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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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에 이어서 '시리즈 인 시리즈'로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첫출발을 한 『중급 한국어』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다는 느낌으로 내내 만난 소설이다.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펼쳐보게 한다.



글쓰기가 좋아서 작가가 되고자 했던 젊은 날들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어떤 직업을 가져볼 것인지 질문하는 장면과 친척이 "이제 좀 사람답게 살아볼 생각은 없나?"라고 말하는 대화에서 전해진 세상의 잣대의 기준들을 회고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예시로 자신을 돌아보는 주인공이다. '그동안 난 별 위에 앉아 시궁창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라고 자신의 지난날들의 삶의 구멍을 직시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더불어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꿈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있다. 그 발걸음에서 운이 좋지 않아서, 재능이 없어서 등 무수한 이유들을 나열하기도 한다. 그 꿈의 진행상태를 스스로 돌아보는 글들을 이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자서전'의 의미부터 제대로 짚어주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우리의 글쓰기가 가지는 의미와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어떻게 기록하며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글쓰기 수업이 시작된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는 유익한 시간들도 주어진다. 더불어 화자의 일상에 자리한 어머니의 부재와 죽음이 가져다 놓은 고찰들에서 천국과 행복이라는 깨우침을 글쓰기로 전하기도 한다. 명료한 그 순간에 함께 멈추게 한다. '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행복과 고통. 구원과 타락, 영원과 찰나...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도 저 에메랄드빛 물결의 일부가 되었을까?'



작가의 이야기는 웃음도 자주 선사해 주었다. 몇 번을 웃으면서 읽기도 한 소설이다. 반면 깊게 파고들어가는 멈춤의 순간들의 고찰이 전달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동을 여러 번 받았던 『중급 한국어』이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신비로운 성찰을 이 소설에서 만나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로운 순간이 찾아왔다.

모든 염려가 사라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은 순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화자의 존재가치에 있었던 구멍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가족에게 있었던 구멍들도 하나둘씩 펼쳐 보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 사회에 현존하는 구멍들을 이야기들을 통해서, 때로는 글쓰기 수업 강의 내용들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 존재에, 우리 가정에, 우리 공동체에 난 구멍을 더듬어보는 시간 (217쪽) 죽음 기억하기, 앞으로도 기억할 죽음을 관조하게 한다.



성찬식과 최후의 만찬이 가지는 의미와 '검은 빵'이라고 말하는 '다크 로프(dark loaf)'라는 검은 덩어리에 대한 강의 내용은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뜯어 먹기 힘든 빵이지만 맛은 풍부하다는 이 빵이 가진 의미는 인생으로 비유된다. 무수히 열거되는 고통으로 점철되는 인생이라는 삶의 변곡점들이 가지는 의미를 전하는 강의내용이 이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기쁨도 슬픔도 행운도

불운도 쾌락도 고통도 모두 '있는 그대로'

'좋다 싫다'가 아니라 '풍부하다'고...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냥 사는 것입니다.

일어난 일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것.

이 검은 덩어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220

지금까지 나에게 찾아왔던 수많은 검은 빵들을 함께 열거해 보게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가지는 놀라운 변화를 이미 경험했기에 이 문장들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삶에는 무수한 고통들이 존재한다. 가족이 주는 고통, 학교가 주는 고통, 공부와 대인관계, 취업이 주는 가중감, 글쓰기까지도 화자의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함께 공감대를 나누게 된다. 화자만큼이나 우리들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무엇을 떠올리며 살아가야 하는지, 계속 힘을 내야하는 이유를 만나는 소설이 된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톤 체호프, <맥베스>, <리어왕>,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변신>카프카, < 난 곰인채로 있고 싶은데...>요르크 슈타이너, 오스카 와일드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재>,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오즈의 마법사>, <바리데기 이야기>,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디즈니 만화들>, <애러비>제임스 조이스 단편, <더블린 사람들>아 등장하는 소설이다. 이 한 권의 관조하는 삶이 무엇인지, 자서전의 새로운 정의까지 생각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깊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된다. 가볍지 않은 중급 한국어 수업이 되어준 소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궁금해지게 한다.



내 검은 빵은 페이지 바깥에,

책을 덮고 난 다음에 비로소 존재하고

또 찾아올 거예요. 223

되풀이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

되풀이만이 사랑할 만하다.

