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카레의 기본, 완전 레시피
이나다 슌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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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요리를 좋아해서 고른 요리책인데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레시피들이다. 정통 인도카레요리가 1장과 2장에 소개되며, 3장은 인도 요리 레스토랑에서 탄생한 것들이 소개된다. 3장에 소개된 레시피들은 전문 요리사들만이 아는 특수한 기법이다. 일본의 인도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다. 일본인들은 카레 요리를 즐긴다. 어떤 카레 요리들이 있는지 하나씩 배워볼 수 있는 요리책이다.

4장에는 카레와 함께 즐기는 바스마티 쌀이나 난 같은 주식 종류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더불어 사이드 디시인 곁들임 요리들도 소개된다. 두 종류의 정통 비리아니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인도 디저트도 소개된다. 카레를 준비하면서 다양하게 준비해서 특별하게 대접해도 좋을 레시피들이다.

온갖 종류로 카레 요리를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기본 베이스가 되는 조리법부터 알려준다. 양파를 다양하게 준비하는데 보일드 어니언 그레이비, 프라이드 어니언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토마토와 마늘과 생강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GG 페이스트라는 인도 요리의 기본을 미리 만들어두면 편하다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좋아하는 식재료들이 꼼꼼하게 배우게 된다.



4가지 기본 향신료인 커민, 카옌 페퍼, 강황, 코리앤더와 개성을 부여하는 네 가지 주요 향신료인 카다몬, 클로브, 흑후추, 시나몬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가람 마살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겨자 씨 템퍼링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마살라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토핑으로 쓰이는 것으로는 고수, 적양파, 채썬 생강, 생토마토, 풋고추 등이 있다. 실리콘 주걱과 타이머, 적외선 온도계, 디지털 저울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요리팁이 자주 소개된다. 어떤 재료를 어떤 순서에 넣으면 되는지, 대체 식재료가 무엇이 있는지도 알려준다. 제법 오랜 시간 카레 요리들을 배우게 된다. 좋아하는 요리이며, 채소와 닭고기로도 요리할 수 있어서 많이 배우게 된 요리책이다. 다채로웠고 정통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이 더욱 풍미가 있을 듯하다. 간편하게 빠르게 요리할 수 있는 퀵 요리도 소개된다. 냉동해두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도 소개해준다. 그린빈, 고수, 가지, 오크라, 오이, 당근, 감자, 월계수잎, 시금치, 요구르트, 다양하게 활용해서 요리할 수 있어서 좋았던 레시피이다. 디저트 요리까지 만들어 보도록 자극을 주는 레시피이다. 간편 카레 요리와 손님 접대용 카레까지 모두 배울 수 있는 레시피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반적인 인도 카페,

좀 더 전문적인 인도 각지의 카레,

일반인은 모르고 전문가의 비법 레스토랑 스타일의 인도 카페,

인도 요리 알라카르트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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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그림과 글들이 눈길을 끈다. 원에도 중심이 있듯이 중심을 잘 잡지 않으면 원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게 된다. 원을 잘 그릴 생각이라면 중심부터 힘을 주고 차분히 그려나가야 한다. 저자는 초등 교사이며 그림과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된 내용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은 쉽게 조곤조곤 대화하는 내용이 특징이다.

삶을 오늘도 그려나간다. 잘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중심이 필요하다. 중심이 잘 잡혀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종이달> 드라마를 보면 휘청거리는 인물들이 제법 많이 등장한다. 반면 자기자신을 알고 어떤 유혹과 욕망에도 흔들리지 않는 은행원 직원도 존재한다. 중심이 제대로 잡힌 인물임을 언행에서 느끼게 된다. 단발머리와 말투에서도 그녀의 중심은 확고하게 전달된다. 쉽게 무너진 다른 여직원들의 흔들거리는 휘청거림과는 대조를 보인다. 중심은 그런 것이다. 나이와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명령과 복종에 순응하며 생각해 보지 않고 예의 바르게 사는 것만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님을 보게 된다.


