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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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소설 『그 개와 혁명』

소설과 인터뷰 글로 구성된 서장원, 예소연, 함윤이 소설을 만날 수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2024년 뜨거웠던 여름날 골라서 읽었고 다시 펼친 문장들은 예사롭지 않게 마음을 휘젓는다.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였는지도 들려주는 인터뷰 글도 구성된다. 함윤이 소설 『천사들』에 이어 예소연 소설 『그 개와 혁명』을 펼치면서 작가가 오랜 시간 바라본 한국 사회를 함께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첫 문장 / 태수 씨는 죽기 전까지 통 잠을 못 잤다.

우리의 시간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실된 마음을 여러 날을 사유하게 한다. 한껏 차서 가득한 마음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살아왔는지부터 살펴보게 한다. 가득하고 벅찬 기분으로 시간들을 만끽하였는지 무심하지 않게 둘러보게 하는 문장이 좋았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 시간보다도 조금 더 충만하기를 바라봅니다." (97쪽)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그다지 충분하지 않는 소식들로 가득한 분위기이다. 모두가 충만하기보다는 일부만이 충만한 시간들로 채우고 배불리는 것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문학은 그러한 사회를 스쳐지나치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들 앞에 가져다 놓고 충만하지 못한 이유들을 작가는 조각조각 들여다보게 한다. 그중의 하나가 죽음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직시한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게 전해진다. "자본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는 사회는 올바르게 굴러가지 않는다." (54쪽)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을 교묘하게 알아챈 자본주의는 환자를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고 말하는 인물이 자신의 죽음보다도 남겨진 자식들이 살아갈 사회와 세상을 더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냥 죽고 싶은 마음과 절대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매일매일 속을 아프게 해.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온갖 것들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73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82

암 진단비, 암 수술비, 항암치료와 요양병원 비용은 죽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는 비용은 죽는 비용에 견줄 수 없다는 예리한 문장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꼬집는다. 사는 비용도 만만찮았던 2024년 한국 사회에서 죽는 비용이 가중된다면 얼마나 힘든 세상을 살아갈지 자녀를 걱정한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식견이 요구되는 시대이지만 학교교육과 사회는 과소비를 더욱 부추기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길과는 멀어지게 하는 것이 요란스럽기만 하다. 수많은 길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책이다. 이 책에서도 아버지가 딸과 나누는 대화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남겨질 자녀들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마음들이 감지된다. 죽는 비용과 사는 비용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펼쳐놓는 것에 매료되면서 작품은 더욱 깊은 질문들로 초대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러 도서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뻔해 보이는 방식을 답습하면서 소수 권력자들은 그들의 배만을 불리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회임을 잘 바라보는 힘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임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적이 누구인지도 소설은 명확하게 짚어낸다. 바로 자본주의에 유용되는 제도들을 파악하는 힘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은 사치라고 생각하면서 『죽도록 즐기기』책에 등장하는 많은 군중들은 분별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주식으로 천만 원을 잃었다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는 왜 주식으로 노동한 소중한 비용을 잃게 되었는지 자문해야 하는 인물이다. 사회적 분위기, 흐름에 죽도록 즐기기 자세로 무분별하게 투기하였음을 짐작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렇게 끊임없이 손짓을 하는 사회이다. 그것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힘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도 스스로 구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사회는 생각하지 말라고 부추긴다. 책을 읽지 않아야 생각하는 힘이 없어질 것이며 글쓰는 힘이 없어야 저항력이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유희만을 쫓고 즐거움과 오락만을 쫓는 것이 점점 비대해지는 시대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란한 흐름과 유행에도 잠잠히 자신만의 세상을 지켜내고 고용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빛나기 시작한다. 바로 작가들이며 그 책들을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둡지만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 한국문학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도 기대감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세상에 소설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층이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보는 가을이다.

