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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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이방인』을 썼다는 알베르 카뮈에 이끌려서 고른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지만 책 제목과 책표지 그림은 익숙하다. 당시 판매 금지를 당했다는 이유도 설명된다. 당시의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생생하게 소설로 그려낸 작품이며 '누아르 소설'장르를 열어준 작가이다. 탐욕과 욕정을 다루는 소설로 미국 사회를 내밀하게 살피는 작품이다.

신이 자신들의 이마에 키스한 것이 아니라 악마가 자신들과 함께 침실로 간다는 사실을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방랑자이며 떠돌아다니는 남자는 24살 프랭크이다. 우연히 식사를 하고자 들어간 식당에서 일꾼을 구한다는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식당과 주유소를 함께 운영하는 곳에서 정비사로 일을 하게 된다. 한곳에 머무르지도 못하는 프랭크는 집시처럼 떠돌아다는 것을 추구하는 젊은 남자이다. 그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사장의 부인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프랭크와 사장 부인의 밀애가 시작되면서 사건은 전개된다. 결혼생활을 만족하지 않는 부인은 프랭크에게 제안을 하게 되고 프랭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은 점점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악마가 이 두 사람과 밀접하게 잘 지내고 있음을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들의 계획은 잘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사장을 살해하고 그들이 계획한 일들이 잘 진행되었는지는 소설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양말조차 없는 방랑자는 그 여인과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여인은 그와 떠나게 되면 간이식당이며, 길이라는 말로 그와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려낸다. 함께 떠나는 것이 아닌 다른 제안을 하면서 사건은 엉키고 그들이 믿었던 사랑은 민낯을 드러내면서 섬뜩한 긴장감까지 느끼게 한다. "당신이 날 죽일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프랭크, 나도 똑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어."

프랭크가 식당 부부를 떠났지만 다시 이들 부부 곁으로 귀향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는 그저 그곳에서 일하던 녀석에 지나지 않았고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아무개일 뿐이었다고 떠올리게 된다. 식당 주인은 매번 일꾼들이 떠나버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왜 그들이 자신의 식당을 박차고 떠나는지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들이 일하지 않고 떠나는 것에만 불만을 드러낸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 부인이 남편에게 불만을 가지는 이유들도 부인의 대화에서 전해지기 시작한다. 정장 네 벌과 실크 셔츠가 열두어 벌을 가진 사장과 프랭크가 노동자가 되어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고 등에 인쇄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상황을 부인은 관찰하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의 몫을 챙기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몫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드러난 불만은 악마의 초대에 기꺼이 손을 잡게 된다. 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이는 살인 계획은 미국 사회의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작품이 집필되었음을 설명해 준다.

사랑이 없는 부부, 이상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관계로 부부라는 인연이 이어지면서 자신의 탐욕을 채우고자 하는 서로의 모습들이 내면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밀애하는 두 사람이 계획한 일을 이루고 나서 위기 상황에 서로가 드러내는 내면의 모습도 놀랍게 전개된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어질지, 끊어질지는 소설이 말해준다. 악마의 속삭임은 달콤하고 천국에 있는 듯이 이들을 끌어당긴다. 사랑이라는 착각 속에서 악마가 이끄는 것들은 살인을 계획하고 모의하며 실행하는 방식으로 어둡고 칙칙한 지옥과 다름없는 삶으로 점점 깊숙이 끌어당기는 것을 이들은 전혀 눈치채지도 못한다. 폭력적이고 탐욕이 얼마나 영혼을 파괴하는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사실적으로 전해지는 소설이다.

고양이가 죽어있었던 장소에 다시 커다란 고양이가 다시 이들에게 찾아오게 된다. "난 지독한 고양이야."라고 말했던 그녀의 이야기와 생애와 죽음을 지독한 고양이를 통해서 들여다보게 한다. 그녀의 곁에는 술과 함께하였던 키스와 죽음이 깊게 드리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에게는 꿈이 있는 키스와 생명을 함께하지 못했던 이유들을 반대로 떠올려보게 하는 소설이다. 그녀에게 꿈이 있었던 결혼이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면서 살았더라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녀가 계획한 죽음의 늪에서 그녀가 재판을 받으면서 경험한 위기의 순간과 배신이라는 늪은 공포감과 두려움이 엄습했음을 충분히 엿보게 한다. "술 취한 키스가 아니라 그 안에 꿈이 있는 키스를.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서 나오는 키스를." (163쪽)

거짓으로 위장한 결혼생활과 일해서 뭔가 되고 싶었던 아내 코라의 깊숙한 말까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일하지만 무엇도 되지 못하였던 코라를 보면서 <인간실격> 드라마의 부정이가 보였다. 함께 일하지만 여성이 자신의 몫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는 기우뚱한 사회임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코라가 결혼하게 된 배경적 이유도 의미심장하다. 작고 하얀 새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아내 코라는 파티에서 만났던 남편을 진짜 사랑하지 않았음을 엿보게 된다.

