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티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마리셀 알바레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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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만이, 우리가 공유하면서도 유일하게 끝까지 가져가는 환상, 다이아몬드 결혼반지, 소금물.

윤리와 죽음에 대해 말한 사람이 어디 한 둘 인가, 매일 허접한 뉴스 매체 속에도 가득하지 않은가. 란제리와 성욕을 부채질하는 광고들에 둘러싸인 채.
하지만 윤리와 죽음에 대해 말하기-방식, 발화를 제 스스로 갖출 줄 안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겁 많은 우리는 그토록 삶에 대해 떠든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이냐리투 감독이 제시하는 윤리와 죽음의 철학에 관해, 아주 긴 글로 떠들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날 만족시켜주는 영화평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톨스토이와 모리스 블랑쇼를 반반 섞은 자세로.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내 현재가 또! 불만스럽다.

그동안의 죽음 연작 선에서 벗어난 신작 <버드맨>은 상당히 의외의 선회다. <버드맨> D의 영화평에 반박하고 이냐리투의 뜻을 항변해 줄 단초도 이 영화에 있는데, 내가 아직 <버드맨>을 못 봐서 아쉽군.

다들 자신이 아는 선에서만, 자신의 조건 속에서만 떠드는 상황들이 더욱 불만스럽다. 아는 것 이상 말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 봐야 되나. 그것을 자족과 겸손이라 내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오만이자 한계이자 편견이 아니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젠장!
나는 언제 좀 만족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까.
이럴 땐 말을 하고 있어도 벙어리가 된 기분이다. 죽은 내가, 나를 바라볼 때 할 말이 없는 것처럼.

 

 

현재 내게 있는 주파선은, 달리 이렇게 밖에는 더 말할 수 없다는 것, 죽음과 윤리에 대해서.  

 

 

 

 

ㅡAgalma

 

 

 

 

 

 

 

 

 

 

 

 Ravel / Piano Concerto in G - Mov II Adagio assai

ㅡ Martha Argerich -

 

 

 

 

 

 ◆ 제작노트 ◆

 

 

“별의 반짝임처럼 짧은 순간을 사는 우리 존재는
죽음에 가까이 이르면 형언할 수 없는 덧없음을
드러낼 따름이다.
죽으면 어디로 가고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이 영화를 늙은 떡갈나무, 나의 아버지에게 바친다.
그 분은 그 이유를 잘 알고 계신다...”




- PROLOGUE

<비우티풀>은 한 아버지와 그의 자녀들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욱스발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그는 현대 바르셀로나의 위험한 암흑가에서 부성(父性), 사랑, 영성, 범죄, 죄책감 그리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조화시키려 몸부림치며 갈등을 겪는 사람이다.
그는 불법적인 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희생에는 끝이 없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는 처음 시작한 곳에서 끝나는 순환적인 이야기이다.
그를 둘러싼 운명과 한계점이 교차할 때 흐릿한 구원의 길이 밝아지며
아버지에게서 아이에게 전해지는 유산과 좁고 긴 인생길을 헤쳐 나가는 부모의 손길을
환하게 비춘다. 그것이 밝건 나쁘건 – 또는 ‘비우티풀’ 하건.


- 비우티풀에 대하여(On Biutiful)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직접 쓰다
<바벨>로 전 세계를 돌고난 후 나는 여러 이야기의 동시 진행, 파괴된 구조, 내러티브를 넘나드는 것들은 이제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영화들은 모두 다른 언어로, 다른 나라에서 찍었다. <바벨>이 끝나갈 무렵, 너무 지친 나머지 다음 영화는 반드시 한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한 가지 시점에서, 딱 한 도시에서, 직선적인 이야기 진행으로 그리고 내 모국어로 찍겠다고 결심했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바벨>이 오페라라면 <비우티풀>은 레퀴엠… 그리고 나는 여기까지 왔다. <비우티풀>은 내가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것들이다. 단선적인 이야기로 주인공이 내러티브를 형성해 가는, 나에게는 미개척 장르인 바로 비극(the tragedy)이다.

나에게 <비우티풀>은 이 생애에서의 짧고 미미한 영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별의 반짝임처럼 짧은 순간을 사는 우리 존재는 죽음에 가까이 이르면 형언할 수 없는 덧없음을 드러낼 따름이다. 죽으면 어디로 가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이 이야기는 욱스발이 마주한 시간과의 고통스럽고 아찔한 경주이다. 삶의 마지막 날 인간은 무엇을 하나? 그는 삶과 죽음 중 어느 쪽에 전념할까? 어쩌면 초월에 대한 꿈은 그저 환상일 뿐이라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말이 맞았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시작부터 관심을 가졌던 건 죽음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상실이 발생했을 때의 삶과 삶에 깃든 모습이었다.

현대 사회는 많은 것들 가운데서도 사망 공포증(thanatophobia)으로 깊이 고통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과 미지의 심연에 빠져드는 순간 계몽되는 인간이라는 추악한 시(詩)를 만드는 것은 틀에 박히고 주제에 치우친 모순이고 이것은 도전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모순이라고 한 것은 욱스발 안에서의 소용돌이가 그의 내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향해 가는 동안, 유럽의 새로운 정치사회적 현실이라는 위기는 반대 방향으로 그의 외적인 소용돌이를 향해 뻗어가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모든 유럽 도시마다 형성된 이 인간 벌집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착취당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한다. 이 아찔하고 공허한 뉴스는 생명력을 얻기 어렵다. 항상 가려져 있는 가난한 사람들, 이민자들의 냉혹한 현실. 2007년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욱스발이라는 캐릭터가 나에게 자기는 이 세계 사람이라고 했다. 나로서는 이 현실 중 한 가지만 강조할 수 있어도 보람있는 여행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극단적 현실로 보이는 것들이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이고 매일매일 겪는 일상이다. 많은 배역들을 비전문 배우들이 연기했고 그들은 영화 속 세계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발생되었는가?

나에게 영화는 항상 짧은 대화, 차창을 통해 언뜻 보이는 풍경, 한 줄기 빛, 몇 개의 음(音)같은 모호한 데서 시작된다. <비우티풀>은 2006년의 어느 차가운 가을 아침, 아이들이 아침식사를 준비할 때 내가 손이 가는 대로 튼 CD인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에서 시작되었다. 몇 개월, 전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로스 앤젤레스에서 텔룰라이드 영화제로 가는 길에 ‘라벨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를 틀었다. 네 개의 모서리를 통해 보이는 풍경은 숨이 멎을 듯했다. 그러나 라벨 곡이 끝나자 애들 둘이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이 곡이 가진 그 우울한 분위기, 슬픔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아이들이 압도된 것이다. 아이들은 그걸 받아들이거나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느낄 뿐이었다. 그 날 아침 라벨의 피아노 곡을 다시 들었을 때 두 아이 다 CD를 멈춰 달라고 했다. 그들은 그 정서적 충격과 그 음악이 어떻게 그들을 감동시켰는지를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한 캐릭터가 내 머릿속 문을 두드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올라 (안녕), 내 이름은 욱스발이야.” 그 이후로 3년 동안 나는 그에게 내 인생을 바치게 된다. 그가 뭘 원하는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그는 오만했고 모순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사실 내가 그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 그를 어떻게 끝내고 싶어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 방금 시작과 끝이 생각났다.

그로부터 1년 후, 바르셀로나의 엘 라발 구역을 걸으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의 여왕이다. 그녀는 진정 아름답지만 다른 모든 여왕들처럼 보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면도 있고 좀 지루하기도 하고 관광객들과 엽서 사진가들이 감탄해 마지 않는 부르주아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난 17살 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녔고 화물선에서 바닥 청소부로 일했으며 아무도 보지 않는 숨겨진 동네에 매력을 느끼고 궁금해하고 매료되었다. 내가 반응하는 건 그런 것들이었다. 최근에 바르셀로나와 유럽 대도시 대부분에 생겨난 다양하고 복잡한, 변두리의 다문화적 새로운 세계를 말이다. 17살에 처음 바르셀로나에 왔을 때에는 이런 걸 상상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다시 찾았을 땐 바로 욱스발이 여기 속한다는 걸 알았고 그가 세계를 새롭게 재편해가는 이 절충적이고 활기찬 동네에 산다는 걸 알았다.

1960년대에 프랑코는 카탈루냐 지역에 수많은 스페인 다른 지방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촉진하고 이주시켰고 카탈루냐의 문화를 파괴하고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거대한 경제 불황의 와중에 카스티야어(표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 대체로 엑스트레마두라, 안달루시아, 무르시아 지방에서 온 – 자기 나라에서 이민자 신세가 되었다. 그들은 산타 콜로마라라는 바르셀로나 교외 지역에 거주하도록 배정되었고 가난한 이민자들과 그 아이들을 가리켜 경멸하는 말인 “샤르네고스” 로 알려지게 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의 경제 회복력에 힘입어 “샤르네고”들은 산타 콜로마를 떠나기 시작했고 전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이 그 자리를 채워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리오 치노 (중국인 동네)’로 알려진 엘 라발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모인 것으로 유명하며 나는 바달로나 인근의 산타 콜로마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이 곳에는 세네갈인, 중국인, 파키스탄인, 집시들, 루마니아인 그리고 인도네시아인들이 아무 문제 없이 다같이 평화롭게 모여 살며 스페인에 동화될 필요나 걱정 없이 그들 각자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솔직히 스페인 사회도 그들을 동화시키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여기는 살균되지 않은 동네이다. 인간적이고 특징이 있고 모순적이다. “공존(convivencia)”에 딱 들어맞는 예이고 DNA 조합을 보면 완벽한 UN이다. 과거에는 300년 걸렸던 이주와 인종 혼합을 이곳에서는 25년만에 경험했다. 물론 고통과 비극이 없는 건 아니다. 매해 수백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스페인 연안에 들어오려다 익사한다. 그 장면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 또한 신문에는 매일같이 유럽 곳곳에서 학대당하고 착취당하는 중국인 이민자들의 기사가 실린다.

샤오 훙 파이가 <중국의 속삭임 : 영국의 숨은 노동 부대의 가려진 진실>에 썼듯이 영국에만 해도 백만 명의 중국인이 있다. 미국과 달리 그들은 유럽의 도시에 와서 그 문화에 섞여들지 않는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이곳에 와서 고향에 남겨진 사람들을 돕는다.

그러나 <비우티풀> 이야기의 큰 맥락으로 찾아낸 이 사실은 바르셀로나와 유럽 도시 대부분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사회 현상이라기보다 정서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혜택받은 사람이지만 이민자이고 10년간 그렇게 지내왔다. 이민자의 양심 혹은 지리적인 고아원이라는 것이 그들의 심리 상태이다. <비우티풀>에서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빛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판 노예들의 어려운 일상을 강조할 따름이다. 일과가 끝나고 영화가 기록이 아니게 되면 그것은 꿈이다. 그리고 몽상가로서 언제나 혼자이고 화가로서 흰 캔버스만 남은 혼자이다. 혼자라는 것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고다르가 말했듯이)… 그리고 영화를 만듦으로써 그 질문들에 대답한다.


