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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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아홉살짜리 두 아이, 생일도 같고, 세상을 보는 눈높이도 같고, 또한 철조망이 사이에 있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도 관심도 우정도 동일하였던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어른들이 구분하여 놓은 차이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을 밟고 있지만 어른들의 구분지은 세상이 한 아이는 철조망 안쪽의 갇히게 만들고, 한 아이는 그 바깥쪽 자유로운 세상의 권력자의 아들이지만- 그런 권력의 유무나 차이는 둘 사이에서는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는 아홉살 선한 영혼의 우정 이야기입니다. 아우비츠의 가스실에서도, 그리고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공포에 잠기는 이유도 모르고, 단지 친구의 손을 잡고 그를 지켜주고 그와 함께 있다는 것만을 의미있게 여기며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갔던 수용소 사령관의 아들인 소년 브루노와 수용소 안에 갇혀있던 그의 유대인 친구 쉬뮈엘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유난히도 강조된 '두 아이의 슬프고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라는 멘트에 현혹되어, 읽는 내내 작가가 두 아이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리도 각박하고 메마른 어른들의 세계에서 만나는 두 아이를 소재로 삼고, 결국은 두 아이가 영문도 모르는 채  -특히 수용소 사령관의 아들이 브루노의 죽음의 경우- 죽어가는 결말까지 내달리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표를 무수히 되뇌이며 읽었습니다. 단지 소년들 사이의 지고지순한 우정을 -물론 우정이라는 주제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지은이가 이런 환경과 이야기의 고리를 연결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에서 평화롭게 살던 브루노의 가정이, 아버지의 아우비츠 -아마도 실제 역사에서는 아우슈비치를 의미하겠지요- 수용소의 사령관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풍랑이 일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가족 모두가 내키지 않는 일이었고, 특히 할머니의 경우는 나치에 부역하는 아들의 모습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이야기 중에 나오는 코틀러 중위의 아버지도 아마 그러한 거부감으로 스위스로 망명한 사람인 듯 합니다-. 베를린의 넓은 집에서 구석구석 탐험을 하며 지냈던 브루노는 아우비츠의 작아진 집에서는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용소 안의 줄무늬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유대인들을 들여다 보며, 이런 저런 의문을 품고 지켜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선 탐험(?)에서 수용소 철조망 너머에 있는 쉬뮈엘을 발견하게 되고, 둘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우정을 쌓아 갑니다. 중간에 가슴 아픈 배신의 장면도 있고, 쉬무엘의 할아버지가 사라지고, 아버지가 사라지고, 또한 안과 밖의 다름을 브루노가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한 어색함도 있지만, 어린 아이의 맑은 영혼은 그러한 다름과 차이를 상관하지 아니하고 더욱 깊은 우정을 맺어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브루노의 가족이 베를린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쉬뮈엘은 아버지를 잃어버린 날, 두 아이는 헤어짐의 아쉬움도 달랠 겸, 쉬뮈엘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수용소 안으로 탐험을 나서기로 합니다. 다음 날 비에 젖은 땅을 맨발로 밟고서 드디어 브루노가 철조망을 넘어 수용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줄무늬 파자마에 웃옷과 모자를 쓰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순전한 영혼들의 아름다운 우정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어른들이 세워놓은 구분과 폭력으로 인해서 그러한 순전한 영혼이 죽음의 문으로 들어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부분을 통해서, 이러한 대비를 통해서 저자는 가장 중요한 말은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지은이가 두 아이의 우정과 죽음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물론 서로 다른 환경과 처지에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맑은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큰 주제였겠지만, 자꾸만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게 됩니다. 이야기 속에, 두 소년의 마주 손잡은 우정이, 미처 깨닫지 못한 폭력에 의해 가스실에서 죽음에 이르는 모습과 브루노의 아버지가 브루노의 옷가지가 발견된 자리에서 철조망이 들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털썩 주저앉는 장면과 몇달후에 그가 군인들에게 끌려가면서 그것이 더 기뻤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아마도 브루노의 아버지는 늦었지만 자신이 지휘한 야만적인 폭력에 의해서 자신의 아들도 희생되었다는 것을 깨달알던 듯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 모습을 통해서 비인간적인 압제가 핍박받는 이의 몸과 영혼만이 아니라 핍박을 가하는 권력자의 영혼과 몸까지도 갉아 먹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 쉬뮈엘이 브루노의 아버지를 보면서 생각하는 '그때마다 저렇게 악랄한 군인에게 어떻게 그토록 친절하고 다정한 아들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을 품고 했다'는 장면과 브루노가 자신의 아버지를 엄하지만 든든한 아버지, 훌륭한 군인으로 자랑스러이 쉬뮈엘에게 말하는 장면의 대비를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에서는 동심에게 보이는 양극단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어른들은 충분히 그리 살 수도 있다는, 또는 자신의 가족이나 이웃 또는 민족이나 종교적인 울타리 안에서의 편협함을 벗어나지 못하고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아버지, 좋은 부모로서 각인될 수 있다는 야유를 보내는 듯한 저자의 목소리를 느끼기도 합니다.

