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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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시간과 공간적인 확대까지 상상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삼체의 의미까지와 탈수된 문명과 너희는 벌레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 순간까지도 강열하게 남는다. 위기의 순간에 인류가 선택하고 대립하는 모습들을 다양한 군중 집단에서 살펴보게 된다. 우주 함대라는 공간의 긴박한 사건에는 생존이라는 유일한 선택의 순간에 사체를 처리한 방식과 섭취한 이야기도 3부에서 만나게 된다. 생존을 향하는 시대적 이야기가 흐를수록 인류가 순간의 선택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치안군이 된 이유와 그들이 악마의 모습이 되어 이민을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하였는지도 기억하게 한다.

오작동으로 경보가 울려서 인류가 혼동의 순간을 경험할 때 엄청난 화염에 타는 사람들도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죽음도 불평등한 사회적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쟁은 언제나 소수의 결정에 의해 수많은 낮은 계급층이 죽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된다. 대립하는 집단, 대중의 편중된 흐름에 비난을 받기도 하고 무시를 당하기도 한 뤄지와 청신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혀 낯설지가 않는 상황이 된다. 뤄지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과묵한 모습과 늙어가는 모습과 소중한 가족들을 떠나보낸 이야기에서도 느껴지게 된다.

남성적인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시대의 모습과 다시 옛 시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까지도 인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나서 목격하게 된다. 말을 잃은 모습으로 늙어간 뤄지의 모습과 대이민 기간에 저항운동의 정신적인 지도자 역할을 하였다는 뤄지를 어느 누구도 찾지 못했다는 기묘한 상황까지도 이야기된다. 200살이 된 뤄지를 만나는 청신과 AA가 3차원과 2차원에 대해 나누는 대화 장면과 뤄지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우리는 짐작하게 된다. 윈텐밍이 들려준 동화들이 함축한 의미와 이해하지 못한 바늘귀에 대한 그림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들려준 동화는 지금 이 시대에게도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된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현명함과 착함, 정직함과 유능함이 평온한 사회를 이룬다는 것을 전달한다.

백성들 부지런하고 검소.

현명한 국왕. 착한 왕비.

정직하고 유능한 신하들. 평온 401

봉쇄. 이것은 학살이다. 267

자아를 버리고 한 집단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집단에 속한 세포나 부품처럼. 138

뤄지가 버튼을 청신에게 넘긴 후 공격당하는 상황도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호주로 대이민을 강행한 삼체 문명과 그곳에 거주한 다수의 이민 생활은 전쟁과 난민을 떠올리는 장면이 된다. 박물관을 인류의 묘비이며 이 모든 것이 묘비라고 말하는 뤄지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걸 놓쳤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다시는 놓치지 마라" (667쪽)고 말해주는 뤄지 노인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중국 시인 쉬위눠의 시에서 작은 등불과 모든 것에 만족하는 인류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한다. 인류는 진정 작은 등불에 만족하고 기뻐했는지, 모든 것에 만족하였는지도 질문하게 하는 시이다. 순간의 선택이 우주의 운명을 판가름하기도 한다. 우주에 떠다니는 핵폐기물의 잔해와 쓰레기들도 묵시할 수가 없다. 청신이 마지막까지 윈텐밍을 아느냐고 묻는 이유까지도 짐작하게 된다.

해가 떨어졌다

산, 나무, 돌, 강

모든 위대한 건축이 그림자에 파묻혔다

인류는 작은 등불을 켜고 기뻐하며

눈앞의 모든 것에 만족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고 싶어한다

_ 중국 시인. 쉬위눠 568

오작동으로 3명만 탑승이 가능한 상황에서 청신이 아이들에게 퀴즈 문제들을 내는데 어느새 그 문제를 풀고 답을 맞히는 독자가 되기도 한다. 봉쇄는 학살이라고 명료하게 말하는 작품이다.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와 세계는 학살과 다름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역사적 사건들을 매만지면서 SF소설로 승화된 작품은 군대, 권력, 조직, 불평등, 환경파괴, 생존 등이 이야기되는 소설이다. 넷플릭스로 먼저 만난 후 읽은 소설이다. 끈이론과 우주 함대원들의 정신질환 증세와 폐쇄공포증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우주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넓은 공간을 연구하지만 정작 현실은 작은 공간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인지시킨다.