- 캐릭터에 대하여…

난 캐릭터 각각에 대해 꼼꼼하게 일대기를 썼다. 중국인과 아프리카인 캐릭터에 대해서도 썼다. 각자 실질적인 캐릭터이기만 할 게 아니라 과거와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이 작업을 한 이유는 캐릭터를 좀 더 잘 이해하고 배우들이 그들의 배경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욱스발은 “샤르네고”로 태어났고 산타 콜로마에 사는 10%의 카스티야어 사용자 중 한 명이다. 이민자들이 그에겐 낯설지 않다. 그는 그들과 함께 자랐다. 그는 그들과 함께 일한다. 일요일에 그 동네를 걷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경험이다. 집시들이 거리에서 모여 노래를 부르고 동시에 무슬림들은 공원에서 기도하고 작은 이슬람 사원의 스피커를 통해 기도문을 읊으며 카톨릭 교회는 중국인들로 가득차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똑같은 종류의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여정이 되길 원했다.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후로 나의 무의식은 강박적으로 이야기를 읊어대기 시작했다. 내 딸 마리아 엘라디아가 올빼미는 죽을 때 부리로 털뭉치를 토해 낸다는 얘길 해주었다. 그날 밤 난 그 모습이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나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난 욱스발을 모순이 가득한 인간으로 봤다. 삶이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평화롭게 죽지도 못하는 자, 이민자들을 법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그 자신은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자, 영적인 재능이 있어 죽은 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그들을 빛으로 인도할 수 있는 거리의 남자… 그러나 그는 그것으로 돈을 받는다; 사랑으로 상처를 입었고 두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들에게 성질을 내고 마는 家長; 모두가 의존하지만 그 또한 모두에게 의존하는 사람; 원시적이고 단순하고 미천하지만 깊은 초현실적 통찰력을 지닌 남자.

위성에 둘러싸인 태양. 나는 그를 이런 신체적 시스템으로 봤는데 몸은 거리, 심장은 가족, 영혼은 부재한 아버지를 찾는 것이다. 각본을 쓰기 전에 지도를 그렸다. 욱스발의 여정과 그의 심리 상태를 도식화한 두 개의 나선과 한 개의 선을 그렸다. 나선 하나는 안에서 밖으로 나갔다. 이것은 통제되지 않는 그의 매일매일의 삶이다. 다른 하나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다. 이것은 욱스발의 마음이며 아주 깊은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두 나선을 잇는 선을 그렸다; 그것은 영혼이다.

나의 아버지는 저소득 노동자나 택시 기사들은 우울해질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건 부자들의 사치야”라고 하셨다. 삶은 그들에게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욱스발이다; 절망적이고 외로운,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사람.


- 캐스팅에 대하여…

마람브라(마리셀 알바레스)
이헤(디아리아투 다프)
안나(안나 보우차이브)
마테오(기예르모 에스트레야)

<비우티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줄곧 하비에르 바르뎀을 욱스발 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어떤 배우도 그가 한 것처럼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없었으면 이 영화를 못 만들었을 것이다. 나에겐 오직 그만이 욱스발이었으니까. 수년간 하비에르와 나는 함께 작업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 역할이 우릴 촬영 현장으로 데려다 줄 다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들과 일하는 스타일과 과정은 간단하거나 쉽지 않다. 난 프로젝트마다 완전히 몰두해서 일하고 배우들에게도 똑같이 요구한다. 나는 완벽 혹은 내가 완벽이라고 여기는 것에 집착한다.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정말 힘든 여정이다. 글쎄, 하비에르를 그 등식에 집어넣는 건 마치 배고픔과 굶주림을 한꺼번에 겪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린 둘 다 만족을 갈망했다. 하비에르는 그냥 뛰어난 배우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특별하다. 모두가 다 그걸 알고 있다. 그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의 캐릭터에 대해 빼곡하게 메모를 쓴다. 그는 헌신적이고 열정적이고 훌륭함에 집착한다. 그러나 하비에르를 그렇게 특별하고 독특하게 하는 것은 깊고 강한 이미지와 심오한 내면의 삶을 기반으로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무게감, 비중감, 심상치 않은 존재감이다. 그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좋든 나쁘든)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몇 주에 걸쳐 여러 이야기를 여러 배우들과 촬영했던 나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작품은 아주 기나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찍었고 거의 모든 씬에 하비에르가 등장해 말 그대로 그의 등에 필름을 얹고 가는 셈이었다. 매 씬마다 요구되는 꼼꼼함과 감정의 강도를 계속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특히 배우들과 비전문 배우들, 아이들간의 균형을 맞출 땐 더 그랬다. 2008/09년의 가을과 겨울 동안 내가 알던 하비에르 바르뎀이란 사람은 욱스발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그렇게 사라져 있었다.

우리는 이 작업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처럼 매일 매일 점점 더 힘들어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노선을 짜고 논의했다. 나는 영상 문법 언어와 영화의 모든 측면을 디자인했다. – 순차적 촬영 순서, 의상, 미술, 카메라 움직임 그리고 영화의 각 단계마다 다른 포맷을 사용하는 것까지 – 그가 잘 헤쳐나가서 우리 둘 다 원하는 곳에 도달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강하고 엄격하고 군림하는 자에서 자유롭고 굴할 줄도 알고 고통을 통해 빛을 보고 느끼는, 지혜를 얻는 사람이 되도록. 우린 둘 다 굉장히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요구하는 위험한 곳까지 너무 들어갔고 다시 돌아나오기 힘들 때도 있었다. 이런 영화를 하면 상당히 진이 빠진다. 그러나 그 대단한 노력과 희생은 우리가 나눈 작품에 대한 굉장한 만족감과 비례했다.


- 마람브라에 대하여

캐릭터를 쓰고 캐스팅하기 가장 어려웠던 역할 중 하나는 마람브라였다. 양극성 장애는 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복잡한 정서 장애로 희화화되기 쉽다. 나는 아주 특정한 분위기와 기운을 찾고 있었다. 스페인 전역에서 캐스팅을 진행했고 거기서 아주 재능있는 여배우들을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던 사람을 찾지는 못했다. 본 촬영 들어가기 3주 전, 난 아직도 그 배우를 못 찾고 있었고 촬영을 연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에서 공개 캐스팅을 했고 거기서 우린 마리셀 알바레스를 봤다. 비디오 테스트만으로도 바로 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마리셀은 잠도 못 자고 24시간 후에 스페인으로 날아와서 그보다 24시간 전에 받은 대본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리허설 테스트를 해냈다. 마리셀이 스페인에 도착한지 12시간만에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기 전, 카메라 테스트도 했다. 평생 처음 필름 카메라 앞에 선 마리셀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가 제시하는 어떤 이미지나 상황만 떠올려 보라고 했다. 모든 현장과 스탭들이 숨을 죽였다. 1분 후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신비한 힘이자 마법이었다. 마리셀에게는 마람브라에 필요한 위험함과 부드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녀는 수년간 뛰어난 연극 배우로 활약했으며 이 지구상에서 아주 찾아보기 힘든 광범위한 작품 분야와 기교를 지니고 있다.


- 이헤에 대하여

이헤 역을 위해 우린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1,200명 이상의 여성들을 살펴 봤다. 디아리아투 다프는 미용사로 일하던 바르셀로나 시내의 미용실에서 발견되었다. 세네갈인이고 수많은 다른 아프리카 여성들처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목숨 걸고 조국을 떠났다. 그녀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외삼촌이 남편감을 골라주는 세네갈 전통에 따라 15세에 50세 남자와 결혼했다. 그녀는 폭력적인 이 남자로부터 도망쳤고 이후 좋은 젊은 남자와 결혼해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경제 상황이 절박한 작은 마을에 살던 그녀는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찾기로 결심했다. 캐스팅할 당시 그녀는 3년 넘게 아들을 못 보고 있었다. 밤낮으로 일하면서 남편과 아이 뿐 아니라 세네갈로 보내줄 수 있는 그 적은 돈에 의지하는 다른 30명까지 부양하고 있다. 디아리아투는 미용실에서 일자리를 잃을까봐 늘 두려워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그녀는 내가 원하는 대로 그 캐릭터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무나 진솔하고 깊이있게 그 역을 연기했다 – 베개를 갖고 자기 아이인 양 연기하던 상황에서도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이 들렸다. 이헤의 이야기는 그녀의 이야기였다. 실제의 삶이 영화에서의 배역과 그렇게 가까운 사례는 그 동안 본 적이 없었다. 현실이 허구와 함께 내 눈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는 그 영화를 만드는 동안 힘겨워했지만 그녀와 같은 처지의 수백만 여성의 이름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약속이 더 컸다. 난 늘 이 아이디어가 좋았는데 이헤가 부차적인 역할로 시작했다가 나오는지도 모르게 다시 등장하고 이야기의 주춧돌 역할로 끝난다. 그녀는 마마 아프리카(Mama Africa) – 이성적이고 똑똑하고 애정어린 어머니이다. 그것이 디아리아투의 실제 삶이다. 영리하고 재능 있고 감성적이고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진실하다.


- 안나(안나 보우차이브)와 마테오(기예르모 에스트레야)에 대하여

아이들은 항상 발굴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씬은 항상 어려운데, 일어나는 일들의 소재 때문이기도 하고 이 경우에는 하비에르 바르뎀과 마리셀의 신체적인 특징 때문에 더 쉽지 않았다. 마테오 역을 할 기예르모는 일찌감치 찾아 두었지만 욱스발의 딸을 찾다가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촬영 들어가기 겨우 2주 전, 곧 찾게 되길 바라며 일단 없이 진행하기로 하고 촬영할 한 동네의 학교에서 사전 점검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그 학교에 다니던 안나가 내 등을 두드리더니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난 돌아서서 그 아이를 봤다. “영화 만들어.” 그랬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도 출연하고 싶어요.” 그렇게 된 거다. 그 아이는 답이 바로 자기 코끝에 있는지도 모르고, 온 스페인을 돌며 찾아다니던 절박한 사람의 문을 두드린 천사였다.

에두아르드 페르난데스, 루벤 오챤디아노, 쳉 타이센, 루오 진, 마르티나 가르시아 그리고 함께 한 모든 훌륭한 출연진들에 대해 몇 시간이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보다 그들의 연기를 직접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난 이 영화에서 나의 오랜 공범자들과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다. 우리가 차갑고 기술적인 무의미한 음악에서 멀어져 갈 때 그리고 모든 영화가 여기서 벗어나 기억, 욕망, 이성, 꿈들, 빛과 이미지에 대한 의견과 주관적인 현실을 향해 갈 때 바로 그 록큰롤 밴드가 베이스 라인, 드럼 그리고 여러 악기들로 음악을 더 풍부하고 더 즐겁게 해 주었다.


