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중국사 - 역사읽기, 이제는 지도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3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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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공정, 역사에서의 마찰이란 항상 일본과의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어리석게 만들었던 단어입니다. 이번에는 고구려 후기의 왕릉도 모두 중국쪽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논문 하나가 소란을 피웠습니다.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수작(?)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민초로서의 나는 일견 많이 알고 있는 듯 하여도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그 맞은편에 있는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학창시절 세계사와 국사 시간에 배운 중국이 내 지식창고의 전부이기에 -아니 단편적인 것이고 소설이지만 삼국지에서의 중국도 조금은 알고 있군요^^;;- 더더구나 빈약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동북공정이라는 말에 감정적인 분출은 있었지만.... 그건 감정적인 것 이상을 넘지 못하였다는 부끄러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중국사나 한국사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들과 우리 학자들 사이에 오가는 토론의 논리속에 숨은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의, 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일종의 감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틀라스 중국사>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제목에 있는 '아틀라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선 제일 먼저 책장을 넘기며 느끼는 특징은 각 지면마다 배치된 연표와 지도, 도표 그리고 주요 유물들에 대한 사진입니다. 각 본문 내용에 합당한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연표로 나타내고, 도표와 지도로 이해를 돕고 있고, 또한 대표적인 유물이나 그림 등의 사진을 곁들여서 단조로움을 피하고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도 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고대, 중세, 근세 전기, 근세 후기, 그리고 근현대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고, 각 시기마다 중요한 내용들을 소제목으로 삼아 두페이지씩 기술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빠짐없이 소제목의 내용에 합당한 지도가 실려 있는데, 역사의 공간적인 이해와 진행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연표부분은 시간적인 과정의 이해를 돕는 부분이 되겠지요.-저자들은 지도가 단순한 평면지도가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이나 통계를 설명과 함께 설명하고 실제 지형의 고저를 나타내는 음영기복도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역사의 이해를 돕는 '역사지도' 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약 1만전 중국의 신석기 문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중국대륙의 안과 밖에서 흥망성쇠를 이루고 스러진 여러 제국들의 이야기를 거쳐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에서 끝을 맺습니다. 나름대로 읽는 동안 느낀 장점이라고 한다면, 우선은 저자들의 말대로 각각의 주제에 실린 역사지도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글로만 풀어쓴다면 이해하기도 또한 집중하기도 어려웠을 역사속 이야기들을 초보자들도 집중하고 공간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기울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끔은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도 좋게 본다면 어떻게든 독자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 정성의 일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복잡한 왕조중심의 단락지어진 역사기록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각 시대를 특징지을 수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다루어져 있어서 전체적인 개괄에 도움을 주는 점입니다. 물론 이것이 한편으로는 단점일 수도 있고 방대한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내기 위한 방편일수도 있지만, 중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는 분명 장점이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세번째는 우리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기술되고 만들어졌기에 우리의 눈과 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역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입니다. 이 부분은 스스로가 중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에 저자들의 말을 다시 되뇌이는 수준이지만, 적어도 동북공정이라는 그들의 야심을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우리의 독립적인 눈으로 그들의 역사를 해석하고자 한 노력만으로도 많은 칭찬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읽는 동안 좀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에서는 너무 압축되거나 생략되지 않았나 하는-특히 우리나라와 연관된 부분들에 있어서- 아쉬움도 있었고, 200여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지만, 이것도 딱딱하게만 생각하던 역사를 기술하는 문체를 닮은지라 본문내용을 읽는 동안은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내 지식의 짧음과 노력의 부족에 그 탓을 돌려야 하겠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시간들이 내게는 중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정리, 그리고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첫번째 받침돌이 된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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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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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시대.... 각 낱말들 자체는 크게 낯설지 않은 단어들입니다. 물론 문화적 특징이나 의미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의 분야로 들어가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들 시기를 관통하는 프랑스 왕가 -시기적으로는 16-18세기, 앙리 3세, 루이 13, 14, 15, 16, 17세와 프랑스 혁명기까지-와 동시대인들의 삶속에 자리한 가구와 소품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름하여 '오브제 아트'라고 하는데, 우리말의 '공예'에 가깝지만,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가구는 물론 유리, 청동, 도자기, 공예품에다 인형, 시계, 타피리스 등 수많은 분야를 아우른다는 저자의 설명에도 낯선 느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저자의 '오브제 아트 감정사'라는 독특한 직업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이구요.