절제력을 상실한 프랭크의 삶에서 평생의 실패작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돈을 벌었지만 돈의 행방은 쉽게 사라져버린 이유도 이야기된다. 쉽게 벌었던 돈은 쉽게 달아나버리는 단편적인 상징성을 띈다. "분명히 말하지만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 벌었지만, 그런 다음 잃어버렸어." (57쪽) 바닥에 두 사람이 가라앉았음을 분명히 직시한다. 무의식이 살인하였다고 말하는 이가 들려주는 말을 통해서 두 자아도 언급된다.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랑이 아니며 미움이라는 것도 분명한 어조로 강조하는 작가이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졌는지, 미움으로 변질되었는지도 소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그건 미움이야. - P160

분명히 말하지만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 벌었지만, 그런 다음 잃어버렸어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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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 순간의 감정부터 일생의 변화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모든 것
막스 니우도르프 지음, 배명자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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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수술을 갑자기 하게 되면서 수술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인지가 필요했는데 이후에도 호르몬에 대한 책들은 여전히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임신과 출산, 영유아기, 사춘기, 젠더와 색슈얼리티, 식욕과 체중 조절, 장내미생물, 성인기, 갱년기, 노년기, 삶의 질과 호르몬에 대해 내용들로 구성된다.

성호르몬 감소가 노화를 가속시키는 갱년기에 대한 내용과 노년기에 대한 내용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울한 늙은 여성을 마녀로 취급당했던 시대와 19세기 화형 대신에 정신병 치료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늙은 여성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도 소개된다. 『마녀』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를 다루는 책과 인문학 책 모나 숄레의 『마녀』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책 내용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늙은 여성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이지만 이해력이 부족하였던 시대에서는 가혹한 화형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시대도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마녀라고 불렸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갱년기의 악명 높은 증상은 열성 홍조와 다한증이라는 것과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아무 증상 없이 지나가지만, 대략 3분의 1은 직장 및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아주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이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보다도 불면증과 행동 변화를 경험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도 언급된다. 독성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과 또 다른 하나도 저자는 유추하게 된다. 열성홍조, 관절통, 질 건조를 더 많이 겪는 이유도 설명되는 만큼 무엇을 관리해야 하면 좋은지도 책은 설명해 준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계속 투여할 경우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전해지는데 유방암, 난소암, 심장 질환 위험에 노출될 위험성도 인지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대체의학으로 처방되는 식품과 비추천하는 식품도 전해지는 만큼 갱년기를 준비하는 여성과 진행중인 여성에게 유익한 정보이다.

프라이팬 코팅 재료, 포장 재료, 물기 얼룩에 강한 PFAS와 화학공장 인근에 사는 여성에게 조기폐경이 일어나는 경우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이외에도 어떤 제품들이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신호인지도 꾸준히 인지해야 한다. 연구결과들을 꾸준히 확인하다 보니 안전한 제품보다는 안전하지 않은 제품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에 놀라워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제품 사용을 피하게 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어린 여학생들에게도, 젊은 20대 여성에게도 위험한 질병이 위협적인 이유들을 이해하게 된다. 무엇이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힘이 절실해진다.

폐경 이후를 황금기라고 하는 이유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설명된다. 현명한 사람, 위대한 여성이라고 더 높은 직책을 주는 사회, 사회적 자유를 더 많이 누렸다는 사회가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반면 한국 사회는 폐경기 여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회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억압하는 사회인지, 자유로운 사회인지 긍정적인 여성인지, 부정적인 여성인지 지긋하게 질문하며 둘러보게 된다.

많이 움직여야 하는 이유도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체중도 최근에 2KG을 감량했지만 3KG을 더 감량하고자 노력 중이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체중조절까지 관리하는 상황이라 고른 책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놓이는 방안인지도 언급된다. 뇌를 이해하며 호르몬을 이해할수록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거듭 다짐하게 된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건강관리하고자 고른 책이다.

