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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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장편소설이라 눈길이 머문 작품이다.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들이 전해진다. 누군가의 이야기들이며 삶이다. 강규산이라는 아버지가 있다. 듄듄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아들이 그의 가족이다. 듄듄은 20대 청년으로 대학생이다. 듄듄이 고뇌하며 선택한 자신의 성정체성은 가족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으로 전해진다. 강규산이 담담하게 전하는 그의 일상, 퇴직한 후의 습관, 듄듄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어느 날의 하루 이야기는 솔직한 그의 마음들로 전해진다. 아들을 위해 기다린 것들이다. 다시 만나면 전해질 그의 진심들이다. 그의 진심은 전해졌을까. 진솔한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에게 닿았을까. 말수가 없었던 강규산의 하루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들의 고백에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아들의 방에서 매일 울며 잠을 겨우 자는 듄듄의 어머니의 일상이 전해진다. 이 부부에게 일어난 아들의 이야기,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며 모멸감을 느끼는 시간속에서 찾아낸 듄듄의 선택과 수많은 날들을 짐작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모든 가설과 현상들이

지구가 망해가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80

사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

주변에서 큰일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큰일로 여기고

작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을 작은 일로 여기게 된다고...

큰일은 돈과 생활이다...

얼마나 일해서 얼마나 벌 수 있느냐...

가장 크고 중요한 일 39


탱크라는 공간이 있다. 종교도 아닌 공간, 그저 기도하는 공간이다. 혼자만이 어둠 속에서 기도하는 탱크가 존재한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개하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탱크이다. 규칙도 있으며 예약금도 있다. 절박함에 인간은 신, 종교, 기도를 한다. "기도문은 도선의 바람을 응축한 한 편의 시이자 예언... 하늘이 보낸 격려, 우주가 보낸 신호라고. 기도의 응답" (11쪽) 기도하는 공간인 탱크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건과 불이라는 사건들이 어우러진다. 탱크와 관련된 사고들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간다. 탱크를 찾는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가 않다. 절박한 이들이 탱크를 찾는 이유, 기도와 눈물이 가져다준 기도 응답의 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66


기도. 명상. 의식을 고양시켜왔다. 사색하는 공간 62


어떤 믿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문제였다 106


항상 햇빛을 봐.

어둠으로 들어가지 마.

가라앉지 마. 153


김희진 장편소설인 <두 방문객>과 <윤희에게> 영화와 <D.P 2> 시리즈가 생각난다. 절망과 절박함에 공감하는 글이 한 편 우편으로 배달된다. 최대한 납작하게 축약해서 글을 적어간 도선의 글이 배달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강규산과 양우가 대면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특히 강규산의 손에 쥐어진 깃발의 의미는 더욱 강하게 전해진다. 듄듄은 강규산에게 소중한 아들이었다. 지켜주지 못하였던 날들과 순간들이 전해진다. 기나긴 날들의 듄듄의 절망들이 더욱 집약된다. 듄듄이 기도한 것들은 가족과의 화목이다. 이해받고 인정받으며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도한 탱크에서의 기도들이 그려진다. 꽤 많은 작품들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욱여넣어서 틀에 맞추어 살았던 윤희에게 영화의 내용들과 흩어진 꽃잎들이 된 D.P 이야기와 두 방문객 이야기들이 함께 펼쳐지게 한다.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삶의 가치도 의미가 없다고 느낀 듄듄의 선택들은 절박하였음을 알게 된다.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도한 듄듄이다.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글을 쓴 도선 씨도 인상적이다. 외면하고 무시하지 않았던 그녀이다. 스치지 않고 귀담아들었던 그녀는 작품으로 듄듄을 살려놓는다. 듄듄의 이야기로 탱크라는 소설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한 번도 기대하지 않은 미래가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거기에서 죽었다고...

그렇지만 그게 탱크의 잘못이나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절망의 문제였고,

세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맞닥뜨리는 재해에 가까웠다고...

언젠가 당신에게도 재해가 온다면 당황하지 말라고.

대신 잠깐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보라고.

