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 -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
서정민 지음 / 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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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누군가가 세종대왕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바로 역사에 남은 성군으로서의 세종의 이미지가 될 것입니다. 그가 이룬 업적과 그가 남긴 유물들 그리고 누가 뭐래도 가장 눈부신 훈민정음을 만들어 냈다는 찬사와 함께 우리 민족에게 남겨진 세종에 대한 기억과 기록들은 많은 면에서 우리에게 본받고자 하는, 그리고 존경을 표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끔씩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듯, 그에 대한 몇몇 시비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들을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겠지요. 다방면에 걸쳐 그가 남긴 업적들이 너무도 대단한 것들이기에..... 금년 들어서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다방면에서 그를 조명하는 책들을 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세종실록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들에서 부터 시작하여, 우리 생활의 여러 방면에서 그의 삶과 업적들을 들여다 보고 배우고자하는 책들도 보이구요. 하지만 이런책들 역시나 대부분 역사에 기록된 성군으로서의 세종대왕에 대한 이미지를 간직한 채 그의 일생을 살펴보고 배울거리를 찾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 책도 결론적으로 그런 세종대왕에 대한 이미지를 품고 있습니다. 조말생이라는 고위관료가 사형에 상응하는 뇌물을 챙기고 권력을 남용하였지만, 끝까지 그를 감싸고 다시 복직시켜 관직에 중용한 것은 세종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선왕 태종의 충신이었다는 사적인 감정에서가 아닌, 능력있는 관료를 필요로한 세종이 그의 능력의 쓰임새를  미리 헤아려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정책으로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였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살피는 사건의 기록속에는 세종과 당시 관료들 사이의 감정이 뒤틀리고, 관료들이 전원 사직을 고할만큼 치열한 법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논쟁이 담겨 있습니다. 관료사회에 모범과 경고, 그리고 이제 기틀을 잡아가는 조선사회의 안정을 위해 법에 따라 당연히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법치를 내세우는 관료들의 원칙론에 정치적인 그리고 군사적인 경험과 능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 리더로서의 세종의 현실적인 필요가 강하게 대립하는 모양새인데, 여기서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현실 정치속의 세종은 여러면에서 자질을 가진 훌륭한 임금이기는 했겠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성군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현실정치속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매순간순간 선택을 내려야하는 리더였고, 또한 국가의 장래까지도 크게 그리고 자신의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하는 현실 정치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대하는 신하들도 다양한 개성과 의견을 지닌 이들이었고, 조말생처럼 선왕 태종때부터 국가에 봉사하고 있는 경험있는 원로대신들과 대쪽같은 절개를 지닌 젊은 선비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겠지요. 그리고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조말생 뇌물사건은 그러한 현실속에 발생한 자신의 원대한 계획과 다양한 신하들의 요구를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리더와 대의와 명분을 지키기 위해 직언을 서슴치 않는 신하들간의 어떤 선택이 최선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 기록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신하들은 법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고, 세종의 입장은 부패척결도 중요하지만 능력있는 인재의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현실적인 필요를 무시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제한된 인재풀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지녔다고 판단되는 인재에 대한 선택으로 결과적으로는 대의명분을 살리는 것보다 더 귀중한 열매를 맺게 한 리더의 의지와 결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였다고 하더라도, 결코 관리의 부패척결이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간언하는 신하들을 잘못되었다고 내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정치력안에서  녹아들게 만드는 부분도 또한 세종의 능력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이러한 현실정치속에서의 결단과 능력이 쌓여서 우리가 지금 느끼는 성군 세종의 이미지가 형성되었겠지요.