논리성 없는 하달식 명령에

복종하는 게 예의 바른 거라면,

나는 계속해서

버릇없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22



<흰옷을 입은 여인> 책에 등장하는 미국 시인의 실제 삶도 다르지가 않다. 그 시인의 삶을 다룬 영화 <조용한열정>도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시대적 관습과 복종을 강요하는 수많은 제약들을 그녀는 홀로 자신의 의지로 대항한다. 때로는 휘청거리고 흔들리는 것이 삶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중심을 찾고자 노력하는 의지와 실천도 필요해진다. <반쪼자리 자작>소설의 인물처럼 한쪽으로만 쏠림 현상을 유지한다면 다른 반쪽을 평생 보지도 맛보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종이달> 드라마처럼 남편에게 순응하며 부부와 가족이라는 꿈을 혼자서만 꾼 여인이 자신은 종이인형의 용도로 있는 아내였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혼자서만 꿈꾸었던 가족이었음을 알게 된다. 꿈과 자기만의 행복을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자기자신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삶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림자마저도 떠나버리게 된다. <피터팬> 이야기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까지도 생각하면서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중심을 잃었던 날이 있다. 하지만 몸은 적신호를 보냈다. 급한 환자가 되어 복강경 수술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때 알았다. 생활습관도 살펴보았지만 성격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순간이었다. 지금은 성격도 많이 노력 중이다. 싫은 것은 싫다고 분명히 명시하면서 생활한다. 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히 전달한다. 하루가 소중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하루는 새롭게 주어진 기회임을 매일 느끼면서 살고 있다. 기적이었음을 느끼며 회상하면서도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주어진 삶이라 <반쪽자리 자작>의 삶을 살지 않고자 매일 다짐을 하게 된다. 순간순간이 전쟁터이다. 주저앉을 만큼 욕망과 게으름이 무수히 유혹을 한다. 그래서 매일 다짐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응원을 아낌없이 하게 된다. 내 그림자가 잘 따라다니고 있는지 보면서 살아야 한다. 달아난 그림자를 찾지도 않고 그렇게 가면 속에서 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림 4컷이 매우 깔끔하다. 한눈에 쏘옥 눈에 들어온다. 글도 길지 않아서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몇 편의 글을 읽고 잠들기에 좋은 내용이다. 글에 발을 맞추면서 걸어가게 된다. "행복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63쪽) 나답게, 나다운 모습을 잘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중심찾기는 매일 해야 한다.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존재한다. 하고 싶은 말하기, 하고 싶은 일하기, 하기 싫은 것 하지 않기. 참는 것은 건강에도 무익하다. 복강경 수술을 기점으로 스트레스 관리도 꾸준히 하면서 마음공부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참지 않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기. 당당하게 나 하나가 중심이 되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연습은 계속된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 간결하게 사는 것을 좋아해서 나이라는 숫자만큼 짊어지는 것들도 점점 가볍게 살아갈 궁리만 하게 된다. 간결한 삶이 좋다. 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한다. 자연을 좋아해서 걷는 것도 좋아한다. 새소리를 좋아해서 산책길에 들리는 새소리에 집중하면서 걷는다. 세상의 소음을 모두 지워낸다. 불필요한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워진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즐거움을 발견한다. 당당하게 살도록 외치는 저자의 움직임은 굵직하다. 간결한 그림과 글에서 충분히 전해진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하고 싶은 일을 참고,

하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을 참았다. 185

참지 마, 마음에 담지도 마.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

당당하게.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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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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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면서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익명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있다.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그 사람은 왜 경찰을 믿지 않았는지도 짚어보게 한다. 자살시도 현장에서 살려내려고 부른 전화번호는 112가 아닌 119였다. 112는 경찰이 도착하는 것이며, 119는 앰뷸런스를 부른다는 의미이다. 그는 여동생을 살려내고 싶어했다. 현장에서 여동생의 휴대폰을 챙겨서 자신에게 건네주면서 자신은 경찰이라고 사칭하면서 주게 된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왜 그는 자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인지 그의 존재는 더욱 의심스럽다. 보내준 사진들과 여동생을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정체는 누구인지 추리하게 된다.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죽이는 계획을 익명이라고 불렀던 아저씨와 모의한다. 여동생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소유한 언니를 그는 무섭다고 말한다. 물론 언니도 그가 내심 무섭기 마찬가지다.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를 읽었기에 낯설지 않은 작가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긴장감도 필요하고 추리하면서 드러나는 진실들에 몇 번을 놀랬는지 모른다. 사체가 말하는 것이 전부일까. 얼마나 미숙하게 사건을 처리하는지도 보게 된다. 감추고 싶어하는 사람과 드러나면 안 되는 진실이 있기에 합의하는 모습과 보험금 수령에 수시로 마음이 여러 번 바뀌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빠르게 스치듯이 지나치는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언급되는 인물들이 지닌 상징성은 무시하면 안된다. 경찰을 믿지 않았던 익명의 아저씨가 있다. 부검은 경찰과 연결되면서 더욱 사건은 진실을 덮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권력과 연결된 경찰은 진실도 덮어버리는 것이 현실이기에 자체적으로 타살임을 입증하게 되는 상황이다. 친밀하지 않았던 자매 사이였기에 여동생의 죽음을 하나씩 파헤칠수록 알지 못했던 여동생을 알게 된다. 집에서 독립해서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언니이다. 부모와 친밀하지도 않다. 중학교 때 교회를 더 이상 나가지 않아도 엄마는 여동생만 교회에 나가는 것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가족 드라마의 정서가 비리고 역해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45

보험금 나오면 너한테 다 쓸 거야.