“언제나처럼 이 영화를
가족에게 바친다 –
그들이 내 가족의 일부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이유이자 근원이고
혹은 내가 영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은 누군가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내 아버지께 바친다.
그 분은 그 이유를 잘 알고 계신다.”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Story.do?movieId=56971&t__nil_main_synopsis=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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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4-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족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이제까지 살면서 딱 한명 봤는데_ 아 갑자기 보고싶......


AgalmA 2015-04-01 13:42   좋아요 0 | URL
똑똑하다는 온갖 철학자, 시인들도 실패하기 싫어 울상인데, 그런 사람을 보셨다니 멋진데요!

네오 2015-04-0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드맨> D의 영화평이 뭔가요?

2015-04-01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5-04-0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BMW 단편 프로젝트 - 파우더 케그 봤어요?

AgalmA 2015-04-01 22:16   좋아요 0 | URL
못 봤습니다. 찾아서 봐야 겠네요

AgalmA 2015-04-01 23:42   좋아요 0 | URL
해외 광고 대상 작품들 종종 재미나게 보는데, 이것도 아주 재밌네요. 감독들의 개성이 하나하나 다 잘 살아나고. 왕가위는 여전히 남미 애착을 못 버리고 있고ㅎ. 왕가위 버전에서 클라이브 오웬 나레이션은 중국말인 줄 알았어요ㅋㅋ... 중경삼림의 금성무 나레이션 느낌ㅎ

이냐리투 감독 작품 역시나 제가 사람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생각들게 하는데요.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잔인한 역할도 멋지지만, 이렇게 죽는 역할도 정말 잘 어울린다니까요. 하여간 죽는 역할은 다 잘 어울리는 듯ㅎ

재밌었어요. 네오님 덕분에 오늘도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았군요 :)

네오 2015-04-0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장하준 경제학강의댓글은 북플로 쓰는라,,제대로 쓰기는 상당히 힘들어서,,,이해좀 바랄께요,,,,사실,,예술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대부분,,경제학 이야기는 피하죠,,잘 안하더라고요,,그 반대여도 마찬가지 입니다,,경제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음악은 상당히 고퀼인데,,영화는,,,,,^^,, 그래서 잘 읽었습니다,,,오래만예요,,,,피케티, 장하준 그분들은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예요,,자꾸 피케티가 현실성 없다고 하는 데,,그건 우리들이 이야기 하는 거고,,이미 학계에서는 인정 받았거든요,,어떻게요,,그와 같이 논문쓰던 책에도 나오는 이름이죠,,엠마뉴엘 사이즈는 주류중의 주류만을 주는 ,,수학을 어마어마하게 잘해야 합니다만,,아닌 분도 잇었긴 있었죠,,예를 스티븐 레빗시카고대,,교수요,,존 클라이베이츠상을 받으신 분입니다,,사실 피케티나 이분 논문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해요,,그리고,,미국학계에서는 불평등에 대해서 상당히 신경쓰면서 논문을 씁니다,,왜냐고요,,자원이 비효울적으로 분배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반응이 있거든요,,거의 대분의 교수님들요,,게임이론도 그렇게 해서 진화되는 학문이고요,, 사실 피케티의 주장에 반대지점에 아담 스미스 비슷한 부류들이 있는데,,경제학사적으로요,,그 계열을 쭈욱 따져들면 합리적 기대학파라는 거대벽이 튀어나오거든요,,혹시 경제성장에 관심있으시면,,이분야에서 정말 대가들이 많습니다..제가 가장 좋아하는 루카스가 있습니다,,뭐 정책무력성명제,,지금,,이것밖에 생각이;;,,아무튼 이분이 1988년에 쓴 논문 미라클 경제가 있는 데(영어 잘하시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만,,,) 한국과 비슷한 필리핀은 왜 몰락하고 한국은 왜 부흥해야는 의문에서 이 논문은 시작합니다,,그런데,,우리의 성공을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인력을 활용한 교육을 가장 첫번재로 뽑으시더라고요,,,그래서,,,,뭔가 결론을 성급하게 내기에는 조금은 그렇지만,,경제학자들은 인류의 삶에 향상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의 집합체 그자체이죠,,아,,우리학계는폴리페서가 많고 왜 그러냐고요,,음,,그건 정말 할말이 많지만,,,

AgalmA 2015-04-01 23:50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좋은 얘기를 왜 댓글로 소비하십니까. 서재에 조금 정리해서 올리시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텐데 좀 아쉬운데요. 요즘 올리시는 글들도 그런 면에서 좋은 일 하시는 거라 늘 생각합니다/

경제학 분야는 제가 정말 진입 초입이라 마르크스 좀 읽을 게 있어서 마무리 되면, 막스 베버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미 판명났듯이 시대성에 갇혀서 합리적이라기 보다 철학적인 듯 하니; 아주 기초부터 차근 밟아 가야겠지만 늘 시간이 촉박해서 이러저러 선택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제가 이 분야만 보는 것도 아니고; 루카스 씨 기억해 둘께요.
장하준 교수 존경하신다는데, 제가 좀 섭섭하게 말 한 게 아닌가 죄송스럽네요. 양해부탁드립니다. 제 감상도 섞여있겠지만, 저도 최대한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남긴 소회이니까요.

사람들이 통섭, 통섭 얘기는 많이 하지만 한 분야만 집중하는 경향 저도 바람직하게 보지 않습니다. 많은 지식이 서로 교직되어 펼쳐질 때 더 명징한 해답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수학 공부에 흥미없었던 게 너무 한이 많이 됩니다. 우주 과학도 그렇고, 물리학 등 연결돼서 봐야 눈에 확 들어오는 게 많을텐데 진입장벽이 많아 죽겠어요ㅎㅎ;;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네오 2015-04-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장하준교수님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잖아요,,서울대교수채용못하게 됀게시대에 맞지않은 경제학을 가르친다나 뭐라나, 그당시에 지금도 그렇지만, 케임브리지교수였습니다,.런던정경대와 더불어 먹어주는 학교죠^^ 사실 경제학자들은 수학을 어마어마할 정도로 잘해요, 물리학수준으로요, 그런데 그건 도구죠, 딴게 필요한데 뭐 남들은 직관이라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고요^^ 그냥 사물을 바라볼때 다른관점의 인식이 필요하다는거죠,.루카스도 역사전공이었는데 경제로 틀었거든요, 게임, 미시만 아니면 이걸로 밥벌이는 할수있어요, 그래서 수학없이도 경제책을 봐도 괞찬다는거고요, 음,,뭐라고 해야하나,.장하준은 좋아해요^^왠 사랑고백일까요ㅋ 다만 제 경우는 잘 않읽혔엉요, 이것도 북플로 쓰니 짧게요~

AgalmA 2015-04-02 00:11   좋아요 0 | URL
남의 서재에서 웬 사랑고백을ㅎㅎ! 환영합니다. 또 어떤 경제학자, 철학자, 예술가를 좋아하신다고 고백하실 건가요?ㅎㅎ

최근부터 제가 윤리에 대해 굉장히 생각이 많은데요, 그것이 기초가 되지 못할 시, 앎은 거름이 아니라 눈가리개가 되기 일쑤니까요. 여러 사회학이나 철학책을 보니 그런 게 보이더군요. 아집과 편견으로 변해가는 지식들이.

하여간에 공부의 길이 지옥으로 돌아간 에우리디케를 생각하는 것처럼 아득해요.


네오 2015-04-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봤군요, 혹시 그 시리즈에서 비트더데빌의 토니 스캇은 어때요?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죠^^ 이런,, 스카스가드,.님포매니악에서 꼭오옥 죽어야 했을까요,.?전 아니라고 봅니다, 음,,이건, 성적결정권이 있는 이야기이니,ㅋ 제가 뭐라는 거죠,,

AgalmA 2015-04-02 00:48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영화들 좋아하시는군요. 어쩐지 마틴 스콜세지도 좋아하시겠어요.
비트 더 데빌 - 그 유명한 델타 블루스의 왕 ˝로버트 존슨˝ 일화를 패러디 한 거더군요. 제 선호도와는 별개로, 광고 단편으로는 최고의 연출 같습니다ㅎ 게리 올드만 역시 이런 역할이 어울려! 다크나이트에서 늙다리 형사로 계속 나와서 얼마나 속상했던지ㅎㅎ 마지막에 마릴린 맨슨ㅋㅋ!!!
얼마전에 토니 스콧 사망해서 슬프셨겠어요.

님포매니악에서는 스카스가드는 꼭 죽어야만 했답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작법상으로 꼭 죽어야 했거든요ㅎㅎ
님포매니악에 대해서도 제가 꼭 쓰고픈 리뷰가 있습니다. 염두에 둔 참고서적을 읽고 아주 멋지게 써보려 욕심을 내고 있지요. (늘 다른 책 보느라 자꾸만 미뤄지고...미뤄지고...오늘도 잠깐 그 생각 했었는데, 스카스가드를 보니 똭! 또 그 생각이...)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거에 혼자 열을 올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꼭 써보고 싶은...