그러면 한 번도 기다린 적이 없던 미래가

평생을 기다린 모양을 하고 다가오는 날이 올 거라고. 261


현실은 우리가 과거의 생각했던 미래랑 닮게 되니까요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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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걸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 땅과의 접촉으로 만병을 치유하는 건강 프로젝트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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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를 하는 분들이 꽤 많아진 분위기이다. 복강경 수술을 일 년 전에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맨발걷기는 많은 분들이 치유의 방법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싱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만난 책이다. 맨발걷기하는 이유, 자유 전자, 마이너스 전자에 대해서 언급된다. 활성산소를 배출하는 어싱에 대해서 많은 정보들이 전해진다. 치유되는 사례도 소개된다.

만성통증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는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질병을 일으킨다. 하나의 방법만이 해답은 아니다. 다양한 노력들과 실천들이 요구된다. 더불어 지금까지 지속한 생활습관들도 변화되어야 효과를 보게 된다. 수술을 하고 나서 회복을 하고자 걷기 운동과 식단을 관리하면서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났다. 변화된 식습관과 운동 효과는 건강하다는 결과를 수치로 증명시켜주었다. 더불어 맨발걷기 하는 분들을 등산하면서 자주 보게 된다. 효과를 보고 있는 분들이 주위에도 보여서 하나씩 이해하는 시간들로 채운 도서이다.

장점도 있지만 조심해야 하는 것들도 전해진다. 어떤 것을 체크하여야 하는지도 전해진다. 단독 주택에서 맨발걷기 하는 분들에게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처음 맨발걷기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운동시간도 언급된다. 효과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어떤 이유들이 있는지도 조목조목 열거된다. 무엇을 놓치면서 맨발걷기 하는지도 확인하도록 안내된다.


발을 먼저 이해하게 된다. 지압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질병들도 소개된다. 물이 부족하면 생길 수 있는 질병들도 열거된다. 물을 마시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소금이 부족해도 질병이 생긴다. 더불어 어싱 제품의 주의사항도 전해진다. 맨발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들도 담는다. 땅과 접촉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하게 전해진다. 질병은 복합적인 이유들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무엇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 과정에 만난 맨발걷기와 치유에 대한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전자파에 대한 내용이다. 전자기기가 현대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밀접하게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노력들이 더 필요한지 차분히 생각하게 한다. 생활을 재정비하게 한다. 생활습관도 살펴보게 된다. 바닷가에서 치유 효과를 본 사례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푹푹 빠지는 바닷가에서 맨발걷기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맨발걷기이다.

맨발걷기 후 어떤 활동이 마무리되어야 하는지도 전해준다. 피로 회복과 숙면에도 효과가 좋다고 전해진다. 유의사항도 조목조목 짚어준다. 전자파호르몬에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자궁내막증, 불임, 집중력 저하, 생리불순, 월경 전 증후군 등의 원인이 된다. 당연한 질병은 없다. 원인이 되는 것들을 확인하면서 건강해지면 된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맨발걷기, 공부하는 자녀들에게도 좋은 맨발걷기이다. 갑상선 질병에도 효과적인 맨발걷기이다. 방사선 검사와 항암 치료를 받은 분들에게도 효과가 입증되는 맨발걷기이다. 건강해진 분들이 많이 선택한 맨발걷기이기에 궁금해서 읽은 도서이다. 해수욕장에 대한 정보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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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
위저쥔 지음, 박주은 옮김, 안광복 감수 / 알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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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도서를 좋아해서 고른 신간도서이다. 50개의 철학 강의를 듣는 책 한 권이다. 관심있는 철학자들의 강의를 내맘대로 골라서 읽는다. 알베르 카뮈부터 읽게 된다. 시지프 신화와 이방인,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를 읽었기에 인상적인 인물이다. 이외에도 쇼펜하우어를 연이어 읽게 된다. 철학자들의 도서를 읽었기에 연장선에서 그들의 작품까지도 떠올리게 된다.