  조말생 사건을 통해 파헤쳐보는 세종의 모습은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리더의 리더십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한가지 모범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선택의 순간에는 옳고 그름이나 결과의 호불호를 판단할 수 없지만, 세종조의 신하들이나 세종대왕 모두 조선이라는 나라의 안위와 번영을 위한 대의명분과 현실적인 필요를 위해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듯이, 우리에게도 그러한 자세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요. 현실감각을 잃지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리더와 조말생을 파직하든지 우리를 파직하든지 하라는 직언을 두려워하지 않은 신하들처럼 사심을 버리고 원칙에 입각하여 잘잘못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논쟁을 거쳐 뜻을 합하고 일을 이루는 선순환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덕성은 상호이해와 존중이 아닐까 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정치권의 밑도 끝도 없는 의혹과 말싸움이나 지역주의나 이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열매없는 논란으로 시간을 지새울 것이 아니고 말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조말생 구제방침에 들고 일어나서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신하들을 보며 세종은 융성해가는 조선의 국운을 한껏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감히 "신으로 하여금 이 직책에 있게 하시려면 말생을 내치시고, 말생으로 하여금 재상의 반열에 있게 하시려면 신을 파면하옵소서."라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신하를 둔 세종과 그러한 신하들을 감싸안고 역사를 이루어갈 수 있는 그릇이 된 임금을 둔 신하들 모두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이들이었고 또한 행복한 이들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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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이야기 동물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 / 책과함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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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 동물원에는 6개의 동물관이 있습니다. 먼저 매표소에 들어서면 저자가 본 '지하철에서 만난 풍경소리'라는 게시판에 '선택의 갈림길에서'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던 양개선사와 한 스님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스님의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것을 보고 개구리를 구해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양개선사는 '자연의 질서도 깨뜨리지 않고, 생명도 저버리지 않는 길을 택해야지'라는,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선문답보다 더 난해하게 느껴지는 대답으로 가르침을 주는 내용인데, 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까치의 보은>이라는 설화를 통해서 양개선사의 오묘한 대답의 의미를 짚어가고 있습니다. 까치와 구렁이와 나그네, 그리고 그 나그네를 향한 뱀의 아내의 복수의 악순환을 끊어준 것이 목숨을 내놓고 종을 울린 까치의 희생이라고 본다면 바로 이 설화속에 양개선사가 말하는 자연의 질서도 깨뜨리지 않고 생명도 저버리지 않는 길에 대한 답이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이 책에 소개되는 귀에 익은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동물관의 여러 동물들을 우리가 어찌 받아들이고 느끼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우리 앞에 던집니다.

 1관 <동물 유래관>에 들어서면 동물들이 그리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광어의 눈이 한쪽으로 몰리고, 메뚜기의 이마가 벗겨지고, 개미의 허리가 잘록하게 된 사연, 뻐꾸가 그리 구슬피 울고, 참새가 종종걸음을 하고, 새우의 허리가 굽게 된 이야기, 또 돼지가 '꿀꿀'거리는 이유 또는 돼지는 꿀꿀이 아닌 '꾹꾹'거린다고 우길수 있는 근거를 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사람의 세심한 관찰과 상상력이 빗어낸 흥미롭고 그럴듯한 이야기이지요. 2관 <야한 동물관>은 야하기는 하지만 19세 관람가 영화처럼 노골적인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부엌에서 밥을 먹이던 쥐가 남편으로 변신해서 남편보다 진짜 남편같아서 진짜 남편이 쫓겨났다가, 고양이를 데리고 돌아와 자리를 되찾은 진짜 남편이 그사이 쥐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보고 '부인은 쥐X도 몰라봤단 말이오!'라고 항변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결국 서생원에게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쥐 뿔도 없는 그 남편과 쥐X도 몰라 보았던 부인의 행실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남종이 족제비에게 거시기를 물린 사연과 아낙네가 게에게 거시기를 물린 사연, 옛선인들이 자신의 부인의 거시기에 토끼나 사슴을 그린 은근히 야한 이야기도 함께 소개됩니다. 3관 <변신 동물관>에는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변신하는 동물들 이야기인데, 게으름뱅이가 소가 된 이야기나 구미호 이야기는 익히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영혼이 쥐로 변해 콧구멍을 드나드는 이야기, 연모하는 마음이 뱀으로 변하는 상사뱀의 이야기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4관 <신성 동물관>은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어 섬김을 받는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구미호를 잡는다는 삼족구, 옛 탄생신화 뿐만아니라 여러 설화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김받는 백마, 산신령으로 추앙받던 호랑이와 신묘한 능력을 지닌 호랑이 눈썹, 십장생의 하나로 추앙받는 영묘한 사슴에 대한 전시관입니다. 5관은 비루한 강아지와 구백이라는 호랑이의 대결에서 시작하여, 지네와 닭, 고양이와 강아지, 수달과 호랑이 사이의, 서로의 자존심과 목숨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를 소개하는 <동물 대결관>이고, 6관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래도 선인들의 예리한 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설화에 등장하는 이나 벼룩, 지렁이, 거미 등에 대한 소개와 이야기를 담은 <숨은 동물관> 입니다.