 15장으로 구성된 내용은, 우아한 그림들 속에 담긴 오브제 아트를 시작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화가들의 화폭에 담긴 가구나 소품, 복장, 벽장식 등을 통해서 읽는 이에게 당시 시대의 모습을 먼저 소개합니다.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이나 인물들의 이야기, 사는 이야기나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짚어가며, 그 안에 담긴 오브제 아트의 의미와 특징, 변화상을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나같은 문외한 들에게는 이야기 속의 의자나 침대, 벽장식 등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우아하지 못했던 궁정생활의 실상, 고달픈 왕의 하루, 퐁파두르의 성공과 죽음, 비극적인 왕비 앙투아네트와 가족들의 비극, 예술가의 눈으로 본 프랑스 혁명의 그림자 등-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집을 장식하고, 가구를 배치하는 것 등이 결국 사람이 사는 일들중의 일부인지라, 그것들을 통해 사람사는 모습을 보고, 의미와 변화를 함께 들여다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마도 저자가 멋진 가구나 장식들을 보고 그 특징이나 문양의 다양성, 사용된 재질이며, 변화의 과정등에 대해서 학문적인 영역에서의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문체로 설명하고 말았다면, 그러한 오브제 아트를 통해서 자신이 삶과 혼을 불어넣었을 당시 장인들의 정신과 시대의 흐름은 고스란히 사장되어 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정확하게 그것들이 사람의 삶을 위한 것임을 자각하고 있는 듯하고, 그래서 자신의 글에, 그리고 글에 언급된 가구나 소품들에 사람의 이야기를 겯들여서 생명력을 부여하고, 흥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 방식이 읽는이를 편하게 하고 낯선 분야지만 친근하게 다가서서 바라볼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제목을 대하면 처음에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이야기나 스캔들 등을 떠올릴 수도 있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은밀함이란 그런 비밀스런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은밀함을 말한 듯 합니다. 현대에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품격을 갖춘 가구들에 담겨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은밀함, 당시의 그림들 속에 보석처럼 박혀있지만 알지 못해서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무지에서 오는 은밀함과 가구나 각종 오브제 아트의 품목들이 개인이 소유한 지극히 사적인 물건이라는 의미에서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한다면 제목에서 기대한 바와 책의 내용과의 괴리에 대한 의문점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책무더기 속에서 신기한 보석 하나를 발견한 기쁨! 책을 덮으며 드는 느낌입니다. 숨겨진 보석하나를 찾은 듯한 이 기분은 아마도 낯선 프랑스의 오브제 아트라는 분야를 통해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삶과 땀, 사랑과 진실, 흥함과 쇠퇴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민과 독자적인 시각, 방대한 자료수집, 땀방울 맺힌 노력에 의한 섬세한 이야기들 때문이겠지요. 책을 읽는 내내 여기에 쏟은 저자의 섬세한 손길과 열정과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이리도 짜임새 있고,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색다른 흥미와 품격을 담은, 하지만 일반인도 결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나같은 이들에게 선사해 주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아마 다음에 저자의 다른 책을 만난다면 그것이 내 관심 분야가 아닐지라도 관심있게 손에 들고 읽고 싶을 겁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정성과 손때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기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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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보랏빛 구두 조약돌 문고 5
홍종의 지음, 이현주 그림 / 섬아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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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빠와 여자아이, 그리고 가족을 떠나 자신의 꿈을 향해 타국으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한데 제목이 '소나무와 보랏빛 구두'네요. 이들은 가족이 아닌데, 작가는 이 둘을 제목으로 골랐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보랏빛 구두를 끝까지 지켜주던 이가 소나무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자신의 밑둥 근처에 떨어진 보랏빛 구두가 주인의 품에 안길때까지, 자신의 좋은 열매를 청설모에게 먹이기로 약속하고 보살펴 주는 이가 바로 소나무입니다. 그리고 보랏빛 구두는 소녀가 교통사고후에 마비된 자신의 발을 보며 애타게 찾던, 그리고 그 어머니가 그런 딸의 소망을 더듬어 찾아나선 것입니다. 소녀가 자신을 떠난 엄마를 원망하며 창밖으로 내던지려고 하다가 결국 사고를 당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 신발입니다. 그 전에는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소녀의 엄마가 아이에게 사준 신발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손길과 마음이 담긴 물건이었지요. 그래서 아이는 엄마가 미워 그걸 버릴려고 해서 벌을 받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사고를 수습했던 아빠의 친구가 한짝을 가져왔을 때, 아이는 그걸 신고서 한쪽 발을 조금이나마 움직였습니다. 바로 이 가족에게 그 분홍빛 구두 나머지 한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로에게 생채기 난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 남겨진 사고의 후유증까지도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의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상아라는 아이지만, 한 가족이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는 그외의 것들이 필요하다는 속삭임을 듣습니다. 물론 외적으로 집도 필요하고 음식도 필요하고.... 등등의 것들을 덧붙일수 있겠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면에서 가족이라는 유대관계가 끈끈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외침을 듣습니다. 바로 보랏빛 구두와 소나무지요. 보랏빛 구두는 아이가 엄마를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고,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소망으로 생각했던 이유를 들여다 보면, 그것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가정의 한 축을 이루는, 아니 한 축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둥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부모의 사랑 말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중심축이겠지요. 그리고 소나무는 가족의 바깥에 있지만,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한 가정의 소망을 거들어 주고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아마도, 이웃이나, 지역공동체, 또는 국가, 다르게 생각한다면 종교적인 것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역경속에 내던져진 가족의 가치와 존재의미를 지탱해주는 것들이라면 모두가 소나무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 보면 이 이야기는 나 자신의 가치에서 부터 시작하여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가치,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가 성심을 다하여 하는 작은 행위-소나무처럼-의 가치와 의미까지도 들려주는 동화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아이가 이 이야기를 읽더라도 이리 깊이 생각하지는 않을 듯 하지만,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짚어본 작가의 의도였습니다. 맞는 부분도 엇갈린 부분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작가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홍빛 구두와 소나무가 있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멋진 가족, 씩씩한 어린이를 그리면서 말입니다. 나도 지난 봄에 우리 아이에게 분홍빛 구두-또는 그것을 대신할 만한 것들- 를 선물했나 하고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그리고 매일, 내 삶속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에게 기쁨이 되는 분홍빛 구두를 선물하는 부모로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게 됩니다. 멋지지 않는가요! 아이의 마음속에 새겨진 분홍빛 구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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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 존중 - 문명의 충돌을 넘어서