간결하게 정리한 내용을 만난다. 철학과 주장을 차분히 관조하는 시간으로 확장된다. 철학자 47인을 만나는 강의이다. <더 읽으면 좋은 책>코너가 강의마다 구성된다. 이 코너에 소개된 책들은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미 읽은 책들과 읽지 않은 책들이 어우러진다. 작가와 관련된 책들을 릴레이 독서하면서 깊게 사고할 수 있는 도서이다.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철학자들의 철학을 먼저 이해하고 읽으면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내용들이다. 소제목들에 이끌려서 만나는 철학자들도 있다. 두께감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철학도서이다. 철학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정리할 수 있었다. 도서 한 권만으로 철학자들의 글을 모두 이해하기가 역부족이었는데 갈급하는 마음을 충족시켜준 내용이다. 소개되는 책들이 매우 유용하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하는 발판이 되어준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깊은 의미와 모든 의미와 가치는 인간 자신이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카뮈의 부조리 수용의 의미까지도 이해하게 한다. 세 가지 의미에서의 부조리 수용을 설명하면서 되새김하는 내용이 된다. 실존주의를 이해하면서 삶을 이해하게 된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절망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558쪽)을 주시한다. 유토피아에 희망을 두지 않는 부조리와의 공존적 삶을 제시(556쪽)한 카뮈의 글도 여러 번 읽게 한다. 부조리는 현대인 삶의 특징(556쪽)이라고 직시한 카뮈의 고찰과 철학적 견해들의 끝을 쉽게 이해하며 카뮈 작품들을 다시 펼쳐보는 시간이 되어준다.



'고집스럽게 행복을 맞이하라'는 카뮈의 목소리를 듣는다. '불구의 손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라'는 의미도 큰 파동을 일으킨다. '형벌이라는 운명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여러 번 고찰하게 한다. 세상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살을 어떻게 사유했는지, 부조리한 삶을 신에게 의지하는 것의 의미까지도 카뮈의 시선으로 쉽게 이해하게 하는 내용이다.

쇼펜하우어의 쉼 없는 욕망과 고통의 근원까지도 천천히 깊게 호흡하며 듣는다. 앞서 읽은 쇼펜하우어 책내용들이 어우러지면서 더욱 바싹 다가서서 철학자를 만나게 된다. 골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소개되는 책들까지도 메모하고 찾아보게 한다. 철학도서를 좋아해서 들뜬 기분으로 펼친 도서이다. 철학자들의 도서는 더욱 기대하게 된다.



삶과 죽음,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고통과 욕망, 부조리한 삶들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직시하게 한다. 신을 찾는 인간들의 이중성도 오랜 질문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 신앙인들의 행태와 부끄러움도 더불어 직시하면서 읽는 철학서이다. 예술과 공간적 가치, 시각적 예술품들과 관습, 물질적 가치와 절망, 번아웃과 일중독, 우울증, 혐오까지도 접목하면서 철학을 이해하게 한다.

알아갈수록 재미가 있다. 이해할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철학이 왜 중요한지, 철학자들의 에세이도 더 읽게 된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 작품성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과 <> 작품도 다시 펼쳐보게 된다. 이들의 시선을 철학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작품들을 다시 읽게 한다. 밑줄 친 글귀들을 여러 번 고찰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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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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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이목을 끌었던 소설이다. 이야기는 짙은 슬픔과 상실로 감당하기 힘든 죽음이 등장한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는 슬픔은 저마다 다르게 전해진다. 말없이 침묵으로 자신의 슬픔을 가름하면서 가족들이 감당하고 있는 슬픔까지도 침묵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어린 동생이 기억하는 슬픔은 옅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한 자신의 실수도 이야기된다. 어린아이도 가족의 죽음을 기억한다. 갑자기 예고되지 않은 사고와 죽음에 제각각 감당하는 슬픔들이 그려진다.



엄마와 아빠가 감당하는 슬픔들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물리적 거리감까지도 감당하면서 긴 시간을 힘들어한다. 남겨진 자매들도 다르지 않은 슬픔을 견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숨죽여 몰래 울어야 할 만큼 긴 시간 그리움과 슬픔이 그들 모두에게 남겨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 소식을 경험하면서 오랜 시간 지금도 그때의 시간으로 남겨진 일들이 떠오른다. 삶 속에는 죽음이 문득 찾아온다. 그 죽음을 우리는 아무도 예견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현재가 더욱 소중해진다.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번뿐이고 아까운 거니까. 227

정신적인 기쁨을

물질적인 기쁨의 우위에 두는 인생을 살 것 153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109


