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변증법 한길그레이트북스 33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 한길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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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피츠 이후의 문화는... 쓰레기이다' 서구 문명 아니 지구 문명은 양차대전과 그에 뒤이은 그칠 줄 모르는 야만적 상태에 대해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도르노는 이 야만의 맥을 계몽에서 찾았고, 더 올라가서 서구 형이상학의 틀거리에서 찾았다. 그는 서구 사상의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서구의 역사는 도구적 이성의 발달사였고, 현대의 야만은 그것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판단한다.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이 이러한 헤겔의 변증법과 가장 다른 점은 두 번째 단계에서의 부정성(그러니까 반정립)이 다시금 세 번째의 종합적 긍정성에로 이행되지 않는데 있다. 아도르노는 부정의 부정이 긍정성으로 대치되는 데에서 '동일성 사고'의 전형이 드러난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동일성 사고 안에서 주체성의 원칙만을 절대시하는, 그리하여 객체가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적 내용들을 배제한 채 단지 순수하게 형식적으로만 치닫는 기만성이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아도르노는 베르그송처럼 '의식의 직접적인 소여들로부터 시작하거나 후설처럼 의식의 흐름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의 총체성을, 동일성을 깨뜨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개념적 사고를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비판을 통해 도달하려는 바와 개념을 통해 파악하려는 사태의 비동일자가 결코 개념 속에 포섭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동일성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의 철학적 사고란 '개념을 통해서 개념을 넘어서려는 노력'하는 것이다. 개념은 대상의 질적 다양과 구체성을 양적으로 추상화하고 동일성에 포섭시키는 도구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동일성의 가상을 파괴하는 사고의 힘을 현실화시킴으로써 철학적 사고의 자기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후자의 경우 사유는 논리적 총체성의 요구가 기만이란 점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확장된 사유라고 볼 수 있을까? 화두와 면벽수행... 어쩌면 이것이 개념의 동일성 속에 갇혀 있는 몽매한 속세에 대해 아도르노가 취한 대응방식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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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 2008-12-0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드르노는 유물론자다. 유물론자는 부정의 부정을 올바로 보지 못한다.보지 못하는 만큼 변증법은 빗나간다.이런 점에서 관념변증법의 헤겔도 그의 특유한 정반합 버전인 즉자, 대자, 즉자대자로써 변증법을 올바로 논의함에 실패했다.서양의 변증법을 일목요연하게 논의한 사상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중세 동양의 선불교 선사들이었다.즉 변증법이 지향하는 일체의 필요충분조건을 선적 담론이 만족시키고 있다.헤라크레이토스로부터 아드르노 그리고 사르트르에 이르는 변증법적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이 선사들의 선문답에서 철저히 구현되고 있다.'개념의 동일성속에 갇혀있는 몽매한 속세'는 '개념을 통해서 개념을 훨훨 넘어서려는 피나는 노력'의 일환으로 '화두와 면벽수행'도 물론 마다하지 않는다. 변증법은 변증법을 넘어서는 논의인 선문답에서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다람쥐 채바퀴 굴리 듯'을 못면할 것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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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를 갈구한다. 그러나 그 자유에의 갈구를 잘 들여다 보면 속박의 다른 형태일 경우가 많다. 책 속의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자유란, 진정 인간다운 자유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꼽씹어 볼 수 있었다.

자유란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이어야 한다. 무엇을 향한 자유이어야 하며, 그런 지향에도 여러 단계의 차원이 있다. 라마크리슈난식의 초연한 듯 보이는 자유보다는 삶의 실제와 직접적으로 신진대사하면서 삶을 고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자유가 진짜 자유인 듯하다. 자유에도 서열이 있다. 스콧 니어링의 말대로 사람은 자기 발전의 단계에 따라 새로운 삶의 양식과 태도, 의무를 터득하게 된다. 이렇게 나은 단계의 삶을 개척해내려는 것이 자유의 본 모습일 것이다. 그 때에야 비로소 나는 '새'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자유를 자신의 객관적 환경과 분리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는 경우가 많다. 학교든 직장이든 일주일 내내 학업과 업무에 매여있던 자신을 휴일에 가서 풀어놓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한다. 습관적인 태도다. 나 역시 이제껏 습관적으로 자유를 그런 분리의 의미로 이해하며 살아온 듯 하다. 그럴수록 나의 자아는 점점 천박한 상태로 추락하고 있었구나! 니어링 부부의 삶은 소부르조아적인 자유를 독인줄도 모르고 삼켜왔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아! 내 혀가, 내 혀가 깔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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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반양장)
히로니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199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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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얼마든 직업이 무엇이든 누구에게든지 선뜻 권하고 싶은 책을 대라면 나는 이 책을 주저없이 고른다. 책꽃이에서도 내 팔이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누런 손떼를 뽐내고 있다. 인생은 좌우에 경쟁자를 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이고 자기와의 한판승이다. 이 인생의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를 닦아야 한다.

'소심심고' 내가 이 책에서 얻은 중요한 좌우명이다. 소박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라....! 소박한 마음이 깨지는 것은 경쟁을 자기와의 경쟁이 아니라 타자와의 경쟁으로 생각할 때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특이점 정리라는 인생의 목표를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탐색전에서 전격전으로 이어지는 장기전으로 풀어나갔다. 그는 그 경험들을 통해 인생에서 정말 행복이 무엇인지,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지 서서히 도통해갔다. 깊이 생각함은 자신의 마음을 닦는 일이며, 선입관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일이다. 그리고 또한 그런 눈을 가지고 '문제와 함께 자야' 한다. 노력과 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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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자인을 위하여
마이클 프리맨 지음 / 삼경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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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Designing Effective Picture], 즉 시각적 미의 경험적 원리를 통해 좀 더 시각적으로 호소력있는 사진을 찍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이다. 프레이밍, 배치, 균형감과 대조/비유, 색감과 색의 배열 등을 풍부한 사진들과 설명들로 밀도있게 기술하고 있다. 찍는 다는 것, 본다는 것의 행위 뒤에 이렇게 많은 의미들이 숨어있을 줄이야... 좋은 사진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할 심미적 직관을 키우도록 돕는 책이다. 하지만 그만큼 도식적이며, 도식적인 만큼 작가의 독특한 창의력를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지 상식적인 관점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책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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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재를 털면 - 숭산스님의 가르침
숭산스님 지음, 스티븐 미첼 엮음, 최윤정 옮김 / 여시아문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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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양에서 유행하는 것이 요가나 명상... 대개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아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 60년대에 신좌파 운동 사이로 유행하던 마르쿠제의 니르바나 원칙(nirvana principle)이라든가, 롤랑 바르트의 주이상스(juissance) 같은 것들은 결국 인도 어딘가에서 유행하던 탄트라교적 망념주의일 듯... 숭산스님이 망념심이라 이르고 그것의 한계에 대해 설명한다. 예전에 서구의 멋진 이론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갑자기 초라하게 구겨져 버린다.

일념심... 이건 그러니까 파도가 자기를 덥치지 못하게 자기 주위에 방파제를 쌓은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면 역시 주접스럽다. 진정한 선지식은 파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파도와 함께 놀면서 파도들을 깨우치게 하는 존재다. 그는 안과 밖을 따로 나누지 않고 그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밝은 마음으로 나아간다. 이르러 명명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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