조너선 색스 지음, 임재서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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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무얼 헌팅턴의 책 '문명의 충돌'이 번역되었을 때, 그의 주장에 대해서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세상사를 보는 그의 시각이 너무 인위적이고 단순하다며 비판을 가해 대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기억을 새롭게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현재도 진행중인 아프간 인질사태나 이라크 전쟁, 911 사태등을 보고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라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기 합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 자본주의와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라는 큰 틀이 세계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외침을 들려준 사건들인데, 많은 사람들이 원인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하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귀기울일만한 의견들을 내 놓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러한 단견도 결국은 이 분야에 대한 내 지식이 짦아서 일 겁니다, 아마도.....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이라는 우리 청년의 죽음, 그리고 두명이 풀려나긴 했지만 두명이 희생되고 여전히 진행중인 아프간에서의 우리 인질 사태를 생각한다면, 굳이 거창한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개념을 뒤적여보지 않더라도 그 의미만큼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의미가 살이 찢기고 피가 튀기는 삶과 생존, 그리고 죽음과 투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갈등과 긴장의 현장에 희망의 씨앗 하나를 뿌리는 저자의 노력이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누구나 문명의 충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그 원인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조금 고민하고 있는 그 지점에서 저자는 '차이의 존중'이라는 개념을 통해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 풍요로울 수 있는 평화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문명의 충돌을 넘어설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으로 삼는 것은 아마도 종교인 듯 합니다. 저자는 요즈음 많은 비난을 받는 세계화라는 개념에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해서도 방향은 옳다고 말합니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만큼 인류를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 이끈 제도는 이제껏 없었다고 단언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세계화도 인류가 더 풍요로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만 문제라면 양극화, 즉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같은 나라 안에서도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부의 쏠림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저자도 분명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현재 세계를 지탱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자신의 종교-유대교-를 통해서 새로이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 노력이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 세상에 공헌하는 바가 있는 것이고, 또 그렇게 공헌하는 바는 하나같이 소중한 것이다..... 우리의 태고적 본능은 차이를 위협을 느낀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교환(거래)를 통해서 차이는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된다는 대단히 심오한 정신적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은 시장이다. 차이가 전쟁으로 이어질 때는 쌍방 모두가 패배한다. 거꾸로 차이가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할 때는 양쪽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차이를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있는 표현입니다.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거나 교정하라고 강요한 데서 온 많은 역사적 오류와 아픔들에 대한 예는 역사책 곳곳에 널려 있는데,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비극적이지 않을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인류의 풍요를 위해 내달리는 자본주의가 지금 내뿜는 문제는 인간적응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및 문화적인 현상들의 변화이고, 결국 사람들에게 그것을 극복할 안정감이나 정체성을 붙들어줄 대안은 니체가 죽었다고 했던 신의 영역 즉 종교안에 남아있습니다. 결국 현대로 들어서면서 종교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중요시하는 정치나 경제가 '무엇'이나 '어떻게'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지만 '왜'는 알려주지 못하지만, 오직 종교만이 그 대답을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종교안에서 제시하는 개념들, 통제, 자선, 창조성, 협동, 보존, 화해 등이 자신과 다른 모든 이들에게 확대되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뜻임을, 즉 종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임을 강조하며 저자는 그것들을 통해서 세계화의 문제점과 문명간의 충돌을 해소시키고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나설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안에 이미 하나님의 차이에 대한 존중이 있었고, 이러한 개념에 대한 열린 마음을 통해선 현재 세계를 전율로 몰아넣고 있는 서구자본주의와 이슬람의 충돌이라는 위험도 화해와 평화의 노래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주장이겠지요.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에는 너무 종교적이고, 학구적인, 또한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친 면이 있음을 짦은 나의 소견으로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들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지혜로은 하나의 길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어떻게 메꿀수 있을까?하는 물음은 여전히 남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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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다니지만 왜 사는지 모른다면 - 의미 있는 삶의 다섯 가지 비밀
짐 그라프 지음, 이선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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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간의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요일(주일)이면 가족과 함께 교회를 향합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예배를 드리고, 은혜스러운 찬양을 드리고, 기도를 드립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마음의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멍하게 듣고 있기도 하지요. -이러면 안되는데..- 예배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잠시 교회 놀이터나 도서관에 들러서 자신들의 시간을 가지도록 배려한 뒤에 조용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단 몇시간이지만 그 가운데는 많은 봉사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또한 그들의 노고로 아이들이며, 나같은 무명인 -저자가 말하는 조용히 교회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신자의 모습-들이 마음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며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의 다른 시간은 뛰어넘기 일쑤이지요. 그래도 주일은 지킨다는 자존심(?)을 세우며 말입니다. '선데이 크리스천', 언제부터인가 내게도 이런 수식어가 나도 모르게 붙어버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시간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왜 사는지 모른다면'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삶' 또는 '가치있는 삶'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린채 무작정 내 앞에 놓인 길을 따라가며 옳게 가고 있으려니 하는 안일함에 깊이 빠져있었다는 자각으로 인함입니다.

