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코타 가족
브랜던 홉슨 지음, 이윤정 옮김 / 혜움이음 / 2023년 8월
평점 :
타임이 선정한 꼭 읽어야 하는 100권의 소설 중의 한 권이다. 타임이 선정한 이유가 궁금해서 선택한 소설이다. 신화적인 소설,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지금도 살아있는 이야기가 된다. 대륙의 원주민이었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침략당하며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된다. 땅과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읽었던 민족들이다. 그들이 믿는 신이 알려주는 것들을 읽는 예언자는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불길한 예지몽을 꿈꾸게 된다. 총을 든 군인들, 강제로 끌려가는 부족 사람들, 넘어지는 사람들, 질병으로 아픈 사람들의 아우성들이 예언자에게 나타난다. 두려움과 공포는 다가오면서 대항하는 몇 사람들의 한 명이 되어 아버지와 아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저들의 영혼은 어쩌면 저토록 연민도 없고 오염되었는지 의아했단다. 고통 속에 울부짖는 사람들(원주민) 곁에서 웃어대는 놈들 (군인들) 315
강제 이주된 부족 사람들이 이주하게 된 배경,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현대교육과정의 문제점도 전해진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도 짐작해 보게 된다. 침략자와 빼앗긴 자들의 숨기는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들은 편견과 오해로 후대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연결된다. 10대 남자아이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서 죽었다. 총을 소지하지도 않았던 아이이다. 다툼이 있었던 자리에 총소리가 났고 경찰은 머뭇거림 없이 인디언 원주민 아이에게 총을 쏜다. 백인 경찰은 재판도 받지 않는다. 아이는 죽었기에 남은 가족들에게는 기나긴 시간 동안 그 사건과 재판에 대한 억울함과 원통함이 남는다.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멈추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아이의 엄마가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가족들 몰래 그녀가 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이한 이야기 속에서 정령이라고 느껴지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된다. 화와 분노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화해와 용서가 무엇인지 서서히 인물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거울이 비친 내 얼굴... 주름살이 잡히고 나이를 먹은 게 보였다. 고집과 희망, 절망, 포기, 비탄으로 점철된 얼굴이었다. 모든 측면에서 힘을 잘 지켜온 여성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334
세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있다. 첫째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녀가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아이가 죽은 날을 기념하면서 모닥불 모임을 가지게 되는 가족들은 이 모임을 통해서 슬픔과 아픔으로 점철되지 않는 웃음과 기쁨을 불러들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족들은 이날을 기다리게 된다. 서서히 치유되는 가족들의 수많은 시간들은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고독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자녀의 예고되지 않은 죽음으로 남겨진 두 아이의 시간들은 온전했을까?
엄마는 자신의 생활로 돌아오지 못하는 동안, 아빠는 남겨진 두 아이에게 무한히 노력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부모의 노력들이 온전히 자리 잡았을지 궁금해진다. 가족이었던 이들이 무너지고 균열이 일어난다. 미세한 균열의 시작점은 백인 경찰이 쏜 총이다. 그들이 의심하지 않고 쏜 총에는 잠재된 교육과 편견들이 자리 잡는다.
문학도 다르지가 않다. 어떤 문학은 백인 입장에서 집필된다. 인디언들을 향한 표현과 성향들은 폭력적으로 묘사된다. 침략자와 빼앗긴 자의 역사는 문학에서도 다른 시점으로 묘사된다. 우리 민족도 다르지가 않다. 무수히 침략당하면서 살아온 민족이다. 빼앗긴 민족이 당하는 편견과 오해들이 자손들에게도 어떻게 연결되는지, 교육은 어떤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감추는지 보게 된다.
조화와 평화.
화는 넘치는 물과 같아서
천천히 파괴를 몰고 온단다. 310
한 그루의 나무는 수백 년을 한자리에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머문다. 176
문학은 꽤 재미있다. 이 작품의 큰 음성들이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정령이 나타나고, 기이한 일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현실의 인물들이 혼돈의 과정과 실수하는 과정, 소중한 가족을 아프게 하는 과정들이 점철된다.
온전하지 않은 성인의 모습으로 성장한 두 아이가 있다. 누나와 막내 남동생의 삶은 부모에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해 보게 된다. 약물에 중독된 막내아들이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은 묘하게 빠져들게 한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과 새까지도 유심히 기억하게 된다. 갇힌 곳이라고 설명하는 기이한 곳은 어디였을까. 노인을 만나면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많은 진심들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 노인의 존재를 뚜렷하게 느끼게 된다.
약물에 중독되면서 통제가 불능되는 아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중독은 약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소비 중독, 음식 중독, 도박 중독, 미용 중독 등 다양한 중독들이 현대인들을 침식시킨다. 통제력과 분별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어린 막내아들은 엄마에게 집을 나갈 거라고 겁을 준다. 형이 죽은 사건 이후로 어린 막내아들이 느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나름 짐작해 보게 하는 대화 내용이 된다. 남겨진 아이들도 소중하다. 하지만 현실은 남겨진 아이들이 제대로 존중받고 대우받지 못한다. 그래서 누나와 막내 남동생의 삶이 아프게 그려진 이야기이다.
남편의 치매가 시작된다. 곁에서 보살피는 아내의 고충도 전달된다. 위탁 가정을 신청하면서 찾아온 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남편의 치매는 급격하게 호전된다. 그 이유도 매우 흥미롭게 전해진다. 살아갈 이유가 분명해진다면 자연스러운 치유도 일어난다. 희망이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들이 전개된다.
그 길은 눈물의 길이 아니니까...
슬픔이나 아픔 혹은 죽음 따위는 없다네.
그 길은 자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 329
상황은 언제든지 좋아질 수 있단다 282
치유가 뭘까? 죽고 싶지 않은 거요.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