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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악마의 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1
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평점 :
"아일랜드, 시골, 가난, 전형적인 가정, 간호사가 되려고 런던 상경,...
등기소에서 신부님 없이 결혼하고, 신앙을 버리고,... 사랑은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렸고 우리는 헤어졌어. 좋은 여자 퇴장." 결혼이라는 게 그렇잖아. 결혼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문제야. 149
뜨거웠던 여름, 8월의 여름은 그녀에게 어떤 기억들을 남겨놓고 떠났는지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그녀가 사랑한 남자를 따라 선택한 삶은 그녀의 삶의 지표를 모두 뒤집어 놓게 되는 출발선이었다. 그녀의 종교, 그녀가 좋아한 것들을 뒤로 남겨놓고 선택하는 삶이다. 그와 함께 시작한 결혼생활에서 그녀에게는 아들이 생기고 양육하지만 곧 식어버린 남편의 결혼생활로 그녀는 결혼반지를 낀 상태로 별거생활을 하게 된다. 어린 아들을 양육하는 그녀는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는 28살의 기혼녀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시골로 캠핑을 떠난 날이다. 남편의 삶에는 보통의 방식이 아닌 그만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그녀도 한때는 남편의 삶에 익숙했었지만 금방 그녀만의 삶을 다시 원하게 되면서 부부의 사이는 회복되지 못한다. 부부이지만 완전한 부부가 아닌 생활을 유지하면서 결혼반지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의문스러워진다. 그녀는 아들과 남편이 떠난 여름의 시간들을 자신만이 즐길 수 있는 프랑스 여행을 훌쩍 떠나게 된다. 계획에도 없었던 여행을 떠나면서 그녀는 옷들을 구매하고 그곳에서 보낼 기대되는 만남을 희망하기 시작한다.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만난 기혼자 남자, 택시 기사, 호텔 직원, 호텔에서 연주하는 연주자, 무수히 만나게 되는 여행지에서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소설은 하나씩 전해진다. 환상을 가지며 기대하는 남녀들이 금방 식어버리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은 얼마나 짧은지 보여주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보여진 것들이 그들의 전부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부유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만나고 대화하며 바람을 피우는지도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벨벳 소재의 옷을 만진 그녀가 옷의 주인과 만남을 약속하며 만남을 가지지만 그의 실상은 벨벳 옷과는 상반되기만 한다. 호텔에서 연주를 하는 연주자이지만 그의 진짜 삶은 비루하다는 것을 그의 대화를 들으면서 알게 된다. 약혼자가 있고 곧 결혼을 앞둔 그가 자행하는 삶의 방식에는 카메라와 수건, 메모가 존재한다. 그녀의 질문에 그의 답변도 모순적이다. 자신은 바람을 피우지만 양심도 없고 자책하지도 않는다. 그저 약혼자가 그렇게 한다면 슬플 거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그녀에게 목적을 가진 만남으로 이어진다.
8월의 프랑스 여름은 뜨겁고 무더웠다. 그녀에게도 그만큼 뜨겁고 무더운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예쁜 미모를 가진 그녀에게는 수많은 남자들이 접근을 하게 된다. 그들 무리와 함께 떠나면서 일어난 도로에서의 오토바이 운전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서 그녀는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모르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죽음은 복선이 되면서 그녀의 불행을 암시하게 되는데, 그의 죽음과 아들의 죽음은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만약 그녀가 남편과 별거하지 않았다면 아들의 죽음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예측을 하면서 그녀는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프랑스에서 뜨거운 여름날을 보내는 동안 문득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그녀는 아들을 선명하게 떠올리지 못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은 그녀에게 결혼했느냐, 남편이 잘해주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녀의 대답은 냉소적이다. 차가웠던 그녀의 결혼생활과 결혼제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가 고수한 삶을 제대로 응시하면서 진짜 원하는 삶을 직시하게 시작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결국 나를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날들을 떠올리면서 진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언제쯤 혼자 지내는 삶에 익숙해질까? 228
내가 뭘 원하는지 아나요? 나로 사는 삶을 그만두는 것.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어. 깊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필요하다면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요. 232
그녀가 프랑스에서의 8월 여름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심상찮은 성병과 두려움, 지불되지 않은 호텔 숙박비, 여행 떠나면서 구매한 옷이지만 입지 않고 다시 가져가는 옷, 하룻밤 보낸 배우가 종적을 감춘 일, 아들의 죽음을 전화로 듣는 일이다. 무분별하게 소비된 흔적들과 두려움을 남긴 성병과 연락두절된 배우가 그녀에게 남긴 8월이다. 아들의 죽음에 그녀는 호텔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용기를 내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와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야 할 아들은 이제는 집에 없다는 사실을 용기내지 못한다. 어떻게 아들이 도로에서 죽었고 어떤 모습으로 사라졌는지 전남편에게서 듣게 되면서 그녀는 하나씩 조각난 아들의 형상을 끼워 맞추는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돈이 모든 걸 결정하는군.' 죽음에도 병에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돈 때문에 집에 가게 되었다. 218