딸이 2명이었던 태수가 있다. 그의 죽음과 장례식장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상주가 없다고 생각한 태수의 사고방식과 장례식장에 온 몇몇 노인이 아들이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장면과 대응한 딸의 마음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이해되지 않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이다. 딸을 자식 취급하지 않는 이유와 그들이 고수한 인습과 관습들을 하나씩 상황들을 통해서 펼쳐놓는다. 많이 변화되고 있는 과도기를 보내는 한국 사회이지만 아직도 단단하고도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 남아선호사상에 아직도 놀라울 따름이다. 농경사회도 아닌데 아직도 아들이 상주 노력을 한다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장례문화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해진다. 죽음 이후는 그리움으로 남는 것이 좋은 것인데 사회는 여전히 상주는 남자여야 한다고 옛 방식을 고수한 세대 간의 사회문제도 꼬집어내는 소설이다. 답습하지 않는 자세가 절실해진다. 누군가 그들의 방식을 고수한다고 따라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의미 있는 것은 그러한 것들이 아니다. 무의미와 의미를 진지하게 사유하는 힘이 잘 사는 방식이 된다는 것을 태수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보여준 소설이다. 태수가 놓친 것들이 무엇이며 인지하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소설은 번쩍 들어 올린다.

노동 문제에는 비판하지만 가사 노동은 외면하는 그의 태도에는 문제가 보이지만 그는 마지막 삶의 순간까지도 깨닫지 못했음을 작품은 매만진다. 차별을 직시하는 힘, 약자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이다. 혐오와 분쟁이 아닌 연대와 이해, 포옹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는 작품이다. 태수 씨처럼 사는지, 장례식장의 몇몇 노인들처럼 살고 있는지, 환경운동과 페미 운동, 가사노동, 노동문제까지도 관심을 가지는지 돌아보게 한다. 고학력자이면서 30대 여성을 줄임말로 고삼녀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그녀들의 마지막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고학력의 여자가 어디까지 쓰임을 다하고 어떻게 사회에서 쓰임을 다하는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개발팀 고삼녀들의 마지막 종착지. 우스갯소리.고심녀란 고학력자 30대 여성의 줄임말 - P70

태수 씨는 내가 상주를 할 수 없는 제도가 몹시 못마땅하다고 했다. 내가 상주지? 응 - P79

몇몇 노인은 완장을 찬 내게 아들이 없어 안타깝다는 소리를 했다. 나는 그렇게 안타까울 일은 아니에요라고 맞받아쳤다. 애도하러까지 와서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사촌 동생이 남자라는 이유로 상주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 P68

제사상 차리는 것... 반바지 못 입게...불필요한 인습이라고.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 아버지 제사면 직접 과일이라도 놓으라고... 태수 씨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당신은 그걸 응당 받아들일 뿐이라는 듯이... 나는 분명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태수 씨의 모습을 좋아했던 것인데. - P52

유연한 노동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불가산 노동인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사회는 조리 있게 굴러가야 하지만, 가족이라는 제도 안의 조리는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 P59

나도 태수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떤 사람인데..."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 - P71

자본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는 사회는 올바르게 굴러가지 않는다. - P54

온갖 것들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 P73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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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수집 노는날 그림책 18
빅투아르 드 샹기 지음, 파니 드레예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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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위스 아동도서상, 2024 벨기에 Lu et Partage 상, 2023 프랑스 Prix Millepages 상 수상작 그림책이다. 120쪽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과 글은 큼직한 사이즈의 책만큼이나 볼거리, 생각거리를 충분히 전달하는 그림책이다. 수상작의 가치가 궁금해서 고른 책인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7명의 아이들이 수집한 7가지의 보물들은 무엇일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집한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수집한 보물들을 어떤 곳에 간직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물들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들려주는 7가지의 이야기이다.