 이리 6개의 동물관을 다 돌고 나오면, 누구나 이 동물원에서 소개된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미 우리가 자라면서 무수히 들어 귀에 익은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낯설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우리가 전래동화를 읽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그보다 더 전에 우리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머리맡에서 우리를 재우려고 토닥이면서 한번쯤은 어린 영혼에 들려주었을 법한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이리 저자들이 동물원을 짓고 다시 재배열해서 소개하는 동물원 이야기 속 동물들은 그런 단순한 이야기거리가 아닌 우리 조상들이 삶과 지혜와 해학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닌 여러 동물의 생김새와 습성을 고려하여 거기에 인간사의 여러 형상들을 푹 익혀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씩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을 때는, 때로는 재미있는 소일거리로, 또 때로는 한두가지 교훈을 담은 이야거리로만 치부되고 말았던 것들인데, 저자들의 세심한 관찰과 각 설화들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석을 통해 다시 나뉘어서 전시된 내용들은, 우리 조상들의 삶속에 흘러내리고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들의 모습속에는 나와 우리, 그리고 우리 조상님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이 동물원 구경은 단순히 이야기속 동물 구경이 아닌, 결국 수천년의 역사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나의 원래 모습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가끔 잘 만들어진 책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잘 만들어진 책에 대한 기준이나 느낌은 각각이겠지만, 주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던 옛 이야기들을 이리 멋지게 해석하여, 우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풍족하게 일굴수 있게 해준 이 책을 읽으며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긴 시간의 인내와 땀냄새가 느껴지고, 사람의 정성과 온기가 느껴지고, 또한 우리 문화와 우리 조상들에 대한 의미있는 자부심(?)을 느끼게 만드는 참으로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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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에 세계지도를 걸어라 - 제이솔 학부모 핸드북 첫번째
오경숙 지음 / 제이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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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에게 자녀교육은 답이 없는, 그리고 결코 쉽게 길을 찾을 수 없는 미로와 같은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웬만큼 심지가 곧은 사람이 아니어서, 주변을 보고 무심코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분위기에 휩쓸려 아이들에게 그동안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것들을 채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마음을 돌이킬려고 하면 한편으로는 내 아이만 뒤쳐지는게 아닌가 하는 염려로 고민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노리는(?) 사교육이라는 것은 갈수록 지능적(?)이 되어서 부모들의 고민이나 염려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 능해진 감이 없지 않고, 진정 아이들의 미래와 꿈과 희망을 북돋아주고 숨은 능력을 자라게 격려해 주는 것에서는 한참 멀어져 있는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 어느새 자리잡은 이기적인 속삭임도 들리곤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함께 어우러져 자라는 공간이 아닌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앞서기를 바라는 경쟁이라는 관점에서만 아이의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보는 아이, 그리고 그 세상을 가슴에 품은 아이. 정말 멋진 말이고 꿈이 가득한 표현입니다. 부모된 이들도 자신의 삶의 어느 순간에 가슴에 세상을 품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였을 것이고, 자신의 아이가 넓은 세상을 꿈꾸며 자란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가슴 뿌듯한 일이겠지요. 바로 이 책에서는 아이의 교육을 이렇게 세상을 마주하고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품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운다는 목표하에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너무 근시안적인 눈 앞의 성적이나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멀리 10년후에 아이가 자랐을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기를 바라는가 하는 멀리보는 안목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하자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가 넓은 세상을 당당하게 대할 수 있게 교육하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교육을 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우리 민족에 대한 정체성과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것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조금 먼저 배워서 말하거나 시험점수를 좀더 높게 받았다거나 지식이 조금 더 많다거나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품을 만한 용량이 되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계발하여 아이의 그릇을 키우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교육에 있어서는 저자가 이미 자신의 교육자로서의 경험과 실천을 통해서 얻은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타문화권 선생님을 통한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마주 세상 교육', 세계지도를 통한 넓은 세상에 대한 교육,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심기 위한 우리 문화에 대한 교육, 자기 조절력을 키우기 위한 경제교육, 다양한 체험을 위한 나들이 교육과 예능 교육 등을 이야기 하고 있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교육들에 대해서도 예절교육, 독서교육, 봉사교육, 해외 여행 등을 통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이를 기르다보면, 결국 하루하루의 생활에 매몰되어 눈앞의 것들에 연연해 하면서 멀리보지 못하는 오류를 쉽게 범하곤 합니다. 때로 어떤 자극이 있어 그러한 근시안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잠시 멀리 바라보면서 긴 숨을 쉬려고 하지만, 어느샌가 다시 눈앞의 것들을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며 허덕이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멀리보고 아이가 활동할 미래의 세계를 그리고 그 안에서 꿈을 활짝 펼치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미래는 결국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서 되는 것이고, 그러한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교육에 대한 흔들림없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비옥한 토양에서 씨가 자라 싹이 트고, 어린 나무로 자라고, 튼튼한 거목이 되어 열매를 맺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토양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동안 나는 너무나 아이에게 빨리 자라라고 재촉하며 물을 너무 자주 주고, 화학비료를 뿌려대곤 하지 않았는지 하는 반성을 함께 하게 됩니다. 부모로서의 나는 아이가 미래를 꿈꾸게 도와 주는 사람이지 그 꿈을 대신 꾸어주는 사람은 아닌데 말입니다.... 이 책이 많은 부모된 이들에게 세상을 품고 꿈꾸는 멋진 아이를 위한 자녀교육에 대한 또다른 자각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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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스콜라 모던클래식 4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이승숙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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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살짜리 소녀가 부모를 잃은 후 자신의 후견인인 삼촌, 고모들과 할머니, 남자 사촌들과 하녀(?)인 피비와의 1년간의 생활을 그린 내용을 읽기전에, 앞의 작품소개와 책뒤의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맞서는 유쾌한 목소리'라는 소설에 대한 설명과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 씌여진 당시에는 계몽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이었다고는 하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그러한 앞서가던 시대정신은 -현대인의 눈에는- 옛날 전통이 서린 의상을 보는 것처럼 지나간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듯이 보이는 면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대적인 정서와는 다른 주인공들의 삶과 세상에 대한 생각과 모습들을 볼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당시 시대상황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먼저 아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겠지요. 

