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이석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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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가 상영되는 기분으로 읽는 에세이이다. 어린이가 느끼는 행복과 어른이 느끼는 행복의 차이가 언급된다. 행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불행하지 않고 불안감도 사라지게 된다. 자칫 중심을 잃어버리면 불안에 침식당하는 어른이 된다는 사실들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작가가 언급하는 섬세함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에피소드에서 이해의 의미들이 차곡히 쌓여진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이해의 따스함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잠시 지나치는 타인의 삶에서도 무심하지 않는 이해들이 열거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속도로 무장한 경쟁력은 진정한 삶인지도 살펴보게 된다. 지키지 못할 약속에 불안해하는 타인을 감지하면서도 이해하는 찰나의 섬세함과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력까지도 언급된다.

이야기들마다 다른 관점으로 대처하는 대응력이 감지된다. 작가만의 사유와 선택들이 보여진다.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관심과 성의가 이 책을 통해서 또 다른 타인들에게로 흘러넘치게 될 것이라 믿게 된다. 이야기들마다 다른 관점으로 대처하는 대응력이 감지된다. 작가만의 사유와 선택들이 보여진다.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관심과 성의가 이 책을 통해서 또 다른 타인들에게로 흘러넘치게 될 것이라 믿게 된다.



누군가의 하소연을 어떤 태도로 대응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상대의 상태를 살피면서 필요한 도움을 주며 대화할 때 모두를 바라보는 마음까지도 강조한다.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되짚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학교의 선생님들, 직장의 관리자들, 가족들, 사회적 기관들, 종교들까지도 모두가 해당되는 내용들이 된다.

섬세함의 의미는 이해하는 깊이와 폭을 의미하게 된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도움을 받는 상대라고 강조한다. 주인공의 주체가 뒤바뀐 주체와 상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짚어보게 된다. 섬세함을 다양한 시공간에서 찾아보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수록 삶의 가치는 정돈되기 시작한다. ​


섬세한 마음을 자주 언급하며 살아왔기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세상에서 상처입고 화해하면서 이해한 따뜻한 마음이 섬세함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방법과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길이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된다.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무심하게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성숙함으로 이끄는 섬세함의 기술을 들려준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섬세함’이다.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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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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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다. 한 권씩 읽어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안개 낀 저수지의 물안개가 펼쳐진다. 그곳에 있는 아저씨는 신발 한 짝을 발견하게 된다. 신고전화를 하는 와중에 곁에는 한 사람이 더 있다고 한다. 경찰이 찾아와서 소녀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실종된 남학생에 대한 질문들이다. 소녀는 그 남학생의 여자친구였으며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증언과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된 남자친구에 대해서 전혀 놀라지도 않는 소녀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게 된다. 소녀와 단둘이 남학생이 그 저수지에 가게 된 이유가 전해진다.

누군가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 같아서 금방 베어버릴 것 같다고 한다. 말이 지닌 날카로움과 가면을 쓰고 포장되는 말들도 사건의 흐름을 차지한다. 한 사람의 진술만을 듣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진술을 듣는 것은 상당히 다른 상황이 되어버린다. 종합하면서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는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다. 진짜의 모습과 포장된 가짜의 모습들이 대조를 이루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마음에 곰팡이가 있다는 말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마음이 병든 아이는 부모님과 친구들, 남자친구까지도 모두 전염시켰다면서 경찰은 비유를 한다. 사랑하는 것인지 협박하는 것인지 왜곡되는 감정들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인물을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밀하게 세워놓은 계획들이라고 믿지만 들통난 인성은 걷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친구관계도 문제를 일으키고 연인 관계도 기우뚱한 사이가 되어 버린다. 가스라이팅, 정신적 학대, 언어폭력 등으로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실종된 남자친구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드러나는 진실에 한 번 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이야기이다. 괴괴하다는 말의 의미가 설명된다. 쓸쓸할 정도로 고요한 걸 괴괴하다고 말한다는데 저수지에서 소녀의 기분이 설명된다. "정적이 괴괴하게 흘렀고 그 고요 때문에 난 미친 듯이 쓸쓸해졌어."(162쪽) 외로움에 침식당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소녀의 인성과 삶까지도 무섭게 휘어잡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의사인 아버지, 대기업 직원인 어머니의 일중독 현상에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에 익숙해졌던 날들은 소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이야기된다. 소녀의 이야기와 진짜 모습은 매우 달라진다. 반전 있는 소설이라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곡된 사랑은 아닌지, 흉포한 사랑은 아닌지, 가면에 감추어진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불안과 초조한 감정을 숨겼다고 착각한 모습까지도 감지한 장면들까지도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늘 tv를 켜 놓고 잤어.