 저자는 많은 신앙인들에게 있는 이러한 영혼의 무관심이나 갈증을 지적하며,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5단계를 제안합니다. 그 제안들은 영적으로 방향타가 고장나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진정 신앙인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자각을 일깨우는 내용입니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독특한 존재자로서의 진정한 자아의 발견과 공동체의 새로운 발견에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크게 많이 이룬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리에서 원하시는 일을 기꺼이 감당하는 자각이 더 중요하고, 혼자서 앞길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자기 과시 보다는 공동체와의 조화를 통해서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이루어 나갈 수가 있다는 원리를 일관되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존재로 저자가 제시하는 인물은 다윗왕인데, 그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삶을 위한 5단계는 다음과 같은 과정입니다.

 1. Confidence - 하나님 안에서 우리를 창조하고 부르심에 대한 확신과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자신에 대한 진정한 확신이 있어야 우리 삶속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난다. 

 2. Character - 훌륭한 성품은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능력이 있다. 훌륭한 성품을 지니기 위해서는 시련과 고난들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의 뜻을 믿으며 하나님의 성품에 따라 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 Concentraining - 신앙안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럴수록 하나님의 뜻에 집중하고, 그의 사랑과 권능을 신뢰해야 한다.

 4. Cooperation - 신앙생활 가운데 거센 내/외부의 공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강하신 하나님과 협력하고, 동역자들과 협력한다면 넉넉히 이길 수 있다.

 5. Community -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치있는 삶이란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 공동체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나타내며 세상에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 낸다.

 저자가 예로 든 인물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성경속에서 둘도 없는 영웅 '다윗'이지만, 읽는 이들에게 다윗왕이 이루었던 많은 것들을 예로 들며 그러한 성공을 추구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보다는 비천한 집안의 목동이었고, 형들보다 용모가 수려하지 못한 막내였으며, 하나님의 마음을 따르는 자 처럼 보였지만 일순간의 정욕을 다스리지 못해 간음하고 충실한 부하를 죽이는 욕망에 걸려 넘어진 자였고, 또 다른 실수들을 하나님 앞에서 저질러 책망을 받았던 데 촛점을 맟추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오로지 하나님께로만 시작되는 진정한 명예와 권력에 대해서 알았고, 공동체 안에서 책임이라는 가치를 알았고,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감사의 노래를 알았기에,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여러 영적 유산들은, 우리가 무수히 실패해도 하나님이 우리 마음의 첫자리에 있다면 그러한 실패라도 우리 삶이 결코 낭비되는 것이 아님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입을 통해 들려지는 다윗의 이야기는 하나님앞에 선 자들이 스스로에게 가질 수 있는 희망이라고 하겠습니다. 삶을 가치있게, 또는 의미있게 살수 있을거라는 희망......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치있는 삶이란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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