이 있었으며 그녀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마을 사람들의 악의가 또다시 그녀를 푸른 들판을 걷게 하였음을 소설은 멋지게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여자가 마을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가 드러나면서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도 의문스러워진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소문들이 얼마나 그녀의 삶을 명확하게 설명한 것들이었는지도 다시 확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는지 작가는 사실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학교가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을 가르쳤고 모유를 먹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는지도 언급한다. 과소비하고 간음하며 방탕한 삶을 사는지도 꼬집는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상을 이렇게 시원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소설에 반해버린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언덕의 집에 살았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문장들이 답해준다. 홈스쿨링 하는 이유와 나름의 설득력은 부족함을 없어지면서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소설은 짧은 소설이지만 힘이 있는 작품이다. 자두와 감자를 구분 못하는 인생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작품이다. 잘 자고 검소하게 사는 것의 의미도 강조되는 소설이다. 후회와 슬픔의 무의미, 배신하는 과거의 의미를 곱씹지 않아야 했을 그녀만의 삶의 방식도 눈에 띄었던 소설이다.



아이가 태어났다. 두 집이... 깨끗해졌다. 238


주님의 행하심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239



젊은 사람들은 물고기를 못 잡고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하는 법도 몰랐다. 그들은 엄마 젖도 못 먹어본 아이들을 데리고 자기 형편에 과분한 차를 몰고 다녔고. 기회만 생기면 간음을 저질렀다. 사실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맥주도 병째 마셨고 미국과 프라하에 다녀와서 피자를 찾았으며... 자두와... 감자도 구분 못했다.
- P193

무엇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과거는 곧잘 배신을 했고, 천천히 움직였다...후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고 슬픔은 과거를 다시 불러올 뿐이었다.

잘 자고 검소하게 먹었고 바닷가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 P194

아이가 태어났다. 두 집이... 깨끗해졌다. - P238

주님의 행하심은 정말로 신비로웠다 - P239

인간 세상을 내다볼 때는 많은 것을 견뎌 내고 살아남은 여자처럼 엄격한 시선이었다.40살도 채 안 되었지만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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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의 <두 손 가벼운 여행>, 아니 에르노의 <사건>,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를 민음사의 쏜살문고로 읽었다. 책 디자인이 작아서 기억나는 책들이였는데 쏜살문고 시리즈라는 사실은 민음사 2025년 세계문학 일력 어플리케이션을 매일 이용하다가 알게 되었다. 책과 작가만 기억하였는데 쏜살문고까지 제대로 알게 되면서 어떤 책들이 있는지 모두 알아보는 시간도 가지는 새해이다.















짐이 가벼운 여행의 장점 84

여행.여행.이리로 왔다가 또 저리로 갔다가...

매번 똑같어요.집에 갔다가는 돌아오고,

돌아갔다가 다시 집으로. 86



















그저 사건이 내게 닥쳤기에,

나는 그것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내 삶의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뿐이리라. 나의 육체와 감각

그리고 사고가 글쓰기가 되는 것 79



















극장에 갔었다...

어떻게 검열에 통과되었는지 놀라웠다.

상인은 다 사기꾼이고,

그 자식들은 난폭한 행동에 추태를 일삼고... 신문쟁이들...

그들은 욕설만 퍼붓고 있으며,

작가는 독자에게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네 관리들 중에는 돼지 같은 놈들이 있다.

농사꾼들은 극장에 가지 않는다...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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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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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정당성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소설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세 명의 아들이 전쟁터로 향하고 살아서 돌아온 참전 군인의 명예와 훈장, 사람들의 환호와 계급은 어떤 의미인지 사실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다. 훈장을 딸랑거리고 환호하는 무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이 경험한 참혹함을 그는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만 하다.


영화 <흔적 없는 삶>과 <카시지>, <반쪽짜리 자작>, <도둑 신부>소설에서도 참전한 군인의 회복되지 못하는 황폐한 영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젊은 청년들이며 사회적 통념에 길들여진 무구한 인물들이 전쟁이 휘갈긴 참혹함과 난폭함에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하게 된다. 전쟁은 어떠한 당위성으로도 설득할 수 없는 참담함만을 남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품들이다.



폭력은 무슨 이유로도 정당성을 잃어버린다. 비폭력주의와 평화주의가 더욱 절실해지는 것을 한국 현대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폭력과 전쟁은 개인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유도 고찰하게 된다.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것에 결국 희생되는 이들은 젊은 참전 군인이며 살아서 돌아오지도 못하는 참담함까지도 떠안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작가들이 폭력은 부당하다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치고 있지만 전쟁은 여전히 머뭇거림 없이 자행된다는 것에 경악하게 된다. '지친 병사 동상'을 만든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자랑스러운 훈장과 계급이 아닌 지친 병사가 의미한 심오한 의미를 소설은 보여준다.