자아를 버리는 것과 집단의 일부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예리하게 짚어낸다. 얼마나 빠르게 동화되어 부품이 되는지 소설에서도 거론된다. 이 세상을 아끼고 보호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청신과 지자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한 소설의 명장면이 된다. 귀결되는 것은 하나이다. 『침묵의 봄』이 1부에서 등장하였듯이 작품은 독자들에게도 신중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지구를 사랑하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내용도 등장한다. 안락사를 권하는 누나와 청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카프카 작품은 인물이 안락사를 선택하는 적절한 이유가 된다.




백성들 부지런하고 검소.
현명한 국왕. 착한 왕비.
정직하고 유능한 신하들. 평온 - P401

자아를 버리고 한 집단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집단에 속한 세포나 부품처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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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의 『언캐니 밸리』, 성해나의 『혼모노』, 김지연의 『반려빚』 세 개의 작품 중에서 혼모노는소설보다 겨울 2023』책을 통해서 읽었던 작품이라 반가웠다. 이 책의 특징은 작가노트와 해설이 구성된다. 소설의 곁가지가 더욱 자라나는 구성이 특징이다. '반려빚'이라는 독특한 발상부터가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빚이 발생한 원인과 허덕이는 빚의 늪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여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생긴 대출빚 1억 6천만원은 삶을 온전히 발목 잡히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여자친구는 연락이 두절되고 온전히 빚만 남겨진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고자 차곡히 갚아나가는 빚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사람을 믿은 대가가 빚으로 남겨지면서 불행한 인생만이 이어진다.

인생이 망했다는 표현을 친구에게서 듣고 나서야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는 것도 자각하게 된다. 망한 인생에 갑자기 연락이 오는 전 여자친구는 왜 연락이 다시 왔는지 소설은 들려준다. 다시 마주한 전 여자친구는 결혼도 했고 이혼도 했다고 한다. 만나서 부탁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 부탁을 들어주려고 하는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도 소설은 보여준다. 0이 된 기분은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는 만큼 그 홀가분을 공감하게 된다.

빚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인 사람들은 빚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언니도 대출에 허득인다고 이야기되는 만큼 빚 없는 사람이 극히 드문 세상이다. 한국 현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기발한 표현으로 반려빚을 비유해 주는 문장에 매료된 작품이다. 감당할 정도만 대출을 이용했고 빠르게 대출부터 갚아서 대출 없이 사는 인생이 오래된 시점이라 젊은 날의 부지런했던 날들을 회상하면서 읽은 작품이다.

목줄을 한 쪽이 정현이고 목줄을 쥔 쪽이 반려빚이었다. 207

마침내 0이 된 기분 229

우리가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소설 『언캐니 밸리』가 있다. "이 도시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청한동 언덕에는 존재하는 것들을 당신은 열망했다. 그 열망이 당신을 지치게 하는지도 몰랐다. 당신은 결코 제 발로 노부인의 집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었다." (316쪽) 도시의 언덕에 자리 잡은 부자동네가 있다. 그것은 그곳에만 존재하는 부의 의미로 함축된다. 그것을 갈망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그 언덕의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그녀가 황산 테러에 당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찾아온 경찰을 통해서 그녀를 다시 떠올리는 택시 기사가 있다. 그는 왜소증의 크로키를 그리는 전업 작가이다. 주수입은 택시 기사일이지만 크로키 작업을 멈추지는 않는다.

스스로 손을 내민 노부부의 집에서의 일을 그만두지 못할 거라는 그의 확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을 확인시킨다. 그녀가 노부인 몰래 언덕 위의 집에서 가져오는 약들이 있다. 노부인은 그 사실도 알지만 모른 채 할 뿐이다. 처방전을 받아야 복용할 수 있는 약들을 그녀는 왜 몰래 가져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눈은 공평하다는 말에서도 심각하게 불평등한 사회를 주시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을 초래했고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부어진 황산 테러는 누구의 범행일까.

크로키 화가가 그린 그림들은 동기생들이 혐오스러워하는 그림이다. 야간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스케치한 얼굴에 몸은 동물의 모습을 그려진 작품들이다. 유일하게 그의 그림을 살펴보면서 사람과 동물을 연결 지은 부분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을 오가는 인간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는 내용이다. 그의 그림이 거북하게 느껴진 이유는 아마도 그러한 이유들이 혼재하게 된다.

