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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두 남녀가 있다. 직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꿈꾸는 이상적인 합일점을 결혼과 함께 계획하게 된다. 런던의 부담스러운 주택 가격을 피해서 주변 도시에서 빅토리아풍의 3층짜리 거대한 주택을 눈여겨본다. 2여 년 동안 돈을 모아서 주택을 구입하면서 두 사람이 꿈꾸는 가족이 시작된다. 많은 아이를 낳고 가정적인 남편이 되는 이상적인 가족을 의미한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 셋째, 넷째까지 빠르게 임신을 하면서 아내는 체력이 많이 소진된다. 지친 아내를 살피지 못하는 남편, 쉬지 않고 출산과 임신을 반복적으로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아내가 있다.
육아와 가사노동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하여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다. 매년 가족들과 파티가 이 집에서 여러 차례 열리고 수많은 방과 가족들의 생활비용까지도 감당하는 것도 이 부부와 시아버지의 몫이 된다. 부자인 시아버지는 수표를 매년 이 부부에게 주면서 재정적 지원을 지속한다. 많은 인원을 감당한 요리와 장보기는 누가 했는지 직시한다. 가장 힘든 일인 장보기와 요리는 이 부부가 결코 한 적이 없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계획인 아이들을 계속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에만 충실하였다. 부가적인 재정적인 지원은 시아버지, 가사노동과 어머니 역할과 가사 노동은 친정어머니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결혼은 독립적인 가정이다. 하지만 성인인 두 사람은 온전히 두 다리로 서있지도 못하면서 계속 출산을 거듭한다. 주변 가족들은 우려하면서 조언을 하지만 아내는 이들의 충언을 멸시와 조롱으로 받아들인다. 연이어 다섯째 아이가 임신하면서 그녀의 내면과 육체는 더욱 힘겨워진다. 불안과 고통의 8개월이 연속되면서 아이는 태어난다. 거대한 아이 벤이 태어난 것이다. 임신기간에도 남달랐던 움직임으로 임신기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임산부였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어떤 진단도 내리지 않는다. 아내는 홀로 힘겨운 8개월을 기억하고 경험하게 된다. 11파운드로 태어난 벤의 성장 속도도 괴물스럽게 전해진다. 산모의 젖은 멍이 들어있다. 아기가 먹는 양과 흡입력은 산모를 소진시킨다. 결국 벤은 다른 아이와 다르게 모유 수유를 빠르게 중단하게 된다.
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넘어서면서 가족들은 벤을 평범한 아기로 보지 않는다. 생김새와 먹성, 애착을 보이지 않으며 말도 하지 않는 아기이다. 차가운 눈을 주시하게 한다. 집안의 개와 고양이 죽음을 벤과 연관성이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면서 함묵하게 된다. 4명의 아이들은 벤을 두려워한다. 잠들기 전에 아이들은 방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파티에는 점점 모이는 가족들이 줄어든다. 벤을 직접 보고 동물들의 죽음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가정은 행복한 가정인가. 이 부부는 행복한 가족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을까.
너희 둘은 마치 모든 것을 움켜잡지 않으면
그것은 놓쳐 버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구나 23
모두 스스로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
자신도 휴식이 필요했다.(도로시) 46
나도 너희들과 사라의 하녀로
일생을 마칠 생각은 없다.(도로시) 48
벤은 위협적이다. 이들을 모두 두렵게 만든다. 야생적인 모습들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닭고기를 생식하는 모습,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지 못하는 모습, 자신의 이름만 읽고 쓰는 아이, 힘이 놀라울 정도로 센 아이이며 싸우는 아이이다. 학습되지 않고 야생적 본성을 유지하는 아이는 사회적인 모든 것을 답습하지 못한다. 결국 가족들의 합의로 요양소로 보내진 아이는 어떤 일들을 경험할까. 주사기와 약물, 구속복, 굶주림이 벤과 함께 한다. 모성에 의해 홀로 벤을 다시 데리고 온 엄마는 아이들과 가족들, 남편에게서도 외톨이가 된다. 벤을 두려워하면서도 불쌍하다고 느끼며 외계인처럼 느끼고 있는 엄마이다. 공포감을 주는 말로 벤을 통제하면서 곁에 두고 감당하지 못하는 벤을 타인인 존의 일당들에게 보수를 주면서 벤과 함께하도록 유도한 부모이다.
부부의 양육 태도는 일반적이지 않다. 결국 아이들은 뿔뿔이 해체된다. 해체되고 자생적인 삶을 선택한다. 유일하게 부부의 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는 넷째인 폴이다. 폴은 신경질적인 아이가 된다. 온전하게 엄마와 애착 시기를 보낼 놓친 아이임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이 부부가 가진 것들과 놓쳐버려서 잃어버린 것들이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거대한 주택은 존재하지만 텅 비어버린다. 텅 빈 방들, 호텔 같은 많은 방들은 더 이상 가치를 잃어버린다. 아이들도 더 이상 부부를 찾아오지도 않는 거리감만 존재한다. 행복한 가정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확고하게 고집스러움으로 밀어붙인 다자녀 가정의 행복은 어디로 날려버렸는지 보여준다.
돈에 대한 편안함
그들이 함께 했던 인생을 특징 지었다.
부자의 삶은 번지르르하고 너무 쉬웠다. 21
권력을 가진 의사와 선생님, 전문가와의 상담시간은 효용성이 있었는지도 보여준다. 그 누구도 벤을 그대로 평가하지 않았던 이들로 인해 이 부부는 벤을 어떻게 키웠는지 보게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가족들의 혼돈과 당혹스러움, 모성애와의 충돌, 죽음 앞으로 당겨놓는 사회적 시스템과 죄책감은 무수히 충돌된다. 가족의 행복을 선택하지 못한 대가는 처참하다. 또 다른 아이가 보여준 성향과 어울리는 집단은 이질감으로 그려진다. 길을 잃어버린 이 가족 이야기는 지금도 누군가의 이야기이며 정답이 없는 선택으로 남겨지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다. 꽤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이 간다. 술술 읽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소설이다.
전쟁과 폭동,
살인과 비행기 납치,
살인과 강탈과 유괴... 1980년대.
야만적인 80년대가 본 궤도에 올랐고
(폴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런 양분을 먹고 자라는 것 같아 보였다.
이 가족의 생활패턴이 정해졌다.
미래의 패턴도 그럴 것이었다.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