명령과 복종으로 상명하복을 법으로 규정한 군법에 움직인 군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답변을 한다. 어디로 가는지 몰랐으며 누가 적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적이라고 규정하고 손가락질을 한 이들이 누구이며,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장에 있는 두 무리가 누구인지 살펴야 한다. 그들의 참혹한 죽음과 폭력에 누가 죽어야 했는지 <소년이 온다>소설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광주민주화운동 책을 통해서도 명확해진다. 소년도 죽고 임산부도 죽어야 하는 것이 폭력이며 전쟁이다. 극단적인 어휘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에 온 국민이 경악한 순간이 있듯이 폭력은 정당성을 잃고 참담한 심정을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회복되지 못한 이유의 가해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영혼을 누가 빼앗았는지, 역사는 기억하지 않으면 거듭 반복된다는 것을 확인할수록 소설의 가치가 높아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자매의 이야기가 2권의 소설에 등장한다. 2000년 부커 상 수상작이며 <타임>이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이다. 종교에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과 답하는 열정이 소설을 가득히 채우면서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눈먼 암살자에 대한 배경과 존재하는 이유가 강열한 작품이다. 쫓기고 있는 인물이 친구들에게 보여준 신의까지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의 용도와 쓰임의 가치가 명확해지면서 소설의 작품성도 높아진다.



잃어버린 것은 한쪽 눈과 한쪽 다리뿐이었을까. 악몽과 비명에 시달리며 분노하는 불구가 된 젊은 참전 군인들이 빼앗긴 것과 잃어버린 것에는 평온했던 영혼까지도 포함된다는 것을 들려준다.



노예의 노동에 의해 권력의 성취를 맛보고 웅대함까지 이룩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잔인함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학살의 기억을 감미롭게 기억하는 행위를 고의적인 기억이며 고의적인 망각이라고 명명한다. 잔인한 행위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기억하는 권력의 웅대함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노예의 영원성과 권력의 영원성에 동원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하나씩 열거할수록 작가의 작품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는 소설이다.

날숨과 들숨은 삶과 죽음의 상징성으로 자리 잡는다. 진정한 숨이 무엇인지 작가는 질문을 던지면서 삶과 죽음을 향한 진정한 의미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게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우리는 매일 위태롭게 곡예줄 위에 서 있다는 사실과 암살자의 의미는 다의적이고 눈먼 암살자는 가까운 곳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조용한 암살자들이 지닌 함축적인 의미들이 다양해진다. 자신이 가진 행운을 모른 채 살아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 전개만큼이나 진주알 같은 숨은 목소리를 찾아서 두 손에 잡는 것도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가 된다.

2권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의 소설이라 읽었으며 그녀의 작품성은 긴 호흡으로 남았다. 학살과 전쟁, 잔임함, 노예, 권력, 동상, 참전 군인, 잃어버린 영혼, 불구가 된 군인, 망가진 사랑과 결혼을 떠올리게 한다.

로라의 언니 아이리스의 결혼은 무사히 안착했는지도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인처럼 사내처럼 키워진 두 딸이 있다. 어머니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흔을 남기는지도 소설은 보여주면서 딸의 결혼에 제대로 취한 아버지의 속내와 언니 결혼을 만류하는 이유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추위에 어린아이와 엄마들이 짐과 함께 쫓겨나는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비정함과 냉혹한 현실을 현대사회에서도 찾는 작업도 놓치지 않게 된다. 1층 상가들이 텅 빈 곳들이 많아지고 있고 비워진 1층 상가는 그대로 헐벗은 상태로 참담함을 고스란히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접목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2권으로 단숨에 넘어가는 가독성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94


온전한 한쪽 눈과 온전한 한쪽 다리 135

비명. 악몽. 분노. 내던져진 유리컵 137

불구가 된 퇴역군인들 151


불필요하게 잔인해요...

잔인함이 필요한 건 도대체 언제지?

