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뇌가 쑥쑥 자라는 우리 아이 첫 미술수업
필립 르정드르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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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치며, 꿈이 화가이지만 여전히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혼자서 그림 그리기를 하곤 하던 딸아이의 그림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그림이라는 것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고, 아이의 화가에 대한 꿈이라는 것이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져 구체적인 가르침을 받을 만한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가끔씩 미술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그림 -특히 사물이나 풍경을 현실의 모습과 너무도 똑같이 재연해 낸 그림-을 볼 때면, 그들 안에 담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느끼면서도 아이다움이 없다는 씁쓸함을 한 쪽으로 느끼곤 하였던 기억으로 인해 아이가 학원에 다니면서 기교를 익히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가 될 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배우지 않은 아이가 천부적인 소질이 주어지지 않은 이상, 매번 그리는 사람이나 동물이 달리 그려질리는 만무하여서, 한동안 아이가 그렸던 그림속의 남자와 여자는 옷의 색깔만 달랐지 모양새는 비슷비슷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더욱 동그라미와 세모와 네모, 직선가 사선과 곡선 등 간단한 몇가지 모양과 선그리기를 통해서 여러 동물들의 모양을 그럴 듯하게 그려내는 책속의 그림들을 들여다 보면서, 좀더 일찍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나 집, 산이나 들, 동물이나 꽃 등의 그림을 그리며 낑낑거리던 아이가 이 책을 좀더 일찍 대할 수 있었더라면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나 기본형태에 대해 좀 더 쉽게 익힐 수 있었을 것이고, 간단한 선과 도형을 통해서도 멋지게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지요.  

 책속에는 개미나 나비, 달팽이 같은 작은 생물에서부터 코끼리, 하마, 표범, 사자와 같은 동물들,그리고 독수리, 박새, 제비 등의 조류에 이르기까지 48종의 동물들에 대한 그리는 기법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리기에 이용되는 기법은 원과 세모와 네모, 그리고 수직선과 곡선과 파선을 연결하여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는 단순한 방법인데, 그것만 가지고도 훌륭하게 그려내는 모양이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보통 그림을 못그리는 사람들이 하곤 하는, 어렵게 처음부터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방법의 어리석음에 대한 일깨움도 함께 주고 있지요.^^ 물론 유아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실제 사진을 보듯이 세밀하게 표현된 그림들은 아니지만, 간단한 선과 도형을 통해서 사물의 형태를 파악하여 표현하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아이들이 다른 것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응용을 하고 표현을 하는 능력을 키워갈 수 있고, 그럴 듯한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딱딱하거나 어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그리고 단숨에 그려낼 수도 있으니 그림에 대한 흥미유발도 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림 그리기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을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하지만 이리 기본을 아이들이 배운다면 그 다음 단계는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책의 구성은 각 동물들을 그릴 때 사용되는 기본 도형과 선을 설명하고 그것들을 이용해서 차례로 그리는 단계를 나타내는 네 컷의 바탕 그림이 한페이지를 이루고, 맞은 편 페이지에는 저자가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멋지게 그리고 채색까지 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 담겨 있는 형식입니다.