그러면 덜 외로우니까.

칭찬 한마디를 들으려고 버텼어.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까. 126


네가 여자 친구를 과시용으로,

보여 주기식 존재로 만드는 것 같지 않냐고 115




그 애가 좋아하는 대로 다 맞추는 게 사랑은 아니야.

널 있는 그대로 좋아해 달라고 해야지.

그 애가 좋다는 대로 널 다 바꿀 순 없어.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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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 한의사 딸과 엄마가
권해진.김미옥 지음, 장순일 일러스트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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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효능에 대해 알려주는 한의사는 식물 세밀화와 함께 요리법까지도 전해진다. 사계절에 섭취할 수 있는 제철 채소들이 월별마다 하나씩 소개된다. 돼지감자, 쑥, 부추가 봄 제철채소로 소개된다. 완두, 자소엽, 옥수수가 여름 채소로 소개되며 도라지, 땅콩, 생강이 가을 제철 채소로 효능이 전해진다. 늙은 호박, 팥, 당귀가 겨울 채소로 소개되고 다시 봄 채소로 냉이, 두릅, 민들레가 소개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텃밭 이야기도 함께 한다.

채소 효능을 공부하다 보면 알고 섭취하는 것과 모르고 섭취하는 것은 확연히 달라진다. 한의사의 책내용은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된다. 당귀에 대한 정보글도 기억 속에 담는다. 약이 되는 것과 차로 마시는 것은 다르다고 한다. 차로 마셔야 하는 이유도 한의사는 명확하게 설명된다. 잘 알아야 하는 탈이 나지 않는다. 하나씩 배워가는 약재와 채소들을 배울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좋아하는 채소들이라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았다. 책내용도 전혀 무겁지가 않다. 세밀화와 그림들이 함께 가득하게 담겨있어서 책장이 가볍게 넘어간 건강도서이다. 텃밭 농사의 계획과 땅 정리, 씨앗 파종, 모종 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간략하게 전해진다. 관절염에 좋은 두릅과 어린 민들레잎으로 샐러드를 요리할 수 있는 정보까지도 얻는다.

울금과 결명자차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팥주걱떡 만드는 레시피도 알려준다. 찹쌀밥을 지어서 팥떡을 만들어 먹는 비법도 전혀 어렵지가 않다. 팥에는 비타민B가 풍부하다. 6월의 애호박, 9월의 단호박, 10월의 늙은 호박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가지, 토란대, 고구마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생강조청을 만드는 비법도 알려준다. 멸치땅콩조림에 대해서도 레시피가 전해진다. 청양 고추와 마늘을 넣고 요리하는 비법이다. 도라지 된장 장아찌 레시피도 전해진다.



두통에 좋은 바질, 종합 영양제인 토마토, 브로콜리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자소엽 레몬차 레시피와 완두콩죽 레시피도 담겨있다. 쪽파, 아스파라거스, 무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쑥 완자탕과 돼지감자 깍두기, 부추오이김치 레시피도 전해진다. 두루 배우고 알아가는 요긴한 채소 효능과 레시피들이 식탁과 건강까지도 책임지는 내용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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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만나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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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의 가을』을 읽었기에 작가의 유고소설이라는 글귀에 머뭇거림 없이 주문한 소설이다. 『족장의 가을』이 너무나도 강하게 자리잡은 작가이다 보니 이 작품을 출간하지 않도록 저지한 사람들과 작가의 의중에 한 표를 남기면서 어떤 작품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어했는지 문장에서 수없이 찾는 날들을 보내게 한 소설이다.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의 이름을 그대로 가진 여자는 매년 8월이면 섬에 묻힌 어머니를 만나고자 4시간이라는 긴 바다여행을 하면서 섬을 찾는다. 죽기 전에 어머니가 섬에 묻어달라고 말한 이유를 그녀는 섬에서 이해하게 된다. "그곳은 유일하게 외로움을 느낄 수 없는 고독한 장소... 매년 무덤에 꽃다발을 가져가겠다는 다짐" (22쪽) 하는 그녀는 매년 같은 시간, 같은 택시, 같은 꽃장수, 똑같은 공동묘지의 어머니의 무덤에 신선한 글라디올러스 한 다발을 사서 이 여행을 반복하게 된다.

