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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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은 설레게 한다. 기대하게 되는데 그만큼보다도 더 충족되고 충만해져서 <바닷가에서> 작품을 크게 펼쳐서 보게 한다. 내가 목격했고 배역도 맡았으며 그 끝과 시작이 내게서 뻗어나가는 이 사소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12쪽) 이 작품의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역사이다. 인류가 휘저어놓은 오만과 욕망, 의심 없는 당위성으로 힘차게 걸어들어간 이야기이다.

나는 살아왔지만, 살아버린 것이기도 하다... 예전의 삶이... 무례한 건강함으로 충만하게 고동친다는 걸 안다. 13

끊임없는 불안이 무엇일지를 추측해 보며 이방인의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 눈을 뜬 채 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려 하는데 13

어디든 무엇이든 전부 우리의 채울 수 없는 파괴욕으로 폐허가 되어버렸어...수천 명의 난민들이 우글거리는 돌더미. 추방 224

다른 사람들이 가졌던 것을 빼앗았느냐... 왜 그것을 우리 것이라고 부르며 이중성과 무력을 앞세워 번영을 누렸느냐... 권리가 없던 것을 얻기 위해 싸우고 못 쓰게 만들면서까지... 식민주의의 의미. 215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사람의 이야기들을 듣게 한다. 가구점을 한 상인이었던 난민과 망명을 원하는 노인의 이야기와 펜팔 친구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유럽인이며 케냐 정착민이었던 식민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무력을 앞세우며 번영을 누렸던 유럽인의 어긋난 욕망에 스스로가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 펜팔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시대는 다르고 공간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이야기에는 역사가 꿈틀거린다. 그리고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가지지도 못한 채 불안에 침체된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난민이 의미하는 것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펼쳐보게 하는 작품이다. 기나긴 시간을 감옥생활과 잃어버린 가족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것과 의지와 다르게 흘러가는 사건들에 던져진 흐름에 난민이 되는 망명을 신청하는 사연까지도 듣게 된다. 그 나라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연과의 만남과 나누는 이야기들도 촘촘하게 연관성을 띠면서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저는 아주 많은 것을 일부러 잊었어요. (314쪽) 누군가는 기억하지 않고 살기도 한다. 일부러 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이야기와 그의 기억 속에 여백을 채워주는 노인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이 순간이 아니라, 진짜 인생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다. 72

나의 삶을 그렇게 살아가면서... 두려움과 의지. 나의 삶을 다른 누군가에게, 사건들에 떠맡기기 225

후세인. 상인 /그 사악한 거짓말쟁이, 그 개자식, 그 악마 272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빌린 이름으로 여행이 시작된 노인이 있다. 그의 망명 신청과 난민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빌린 이름을 주시해야 한다. 왜 그의 이름을 사용했을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질문을 쉼 없이 하는 인물도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뒤섞인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들에 여러 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작가의 작품은 또다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멋진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후세인이라는 상인을 기억하며 읊조리는 말들이 인상적이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의 반복되는 대사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가 휘젓고 간 흔적들에 파묻혀진 인물들과 사건들은 끝없는 연속성을 띠면서 난민과 망명으로까지 밀어 넣게 된다.

식민주의, 난민, 망명, 율법, 예배, 종교, 여성을 다루고 있다. 여성의 삶과 권리보다는 의무가 강요되고 재산권은 위태롭기만 하다. 여성의 사랑과 진심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사회적 모순과 종교인의 이중적 모습을 예의주시하면서 종교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참을 수 없는 가혹함을 견뎌내야만 하느니, 차라리 까져서 상처가 나고 접질린 채 조용히 사는 게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44

표리부동한 우리 삶의 하찮음을 드러내 보이길 간절히 원합니다. 344

감옥에서 반성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시간을 가졌습니다. 380

상인이 종교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은 감옥에서 시작된다. 함께 암송하며 예배하는 것을 통해서 반성과 감사를 깨우치게 된다. 오만하였던 날들을 반성하며 소중한 것들을 잃고 나서 살아낸 날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민과 망명, 추방이라는 의미를 매만지는 작품이다. 인류 모두의 이야기이다. 오점투성이인 역사의 흔적들을 보게 한다. 욕망에 앞선 눈먼 아버지, 추락하는 어머니, 부서진 가족들을 기억 속에서 지우고 살았던 인물의 이야기도 쓰라리게 듣게 되는 이야기가 된다. 그 방 또한 외로움과 공허감, 오랫동안 조용히 거주한 자의 냄새 (395쪽) 그의 방이 그의 인생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전화를 원치 않았다... 그런 침범을 원치 않았다... (레이철) 방문이 더 좋았다. 329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 393