 간단한 책의 구성만큼, 다양한 책에 대한 설명보다는 먼저는 책을 펼치고 한 페이지를 골라 모양을 흉내내며 아이와 함께 그려보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고,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아무리 좋은 책도 눈으로만 보고 손으로 그려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일테니, 이젠 책 감상은 그만하고 아이를 불러놓고 그림을 그려볼 시간입니다. 자 무엇을 그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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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펭귄클래식 4
조지 오웰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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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개의 목소리가 분노에 차서 소리치고 있었는데, 모두 똑같았다. 그러자 돼지들의 얼굴에 일어났던 변화가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밖에 있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그리고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미 어느 것이 돼지의 얼굴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얼굴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위대한 동물들의 농장을 이루어 완성했다고 선언한 혁명의 말미를 장식하는 결론적인 모습입니다. 자신들을 착취하던 인간을 몰아내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이루어가고자 했던 동물들이 창밖에서 들여다보는 혁명 지도부였던 돼지들의 모습입니다. 투쟁과 거부의 대상이었던 인간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셔대는 것부터-아니 이전에 그들의 혁명을 간구하던 정신은 이미 말살된지 오래지요-가 그러한 혁명의 소멸과 타락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돼지들-지도부-은 인간들과 똑같이 이제는 착취와 속임과 억압의 주체가 되어서 나머지 동물들을 이용해 먹는 또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어버리는 이러한 결론은 결국 혁명과 변혁의 역사와 지도자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른 한편으로 창밖에서 지도부인 돼지들을 바라보는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쩌면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혁명, 배반되지 않을 꿈에 대한 길고도 험난한 새로운 시작을 말하고 싶은 고뇌에 찬 자기 반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장원농장의 동물들에게 어느 날, 생산은 하지 않고 자신들을 이용하여 생산한 것들을 빼앗아 소비하는 인간의 압제와 폭정을 벗어나 동물들이 자유를 누리고 자신의 생산물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자각하라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연설이 울려 퍼집니다. 영감이 꿈속에서 보았다던 그 내용은 바로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요, 무지를 일깨우는 한줄기 빛이 됩니다. 돼지들은 혁명을 위한 조직을 꾸리고, 교육을 시작하고, 순수한 혁명을 위한 동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힘을 모은 동물들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인간들을 몰아내고 농장을 차지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혁명의 시작일 뿐, 완전한 혁명의 완성을 바랐지만 결국은 변절과 반역으로 점철되는 지난한 배반의 시간이 이후로 펼쳐집니다. 인간들의 재탈환을 위한 침입을 막아내고, 인간없이 스스로 농장을 일구어가기 위한 노동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동물들은 자신들의 세상에 대한 꿈을 부여잡고 묵묵히 혁명을 지지하고 견디어 갑니다. 하지만, 인간사가 대부분 그렇듯이 혁명의 변절은 내부의 분열과 구성원-특히 지도부-의 타락과 변절에서 시작됩니다. 나폴레옹에 의한 권력의 장악과 스노볼의 축출과 반동으로의 추락, 돼지들의 특권화와 일반동물로부터의 분리를 통해서 그러한 변절과 타락의 역사가 동물농장 내부에서도 진행됩니다. 처음 혁명을 시작하고 동물농장을 시작했을 때 내걸었던 7계명이 지도부의 편의에 의해서 슬그머니 고쳐지고 동물들에게 교육을 통해서 세뇌시키는 행위가 반복되는 과정은 바로 혁명의 변절, 권력을 가지게 된 자들의 변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간들의 숙소를 폐쇄하면서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고 했던 계명이 돼지들을 구분하여 숙소를 인간들의 숙소로 옮기면서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침대보를 깔고 자면 안 된다'로 남몰래 바뀌고, 술을 마시고 휘청거리던 지도부는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계명을 '어떤 동물도 너무 많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로 슬그머니 바꾸어 놓습니다. 또한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던 계명은 나폴레옹의 권력강화를 위한 숙청의 과정에서 많은 동물들을 처형하게 되었을 때는 '어떤 동물도 이유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로 고쳐지고, '두발로 걷는 자는 누구든 적이다'는 계명은 돼지들이 두발로 걷기를 연습하기 시작하면서는 '네발은 좋고, 두발은 더 좋다!'는 찬양가로 바뀌게 되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계명에는 사족이 붙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는 궤변이 덧붙여집니다. 지도자 나폴레옹은 동지가 아닌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가 되어버렸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혁명의 이름으로 다른 동물들의 목숨을 파리 죽이듯 다루기도 하고, 돼지들은 다른 동물과 구별된 존재로서 특권을 누리며, 인간과 다름없이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고 이용하여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는, 혁명으로 극복해야 했던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압제자가 되어버린 모습으로 우화는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이미 알려졌듯이 이 우화의 내용은 러시아 혁명으로 이루고자 했던 이상적 사회주의 세계에 대한 스탈린과 그의 부하들의 배반에 대한 통렬한 비꼼과 비판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자의 의도도 상당부분 거기에 맞추어져 있었던 듯 합니다. 