노부부의 모습은 온전한 생활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거동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부여잡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작품에서 발견하게 된다. 집안에 쌓여있는 미술품들과 대리인이 구매하는 그림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도 소설은 언급한다. 작품을 집필한 배경 이야기도 들려주는 작가의 글을 통해서 작품을 다시 펼쳐보게 된다. 황산 테러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노부부의 집을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열망에 이끌린 그녀의 발걸음은 삶이 망가진 이후에서야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게 된다. 화가의 그림에 안주한 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 그녀의 참혹한 현실이 강하게 강타하는 단편소설이다.

비웃음에서 악의를 압도하는 혐오감이 느껴졌다. 301

이 노래들 속에서 행복했다. 거기에서는 슬픔이 가볍지 않고, 웃음이 비웃음이 아니고, 사랑이 우습지 않으며, 증오심이 맥없지 않고, 사람들은 온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며... 사랑이 사랑으로, 고통이 고통으로 머물고, 아직 가치들이 유린되지 않았다. 529 _농담_밀란 쿤데라

결핍은 강한 힘과 맞붙을 때 아름다움을 불러낸다고 믿었다. 강함과 약함의 조합에서 나오는 뒤틀린 균형이 마음에 들었다. 301

전업 작가가 되겠다는 말에 동기생들의 비웃음이 날카롭게 드러난다. 악의를 압도하는 혐오감이 비웃음으로 상처를 내기 시작한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소설에서 가치가 유린되지 않는 세상을 잠시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세상은 슬픔과 웃음, 사랑, 증오심과 고통 등이 온전하게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비웃음의 의미는 보통의 기준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냉혹하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의지, 똑같은 실기시험을 보고 입학한 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험준한 현실을 살아가는 작가의 작업실 위치도 상징성을 띈다. 화가가 성장한 환경과 어머니가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었던 사진사건, 왜소한 몸, 장애인 택시 운전석을 바라본 승객의 반응 등도 날카로운 질문으로 던져지는 장면이 된다. 가파른 언덕에서 자본주의의 현주소와 미래를 이 소설에서도 대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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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2부 :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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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200년 전 경고를 보낸 삼체 문명의 감청원과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사랑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지구 멸망이라는 위협을 어떤 자세로 대응하는지도 삼체 2부에서 다양한 인류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법으로 강제적으로 발표하기도 하고 기대치에 미달하면서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들의 모습에도 흔들림 없이 뤄지가 계획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나누는 대화 장면도 하나의 언덕을 넘는 모습이 된다. 숨겨진 것들이 드러나면서 위기를 대처하는 모습과 사랑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게 전해진다. 빛이 암흑의 숲을 비추기를 희망한다는 꿈의 의지가 인물을 통해서 전해진다.

삼체 문명은 너희는 벌레다!라는 마지막 문구를 남기고 200년 동안 무언을 고수한다. 그러한 현상을 가장 큰 경멸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공존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도 언급된다. 상대를 소멸시키는 방식이 아닌 모두가 계속 생존하는 방식을 찾게 되는 인물이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는 전환적 발상이 등장하면서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는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하지만 공존하는 방식도 존재한다는 것도 이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모색한 인물이 삼체 2부에서 만나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 어떤 생명도 곧바로 없애버리는 것이 우주 문명이고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석이라고 한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서로가 겨냥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200년 동안 이야기를 통해서 보게 된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모두 계속 생존할 수 있어 708

지하세계는 방종과 우울 부류로 나뉘게 된다. 산들이 보기에 인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질문하는 장면도 의미심장해진다. 개미를 살펴보면서 인류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함대의 이름은 우주선 지구로 정하면서 진정한 에덴동산이라고 말한다. 에덴동산에 있는 독사가 함대를 어떻게 침식시키는지도 보여준다. 영혼이 어둠에 침식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전해진다. 발전이 없는 생존은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도 언급되면서 발전시켜야 생존할 수 있는 이유가 전해진다.

융통성 있는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와 인간의 본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도 강조된다. 뤄지가 인정한 두 명의 인물이 누구였으며 이들을 향해 인류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도 다시 조명해 보게 된다. 유다가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은 것은 이유도 설명된다. 예수에게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던 용기를 주목하게 된다. 둥팡옌쉬에게 없었던 용기를 조명하는 장면도 있다. 성모마리아의 눈물을 연상하게 되는 물방울의 완벽한 활면도 기발한 발상 중의 하나가 된다. 인류의 짐작과 착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보여준다.

영혼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가닥 빛이 사라졌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파묻혀버렸다. 627

생존에만 급급하면 오래 생존할 수 없어.

발전시켜야만 생존할 수 있지. 616

융통성 있는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이 필요.

