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
크리스토프 앙드레.알렉상드르 졸리앵.마티유 리카르 지음, 김수진 옮김 / 정민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철학자, 불교 승려가 공동으로 출간한 도서이다. 세 사람의 접점은 없는 듯하지만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세 명의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하나의 하모니가 연주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결같은 흐름, 하나의 음색이 다양한 색채로 연주가 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책장을 덮은 책이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먼저 던지게 된다. 그리고 그 해답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떠올려보게 한다. 그 많은 떠올림들을 180가지, A부터 Z까지 알파벳 순서대로 열거하면서 화두들이 차곡히 담긴 도서이다. 세 저자들의 경험과 학식과 통찰력들이 어우러진다. 결코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누구나 교양도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한 가지씩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길지 않은 내용글을 담아낸다. 그래서 집중력도 높다. 하나의 화두를 오랜시간 부여잡으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내용들이 많았던 책이다.

지혜를 함양하는 자는 ...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 10

휴식하라. 고행 속에 있는 즐거움을 발견하라.

부단한 연습과 노력을 해야 한다 9

나에게 지배당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9

행복은 지혜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71


책이 담는 목소리들의 결들이 좋았다. 무수히 읽었던 책들과 경험들이 이 책을 읽는 시간에도 다시금 떠올랐다. 책의 많은 저자들의 목소리들은 독자들에게도 적잖은 변화와 계획과 실천, 결단력, 움직임, 꾸준함 등을 이끌어 줄 것이다.

새해가 다가온다. 누구나 새해에는 새해 결심들을 세운다. 이 과정에 이 책의 내용들이 좋은 등불이 되고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다짐만 하는 지혜가 아닌 실천하는 지혜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세 명의 저자의 책이다. 추구하는 삶의 방향등과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은 책이다. 저마다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하나의 점을 이룬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읽는 독자들에게도 바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읽는 독자들만이 보게 될 것이다. 읽고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공감하며 즐기는 행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용기. 비폭력. 친절. 이타심 & 개인주의, 이기심 346

나 우선주의 9

자기배려. 헌신. 관대함 346

지혜가 지닌 회복의 힘을 믿는다. 12

불안에 무릎 꿇지 말라. 47

수용과 체념을 혼동한다. 24


무수히 많은 내용들을 메모한 책이다. 철학적인 내용들도 좋았고 쉽게 이해하도록 담아낸 책인 것도 좋았다. 180가지를 일상 속에서도 5분만 투자하면서 읽으면 매일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는 책이다. 매일 아침마다 우리가 명상을 하고 나의 마음을 살피며 기도를 하는 이유들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지혜가 주는 회복의 힘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불안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두려움에도 침식되어서도 안된다. 다양한 것들이 우리를 매일 공격한다. 그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도 우리는 매일 깨달아야 한다. 자신을 깨닫는 시간은 매일 필요하다. 그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들을 채워주는 것이기도 하고 비워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좋았다.

물질주의적인 환경의 악영향과 이기심, 나태함으로... 악습에 ... 지혜는 매일 아침 초기화된다...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유지하는 작업을 해야... 현대 철학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13

다들 좋아하니 나도 좋아한다... 나의 취향. 나의 행동. 통상적인 말. 통상적인 일을 외부에서 빌려 와 내 것인 척하고 있다. 10

거짓 행복. 현실 왜곡 10

붓다는 ...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다. 고통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하는 것이 목적. 원한, 욕망, 분별력 부족, 오만, 질투 등 뿌리 깊은 원인을 근절하지 않는 한 오래도록 남는다... 내 가르침도 철저히 살펴야 한다. 72~73


