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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전쟁의 정당성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소설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세 명의 아들이 전쟁터로 향하고 살아서 돌아온 참전 군인의 명예와 훈장, 사람들의 환호와 계급은 어떤 의미인지 사실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다. 훈장을 딸랑거리고 환호하는 무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이 경험한 참혹함을 그는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만 하다.
영화 <흔적 없는 삶>과 <카시지>, <반쪽짜리 자작>, <도둑 신부>소설에서도 참전한 군인의 회복되지 못하는 황폐한 영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젊은 청년들이며 사회적 통념에 길들여진 무구한 인물들이 전쟁이 휘갈긴 참혹함과 난폭함에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하게 된다. 전쟁은 어떠한 당위성으로도 설득할 수 없는 참담함만을 남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품들이다.
폭력은 무슨 이유로도 정당성을 잃어버린다. 비폭력주의와 평화주의가 더욱 절실해지는 것을 한국 현대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폭력과 전쟁은 개인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유도 고찰하게 된다.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것에 결국 희생되는 이들은 젊은 참전 군인이며 살아서 돌아오지도 못하는 참담함까지도 떠안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작가들이 폭력은 부당하다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치고 있지만 전쟁은 여전히 머뭇거림 없이 자행된다는 것에 경악하게 된다. '지친 병사 동상'을 만든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자랑스러운 훈장과 계급이 아닌 지친 병사가 의미한 심오한 의미를 소설은 보여준다.
명령과 복종으로 상명하복을 법으로 규정한 군법에 움직인 군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답변을 한다. 어디로 가는지 몰랐으며 누가 적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적이라고 규정하고 손가락질을 한 이들이 누구이며,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현장에 있는 두 무리가 누구인지 살펴야 한다. 그들의 참혹한 죽음과 폭력에 누가 죽어야 했는지 <소년이 온다>소설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광주민주화운동 책을 통해서도 명확해진다. 소년도 죽고 임산부도 죽어야 하는 것이 폭력이며 전쟁이다. 극단적인 어휘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모습에 온 국민이 경악한 순간이 있듯이 폭력은 정당성을 잃고 참담한 심정을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회복되지 못한 이유의 가해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젊은 영혼을 누가 빼앗았는지, 역사는 기억하지 않으면 거듭 반복된다는 것을 확인할수록 소설의 가치가 높아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자매의 이야기가 2권의 소설에 등장한다. 2000년 부커 상 수상작이며 <타임>이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이다. 종교에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과 답하는 열정이 소설을 가득히 채우면서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눈먼 암살자에 대한 배경과 존재하는 이유가 강열한 작품이다. 쫓기고 있는 인물이 친구들에게 보여준 신의까지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의 용도와 쓰임의 가치가 명확해지면서 소설의 작품성도 높아진다.
잃어버린 것은 한쪽 눈과 한쪽 다리뿐이었을까. 악몽과 비명에 시달리며 분노하는 불구가 된 젊은 참전 군인들이 빼앗긴 것과 잃어버린 것에는 평온했던 영혼까지도 포함된다는 것을 들려준다.
노예의 노동에 의해 권력의 성취를 맛보고 웅대함까지 이룩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잔인함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학살의 기억을 감미롭게 기억하는 행위를 고의적인 기억이며 고의적인 망각이라고 명명한다. 잔인한 행위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기억하는 권력의 웅대함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노예의 영원성과 권력의 영원성에 동원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하나씩 열거할수록 작가의 작품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는 소설이다.
날숨과 들숨은 삶과 죽음의 상징성으로 자리 잡는다. 진정한 숨이 무엇인지 작가는 질문을 던지면서 삶과 죽음을 향한 진정한 의미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게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우리는 매일 위태롭게 곡예줄 위에 서 있다는 사실과 암살자의 의미는 다의적이고 눈먼 암살자는 가까운 곳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조용한 암살자들이 지닌 함축적인 의미들이 다양해진다. 자신이 가진 행운을 모른 채 살아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이야기 전개만큼이나 진주알 같은 숨은 목소리를 찾아서 두 손에 잡는 것도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가 된다.
2권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의 소설이라 읽었으며 그녀의 작품성은 긴 호흡으로 남았다. 학살과 전쟁, 잔임함, 노예, 권력, 동상, 참전 군인, 잃어버린 영혼, 불구가 된 군인, 망가진 사랑과 결혼을 떠올리게 한다.
로라의 언니 아이리스의 결혼은 무사히 안착했는지도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인처럼 사내처럼 키워진 두 딸이 있다. 어머니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흔을 남기는지도 소설은 보여주면서 딸의 결혼에 제대로 취한 아버지의 속내와 언니 결혼을 만류하는 이유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추위에 어린아이와 엄마들이 짐과 함께 쫓겨나는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비정함과 냉혹한 현실을 현대사회에서도 찾는 작업도 놓치지 않게 된다. 1층 상가들이 텅 빈 곳들이 많아지고 있고 비워진 1층 상가는 그대로 헐벗은 상태로 참담함을 고스란히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접목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2권으로 단숨에 넘어가는 가독성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94
온전한 한쪽 눈과 온전한 한쪽 다리 135
비명. 악몽. 분노. 내던져진 유리컵 137
불구가 된 퇴역군인들 151
불필요하게 잔인해요...
잔인함이 필요한 건 도대체 언제지?
그리고 얼마나? 44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 P94
온전한 한쪽 눈과 온전한 한쪽 다리 - P135
고의적인 기억의 행위이자 고의적인 망각의 행위이기도 하지... 그들은 학살의 기억을 감미롭게 회고하지. - P26
노예들의 노동을 통해 ...그 웅대함과 권력을 성취하게 된 것이니까. - P42
불필요하게 잔인해요...잔인함이 필요한 건 도대체 언제지? 그리고 얼마나? - P44
인간의 진정한 숨은 무엇인가? 들숨인가, 아니면 날숨인가? - P51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행운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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