인간의 본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일 616

인류의 허영심은 눈꼽만치도 변하지 않아 565

괴테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문장이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라고 떠올리는 장면이 삼체 문명의 물방울의 추격이 지닌 의미까지도 연결하게 된다. 인류의 허영심을 질책하는 작가의 의중도 소설에서 마주하게 된다. 동면에서 깨어난 뤄지는 새로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구속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다르지 않았음을 떠올리게 된다.

2부의 '암흑의 숲'을 한 문장으로 간략하게 소개한 1부의 작가의 말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해하게 된다. 두꺼운 소설이지만 축약되는 주제가 무엇인지 작가의 목소리가 간결하게 전해진다. 웅장한 전개에도 함축적으로 전달되는 작가의 의중이 분명하다. 자유와 인간의 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창의력과 새로운 사고는 힘을 잃게 된다. 개인의 자유가 위협적인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하게 된다. 그러한 국가들은 역사속에서도 찾아볼 수도 있고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목도하게 된다.

뤄지의 가족인 아내와 아이가 무척 궁금했는데 2부 마지막에서 궁금증이 해소된다. 뤄지가 삽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모습을 비웃던 사람들과 뤄지가 예원제랑 나누었던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면서 자신의 존재가 왜 삼체 문명에 위협적이고 살인 명령이 있었는지 우주사회학적 접근방식으로 설명되는 장면과 삼체 문명과 협상하는 장면이 강하게 기억에 자리잡는다. 뤄지의 아이가 구름을 비유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가 된다.

군인들에게만 가해지는 작업이 정신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보여준다. 과학소설이지만 낯설지 않은 것들이 상기되는 장면이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명제를 주입당하면 참과 거짓이라는 것조차도 스스로 사고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군인들이 된다. 이런 현상은 현대사회에서도 자주 목도되는만큼 거짓뉴스가 얼마나 위협적인 파장을 불러오는지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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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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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활동은 숨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하지만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영화와 지인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난독증과 과독증, 실독증과 공감각, 환각, 치매에 대해 저자인 교수는 직접 수집하고 방대한 증언들과 수기, 연구 문헌들을 기반으로 읽기에 대한 탐구를 펼친다. 뇌과학과 인문학까지 매만지면서 독서광과 읽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읽기가 삶과 정체성에 얼마나 큰 비밀을 지니는지 알게 된다.

읽기와 뇌과학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인간다운 삶과 정체성을 완성하는 읽기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전해진다. 난독증을 이해하고, 과독증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지각 차이와 자폐증을 읽기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누구나 갑자기 읽기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실독증, 글자에서 색과 냄새, 촉감을 보고 느끼는 사람들도 설명된다. 읽기의 환각까지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읽기 세계와 뇌과학의 범주를 무한히 살펴보게 된다. 치매와 읽기 능력을 살펴보면서 자아와 기억이 사라진 후 읽기가 가능한지도 전해진다.

나는 읽어야 한다. 내 삶의 대부분은 독서다. _올리버 색스

읽는다는 의미와 범주가 확장되는 시대이지만 보편적인 의미로 읽기를 대상화하면서 읽기와 독서가 주는 삶의 가치와 정체성까지도 살펴보게 된다. 나보코프 작품 『창백한 불꽃』에서 "어느 날 잠에서 깼을 때 우리 모두 전혀 읽을 수 없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문장의 의미부터 짚어볼수록 실독증의 의미는 현실적으로 다가선다. 뇌졸중과 질병, 머리 손상으로 더 이상 읽을 수 없는 상황을 무한히 떠올리게 된다. 읽는다는 것은 삶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활동이 되면서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는 의미가 된다. 읽는다는 것과 읽을 수 있다는 것의 의미도 심오한 차이를 보인다.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의 차이를 이해할수록 읽기 활동은 더욱 의미가 가중된다. 저자가 왜 연구를 시작하고 집필하였는지 이해하게 된다.