되풀이만이 삶이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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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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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크리스티앙 보뱅의 신간도서라 펼친 도서이다. 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해서 무조건 만남을 가진 시간들이다. 기대보다도 더한 것들을 펼쳐놓는다. 몇 번을 멈추었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작가의 문체에 여러 번을 읊조리며 거닐게 한다. 19세기 미국 시인이었던 에밀리 디킨슨을 만나는 책이다. 그녀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마지막도 그녀의 죽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밤을 채우는 감각들』 세계시인선 필사책을 통해서 이 시인을 조금이나마 아는 정도였기에 이 한 권을 통해서 그녀의 삶을 앨범의 사진을 넘기듯이 만나게 된다. 시간적 흐름이 아닌 사건들의 흔적들을 펼치면서 작가만의 유려한 문체와 시적인 통찰로 그녀를 마주하게 한다. 그녀의 집, 그녀의 정원, 그녀의 생강빵이 담긴 바구니, 그녀의 종이와 펜, 글을 쓰는 그녀를 만나게 한다.



19세기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의 직업과 가치관, 생활방식들까지도 책에서 전해진다. 청교도적인 삶이 주는 극심한 규율과 통제들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아버지의 철도를 향한 애정, 종교적 관념들이 그녀의 눈에 고스란히 담기기 시작한다. 어린 소녀이지만 그녀는 남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경험한 이모집에서 생활의 추억과 피아노도 놓치지 않게 한다. 에밀리가 학교생활 중에 보이는 당찬 소신도 주목받게 한다. 그녀의 확고한 신념의 원천은 어디에서 시작되어서 흘러가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하나둘씩 만나게 된다.

소학교의 어둠 속에서 에밀리는 책들이 지니는 부활의 힘을 발견한다. 55

죽음과 어둠을 직시한다.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도 관통하고 있다. 자신의 집과 정원이라는 공간에서만 생활하였던 그녀의 수많은 날들은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풍족함으로 넘친다. 일반인들의 사고범위와는 확연히 다름을 보인다. 허용된 공간도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공간에서도 충분히 사유하고 삶을 이해하고 어둠을 직시한다. 사회가 규정한 교육보다도 그녀가 스스로 정원을 돌보면서 깨우치는 놀라운 발견들은 그녀의 시를 통해서, 글을 통해서 충분히 전해진다. <기러기>메리 올리버 시선집과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삶을 꾸준히 살피고 있는 에밀리를 보게 된다. 정원에서 꽃과 나비를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그녀이다. 그녀 창문으로 보이는 죽음의 행렬들도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녀의 집'이라고 명명하는 그곳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의 집'이라고 말하는 그곳도 의미를 부여한다. 두 집이 가지는 차이점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녀가 보았던 것들이 그녀의 사고를 확장시켜주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녀의 시집이 무척 궁금해진다. 이 책에 담긴 그녀의 문장들은 그 갈증을 충분히 채우지 못할 정도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시인이 펼쳐준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찬사를 받게 된다. 저자만이 전하는 고유한 문체에 다시 빠져들었던 시간이다.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잰걸음으로 천천히 하나의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부여잡게 한다. 문장들이 가져다 놓은 에밀리라는 그녀를 더욱 밀착해서 알아가게 한다. 그녀의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녀가 보는 광경들, 그녀의 시선들이 온전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냉소적으로 대비되는 세상의 삶과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인지 질문하게 한다. 무()가 가지는 의미를 에밀리라는 그녀가 전하는 음성으로 만나볼 수 있다.

에밀리의 삶은 눈에 띌 만큼 우리의 시야를 벗어난다. 모든 구경거리는 스스로 권태를 몰아낸다고 믿지만 실은 그 권태 속에서 죽어 간다. 싫증이 나지 않는 유일한 광경은 어떤 마음의 풍경이다. 너무도 순결해... 세상 무엇도 침투할 수 없는 마음. 150

청교도적 엄격주의의 덫에 걸려 그 스스로 장님이 되고 만 것이다. 74


자식들이 최근에 지은 잘못을 탐욕스럽게 열거한 뒤

그날의 시편을 읽는다...

그녀는 모든 걸 보았고 기록해 두었다. 29


단죄하는 눈. 상대를 탐색. 판단.

그건 상대를 전혀 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구약'의 눈이다. 19

아버지 집에서는 세 아이가 있었다. 두통에 시달리는 어머니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그들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였는지 저자는 전한다. 에밀리는 자신의 오빠를 돌보며, 여동생은 에밀리를 돌본다. 삼남매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부모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갔던 것일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이 부모로 사회적으로 자리한다. 아버지가 끊임없이 쫓아간 것들, 어머니가 끊임없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에밀리라는 그녀를 통해서 작가는 질문한다.



