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개론 열화당 미술책방 3
한정식 지음 / 열화당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철학한다'는 말처럼 '사진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사진을 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세계와 나, 삶을 사유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처음 사진에 입문하면서 접한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서로 취급되는 바바라 런던과 존 업튼이 공저한 <사진학 강의>였다. 사진의 기술적 기초에 대해 그렇게 세심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었다. 좋은 길잡이였다.

하지만 빈약하나마 사력이 쌓이면서 사진의 프레임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침묵에 마음이 끌렸다. 이 기술의 이면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포착력 말이다. 그러자 나는 뭔가 사진의 본질에 대해서 더 알 필요를 느꼈다. 그러다 접한 책이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순수하게 이론서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사진의 실제적 상황과 그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사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사진의 실제와 사진의 철학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기술로서의 사진으로부터 넘어서는 순간, 단지 멋진 사진의 매혹에서 벗어나는 순간 손을 뻗치면 가슴 속에 와 닿는 말들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판을 거듭해서 새로운 표지를 달고 나온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분석학 입문
앤소니 엘리어트 지음 / H.S MEDIA(한신문화사)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정신분석학은 과학일까 철학일까? 만일 과학이라면 정신분석학이 그렇게 다양한 스펙트럼과 개성으로 넘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정신분석학의 양상들을 몇 가지 주제하에서 서로 비교함으로써 일목요연한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가 주안점을 둔 것은 정신분석학이란 용어하에 단일한 이미지를 구성해내는 것이 아니라 정신분석학이란 용어 속의 다양한 차이성들을 통해서 그 (정치-문화적인) 실천적 함의를 그려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 이론들이 본래 비평적, 정치적 담론이란 점이고 서로 다른 것은 각 이론마다 암암리에 설정하는 정치적 입장의 문제가 된다.

각 이론들은 순수하게 정신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유추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사회적 세계와 연관을 맺고 있다. 결국 이들 이론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본질적으로 자아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변형시키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과 연관된다.

저자는 이런 가능성을 아도르노와 리꾀르를 통해 옅은 시사점을 제공한 후 책을 끝맷는다. 참고로 각 장마다 각 정신분석이론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도표화해서 빠른 이해를 돕고 있다. 도식적인 한계가 있을테지만 나에겐 무척 유용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 진리 과학 재원미술총서 2
강태희 외 지음 / 재원 / 199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홍준의 <정직한 관객>이란 평론집에 광주 비엔날레를 구경 온 한 촌부의 이야기가 있다. 난해하고 어쩌면 허무맹랑해보이는, 그래서 전혀 정서적으로 감흥할 수 없었던 이 촌부의 정직한 토로는 이해할 만 하다. 오늘날 현대미술이 거의 담론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다는 반성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누구의 말대로 현대미술에 있어서 감상의 차원은 이미 구매의 차원으로 치환되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과 언론의 사기극에 의해 놀아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이제 진정 인상주의적 감상이 부활할 때가 되었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인상주의적 비평이 주는 주관적 자의정을 극복하기 위해 철학과 과학 등의 외부학문에 기댄 결과 미술은 자신의 자율성을 잃고 하나의 담론으로 변신해 버린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런 현상이 어처구니없기 때문에 외부학문들과 예술 사이의 교접을 모두 없던 것으로 치부한다는 것은 우물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는 오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담론의 구조 속에 너무 빠진 나머지 담론의 체계 밖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미적 감수성을 찾아 나서는 창작자의 몫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미술 혹은 예술이 외부의 학문적 교접의 양상을 통찰력있게 이해하고 감상자 나름대로 감상의 폭과 깊이를 넓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예술의 본래 목적은 쾌락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식과 인식의 한계를 넘어선 어떤 충격을 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과의 대화가 필요하고 그 대화를 좀더 밀도있게 하기 위한 교양 혹은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면을 평이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서술한 글들의 모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학의 미래
윌터 카우프만 / 미리내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저명한 지성사가인 리차드 호프스태더(Richard Hofstadter)는 그의 '미국적 삶에서의 반지성주의 Anti-intellectualism in American Life'라는 저작을 통해 미국의 근본주의적 청교도 문화와 실용주의적 상업주의 문화에 만연된 지성인 멸시 경향에 대해 설득력있게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나치 시절 미국으로 망명한 니체 해석의 권위자로 알려진 저자 월터 카우프만는 미국 사회의 취약한 인문적 기반에 다소 놀란 듯하며, 이 책에서 그는 나름대로 이에 대한 평가적이고 대안적인 모색을 추구합니다.

그는 인문학이 미래에도 생존하여 사회에 인문학적 활력을 충전시킬 있는 인물유형으로 소크라테스적 유형을 이야기합니다. 이 유형은 다른 세가지 유형, 비전제시형, 현학가형, 언론가형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중요한데, 그것은 학생들에게 궁극적인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종류의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지성적 성찰력을 키우게 하는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형 인간은 여론과 권위, 수사에 의존하여 당연시되는 지식를 의심하여 질문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인간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무교회주의자의 구약성서 읽기
박상익 지음 / 부키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구약의 예언자 아모스에 대한 짧은 단상

박선생님의 책 내용 중 아모스에 대한 부분을 보면서 반추하게 되는 것은 최근 10년간 유행했던 '자유'담론입니다. 아래 글이 지적하고 있듯이 서양문명의 두 요소를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라고 본다면, 최근 유행하는 통속적인 형태의 지적 담론들은 헤브라이즘적 요소를 너무 과도하게 희박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듭니다. 한마디로 중용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란 거죠.

80년대가 민주주의와 정의, 해방 혹은 통일이라는 신념에 대해 거의 종교적인 열정에 넘치던 시대였다면 90년대는 그 되튕김인지 신념의 측면을 과소평가하는 시대가 아니었나 합니다. 신념없이 자유만 추구하다보니 사람들은 좀 멍해졌죠. 박 교수님은 서구문화에서 헤브라이즘적 전통이 오늘날 서구인의 사고방식에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가를 아모스라는 예언자를 통해 접근하게 해줍니다. 무책임하고 무골적인 상대주의가 난무하는 시대, 그 아래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비참한 배금주의와 맹목적인 순응주의에 속박당한 것은 아닌가 되돌아 보게 해주는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