책들이 자주 등장한다. 필경사 바트비, 적과흑, 허영의 시장, 오디세이의 노파 이야기, 일리아스. 이 책들이 등장하는 이유와 인물이 자주 언급하는 대화의 깊은 의미도 떠올리게 한다. 척박한 인생의 뒷자락을 마주하는 시간과 이야기들을 듣게 하는 작품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는 심중하다. 그리고 서로가 껴안는 위안과 환대의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단순하지 않고 간결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연결되어서 완성되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작품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적의와 경멸과 깔보는 시선을 겪으며 제 삶의 모든... 일들을 껴안고 이곳에서 살아가느라. 이 모든 세월 동안 제가 얼마나 녹초가 되었는지를 생각...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를 고대했고, 그리하여 우리 둘 다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고대했습니다.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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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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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운 것은 그들이 그에게 살도록 강요한, 그들 모두에게 살도록 강요한 방식이었다. 308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발표가 나면서 그의 작품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3작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작품이다. <낙원>은 두께감은 중간 정도이지만 활자 크기가 작고 꾹꾹 눌러서 담긴 느낌을 받게 한다.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작품은 도입부터 충분하게 설레게 하였다. 그리고 잰걸음으로 읽게 하였다. 무심하게 스칠 수 없었든 문장들이 무수히 안겨졌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까지 기대감을 머금게 한 소설이다. 읽다가 여러 번 멈추면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찾아서 읽게 했다. 빠르게 읽지 못했던 이유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빼곡한 문장들이 답해준다. 그 문장들을 무수히 여러 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러 날 많은 순간들이 이 작품과 함께 거닐었던 시간들이었다.

위험이 도사리는 순간 앞에서도 동요 없이 신을 찾는 상인이 여러 번 등장한다. 아저씨라고도 불리기도 하며 주인님이라고도 불리는 거상이다. 그가 건네는 동전들을 기다렸던 소년이 있다. 그 동전이 주어진 의미, 소년에 투영된 아저씨 상인은 온전한 참모습이었을까? 하나씩 벗겨지는 진실들에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던 작품이다. 투자와 채권자, 빚진 부모들과 어린 자녀들. 신을 향하는 목소리와 습관적인 기도들은 진정한 기도였을까?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갖게 되는 상실감과 좌절감, 무력함은 어떻게 치유되고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당신이 우리를 소유하듯 사람들을 소유하는 것도 잘못이었습니다. 315

약자를 못살게 구는 자들이 여전히 사람을 깔고 앉아 더러운 방귀를 뀌어대는 한... 292

당신은 그분의 노예였잖아요....... 지금도 그분의 노예고요... 자유를 준다고 할 때 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죠? 291

저 안에 있는 사람이 이것보다 더 자유로운 것을 나한테 줄 수 있겠니? 292

자유는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야. 292

생명이 있는 어린아이가 거래된다. 이유도 모른 채 유린되는 여자아이의 모습과 갇힌 새장에 살아가는 속박된 노예들의 삶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등장한다. 주인이 있고 그들의 노예가 존재한다. 법으로 규정하지만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 모순적인 사회의 법도 언급된다. 자유를 주겠다는 주인의 제안에 자유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묵묵히 일하는 정원사 노인의 대화는 놀라움을 전한다. 하지만 곧 낙조하는 현실이 되는 문장도 마주하게 한다.

저들이 행복해하는 걸 봐라. 물가로 가는 어리석은 짐승 무리 같구나. 우리 모두는 저렇다. 무지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편협한 존재들이다. 저들이 뭣 때문에 흥분하는지 아니? 174

돈을 주고 여자들을 데려왔고. 그들과의 사이에 아이들이 백 명이나 태어났다는 소문... 그 숫자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게 틀림없어... 그 많은 어린 왕자들 때문에 걱정... 그 자신도 솜에 친척 한두 명의 피를 묻힌 사람이지. 그들의 술탄이 그런 것들을 다 하고도 명예만을 얻었는데 그들이라고 안 될 이유가 뭐야? 175

<페스트의 밤>, <족장의 가을> 작품이 떠오르는 장면들도 있었다. 인물들이 목도하며 경험하는 것들과 함께 대화하는 장면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어리석은 짐승, 편협한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들을 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겹겹이 쌓여가는 우리들의 역사는 기억되고 사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들이 작품에서 토로하는 것들의 이유를 이 작품에서도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그의 부모...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305

속박된 자신의 삶을 벗어나고자 유수프는 여러 인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들에게서 듣는 대답들도 기억하게 한다. 그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비교되며 부족했던 유수프의 모습은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의 한 자락이 된다. 무책임한 부모들이 연거푸 작품에 등장한다.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삶을 견디고 감당하기에는 힘겨운 이야기들이 짐작된다.