미디어는 발달하였다. 무수히 쏟아내는 광고에 떠밀리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잠잠히 돌아보아야 하지만 현대인들은 일에 밀리고 노동에 떠밀리고 피로에 치쳐서 생각할 시간을 잃어버리는 시간을 잃은 현대인들이다. 잠시 나만을 위해, 오롯이 자신을 위해 시간을 가져보자. 연대와 사랑과 이타적인 삶이 가져다주는 유익함부터 떠올려볼 수 있었던 책이다. 그리고 고통과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슬픔에 침식된 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글귀도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질병과 불안에 흔들리는 현대인들이 행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눈을 뜰 수 있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철학자, 불교 승려의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읽은 많은 책들의 집대성과 같았던 책이다. 그리고 귀결점은 하나였다. 그것이 가지는 색상과 단어는 이 책에서 독자들이 만나게 될 것이다. 흰색과 사랑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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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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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영화 원작소설 작가의 신간소설이다. 이유 불문하고 펼친 장편소설이다. 아일랜드의 한 소녀가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건에 이 소녀가 음식을 몰래 먹지 않는지 관찰하는 업무로 고용된 두 간호사 중의 한 명인 리브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리브는 영국인 간호사이다. 아일랜드에서 하게 되는 업무내용은 어떠한 귀띔도 듣지 못했기에 이 소녀를 관찰하라는 업무에 당황스러워한다. 이 소녀는 어떻게 4개월 동안 먹지 않고 버틴 것일까? 누군가 사람들을 몰래 속이고 음식을 먹이지는 않았는지도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소녀는 건강하였다. 그동안 하느님의 만나를 먹었다고 말하는 이 소녀의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계속 의구심을 가지면서 책장을 멈추지 못했던 소설이다. 궁금증은 증폭된다. 아이는 적인가? 무정한 죄수인가? 리브 간호사가 보이는 적개심과 의심을 곧추세우면서 계속 책장을 넘겼던 소설이다.

하얀 얼굴 뒤에 비밀을 숨긴 아이. 하얗게 칠한 무덤 같은 아이 141

그 아이 부모는 애나가 열한 살 생일 이후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20


이 소녀에게 집중하게 한다. 이 소녀가 하는 모든 것들을 퍼즐처럼 끼워 맞추어야 한다. 어떤 단서들이 있었던 것일까? 비밀이 보였고 무덤이 보였던 소녀이다. 어떤 비밀이 이 소녀에게 있었던 것인지 따라가보는 작품이다. 무덤을 만드는 이 소녀의 기도와 믿음은 얼마나 잘못된 것들이 넘쳐나는 어른들의 폭력들인지도 되짚어보게 한다. 많은 인물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세워놓은 세계에 이 아이는 얼마나 희생되어야 그들은 멈출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을 거듭하면서 읽게 한다. 그들이 만든 성은 얼마나 견고한지도 이 작품을 통해서 보게 한다. 아직 어리고 제대로 세상을 이해하기에도 이른 이 소녀에게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보게 한다.

거짓말에 대해서 작가는 예리하게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녀의 거짓말보다도 어른들이 하는 거짓말의 세계를 이 작품에서 듣게 될 것이다. 그 무궁무진한 어른들의 거짓말을 새롭게 마주한 시간이기도 하다.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건 ... 이 나라 전체일까? 222


종교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종교적 이야기들이 소녀를 통해서 전해진다. 이면에는 종교적 계산이 숨어있기도 하다. 두려움을 자극하며 이루어진 어리석은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더욱 움푹 파여가는 웅덩이가 된다. 이 웅덩이에 빠진 이 소녀는 자신의 무덤을 만들기 시작한다. 단식의 위험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이 소녀는 어떻게 될까?

세상이 속고자 한다면 속게 내버려 두어라. 격언 130

지주들. 옥수수를 해외로 보내고. 비싼 소작료. 소작농 쫓아내고. 오두막에 불 지르고.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었던 정부 관료들. 248

전쟁터 간호사. 서류작업 고충 토로 / 관료들이란 빌라도처럼 모든 일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냉혈한 집단이에요 (신문기자. 번) 252


앞서 읽었던 <동물, 채소, 정크푸드>의 책 내용이 이 소설에서도 신문기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인 아일랜드의 기아와 굶주림에 대해서도 더욱 단단하게 쉽게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쟁터에서 서류작업이 제일 힘들었다고 고충을 말하는 간호사의 이야기도 기억나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도 행정처리가 우선시 되는 모순적인 것을 들추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이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어떤 심장일까? 이 소설에서는 두 엄마가 등장한다. 아이의 죽음에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선택을 강행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지시받은 일만 하면 돼요.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 말고요. 237