 '껌, 백열전구, 두루마리 휴지' 지금은 우리 생활속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고 고전적(?)이기까지 한 이 세가지 물품은 1800년대 중반이후 미국에서 발명된 물건이라고 합니다. 껌이 젊은이의 반항과 일탈의 상징으로, 백열전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밤시간의 활동의 자유라는 선물을, 두루마리 휴지를 통해서는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통한 근대화된 사회의 독립된 개인을 가능하게 했던 것들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이라면 공부와 운동, 놀이보다는 몸에 꼭끼는 옷을 입고 우아한 척 꾸미고 사교계로 나가는 것이 정형화된 사회에서, 고아가 된 13살 소녀 로즈가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자신의 후견인 알렉 삼촌을 통해 독립된 자아를 가진 개인으로 교육받고 자라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로즈는 자신의 고모들과 할머니집에서, 자신의 후견인인 알렉 삼촌이 도착하기 전까지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격식과 생활양식 속에서 시들어가는 장미처럼 나약한, 그래서 약을 몸에 끼고 사는 그러한 소녀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욕구보다는 주변 어른들의 요구와 관심이 우선시되고, 사회가 요구하는 숙녀에게 필요한 덕목들에 대한 지루한 반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후견인으로 지목된 알렉 삼촌이 도착하자 모든 분위기는 바뀝니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약들을 치워지고 몸에 꽉끼는 복장들은 제거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복장들과 운동, 그리고 교육이 이어집니다. 여자가 하면 안되는 것들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 건강하게 자라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생각하고 반응하기 위한 당연한 것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그런 과정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려는 고모나 할머니들과 후견인 알렉 삼촌과의 마찰도 빚어지지만, 알렉 삼촌의 확고한 의지와 지지속에 로즈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간섭은 차단됩니다. 그리고 교육의 효과는 로즈의 삶속 -피비에 대한 관심과 희생, 사촌 맥이 눈병을 앓고 있을 때의 정성스런 간호, 사촌 아치와 찰리를 화해시키는 과정 등-에서 그대로 배어 나옵니다. 여자아이도 독립된 개인으로서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증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알렉 삼촌이 원하던 이상적인 교육의 결과요, 저자가 바라는 여성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서 당시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며 소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고전적인 여성의 모습을 벗어나,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삶을 배우고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모습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이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러한 시도는 이 이야기 속에서처럼  전통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과 바른 길에 대한 확고한 신념, 그리고 그러한 신념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창조는 그러한 전통적인 질서를 극복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 위한 조건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것에 대한 목소리를 이 책속의 로즈와 알렉 삼촌으로 대표되는 인물들을 통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밟히는, 시대상에서 오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로즈가 독립적인 개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알렉 삼촌이라는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인도와 보호막이 전적으로 필요했다는 것, 그리고 로즈는 비록 고아이기는 했지만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한 아이였다는 것, 그리고 피비에 대한 자비는 평등의 싹을 발견하게는 만들지만 여전히 주종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상적인 면이 있다는 것 등등.....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여전히 당시 시대상을 비추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아이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개인으로 자라는 것,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 자신의 개성을 찾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등에 대한 배움과 함께, 요즘의 어린이 책에서 보기 힘든 고전적인 차분함과 상냥함, 고상한 삶에 대한 태도와 상대에 대한 배려, 그리고 화려하거나 눈부시지 않는 순수함이나 순전함 등의 가치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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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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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로서의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

 * 이 책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인상적인 것은...... 제목 "읽기 두려운 메디칼 스캔들"

 * 그 다음으로 마음을 사로 잡는 내용은...... 책 뒷페이지에 새겨진 "의사 비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디로 갔는가"와 그 밑에 덧붙여진 추천사 4개