네오 2015-04-0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판깔리면 충추는거죠 뭐ㅋㅋ 윤리라,,그런책 어떤책요? 난 모르겠는데요^^

AgalmA 2015-04-02 00:37   좋아요 0 | URL
모르신 상태로 춤을 추시는 것도 환영합니다ㅎ
뭔들 알아도 이 세상 난감하긴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네오 2015-04-02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여기는 이냐리튜가 주인공이니^^ 21g이제일 좋고, 그다음은,,그 다음은,,음,, 생각해 봐야겠어요ㅋ 토니 스캇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열라캡숑짱짱맨이죠,, 마틴도 그렇지만, 어떻게 아셨죠? 네, 당연히 슬펐습니다, ㅠㅜ 님포매니악 뭐,,전 그생각이 들던뎨요, 아니 제 개인적으로, 그
갱스부르를 그때 말고 시간을 두고 만났다면 좋은결실이될수 있지 않았을까라는ㅋ 영화상말고 현실적으로요,,

AgalmA 2015-04-02 01:12   좋아요 0 | URL
이냐리투는 어떤 영화를 찍든 그 특유의 철학은 계속 가져 가겠지 싶어 신뢰가 가더군요. 자크 오디아르와 다른 듯 닮았단 생각을 종종 합니다. 버드맨 빨리 보고 싶어지네요.
<너는 내 운명> 영화가 아닌 현실 스토리처럼 비극이 될 수도 있죠. 확률은 반반이라지만 사실 현실이 더 비극.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

이 책도 그렇지만, 저도 문학 글쓰기에 대해서만 말하겠습니다.
혼동하기 쉬운데, 글과 문학은 다릅니다. 문장만 잘 쓴다고 해서 문학이 될 수 없습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구분이 어렵다고 하지만, 대개의 글에서 우리는 콩트, 산문, 에세이, 논문 이상이 아닌 글을 직감적으로 압니다.
에너지, 문학의 힘이 나오려면 자가발전소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걸 가차 없이 그 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돈, 건강, 애인, 가족, 나!까지도 우열 없이 집어넣는 작심(作心)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진짜는 그렇게 해야 나오는 것이지만...) 정말 그러라는 소린 아닙니다; 제가 당신 인생을 책임질 수 없으니;; 능력껏, 소신껏.
아래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글을 밑줄 긋기로 발췌한 것처럼, 막연한 읽기/쓰기/경험은 아무짝에도(너무 심하잖아! 조, 조금은 도움이) 쓸모가 없습니다. 발전소가 우르르쾅쾅대다가 잠잠해지다가 문득 혜성처럼 공이 날아오죠. 그 날아오는 순간 연필이든 펜이든 스마트폰이든 재빨리 붙잡고 같이 놀기 시작해야 합니다. 공을 받긴 받았는데, 이, 이걸 어떻게 하지 하다가 (대개 잃어버리지만) 기념으로 책장 한 편에 끼워 둬서는 먼지 쌓여가는 책 꼴밖에 안 납니다.
내가 처음 걷고 밥숟가락 들기 시작해 사람 꼴을 갖춰 나갔듯이, 좋아하는 글을 흉내 내기부터 해 보십시오. 그리고 작아진 옷을 버리듯이 또 가차 없이 자가발전소에 버리는 겁니다. 필요한 옷과 음식과 쉴 곳을 구하고 살듯이, 그렇게 책도 구하고 생각씨름을 하고 잠도 같이 자고 함께 사는 겁니다. 상상의 연애와 실제 연애가 다르듯이, 공상의 글쓰기와 실제 글쓰기도 그렇게 달라지게 됩니다.

문학 글쓰기는 출퇴근 개념이 아닙니다. 유명 작가들이 글 쓰는 시간은 따로 둔다 겸손한 듯 우아하게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죠. 머릿속에 숨겨둔 발전소는 어쩔? 달리면서도 글 생각, 얻어맞으면서도 이건 소재다! 글 생각, 자나 깨나 글 생각. 자면서도 아이디어가 생겼어! 벌떡 일어나 스탠드 불을 켜는 사람들이 작가입니다. 폴 매카트니처럼 잠결에 Yesterday를 작사하면 정말 좋겠지만 말이죠. 우리가 그리도 원하는 로또잖아요! 하지만 꿈인가 생시인가 하다가 이 느낌은 뭐지? 이걸로 뭘 할 수 있지?(이 생각이라도 나면 다행) 우물쭈물 하다보면 공은 우주로 멀리멀리 날아가는 거죠.

작가란 무엇인가 뒷조사 작전에 골몰할 게 아니라 내게 날아오는 공을 봐야 되는 일입니다. 붙잡았다고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니죠. 송구도 해야죠. 공이 고래가 되어 헤엄치며 날아가게 될 때, 자신의 문학이란 야구게임을 즐기게 되는 겁니다. 그 고래는 다시 돌아오지 않죠. 우리는 또 공을 잡고, 고래를 꿈꾸는 허만 멜빌이나 헤밍웨이(너무 거창한가;)가 되는 겁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아, 내 공 생각하다 왜 남의 공 걱정... 난 늘 이게 문제야...

 

 

ㅡ Agalma

 

※ 다카하시 겐이치로 책들 정말 재밌죠-_-)b

 

 

 

 

 

 

 

 

 

 

 

집중적으로 수많은 소설을 읽는다(이건 분명 나쁘지 않은 방법이기는 합니다. 충분히 실천해주십시오. 하지만 그저 읽는 것만으로는 연습이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다(위의 사항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한다(이것도 위와 마찬가지).
무엇이든 좋다, 일단 쓰기 시작해본다(올바른 방법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기억이라는 것은 흠씬 얻어맞은 개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급하게 움직이거나 말을 걸거나 쓰다듬어주려고 했다가는 ....... 휘익 도망쳐버리거든요! 일단 도망쳐버리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에밀과 탐정들> 에리히 케스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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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1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1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오 2015-03-3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의 활기를 말했는데 김사과가 그런것 같아요, 그 분노의 포효요~

2015-03-31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5-03-3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각에 떠오른 걸 늘 메모해두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되도록 자세하게. 생각을 복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AgalmA 2015-04-01 00:17   좋아요 0 | URL
일기쓰기도 정말 중요한데, 요즘 북플하느라 이만저만 손실이 아닌 듯 합니다!
서재 리뷰식 글쓰기는 쓰기 시작하면, 일정한 규칙이 자동 작동돼서(작동 버튼 안 눌렀는데! 누구냐, 넌!! 이런 상황-_-;) 일기처럼 자유롭게가 안돼서 말입니다...

수이 2015-03-3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_ 어렵습니다 ㅎㅎㅎㅎㅎㅎ

AgalmA 2015-04-01 01:10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한번 읽어보세요. 금방 읽혀요. 딱딱한 글쓰기 책도 아니고, 겐이치로가 비유가 좀 독특해서 그렇지 작가들 특유의 두루뭉술도 아니니까요. 야나님은 평소 독서 많이 하시니까 이 책의 챕터별 소제목만 따로 정리해봐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 책은 오히려 어느 정도 글쓰기 감은 아는데, 잘 안 풀리는 사람들에게 새학기 기분을 전하는 책이랄까 그랬어요.^^ 저도 이 책 덕분에 기분전환이 좀 됐어요. 역시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능!

수이 2015-04-01 09:55   좋아요 0 | URL
글쓰기 관련책은 어쩐지 오들오들 소름이 돋아서 잘 읽지를 못해요;; 그래도 아갈마님이 소개해주셨으니까 도서관으로 뒤적뒤적 하러~

cyrus 2015-03-3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쓸 땐 그냥 막 써보면서 어느 정도 완성되면 그때 퇴고를 해요.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머뭇거리면 시간만 아까워요, 케스트너의 말처럼 일단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

AgalmA 2015-04-01 00:39   좋아요 0 | URL
제일 첫단계죠. cyrus님이야 글쓰기 책을 따로 읽으실 정도가 아니시니^^;
이웃분들이 기초적인 건 대부분 아실텐데, 좀 민망하군요;
전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분께 조금 도움이 될까 해서 리뷰를 쓰긴 했는데, 이거 참;

오쌩 2015-04-0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정말 어려워요ㅠ
책을 읽다보면,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눈만 점점 놓아지는 것 같아요.
평생독자로써만 살게될듯 ㅎㅠ

AgalmA 2015-04-01 01:37   좋아요 0 | URL
아까 흔적님 서재 가보니 독자는 작가의 상속자다! 그 말이 콱콱ㅎㅎ
내 기준과 내 능력이 늘 어긋나니 참 어려운 일이죠~_~;;

오쌩 2015-04-0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을 거쳐간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분들 책 열심히 사서 읽어야죠머 ㅎ

AgalmA 2015-04-01 01:38   좋아요 0 | URL
어, 이거 재밌겠네요! 북플 작가세계 e-book 절찬판매중~ ㅋㅋ 알라딘에 또 쫄래쫄래 가서 건의해야 되나...에이, 알라딘 와서 할 일이 너무 많네!
자, 다같이 씁시다. 그 날을 위해ㅎ!!
 

 

 

 

 

 

 

 

 

 

 

 

 

 

 

 § 친구가 친구에게

볕도 진자리에 빨래를 탈탈 털어 널면서 를 생각했다. 날씨 없는 근심 같은 것이었다

앉아서  펼치는 것 또한 시집(詩集)이었다.

일본어에 문외한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OO의 소재(所在)를 묻는다.

한자(漢字)라도 알면 나을 텐데, 그러게 미리 공부 좀 해 두지 그랬나.

나라고 별 수 없어 면박을 준다. 어진 친구는 그러게, 그러게 헤헤 거리며, 날이 좋다고 허실비실 웃는다. 나 또한 허실비실 웃으며, 내가 집안에서 를 읽는 이유가 자네가 나랑 안 놀아줘서 그러 거 아니냐며, 맘 편히 호통도 친다. 친구는 약조(約條)가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노력해보겠다며 봄꽃처럼 전화를 끊는다.

허무룩이 창밖을 보다가 다시 책을 내려다보다가, 나도 한자와 씨름 중인 걸 떠올린다. 친구는 친구인 게다, 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 김수영이 나에게 

며칠 전에 나는 (안 읽은) 책이 좀 많습니다 VS (잘못 읽은) 책이 좀 많습니다 VS (읽다 만) 책이 많습니다... 의 빅 매치를 생각해 보았는데, 오늘은 (잘 못 읽은) 책이 발견되었다.

김수영의 시집 두 권(1980년대, 2000년대)을 비교해 보고 있었던 것이다.

 

◆ 행갈이가 예전 책이 더 좋은 시 - 가령 <나의 家族> - 바뀐 6연의 행갈이가 영 마뜩찮다. 앞뒤 연을 비교해보면 암만해도 예전 게 더 좋은 것 같다.  개정판에 이 詩 개정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어 답답하다.

 

 

 

 

◆ 그 시대를 살지 않아 짐작만 하는 시 - 이건 나만 알겠음ㅎ

◆ 개정판에서 한자가 꼭 병기(竝記) 되었어야 할 시어와 시들 

   - 가령 동리->洞里같은. 한자일 때 더욱 명확한 것.

   - <엔카운터 誌>는 관용(寬容)과 방어작전(防禦作戰)이 유일하게 들어간 한자였는데, 한글로 표시해버려서 뇌관이 빠져버린 느낌.  

◆ 새삼 김수영을 되짚게 된 한자들 -

보다 食母를 더 호명한 자.

汽笛을 들으며 奇績을 바랐던 시인.

그래서 自由理由를 나란히 두고 形態를 요구했으며, 侮辱을 되돌려주기 위해 그토록 確實을 호명하고 憎惡하고 發惡하며 絕望했던 것.

民主黨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인에게 두들겨 맞고 있다. 이름을 바꿔 수치를 가리지도 못하는 알량한 배짱.

◆예전 시집에 없는 추가된 시 <아침의 유혹>, <판문점의 감상>

 

 

 

§§§ 내가 나에게

이런 등속을 헤아리며, 완벽한 시인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책 또한 없는 것이구나, 했다.