그리고 얼마나? 44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 P94

온전한 한쪽 눈과 온전한 한쪽 다리 - P135

불구가 된 퇴역군인들 - P151

고의적인 기억의 행위이자 고의적인 망각의 행위이기도 하지... 그들은 학살의 기억을 감미롭게 회고하지.
- P26

노예들의 노동을 통해 ...그 웅대함과 권력을 성취하게 된 것이니까.
- P42

불필요하게 잔인해요...잔인함이 필요한 건 도대체 언제지? 그리고 얼마나? - P44

인간의 진정한 숨은 무엇인가? 들숨인가, 아니면 날숨인가? - P51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행운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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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눈동자는 인물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가면이었다는 얼굴과 눈동자로 표현되는 문장도 등장하지만 영혼을 모두 감추기는 어려운 만큼 한강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중의 <진달래 능선>에 등장하는 주인 황씨의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넷플릭스 영화 <흔적 없는 삶>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참전한 군인의 황폐한 영혼을 다루는 영화를 보면서 서머싯 몸 작가의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소설이 생각나면서 파괴된 영혼이 얼마나 오랜시간 부유하면서 현재의 삶을 살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언급한 세 작품들의 공통점은 인물들의 영혼이 왜 파괴되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눈과 얼굴, 삶은 예전의 것을 찾지 못한다. 다른 듯 닮아있는 이들의 영혼은 누구에 의해서 파괴되었고 현재를 살지 못하게 되었느냐가 관건이 되면서 작품들의 작품성은 예사롭지 않게 부각된다.



면도날 소설에서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시체더미가 등장한다. 프랑스 군인은 십자가 아래 망자들이 되어서 살아있는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살아서 목격하고 경험한 것들이 온전히 행복하다고 회상하기는 어려워지면서 천국과 지옥이 생과 사로 나뉜다면 어디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온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꿈꾸지만 일그러진 욕망에 훼손된 폭력들을 지금도 무차별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폭력주의와 폭력주의를 거침없이 목격하면서 폭력에 피해를 당한 이 시대의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글과 걱정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인할수록 이 소설의 가치가 높아진다.

폭력은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는 것임을 소설을 통해서, 황폐해진 참전 군인들의 영혼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쟁과 폭력은 소수집단에 의해 이용되는 허상일 뿐이며 분별력을 잃고 행동하는 무리의 폭력은 평화주의의 반대편임을 확인하게 된다.



<중증외상센터>드라마도 자본주의라는 폭력성을 아낌없이 고발하는 작품이다. 국익을 위해 싸운 참전 군인의 총상에 국민을 살리는 것보다 손익계산을 하면서 닥터헬기를 보낼 수 없다고 참모들이 말하는 장면이 섬뜩해진다. 참전 군인의 희생은 어떤 가치였는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질문을 하게 된다.

거침없는 자본주의에 누구도 예외가 없는 상황에서 돈의 가치에 누락되고 장례를 논의하자는 대책 회의 장면도 예사롭지 않은 명대사가 된다. 살리는 것보다 죽음이 쉬운 자본주의의 진짜 모습이 거침없이 드러나면서 죽이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고발하고 있다.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82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변에 공존하고 있음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소설이며 영화이다. 면도날 소설과 여수의 사랑 소설집의 <진달래 능선>에도 등장하며, 영화 <흔적 없는 삶>과 <중증외상센터>드라마에서도 병원장과 기조실장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인간적인 사람임을 알려주는 작품들이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본연의 영혼을 저버리고 괴물이 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항문외과 과장이 치열하게 내면과 싸워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장면들에 희망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매일 어제의 자신과 싸워야 한다고 하는 글이 떠오르면서 오늘도 무엇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지 짚어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악의적인 것은 쉽고 거짓말하는 것도 쉬워 보인다. 사기꾼을 분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이유까지도 드러나면서 날카로운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으리라 37

사랑이 없는 세상은 바싹 마른 건조한 사막과 다름없기에 사랑의 가치는 더 중요해진다. 혐오와 차별, 무시와 폭력으로 얼룩진 분쟁의 현장은 더 이상 희망을 꿈꾸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을 규정하는 등가 법칙에 대해서도 소설은 언급한다. 반면 누군가는 스스로가 택한 삶의 방식과 강인함과 장점이 비범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회규범에 무분별하게 익숙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인 자의적인 영혼이 되는 노력이 왜 필요한지 여러 작품의 작가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강조한다. 우리는 어떤 인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한다. 거칠고 힘든 자갈길이지만 강인함으로 거듭나는 영혼을 지키는 사람인지 질문하도록 이끌어준다.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나 그만이 지닌 강인함과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쳐... 매우 비범한 인간이 하나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지도 10

태어난 지역,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 12







그가 택한 삶의 방식이나 그만이 지닌 강인함과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쳐... 매우 비범한 인간이 하나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지도 _ 면도날 세계문학전집 - P10

태어난 지역, 아파트나 농가, 어릴 적 하던 놀이, 민간 속설들, 먹는 음식, 공부한 학교, 좋아하는 스포츠, 읽은 시들, 믿는 신 등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한다._면도날 세계문학전집

세상에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으리라 - P37

죽은 사람은,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보여.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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