정원을 가지고 싶었던 아이가 있다. 하지만 그 소원은 매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아이는 스스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원을 가지기 시작한다. 들꽃들을 수집하는데 같은 종류의 들꽃들을 수집하지는 않으면서 먼지가 소복한 두꺼운 사전에 끼워서 말린 들꽃들을 우연히 발견한 아이의 아버지가 핀셋으로 아이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알려주게 된다.

차곡히 쌓인 말린 들꽃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름다운 정원이 아이의 품에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꽃의 색들이 말려지는 과정을 통해 변하는 것도 아이는 보물을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고 이해하게 된다.

다른 아이는 돌들을 수집하면서 돌을 수집하게 된 사연도 들려준다. 별에서 떨어진 돌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만큼 돌을 다양하게 사유하게 한다. 어떤 아이는 손을 수집하는데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들을 수집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군가가 사라질 때까지 손의 의미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보물인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말을 좋아한 아이를 위해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조각말은 아이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도 들려준다. 가족들이 있지만 쉽게 잊히는 존재도 있고 영원히 긴 시간 우리와 함께 존재하며 가끔씩 떠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들도 있다. 그들이 잊히지 않는 이유와 의미를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함께 상기하면서 우리의 존재는 어떤 의미로 가족들에게 기억되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게 된다. 육체는 사라지지만 존재와 의미는 기억 속에서 소중한 의미로 남겨지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이의 조각말을 통해서, 할머니의 어린 시절 손을 통해서, 심장소리를 통해서 부여된다.

기억한다는 것과 기억된다는 것을 사유하게 한다. 강제로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과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의미가 다르다. 제사 음식과 명절로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는 한국 사회의 문화와 가부장제는 흐릿해지는 전통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는 사회이다. 자신의 죽음을 다른 여성의 고통으로 남겨놓지 않고자 미리 기억하기 좋은 의미로 전달하면서 여행 다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분위기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외할머니와 할머니가 있고 아직도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가 부여되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움이 눈물이 되기도 하고, 고마움이 기억이 되는 보물들을 함께 펼쳐볼 수 있었던 그림책이다.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글로 전달하고 그림으로 아낌없이 담아낸 그림책 덕분에 작가들의 정서를 무한히 전달받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온전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과 삶, 죽음까지도 관조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좋아하는 계절, 좋아하지 않는 계절의 이유, 수집하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의미들이 가득해진다. 슬프고 아름다운 말의 눈동자에 대한 문장에서도 감동을 받는 책이다.

조약돌들을 모두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선택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포기하는 것도 배우는 아이도 있다. 특히 다른 조약돌과 부딪혀 흠집이 난 조약돌을 바라보는 시선도 머무르게 한다. 인생에서 불행도 찾아오고 실패도 찾아오지만 우리는 그것이 인생 전체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딪힘과 흠집이라는 사건이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이 되는 출발선이 된다는 것을 조약돌을 모은 아이의 흠집이 난 조약돌에서도 배우게 된다. 아름답다, 성공의 기준은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패와 불행을 이겨내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며 아름다움이라고 믿는다. 이겨내고 버티면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 그림책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심장소리를 수집합니다.

당신의 기억, 나의 기억.

당신의 심장은 이곳에서 계속 뛸 거예요. 당신이 떠난 뒤에도 말이지요...

몇몇 조약돌을 골라냈고 나머지는 버려두었습니다. '선택'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셈이지요.

다른 조약돌과 부딪쳐 흠집이 난 조약들도 있고요. 이런 돌들은 꽤나 이상적이에요.

젖었을 때는 보석처럼 밝게 빛나던 조약돌이었지만, 물기가 마르고 나면 평범한 자갈처럼 보이는 조약돌... '이 악동들!'

사전을 열어 봅니다. 매번 놀라움을 숨길 수 없죠!... 납작하게 잘 마른 꽃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손은 클레오의 할머니, 마들렌의 손이에요. 할머니가 클레오보다 어렸을 때 남긴 거예요.