읽는 책에 따라 변덕스럽게 바뀌는 내 문체를 내려다보며 魔鬼라고 중얼거린다.

내 문체를 바라보며, ​

“이런 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누이야

이런 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김수영,  누이의 방, 1961.8.17.>

그렇게 ​내 문체를 바라보며, 소용돌이가 몰려온다.

나는 아무래도 최대한 그러려고 여기 앉아 있는 것이리라. 교수(絞首)를 당하기 위하여.

 

 

 

​ㅡAgalma

 

 

 

 

 

 

※ 개정판엔 없는 김수영 부록들 - 김수영의 어린 모습은 언제나 짐작이 안되었다. 런닝소년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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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0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5-03-30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맘껏 동감합니다요. 저 역시 지금 책을 써야하는데 매일 이런 시덥잖은 글을 쓰고 있어서.. 그냥 죽여버리고싶을때가 많아요.

AgalmA 2015-03-30 21:05   좋아요 0 | URL
달걀부인님 죽지 마세요!!! 그럼 제가 누굴 달걀부인님이라 부른단 말입니까ㅎ 어감이 정말 좋단 말입니다!

네오 2015-03-3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民主黨이라면 지금의 그 당요? ^^

AgalmA 2015-03-30 21:48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
자유당과 민주당 시절ㅋ

네오 2015-03-30 21:51   좋아요 0 | URL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니고요? ^^

AgalmA 2015-03-30 21:54   좋아요 0 | URL
민주당 의원들 팟캣 나와서도 여전히 민주당이라고 말실수 하던걸요ㅎ 아직 새정치민주연합 정체성을 인정 못하신다는 프로이트적인 말실수 되시겠습니다ㅎㅎ

네오 2015-03-30 21:59   좋아요 1 | URL
그래서 그들은 ˝모욕을 되돌려주기 위해 그토록 확실히 적을 호명하고 증오하고 발악하며 절망했던 것.˝ 아닌가요? ^^

AgalmA 2015-03-30 22:00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을 위해 번역을ㅎㅎ 누군가 그럴 지도 모른다 했더니 네오님이 당첨이군요

네오 2015-03-30 22:02   좋아요 1 | URL
저는 단지,,,,의원님들의 생각이 이런게 아닌가 살짝 언질을 한것뿐인데요^^

AgalmA 2015-03-30 22:04   좋아요 0 | URL
네, 그 뜻이 있으리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ㅎ
생각해보니 재밌네요. 이거 어디가서 또 써먹어봐야겠어요 ㅎㅎ
내가 쓰고 내가 자뻑인가;

네오 2015-03-30 22:07   좋아요 1 | URL
새정치민주연합 당명 보고 즉각적으로 신성로마제국이 생각났음요,,신성하지도 로마도 아닌 것이 제국이라니요 ㅋ 자뻑,,유체합체화법인가요? ^^

cyrus 2015-03-30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수영 시집 구판은 처음 봅니다. 개정판과 큰 차이가 있군요. 시집을 읽는데 한글한문 병용이면 읽기가 힘들어요. 시 읽는 특유의 느낌이 싹 사라집니다. 한문을 해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됩니다. 민음사에 나온 정지용 시집도 마찬가지에요. 한글한문 병용에 발표 당시 옛말을 그대로 살려서 출판된 것이라서 시를 읽는데 머리가 아픕니다.

AgalmA 2015-03-30 21: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글한문 병용은 마치 옛시조 읽는 기분이ㅎ;;
이상시집 이승훈 시인이 낸 구판도 있는데, 한자 때문에 정말 미춰버릴 지경ㅋㅋ 산 지 10년도 넘었는데, 여직 다 못 읽었어요;;제발 김수영처럼 번역물을 내어다오 합니다. 이미 나왔나a;;

수이 2015-04-0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희 시집도 좋아요. 아갈마님 읽으셨을 거 같은데_ 시 이야기 나오니까 뜬금없이 ㅎㅎㅎ

AgalmA 2015-04-01 01:58   좋아요 0 | URL
시 편식이 또 있어서 의외로 안읽은 시인들도 꽤 있어요. 이상희 시인은 처음 들어요. 검색해도 찾기가 힘들어서 그런데, 제목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난 울면서 희망.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지. 햇살이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가지로 부서져 빙빙 돌아 나를 가둬. 그래, 나는 그렇게 모두와 혼자야. 뭐라고? 대답해주지 않을 테야. 난 엄마와 키스할 수 없으니까 끊임없이 말을 해. 가끔 그 앞에서 펑펑 울어. 울음 속에 더 많은 걸 담아 보내려고. 지금처럼. 스티브, 주먹까지 쓰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렇구나. 넌 ADHD. 내 주변에도 그런 애 있어. 걔 땜에 엄마가 대기업도 포기했다고 했어. 가족이 되면 그런 거래. 아~~~~~~~ 누구와도 가깝지 않았고, 누구와도 멀지 않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렇게 육교로 뛰어가. 육교 난간들이 나를 파이처럼10000000000000000000000000000789개로 조각조각 나뉘어 흩어지게 할 테니까. 터질 듯이 달리는 거야. 수평의 추락.

 

 

 

 

 

 

 

 

  

우리는 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해하지. 파이나 과자 따위로는 채워질 수 없는 거야. 먹고 나면 끝이잖아. 고마워요 하면 끝이잖아. 더 이상 엄마를 사랑하지 않게 되듯이 그렇게 되는 거잖아. 엄마가 나를 버리는 거 이해해. 한 번도 아니고 그것도 여러 번. 나를 낳았듯이 그렇게 세상에 나를 낳는 거지. 알고 있어, 나를 알고 있는 모두가 한 번씩은 날 다 버렸다는걸. 너라고 부정할 수 있겠어? 고작 500원 내기 따위 하지 않아. 그렇게 얼렁뚱땅 친구도 하지 않아친구는 처음엔 혼자서 시작하는 거잖아? 조심스럽게. 엄마의 속눈썹을 처음 느꼈던 때처럼 

 

 

 

 

 

 

 

 

 

난  울면서 일요일.

오늘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창문을 바라보며) 뭐야, 벌써 밤이잖아.

에이, 음악이나 실컷 듣자. Xavier Dolan.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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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트나인 영화관 & 자비에 돌란
    from 공 음 미 문 2015-06-04 17:07 
    § 아트나인메가박스 아트나인(이수)은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지금은 사라진 대학로 동숭 아트시네마 분위기와 비슷하더군요. 작고 아담하지만, 창밖을 볼 수 있는 스크린 공간이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12층에서 보는 저녁 노을! 뻥 뚫린 스카이라운지 휴식공간이 무척 맘에 들어 요즘 같은 날 영화를 보기 앞·뒤 시간에 앉아서 책읽기에도 좋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아지트 같아요~ 아래층에는 메가박스가 따로 있으니 예술영화와 흥행영화를 맘대로 골라볼
  2. 엘리펀트송(*스포주의,불쾌주의) ㅡ 정말 들을 준비가 되어 있나
    from 공 음 미 문 2015-06-11 20:26 
    §감독에게만 페르소나 배우가 있는 게 아니다. 관객에게도 페르소나 배우가 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가 내게 그렇다는 걸 직감했다. 이쯤 되니 다른 관객들은 어떤 공감을 가지고 그를 보는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다. 그 내밀한 감정과 삶들은 모두 숨기고 이렇게 영화관에서 몰래 투사하고 있는 걸 테니... 나는 수다스러우니까 이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담당한 정신과 의사 로렌스가 갑자기
 
 
네오 2015-03-3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에,,클로져,,좋아할것같은데요,,다른 뮤지션들은 이제는 잘 생각이 안나고,,콜드 플레이의 trouble은 두가지 뮤비버전이 잇죠,,지금 저 뮤비는 팀 호프가 만든 미국버전 인데요,, 영국버전은 Parachutes 앨범 발매동시에 소피 뮐러라는 여성감독이 만들었어요,,http://www.youtube.com/watch?v=oPusKQmfIPY 아마도 이런 것은 그들의 앨범을 글로벌 시장에서 더 잘 팔기 위한 홍보전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우리도,,조금은 이랬으면 하네요,,그리고 미국버전의 색감과 분위기가 좋으시다면 톰 호프의 http://www.passion-london.com/ 들어가셔서 웹서핑을 하시면 좀더 다양한 컬쳐를 경험할수 있을 거예요,,

AgalmA 2015-03-30 13:22   좋아요 0 | URL
클로저는 별로 안 좋아해요. 데미안 라이스도 그닥....뭐랄까. 이건 거부감일 수도 있어요.
클로저보다 차라리 구스 반 산트 <제리>의 황량함을 더 좋아합니다.

미국식은 가끔 이런 게 재밌기도. 유치유치 활짝. 자비에 돌란과 M83도 잘 어울릴 듯
http://youtu.be/l3ANRbBNqEI

소피 뮐러 작품도 좋네요. 마룬 5 작업도 많이 했다고 하니 연결이 되는 듯도.
coldplay 처음 나왔을 때 라디오헤드쪽으로 가나 했더니 어째 점점 U2 미국판이 돼가는 것 같기도 하고;
홈페이지의 톰 호프는 너무 노골적인 미국식인데요 ㅎ
아무튼 고맙습니다. 덕분에 월요일 시작이 나쁘지 않았어요.

네오 2015-03-30 14:26   좋아요 0 | URL
네,, 클로저 별로인가 보죠?,, 이것을 만든,,마이클 니콜스를 그렇게 나쁘게 보지를 않아서요,,아무리 영화가 조금은 그랬어도,,마지막은 마음에 들었어요,,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는 지금 티비에서 청춘남녀들의 로맨스를 배경으로 할때 이만한 음악으로는 손색이 없죠 ㅋ 아마도 이러한 영향으로 저한테는 좋아요,,

제리처음볼때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의 음악이 ㅋ,,구스 반산트를 엄청나게 좋아하네요,,? 뭐 저번에도 좋아한다고 해서 알고 있지요,,이분,,참,,내가,,매번 돌려보는 짧은 장면이 있는데,,http://www.youtube.com/watch?v=rShdRx2zhRs 바로 이것이거든요,,,,어떻게 만들었을가라는 ,,이런 심정때문에,,이것에 대한 촬영은 다 봤죠,,해리슨 사비데즈가 없는 건 아쉽죠,,

콜드플레이,,지금은 잘 듣지를 않아서요,,지금 탑원은 대부분이 라디오헤드로 거의 일치하는 것 같아요,,뭐,,그렇게 좋아하는 그룹은아니지만,,아직오지 않은 미래의 음악인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ㅋ

아 m83,,mgmt랑 비슷하지 않던가요? 그 꿈꾸는 것 같은 거요 ,,

AgalmA 2015-03-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로저 작품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제 개인적 거부감이 있습니다. 뭐라 설명하기 곤란하니 넘어가겠습니다.
데미안 라이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랑말랑한 곡들보다 좀더 거칠고 건조한 곡들이 더 낫더군요. 물론 이것도 제 개인 취향입니다.