 지은이는 책의 마지막을 '브루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물론 모든 것이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적어도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에는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인 것이다.'라는 말로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거듭 반복하여 읽으면서 아름다운 우정 이상의 역사가 남긴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다시 듣습니다. 나의 아이들도 후에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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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101가지 이야기 - 누구나 알아야 할
프레데만 슈렌크 외 지음, 배진아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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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지구의 역사 가운데서 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이 중생대의 공룡시대일 듯 합니다. 사나운 티라노사우르스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디플로도쿠스나 브라키오사우르스, 특이한 모양의 트리케라톱스나 안킬로사우르스 등이 등장하는 공룡시대는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또한 탐구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것이 사실이고, 어렸을때 한동안 그러한 공룡들에 심취(?)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우리집의 둘째도, 지금도 공룡인형을 가지고 놀고 가끔씩 공룡에 대한 책들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어렸을때는 공룡책이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였고, 어디가서 공룡인형을 볼라치면 기어이 그걸 손에 들고 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공룡이름이며 그 당시의 지구에 대해서는 어른인 나보다도 몇수 위에 있기도 합니다. 공룡들이 멸망당한 이후에 나타난 스밀로돈이나 매머드 등에 대한 것들로 관심분야가 넓혀지기도 했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는 그러한 관심은 실제라기 보다는 상상의 세계에 가까운 꿈속 이야기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실제 반, 상상 반의 세계로 생각하고 있던 선사시대에 대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 진지하다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더 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에게 선사시대에 대해서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거리는 없을까, 얼마전 텔리비젼에서 본 고대 잠자리는 엄청 크던데 그게 사실이었을까.. 등등.... 이 책은 제목이 말해 주듯이 선사시대에 대한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는 현재에서 거슬러 올라가서 신생대의 충적세를 커쳐 중생대, 고생대, 하데스대를 거쳐, 지구의 탄생전인 태고 이전까지로, 시간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거기에는 사라졌다 멸망한 많은 동식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지구의 변화, 대륙과 대양의 변화, 기후의 변화, 지구의 탄생과 암석과 물의 생성, 생명의 기원과 진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은 단순한 질문 101가지에 대한 답변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거기에는 단편적인 시간의 흐름과 지구 생물의 변화에 대한 기술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습니다. 즉 과거의 이야기로서의 선사시대가 아니라 거기서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며 배울 것이 무엇인지, 현대 사회의 발전을 그러한 과거 역사에 비추어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는 없는지, 지구의 반복되는 빙하기와 동식물의 멸종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글로 기록된 역사시대를 돌아보며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것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물음과 깨달음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호기심을 넘어선 깊이는, 저자가 정리한 방대한 자료에 더한 자신이 쌓아온 학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온 것이겠구요.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또는 아직도 우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과 우리가 땅속에 묻힌 것들과의 대화속에서 알아 듣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인간의 지식너머에 있는 지구의 비밀이 인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등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갖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단순한 지구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더라도, 아마도 대부분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땅속에 묻힌 비밀들로만 인간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지구의 과거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고 하면, 호기심을 채울만한 지식 이상의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으로 써내려온 인간의 역사에서 보다도 더 많은 배울거리들이 아직도 우리의 발밑 땅속에 숨겨져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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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빨간 스포츠카 달을 담은 책그릇 2