네덜란드 표준사전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신체활동과 근육 비율이 왜 중요한지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 『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여러 해 여름이 지나고 백조들 죽다』 장편 소설도 소개되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드』에 대해서도 노년기에서 언급된다. 긍정적인 마음이 왜 중요한지 이 책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수면 리듬과 건강한 식습관, 많이 움직여야 하는 이유들도 언급된다.




아마도 적게 움직이고 독성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
- P313

폐경한 여성을 현명한 사람으로 통했고 ‘위대한 여성‘으로 더 높은 직책을 맡았으며 사회적 자유를 더 많이 누렸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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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쏜살 문고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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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해서 펼친 소설이다. 이 소설집에는 3편의 소설이 구성되는데 <코>,<외투>,<광인일기>이다. 읽는 동안 러시아 문학들을 무수히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사람 취급 당하지 못하는 이들과 사람 취급당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현대사회까지 접목하게 하는 소설로 남는다. 문학은 고스란히 허구성과 시대성만을 지니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현실적인 사건과 인물들이라 뾰족하게 이 사회를 지목하고 있음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작품성을 띤다. <외투>도 그러하다. 대표작으로 책 제목으로 명시되는 그 이유를 오랜 시간 주시하게 한 작품이다. 강열한 파란 책표지에 외투만이 덩그러니 그려진 이유는 읽은 독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상징성을 지닌다.

인물은 중요하지가 않다. 외투만이 두드러지는 이유, 외투만이 존재의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인격과 품격은 무엇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질문을 아끼지 않게 한다. <경주>영화의 장면이 생각난다. 교수이지만 교수라고 밝히지 않은 자리에서 사람들이 그를 지레짐작하면서 함부로 대하는 장면이 있다. 입고 있는 외투는 상징적이다. 사람을 드러내는 명시성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로 온전히 드러내는 사회를 비트는 소설이다. 명품을 대여하여야 하는 이유, 주거지가 지닌 의미는 사회가 얼마나 불안전하게 휘청거리고 있는지 표명하는 증표가 된다.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은 물질적인 것인지 거듭 질문을 던지게 하는 소설이다. 표류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파괴되는지 외투 소설은 인물의 삶을 통해서 보여준다.

너무 넘치게 베푸는 것은 아닐까,

너무 격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다가 품위가 손상되지 않을까? 89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면 PPL 광고가 눈에 띈다. 부자연스럽지만 광고주의 도움이 없다면 작품이 활약할 수 없는 사회이기에 질끈 눈을 감으면서 작가의 작품성만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보게 된다. 자동차, 찻잔, 외투, 휴대폰, 가방, 귀금속, 장신구, 가구, 프랜차이즈 식당, 음식, 화장품, 술, 미용기구, 건강기구, 책등 무수히 쏟아지는 광고들이 있어야 우리는 드라마도 볼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작품성보다는 배우가 입은 옷에 관심이 있는 사회는 껍데기만을 추구하는 사회임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 소설의 인물이 외투에 투자한 이유와 외투를 가지고자 노력한 무수한 날들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외투 한 벌을 가지고자 그가 오랜 세월 노력한 것들은 기쁨이 되었는지도 소설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외투를 가지게 된 그가 강도에게 외투를 빼앗긴 사건이 벌어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일들도 멋지게 전개된다. 수직적인 계급사회를 작가는 사실적으로 고발하는 소설이다. 누군가는 유품을 정리할 것이 없을 지경이며, 누군가의 집은 넘치는 뇌물들로 부가 상승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고발하는 책들을 무수히 읽을수록 이 소설의 내용도 함께 접목이 된다. <돌풍> 드라마의 내용과 <댓글 부대> 영화 내용까지도 함께 떠올리면서 외투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개별적인 작품들이 아닌 하나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생객해보자고 말하는 작품들이 된다. 텅 빈 것들에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인지 살펴보게 된다. 소설의 인물이 시름시름 아프다가 죽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던 참담함을 그들은 이해조차도 못하는 세상임을 보여준다. 누군가에는 절박한 것이 있다. 외투 때문에 죽어야 할 만큼 그의 삶은 왜 절박해야 했는지 그 사회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사회적 문제와 텅 빈 공허함을 추구하는 사회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소설 <외투>이다.