읽기가 지닌 기적과 복잡성과 잠재력을 보게 된다.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도서이며 읽기를 연구하는 독창적인 학자라고 추천한 『소설과 사랑』의 작가 트리스티나 럽튼의 찬사에도 공감하게 된다. 어떻게 왜 읽는지 연구한 독창성을 인정한 『읽기의 역사』의 저자 샤프쾃 토히드의 추천한 도서이다. 읽기에 대한 연구와 책들, 저자까지도 새롭게 알게 된다. 책과 독자 사이의 독특하고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 저자의 도서이다.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기적이라는 것을 저자의 책을 통해서 깨닫는다. '해마다 『햄릿』을 읽은 소감을 적는 것은 사실 자서전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 버지니아 울프의 글귀도 등장한다. 치매도 무너뜨리지 못한 책의 위안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나의 방식으로 읽고, 살고, 나아갈 것이라는 글도 유용하다. 맥스웰의 '내용 읽기', '독자 읽기', '과정 읽기' 세 가지 범주와 읽기 정의도 기억에 남는다. 전형적인 독자와 비전형적인 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함께 비전형적인 읽기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다채로웠고 독창적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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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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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삼체를 시청한 후 매료되어 소설로도 읽는데 기대한 만큼 촘촘하고 밀도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말한 공동의 도덕 준칙을 살피게 한다. 우주에는 공동의 도덕 준칙이 있을까?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의심을 부여잡으면서 읽어간 1부는 우주적 관점에서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게 된다. 작가가 굵직하게 직조한 기본적인 틀을 펼쳐놓으면서 삼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작가의 의도를 마주하게 된다. 과학과 군대, 정치, 문명을 이룬 기본적 틀과 인류를 벌레라고 단호하게 명명하는 삼체 문명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삼체 세계를 향하는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면서 인류가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과 패턴들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지구 문명의 과학 발전을 억누르는 것이라고 믿으며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이 전개된다.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예원제와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건에서도 인류의 역사를 보게 된다. 생각을 교란시키면 끝이라는 계획으로 과학자들을 향한 계획에는 두려움이 내재된다. 의문의 자살을 시도하는 과학자들과 대답하지 말라는 답신에 응답한 예원제의 의도에는 인류에 대한 복잡한 의중이 담겨진다.

일할 수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것, 극단적인 억압 정치에 대한 환멸, 법률도 유죄 아니면 무죄라는 딱 두 가지뿐인 사회는 위협적이다. 예원제 아버지가 수업한 내용이 유죄였는지 무죄였는지 극단적인 정치는 그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 현장을 모두 목도한 예원제는 어머니의 언행과 집에서 웃고 있는 어머니의 웃음소리에 발길을 돌리게 된다.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를 타도하고 비판하는 현장에는 십자가가 아닌 고깔모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모두의 함성과 폭정은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모습과 다르지가 않다. 인류의 정신이 얼마나 협소한지 이 장면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정신의 획일화와 메마름에 경고를 던지는 소설이다. 도피주의를 처벌하는 사회의 움직임까지도 인물을 통해서도 매만진다. 다양한 사고, 다양한 소리를 듣는 자세조차도 존재하지 않기에 부부 사이에도 비밀스럽게 숨기는 생각들이 사건을 진행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정신을 허약하게 하는 모든 것이 죄악으로 치부되는 사회에서는 금서가 존재한다. 금지된 노래, 금지된 책들은 폭력적인 사회이며 획일적인 시대를 대변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도 법률로 규정되고 법률로 억압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한다. 법이 지닌 모순들을 다분히 사건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인류의 폭정은 거대해지고 부풀어 오르면서 부부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까지도 해체시킨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명제를 참과 거짓으로 질문하게 되는 소설이다. 벌목되는 숲을 바라보면서 광기로 정의내리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비이상적인 광기, 벌목, 황무지, 살충제 남용, 사막화는 작품에 등장하게 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등장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과학발전이 인류와 지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차분하게 생각하게 한다. 원시시대부터 과학적인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현대는 어떠한 문명이었을지도 상상해 보게 된다.

삼체 문명은 신세계 원정을 시작했고 함대는 항해 중이며 태양계를 향하는 삼체 문명은 인류에게는 위협적이다. 450년 뒤에 도착할 삼체 문명을 저지할 대책이 필요해진다. 동면이 가능한 미래사회이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사회도 아니다. 부자들만이 가능한 동면에 선택받은 뤄지의 아내와 아이의 운명은 더욱 궁금해진다. 눈에 띄지 않는 비성이 언급된다. 한 개의 비성, 두 개의 비성, 세 개의 비성.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존재하지 않았던 SF 소설이며 방대한 과학적인 소설이다.




너희는 벌레다!
삼체세계는 어떤 정보도 보내오지 않았다. - P433

우주에는 공동의 도덕 준칙이 있을까?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의심을 표하는데...우주적으로 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P444

대답하지 마라! 나는 이 세계의 평화주의자... 송신한 위치가 파악되면 당신들의 행성계는 침략 당하고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 당할 것이다. - P308

벌목은 광란이라는 말로 표현...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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