프레데릭 니오베 지음, 윤정임 옮김, 박상민 그림 / 책그릇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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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반짝거리는 새 차와 그 차의 주인인 아빠는 어찌보일까요? 아마도 친구들 앞에서는 멋지다고 자랑을 하겠지요. 더구나 빨간색의 쑥 빠진 스포츠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순간 자신은 그 차에 탈 수가 없고, 아빠는 자신보다 그 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거나 애지중지 한다고 오해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멋쟁이 아빠에게서 느낀 그런 감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아이들만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예민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주인공 사무엘의 아버지는 멋진 빨간 스포츠타를 가진 멋쟁이입니다. 그 차에는 좌석이 둘뿐인데, 사무엘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앞좌석에 앉을 수 없는 관계로 그 차를 타보지 못하였지요. 하지만 사무엘의 진짜 속내는 아빠의 빨간 스포츠카를 타보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걷는 것을 싫어하는 관계로 아빠가 차를 핑계로 사무엘을 데리러 학교에 잘 오질 않으신다는 것이고, 아마도 이 부분은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에 대한 주인공의 갈급(?)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무엘은 자신을 학교에 데리러 오고, 자신의 취미에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손잡고 걸어주는 그런 아버지를 바라는데, 아버지는 출장이다 회의다 하는 일에 바빠서 정작 사무엘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인공의 서운함이 쭉 진행하다가, 친구 벤자민의 도움으로 멋지게 해결됩니다. 열쇠가 사라져서 차를 몰고 다닐 수 없게 된 아빠가 열쇠가 사라진 사연을 듣고서는, 결국 자신의 출장이 끝나면, 걸어서, 시간안에, 사무엘을 데리러 학교에 오기로 '약속, 도장, 사인'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군더더기 없이 아이의 눈높이로 보는 세상을 잘 표현해 놓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단순하긴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들만의 생각이나 말들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고, 또한 결말도 그러한 방식으로 마무리가 되구요. 또 한가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무엘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있는 빨간 스포츠카를 보며 허탈감(?)을 느끼곤 하는데, 내게는 우리 아이들이 사무엘 아버지의 빨간 스포츠카와 같은 것들이 없나 하는 반성도 함께 하게 됩니다. 너무 나의 일이나 생각, 환경 등에 억눌려서 사무엘처럼 내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보지 못하거나 또는 느끼지 못한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책을 보면서 생기는 바람 한가지는, 우리 아이들도 엉뚱하지는 않게 사무엘의 친구 벤자민 처럼 가끔씩은 친구들에게 멋진 모습을 선물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도우려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람이겠지요. 멋진 아이들, 그리고 멋진 아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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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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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스 암스트롱, 다행히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은 모르지만, 그의 자서전인 이 책을 대하기 전에 그의 운동선수로서의 천재성을 다룬 책을 먼저 읽을 기회가 있어서, 상당한(?) 사전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이 감동적인 책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뚜르 드 코리아(?)' 대회를 위해 그가 우리나라에 왔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띠지에는 이 이야기가 영화화 될거라는 문구도 눈에 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든 내게는 그러한 이야기들 보다는 내가 조금 알고 있는 그의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암과의 싸움과 완치, 그리고 나서 이룬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과정에 대한 암스트롱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

 <17세 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랐던 아이,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모든 장애물을 기회로 만들어라'는 좌우명을 심어주고,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갑니다. 7살때 처음 자전거를 탔고, 수영을 통해 처음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그후 철인3종경기를 통해 운동에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아이, 15세에 텍사스 철인3종 경기 신인상 수상, 16세에 아동부 철인 3종 경기 우승, 21세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 사이클 챔피언십 우승, 25세에 암 진단 받음, 집중화학요법으로 암 극복, 1999~2005년 뚜르 드 프랑스 대회 연속 우승 7회의 신기록 수립, 1997년 암 치료를 위한 '랜스 암스트롱 재단' 설립> 이상이 이책을 읽기 전, 내가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의 인생을 요약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불우한 환경과 암의 극복, 그리고 뚜르 드 프랑스 7연패에 대한 부분이지요.

 암스트롱은 책의 처음 부분에서 자신이 사이클 선수이고 뚜르 드 프랑스 우승자이고, 그러한 결과가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겠지만,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가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암과 그것에 맞서 투병하고, 또한 완치된 후에 겪은 여러 정신적인 후유증을 통해서 얻게 된 많은 경험들에 의한 것들임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 자신은 그러한 것, 즉 인생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암이 제게 무엇보다도 확신을 준 한 가지 사실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겐 위기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미처 알지 못하는 능력들이 모두 있습니다."