내 딸을 위한 거야. 항상 손이 필요할 거야... 언젠가 내 손은 사라질 거야.

슬플 때면 잠자는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죠... 조개들도 루이즈도 더는 혼자가 아니에요. 루이즈는 미소를 짓습니다... 바다 내음 가득한 바다 수선화로 주머니를 가득 채웁니다.

가을은 오마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밖에서 나는 장작불 냄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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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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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심리를 관찰하고 연구한 학문이 전해지는 책이다. 목차만 읽어도 꽤 흥미롭고 해당 내용들을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기에 관심가는 목차 내용부터 읽으며 내용들에 몇 번을 놀라게 된다.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이해가 어려운 상황들을 군중심리 연구 내용을 통해서 알게 된다. 역사적 사건들을 예시로 그림 자료와 함께 설명해 주면서 전범 재판에서 진술한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의 태도와 일상에서의 태도를 대조하게 된다. 악행을 그저 일상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그의 답변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개념과도 매치하게 된다. "한 개인으로서는 그다지 악하지도 않고 평범했을 사람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9쪽)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이라는 그래픽노블 책도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함께 생활한 유대인들이 잡혀가는데 군중은 침묵하며 그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가 군중심리 내용과 접목되면서 책에서 언급된다. 더불어 나치 군대의 사열 의식에 대해서도 조명된다. 종교 집회를 연상하는 그들의 사열 의식을 사진으로도 보면서 이해하게 되는데 나치 장교의 제복, 근엄한 표정들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것은 독일 군중에게 나치는 종교였다는 것과 히틀러는 신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한다. 신흥 종교의 사제와 같은 의미였음을 군중 심리 연구로도 도출된다.

종교의 편협성과 광신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인간의 편협성은 종교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역사를 알게 될수록 종교의 폭력성과 편협성, 과격함을 목도하게 된다. 군중이 환호하는 영웅은 신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에서도 정치 운동에 환호하는 군중의 무리의 모습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집단의 군중과 정치집단에 동조되는 군중의 환호하는 모습들을 함께 펼쳐놓으면서 읽게 된다. 군중이라는 무리가 얼마나 나약한지, 모순적인지, 편협한지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하나씩 전해진다.

군중의 특성은 쉽게 격분하며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동성이 강하며 판단력과 비판력도 부족하고 감정이 과잉되는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군중을 압도하는 지도자가 알아야 할 것이 군중의 특성이며 그들을 지배하는 방법까지도 책은 전달한다. 군중에게 공정하지 않아야 하고 합리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소설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한국 정치인도 국민을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세상인 만큼 기득권이 군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보여주는 내용이 된다.

군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지도자에게 필요한 전략서이며 내용들이 전해진다. 요동치는 마음으로 읽은 도서이다.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는 무리이며 어리석음과 무지함, 시기심, 무가치와 무능함에서 자유로워지는 군중의 특성까지도 설명된다. 어떻게 저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했던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은숨을 내쉬게 된다. 군중은 그렇게 자신의 것을 가지지도 못하는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보통선거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미국과 프랑스가 어떤 방식으로 보통선거가 시작되었는지도 설명된다. 선거제도에서 광활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던 투표권자와 투표권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역사적 내용이 전해진다. "미국에서도 흑인과 여성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프랑스에서도 성인 남성으로 선거권을 제한 (그림 333) " 지난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소외된 약자들이 자신의 것을 얻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치렀는지 떠올리게 된다. 한강 채식주의자 소설을 향한 반대 목소리를 외치는 무리가 어느 집단인지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대이다. 가부장제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의도에 움직이는 군중의 무리가 누구였는지도 이 책의 내용과 접목하는 재미까지도 즐길 수 있었던 내용이다. 누가 이용되고 누구를 이용하는지 기득권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활동 소식을 신문으로 읽었기에 이 책은 정치적으로 누가 무엇을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교육에 대해서도 저자는 냉철하게 분석한다. 학교교육과정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진짜 필요한 교육은 외면하고 소비과열주의로 향하도록 가르치는 교육과정과 생각하는 힘을 가지지 못하도록 객관식 평가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가 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에서도 언급되는 만큼 생각하는 힘은 독서와 글쓰기에서 증폭되지만 경쟁교육으로 과열시켜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도록 대학교까지도 대자보가 사라지게 만든 것이 한국 사회이다. 대학교들을 자주 걷는 편이지만 어디에도 대자보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리진 이유, 그들의 미래는 취업뿐이라는 사고방식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 것임을 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교육받은 상류층을 경박한 부르주아라고 매섭게 질타한다. 한국 사회마저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를 다녀도 경박한 부르주아라는 명칭이 낯설지가 않은 사회라 반박조차도 어려워진다.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게 사유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군중을 이해할수록, 지도자와 정치인의 움직임을 알수록 이 책의 내용은 유용한 안내서가 된다.