 * 그나마 덜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제일 뒤에 붙은 '옮긴이의 글' (내용과 표현의 부실함이나 억지스러운 면을 인지하였는지 처음을 조금 아량을 베풀어 부드럽게 시작하고 있음. 뒷부분은 결국 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 딱히 평가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저자가 쓴 '책 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물론 중간에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몇군데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

 의료나 병원이라는 직업과 공간이 나의 일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이 책에 대해서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신문에 나왔던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에 대한 많은 질책을 보고서 경찰공무원이나 그의 가족, 친지들은 너무 심하게 매도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대통령께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질책하며 공복이 될 것을 다그치는 신문기사나 방송을 보는 많은 공무원들은 아마도 우리의 의식이 저렇게까지는 아닌데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 모른다는 말이지요. 자극적인 책제목과 출판사의 홍보가 아마도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픈 부분에 대한 자극도 되겠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한 자각과 반성의 시간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의 경우이기에 단순히 생각해도 똑같다고 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하얀 까운을 입은 의사 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많은 공통점을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끼는 것은 의사나 간호사가 아무 감정없이 주사바늘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의 살갗에 가져다 찌르듯이, 날카롭고 차가운 붓끝을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심지어는 비꼬기까지 하는 -저자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들을 비판하곤 하는데, 자신의 글을 통해 의사들에게 똑같은 복수를 하는 듯 합니다- 저자의 싸늘한 손놀림입니다. 환자에게 애정이 없다고 의사나 간호사들을 욕하면서 그의 글에는 그들을 향한 아무 애정이 없어 보이고, 사보험과 공보험 환자를 경제적인 이득만을 생각해서 차별한다고 병원에 야유를 보내면서 자신의 글은 조금이라도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인지-이건 나의 오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만-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객관성보다는 자신의 해석을 최대한 옳다는 듯이 써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내용중에 갈수록 인간적인 면모보다는 기계나 검사에 의존하여 진단하고 치료를 하려는 의사, 봉사와 희생이라는 가치보다는 경제성이라는 측면에 매몰되는 병원, 환자들과의 따뜻한 교감보다는 일에 치여 무감각하게 자신의 일만을 하는 병원종사자 등의 문제에서부터 신중치 못한 의사나 의료인의 말한마디나 행동하나가 환자의 입장에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수치감을 느끼게 만들수 있다는 지적, 응급환자를 거부하거나 주말이면 환자를 보살피는데 빈 공간이 생기는 체계의 문제 등 다수의 지적이 독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고민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의 다수가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의사 개개인의 인격의 문제라거나 병원 한두개나 그들의 행태 한두가지를 예로 들어 욕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데 더 심각함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것이 바로 저자처럼 그러한 예들을 들어가면 병원과 의사,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집단을 욕하며 매도해버리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조건 게을러서 그리 가난하게 산다고 욕하는 것하고 크게 다를게 없는 접근방법이라고 한다면 너무 논리를 비약하는 것일까요. 저자가 과거에 의사였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이러저러한 상을 받은 사람이라는 면에서 적어도 이런 단순한 접근법보다는 훨씬 더 심층적인 접근이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또한 저자의 경우 자신이 비판하는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위한 마음의 여유도 보이지 않는 듯 하고 -그래서 어떤 문제를 지적할 때 그 상황의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자신이 느꼈던 주관적인 감정 자체를 사실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모습마저도 용납하고 있는-, 자신이 느낀 문제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꼬기는 하였어도 차분하고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에 '생존지침'이라는 극단적으로 보이는 내용과 해석들을 곁들임으로써 자신의 비판에 대한 책임을 완수한 듯이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며 저자의 '메디칼 스캔들'이라는 주장의 의미가 우리가 가십거리로 읽곤하는 연예인들의 스캔들 기사가 실린 스포츠 신문의 내용처럼 너무나 가벼운 주제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실제로는 단순한 감정풀이가 아닌 훨씬 신중하고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들인데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이 책에 대한 비틀기가 나의 환경이 의료와 병원이라는 공간과 무관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무의식적인 비틀기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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