자신의 비겁. 개들은 똥을 먹고 사는 자를 보았을 때 즉각 알아보았던 것이다. 322

총과 전쟁, 유럽인들의 무자비에 대해서도 작품은 다루고 있다. 역사를 들쳐보고 있노라면 부와 성장을 거듭한 강대국들의 흔적에는 오점처럼 남겨진 짙은 흉터들이 기억되고 추억된다. 그 역사들은 문학에서도 비켜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경고하며 지켜내고자 한 것들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보게 한다. 마지막 장면의 개와 서로 마주 보는 인물의 깊은 사유가 압도적이다. 그 장면에 떠올리는 깨달음이 우리 사회를 향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주인님의 손을 잡고 찬양하는 노예의 몸짓과 울림들에 무언의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 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305

유수프의 비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영국과 독일의 전쟁의 소용돌이가 감도는 상황까지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유수프 청년이 기억하고 경험한 많은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소설이다. 멋진 작품이며 수상한 이유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편소설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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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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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오랜만에 읽는다. 소설가, 영화감독, 에세이스트, 영화배우, 작가, 가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이들의 공통분모는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쓰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는 에세이라 다양한 저자들의 글을 만나본 시간이다.

읽다 보면 저마다 글의 분위기도 다르다. 소설가의 기나긴 시간이 얼마나 크고 깊은 작업인지 다른 책에서도 읽었기에 이 책에서 만나는 소설가의 글에도 이해하면서 읽게 된다. 임대형 영화감독의 집필 공간 이야기에 대한 글에서는 웃기도 하면서 다른 글에서는 진지함도 충분히 전달되어서 바짝 다가서서 읽은 글이기도 하다. 모순성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하는 글을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감독의 영화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비열함을 선택한다는 것의 관련성까지도 생각해 보게 한 문장을 마주한 책이기도 하다. 무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글에 힘을 주고 있어서 좋았던 글들이 많았던 임대형 감독님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 비열해지기를 선택한 사람들. 선배 감독님 말 224

엘리트주의를 혐오하는 동시에 몰개성적인 다수를 혐오. 금욕적인 청교도 정신을 거부하면서 가톨릭 사제를 매력적으로 여긴다. 무신론자이자 기독교인이고, 남성이자 페미니스트다... 모순성에 대하여 십분 공감하는 자이고,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241

타인의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것은 '침범'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도, 상처를 줄 수고 있다... 자신의 흠, 치부까지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져야 한다. 224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존 레논과 케네디를 암살한 자들. 자기 자신의 작품에 대한 혐오 223

박정민 배우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모순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내용과 돈을 미리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과 어머니가 공부하지 말라고 한 대화 등 자기만의 색이 분명한 글을 읽는 시간이기도 했다. 편협한 시각에 대한 자조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던 글과 함께 쓰고 싶지 않은 이유들을 열거하는 작가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당돌하다는 것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안다. 예전만큼 당돌하지 않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글에는 많은 의미들이 함축된다. 내면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듣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도 표출하지 못하는 자신을 이 책의 글을 통해서 전하는 글도 마주하게 된다.

혼자... 삐죽이 적어놓은 글들이 훨씬 더 좋다... 나조차도 두려워 들춰보기 어려운 그 글들이 더 좋다... 모순이고 타협이다. 역시, 돈을 미리 받지 말았어야 했다. 127

하지 마. 공부하지 마. 공부하기만 해. 아주 공부만 했다 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140

예전만큼 당돌하지 않다. 잃을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글이 재미가 없다. 이렇게 개성을 잃다 보면... 130

