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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792페이지의 장편소설이다. 2권으로도 출간된 소설이며 합본 특별판으로 만나본다. 전 세계 160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장편소설이다. 전 세계 63개국에서 번역되고 출간된 소설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인 마커스 주삭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섬에 있는 서점』에 등장하는 소설이라 읽게 된 작품이다. 기대한 만큼 멋진 소설이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참혹한 참상들이 전해진다. 전쟁의 공포, 배고픔, 죽음, 가족의 해체가 열거되지만 말과 책이 주는 사랑으로 이들이 이겨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히틀러와 유대인, 복종과 폭력들이 소녀의 마을을 매섭게 파괴한다. 노란별과 유대인, 수용소로 향하는 유대인의 행렬과 빵을 나누어 주는 독일인들, 부자들의 거리와 가난한 사람들의 거리 등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배고픈 소년과 소녀들은 비밀스러운 도둑질도 하는 시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상병은 전쟁에서 살아서 돌아오지만 형의 죽음을 직접 지켜보면서 힘겹게 살고자 하는 의지까지도 무너지게 된다. 혼자만이 경험한 처절한 기억 속에 결국 스스로 죽음의 신을 부르게 된다. 더는 못 견디겠어요. (돌아온 병사.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 722쪽) 이러한 이야기들은 문학을 통해서 무수히 마주하게 된다. 전쟁의 참혹한 후폭풍은 살아서 돌아온 부상병들을 더욱 힘들게 하면서 결국 자살로 몰아넣는 참혹한 또 다른 전쟁이 되고 만다.
딜러 부인 가게. 사악한 눈을 가진 이유.
부인은 가게를 위해 살았으며, 가게는 제3제국을 위해 살았다. 나치당에 기부 74
딜러부인. 자부심과 흥분. 행렬 구경. 의무적으로 박수. 아름답게 복종 92
누군가의 명령이 필요했다. 그들은 명령받기를 좋아했으며, ... 명령하기를 좋아했다. 멋진 소우주였다. 400쪽
딜러부인의 모습으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딜러부인의 사악한 눈이 가지는 의미, 전쟁을 박수를 보내고, 복종하며, 흥분하는 딜러부인의 모습은 많은 상징성을 부여하게 된다. 전쟁을 찬양하며 기부하는 양상이 가지는 이면을 보아야 한다. 사라지는 젊은 청춘들, 돌아온 부상병들의 처절한 고통과 자살까지도 외면하면 안되는 작품이 된다.
명령받기 좋아하는 자, 명령하기 좋아하는 자가 등장한다. 작은 소우주가 큰 소우주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작은 무리 안에서도 명령과 복종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권력이 존재한다. <더 글로리>드라마에서도 만나게 된다. 드라마의 학교폭력의 무리 안에서도 권력이 존재하며 명령과 복종이 존재하고 있다. 이 소설도 다르지 않다. 멋진 소우주가 만들어가는 양상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 어느 연령대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멋지게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소설의 시대와 현대인이 살아가는 학교에서도 멋진 소우주가 그려진다.
소설의 시작부터가 묵직하다. 기차와 눈, 남동생의 죽음이 그려진다. 소녀 리젤이 훔치는 책 한 권은 중요한 단서가 되어준다. 기억에 자리 잡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공산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별은 생사조차도 알 수가 없다.
리젤은 말을 갖추지 못한 책도둑이었다.
하지만... 말은 오고 있다.
말이 왔을 때 리젤은 그것을 구름처럼 손에 잡을 것이며, 비처럼 짜낼 것이다. 120
소녀를 키워주는 양부모와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소녀의 곁을 지켜주는 양아버지는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죽음의 신에게도 그러하였듯이 작품을 읽는 모든 순간들에 양아버지가 보여주는 사랑과 말 한마디들은 특별하게 남는 순간들로 남는다. 이런 인물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된다. 그렇게 소설의 깊은 세상 속으로 점점 초대받는 여정이 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녀는 학교에서 조롱과 비난을 받기 시작한다. 소녀는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소녀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둘만의 돈독한 사랑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그들만의 비밀, 그들만의 의리가 전해진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소녀였지만 따스한 한 사람만 있다면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작품에서 전해준다. 그러한 따스한 가슴을 가진 양아버지가 오랫동안 함께해 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폭격이 시작되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마을 사람들을 덮치는데 이때 소녀는 대피소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죽음이 임박한 공격 속에서도 함께 공간에 있었던 마을 사람들을 위안을 주는 책 읽는 소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말이 가진 힘과 글이 가진 힘을 목도하게 된다. 책이 가진 힘이 위기 앞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기회가 되어주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세상이 추하다고 표현하는 작품 속의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양어머니의 노동과 소녀의 노동도 전해진다. 가난의 냄새와 부자의 사치들이 그려진다. 부자의 집들은 어여쁘고 혐오스러웠다고 소년의 시선을 통해서 전하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가난한 자의 노동을 먹고 사는 부자들의 혐오스러운 면들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작품을 통해서, 글쓰기를 통해서 전하고 있다.
세상은 추한 스튜야.
너무 추해서 견딜 수가 없어. 743쪽
집들은 어여쁘고 혐오스러웠다. (소녀 눈에) 743쪽
군대가 하는 짓이야말로 도둑질이지.
너희 아버지를 데려가고,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는 거...
저 위의 모든 부자 나치들 692쪽
이 나쁜 새끼들... 이 예쁘장한 나쁜 새끼들... 내 속의 찰과상이 보여?...
나를 침식하는 게 보여?...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누릴 자격이 없으니까. 745쪽
너를 벌하지 마.
벌과 고통... 행복도 있을 터였다. 그것이 글쓰기였다. 750쪽
책도둑은 멋진 작품이었다. 웃음도 주면서 감동도 주면서 시대의 참상을 전하면서 함께 생각하자고 전하는 소설이었다. 거친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양어머니이지만 유대인을 숨겨주는 것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그녀의 남편이 살아서 전쟁에서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모습도 기억 속에 남는 장면이 된다. 학교에 찾아와서 소녀에게 유대인이 깨어났다고 알려주는 센스 있는 여인으로도 기억되는 인물이다. 글쓰기가 무엇인지, 말과 글의 무게와 질량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작품이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를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