수녀의 모습도 계속 주시하게 한다. 수녀원의 지시에 복종하기만 한다. 생각도 거부한다. 미동도 없는 움직임이 작품 속에 내내 흐른다. 오랜 시간 교육받고 훈련받은 수녀의 모습은 수동적일 뿐이다. 반면에 영국인 간호사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이 간호사의 내적 갈등과 의심의 목소리들을 따라가는 작품의 흐름도 이 작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책장은 빠르게 넘길 수 있었던 작품이다. 어느새 중반에 도달하고 후반부에 있었다. 궁금증이 점점 증폭되면서 이 책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소설이다. 책표지의 디자인도 눈길을 끈 작품이다. 신문기사였던 인물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된다. 해고와 시련, 실패, 다시 시작이라는 끈끈한 이해관계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문장도 기억해야 하는 문장이 된다. 소녀의 기도에 대한 이야기들도 기억에 담는 소설이 된다.

좋은 간호사는 규칙을 따르지만, 최고의 간호사는 언제 규칙을 깨야 하는지 알아요. 339쪽

진실을 기사로 썼다가 해고당하지 않았던가? ... 그 일로 더 온전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해고 자체보다는 그 시련을 이겨낸 일로, 실패하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314

​기도하면서 들은 침묵은 주님이 귀를 기울이시는 소리였어요. 156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그 비밀은 독자들이 만나야 하는 비밀이 된다.

놀라움에 이어 안타까움이 많아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더 원더 영화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없지만 소설에는 있는 무수한 것들을 원작소설에서 만나보았다.

영화가 지닌 매력에도 빠져보면서 원작소설도 만나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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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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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이렇게까지 몰고 간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대체 왜 그 이야기를 저에게 남겨둔 것일까요. 21

드라마 <안나>를 보고 내용에 이끌려서 이 작품을 읽었다. 작가의 작품은 두께감보다도 더 두꺼웠다. 인물들이 드러내는 다양한 성향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무엇도 가볍지가 않았다. 사회적 풍습에 의심 없이 스치면서 지나친 것들의 당위성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화려한 옷, 가방, 신발, 학위, 결혼이 단단한 벽을 이루지는 못하면서 이 작품의 이유미, 이유상이라고 불리는 그녀와 그라는 인물에 의해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믿는 허상이 과연 완전한 것일까? 쉽게 은밀한 곳에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위조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웠다. 그것이 과연 이유미만의 잘못이었을까? 그것들이 가지는 상징성에 쉽게 동요되면서 이끌려간 많은 인물들에게는 잘못이 없었을까?

원피스, 구두, 가방, 화장품, 그런 것들이 인생을 바꿔줄 거라고 믿다니. 정말 어리석죠. 저는 ... 믿을 건 원룸 건물. 이것뿐이라니까요. 73

속는 자와 속이는 자는 함께 쾌락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197


이 세상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있는 사회일까? 이유미가 다양한 인물로 살아간 거짓된 인생은 그녀만의 잘못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역할 대행업체가 필요한 사회이며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근무 조건을 강요했던 사회가 이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길거리의 젊은 여성들이 낮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이 사회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이 사회의 무수한 것들이 등장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속는 자와 속이는 자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속는 자인지, 속이고 있는 자인지 진중하게 생각해 보게 한 문장도 만나게 된다. 함께 쾌락에 빠져들고 있지는 않는지 지금의 우리에게도 질문하는 작품이다.

한 집에서 이십 년.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133

고학력 무능력자. 막연한 꿈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영화잡지사 인턴 79

나는 무덤을 지키듯 집을 지켰어. (작가 남편) 217

사랑하는 거예요. 당신은 저런 사랑해 봤어요? 우리는 맞선을 보고 이 주 만에 결혼을 했죠... 우리가 참을 수 없는 패배감을 느꼈단 사실... 이제 네 인생을 살란 말이다. 152


진짜 삶에 대해서도 작품은 언급한다. 이제 네 인생을 살라고 단침을 놓는다. 진짜 삶과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도 묻는다. 잘 지키면서 살아온 날들이 진짜 삶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가져다주는 헛헛함을 이혼을 청구하는 어머니에게서 만나기도 한다. 무덤과 같은 집을 지키는 것의 의미와 노력도 작품은 매만진다. 인생에는 정답은 없다. 잘 살았던 것 같은 삶이지만 무의미한 허상으로 부유한다면 가치가 없는 인생이 될 뿐이다.