긴 세월이 흘렀다.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웃음을 찾기까지 가족들은 너무나도 많은 고통과 침묵과 눈물과 그리움을 그려내었을 시간들이다. 선자 이모의 죽음을 감당하고 있을 한수와 한미를 떠올려보게 된다. 뇌종양으로 투병하는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주고 싶다는 한수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마음을 합친 두 친구들의 노력들이 전해진다. 선자 이모의 일기장을 몰래 읽어가면서 추리해가는 이니셜의 인물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윤희에게>영화가 떠오른다. 용기가 필요한 것, 관습을 이겨내야 하는 것을 조명한다. 솔직한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했지만 자신들에게 소중한 자녀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전한다. 병상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에 갑자기 아들이 전하는 편지 한 통과 답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한수를 바라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편지들에서 전해진다. 다정한 마음이 필요한 이유, 다정함이 우리 모두를 구원한다는 사실을 소설을 통해서 차분하게 전해진다. 선자 이모의 편지와 일기장을 건네받은 이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 된다.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304

이제껏 걸어온 여정의 종착지가 여기였다니.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 290



가스 폭발 사건, 가족 죽음, 파독 간호사, 독일 간호사 강제송환 반대 서명, 광주 시민 학살 규탄 거리시위, 동양인이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 모습, 불안해 능숙하게 감추는 아이인 한미와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인 한수가 대비된다. 서명운동을 외면하지 않은 병원 동료들, 외국어 알아듣지 못한다고 천천히 말해주는 동료들도 있다. 가난해서 외화벌이를 위해 이국땅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혼녀, 뇌종양 환자라고만 짧게 기억하는 선자 이모가 아닌 그녀의 삶을 빛나게 해 준 것들도 찾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혼자 여행 간 산에서 빛나는 자연 경관을 보면서 깨우치는 것들도 전해지는 소설이다. "우리는 모두 그 자체만으로도 태초의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존재들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303쪽) 글귀에도 눈길이 머무르게 한다. 해미는 긴 시간 언니의 죽음과 상실에 침식당한다. 그 과정을 눈치챈 이모는 해미를 지속적으로 도와준다. 우재라는 친구가 이모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말하는 대화는 해미에게도 의미심장한 말이 된다. 헤매고 있는 해미를 보게 된다. 기자 생활도 그만두는 이유들도 조명된다. 그리고 해미가 치유되는 과정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 이룬 결과가 곧 자신을 치유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해미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제주도로 떠난 해미에게 슬픔보다는 기쁨과 행복도 함께 하기를 응원하게 된다.

침묵은 비겁함 외에 아무것도 아닐 거니까 200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니까 107



작가의 글이 좋았다. 어렵지 않게 매만지는 많은 것들과 자신 안에 존재하는 악의까지도 섬세하게 놓치지 않았다. 악의보다는 다정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이겨내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만나는 소설이다. 환경운동가이며 자연보호를 위해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로 머리를 감는 언니가 있다.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힘들면 꼭 이모한테 말해야 한다.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25쪽) 말해주는 이모의 관심이 좋았다. 관심이 곧 사랑임을 소설을 통해서 만난다. 다정한 이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다른 사람도 적어도

나만큼은 고통스러웠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인간이 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내가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한 내 안의 '악의'였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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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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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이 배경이 된 소설이다. 조선 최초 고공 농성자였던 주룡의 시대적 삶과 가부장제,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배경까지도 만나는 작품이다. 항일유격대의 이야기까지도 놓치지 않게 한다. "서방을 두고 친정에 돌아와 지내는 딸 때문에 어디서 손가락질이라도 당할까 봐 밤낮 전전긍긍이었다. 아비 구실도 사내구실도 시원치가 않구나. 아버지는 시시한 사내라는 생각...크게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 (104쪽) 친정아버지부터 살펴보게 된다. 가부장제가 여성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고 고단하게 하였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집에 있는 날이면 집안일도 돌보고... 삯바느질도 한다. 푼돈이지만 쓰지 않고 독하게 모으면 언젠가 우리 식구도 우리 땅 한 뙈기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꿈으로 가슴을 부풀려본다. 이런 일들 주룡의 삶이 고단하였던 이유중에는 가난도 요인이지만 무기력한 가부장제에 갇힌 친정아버지도 중로부터 아버지는 한 걸음 물러나 있다." (112쪽) 10살 남동생이 논일을 못하게 막는 어머니와 일 안하는 아버지가 가족이며 부모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어머니의 사고방식은 여성인 자신과 딸인 주룡에게 더 고단한 삶으로 연장된다.       낯설지 않은 가부장제이다. 가부장제가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차분히 살펴보게 된다. 부모가 주인집 영감과 결혼 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알고 도망간 주룡의 사연도 안타깝게 보게 된다. 딸을 팔아서 자신들의 팔자를 바꾸려고 하는 어리석은 부모의 모습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장면이 된다.