돌아가도 이제는 없는 아들이다. 그녀가 결혼과 함께 버렸던 종교생활은 결국 아들의 죽음으로 습관적으로 성당을 찾게 된다. 그녀의 기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어야 하는지도 작가는 매만진다. 신앙을 불러놓는 기도에서 시작되어야 아들을 위한 기도도 완성된다는 것을 소설은 전한다. 그녀가 욕망을 찾아 떠난 프랑스 여행이지만 그녀는 참혹한 슬픔과 불행한 소식으로 무너지고 관심을 가졌던 배우와의 하룻밤으로 성병에 걸리면서 두려움에 떨면서 프랑스에서 보내다가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전남편의 집의 이웃사람에게 듣게 되는 소식에 그녀는 전남편이 젊은 여성과 떠났다는 소식에 기뻐한다. "그가 누구를 사랑하던 누구와 만났든 관심이 생기지 않았고, 그가 필요하지 않았고,... 새로운 감각이었다. 이 무관심이라는 것" (227쪽) "이제 앨런은 불멸의 사랑이라든가 영원성 따위에 대해 망상을 품지 않았다." (226쪽) "그를 해방시켰다. 이상하게도 고마웠다. 행복하기를 바랐다. 더 이상 고통은 없다. 아이의 죽음과 ... 집이 두 사람의 결혼을 완전히 종결시켰다." (224쪽)
엘런은 냉정했다. 바비는 벌써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타인, 보균자에 불과했다. 226
비난은 향수와 마찬가지로 앨런이 패기한 감각이었다. 이런 낱말들은 삶과 죽음이란 거대한 문제에 비하면 미미할 뿐이었다. 해변에서 보낸 날들은 빛바랜 꿈, 오직 질병만이, ... 돌, 지나가는 자동차만이 실제했다. 227
'무엇이든, 누구든 껴안지 않으면 죽고 말 거.'... 급기야 두 팔로 자기 몸을 끌어안았다. 207
쓸데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결혼반지... 벗겨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을 향해 힘껏 던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마지막으로 남편을 버렸다.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고, 후회하지 않았고, 바다의 어둠에 사로잡혔고,... 다음 날 상쾌한 낯빛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일찍 잠들기로 했다. 64
휴 휘슬레를 떠올렸는데 그가 떠난 것에 아무런 유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의 무관심 덕분에 이 모임에 발 들이게 되었고 94
그녀가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빛바랜 프랑스 여행에서의 날들과 만남이 지닌 후유증까지도 멀리 보내버리기 시작한다. 비난하지도 않는 앨런의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게 된다. 전남편이 자신에게 무관심하였던 것을 이제서야 알아차린 그녀가 남편을 버리게 된다. 결혼반지의 의미와 그녀가 남편을 마지막을 버리는 용기도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전남편의 집과 아들의 죽음이 그녀의 결혼생활을 끝내게 한다. 더 이상 이어지는 결혼생활은 없다는 것, 그녀를 불행하게 할 이유도 없음을 보게 된다.
시드니가 말하는 여자들은 누구인가. 그 여자들은 시드니에게 장식품이라고 말한다. 결혼을 습관적으로 한다는 대답도 예의주시하게 하는 소설이다. 결혼제도를 답습하면서 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반문하게 된다. 식사와 돈, 걱정으로 더럽혀진 나날들에서 잘 선별해 낸 특별한 것과 특별한 순간을 이야기 듣고 싶어한 앨렌이 기억에 남는다. 문학도 그러하다. 특별한 것과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며 작가가 독자와 함께 대화 나누고 싶어한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회는 그녀의 문학을 불태우고 금서로 만들었지만 그녀는 여자 삼부작을 집필한 작가이다. 도전하고 대담한 작가의 소설에서 작가가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보였다. 그리고 작가만의 방식으로 꼬집는 문제들까지도 포착할 수 있었다. 부자들과 돈, 소비 형태를 살피며 앨런의 악마같은 8월의 이야기는 멋지게 마무리된다.
그 여자들은 장식품이야... 결혼했었어? 다들 결혼하잖아요. 다소 씁쓸한 듯 말했다. 습관적으로.
"난 세 번 했어." 시드니가 말했다. 기억나는 결혼 있어요?... 엘렌은 식사와 돈과 일상의 걱정으로 더럽혀진 나날들에서 잘 선별해 낸 특별한 것, 특별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117
결혼했었어? 다들 결혼하잖아요. 다소 씁쓸한 듯 말했다. 습관적으로."난 세 번 했어." 시드니가 말했다. 기억나는 결혼 있어요?... 엘렌은 식사와 돈과 일상의 걱정으로 더럽혀진 나날들에서 잘 선별해 낸 특별한 것, 특별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 P117
쓸데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결혼반지... 벗겨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을 향해 힘껏 던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마지막으로 남편을 버렸다.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고, 후회하지 않았고, 바다의 어둠에 사로잡혔고,... 다음 날 상쾌한 낯빛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일찍 잠들기로 했다. - P64
비난은 향수와 마찬가지로 앨런이 패기한 감각이었다. 이런 낱말들은 삶과 죽음이란 거대한 문제에 비하면 미미할 뿐이었다. 해변에서 보낸 날들은 빛바랜 꿈, 오직 질병만이, ... 돌, 지나가는 자동차만이 실제했다. - P227
엘런은 냉정했다. 바비는 벌써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타인, 보균자에 불과했다. - P226
그를 해방시켰다. 이상하게도 고마웠다. 행복하기를 바랐다. 더 이상 고통은 없다. 아이의 죽음과 ... 집이 두 사람의 결혼을 완전히 종결시켰다. - P224
이제 앨런은 불멸의 사랑이라든가 영원성 따위에 대해 망상을 품지 않았다. - P226
그가 누구를 사랑하던 누구와 만났든 관심이 생기지 않았고, 그가 필요하지 않았고,... 새로운 감각이었다. 이 무관심이라는 것 - P227
‘돈이 모든 걸 결정하는군.‘ 죽음에도 병에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돈 때문에 집에 가게 되었다. - P218
남자들도 여자들도 언제쯤 혼자 지내는 삶에 익숙해질까? - P228
내가 뭘 원하는지 아나요? 나로 사는 삶을 그만두는 것.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어. 깊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필요하다면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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