친구가 찾아와도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에밀리이다. 통념이 사라지게 한 그녀이다. 그녀의 사고가 던지는 것들이 무수히 많았던 내용들이다.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무수히 펼쳐진다. 시간적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에밀리와 인연이 있었던 다수의 인물들도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의 뇌리를 크게 흔들어 놓았던 에밀리라는 그녀. 그녀가 얼마나 침잠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왔을지 짐작하게 한다. 매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의지. 죽음과 신을 향한 기나긴 여정은 고된 순간들임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가족 중에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오직 에밀리뿐이라고 여동생은 말한다. 그녀가 하는 일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여동생의 눈에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의미 있는 것인지 전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하인이 보였던 모습도 떠오른다. 생각을 멈추었던 하인은 이 작품의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생각을 끊임없이 하였을 에밀리의 생애를 만날 수 있었다. 특유한 문체로 매료시키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더 깊게 관조하게 하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저자의 시선과 에밀리의 광폭적인 수직적인 삶을 만나게 될 것이다. 수평적인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책에서 전한다. 그것과 다른 수직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 에밀리를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보는 자가 되는 길을 택한 건 아니다. 이 재능은 은총이기에 앞서 십자가다. '갈보리의 여제' 호칭 106


질투의 뱀들이 기어 다닌다.

낮엔... 꽈리를 틀고,

밤엔... 몽상의 풀들 사이에서 일렁인다.

30년이 지난 뒤에도 그것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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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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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죽음을 의연하게 바라본다. 의연한 모습은 오래 기억속에 자리잡게 한다. 죽음이 마치 없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살아가는 요즘, 죽음이 주는 준비, 마음가짐, 오늘의 의미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사는 뭐라고』 이어서 읽은 책이라 그녀의 이야기는 더 긴밀하게 다가서고 있다. 살아온 날들과 죽음을 맞이하는 날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아침의 피아노>책의 내용들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죽음을 관조하는 저자만의 시선들을 따라가본다.


저자의 책들을 쌓아놓고 읽게 한다. 그녀가 성장한 날들,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던 대륙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치열했던 생존의 시간들도 함께 잠시 떠올려보게 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동생의 죽음과 오빠의 죽음은 더욱 크게 그려진 그녀의 이야기가 된다. 보모였던 그녀가 읽어낼 수 없었던 동생의 죽음의 그늘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프게 찾아오는 그리움으로 남겨진 상흔으로 남는다. 친밀한 오빠의 부재도 그녀에게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멍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않았음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된다. ​

'위로'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게한다. 타인의 슬픔을 스치지 않기를, 지나치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이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묵시한 상처가 없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지금도 가족을 잃은 국가적 재난에 위로받지 못하는 이웃이 존재하며 현재진행형으로 그들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외면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기에 위로의 힘, 치유의 놀라움을 이 순간에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위로하는 한 사람이 되어 연대하는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도록 작가의 경험이 말을 건네는 순간이 된다.


지금껏 우리가 위로한 것들도 떠올려보게 된다. 어린 소녀에게도 형제의 죽음이 가지는 충격이 얼마나 상실감이 큰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다. 그녀에게는 형제들의 죽음을 준비되지 않았을 때 찾아왔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아빠의 죽음도 그녀는 오랜 시간 지켜보게 되면서 그녀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마주보게 한다.​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 예고하지 않은 만남과 그들의 이야기도 진솔하게 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구원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사람에게 구원이 가진 의미를 무신자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이미 마음에 찾아온 평온함구원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이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를 거부한 어느 여인의 이야기와 미국의 제약회사의 항암제 판매까지도 함께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만나게 된다.


본처와 첩이 있는 환자의 간병을 둘러싼 이야기와 유체를 서로 안 거두겠다는 두 여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 병동의 간호사들의 감정 노동도 전해준다. 눈물이 나도 울면 안 되는 교육,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 수간호사의 허용은 근무하는 간호사에겐 또 하나의 좋은 근무지가 되어주도록 인도해주고 있음도 책을 통해서 만난다.​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좀 더 상세하게 전해준다. 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뜻하지 않게 이 책을 통해서도 많이 채워지게 된다. 죽음의 순간을 정의하는 모호한 기준들은 『숨결이 바람 될 때』 책의 의사인 저자도 논하는 내용이었기에 이 책에서 저자와 의사가 나누는 대화글에서도 만난다. 사망이라는 진단과 함께 모니터를 제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되어준 책이다. ​