쓰기 지옥과 일기 지옥을 떠올리게 하고, 너무 쓰고 싶은 상태가 어떠한 상태인지도 전해주는 이랑 작가의 글, 인생에 대한 태도와 시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한은형 소설가의 글, 창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백세희 작가의 글, 쓰는 작업과 쓰는 직업이 가지는 힘겨움을 전해주는 이다혜 기자의 글, 서점이 주었던 위로의 공간이 더는 느낄 수 없다는 착잡한 심정을 전하는 이석원 작가의 글, 상업적인 것을 요하는 세상 속에서 사소한 것을 보며 생각하며 쓰고 싶다고 전하는 전고운 영화감독의 글. 모두 자기들의 자리에서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면서 읽었던 에세이이다. 고군분투하며 멋진 글을 쓰고 싶고, 멋진 작품을 향하는 열망들이 전해지는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에세이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많은 분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알게 되고 이들의 작품세계를 소개받고 된 책이다. 영화들, 책들 모두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다. 더불어 이 책의 글들도 떠올리면서 말이다.

상업적이지 않다고들 말한다. 45

사소한 순간을 누군가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나를 외롭지 않게 했다. 46

신문... 거대 담론들 속에도... 다양성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목격하는 것 46

사소한 것을 목격하고 느끼고 생각할 때, 쓰고 싶다... 누구나 찰나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살 듯이 나도 그러할 뿐. 46

안정적인 삶에서 무슨 글이 나오겠는가... 그 글이 무슨 힘을 가질 수 있을까. 39

젊음은 짧지. 너무 짧고, 너무 쉽게 가버리지. 35

글쓰기는 내게 치유와 도피의 방이었다. 54

더는 이 공간에서 전에 느끼던 것들을 느낄 수는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이제 나는 이 공간에서 위로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63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92

타자 속도가 머리를 따라가지 못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기분으로... 애를 쓰며 써 내려간다. 108

인생에 대한 태도도 시선도 내가 갖추고 싶은 것 중에 갖춘 건 여전히 별로 없었는데 쓰기 시작했다. 198

내게 창작은 무리하기와 마무리하기다. 190

창작은 전부 아니면 전무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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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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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신작이 12년 만에 출간된 시집이다. 301편의 시들이 담긴 책표지가 이쁜 양장본 시집이다. 시인의 사진과 시를 접하였던 날들이 떠오른다. 사진에 담긴 피사체와 빛, 어둠의 음영들은 압도적이었다. 시는 사진과 어우러져서 오랜 날들을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했었다. 그렇게 시인을 알게 되었고 시인의 시집을 펼치는 시간까지도 함께 하고 있다.

시인이며 사진작가이며 혁명가라고 소개하는 작가소개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작가에 대해 만난 시간이었다. <노동의 새벽>은 금서였다는 사실과 더불어 100만 부가 발간되었고 '얼굴 없는 시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군부독재 정권과 사형 구형, 무기수, 감옥 독방, 침묵 정전. 7년 6개월 만에 석방. 민주화운동 유공자라는 사실과 국가보상금을 거부한 사실도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시들은 그 시간들과 공존하고 있고, 시어들과 함께 살아있는 역사이며 시인의 인생이기도 하다. 하나의 시를 만나고 다음 시를 만나는데 묵직한 것이 누르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묵직함을 이 시집의 시들을 통해서 마주하게 한다. 그렇게 시인의 날들, 시인의 사유들을 마주하게 한다.

어머니가 당부하셨다

...

가난과 불운이 네 눈빛을 흐리게 하지 말고라

...

내면의 빛과 소박한 기품을

스스로 가꾸지 않으면 나 어찌 되겠는가

70

시인의 가족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시를 통해서 만나게 된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 시집이었다. 학교에 보내면서 자식에게 당부하는 말들, 감옥에서 석방된 후 나날들의 자식의 고통을 지켜보았을 날들이 떠오르는 시이기도 하다. 기도를 하며, 신을 부르며 보낸 날들. 시인의 시에서도 신을 향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 광야의 날들과 시련들을 시인의 목소리에서 그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들의 잘못된 질문에 무시를

저들의 의도된 질문에 경멸을

언론의 보도와 꼰대의 개탄에 주먹을

48

이 시집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녹록지 않았던 수많은 날들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 상처와 고통과 아픔들은 영화를 통해서, 문학을 통해서, 시집을 통해서, 사진 전시회를 통해서 그 너머의 시간들을 관찰하게 된다. 시인의 시는 어렵지가 않다. 쉽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우리들 곁에 가까이에서 목소리를 전한다. 그 목소리를 듣는 자, 그 목소리의 울림을 느끼는 자, 삶에 투영이 되는 자가 되어 경건하게 삶을 정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시들을 담고 있는 시를 만나보게 한다.