어머니. 더는 견딜 수가 없는 거야. 한 번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지 못했는데. 늘 꼼짝도 못하게 나를 짓누리며 살았는데. 132

아버지는 평생에 걸쳐 인간을 의심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구약의 세계관을 따랐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자기 삶을 위험하게 몰아가거나 경계의 도마 위에 올리지 않았다. 진정한 회의주의자는 엄마였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였다. (이혼으로 남편. 집. 재산. 홈시어터 잃어버렸다.) 187


죽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른 노부부에게 위기가 닥친다. 위암 말기인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아내의 상황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를 충분히 알게 된다. 이혼으로 남편과 집과 재산과 최신식 홈시어터까지 잃어버리는 아내의 이혼이라는 선택은 진짜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기 때문이다. <소망 없는 불행> 페터 한트케의 작품의 어머니가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와 맥락을 나란히 한다. 그녀들이 결단하고 실행하는 것은 이혼과 자살의 형식이다.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면서 세월을 허송세월하지 않고 실행한 것들이다. 왜 그녀들은 자신의 결혼을 그렇게 온점을 찍었을까? 그녀들의 결혼생활이 답을 해준다.

작가의 글작업. 육아 독박. 나는 그 애가 미웠고...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도록 짓뭉개버리는 환상을 보기도... 102

그 여자는 한때 자신에게 있었던 생기와 아름다움을 남편과 아이에게 빼앗겼다고 믿으며, 그들을 남몰래 증오했다... 그들은 이제 그 여자의 이름이고, 집이고,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104


작가의 글작업이 고된 작업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많이 보게 된다. 글을 쓸 때 행복했다고 말하는 이유상의 말에 의심을 품는 작가의 마음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글을 쓰는 작업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고난을 이 작품의 여성 작가에서도 만나게 된다. <고스트 라이터>소설의 화자가 보여준 모습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이를 독박으로 육아하는 여성 작가에게는 엄청난 시련임을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모성이 부서지고 환상을 보는 상황이 전개된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면서 제자리에 머무는 시간에 남편은 업적을 이루어가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서서히 지워지는 자신의 이름을 자각하면서 모성도 퇴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둠의 세계인 타락으로 멈추지 않고 돌진하는 모습도 이유미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기도 하다. 왜 이 여성들은 멈추지 못했을까? 자신이 망가진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계속 걸어들어갈 뿐이었다.

여러 여성 인물들이 자신을 찾는 여정이 전개된다.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의지를 보이는 다양한 여성들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 하나같이 아프게 상처투성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상처받지 않고자 하였던 여성들은 어느새 상처받고 멍투성이로 자신의 것을 찾기 시작한다. <난파선>이라는 작품이 상징하는 의미를 다시금 되돌려보게 한다. 여성 작가도, 이혼을 요구한 어머니도, 이유미도 난파선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진정 우리는 잘 살고 있는지 질문해 주는 작품이다. 여성으로써 잘 살고 있나요? 살기 좋은 세상에 여성으로 살고 있나요?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난파선. 다이버 직업. 넉넉한 급료가 쥐어진다... 하지만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 26

자신이 텅 빈,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난파선. 둥둥 떠다니는 부속물. 이끼류. 그것이 바로 자신인 것이다. 36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신앙이 있고 권사라는 직분이 있지만 가정 안에서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신앙인이 등장한다. 딸아이에게도 자신의 욕망을 내세웠고, 새 가족을 결혼으로 받아들이지만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신앙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작품은 매만진다. 권사 어머니의 손은 기이하다고 말한다. 왜일까? 사랑이 없는 삶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가면을 쓴 신앙인은 아닌지 우리들에게 묻는 작품이기도 하다.

권사 어머니. 기이할 만큼 메마른 손이었다.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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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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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며 23편의 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완벽한 남편, 완벽한 딸, 완벽한 거짓말. 4년 전의 거짓말을 고백하는 여성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인생 최고의 거짓말이 무엇이었을까? 경찰도 친구들도 가족도 모두 믿었던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의 진실을 만나는 작품이다.