이리 말하는 그는 마지막까지 자전거 경주의 우승과 암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암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경주는 자신이 승리자이고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지만, 암은 그 고통속에서 그것보다 더 크고 의미있는 것들을 느끼고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그가 단순히 암을 극복한 사람으로 끝났다면 세상에 많은 암 완치자들 중의 하나로만 남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먼저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 한 다음에 암에 걸려 극복하였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구요. 그가 암에 걸리지 않고 다만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 했다고 한다면, 그는 훌륭한 사이클 선수로 역사에 길이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많은 감동적인 부분은 불행한 어린시절의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챔피언의 교만하고 분노에 찌든 언어들로 대체되고 없어져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그에게 암이 없었다면 그는 영원히 뚜르 드 프랑스 경기의 우승자 자리에 그 이름을 새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암에 걸렸고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고통을 이기고 암을 극복하였고, 암 극복 후에 오는 정서적인 갈등까지도 완벽하게 극복하고 다시 사이클을 시작해서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합니다 -책에서는 2연패한 부분까지 나옵니다.- 그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서 경주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그가 다시 단순하게 사이클 선수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항암요법과 수술, 그리고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 사이클을 시작했다는 말이고, 그것은 곧 새롭게 태어난 인간 암스트롱이 예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삶이 주는 감동과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세상에 준 메시지는 비단 선수로서의 메시지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극복하고 그 과정을 포기를 위한 변명으로 삼기보다 내면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했다.'는 말에 그러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암을 극복하게 된 그의 모습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오로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을 아니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운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그는 삶을 통하여 운이 자신의 것이 되게 하는 모습을, 즉 삶에 있어서의 불굴의 의지와 그것속에 깃들인 소망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러한 의지와 소망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아픔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의 삶이 주는 감동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그런 삶을 살고 보여준 랜스 암스트롱만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소망을 가지고 자신의 아픔과 장애를 이기고자 마음을 다잡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부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의 경주에서 모두 승리자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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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 알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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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육점이나 대형마트의 정육코너에 가면 각부위의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있습니다. 등심, 안심, 갈비, 안창살..... 삼겹살, 목살, 돼지갈비, 족발(?).... 그리고 단정히 정리되어 진열된 상품들에는 안내판에 적혔던 이름이 적혀있고, 가격표까지 붙어 있지요. 너무도 당연시 되는 풍경이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동물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상품으로서, 먹을 거리로서의 육류를 생각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걸 사람의 몸으로 옮겨간다면... 즉 사람의 몸이 또는 신체의 일부가 상품으로서 돈으로 거래되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설마~'라고 반응할 듯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설마에 대한 대답을 주는 책입니다. 물론 우리와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우리나라보다 더 고도화된 자본들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 뒤를 열심히 쫒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이 책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나 머지않은 미래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의 몸이 거래된다고 하면, 먼저는 우리가 가끔씩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하는 신장매매 상담이나 장기가 부족해서 중국에 가서까지 이식을 받는 장기이식의 문제가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법과 국가의 통제하에 진행되는 장기이식의 분야보다도 훨씬 더 역겨운 이야기가 이 책속에 담겨 있습니다.

 외과의사들의 다양한 복강경 수술의 시현을 위한 팔다리가 달린 사람의 몸, 또는 다른 목적으로 의사들이나 연구자들, 때로는 군대의 폭발물 실험을 위해 필요한 사람의 몸이나 뇌, 머리, 무릎, 어깨, 팔, 다리 등의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책에 언급된대로 어찌보면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실화가 적혀 있습니다. 의료의 발전과 그에 대한 공헌이라는 숭고한 뜻을 품고 의과대학에 기증된 시체가 보호자들에게는 아무 알림도 없이 여기저기로 팔려 다니며 실험대상이 되고, 때로는 장기별로 잘려져 팔려나가는 이야기, 화장을 위해 맡겨진 시체를 마음대로 훼손하여 돈이 될만한 부위를 팔아 넘기고, 재 한줌만을 유족에게 건네는 사람의 이야기, 그러한 신체의 일부를 취득하면서도 그 출처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의사들과 의료인들의 이야기, 인간의 시체를 통하여 돈을 벌고, 인간에 대한 예의 -죽은 이후의 인간에게 보다는 살아있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의-마저도 저버리는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속이 거북하고 마음이 슬프지 않은 이들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최근에 가까운 사람을 화장하였거나 사후 대학에 기부하였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마도 극심한 혼란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장기이식분야를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점점더 많은 조직을 필요로 하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다고 하여야 할 듯 합니다. 정형외과나 치과에서 사용되는 뼈가루, 또는 정형외과 수술에서 사용되는 연골, 기타 수술시에 사용되는 여러가지 사체에서 비롯되는 물질들, 그리고 얼마전에는 사람의 태반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태반주사가 문제시 된 적도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환자에게 사용하는 의사들마저도 그것의 정확한 출처나 안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이 책속에 있었던 조직이식에 의한 감염자들의 사망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말입니다.

 죽은 사람의 몸이 돈으로 거래된다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용납되기 어려운 문제일겁니다. 하지만 우리를 치료하는 의학은 그것들에 더 의존하고, 또한 그것들은 필요로 하기도 한다는 아이러니가 함께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대생들의 해부실습을 위한 사체 기증과 같은 숭고한 의미를 가진 기증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치료하는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말하는 이러한 고발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그러한 거래를 못하게 하자는 것은 아마도 감정적인 답은 될 수 있어도 논리적인 대답은 아닐 듯 합니다. 자꾸 아닌 척하며 음지에서 거래되며 시장을 키워가는 사체나 조직시장에 대한 양성화 정도가 가까운 답이 아닐까 합니다. 음침한 곳에서의 거래를 법과 원칙에 의해서 투명하게 세상에 공개하고 승인을 받는 제도적인 관심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단지 감정적인 비난과 거북함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되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법과 원칙으로 재단해 놓았듯이, 죽은 후의 사체에 대해서도 사람다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원칙과 법의 테두리 안에 끌어들이는 정책적인 면에 대한 관심과 숙고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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