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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ㅣ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문열 지음, 정경호 그림, 박우현 논술 / 휴이넘 / 2006년 9월
평점 :
교과서 한국문학 이문열의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b세트에서 가장 얇아보아는 것을 집어들었습니다. 한국문학은 아직까지는 장르소설처럼 마구 읽고 싶어지진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다소 어렵고 가까이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용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다시 쓰였다는 교과서 한국문학을 찾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꼭 읽어야할 것중 하나가 한국문학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읽기만 하면 끝이 나질 않고 접어버리는 것이 문제였기에 줄거리라도 알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지만이라도 알자 싶어서 시작했어요.
이문열의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두께도 두께지만,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라지지만,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작품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통문화를 목숨처럼 지켜왔지만, 시대가 달라졌다며 옛것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꼬집고 있지요.
이 작품을 읽고 옛것에 담긴 아름다움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를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갓방에서 갓을 만드는 일을 평생을 자랑으로 여기며 살았던 도평 노인.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김칠복 노인의 무덤 앞에서 그렇게 정성을 들여 만들어온 갓을 태워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나머지 삶마져 놓아버리는 이유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짠해집니다.
우리가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너무도 당연하게 버리게 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전통 문화가 사라지는 현상은 비단 갓만드는 노인의 일만이 아닙니다.
장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간직해온 것들을 더이상 물려줄 세대가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도평 노인의 좌절과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가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버린 사라진 것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갓만드는 도평 노인의 집엔 동네 악동들이 수시로 드나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다람쥐를 잡는다며 도평 노인의 말총을 훔쳤습니다.
도평 노인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은근하게 정이 느껴집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까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의 갓이 어느 날부터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처음 상투가 잘려지고 갓을 못쓰게 되었을때 엄청나게 반대를 하고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사람들에게 갓을 잊혀지게 만들었습니다.
도평 노인의 동네에도 이제 단 4명만이 갓을 쓰고 다닙니다.
점점 갓방에는 손님도 오지않고 갓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손님도 없는데 갓방의 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그곳에서 갓을 만들고 있는 노인을 사람들은 손가락질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갓만드는 것을 업으로 알고 살았던 도평 노인은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최고의 갓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합니다.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갓만드는 일을 물려받으면 사위로 삼겠다는 말까지 하지만 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도망갑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리는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도평노인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을을 마지막까지 지키려했던 장인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가장 자신을 이해해줘야할 딸도 노인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동네에서 마지막으로 갓을 쓰고 있던 믿을만한 사람마져도 상투를 잘라버리고 갓을 쓰지 않은 모습을 보자
노인은 더이상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잡고 있을 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소중한 갓을 태우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도평 노인.
무덤앞에서 절규하는 그의 모습이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정말 제목이 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