복선은 깔려있는데 도무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야기 흐름에 책장을 멈추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서 책장은 쉽없이 넘겨진다. 로맨스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연애, 결혼, 아이 출산, 결혼생활들이 전해진다. 그리고 4년 전 남편과 아이가 죽었다고 전한다. 이유와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글을 쓰는 작가들이 가지는 중압감과 피로감, 가중되는 책임감, 기대를 부응하는 작품이 나와야 하는 압도감까지도 작품에서 충분히 느끼게 한다. 여성작가인 헬레나, 그녀의 대리인 케이트의 관계에서도 뾰족하고 냉담한 사회적 관계를 느끼게 된다. 규칙을 열거하면서 서로 필요에 의한 관계를 가진 여성작가이다. 그녀의 집 앞의 문구에서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그녀에게서 미소가 흐르는 순간이 흔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내면을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게 되는 작품이다.


서로가 다른 두 인격체가 부부가 되어 사랑을 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 결혼이다. 두 사람이 향했던 충실함은 무엇이었을까? 작품 속의 여성작가는 그렇게 서로가 향했던 충실함을 깊게 들여다본다. 우리도 그러한 시간을 가지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에 충실함을 보이면서 부부라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광기의 연료가 따분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사들인 것. 소파. 텔레비전 48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피상적인 주부들의 짧은 도피, 만신창이가 된 인간관계 같은 것들 48

집이 슬퍼 보인다. 52

삶의 세세한 부분을 절대 공유하지 않는 사람 72

집이 슬퍼 보인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집은 거주하는 세대원들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화려한 집, 화려한 가구와 가전들이 그들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만은 아니다. 진솔하고도 진실한 모습이 아닌, 허영과 사치로 치장한 것들은 슬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행복을 꿈꾸었던 작가의 아이, 작가의 어머니를 기억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여성작가인 헬레나는 불안과 분노라는 감정들을 부여잡았던 것일까? 아이에게 보였던 행동, 이웃집 여성에게 언급한 연행도 그녀에게는 문제적 결과를 기록할 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언행하는 이유들을 그녀의 어린 시절과 그녀의 출생, 성장한 환경까지도 되짚어보면서 읽게 한 작품이다. 그녀의 대필 작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녀의 진심 어린 후회와 바램들을 짐작하게 한다. 좋은 사람들을 부모로 만나고, 좋은 사람들과 사랑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웠더라면 자신의 인생도 분명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 내가 당신을 알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395

풋사랑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이때의 사랑은 가장 밝게 티오르고, 가장 세게 강타하며,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린다. 46


그녀의 무뚝뚝한 말투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규칙에는 이유가 분명했다. 그 이유에 대한 답변들을 케이트에게 편지한 글에서도 밝혀진다. 그녀가 늦었지만 미안하다는 말과 진실한 자기반성과 자기 용서들을 남긴 편지글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묘비명에는 간략하고도 분명한 묘비명이 그녀의 삶을 말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우리는 이 말 한마디를 듣기도 힘들고 말하기도 힘든 어리석은 인간들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진실을 말했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게 된다. 82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모든 부모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 신의 경고였는지도... 신이 내 삶의 이야기에 써 내려가는 복선. 229

싸워야 했던 모든 갈등, 내 딸에 대해 가졌었던 끔찍한 악의 242

그런 사람들의 잔인하거나 바보 같은 행동은 일종의 선물인 셈이지. 우리는 그 사람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을 보게 되는 거니까. 사람들을 볼 때 아주 신중하게 관찰하면 돼. 관찰하고 기억하는 거야. 자기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스스로를 관찰하는 거야. 294~295

자기 내면에 있는 진짜 모습을 아주 신중하게 관찰하라는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자신을 회고하는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 된다. 그러한 거듭됨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할지, 퇴보할지 결정이 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면서 읽었지만 예측은 불발하였고 짐작하지도 못했던 원인을 발견하면서 거짓말의 이유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난소암과 뇌종양 암환자에 대한 내용도 전개되고 범죄 사건도 다루는 내용이기도 하다. 비밀스러운 거짓말의 진실은 독자들만이 누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멋진 작품이었다. 대필 작가와 첫 만남의 장면도 반전이 있었으며 인생의 즐거움을 잃은 말기 암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즐거움을 주며 기쁨도 주었던 한 인물의 많은 행보까지도 모두 기억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맞춰가야 한다는 걸. 너는 나와 달랐고, 나는 너에게 맞춰주지 못했어. 그게 미안하다. 303

