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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지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2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부부에게는 두 딸이 있다. 변호사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에게는 예쁜 아이라고 말하는 첫째 딸과 똑똑한 아이라고 말하는 둘째 딸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명성이 있는 가족이며 언덕 위의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가족이다. 자발적으로 사라진 딸을 주목하게 된다.
눈은 하나의 사물에만 초점이 맞춘다. 주위의 사물과 풍경들은 존재하지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두 자녀가 있지만 이 부부는 한 자녀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사랑한다. 첫째 아이만 유독 사랑하는 부부이다. 둘째 아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아이는 가족들에게 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이 눈길을 끈다. 두께감이 있는 장편소설이지만 반전도 있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멋진 작품이라고 감탄한 소설이다. 작품의 인물들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전부가 아니었다. 단면만을 보았을 뿐이다. 작가의 <카시지>는 강하게 기억속에 자리잡게 된다.
외모가 대비되는 두 딸.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둘째 딸이 작품에 등장한다.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들과 질문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질문들과 관심들이 대화를 이룬다.
봉사활동하였던 둘째 딸이 가졌던 열정과 만족감은 타인들에 의해 상처로 돌려받고 깊게 뇌리에 박히게 되는 말이 된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는 말. 타인의 시선들이 그녀의 삶에 깊게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이 소녀의 가출은 수색작업과 언론에 방송이 되면서 관심을 받게 된다. 사건이 종결된 후 블로그와 언론이 가지는 추측과 기사화되는 것들은 칼날이 되면서 사실이 아닌 사실들에 첫째 딸의 인생은 많이 달라지게 된다. 남겨지는 가족들에게는 사회는 관심이 없었다.
언덕 위의 멋진 집이 상징적이다. 언덕이 가지는 계급사회를 이 작품에서도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아랫동네까지 내려간 둘째 딸의 이야기에서 경서가 가지는 의미는 진중하게 사유하게 한다. 드라마로도 방영된 <친밀한 이방인> 소설, <기생충> 영화에서도 언덕에 위치하는 부자들의 집이 등장한다.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 장면이기도 하다.
사건 종결과 재판 집행이 이야기된다. 사건이 남긴 가족들은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남겨진 가족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저항하면서 남은 날들을 살아간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치열하다.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기적일 뿐인 삶이 이들에게 남겨져 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표현할 수 없는 상황들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가족들로 기억된다.
상병이라고 불리는 예비사위의 집과 단란했던 변호사 집의 황량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어머니 삶의 황폐함과 가족의 해체가 가져다주는 것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조각난 삶이 된다.
자폐증.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내적 심리까지 내밀하게 조명해 준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마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타인의 마음과 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리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둘째 딸의 진정한 마음을 헤아린 가족들은 있었을지 질문해 본다. 표독스럽게 말하는 그 아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읽어주는 가족은 있었는지 다시금 되묻는 작품이다.
신부와 예비사위였던 그가 나누는 대화, 그가 내면적으로 깨닫는 것들, 그가 참회하는 기도와 교회를 관리하는 많은 봉사적인 것들을 기억된다. 그중에서도 신부와 나누는 대화는 천천히 읽었던 내용이며 여러 번 읽은 문장이 된다.
어떠한 마음으로 우리가 이 세상 속에 있어야 하는지, 신을 마주해야 하는지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죄를 재판하는 우리 사회는 얼마나 공정할까? 불공정함과 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이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톨스토이의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죄를 은폐하며, 불리하게 하는 인물은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그가 목격하고 증언하려고 했던 전쟁의 참상들은 선명하게 기억된다. <수호자들> 장편소설, <어느 날> 웹 드라마, <이방인> 카뮈의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 장편소설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젊은 청년들이 전쟁이라는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군사훈련과 군대가 가지는 의미를 내밀하게 되짚어보게 한다. 전쟁은 살인이며 그 경험은 본국으로 돌아와서도 피폐해진 정신으로 현실을 혼동하면서 폭력과 살인을 반복하는 모습들로 그려진다. 작품에서도 전쟁에서 돌아온 참전 군인이 등장한다. 그 인물을 보면서 참담함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작품 속의 인물은 군인의 자녀였고 버려진 가족이었다.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부가 있었지만 예비 가족은 해체되고 만다. 전쟁이 가진 폭력성이 작품에 등장한다.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인의 숨은 의도가 언급된다.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파괴하는지 작품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사형제도와 교도소의 명령과 복종, 섬뜩한 범죄의 학습장이 되는 교도소의 실태도 고발하는 작품이다. 교도소를 안내는 사람의 권위와 명령들은 위협적이다. <수호자들> 장편소설과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품이 연거푸 떠오른다.
예비사위의 변화가 놀라웠던 작품이다. 어느 날 면회를 허락하는 답장과 면회 장면들, 용서라는 단어가 가지는 큰 의미를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여러 번 보여준다. 첫째 딸이 보여주는 용서와 어머니가 보여주는 용서, 가족들이 보여주는 이해하는 모습들과 대화들은 또 다른 타인을 변화시키게 된다. 용서와 이해가 얼마나 위대한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라. 용서하라. 쉽지 않은 진리가 된다. 인물들을 통해서 배우며 깨닫는 시간이 된 작품이다.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사라진 이유였다. 열아홉 살. 11
사람은 존재하려면 어느 한 사람에게 절절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 454
한. 후회. 참회. 636
우리는 ... 심판할 수 없어. 639
전쟁은 괴물 같고, 거기 휩쓸린 자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508
상병. 다친 사람. 본국 승진. 망가진 사람. 화상. 수술. 전쟁 영웅. 훈장들. 이라크 전투. 35
참전용사. 휠체어 36
주사위 던지기.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누가 신경이나 쓰는 줄 알아. 44
빌어먹을 위선자 정치인 195
짙게 화장한 욕심 많은 눈. 방송 진행자 130
선을 모르면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한다. 465
그녀가 보인 존중. 면회 장면 566
하느님은 우리가 함께하기를 바라셔, 이렇게. 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