정당한 사회주의 운동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를 무너뜨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우크라이나 판의 서문에 말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이 우화속에 담긴 비판 의식과 일깨움이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동감을 일으키고, 반성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각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크고 작은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이러한 변명과 변절의 역사에 대한 기억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꼭 혁명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매번 변화와 개혁을 외치던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이 결국은 우화속의 돼지들이 걸었던 길과 똑같은 길을 반복했던 것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들이 변화와 개혁의 원칙을 왜곡하거나 수정할 때마다 슬그머니 동원했던 변명과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뇌까렸던 화려한 수사에 대한 기억들이 이 우화를 통해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재연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당시에는 스탈린에 대한 비판의 깃발을 내걸었을 이 내용이 이리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 곁에 고전으로 남아있는 것은, 시간을 거듭하면서 변화는 인간의 역사속에서도 여전히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나와 우리 사회, 우리 나라와 지구상의 여러 국가의 생생한 현실을 담은 이야기라는 사실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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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게리 스탠리 지음, 김민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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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신조

내가 원하는 것은 내 것이다. / 내가 너에게 주었지만 마음을 바꾸면 그것도 내 것이다. / 내가 너에게서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 내가 조금 전에 갖고 있던 것은 모두 내 것이다. / 내 것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이 가질 수 없다. / 우리가 함께 만든 것도 모두 내 것이다. / 내 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은 죄다 내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 처음 나와서 세상을 알지 못하고 위의 신조를 가진 아이로 사는 동안에 항상 눈길을 떼지 않고 돌봐주고 우리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서적인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격려하였던 이들이 바로 우리의 부모님, 즉 아버지와 어머니들입니다. 너무도 급격한 변화를 겪는 사회의 모습속에서, 결국 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벽이 생기고 문화적인 단절이 생겨 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어린 아이의 신조는 위의 표현들과 다를바 없고, 그 아이들을 보살피고 양육하여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키워내는 부모들의 사람과 관심도 변함없는 사실이겠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런 변함없는 사랑과 애정과 관심으로 우리를 키워냈던 우리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삶속에 녹아있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하나씩 꺼내와서 되새기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감사는 내 삶의 한 구석에 담겨 있던 나의 아버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자가 말한 아버지에 비해 나의 아버지는 농사를 짓는 대한민국의 무뚝뚝한 가장이었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자녀들에 대한 가르침의 많은 부분을 대신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삶의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들이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간에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통해서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인생을 알게 하고 그 의미를 일깨워 준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인 아버지에게서 돈으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산 상속의 한 가지 조건을 붙인다면 지나간 시간을 곰곰히 되돌이킬 수 있는 여유와 그 안에 담긴 기억들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배울 만한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할까요.....

 저자는 13년간의 자신의 삶속에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담긴 수 많은 가르침과 교훈들로 이 책의 내용을 메꾸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많은 삶의 순간들에 담긴 에피소드를 통해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해 주었던, 삶을  즐기고 배우고 사랑하는 법에 대한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한 자신이 깨달은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상, 여행,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웃음과 눈물 등으로 채색되어 있는 추억들을 통해서 아버지를 떠올리고, 그 추억들의 의미를 곱씹어 독자인 우리들에게 아버지와의 삶이 얼마나 의미있고 멋진 것이었는지,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추억을 통해서 지속적인 가르침을 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아버지의 가르침의 지향점은 우리가 더 큰 꿈을 가지게 하고, 우리가 자신을 넘어서서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새삼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 -거의 모든 아버지-는 아이가 자라나 자기보다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일테니까 말입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을 가지고 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비록 그것이 기억의 장난에 의해서 윤색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뒤돌아보면서 용기를 얻고 감사할 만한 기억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것이 즐거운 기억이든 가슴아픈 기억이든 우리가 이 땅에 두 발 딛고 서있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가끔씩은 나태한 우리 삶을 채찍질해 주는 자극이 되기도 할 겁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보면서 그것을 위대한 유산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가 그 안에서 가르침을 얻고 그러한 추억을 곱씹으며 성장했고 또한 인생을 기름지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똑같이 우리에게도 그러한 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이 있으니, 우리가 시간을 내어 그러한 추억을 곱씹으며 성장하고, 또한 그 안에서 배운다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삶이 훨씬 윤택해지고 살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위대한 유산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형제 자매도, 그리고 나의 자녀들도 모두가 내게는 세상을 여유롭고 살만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유산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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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치우는 아이