왜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 무리에 섞이면

무지한 군중으로 전락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거짓임이 빤한 가짜 뉴스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는가?




교육을 받은 상류층. 경박한 부르주아가 된다. - P174

교육에는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이 존재. 학생이 자신의 출생 환경에 극심한 혐오를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욕망을 갖게 되는 것. 노동자, 농민, 중산층 - P173

군중은 기꺼이 거짓에 속을 준비가 되어 있다. - P88

군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과 지도자가 취해야 할 전략 - P71

명심할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군중을 설득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점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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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문학들이 많다 보니 한국문학은 언제나 관심을 가지면서 읽는 분야이다. 더불어 한국 여성들이 호소하는 현실 문제들도 하나씩 조명하는 책들도 많아서 지속적으로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책과 영화, 인물들을 불러놓으면서 더욱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이 인상적인 책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글쓰기 치유 워크숍에서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시가 피해 여성들을 치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시인의 시는 사실적이고 고통과 슬픔을 잘 전달해 주는 시어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곰팡이도 오줌 자국도 구더기도 시체도 되었죠.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시) _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단단한 슬픔의 이빨 346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_ 올여름에 인생 공부 349

책은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라고 책표지의 문구가 짙은 호소를 한다.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도 없을 때, 막막함에 길을 잃고 무너지고 있을 때, 여성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귀를 열어주고 두 팔을 활짝 펼쳐서 꼬옥 안아주는 것이 책임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서 만나는 작가들의 무수한 작품들에는 그들의 경험과 깨달음과 위로와 치유가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들도 감독이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대화들이 무엇인지 화면을 통해서, 인물들을 통해서 손을 내밀며 꼬옥 잡아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와 감독, 작품까지도 한국 여성에게도 치유와 희망을 불어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부 안 한 내 탓이라고 받아들이는 정서.

'공부 좀 할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많이 하는 후회

_ 『말을 부수는 말』 이라영. 한겨레출판

과잉 노동과 저임금에 지친 사람들이 학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도록 자본주의 사회가 길들여놓은 잘못된 생각을 답습하는 모습도 꼬집으면서 능력주의, 학벌주의가 당연한 차별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안내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거리에 반가운 희소식이라고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체를 알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던 플래카드 현수막의 문구가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람 목숨값을 하찮게 생각하는 곳에 취업을 시키고자 환영한다는 문구는 젊은 자녀들의 죽음을 앞당기는 안내글이라 안타까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안전불감증이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데 아직도 변화하지 않는 한국 사회이다.