코로나 시대를 지금도 우리는 보내고 있다. 방역 지침을 향한 시인의 언행이 등장하는 시도 만나게 된다. 시인의 선택은 시인의 것이다. 권력과 명령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아는 시인이다. 자유가 가지는 힘도 무엇인지 아는 시인이다. 마스크와 백신이 자유의 의지에 의해 선택되고 방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 야외 마스크는 시민들의 선택이 되었고 자유의지가 반영되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며 다니는 모습만 보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국민임을 지금도 보게 된다. 권력과 명령, 규제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하며 행동하는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국민임을 떠올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이기도 하다.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을 이 시집을 통해서도 떠올려보게 된 시간이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지요

121

시인의 몸이 묘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문신이 새겨진 날들과 순간, 그 시간들의 의미도 떠올려보게 한다. 이 시대의 교육과정도 떠올려보게 하는 시도 만난다. 직접 아이 수학을 가르쳤기에 교과과정의 수학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어서 교육과정이 바뀌는 날들을 늘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고 어린 학부모들은 그 움직임을 깜박이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너무 많이 배우는 시대이다. 우리 시대에도 엄청난 양을 기억하면서 대학입시를 보냈는데 지금 아이들은 이해를 넘어서는 수준을 배우고, 지문을 읽어야 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얼마나 견디어낼까? 휘어지는 수준일까? 배우는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시도 만나게 된다. "그만 배우기와 생각하기. 삶을 살기. 나를 살기." 이것이다. 진정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호등이 되어준다. 그 선택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 선택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부모들도 있다. 다양한 교육이 선택받고 있다. 진정한 어른이 무엇인지 관찰해보는 사유의 장소가 된 시집이었다. 301편의 시들을 만나보자. 양장본이며 가름끈이 두 줄이라 읽는데 편했던 시집이다.

내 몸은 하나의 묘비

101. <내 몸의 문신>

우린 지금

너무 많이 배우고

너무 적게 생각한다

그만 배우기, 생각하기

...

삶을 살기, 나를 살기

117 <너무 많아 너무 적다>

접속하면, 접수당한다

소통하면, 관통당한다

94 <접속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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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채소 생활 - 집에서도 쑥쑥 크는 향긋한 채소들, 기르는 법부터 먹는 법까지
이윤선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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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텃밭에서 허브와 꽃 채소, 잎채소, 뿌리채소, 열매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도서이다. 비료도 필요하고, 바람도 필요하며, 햇빛, 물, 온도까지도 세심하게 확인하고 관찰해야지 키울 수 있는 것이 식물이다. 저마다 성질도 다르고 성장하는 환경도 다르다 보니 키우는 채소 종류의 성장환경을 알아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래서 만나본 책이다.

씨앗을 고르는 법, 모종을 구입해서 키우다가 분갈이를 해야 하는 시기, 지지대를 세우는 방법까지도 책은 친절하게 알려준다. 다양한 종류들이 소개되는 채소 키우는 법과 수확한 채소를 요리하는 법도 채소들마다 소개되고 있다. 더불어 저자의 이야기도 켜켜이 쌓여있는 책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농촌에서 작물을 키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홀로 그렇게 시작한 농촌 생활의 고충과 주거지에서 일어난 일들까지도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야기 하나씩, 채소 키우는 법 하나씩, 수확한 채소 요리법들이 빽빽하게 수확되는 책이기도 하다.

초록 식물을 키우는 식물집사이다보니 저마다 위치하는 장소, 햇빛 양, 물의 주기, 영양분, 바람 등 전문가가 된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키워보고자 하는 채소 종류와 키우는 법이 담긴 책이다. 키워서 요리할 수 있는 요리법도 소개되고 있다. 좋아하는 채소, 꽃들, 허브, 열매채소 등이 소개되고 있어서 관심 있게 만난 책이다.

물을 주는 시기, 집을 비울 때 물주는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1주일에서 2주일은 여행을 떠나도 걱정 없는 방법도 기억에 남는 방법이었다. 퇴비 만드는 방법도 소개된다. 어렵지 않게 소개되고 tip도 내용들 중에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을 만난 책이기도 하다. 책 사이즈는 크지 않고 작지도 않다. 채소 작물을 키워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분들이나 키우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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