김문주 지음, 소연정 그림 / 예림당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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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고나서, 두살배기 동생 별이를 자신의 시간과 생활을 하나씩 포기하며 방과후에 돌보는 하늘이를 생각하며,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시간과 적절한 음식이 있다면 몸은 자랄 것이고, 학교 교육과 같은 적절한 훈육이 주어진다면 또한 지적으로도 점차 자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자람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별이의 마음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것, 아이가 자란다는 것의 의미와 그런 성숙의 열매를 가져다 주는 것들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이는 결코 부유한 가정의 아이는 아닙니다. 아버지와는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살아야했고, 또한 어머니도 가정의 경제적인 도움을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의 가정입니다. 두살배기 동생을 돌봐야 하지만, 그나마 가까이 계시는 외할머니도 몸이 편찮으셔서 그러한 도움을 줄 수가 없고, 하늘이가 어렸을 때 맡겨졌던 할머니 집은 가까운 곳이 아닌 듯 합니다. 하늘이도 동생 별이가 그렇게까지 떨어져 사는것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더 작은 아파트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고,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되지만 하늘이의 모습은 여느 4학년 정도의 어린이답게 마음은 조금 상했지만 그런대로 그러한 상황을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동생을 돌봐야하는 문제에 다다랐을 때에도 자신의 시간을 동생에게 얽매여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거부하고 싫다고 하는 모습 또한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별이가 놀이방에 갔다와서 심하게 앓은 뒤에, 하늘이는 동생을 자신이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있으면서 귀찮게 하거나 떼를 쓰는 모습이 밉기도 하지만, 얼굴에 상처라도 하나 생기고, 기침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마음이 쓰이는 귀여운 동생이니까요.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똥기저귀를 갈아야 하기도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지만 별이와 함께 놀이터에 가야하고, 친구들에게 똥기저귀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동생을 돌보는 하늘이의 일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동생 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생각들을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아갑니다. 동생과 같이 놀아주는 것이 힘들었던 이야기, 책을 읽으며 동물 흉내를 내던 이야기, 부끄러웠지만 동생을 업고서 놀이터에 나갔던 이야기와 아래층 재호의 놀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그러한 재호에 대한 감정을 나름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넓은 마음이 엿보이는 이야기, 놀이터에서 별이가 기저귀에 똥을 싸서 부리나케 집에 돌아와 기저귀를 갈아준 이야기 등 아이답지 않은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이답다는 생각과 느낌을 주는 내용들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밖에도 재호와 싸우게 된 이야기며, 같은 반 아이들이 모듬 숙제를 위해 하늘이네 집에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과 너무 시끄럽게 해서 아래층 재호 어머니에게 심하게 꾸중을 듣게 된 것,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한쪽 바퀴가 고장난 유모차에 별이를 태우고 나섰다가 고생만 한 이야기, 별이와 재호의 동생을 아파트 옥상에 두었다가 잃어버린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재호와 화해하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사이가 된 이야기 등에서 한 아이가 마음이 자라는 모습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 자란 하늘이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하늘이의 일기와 놀이터에서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일듯합니다. 좋아했던 검도 도장에 다니라는, 네가 고생한다는, 그리고 별이 때문에 손해보고 있어서 안타까워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 괜찮아. 도장은 나중에 다녀도 돼. 별이는 내가 볼래.', '손해본다고 생각 안 해. 아빠도 우리랑 떨어져 혼자서 힘들게 회사에 다니잖아. 그래도 우리 때문에 손해 보는 거란 생각 안하지?' 라는 대답속에서 마음이 자란 고운 아이의 모습을 살짝 엿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하늘이를 자라게 한 것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모습은 갈수록 사는 모습들이 힘들어지는 듯 하고, 여러가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시대에 하늘이처럼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갈수록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초등생들도 학원을 몇개 다니네 하며 한쪽으로만 치우친 삶의 짐을 지는 것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인데, 이러한 분위기속에서는 더더구나 그러한 자람을 기대하는 것이 허망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에게 아직까지 포근한 가정과 가족, 다정한 친구들, 그리고 삶을 나누며 속닥거릴 수 있는 이웃이 있고,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 주고 힘들 때 어깨를 토닥여 줄 만한 관심과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하늘이처럼, 부모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마음이 곱게 자랄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은 집이 부유하고 가난하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키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닐테니까 말입니다..... 하늘이를 그처럼 자라게 한 책속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마음과 손길과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결국 우리 아이들도 그처럼 성숙하게 만들어 주고 있겠지요. 책속에서처럼 어른들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삶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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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계산 트레이닝 - 영재들의 특별한 계산 비법을 배운다!