뇌는 신비롭다. 작가의 어머니가 보여준 두 가지 인격은 더더욱 신비로운 것이 아닌가 싶다. "고마워", " 미안해"라는 대화는 치매가 오기전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어머니이다. 그러한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딸에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온유함을 보여주면서 딸과의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기가 센 작가이지만 요리와 살림의 고수였던 그녀였음을 알게 된다. 죽음을 준비한 과정들도 전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11쪽) 글로 책은시작하면서 그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이 한 줄의 문장이 대변해 주고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죽음은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부모와 대화할 때도 죽음을 준비하시는 모습들을 계속 듣게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게 한다. 생의 시간에서 죽음을 괸조할 수 있음을 주시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길에 만난 죽음 철학 도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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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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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하는 여성, 복종하는 여성을 기대한 기득권 사회와 권력층들이 있다. 늙은 아내 등을 마녀라고 명명하는 역사가 펼쳐지는 역사의 흔적을 만나는 책이다. 잔혹함을 여실히 보이는 마녀사냥을 조명하고 있는 도서이다. 독일에서 희생된 마녀사냥의 숫자, 독신녀와 미망인, 출산하지 않는 무자녀 여성, 늙은 여성, 낙태와 피임을 향한 시선은 교묘한 기득권의 이윤을 위한 마녀사냥으로 희생되는 여성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마녀들은 왜 희생되었을까?


짐작했던 것보다도 놀라웠던 내용들이다. 잔혹함이 넘쳐흐른다. 비열함까지도 첨부되는 가부장적인 사고가 보여주는 음모가 역사에 기록되었다. 권력에 희생당하는 또 다른 인류의 역사를 만나보게 한다. 끝난 이야기, 끝난 역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역사이다. 하지만 이 '마녀'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여성혐오라는 이름으로 대립하면서 혐오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는 이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대립하는 역사는 언제나 존재했다. 그 결과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혐오가 펼쳐놓는 의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혐오로 희생된 이들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집단이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한 역사에는 상대적 집단이 존재한다. 그들은 상대의 희생으로 이득을 챙기면서 잔혹하기까지 하다. 그 역사의 발생, 이유, 이득을 보는 집단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시간이 된다.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디즈니 만화의 마녀, 노파, 매부리코, 희끗한 반백발 모발, 섬뜩한 이미지는 성공적으로 우리들의 뇌리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은 여성이었다. 악한 이미지에는 마녀가 있고, 노파가 존재하는 디즈니의 캐릭터는 튀는 여성들을 악한 이미지가 된 것이다. 마녀사냥이 시작된 배경과 희생된 시대의 여성들, 어떠한 고문, 화형, 형틀에서 죽어가야 했는지 책은 전한다. ​​


마녀로 희생된 유럽 여러 나라의 어린아이들, 여성들의 희생은 무고하였다. 아프게 그려지는 침울한 여성사가 전해진다. 들추고 펼치면서 덮여있지 않도록 활자가 노력하고 있는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만난다.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원하지 않았던 이들은 누구인가. 깊이 생각하는 여성을 원하지 않고, 생각 없는 여성만을 연애의 대상으로 고르는 인물들이 있다. 깊이 생각하는 여자, 숙고하는 여성을 그들은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여자를 원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거북하고 불편한 이 여성들이 마녀가 되기 시작한다. 혐오로 번져 불을 피우며 희생시키는 역사가 전개된다.


시대는 변했다. 계속되지 않아야 할 전쟁 중의 하나가 혐오, 증오라는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다. 유대인, 수전 손택, 마틸다 조슬린 게이지 최초의 페미니스트, 힐러리 클린턴, 마거릿 애트우트의 <시녀 이야기>, <작은 아씨들>의 조,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나탕출판사의 <여성 백과사전>, 시몬 드 보부아르 <나이의 힘>의 자전적 작품, 19세기 샤를 보들레르 (프랑스 시인) <시체>시 등 거론되는 작품들과 작가, 시인의 작품을 깊게 이해하게 한다.


예전보다도 더 촘촘해지고 예리한 시선을 가지게 한다. 작품의 인물들이 건네는 목소리의 원천이 이렇게 '마녀'사냥의 대상이었다는 사실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출산에 대한 기혼여성들의 목소리들도 다수 만나게 된다. 여성 참정권을 가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되었는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여성 영화도 많아져서 그 시대의 여성들의 의지와 신념들을 만나보기가 쉬워진 세상이다.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이 도서는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인문사회학 도서가 알려준 사실들에 더 넓은 앎의 세계가 되어 촘촘한 식견을 가질 수 있었던 내용들이다.



