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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입술이 낯익다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8
박상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평점 :
저 입술이 낯익다.
박상률 장편소설.
자음과 모음. 청소년소설 58. 2016년.
광장에 촛불이 켜지면서 내 의식 속에도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모호하기만 하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없다. 나와 그들과 긴바지, 아니 짧은치마, 그1,그2, 그3.(p.164) 이름은 잃은 채 살아온 세월들이다. 17살 그리고 10년이 지난 27살 이야기. 그들은 청춘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만나는 나와 함께 등장하는 그들은 이름이 없다. 청춘은 빛나다. 그렇다. 빛나는게 청춘이다. 하지만 여기선 어둡기만 하다. 왜일까? 뭔가 묵직하게 묻게 되는 질문들.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촛불시위. 17살에 그는 그 광장에 있었다. 흔들리는 외침과 바램이 촛불이 되어 기억을 더듬어보는 주인공. '부자 되세요' 그렇게 무지개빛으로 다가선 공약들과 정부에 대한 내용도 만나게 된다. 더불어 봄날, 광주 5.18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온몸으로 외치고 저항한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바램들에 무참히 부서져간 이름없는 그들을 가슴에 기억속에 묻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역사속에 자라잡은 그 때의 사건들이다. 그 장소에 그 시대에 함께 있지 않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메세지가 되어주는 사건들임에는 분명하다. 무고한 시민들이 이유없이 군인의 곤봉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야 했다. 어린 아들이 이유없이 그 시대, 그 곳에 살았다는 그 이유만으로 쓰러지고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그 곳으로 보내어야 했다는 것이 진실이고 사실인 역사. 그래서 남겨진 가족들은 아프기만 하다. 그 아픔을 지금도 끌어안고 있는 시대. 콕 집어서 그 시대뿐만이 아닌 듯하다. 지금도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이 책을 권하고픈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도 그리고 20대에게도 아픈 시대이다.
기득권들의 주머니를 채우고자 행하는 여러 사례들을 이 책에서도 하나씩 만나보게 되는 책이다. '명박산성'에 관한 내용도 만나게 된다. 반고체 윤활제 ' 그리스'가 명박산성에서 어떻게 이용되었는지도 알게 된다.
인물들이 나누는 툭툭 던져지는 대화가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17살 . 그리고 10년이 지난 27살 주인공이 기억을 더듬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과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함께 동행해보게 될 < 저 입술이 낯익다 > 모호하게 다가선 인물이지만 함께 세상을 살아갈 해답을 찾아가야할 우리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끝없이 잊지말라고 말하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기억 때문에 울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면 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p.162)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는 이 미친 세상을 반드시 끝내야 합니다. 지금 세상이 미쳐 있습니다. 미친 소! 미친 관료! 미친 정부! 지금 누구를 탓해야 합니까? 우리도 다 미쳐 있습니다. 여러번 이쯤에서 끝냅시다. 미친 세상!( p.163)
이 외침을 외치는 짧은 치마를 만나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짧은 치마는 이름이 없다. 이름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시대에 살아가는 27살.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생존한 남겨진 가족들의 세월도 함께 그려보게 되는 작품이 된다. < 소년이 온다> 작품도 떠오르며 광화문 촛불 집회도 함께 떠올리게 되는 작품. 촛불이 켜지지 않는 살기 좋은 시대, 살기 좋았던 시대로 기억되면 참 좋겠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이 시대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되는 청소년소설이다. 17살의 기억들과 27살 주인공과 이름없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