결혼 27년 차 기혼여성이며 46살인 그녀는 외로웠던 여성이다. 그 섬을 혼자서 찾는 이유와 가벼운 옷차림과 가방, 읽을 책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욕망이 향하는 방향으로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사건은 큰 전환점이 되면서 달라진 그녀를 보게 된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의 하룻밤의 불륜은 그녀에게 큰 변화의 시작이 된다. 매년 8월마다 섬을 찾을 때마다 그녀는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희망을 가지게 된다.

내면의 변화는 그녀가 섬을 향하는 옷차림과 신발, 장신구까지도 영향을 주게 된다. 처음 하룻밤을 보낸 남자는 자신이 읽는 책에 20달러를 끼워놓고 떠난다. 그녀는 그 돈의 의미를 알기에 분노하면서 다시 찾아올 8월이 돌아오기까지 불안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날들을 보내게 된다. 담배도 다시 피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불안은 일상을 깊게 강타하지만 욕망은 멈추지 않는 전차와 같아서 매년 섬을 찾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달라진 아내를 남편도 눈치채면서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하지만 그녀는 더욱 불안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수녀가 되려는 딸을 지켜보면서 "창녀 같은 년"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책 속에 끼워진 20달러를 잊지 못하면서 의미를 찾고자 남편과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다. 그 사건은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피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녀는 자신이 외로웠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않으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였음을 알게 해준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것조차도 외면하였다는 것과 남편의 의문스러운 시간들과 그의 향수로 그의 행적을 지우는 의도까지도 외면하였다는 것을 자신이 불륜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제대로 응시하게 된다. 결혼의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된 그녀는 카펫 아래에 숨겨진 쓰레기들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녀와 남편이 나누는 대화 내용과 그녀가 마지막으로 분노하면서 외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남편도 이해하면서 이 부부는 대화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어느 누구도 그때 서로가 나눈 대화를 언급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빌어먹을!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모두 빌어먹을 작자들이에요."

그는 분노를 삼켜야 했다...

여자가 최후의 말을 할 때는...

두 사람은 그때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절대 그 일을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97

그녀는 외롭지 않은 고독을 처음으로 섬에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이 섬을 찾은 이유와 섬에 묻힌 이유도 이해하면서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을 지닌 어머니와 자신이 같은 얼굴로 같은 모습으로 섬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혼과 여자의 삶을 지긋하게 보여준다. 왜 그녀들은 섬을 찾아야 했을까. 주도하지 못하는 것들을 섬에서 비밀스럽게 경험한다. 어머니 무덤에 가지고 가는 꽃의 의미도비밀을 의미한다. 결혼한 부부가 모두 잘 살아야 하지만 그녀와 그녀 어머니는 잘 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외로웠던 자신의 결혼생활을 이제서야 보기 시작한다. 남편의 외도를 외면하면서 자신은 섬에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섬을 향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내적 심리상태는 음악과 책의 제목들을 통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드라큘라』, 『라사리요데 토르메스의 삶』, 『노인과 바다』, 『이방인』, 『화성 연대기』까지 여자의 변화된 심리상태를 대변해 준다. 욕망을 참지 못하고 사건을 일으키는 『드라큘라』 책이 등장하는 이유도 시의적절하며 『노인과 바다』와 『이방인』을 읽었던 예전의 그녀 상태와 지금의 그녀는 짧은 소설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불안과 초조에 침식당하면서 남편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삶을 알게 될까 봐 몹시 두려워하게 된다.