우리의 자녀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른의 의무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로 정당화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 동서 간의 갈등을 암묵적으로 허락하는 분위기는 아직도 진부한 문화임을 보여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명절에 만나서 가족들의 갈등이 만연해지는 분위기가 싫어서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고 친척들의 질타도 이겨내는 사연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모두가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가족 간의 갈등을 답습할 때 누군가는 해방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곪아서 터지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들을 누군가는 택하고 행동하며 다른 삶을 선택하며 자녀들이 우리와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보여주기 시작한다는 것을 여러 사연들과 책들, 영화, 작가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멈추면서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습관적으로 살아간다면 가부장제와 고부갈등, 성폭력에도 영혼을 잃은 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책에서도 무수히 강조되는 것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잘못된 문화를 세대들이 답습하지는 않는 시대이다. 부당한 대우에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고 포기할 여성들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당함을 말하며 정당한 것들을 제안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시대이다. 여성문제도 다르지가 않다. 결혼도 선택이며, 이혼도 선택이다.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결혼도 선택하고 이혼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다.

성폭력에 힘겨운 많은 피해 여성들에게도 두 팔을 벌려주며 안아주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의지에 의해 당한 성폭력이 아닌 만큼 지독한 슬픔에 자신의 영혼을 아프게 포기하지 말라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건너뛰라고 말하는 최승자 시인의 시를 무수히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고부갈등에 힘든 여성, 육아에 지친 여성, 결혼과 이혼을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들을 함께 볼수록 살기 위해 선택한 자유임을 보게 된다. 여성에게 주어진 임신과 출산, 양육의 시간들이 얼마나 혹독하고 외롭고 고된 노동인지 여성들은 알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여성들의 슬픔과 고통, 외로움, 눈물들을 이해하게 된다. 지나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성차별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진부하게 꼬옥 끌어안으면서 정치적으로도 적절하게 이용하는 한국 사회이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반대하는 단체가 외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나라가 아직도 가부장제를 옹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움 현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길들이고 싶어하는 그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힘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함께 들어주며 손을 잡고 안아주는 이들이 이 사회에 있음을 잊어서도 안된다. 책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내용들이 전해진 책이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는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야 하는 이유도 책을 통해서 보게 된다. 과소비를 유지하고자 지자체가 쓰레기를 치우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도 살펴보게 하는 내용의 책도 소개된다. 자본주의는 과소비를 조장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심플 라이프를 자본주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해방의 문으로 나아가는 길이 무수히 많음을 생각하게 한다. 해방은 곧 자유이다. 우리가 자유를 찾는 삶의 지축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무수히 생각할 수 있도록 연결다리를 만들어준 내용들이다.

지자체는 낮에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싶어한다.

과소비를 유지하려면

쓰레기에 대한 부끄러움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

(207쪽 _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포도밭 출판사) 330쪽



가장 인상적인 책은 김진영의 『상처로 숨쉬는 법』 책내용이다. 애도의 계엄령이라는 소제목을 무수히 읊조리게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애도를 통제하고 비난했는지 우리는 수차례 경험하였기에 더욱 이 소제목의 계엄령이 적절해 보인다. 기억 속에서 전혀 지워지지 않은 세월호 사고 소식과 슬픔과 눈물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짓누른다. 지금 우리의 자녀들이기에 더욱 슬픔이 동질화되면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곧 우리들의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건도 다르지가 않다. 그들의 슬픔은 빠르게 지웠고 철거해서 제거해 버렸다. 그들의 방식으로 애도는 지워졌음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다시 불러놓게 된다. 그들이 슬픔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애도의 시간, 애도의 깊이, 애도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기 때문이다. 대단히 위험할 수 있는 것을 그들은 빠르게 계엄령으로, 언론을 통해서 통제해 버렸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소환되는 시간이 된다.