결국 논일도 밭일도 어머니와 주룡의 몫이 된다. 114



친일 단체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여자 불러 술 마시고 오락실과 같은 공간의 금고를 터는 일도 시사성을 띠는 장면이 된다. 지금도 잔존하고 있는 친일 세력들의 움직임들을 우리는 여실히 감지하면서 살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역동적이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고른 소설이기도 하다.

조선인 상공협회지만

일본군과 ... 일본 기업에 줄을 대고

돈세탁을 돕거나 만주에 이주해온 동포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벌여 부정축재를 해온 친일 단체...

부유한 노인네들이... 여자 불러 술 마시는,

오락실과 같은 공간...

목표는 그 금고를 터는 것 66



밥벌이는 물론이고 동생들 학비를 보태고자 공장 직원으로 일하는 평양 셋집 주인의 딸 옥이도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배움이 없는 여성의 삶을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배운다는 의미는 큰 의미가 된다. 생각하는 힘을 가지지 못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지도 작품 속의 어린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서 보게 한다.



'삼이'라는 공장 노동자도 기억해야 한다. 파업하다 이혼당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무서워하는 삼이는 시어머니도 일하지 않고 남편도 일하지 않는 상황이다. 혼자만이 공장에서 노동자로 살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다. 아기를 출산하고도 아기와 함께 공장으로 바로 출근한 공장 노동자였던 사연도 전해진다.

삼이'라는 공장 노동자도 기억해야 한다. 파업하다 이혼당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무서워하는 삼이는 시어머니도 일하지 않고 남편도 일하지 않는 상황이다. 혼자만이 공장에서 노동자로 살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다. 아기를 출산하고도 아기와 함께 공장으로 바로 출근한 공장 노동자였던 사연도 전해진다.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이도 없었다.

자라서 무엇이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다. 153

소 한 마리 살 돈보다 헐한 값을 가지고

저를 산 것이다.

새끼도 치고 일도 해줄 소 비슷한 것을. 172

지난달보다 더 부리고 돈을 덜 주는 수법으로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공장주들이 등장한다. "공장 안에서는 역한 찐 고무 냄새, 독하게 배합된 약품 냄새, 롤러에 바르는 휘발유 냄새가 한데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가 난다." (225쪽) 작업적 환경이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곳에서 노동하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왜 농성을 시작하였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고공농성을 한 주룡씨의 필사적인 사연과 죽음까지도 감당하여야 했던 이유들도 조목조목 전해진다.

"공장 안에서는 역한 찐 고무 냄새, 독하게 배합된 약품 냄새, 롤러에 바르는 휘발유 냄새가 한데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가 난다." (225쪽) 작업적 환경이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곳에서 노동하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왜 농성을 시작하였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고공농성을 한 주룡씨의 필사적인 사연과 죽음까지도 감당하여야 했던 이유들도 조목조목 전해진다.


싸움이 좋은 거이 아이라 이기구 싶은 거입네다 216

이것은 역사입니다 역사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입니다 214

사람이 죽는 거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놈들이 무섭습네다 216

한 사람의 역동성이 역사로 기록된다. 그것이 소설로도 현대사회에도 큰 획이 되어준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지금까지도 읽고 있는 이 소설이 무척 궁금해서 펼친 소설이다. 사람이 죽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집단이 있다. 그것을 지목하는 작품들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도 주룡을 통해서도 언급된다. 이름 없는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은 익명으로 사라지는 세상이다. 누군가의 불꽃이 이렇게 사라졌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읽게 된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를 언제나 꿈꾸었다. 하지만 그 역사의 바램은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노동자였던 한 여성이 고공 농성을 하였던 이유를 지긋하게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소설이다. 박서련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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