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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실존 인물이 배경이 된 소설이다. 조선 최초 고공 농성자였던 주룡의 시대적 삶과 가부장제,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배경까지도 만나는 작품이다. 항일유격대의 이야기까지도 놓치지 않게 한다. "서방을 두고 친정에 돌아와 지내는 딸 때문에 어디서 손가락질이라도 당할까 봐 밤낮 전전긍긍이었다. 아비 구실도 사내구실도 시원치가 않구나. 아버지는 시시한 사내라는 생각...크게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 (104쪽) 친정아버지부터 살펴보게 된다. 가부장제가 여성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고 고단하게 하였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집에 있는 날이면 집안일도 돌보고... 삯바느질도 한다. 푼돈이지만 쓰지 않고 독하게 모으면 언젠가 우리 식구도 우리 땅 한 뙈기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꿈으로 가슴을 부풀려본다. 이런 일들 주룡의 삶이 고단하였던 이유중에는 가난도 요인이지만 무기력한 가부장제에 갇힌 친정아버지도 중로부터 아버지는 한 걸음 물러나 있다." (112쪽) 10살 남동생이 논일을 못하게 막는 어머니와 일 안하는 아버지가 가족이며 부모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어머니의 사고방식은 여성인 자신과 딸인 주룡에게 더 고단한 삶으로 연장된다. 낯설지 않은 가부장제이다. 가부장제가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차분히 살펴보게 된다. 부모가 주인집 영감과 결혼 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알고 도망간 주룡의 사연도 안타깝게 보게 된다. 딸을 팔아서 자신들의 팔자를 바꾸려고 하는 어리석은 부모의 모습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장면이 된다.
결국 논일도 밭일도 어머니와 주룡의 몫이 된다. 114
친일 단체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여자 불러 술 마시고 오락실과 같은 공간의 금고를 터는 일도 시사성을 띠는 장면이 된다. 지금도 잔존하고 있는 친일 세력들의 움직임들을 우리는 여실히 감지하면서 살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역동적이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고른 소설이기도 하다.
조선인 상공협회지만
일본군과 ... 일본 기업에 줄을 대고
돈세탁을 돕거나 만주에 이주해온 동포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벌여 부정축재를 해온 친일 단체...
부유한 노인네들이... 여자 불러 술 마시는,
오락실과 같은 공간...
목표는 그 금고를 터는 것 66
밥벌이는 물론이고 동생들 학비를 보태고자 공장 직원으로 일하는 평양 셋집 주인의 딸 옥이도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배움이 없는 여성의 삶을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배운다는 의미는 큰 의미가 된다. 생각하는 힘을 가지지 못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참혹한지도 작품 속의 어린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서 보게 한다.
'삼이'라는 공장 노동자도 기억해야 한다. 파업하다 이혼당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무서워하는 삼이는 시어머니도 일하지 않고 남편도 일하지 않는 상황이다. 혼자만이 공장에서 노동자로 살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다. 아기를 출산하고도 아기와 함께 공장으로 바로 출근한 공장 노동자였던 사연도 전해진다.
삼이'라는 공장 노동자도 기억해야 한다. 파업하다 이혼당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무서워하는 삼이는 시어머니도 일하지 않고 남편도 일하지 않는 상황이다. 혼자만이 공장에서 노동자로 살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다. 아기를 출산하고도 아기와 함께 공장으로 바로 출근한 공장 노동자였던 사연도 전해진다.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이도 없었다.
자라서 무엇이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살았다. 153
소 한 마리 살 돈보다 헐한 값을 가지고
저를 산 것이다.
새끼도 치고 일도 해줄 소 비슷한 것을. 172
지난달보다 더 부리고 돈을 덜 주는 수법으로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공장주들이 등장한다. "공장 안에서는 역한 찐 고무 냄새, 독하게 배합된 약품 냄새, 롤러에 바르는 휘발유 냄새가 한데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가 난다." (225쪽) 작업적 환경이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곳에서 노동하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왜 농성을 시작하였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고공농성을 한 주룡씨의 필사적인 사연과 죽음까지도 감당하여야 했던 이유들도 조목조목 전해진다.
"공장 안에서는 역한 찐 고무 냄새, 독하게 배합된 약품 냄새, 롤러에 바르는 휘발유 냄새가 한데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가 난다." (225쪽) 작업적 환경이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곳에서 노동하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왜 농성을 시작하였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지붕 위로 올라가서 고공농성을 한 주룡씨의 필사적인 사연과 죽음까지도 감당하여야 했던 이유들도 조목조목 전해진다.
싸움이 좋은 거이 아이라 이기구 싶은 거입네다 216
이것은 역사입니다 역사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입니다 214
사람이 죽는 거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놈들이 무섭습네다 216
한 사람의 역동성이 역사로 기록된다. 그것이 소설로도 현대사회에도 큰 획이 되어준다. 이 소설이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지금까지도 읽고 있는 이 소설이 무척 궁금해서 펼친 소설이다. 사람이 죽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집단이 있다. 그것을 지목하는 작품들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도 주룡을 통해서도 언급된다. 이름 없는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은 익명으로 사라지는 세상이다. 누군가의 불꽃이 이렇게 사라졌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읽게 된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를 언제나 꿈꾸었다. 하지만 그 역사의 바램은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노동자였던 한 여성이 고공 농성을 하였던 이유를 지긋하게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소설이다. 박서련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