이 사회의 상처를 제대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김진영 책의 문장에서 발견하게 된다. 사회적인 상처가 무수히 많다는 것을 목도할수록 슬픔들이 더욱 짙어진다. 사회적인 상처는 그 누군가의 상처가 아니다. 곧 우리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이유가 된다.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눈을 감지 말라, 사회적인 상처를 제대로 보아야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것이다. 혐오로 무장한 정치적 움직임에 꼭두각시처럼 비난하고 혐오의 댓글로 싸우는 것은 현문 현답이 되지 못한다. 멈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며 행동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둘러보게 하는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

에도의 계엄령

사회는 무슨 방식을 쓰든지 슬픔을 관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하도록 허용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기에 일정한 처리 방식을 따라가도록 한다... 사회적 삶의 조건들에 눈뜨기 쉽다는 것 (660쪽 _ 상처로 숨 쉬는 법) 176


왜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753쪽_ 상처로 숨쉬는 법) 179



























참사 희생자의 90%는 ‘쉼 없이 달리는 삶을 강요받은 20~30 대 - P177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 P179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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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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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작가가 집필한 이 소설은 플롯이 없다는 이유로 판권 구매를 거부한 곳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플롯은 없지만 피해 여성들이 자신들의 신앙 공동체 생활에서 밤마다 당한 성폭력의 흔적들은 참혹하였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서 논쟁하며 처음으로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한 미래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많은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 아니다. 피해 여성들에게는 공동체 남자들이 가해자 남자들을 풀어주기 떠난 짧은 시간에 선택을 결정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남아서 싸우기, 떠나기를 표현하는 그림들이 그녀들의 투표용지이다. 글을 배우지 못하도록 공동체가 여성을 배제한 종교 집단에서 그녀들은 남성들이 전하는 성경 말씀만을 듣고 믿는 신앙인들이다.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설교와 말씀을 믿으면서 생활한 여성들이 이 집단 남성들에게 성폭력을 당하였던 것이다. 동물 마취제로 남편이 있는 여성들, 처녀들, 3살 어린 소녀까지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은 경악하게 한다. 투표용지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자들은 글을 읽을 수 없도록 남성들만 교육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된다.

1. 아무것도 하지 않기

2. 남아서 싸우기

3. 떠나기

화자는 피해 여성들이 공동체 남성들이 없는 밤 시간에 모여서 회의하는 내용들을 기록하는 남자이며 아이들의 선생님이다. 그는 부모와 함께 이 공동체에서 생활했지만 추방당한 가족이었다. 그 이유도 후반부에서 실체를 드러낸다. 성경은 믿음과 사랑을 무수히 언급한다. 그러한 말씀으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여성들에게 의문의 멍 자국과 통증을 죄, 유령, 악마의 소행, 신의 벌,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상상이라고 말한 타인들도 뚜렷하게 바라보게 된다. 가해자를 숨기고 피해자를 마녀로 만드는 패턴이 감지된다.

갇힌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배움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두려움과 불안을 계속 호소하면서 그들의 논쟁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힐난하고 언쟁을 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제대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여자가 보인다. 사랑의 의미를 숙고하였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며 선언문이나 성명서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젊은 여자가 있다. 화자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이 여자는 어머니가 비밀 학교라면서 소녀들에게 들려준 수업 내용들을 잊지 않고 말하는 여자이다. 오나라는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주워 담을수록 수북해진다. 여자들에게도 생각할 권리를 허용하기, 소녀들도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기, 기존 종교를 토대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종교를 여자들이 만들자고 제안한다. 비밀학교에서 어머니가 가르친 내용들도 살펴보면 뭔가 중요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가 해당된다.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문화에서 여자들에게 중요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 읽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도 아버지가 딸의 뺨을 가차 없이 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도 딸이 아버지에게 맞은 뺨의 멍 자국이 등장하는 만큼 세계 여자들이 가부장제의 다양한 피해 사례가 드러나는 것이 문학이다. 죄책감도 없고 정당한 그들의 폭력에 길들여진 많은 여성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 의지와 자기결정이 왜 중요한지도 이 작품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충직한 개가 된 남자들의 일원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자신이 누구인지, 그들이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누군인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여성들은 도망가는 것과 떠난다는 것조차도 구분하지 못해서 여러 차례 의미가 다르다고 다시 설명하는 대화도 등장한다.