고다마 미쓰오 지음, 서금석 옮김, 현태준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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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의 일부인 주판을 이용한 계산법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세대에게는 낯선 셈법은 아닙니다. 요즈음은 주판이 신기한 물건이나 셈법의 마술을 부리는 또는 두뇌계발을 위한 도구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주판은 매우 일상적인 물건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아마 지금의 전자계산기만큼이나 당시에는 일상적인 물건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위에는 암산에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주판을 이용한 주산의 급수를 정하는 시험도 있었던 기억입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내용은 요즈음 소개되고 있는 인도 수학과 주판을 이용한 계산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로 곱셈에 대한 내용이고 덧셈과 뺄셈에 대한 내용이 일부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곱셈에 대한 셈법들은 참으로 기발하고 마술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1장은 곱셈에 대한 인도식 계산법들에 대한 설명인데, 기본적으로는 곱셈이 사각형의 넓이를 구한다는 착상하에 수를 계산하기 쉽게 쪼개고, 떼어내서 붙여가는 방식의 이해를 기초로 한 계산법들에 대한 소개입니다. 기본적인 발상은 동일하지만 숫자의 형태 즉 (두자리 수)*(11), 11~19까지의 숫자끼리 곱하는 경우, 한쪽 수의 일의 자리 숫자를 0으로 만들어 계산하는 법, 짝수와 일의 자리 숫자가 5인 수의 곱셈과 홀수에의 응용, 일의 자리 숫자가 5이고 십의 자리 숫자가 같은 두 수의 곱셈 등....다양한 형태의 두자리 숫자의 곱셈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모두 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식에 착안한 곱셈법인데, 아이들이 곱셈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의미를 통찰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마술같은 계산법이지만, 너무 다양한 예들이 있기에 처음에는 조금 혼동스럽고 헛갈리는게 사실이고, 먼저는 기본에 충실한 다음에 아이들이 대하게 하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2장은 덧셈과 뺄셈에 대한 내용인데, 주판을 이용한 방법은 익숙해진다면 머릿속에 주판을 그리며 암산을 하는 단계에 까지도 이를 수 있는 방법이겠고, 숫자를 이리 계산하는 방법은 수를 다섯과 열로 헤아려 한 단위로 계산해가는, 그러니까 숫자를 단순하게 5와 10으로 끊어서 계산하는 방식의 확장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것도 또한 단순히 숫자를 써서 계산하는 방식에 비해 많은 흥미와 색다름을 주는 계산법인 것은 사실입니다. 몇 문제 계산하다보면 계산에 대해 뇌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덧붙여진 일의 자리 숫자를 0으로 만들어 암산하기나 뺄셈을 덧셈으로 바꾸기는 암산하기 쉽게 수를 10이나 100등의 단위로 변화시켜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고, 연속한 수의 덧셈에서는 숫자를 계산하는 셈법에서의 응용력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렸을 때 누군가가 1부터 10, 또는 1부터 100까지 더하라는 문제를 내고 번개같이 답을 계산해 내던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3장은 곱셈의 응용과 나눗셈에 대한 간단한 응용에 관한 내용인데 구두끈 곱셈이나 바둑판 곱셈, 선긋기 곱셈에 대한 내용은 곰곰히 들여다보니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 천의 자리 등 각 단위에 맞는 자리를 따로 계산하여 합산하는 방법론적인 것으로 근원적인 원리는 동일한 것입니다. 숫자의 자릿수가 커지면 무척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곱셈에 대한 훨씬 간편한 접근과 자릿수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는 방식이라는 생각입니다. 나눗셈에 대한 응용은 한정된 것이라서 크게 쓸모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장의 내용은 실용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마술을 보는 듯한 신기함을 알려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각각의 예에 대한 응용력이 키워진다면 실용적일 수도 있지만 두자릿수에 한정된 단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그리고 셈법이라고 한다면 우선은 쉽고 단순한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숫자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덧셈이나 뺄셈에 대한 주판을 이용한 셈법과 곱셈에 대해서는 구두끈 곱셈이나 바둑판 곱셈이 매우 유용하다는 생각입니다. 우선은 숫자의 자릿수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고, 우리가 기존에 하던 셈법과는 다르게 좀더 단순화하고 시각화 해주는 장점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제까지의 기존 셈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실천이 중요한 것이지 이것을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쳐서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아야 겠지요. 초등생인 아이들은 익숙해지기 위해서 지루한 사칙연산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 과정이 지나쳐 결국 아이들은 수학의 참맛을 알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가지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일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 같은 인도수학이나 주판 계산법에 대한 내용들은 아이들에게 셈법에 대한 신선함을 주고 수학이라는 세상의 경이로움이나 마술과 같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재미있는 수학, 머리로 이해하고 정말로 그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 같은 수학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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