우리한테 이제 누가 있겠니.

유학 보내 줄까? 대학원 갈래? ...

기가 막히게 우스웠다. 44

좋은 사람이라고 쉽게 예단하는 사회의 기준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직함과 예복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펼쳐놓는다.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회적 기준을 너무 쉽게 믿는 것은 아닌지 보여준다. 보통의 아닌 평범하다는 기준의 아래에 속한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포장되면서 잘못이 둥글둥글하게 매끄러워지는 것도 보여준다. 여동생의 남자친구의 차에 위치추적기와 도청기를 달아놓았다는 것과 여동생에 대한 진실을 알리면 안된다는 상황임을 언니는 파악하게 된다. 그는 좋은 사람입니까? 그가 일하는 곳과 직함이 그의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쉽게 예단하는 실수를 범한다. 언니가 함구하는 진실은 독자들만이 알게 된다. "만만치 않게 미친놈이었다." (187쪽)

마르타와 마리아, 예수, 누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남성이 집필한 기록물인 성경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집필되었고 그 시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성경을 다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는 내용이 등장한다. 예수는 마르타와 마리아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이다. 누가복음의 집필자 누가의 시선에는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예수의 깊은 의도를 잘 이해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경을 일독하면서 불편하였던 글들이 꽤 많았다.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남자의 관점에서 집필되어 여자를 하찮은 존재로 비하하는 글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성경은 기울어져 있음을 짚어내야 한다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마르타 그녀는 예수에게 마리아만큼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며 가치가 있는 생명이다.

언니였던 마르타의 일과 마리아를 떠올리는 일들도 소설에 등장한다. 여동생이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어떤 일들이 펼쳐졌을지도 현실감 있게 전해진다. 약물 파티를 하는 사람과 감추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검조차도 원하지 않는 이유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벗겨진 신물 한 짝을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도 궁금해지면서 작품은 끝난다. 폭력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범주는 꽤 넓어진다. 짐작하는 것보다도 더 진폭이 다양해진다. 쉬지 않고 여자를 폭행하는 남자,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상품권을 보내면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의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약물을 이용해서 가지는 행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여자친구라고 믿은 여자친구의 최후의 모습은 씁쓸하다.

고백하는 여자와 고백받는 여자가 있다. 석사 출신의 매장 매니저가 직업인 여자의 말과 말없이 자신의 선택들을 행동으로 보이는 고백 받은 여자가 있다. 고백받은 이유와 고백하는 여자의 삶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고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고학력자들의 날카로운 일상들과 공간과 시간도 촘촘하게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무미건조한 가족관계도 의미심장하다. 부모의 언행들에 실망하고 말을 최대한 하지 않았던 첫째 딸의 선택들도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예쁜 딸과 보통의 미모를 가진 딸이 있다. 키가 크면 언니라고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들도 무례해 보인다. 자매 사이가 불편해지고 멀어지게 된 이유들도 어린 시절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되면서 여동생이 가까이에 있었던 날들과 외모 때문에 비교당하고 학교에서 인식된 자신의 존재는 큰 의미가 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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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들이 알량한 자기 전시 욕구에

경아를 이용하고 있는 것 122

자살했지만 살인당했다.

경아를 죽게 만든 인간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일 192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최후를 맞을까 자문...

필요 이상으로 자주, 오래 생각했다. 191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어느 날 예수가 그 자매의 집에 방문했는데,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와 다른 손님들을 대집할 음식을 준비할 동안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이리 와서

언니의 일을 도와 달라고 했더니

예수는 오히려 마르타를 나무라며, 마리아가 지금 하는 일이

마르타 당신의 일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가...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선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는

악하고 게으르고 시샘이 많은 자매가 있다. 130

누가복음 기록자. 남자. 조선시대와 다를 게 없었다.

성경에 그렇게 써 있지는 않았잖아요.