자유로웠던 섬의 하룻밤은 그녀의 영혼을 예전처럼 돌려놓지 못한다. 여자의 결혼생활과 남자의 결혼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하룻밤을 보낸 남자들의 이름도 모르며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보내면서 훗날 그중의 한 명은 사기꾼이면서 두 명을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날의 인연을 기대하면서 섬을 향하던 그녀는 그녀 어머니 유해를 정리하여 자신의 집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오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직시하면서 살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하지만 익숙한 관습에 룰렛처럼 돌아가는 회전판이 되어버리면 자신을 잃은지도 모른 채 살게 된다.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결혼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유명한 어머니의 지성과 과묵함의 미덕을 지닌 여자가 섬을 찾은 이유를 두 모녀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섬의 가난이 지속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난은 더 가난해진다. 모트에서 여객선이 운행되는 변화와 호텔들이 많아졌지만 섬사람들은 더 가난하고 몸 파는 여자들이 있는 섬이 된다. 대통령이 될 뻔한 허풍쟁이 정치인과 묘지는 이익을 창출하고자 수직으로 세워서 매장하는 섬이다. 다이너마이트 폭약이 일찍 폭발하는 바람에 팔이 절단된 수많은 흑인 어부들도 묘사한다. 소금기에 부식된 낡은 택시, 가난에 찌든 마을과 오두막집들, 벌거벗은 아이들은 가난을 고스란히 흡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부유해져서 더 부유해지고 섬사람들은 더 가난해진 것을 보게 된다. 짧은 소설이지만 응축된 섬의 풍경들과 사람들의 모습은 우울하게 만든다.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과 함께 추는 춤곡들을 하나씩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볼수록 그녀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곡이 된다. 바흐를 좋아한 작가라고 설명되는 글을 읽고 바흐에 관련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책을 다시 펼쳐보게 된다. 삶을 잘 응시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순응하고 관습에 익숙해지는 것은 덩그러니 혼자만 남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수녀가 된 딸의 등장과 짧은 연애를 하는 아들의 이야기도 이 부부와 그녀가 만난 이름조차 모르는 남자들과도 연결해서 생각하게 된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자 찢어버린 남자의 명함을 후회한 그녀의 심리상태까지도 기억나는 장면이 된다.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서 음악과 책들의 목록들도 꽤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 명성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유고소설이지만 읽지 않았다면 더 아쉬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도 계속 읽게 하는 자극을 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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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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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작가의 단편 4편과 중편 1편을 모은 선집이다. 내면을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친한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내면을 다룬 『점쟁이』는 카드점을 봐주는 이탈리아 점쟁이 여자의 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두려움과 불안, 초조한 감정으로 불륜에 빠진 아내의 남편인 절친의 편지를 받고 향하면서 그가 느끼는 감정들과 정쟁이가 들려준 말을 믿고 향하는 발걸음은 대조적이다. 시기와 원한의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으니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점쟁이의 말을 기억하게 된다. 들어도 듣지 않고 들리지 않는 말이 있다. 듣지 않았던 이유와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그에게 일어난 사건과 그녀에게 일어난 사건을 짧은 소설로 들려준다.

간교하고 예리한 눈을 지닌 점쟁이가 볼품없는 낡은 가구들과 어두운 벽에서 생활하는 궁핍한 분위기를 주시하게 된다. 카드점이 맞았다면 점쟁이가 그러한 환경에서 살았을지 의문을 가지면서 읽게 된다. 점쟁이를 찾는 무리가 존재하는 이유도 소설의 두 남녀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낡은 미신 같은 것이 솟구치는 이유는 불안과 초조가 내면을 장악하면서 시작되는 것을 두 남녀를 통해서 보여준다.

햄릿은 호레이쇼에게 말했다.