네, 촬영감독이 누구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품의 질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제리에서 저걸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었던 게 더 많았는데ㅎ...네, 언급하신 장면도 강렬했죠. 라스트데이즈에서 제겐 오두막씬이 가장 강렬히 남아 있어요. 라스트 데이즈 한번 더 보고 싶어지네요. 구스 반 산트 영화는 늘 그렇지만.

저도 콜드플레이는 이제 추억입니다ㅎ

맞아요, M83과 MGBT 비슷하죠. 작년인가 MGBT도 단공 내한하고 갔죠. 안 갔는데, 잘 하고 갔을라나 모르겠네요ㅎ.
제가 더 선호하는 몽롱함은 디페쉬모드, 큐어, 데프톤즈^^...공연으로 말고 음반으로.



네오 2015-03-3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리에서 저걸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었던 게 더 많았는데˝ 이 장면이 뭐죠?? 그런데 뭘랄까,,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가 많이 겹치네요~MGBT는 lgbt의 다른 버전인가요? ^^

AgalmA 2015-03-30 21:55   좋아요 0 | URL
하자면 못 할 건 없겠지만 기암들에 올라가있는 씬들, 사막을 걷는 풍경들... 분명 상상 속의 그림이 있어서 콘티를 짰을 듯한. 더 정확히 말하면 저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아이디어에 감탄했다는 게 더 맞을 듯.
좋아한다는 걸 맞춰보면 또 미세하게 다르고 그러던데...암튼 네오님이랑 얘기하면 통하는 게 많아 대화가 늘 즐겁습니다 :)
아하하... 그닥 선호는 안해서 팀이름 오타났네요ㅋ

네오 2015-03-30 22:38   좋아요 0 | URL
네,,저는 제리의 풍경보다,,도저히,,처음보고 집중이 되게 힘들고 무슨이야기가 이래,,그랬는 걸요,,내가 그의 진가를 알아본건,,한자리에서 제리, 라스트데이즈, 엘리펀트를 한번에 보고 나서 ,,아하!! 그렇구나,,라는요,,사실 영화와 음악보다는 어렸을 때 책읽던 습관을 통해서 모든 게 출발하는 데,,요새는 참 책읽기가 힘들더라고요,,짧게 짧게 읽는 게 더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AgalmA 2015-03-3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가 힘들다는 분 치고는 네오님 서재 책들 어려운 거 많더만요! 롤랑바르트 다들 어렵다고 저어하는데, 네오님 롤랑바르트 책들 언급 하신 거 보고 반갑더군요. 바르트가 단상식과 에세이가 많아서 그러셨나;
저는 그저 좋으면 어려워도 부딪혀보는 식인데, 그래서 남들 지루하다는 예술영화들이 더 재밌는지도. 도대체 저 속엔 뭐가 들었단 말인가! 그렇게 쳐들어가보면(물론 엄청 졸기도 하면서 끝끝내는) 제가 좋아할 보물을 만나게 되더군요. 네오님이 구스 반 산트 영화를 그렇게 보시고 발견한 푼크툼 같은 것을.

네오 2015-03-30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바르트, 빠게트빵같은게 머리 지어 짜게하죠ㅋ 바르트 쓰윽하고 스킵만 해서요^^ 그분의 깊은 뜻은 그의 책을 읽으신 분들의 해석을 통한 점핑독해로요~ 예술영화ㅋㅋ 정말 저도 많이 졸았죠, 그 목록중에 레네가 많았어요, 어긋제께 중경삼림을 다시 봤는데 영화도 나이테가 있는것 같았어요^^

AgalmA 2015-03-30 22:53   좋아요 0 | URL
저도 벤더스 <파리 텍사스> 는 3번이나 도전했죠; 그런데 레네는 한번도 존 적 없어요. 레네는 저와 교감되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감독입니다. 분석과 작품적인 것과 다른.
저는 요즘 영화도 집중이 잘 안돼서; 극장보다 집에서 보는 비율이 더 많아진 이후부터 그렇더군요.
네, 영화 나이테 당연하죠^^!

네오 2015-03-3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가 알라딘을 다시한게 북플때문 인데, 이런 신속한 답글 정말 좋네요, 레네는 이상할정도로 여성들에 선호가 높네요,,저는 교감커녕 시작하자마자 빨리 끝나라인데요ㅋ 아 그런데 왜 보냐고요, 전작주의자라서요^^

AgalmA 2015-03-30 22:49   좋아요 0 | URL
네오님은 참 무시무시한 분임을 인정하겠습니다-_-b

네오 2015-03-3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의 영향이 아닐까라는 ㅠㅜ

AgalmA 2015-03-30 22:53   좋아요 0 | URL
(~_~);;;;

네오 2015-03-3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아니닌까요^^ 그런데, 서재글을 틈틈히 읽어봤거든요, 음,, 도대체 영화, 음악. 특히 책들 그 기원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솔직히 알라딘에서 사탄탱고평 볼줄은 상상저 멀리요ㅋ

AgalmA 2015-03-30 23:14   좋아요 0 | URL
전문가들 보면 부끄러울 글입니다; 그저 취미치곤 열심이군 생각해주세요. 제가 일반 전공자들보다 타과수업을 좀 많이 듣긴 했죠. 사진과, 영화과 등등등ㅎㅎ
영화평은 네오님 앞에선 명함낼 정도도 아닌 듯 하고요^^;
여하간 제가 원하는 기준에는 아직 저는 (노력한 게 있어서 햇병아리라고는 할 수 없고!) 중병아리라고 생각합니다. 중이병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정도요;;

네오 2015-03-3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중이병요,,Agalma님,,글,,잘써요,, 글 잘쓰니깐,,읽어봤죠,,아주 좋아할만 소재로만 쓰쎴던데,,네,,언제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만족한 날이 오겠죠? ^^ 전공 뭘 하셨어요?

AgalmA 2015-03-30 23:47   좋아요 0 | URL
제가 일기상도 받았습니다! 레포트들도 모두 a쁠이였고요ㅎ 웬 자랑질;;; 암튼 글쓰는 건 그나마 자신있다고요 ㅎ! 지식에 대한 중이병이 아니란 말씀을 드린다는 게;;
문제는 지식인데, 여기 오니까 세계사며 경제, 과학 (이 분야가 젬병;) 뭐 이렇게 모르던 게 많은지ㅎ;;
아마 죽기 전엔 불가능하지 싶지만 별 수 있나요. 그냥 하던대로 계속 가야죠.
학교를 두 군데를 다녀서 전공이 두 개인데 비밀입니다ㅎ

네오 2015-03-30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일기요,,일기라고 하니,,영화보고 남긴 짧게 남긴 평들이 나에게는 있었는데요 ㅋ...아니..뭘,,그렇게 다 알고 싶으세요,,자베에 돌란 나이때면 지금 시작하면 가능하겠군요^^

AgalmA 2015-03-30 23:5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자비에 돌란이 천재고, 멋지다는 거죠ㅜㅜ 제가 뭔가 남기기도 전에, 돌란보다 먼저 죽을 거 같으니까요(사고사든, 자연사든)

네오 2015-03-3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비에 돌란 잘생겼죠,,그런데 어째 하모키 코린가 비슷하다단 말이죠,,행동이든,,영화든요,,

AgalmA 2015-03-31 00:02   좋아요 0 | URL
검모 찍은 하모니 코린요?비슷하네요. 정말.
자비에 돌란 외양은 별 관심없습니다. 저는 사생활과 작품은 철저히 분리해서 보려는 주의라... 사생활에 실망하면 작품보기가 싫어져서;
저는 자비에 돌란의 재능에 100점을 주고 싶네요

네오 2015-03-3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사심이 없는 분이군요,,그런데,,,저는 조금은 다른것 같아요,,브레이킹 더 웨이브 찍을때 트리에가 바로 이혼 직후라,,여주인공에게 자기가 원하는 워너비 여성상을 막 부어넣어서 만들어다고 하니깐,,정말 작품이 이해가 훨씬 더 잘 돼었어요^^

AgalmA 2015-03-31 03:50   좋아요 0 | URL
물론 전기적인 정보는 작품이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참고합니다. 제 주관적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품을 보려 한다는 뜻입니다. 좋아하는 작가, 감독이라고 평점 더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지독히 보죠ㅎㅎ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고 싶어요.
혹시 폴란스키 부인 살인사건 후 찍은 작품 보셨나요? 멕베스. 매우 궁금한 작품인데, 평을 본 적이 없어서요.

네오 2015-03-3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관적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품을 보려 한다는 뜻˝ 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맥베스는 안봤어요,,폴란스키 작품 좋아해요?

AgalmA 2015-03-31 17:17   좋아요 0 | URL
북플이 빠른 전달은 있지만, 언어특성상 혼선이 자주 빚어져서 (트러블, 오해 경우도 이미 수차 경험했기에) 정확히 전달하려고하니, 제 경우는 글을 남길 때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많아요. 제가 결코 가볍게 말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폴란스키는, 라스폰트리에-워너비 여성상에 대한 말이 나와 생각나서 말씀드린 건데요. 폴란스키-테스가 제겐 그의 워너비 여성상을 그린 영화로 생각되거든요.
그 전에, 아내가 죽고 왜 하필 무수하게 작품화된 맥베스를 찍었나, 그는 무엇을 다르게 말하고 싶었던 거였나. 한창 폴란스키 상승 기세일 때 그런 비극을 경험한 것이니, 맥베스처럼 자신의 몰락을 처절히 점검해보려고 한 거였나...그런 궁금증만 가진 채 차일피일 미루다 잊고 있었거든요. 팬 입장이라기 보다 창작자의 창작 동기에 대한 궁금면에서 폴란스키는 매우 흥미로운 감독이죠. 그 독특한 사생활까지는 생략하겠습니다. 악마의 씨- 테스-피아니스트-유령작가-대학살의 신 등 작품 격차가 아주 종횡무진인 감독이죠. 헌데 그의 필모에서 맥베스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것처럼도 보인단 말입니다? 그렇다고요^^...말하다보니 폴란스키 전작 분석 해보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안할 겁니다. 남 분석만 하다 제 인생 다 날아갈 거 같아요ㅎㅎ
하지만 베토벤과 밀란 쿤데라의 ˝~그래야만 한다˝의 지령이 자주 떨어져서 늘 어려운 지경이죠.

네오 2015-03-3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폴란스키ㅋ 저도 이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일주일걸릴 정도로 있지만 아껴둘께요^^ 그러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뭐죠?

