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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2.0 -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경제학의 재발견'
노르베르트 해링 외 지음, 안성철 옮김 / 엘도라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말을 들으면 냉철하고 빈틈이 없는 합리성의 철갑을 두른,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상을 먼저 그리게 됩니다. 수요와 공급에서 시작하여 모든 것은 기존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그래프나 법칙에서 어긋나지 않고, 경제학이 말하는 원리나 원칙들을 증명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인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경제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는 그럴 듯한 설명을 누구나 인정하고 넘어가기는 하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실제 생활에서는 아닌 것 같은데, 결국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들여다보면 결국 경제학이 말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만들어지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즈음 회자되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들이 하나 둘 나오면서 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이라는 존재의 정서에 조금더 다가선 온기가 담긴 경제학의 이면을 느끼게 됩니다.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는 기본 가정을 과감히 깨뜨리고 인간과 세상사에 한층 다가선 최신 경제학의 진면목'을 담은 책. '이코노미 2.0' 이라는 책 제목과 함께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간결하고도 의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구입니다. 기존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옹호하던 전통경제학의 버젼이 1.0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되는 여러가지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발견과 통찰력이 담긴 최신 경제학의 이야기는 버젼 2.0이라는 이야기이겠지요. 컴퓨터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버젼 업되면 될수록 사용자의 욕구와 편리성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듯이 경제학 2.0도 기존의 1.0 버젼에 비해 훨씬 더 개선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후진국이다 -미국이 아니다-, 인간을 상호협력과 신뢰를 중시하며, 때로는 손해보는 일도 감수한다-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소득세가 높으면 과도한 노등을 줄이게 되고 여가시간이 확보됨으로써 행복과 만족도가 커진다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쟁사의 유능한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것만으로 조직의 전체 역량을 꼭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도로 전문화된 동료들이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협력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그들이 능력을 한 기업에서 다른 기업으로 고스란히 이전할 수 없다-, 신경학자, 뇌전문가,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도도 측정이 가능하다, 축구팀의 성적을 올리려면 최고의 감독을 영입하기보다는 감독을 끝까지 믿고 맡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 언론이 극찬하는 펀드가 좋은 펀드가 아니라 광고를 많이 하는 펀드일수록 좋은 펀드라는 추천을 많이 받는다 -언론의 추천을 믿어서는 안된다-, 투자정보 입수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수록 수익률이 더 낮다 -투자정보가 많을 수록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스포츠센타 이용은 연간 회원권보다 1회 이용권을 끊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다......
위에서 말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은 경제학자가 아닌 일반인인 나에게도 기존의 경제 관념과 벗어난 느낌을 줍니다. 저자의 말처럼 기존의 경제학이 성장, 물질, 수치 등의 추상적이고 법칙에 맞추어 인간의 경제활동까지 분석하고 설명하는데서 온 오해와 오류들이 그대로 받아 들여진 결과,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경제학적인 설명들을 당연하다고 인정한 연유일 겁니다. 하지만 저자가 자신의 글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위의 내용들은 여러가지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기존의 경제관념과는 다른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밝혀주는 것들입니다. 합리적이지 못하고 때로는 엉터리 같이 경제 활동을 하는 인간의 모습들이 이야기 됩니다.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본모습이구요. 기존 경제학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난 현대 경제학이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의 도움을 받아 인간이나 행복, 만족 등에 대한 연구 방법들을 고안해 내고, 관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내용들이 설령 현대 여러 경제학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더라도 훨씬 내 생활에 가깝고, 온기가 느껴지는 그러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제는 경제학이라는 것도, 단순히 합리적이라고 가정된 시장과 인간, 그리고 여러 경제활동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냉정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러한 인간이 지닌 문제점들을 더 명쾌하게 설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따뜻함을 지닌 유용한 도구로 진화해 나가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보는 듯 합니다.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참견을 해 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