하늘과 땅에는 우리의 철학이 꿈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고 7

그녀는 자신이 햄릿을

지나치게 평범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그에게 이 세상엔 신비하고도 진실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8

햄릿이 말한 대화를 주워 담는다. 평범하게 이해하는 것들을 더 깊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이야기이다. 단편 소설이지만 작가가 표현하는 점쟁이 집의 분위기와 점쟁이의 카드점이 두 남녀의 운명과도 연결된다. 신비하고도 진실한 것이 두드러진다. 두 남녀는 얼마나 이해한 것일까. 진실한 것의 제대로 응시하지 않았고 외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단편소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익명이 첫 번째 편지는 경고였지만 무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익명의 편지는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다시 무시해버린다.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인간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하나씩 열거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브라질의 대문호라는 사실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기생적 사고를 모두 부인하는 그가 미신을 거부하였는데 불안과 초조한 감정에 질식하면서 다급하게 찾은 곳은 점쟁이의 카드점에 운명을 맡기는 상황을 보게 된다. 죽음이 코앞에 우뚝 서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을 이야기한다. 친한 친구를 기만한 두 남녀의 카드점을 뽑아보면서 다시 소설을 이해하게 된다. 첫 번째 익명의 편지와 마지막 익명의 편지는 경고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기만 당하는 사람이 진실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준비되지 않았는데 상황이 종료되어버린다. 당겨진 것이 무엇인지는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회초리』 소설도 강하게 강타한다. 의욕도 없고 아주 유약한 대부라는 인물과 대부의 연인인 과부라는 여인도 주목하게 된다. 신학교를 도망쳐서 나온 아이는 갈 곳이 없다. 대부의 연인의 집을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가 목격하는 어린 흑인 소녀가 당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보면서 다짐한 것과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준다. 여인에게 회초리로 맞았던 흔적들이 남겨진 어린 흑인 소녀를 보았지만 결국 그는 어린 흑인 소녀를 때리는 회초리를 가져다주는 상황이 된다.

종교란 무엇인지 소설에서도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강요당하는 신학교 학생과 강요하는 아버지, 도와달라고 하지만 도와주지도 못하는 대부의 모습과 어린 하녀들에게 포악하게 벌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종교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신을 찾는다. 신을 부른다. 신의 은총을 무수히 받고자 하는 종교인이다.

한 손에는 종교가 있지만 다른 손에는 회초리를 들면서 주인과 종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한가롭게 카드놀이나 할 궁리나 하면서 노예는 어린 나이에 불안과 초조함으로 하루를 견디면서 웃음조차도 자유롭게 웃지 못하게 한다. 웃을 권리, 자유로울 권리를 박탈당한 어린 흑인 소녀는 노예로 삶을 살게 된다.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폭력의 흔적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흑인 소녀의 이름조차도 작가는 언급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모두가 이름이 존재하지만 흑인 노예들은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가 노예를 어떻게 대하였는지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름조차도 사치스러운 어린 노예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인들은 모두가 흑인이다.

소설은 이 사회와도 접목한다.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는 정교하게 노동 사회를 더욱 옥죄면서 노예로 사용한다.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지만 희미하여 보이지도 않는다. 신학교에서 도망친 아이의 외침은 어른들에게서 무참히 훼손된다. 종교인이 된다는 것은 인간적인 관점이 아니다. 소설에서는 모두가 본성을 버리지 않고 신을 찾는다. 한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종교인은 아닌지 우리들에게 질문하는 소설이다. 아이러니, 모순, 부조리를 작품들을 통해서 매만지게 된다.

친구의 얼굴에 꽃병을 내던져 깨뜨릴 수도 있는 인물 31

신학교에서 도망 친 아버지는 어떤 인물인지도 알아야 한다. 친구의 얼굴에 꽃병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포악한 본성을 그대로 지니면서 자신의 아들을 신부로 만들고자 하는 종교인이다. 종교는 희생을 요구하지만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고충을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 유약한 대부조차도 한 손에 회초리를 들고 다니는 가짜 종교인이다. 회초리로 누구를 때리고 있지 않는지 종교인들에게 말하는 작품이다.

『도둑 신부』 소설에서 대학을 "앞으로 골반이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척추를 녹여서 딱 붙여 버리는 곳" (47쪽)이라고 표현한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종교가 전쟁, 노예로 경제적 부를 획득하였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을 찾고 싶지만 사랑의 온기를 찾기가 힘들었던 이유가 선명해지는 소설이다. 작가가 소리 높인 목소리가 무엇인지 짧은 소설의 제목에서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다. 무수히 많이 손을 바라보게 한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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