AgalmA 2015-03-31 19:12   좋아요 0 | URL
예술과 깨달음입니다

네오 2015-03-3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irvana.? 예술도 잘 모르겠네요,,ㅋ

AgalmA 2015-03-31 19:22   좋아요 0 | URL
더 정확히는 예술을 통한 깨달음입니다. 저도 수행중이라 달리 뭐라...

네오 2015-03-3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런데 그럴러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요? 실재와상상의 간극을 줄이는게 참 힘들더라고요

AgalmA 2015-03-31 19:29   좋아요 0 | URL
크누트 함순 <굶주림> 보셨나요? 제가 그 상태입니다ㅎ 자발적 굶주림... 스콧 니어링처럼 곡기를 끊어 죽음 또한 그러했으면 하는데, 아직은 계획이 있으니 살긴 살아야죠ㅎ

네오 2015-04-01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순이는 않읽어 봤어요,. 그런데 스콧, 생활의 발견이잖아요ㅋ 정말 김상경이 들고 다니던 모습이,,,

AgalmA 2015-03-31 19:37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정말 찌질하고 재밌는 소설입니다. 스콧 니어링 책 컨셉은 정말 김상경의 허세를 잘 보여주죠. 그렇게 살지도, 죽지도 못할 인생.

네오 2015-03-3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지금 제가 필요한건 다양성인데!.이런 기회에 버킷 리스트에 쏙, 허세로 보셨구나,, 그런데,,그런것 때문이라도 추상미랑 계속 만날수 있었잖아요ㅋ

AgalmA 2015-03-31 19:45   좋아요 0 | URL
추상미는 예전부터 그에게 관심이 있었잖아요. 김상경이 책으로 연출하는 상황이 웃긴거죠. 뭐, 오랜 역사와 전통의 남성전략이기도 하지만요.

네오 2015-04-0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데, 하필이면 회전문의 설화가 딱 추상미집문앞에서 생각나도록 한것이 참 이해가 안돼더라고요, 여전히요, 여기서 모든 숏이 미스테리같았어요,.그리고,. 설득가능한 합리적인 홍상수의 이야기를 여성에게 직접듣는게 작은 희망이긴하죠, 그 남성의 전략, 정말 맘에 들었거든요 ㅎㅎ

AgalmA 2015-04-01 03:26   좋아요 0 | URL
저는 감각적으로 딱 알겠기에 미스터리하지 않아 슥 넘어갔습니다. 저도, 네오님도 다시 보면 새롭게 보게 될 수 있겠죠.
글쎄요. 감독이 남성이라 오히려 남성이신 네오님이 더 잘 파악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김상경의 책부터 해서? 아, 허세라고는 생각 안 하신 듯 하니...
여하간 <!>은 언제나 그 순간에 있지, 나중에 부가하는 건 대개가 사념일 겁니다.
보고 싶은 영화들도 많고, 시간은 촉박하니 모두 각자 찾아야할 게 많은 셈이죠.
(보고 싶은 영화 어떤 거요?) 질문은 미리 사절합니다 (_ _)

네오 2015-04-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러면,,이런 장면은 어떨까요? 김상경이 선배집에서 승합차를 탈때,,선배조카어린이가 차문에 손을 다친다 말이죠,,이 장면이 그렇게 영화상에서 중요한 장면이 전혀 아니없음에도 불구하고,,꽤 길게 갔거든요,,처음에 그냥 쓰윽하고 넘어갔는데 두번, 세번, 네번볼때마다 이 장면이 저한테 되게 이상한거예요.. 뭐,, 여러가지 해석을 할수 있지만,,아직,,저에게는,,납득이,,,안돼요ㅠㅜ 뭐 홍상수감독한한테 물어보면 그냥 찍었다는 대답이 돌아올건 너무 보이고요,,홍상수감독님의 모든 영화를 다 봤지만,,이렇게 이상한 숏이 개입된것 아마도,,제 기억에 없었어요,,정말 이 장면때문이라도 감독님 영화 치열하게 봤거든요,,모든 숏을 뜯어보면서요,,

AgalmA 2015-04-01 19:40   좋아요 0 | URL
<생활의 발견>은 두 번봤는데, 그 장면이 크게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뭐라 하기 힘들지만, 줌 기법만큼이나 그런 테이크 길게 가는 장면들이 또 홍상수 감독의 작법이자 특징이죠.
꿈을 현실로 가져올수록, 시간을 늘일수록 기묘해지는 달리 같은 그림.
각 영화마다 그런 장면 정말 많죠. 제겐 극장전에서 줌 만큼이나 롱테이크 쇼트도 주목되었다고 생각되는데요.
홍상수의 스토리전개와 별개로, 홍상수의 독특함을 거기서 발견하는 사람은 (네오님처럼) 재밌을테고, 그게 무의미하고 방해된다 생각되는 사람은 지루하다, 맨날 똑같다 말하는 부분일 겁니다.
그러니까 보는 관점에 따라 재미라는 것은 얼마나 큰 격차인지...
홍상수 감독 작품은 각자가 물음표를 던질 여백이 많으니 어쩌겠나요ㅎ;

네오 2015-04-0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게,,정말 이상한게,,,예를 들면,,,김상경은 드라마에서는 별로인데,,또 홍상수영화에서는 재미있다는 말이죠,,아마도,,,좀 아는 사람들은 배우를 다르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나봐요,,,네,,박쥐에서도,,김혜숙이나 김옥빈이 그런 것 같은데,,,아무튼,,,생활의 발견에서는 문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그 승합차의 차문이며,,점집의 대문도 그렇고,,항상 뭔가 인물들이 문앞에서 망설이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추상미가 호텔 문앞에서도,,그렇고 김상경이 추상미 처음 따라갈때 문앞에서 도 그렇고,,네,,극장전은,,,모든게 좋지만,,누구나,,그 마지막 장면을 최고로 치긴 하죠,,,엑기스가 있다고 해야 하나,,,그 이후의 홍상수는 절대로 베드씬을 찍지 않았죠,,제 의미는 생생한 여자육체 훔쳐보기가 멈춰다는 것입니다..,솔직히 저는 그만했었으면 했어요,,오히려 뭘랄까,,막 방해받는 느낌을 들었다고나 해야 할까요,,누구는 그런 화면을 좋아하겠지만,,,저는 그 장면에 대한 비평을 제대로한 글을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잘 이야기 안하잖아요,,지식인들은요,,그런 의미에서 밤과 낮이 홍상수의 예술적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합니다,,,그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때문이라도요,,,

AgalmA 2015-04-06 02:47   좋아요 0 | URL
오늘도 홍상수 릴레이는 계속되는 겁니까;
<오 수정>의 정보석은 어떻고요. 김선균, 예지원 등등 다들 다이아몬드 커팅을 받은 듯이 새로워보였죠. 정유미씨는 열외입니다. 다른 영화에서가 저는 더 좋더군요.
봉준호 <마더>의 김혜자씨 경우도 그렇고, 능력있는 감독이라면 배우의 힘에 기댈 게 아니라 그 배우에게서 끌어내는 것이 진짜 감독의 할 일이죠. 시네마토그래프 생각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정성일 평론가는 첫영화 <카페느와르>에서 실패했죠. 그토록 브레송의 향기가 강력한데도 배우에게 너무 의지했고 사실 배우들이 다 해낸 거나 마찬가지죠. 정유미씨의 댄스 장면 생각나십니까? 감독의 의욕만 앞세워 컨트롤도 제대로 못하면서 춤을 못추는 배우에게 의지한 것이 거기서 빡! 하고 드러나 버렸죠.
지금 작업하는 왕빙 다큐 작업은 많은 공부가 될 겁니다. 왕빙이 배우를 어찌 대하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절절히 느낄 테니까요. 왕빙도 한 고집 하는 사람이라 설마 이상한 것만 배우는 건 아니겠지;;; 정성일 감독은 앞으로 다큐작업을 많이 해야 할 겁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시작한 걸 테지만요. <카페 느와르>에서도 사실 그런 기미가 좀 보였는데, 연극성과의 사이에서 조율이 잘 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하여간 지금은 자신의 모든 걸 다 내려놓는 일종의 수련기일테죠. 그게 또 제 생각에는 어울릴 것도 같고, 앞으로의 영화의 비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맞아요. <생활의 발견>에서 저도 네오님처럼 [문]의 화두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아마도 그 영화의 전체 테마 [회전문]에 대한 모두 다른 발화였지 않았을까 지금에서는 그런 생각도 드네요. 다음에 이 영화 다시 보면 더 흥미로워지겠어요.

홍상수 베드씬에 대한 피곤함과 방해감...저도 자주 느꼈어요. 이것은 브레히트 `낯설게 하기`처럼 의도적인 건가 자주 생각해 보기도.
저는 [밤과 낮- 잘 알지도 못하면서-하하하]를 홍상수 감독의 시즌 2로 생각해요. (※강원도의 힘-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시즌에 넣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정리한 적은 없는데, 그런 어떤 모아질 수 있는 게 느껴졌달까. [옥희의 영화~자유의 언덕] 지금까지 시즌3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이 시즌3이 될 지 시즌4가 될 지 흥미로워하고 있습니다.
시즌 구분은 막연한 직감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니 구분에 대한 확답을 달라 물어보진 말아주세요; 제가 논문 쓰는 게 아니잖아요 ;_; 홍상수 감독만 생각하며 살 수 없고ㅎ 저도 읽을 책이 많은데^^;;
네오님께 홍상수 감독 비평동호회(그런 게 있나;)에서 상이라도 줘야 할 듯. 대단한 집착이시라니까요~_~
 

 

 

 

 

 

 

 

 

 

 

 

 

 

 

 

 

 

 

§

《Factory girl》에 대한 대부분의 리뷰들은 앤디 워홀의 60년대 뮤즈였던 이디 세즈윅이란 인물의 안타까운 몰락에 초점이 그쳐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다 보고 나서도, 그녀가 예술가였을까 하는 점이 고민이었다. 내 욕심에서는 감독이 영화를 못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컷은 팩토리에서 서부 영화를 찍는데 영화 속으로 앤디 워홀이 걸어 들어가 전화를 받던 것... 말이 히히힝대고 전화벨이 울리는 평행우주. 앤디 워홀의 전위성을 그대로 보여주던...