(마리아를 노려보았을 남자들)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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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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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시인선 시집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카프카 드로잉 60점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는 시집이다. 사후 100주년 기념 시전집이다. 『돌연한 출발』을 통해서 카프카의 여러 작품들을 만났기에 카프카의 시전집은 더욱 특별해진다. 시들과 드로잉들을 무수히 읽고 감상하게 된다. 카프카의 일기, 편지, 생전 출판물, 유고 등에서 고른 카프카의 시 116편을 한국어로 번역한 최초의 시전집이다. 총 5부로 구성되며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로 구성된다.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5부는 자유와 행복으로 주제로 구성된다.

바탕이 되는 설명을 최후에 읽으면서 일독하면서 느낀 것들을 불러놓는 시간도 다시 가져보았던 시집이다. 시인과 시집들을 향해서 방향을 많이 틀고 있다. 잰걸음으로 나직하게 걷는 발걸음은 온전히 시인의 시어들과 함께 하게 한다. 고독을 향유하며 불안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불행과 공포까지도 시어들을 통해서 카프카를 만나게 된다. 더불어 드로잉된 그림들과 단순하고 강열한 그림들이 의미심장하게 전달되기까지 한다. 시인의 시선에 들어온 사람들과 도시, 다리, 달빛, 난파선, 탑과 교회, 광야와 어두운 강물, 산, 사막, 평야 등을 함께 직조하게 된다. 1부의 광야를 통과해야 한다는 주제로 시인의 시들을 쌓아 올려본다. 특별해지고 고유해진다.

2부의 지옥의 가면을 쓰고 있다의 시들도 강하게 각인된다. 등을 구부린 우리들이 있다. 두 팔은 축 늘어뜨리며 두 눈은 슬프다. 비틀거리는 우리들이다. 이러한 우리들은 눈 속에 파묻힌 나무들과 같다고 말한다. 이 나무들이 불안해 보인다고 한다. 권태의 골짜기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수상한 남자들과 어린이들이 피로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이들이 상징적이다. 마음의 도르래와 작은 레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공허와 무력함, 자기 파괴, 두려움 등이 드러난다. 길을 찾지 못하는 불쌍한 족속들을 보게 한다. 의사를 향한 시어도 시인의 삶과 연결 지으면서 다시 읽게 된다. 질병으로 인한 시인의 고통도 책에서 설명된다. 그래서 이에 해당하는 시는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


동일한 상처 부위가

계속해서

갈라진다.

수없이 수술을 받은 상처가

다시

치료받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이 기분 나쁜 것이다. 53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이여

빛을 발산해 활동을 중단하라. 59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69

지푸라기 하나?

많은 사람들이

물 위에 그은

연필 선에 매달려 있다. 137


어린아이들의 지혜

동물들의 주도권

여인들

...

땅 위의 나의 소파 159

문턱을 넘었다.

...

또 다른 세계 159

굳이 집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

귀를 기울여라.

...

잠자코 조용히 혼자 있어라. 159


그들은 잠을 자지 않는데!

...

바보들이 어떻게 피곤해질 수 있겠니? 155


화려한 책표지 색감에 손길이 머무르게 되는 시집이다. 속표지의 시를 여러 날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된다. 시인의 가족들과 시인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글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재독하게 한다. 카프카 시인이 좋아했던 시들과 시인들도 설명해준다. 카프카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꽤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돌연한 출발 책을 다시 펼쳐보게 하면서 카프카의 작품들 중에 좋아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게 된다. 디자인이 무엇보다도 멋지다. 시집 한 권을 이렇게 구성하고 편집해 주어서 시집 초보자에게는 한없이 도움이 많이 된다. 선물하기에도 좋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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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돌아보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 책도 그러하다.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을 돌아보면서 좋은 하루였다고 회상한다. 화창한 날만 인생을 수놓는 것은 아니기에 삶의 역경도 떠올리면서 최선을 다했던 순간까지도 이야기해준다.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역경과 고난속에서도 주저앉은 적이 없었다. 머뭇거리다가 인생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세월을 낭비하였다면 얼마나 후회로 가득할지도 생각하게 된다. 곧은 길만 인생이 아니다. 구불구불하고 좁고 비탈진 길이 나와도 이겨낸 인생이 회상된다.