광분하고 폭력적인 영혼이 드러나지만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음 세대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여성들은 서서히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이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 남아서 싸울지, 떠날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켜야 하는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계속 피해자로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지 모두에게 주어지는 질문이 되는 소설이다.

잔인한 폭력으로 이어진 이유들을 질문하게 한다. 욕망과 사랑이 퇴색되고 연민과 따스함이 없었던 이유도 공동체에서 살펴보게 된다. 악은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질문을 던진다. 숨을 쉴 수 없고, 움직임도 없고 삶도 없는 흑해 밑의 강을 떠올렸던 이유와 접목하게 된다. 이들의 공동체가 바로 그러한 곳이었음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길들여진 여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욕망의 피해자가 되도록 방관되고 학습된 남자들이 어떤 범죄를 죄책감 없이 종교인으로 범했는지도 드러난 사건이다.

가부장제는 지금도 유유히 흐른다. 학습된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우려스러운 문화가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문화에 생각 없이 갇혀서 길들여진 여자가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한강 작가와 이 소설의 작가도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가해자가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 가부장제이다. 학습된 여자들이 다시 여자들을 학대하고 고통을 상속시키는 한국 문화도 다르지가 않다.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힘이 필요해진다. 혐오로 왜곡되지 않는 사회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문학은 진중한 목소리들을 외면하지 않고 확성기처럼 외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만큼 이 소설의 여성들이 선택한 가치와 이유들은 명확해진다. 그녀들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며 실패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경은 누가 집필하였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남성의 관점에서 집필되고 여성은 배제되었다는 것에서 의문을 던지는 움직임들이 책들을 통해서 감지된다. 마녀도 종교적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임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여자들은 그러한 마녀사냥감이 되어서 죄와 악마로 남자들이 포장해버렸음을 목도하게 된다.

여자들은 고통과 슬픔, 불안과 괴로움을 직시하지만 죄책감은 아니라고 힘주어서 말한다. 남자가 바느질을 배운다고 놀라워하는 남자의 대화도 주목하게 된다. 이분법적인 사고가 얼마나 피폐하고 무능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읽는 능력, 생각하는 능력, 숙고하는 힘은 성장으로 이어진다. 어떤 폭력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감옥에서 매일 맞았다는 화자의 경험과 여자들의 성폭행과 임신, 아기를 출산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전하는 오나의 모습에서도 사랑과 폭력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의미는 결코 쉽지 않다. 오나의 아기를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 깊게 호흡하게 한다.

옳은 것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중요한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평화주의와 비폭력을 위해 소년들과 남자들을 재교육하고자 했던 이유도 전해진다. 타인을 연민하는 힘, 존중하는 능력이 왜 필요한지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통해서 두드러진다. 그들에게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보여준 소설이다.


정확히 우리가 뭘 위해 싸우는지 밝히는 게 이롭지 않을까? 88

여자들에게도 생각할 권리를 허용하기, 소녀들도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기, 기존 종교를 토대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종교를 여자들이 만들기 90

엄마 모니카가 비밀학교에서 소녀들에게 들려준 수업 내용 / 뭔가 중요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전달하려 시도 91

투표용지 그림.

여자들은 글을 읽을 수 없으니까. 22


아버지가 남긴 멍 자국. 뺨 241



우리는 아들들이 타인을 연민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되도록 키우는
- P239

우리는 길을 잃은 것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가 실패한 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 P238

문제는 성경에 대한 남자들의 해석과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수됐냐는‘ 거야.
- P236

신이라면 우리가 떠나는 것을 다른 말로 정의하실 거야. 사랑과 평화를 위한 시간
- P237

여자들이 하느님의 말을 스스로 해석한 것은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이 처음일 것이다.
- P237

우리는 고통과 슬픔과 불안을 느끼고 괴로움을 느끼겠지만 죄책감은 아니야.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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