두 명의 암환자가 비교된다. 한 여성은 용감하게 죽음과 싸우는 여성이었지만 다른 여성은 암에는 전혀 대응하지도 않고 오로지 마지막 작품에만 매진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매달렸던 것일까? 이 작품이 답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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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귀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 마음과 철학을 담아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난청, 이명, 어지럼증 이야기
문경래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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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질환으로 불편함을 경험한 환자이기에 이 책을 펼치게 된다. 청력 검사도 여러 병원에서 해보면서 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어깨 근육의 뭉침과 턱관절을 설명해 주시면서 귀 통증을 처방해 주셔서 근육 뭉침을 의식하면서 스트레칭과 평소의 자세와 태도를 바꾸었더니 좋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귀가 아프면 정말 삶이 힘들다. 귀 통증으로 무수히 검색하면서 알게 된 난청, 이명, 어지럼증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불편함과 통증을 알기에 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책은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는 만큼 이해하게 되고 나쁜 습관과 태도도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각과민증은 단순히 예민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글에는 눈물도 흘리기도 했다. 글을 읽다 보니 많은 수술과 진료로 과중된 업무를 처리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따스함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은 책 한 권이다. 글에서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고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진실되어서 훈훈했다.

불안감을 내려놓아야 한다... 기도하며 나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59

돌발성 난청. 이명. 청각과민증. 고막 떨림은 모두 불안해하면 할수록 더 심해진다. 59


전문적인 내용들이 친절하고도 쉽게 설명되는 책이기도 하다. 검색하고 카페에 신뢰할 수 없는 글들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의의 책인 만큼 믿고 읽으면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책이다. 나의 질병에도 온갖 흐릿한 정보들이 많아서 의료진의 글들을 찾아서 종합적으로 이해한 날들이 있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의의 책에서 배워보자. 그리고 이해하는 만큼 치료와 치유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이 그러하다.

난청, 이명, 어지럼증, 보청기, 치매, 청력 검사 등 많은 환자 예시를 설명하면서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난청의 심각도와 인간의 감각 기능 중 가장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청력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도 책은 전한다. 어린이 청력 검사, 메니에르병으로 인한 난청 때문에 보청기 사용, 뇌종양을 발견한 귀 질병, 인공와우 수술은 2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 노부부가 난청으로 진료받고 보청기를 만족한 사례, 이명으로 웃음을 다시 되찾은 환자 이야기 등이 무수히 담긴 책이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결국 노력하고 버티고 기다리고 지나고 나니,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144


무엇보다도 저자인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직접적인 질병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환자분들과 같은 경험을 하였기에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함을 무엇보다도 아는 전문의이다.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과 귀를 살피라는 신호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 피로, 우울감, 수면 부족, 바이러스 질환 끝인지 진료진과 함께 살피고 치료받고 치유받아야 하는 것이다.

돌발성 난청 원인. 스트레스가 많고 피곤하거나, 과로하거나, 바이러스 질환 끝이거나... 이럴 때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53

치료는 전문 의료진. 환자는 마음 내려놓기. 찾아오는 날들은 분명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61


많은 질병들의 공통적인 원인은 중첩되는 듯하다. 마음과 생활습관을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내려놓음에 대해서도 책은 언급한다. 환자는 스스로 자기 몸을 보살펴야 한다. 돌아보면서 나쁜 습관들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양한 귀 질환과 질병을 전문적으로 쉽게 설명해 준다. 해당되는 질병이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료진과의 진료로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한 진단이 있다는 것도 책에서 언급된다. 잘못 알려진 사실들과 방치되는 환자들이 없도록 귀 질환을 가진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는 책이 될 것이다.

햇빛을 보면서 운동하면 좋은 이유, 잠을 푹 자면 좋은 이유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질병에 따른 식사법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 어지럼증으로 균형잡기 연습법도 담긴 책이다.

기대한 것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책이었고,

기대한 것보다도 더 많은 내려놓음을 배웠던 책이었다.

좋은 생활습관과 식습관, 운동습관까지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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