모지스 할머니 책은 친근해진다. 편안하게 담요 한 장 챙겨서 듣고 싶은 글이며 그림들이다. 월요일과 화요일, 수요일과 목요일. 금요일과 토요일,일요일의 일들을 차분히 들려준다. 특별하지 않지만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후폭풍의 여파가 엄청난 먹고 사는 일들이라 의미가 크게 자리잡는다. 사소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여자가 하는 집안일이 얼마나 중대한 업무인지 제대로 직시하게 된다.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았던 날들이 있다. 식구들은 반찬가게의 도움을 받았고 복강경 수술 후 가족들을 살려준 밑반찬들이 고마웠다. 국요리까지도 도움을 받아야 했을만큼 복강경 수술의 회복기간은 길었다. 다시 주방으로 복귀하기까지 한달이 걸렸다. 칼을 사용하기까지 한달이 걸렸는데 복부 수술이라 칼질하는데 배에 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경험하며 알게 되었다.

살림의 가치는 엄청나다. 빈자리를 채워준 식구와 모지스 할머니의 일상들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반찬 가게, 세탁소, 코인 빨래방, 청소 도우미, 베이비시트, 등하교 도우미 등 살림과 양육의 손길은 일자리와 소득으로 산출되는 세상이다. '삶은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라는 글귀를 깊게 부여잡는 순간이 된다.



그림은 취미 활동이었다고 전해진다. '재능이 무엇인지 힘쓰면서 살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깊게 살펴보면서 늦었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재능은 자기가 발견해야 한다. 자기자신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되어서도, 삶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분명히 주어진 재능이 모두에게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즐거움으로 인생을 즐겨야 한다.

모지스 할머니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며 느낀 것들이 화폭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모지스 할머니의 여러 감정들이 그림을 통해서 전해진다. 그림들을 오래 바라보면서 화폭에 가득한 세밀한 터치를 차분히 감상하게 된다. 일상속에는 사람들의 일과 마을 공동체가 분주히 움직이는 계절들이 전해진다. 삶과 역동적인 노동들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고 사소한 일상들의 반복적인 움직임들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마을 사람들을 살펴본다.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페스트 63쪽)



보통의 날들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들이 진솔하다. 그림을 보면 편안해지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일상의 편안함이 전해진다. 평범한 시간들과 분주한 하루의 노동들이 화폭에 가득하다. 작가인 그녀가 세 살 때 처음 배운 것과 일흔 살에 시작한 그림이 그녀의 30년을 풍족하게 채워주었다는 사실을 그림을 통해서 전해진다.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디스 할머니는 보여준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녀의 예술은 빛이 된다.

그녀의 그림은 현대사회와 대비된다. 편리함과 풍족함이 행복이 아니며 부족하여도 불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발적 가난을 경험한 책 『월든』과 『무소유』, 『소비단식일기』를 떠올리게 한다.소설 『환락의 집』에서도 부자들을 보여준다. 현명한 소비‚ 분별하는 힘은 스스로 습득해야한다."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215쪽_단식) 책과 "어리석은 생각들이 당신 자신과 당신 몫의 행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365쪽_남아있는 나날) 책의 글귀가 생각난다.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은 잃는 것을 의미한다. 대량구매로 물건들을 쌓아놓고 일 년 내내 살아가는 것도 경제적 이득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습관을 길들이다보니 훨씬 여유로워진다. 상업적 마케팅에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잘 선별하는 능력을 꾸준히 배우며 실천하는 과정에 펼친 책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명강연이 된다. 요일별 살림하기, 검소한 삶이 불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낭비하지 않기, 작고 소소한 노동이 주는 땀의 행복도 전해진다.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움직이며 몸을 사용해야한다. 그 노동을 빼앗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요리와 세탁, 집수선, 직접 노동하는 즐거움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작은 것이 큰 것이 된다는 것을 만나게 된다. <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소설에서 '나오미'는 기억하는 자이다. 그림을 그리는 여성이며 기억들을 그림으로 남긴다. 고흐의 문장도 책에 등장한다. 기억의 유익함을 만나게 된다. "허무하지 않으며, 고독하지도 않고, 생각에 목마르지 않다."는 글귀도 주워담는다.



비누를 만드는 일은 여성들의 일이었죠.

우리는 검소했고,

낭비되는 것은 전혀 없었어요.

잃는 것 역시 없었죠. 59

월요일은 빨래하는 날,

화요일은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은 빵을 굽고 청소하는 날,

목요일은 바느질,

금요일은 정원 일과 같은 잡다한 일...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도

이웃의 집에서도

반복되었어요. 77


본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허무하지 않고,

생각에 목마르지 않으며,

고독하지도 않다. _ 고흐






월요일은 빨래하는 날,

화요일은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은 빵을 굽고 청소하는 날,

목요일은 바느질,

금요일은 정원 일과 같은 잡다한 일...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도

이웃의 집에서도

반복되었어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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