지어낸 혐의로 수만 명의 여성이 고문. 살해 17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독일. 끔찍함. 잔혹성 24


이브가 금지된 과일을 먹고, 판도라 상자. 여성 관련. 여성혐오 33





복종하지 않는 자는 목을 벨 것. 96


여성 독립의 의지를 꺾으려는 공격.

독신녀. 미망인. 독일 예시. 55​

낙태와 피임을 처벌하는 형벌. 마녀사냥 시기. 57

여성의 노화. 월트 디즈니.

추하고 수치스럽고 위협적이고 악마적. 59

늙은 여성. 집요한 증오심 58

수전 손택. 101마리 달마시안. 크루엘라.

백색증 인한 탈색 자국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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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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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살 젊은 의사 폴이 암인 것 같다고 느끼는 예감하는 순간과 함께 암 선고를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이다. 화학요법으로 손끝이 갈라지는 아픔을 이겨가면서 장갑을 끼고 노트북으로 책 원고를 적어간 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그의 손끝 통증을 참으면서 집필한 문장이라는 것이 크게 다가서게 한다. 책이 출간되기를 희망한 폴의 희망이 부각되면서 그 바램은 아내가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글을 적어내려간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도서이다. 그의 진지한 글, 유머, 따스함을 만나게 한다.



폴은 문학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사명으로 받아들인 의사의 길을 늦게 선택하게 된다. 정신학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그는 뇌의 매력에 빠져서 신경외과를 선택하게 된다. 원했던 일들이 눈앞에 일어나기 직전에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암을 인정한 환자들의 두 가지 선택 중에 폴은 적극적인 삶을 선택하는 길을 택한 사람이다. 그는 가장 먼저 아버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남겨질 그녀를 위해 노력한 여러 준비과정들이 책에서 전해진다. 자신의 딸이 태어나 8개월이 되었을 때 그는 떠나게 된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폴이 집필한 의도가 펼쳐지는 도서이다. 이 도서는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책과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 > 책이 함께 생각나게 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직접 바라보게 된다. 여러 선택이 그의 앞에 준비되어 있었으며 진정한 삶을 더욱 세밀하게 조명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그가 의사였고 또 다른 길을 선택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행한 삶을 알기에 선택한 자발적인 죽음을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유한한 삶이 주어진다. 죽음을 잊고 살 뿐,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이다.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한 사노 요코의 이야기도 생각나게 된다. <소망 없는 불행>의 작가 어머니가 선택한 죽음도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달력 뒤에 쓴 유서> 장편소설도 다르지가 않았다. 실존인물인 작가의 아버지 죽음이 가지는 이유들이 점철된다.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굵직한 생의 선택이 된다. 우리는 그 시간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저자를 만나면서 무수히 선택이라는 갈림길 앞에 같은 마음으로 서게 한다. 그래서 이 도서는 더욱 묵직하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우리의 죽음은 어떠할지 진지해지는 순간이 되어준다. 그처럼 눈물도 흘리기도 하고 그의 아내가 되기도 하고 딸이 되기도 하면서 읽어가게 한다. 육체는 떠났지만 책은 영원히 많은 사람들이 읽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의 딸도 언젠가 아빠의 삶과 선택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가장 진솔하고 경건한 이야기가 되어 아빠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그의 가족이 웃고 있는 사진은 아프게 전해진다. 그가 떠나는 순간 딸아이의 볼을 그의 볼에 비벼주었던 그의 아내의 마음도 충분히 그려지는 순간이 된다. 그가 보여준 것은 사랑이었음을 다시금 짧게 정리해 보게 된다. 그가 선택한 사랑, 그의 인생에서 많은 시간이 허락된다고 생각하였기에 미루어왔던 것들을 차분히 선택한 사랑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그의 시간들, 선택들, 시선들은 죽음을 이해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빈센트 고흐 < 보내는 이, 빈센트 > 책을 읽었다. 화가의 편지글에서도 그가 보여준 삶에 대한 예찬, 사랑, 희망이 전해졌다. 폴이 보여준 사랑도 고흐와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삶의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보여주면서 떠난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 사랑을 기억나게 하는 만남이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자아로 살아간다. 257-258


남편에서 아버지가 되었으며, 물론 마지막에는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갔다.(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겪게 될 변화이다.)... 마치 섬세한 연금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유려하게 글을 써내려갔다. 259


평생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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