허름한 제복 담추와 치질 뿐 64

그가 언제 관청에 들어왔는지,

그를 관직에 앉힌 사람이 누구 인지는 아무도 기억할 수 없었다. 61

불안과 우유부단함이, 언제나 망설이기만 하던 불확실성 특징 77

놀랍도록 금욕적인 인간. 또라이 이유 8

또라이가 얼간이가 되려다 목숨을 잃는 이야기 7

어두운 삶에 검은 구멍을 내는 기괴하고도 음침한 악몽이다 - P6

만년 9급 관리. 밟혀도 끽소리 한 번 못 하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훌륭한 습성...마음껏 놀려 대고 마구 비꼬는 바로 그 9급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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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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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의미는 상당하다. 의미들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문장들이 예리하게 전해진다.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문장들이 강하게 각인된다. 위험한 책이라는 딱지를 붙인 금서들은 인간의 악함을 추동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정말 위대한 책은 독자의 내면에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온다는 사실에도 강하게 동의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들과 작가들의 작품들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읽은 책들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들도 언급되는 만큼 바싹 붙어앉아서 두 번이나 읽고 작품들을 수없이 떠올리게 한 책이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책만이 불멸의 미래를 약속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에서 언급되는 책들과 작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의 위상이 어떻게 높아졌으며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도 저자는 예리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하기까지 한다. 저자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글을 통해서 결을 짐작할 수 있는 문장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읽는다, 생각한다는 반복적인 행위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결과를 불러놓는다. 소설과 철학자들의 교집합은 더욱 웅장하고 깊다는 사실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픽션은 허구라고 말하지만 픽션에는 진실이 깊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발견되면서 정권이든, 종교든 누군가가 금지하는 책이 된다는 것은 집중을 받게 되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언급되고 열거되는 많은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해서 들려주는 것들은 귀중한 보물이 되기까지 한다. 인터뷰한 내용도 전해지는 책인 만큼 관심 있는 작가라면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 된다.



안전한 책과 안전하지 못한 책들을 독자들은 빠르게 구분 짓게 된다. 건조하고 안전한 책들이 유독 많이 보일 때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기대하고 펼친 책이지만 바싹 마른 책들의 가벼움을 무수히 읽다 보면 이제는 기대감조차 가지지 않게 된다. 시대가 즐거움만큼 찾는다고 책까지도 알맹이가 전혀 없다는 것은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버려지는 책이 되어버린다. 묵직하고 거친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즐겨야 한다. 그러한 책들이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미셀 우엘벡의 『복종』에서 성과 학문, 종교에 '복종'을 고민하는 상황에 우리는 복종하면서 안주할 것인지 저항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문장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으로 남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작가 셀라의 동상 사진도 인상적이다. "세계 전체를 바라보려는 눈과 펜을 든 손. 사유하는 지성과 내리쬐는 태양만 주어진다면 세계 속 인간을 움켜쥘 책 한 권을 잉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제도의 실패, 영성의 실패, 시민의 실패'라는 굵직한 실패들을 금서들에서 발견하게 된다. 금서를 들추고 언급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금서라고 규정한 집단들의 불편한 심중을 읽으면서 글의 힘은 더욱 중대해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읽는 사람, 읽고 생각하는 사람, 의문을 제시하는 금서들의 날카로운 문장들은 결코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간단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노벨문학상의 위상이 안전한 책들을 찾지 않기를 희망하게 하는 이유도 공감하면서 읽은 내용이 된다.

협소한 울타리 안에 무한한 세계의 사고와 감정을 욱여넣는 행위, 사유는 고통이며 무사유의 필요성에 힘주어 이유가 명확해지는 금서들이다. 소설, 철학서, 역사서가 금서가 되는 이유와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 열광하게 하는 텔레비전은 매우 적절한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죽도록 즐기기』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책 내용들도 떠오른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 『카인』,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기에 신약성경을 비튼 소설과 구약성경을 패러디한 소설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옌롄커의 나와 아버지작품을 읽었기에 『사서』작품에도 관심을 일으킨다. 분서의 역사, 나치의 책 화형식, 정권의 검열들을 떠올리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낸 작가들과 그들의 확고한 의지까지도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던 내용이다.



위험한 책만이 위대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한 책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우위에 서서 교훈처럼 자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 P15

안전한 책만이 추앙받고
안전하지 못한 책은 열위에 놓이는 비대칭의 저울
- P15

역사 속에서 내가 누군지 정확히 인식하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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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8-05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구름모모님 말씀처럼 독자의 내면에 싸움을 거는 책을 찾는다는 말씀에 공감 합니다. 좋은 리뷰 감사 합니다. 충만한 하루 되십시요.
 