  

 

 

《Factory girl》에서, 시대 아픔을 노래로서 싸워나간 아이콘으로 밥 딜런을 갖다놓고, 앤디 워홀은 출세에 현혹돼 주변을 착취하는 예술가쯤으로 대비시켜버리는 데서, 과연 그렇기만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감독은 앤디 워홀에 대한 백과사전만 한 평전을 보고 이 영화를 찍었을까. 앤디 워홀이 예술가로 본격 입문하기 전에 신문 삽화 만화를 얼마나 멋들어지게 그렸는지 봤을까.  그의 모든 작품들 속의 예술적 끼를 보려고 노력이라도 했을까. 아니, 아니라고 본다. 감독은 각본에 그냥 충실했던 것 같다. 각본을 쓴 캡틴 모즈너도 심층에 대한 이해보다는 혹은 무시하고 이목을 끌만한 이야기를 만들기에 바빴던 것 같다. 오, 세상에. 이 영화는 예술은 그저 무대배경이고 나는 그 유명한 인물들의 일화를 찍었을 뿐이에요. 하는 영화다. 나는 앤디 워홀이라는 예술가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어떤 성질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재능'에 대해서 요네하라 마리가 말한 것에 대해 나는 동의한다. 재능을 꽃피우는 힘도 재능 속에 포함된다는 것. 이 말은 재능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창작자들의 뛰어난 재능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술 때 예술적이다, 천재적이다라며 왕관을 씌워준다. 이러한 천재 예술가들 주변엔 늘 낙오자가 있기 마련인데, 이때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자주 거론한다. 헌데 천재와 주눅 든 이인자라는 컨셉은 극대화된 영화 속 픽션이다. 예술적 성취를 떠나 실제 삶에 있어선 살리에르는 궁정악장으로  노후까지 잘 먹고 잘 살았고, 모차르트는 알다시피 빚에 쪼들려 단명했다. 예전엔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로댕 같은 천재 예술가들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천재들이 더 많았다. 고흐, 에곤 실레 등등.

현대의 천재적 예술가들의 삶은 양상이 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현재적으로 꽃피울 뿐만이 아니라 잘 팔 줄도 안다. 피카소나 앤디 워홀은 그걸 잘 알았고 즐겼다. 예술이 본격적으로 산업이 된 지금, 뱅크시 같은 예술가는 예술을 포장하고 우러르는 어리석은 세상을 끝없이 조롱한다. 그 조롱마저도 상품화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점은, 이디 세즈윅과 앤디 워홀이 갖고 있는 예술가로서의 재능에 대한 자세다.

표출할 줄 모르는 자(이 말은 이미 재능 없음과 동일)와 쓰레기조차도 끝없이 재창조하여 제시하는 자.

피사체가 되는 것에 빠져 있는 자(스타)와 피사체를 만들며 즐기는 자(예술가).

 

나는 재능이 있는데 세상이 몰라준다! 고? 내 편협을 인정하고서도, 나는 우리나라 거리 화가들에게서 예술가를 느낀 적이 없다. 멋진 전시장이 아니라서, 알려지지 않아서, 가난해서 멋진 재료를 쓰지 못해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 붓끝엔 재능의 들끓음이 없다. 습관적이고 그 시간에 대한 집중만 있을 뿐이다.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손바닥만 한 그림일지라도 이중섭의 재능은 발견된다. 이 경우는 타고난 재능이라 좀 억울할 수도 있다. 우리가 예술가에게서 보는 것은, 예술의 재능은 답습하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고 발견해낸다는 것이다. 예술을 이끌어낼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그러나 대부분은 중도에 포기한다. 이 길이 아니었나 보다고, 운이 안 따라 줬다고. 이디 세즈윅처럼 만신창이가 안 되어서 어쩌면 다행이라고 위안 삼으며, 이제 남은 생 동안 먹고살 일을 걱정한다. 여기서 모범이 되는 예술가가 바로 고흐다. 그의 초기 데생들은 요즘 웹툰 만화보다 더 나을 것도 없었다. 스포트라이트도 부도 없이 오직 자신의 재능을 광부처럼, 농부처럼 캐냈던 사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술 관점에서 본 국한된 해석이고, 요즘의 예술은 앤디 워홀 시대보다 더욱 기술과 아이디어와 비즈니스의 場이 돼가고 있다. 이미 예술도 레드 오션이다. 넘쳐나는 클리셰, 표절, 모방들(각종 리메이크와 콜라주), 상품화에 열 올리는 시장, 소비를 지식으로 아는 대중. 요즘의 예술은 아주 골치 아파졌다. 이 모든 것들을 편집하는 창작의 자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은 이걸 파악하고 그 스스로 가치·생산·소비를 완벽히 구축해 간 인물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겐 돌 맞을 소리일 수도 있지만, 우리 솔직해지자. 프롤레타리아들이 원하는 혁명은 도덕적 평등이나 부르주아의 몰락이 아니라 자신도 부르주아가, 욕망이 되고 싶다는 거다. 앤디 워홀은 그런 인간의 욕망을 뿌리 깊게 간파해 낸 사업가이자 예술가였다. 그는 미술뿐만이 아닌 잡지, 영화 등 활동 영역을 전 방위적으로 넓혔고,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좇아 워홀의 팩토리로 늘 몰려들었다. 그렇게 워홀은 온갖 매체들이 자신을 인터뷰하게 만들었다. 생산되자마자 가치로 바뀌고 상품이 되는 예술. 워홀은 상품이 되자마자 바로 다음 예술로 전진한다. 그것은 또다시 상품이 된다. 워홀은 끝까지 잡히지 않으려 했다. 그렇듯 워홀의 예술은 데리다가 말하던 '미끄러짐'이었다. 예술은 느긋하게 스웨터나 만드는 시간이 아니다. 앤디 워홀이 수 십 장씩 찍어낸 실크 스크린 작업이 쉬워 보인다면, 직접 해보라. 공간이 순식간에 고추장 공장이 되는 걸 경험할 것이다. 고추장일지 예술일지, 해석도 되기 전에 확률 싸움이 된다.

작업의 노고만이 아닌 온갖 세파의 오물에 맞서야 하는 예술가의 삶 앞에서, 이디 세즈윅과 앤디 워홀은 그렇게 대비되고 있다. 나는 앞서도 말했다. 그들은 예술의 방법적 문제가 아니라 재능의 자세 문제라고.

망가진 이디 세즈윅이 앤디 워홀을 맹비난하며 울부짖을 때의 마지막 대사가 그래서 더 가슴 아팠다.

"당신이 우리 보스잖아." 

자신의 재능을 위해 노력하지도 못 했던 자의 변명.

영화에서는 없었지만 앤디 워홀을 동경했던 이디 세즈윅과 바스키아가 각기 어떤 식으로 자신의 예술을 성취했는가를 생각해보라. 안타깝게도 이디 세즈윅은 예술가로서의 재능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어떤 세파에도 자신의 예술을 꺾지 않는 인간이다. 예술가란 자리에 시인, 작가, 깨달은 자, 혁명가, 무엇으로 바꾸든 이 말은 손상되지 않는다. 그는 몰락할지언정, 그의 예술은 탈출하여 기필코 빛난다.

 

 

 

 

 

나는 이디 세즈윅이 예술가였는가에 중점해서 이 글을 썼다. 이 작품으로 이디 세즈윅의 삶을 가치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영화가 이디 세즈윅이나 앤디 워홀에 대해 더 고민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사람에 대해, 그것도 실존했었던 사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가,를 절감케 했다.

그리고 앤디 워홀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와 니코를 아우르는 스토리가 영화 관객으로서는 더 기대된다는 점. OST도 엄청 멋지게 만들어졌을 테니까! 가만-_-, 루 리드가 얼마 전 세상을 떴으니 곧 영화화될 수도 있겠군.. 흠.

 

 

ㅡ Agalma

 

 

 

 

 

 

 

 

 

 

 

 * 『21세기 자본』을 능가하는 『앤디 워홀 일기』의 두께;

     언제 다 읽을 지 모르겠다. 그러니 묻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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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5-03-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평을 했네요?^^

AgalmA 2015-03-28 21:00   좋아요 0 | URL
말은 이렇게 해도 마음은 아파요. 어쨌든 이 영화도 사람에 대한 발화이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맘편한 일은 아니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3-2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을 읽으니 갑자기 묻고 싶네요. < 앤디워홀 읽기 > 잼나나요 ? ㅎㅎ

AgalmA 2015-03-28 21:41   좋아요 0 | URL
재미는 정말 취향 차이라 뭐라고 말해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잭 케루악 <길 위에서>보다 문학성은 떨어져도 (흠흠, 이런 표현 좀 쓰겠습니다) 더 골때리고 웃겨요ㅋㅋ. 진정 비트시대 보고서! 데니스 호퍼, 조지아 오키프...그 시대 온갖 문화 아이콘들이 총출동까지 하니ㅎ

cyrus 2015-03-28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워홀의 평전이나 관련 도서는 워홀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로 읽어요. 달리나 워홀 같은 괴짜 아티스트의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팩토리걸에 자주 드나들었던 여자(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가 워홀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워홀에게 총을 쏜 적이 있어요. 이 사건 이후로 남들 눈에 띄기를 좋아했던 워홀이 극소심해졌죠. 그런데 저 <워홀 일기>는 왠지 달리의 자서전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달리의 자서전을 보면 골 때리는 내용이 가득해요. 조금 나쁘게 표현하면 자뻑에 가까운 ‘개소리’라고 할 수 있어요.

AgalmA 2015-03-29 02:38   좋아요 0 | URL
네, 1968년의 그 습격 이야기 책에도 거론되더군요.
영화까지 나왔더군요.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 (1996) - 그 여성의 이름은 발레리 솔라나스.
팩토리(공장)에서 쫓겨난 여성들...

달리 자서전은 못 봤는데, 이 워홀 일기도 자뻑이 없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워홀의 대외적인 매너 평판은 좋았잖아요. 그 이면을 보여주는 일기라 그의 거침없음 속에서 반짝이는 예술가적 포착들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저 구경거리로만 이 책을 접한다면, 읽다가 집어던지고 그런 걸 놓치기 쉽죠.

네오 2015-03-2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지 않는건 뭐라고 해야줘ㅋ~

AgalmA 2015-03-29 18:25   좋아요 0 | URL
아닌 게 아니라 까칠하다, 공격적이다 소리 상당히 많이 받고 있어요ㅎ... 이디 세즈윅에 대한 연민이 계속 남아서 이 글을 계속 맴돌고 있어요. 오늘도 북플 괜히 시작했다 푸념 반복...

네오 2015-03-2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왜요?

AgalmA 2015-03-29 18:35   좋아요 0 | URL
북플 짧은 글쓰기가 마땅치 않아 서재로까지 와서 끄적대던 게 이젠 무한한 글고쳐쓰기 시시푸스 짓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ㅎ
책읽기, 글쓰기에 방해가 되고 있어요! 아하하ㅠㅋㅠ!!!

네오 2015-03-2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르는 돌을 부시세요^^

AgalmA 2015-03-30 04:14   좋아요 0 | URL
부서지는 게 한둘이 아니라 미련하게 이러고 있는지도. 노력해 볼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