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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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리틀 프라이트』, 예소연 『그 개와 혁명』, 함윤이천사들』 소설들을 2024 여름에 만난다. 소설들과 인터뷰 글들이 구성된다. 소설가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게 되고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였는지도 들을 수 있는 글들이 소설들과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무더위에 지치는 2024년 여름이지만 이 책표지 디자인은 더위까지도 날려주는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어서 고른 소설집이다. 하나의 소설들을 펼칠수록 새롭고 자극적인 질문들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함윤이의 『천사들』에서는 오디션을 보고 있는 현장이다. 세 팀의 오디션을 모두 보고 나서 "각각 다르게 마음에 들어. 잘한 걸 떠나서 다 좋다고." (131쪽)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나만을 고르라고 선택을 강요하고 하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품고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준 세 팀 모두에게 아낌없이 인정하는 모습이 좋았다. 실력이 부족해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사회구조에서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아서 자신의 날개를 달지 못하는 수많았던 사람들의 기회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잘했다는 것을 떠나서 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의 관점을 길게 사유하게 한다.

청소하는 일을 하시는 목 이모님은 쉴 때마다 흑백 영화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나리오 지망생들은 각종 계급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두루 경험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입문서에 의해 그녀에게 접근하게 되는데 악취로 뒤덮인 자신들의 의도를 간파당했는지 모른다는 마음까지도 소설에서는 언급된다. 관찰하기 위해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득하고 이용되는 누군가의 경험들을 악취나는 의도라고 말하는 작가의 시선의 끝도 예리하게 움켜쥐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독특하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천사가 등장하는 오디션이다. 10년을 만난 연인들이 어떤 장면을 구상하고 대화를 나누며 천사는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게 된다. "천사는 관계에서 태어나. 관계가 끝나면 천사도 죽어. 천사도 죽는 건 싫으니까 연인이 헤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 애초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상상하지 못해." (106쪽) 연인들이 시작하면서 천사가 태어나고 연인들이 헤어지면서 천사도 죽는다는 사실과 연인은 천사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도 주목하게 된다. 처음 서로를 발견하였던 기쁨과 즐거움은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퇴색되고 감정들이 엉켜버리는 연인들이 되어버린다. 그들이 함께 살아갈 방법보다는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음을 오디션 내용들을 통해서 짐작하게 된다. 천사가 건네는 말들은 연인들을 향하는 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향하는 우렁찬 말이 되어주는 대사가 된다. 우리는 모두 같이 살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거듭 숙고하게 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경쟁으로 누군가에게는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우리들 모두에게 던지는 예리한 질문으로 남는 말이 된다.

사랑은 연인 관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설은 연인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지만 이 오디션에는 극소수의 1% 부를 지닌 집단과 나머지 노예 집단인 99%를 향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대의 인물이 되어버린다. 착취와 눈물, 희생과 욕망으로 얼룩진 사회에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연인 사이도 다르지가 않다. 이들이 빠르게 말하는 대사 중에는 치우친 누군가의 욕망들로 얼룩진 것들이 회귀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쪽만이 이득을 취하면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균열은 연인 사이에서도 지속되지 못하는 관계로 끝나버리게 된다는 것을 이들의 오디션을 통해서 보여준다. 천사가 기억해 보라고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함께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서로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제대로 떠올려 봐. 너희가 거리에서 서로를 찾아낸 날 .. 내가 태어난, 발명되었던 날... 그날 너희는 어떤 새로운 문을 열었노라고 생각했잖아. 너흰 나아질 거야. 같이 살 방법도 더 배울 거야." (116쪽)

연인들은 다투고 헤어지기 직전이다. 서로 나누는 말들의 질감이 꾸준히 험악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말이 얼마나 흉포적인지 떠올리게 된다. 말 때문에 베이고 상처 입고 아프고 슬프게 되는 이유들을 연인들을 통해서도 보여주기 시작한다. 천사는 연인들이 물살에 휩쓸릴 때마다 함께 휘청거린다. 그때마다 함께 휩쓸린 천사의 고통과 위험들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천사의 노력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아끼고 살피는 노력이 있었다면 천사까지 동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이 가져다준 예리한 날카로움에 상처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행하지 않았던 연인들은 이 시대의 우리들 모두를 향하는 오디션 현장으로 남겨진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 된다. 이 오디션은 꿈이다. 기차에서 꾼 꿈이었다. 어디를 향하고 있었던 기차였는지, 꿈이었는지 소설은 마지막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도착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장이다. 누구의 장례식인지, 꿈의 인물들과 연결되면서 천사가 사라진 이유까지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접촉의 모양과 달리 말들의 질감은 꾸준히 험악하다... 과거의 나처럼 흥분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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