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
브루스 E. 헨더슨.조지아 가이스 지음, 김정환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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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미국이라는 한나라의 찻잔속의 태풍정도로 치부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이제는 바다를 건너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잦아들 듯 하면 다시 터지고, 가라앉은 듯 하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여 이젠 단순히 넘어가지 않을 위기라고 모두가 인정하고 긴장하는 국면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도 어디까지 여파가 미치고, 언제까지 전전긍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고, 그로 인한 공포감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바다건너 우리에게까지 폭풍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 주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내용과 원인, 그리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금융 전문가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저널리스트인 관계로 책의 내용은 복잡한 전문적인 용어들 없이 일반인이 편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위기를 단순한 금융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기 보다는 그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 -미국인들에게 만연한 쉽게 벌고 쉽게 쓰기라는 안이한 생각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색이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란 신용이 낮거나 신용이력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연체의 증가에서 촉발되어 이와 관련된 금융권에 연쇄적인 부실을 초래한 일련의 사태를 일컫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권의 부실이라는 것이 단지 대출을 실시한 은행이나 금융기관만의 부실이 아니라 그러한 대출을 담보로 증권화한 여러 파생상품들이 광범위하게 거래되어 그와 관련된 기관들의 천문학적인 손실과 부실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과 결국은 그러한 금융권의 공황이 실물경제에까지 이르러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새로운 금융기법이라고 각광받으며 등장했던 여러 금융상품들이 올가미가 되어 미국만이 아닌 세계의 경제를 옥죄고 있는데, 저자들은 그러한 위기의 시작을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면에서 신용이란 정직과 신뢰의 가치 위에 세워진 것인데, 서프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경우 상환능력 등을 고려한 엄격한 대출이 무시되고, 자산 거품에 편승하여 그 규모를 계속 늘리며 탐욕을 앞세운 나머지, 기본이 되는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가 붕괴되고, 결국 신용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미국적인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되는 내집마련이라는 꿈 또는 집착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러한 집착으로 인한 수요의 증가와 자산가격의 폭등이 결국 지금의 부동산 버블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이러한 상황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저소득층에도 주택 취득의 기회를 제공한 '경제평등주의', 이를 위한 '금융완화정책', 그리고 이런 틈을 타고 일어난 사람들의 탐욕에 기인한 기회주의를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지적한 이러한 원인으로 인한 이번 위기의 얼굴을 보여주는 실제 위기의 진행상황과 이로 인한 개인들의 피해사례들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실제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들은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의 정상화 과정과 가치관의 재정립이라는 큰 그림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들이 말하는 해법보다 더 직접적인 해법은 미국정부가 나서서 내놓겠지만, 근본적인 면에서의 건강한 기반은 저자들의 주장에 기초한 것들이리라는 생각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해제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 미칠 여파와 우리가 고려해야할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인데, 곰곰히 읽고 새겨야 할 이야기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의 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따라가기에 바쁜 우리의 여러 측면에서의 무대책한 모습들에 대한 반성과 고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고 더욱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공포심마저 조장하는 신문과 방송에 난무하는 위기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그러한 두려움을 대하고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것들을 생각하고 새길 수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해결책을 다 보여주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정도의 해법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아마 그것은 기나긴 인내의 시간만이 보여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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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믿지 마라 - 일상을 뒤흔드는 건망증의 위험과 기억력의 비밀
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 이영미 옮김 / 흐름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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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망증과 치매,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자연스런 변화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두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치매환자의 이야기는 이젠 사회문제의 일부로 취급될 정도이기도 하고,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기억력의 감퇴나 인지능력의 저하는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 이상의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심각함과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개척 신대륙처럼 느껴지는 뇌, 그리고 기억이라는 기이한 뇌의 작용에 이르러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고백이 자연스러운 태도입니다. 물론 옛날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직도 만족스럽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솔직한 자세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 역시 나이들면서 생기는 기억력의 장애와 건망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던 저널리스트입니다. 다른사람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러한 과정을 단순한 나이 들어감의 과정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학의 발전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나선 용기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력 장애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곧 방대하기도 하고 서로 뒤엉켜있는 미로같은 기억력과 건망증과 치매라는 뇌과학의 영역속으로의 흥미진진한 탐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러한 탐험속에서 저자는 스스로가 피험자가 되어 여러 프로그램과 실험에 참여하고, 때로는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실제 체험했던 사실들과 여러 처방이나 프로그램의 효과,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을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용중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력의 장애를 단순히 나이 들어가는 현상이라고 수동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는 것,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훨씬 나아지고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이야기들이겠지요.  

 뇌와 기억력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탐구서이지만, 저자가 이 분야에서 허우적(?)거리던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현실 문제가 된 기억력 장애와 건망증을 가지고 부딪히며 탐사해 가는 저널리스트인 관계로 편견없이 다양한 분야를 들쑤시며,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의사나 뇌과학자 등의 전문가였다면 의학에서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몇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거나 연구결과를 설명할 때면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 채웠을 사실들을, 일반독자와 동일한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듣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물론 어쩔수 없이 사용하는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저자의 탐사는 자신의 뇌와 기억력에 생긴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예민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 둘 잊어먹고 빠뜨리면서 생기는 좌절과 낙망의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뇌에 일어난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 책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뇌사진을 찍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여러 영양제나 음식물을 시도하고, 기억력 향상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여러가지 것들의 효과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실제 저자가 체험한 것들에 대한 표현인 관계로 단순한 이론적인 실험의 결과를 해석한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우리 귀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저자가 밝히는 뇌에 관한 지금까지 알려진 진실들 중에는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의 손상과 스킨십에 의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의 강화, 여성들의 폐경기 치료의 주요한 방법이었던 호르몬 요법의 기억에 대한 기여, 가벼운 뇌진탕도 기억력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처방을 받아 먹는 여러 치료약물들이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을 막연하던 지식에서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가진 사실로 확인시켜 줍니다. 또한 명상이나 수면학습, 먹고 마시고 만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의 유용성과 한계, 마지막 장의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 습관에 소개된 여러 질병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법이나 치매를 조기진단하고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진단기준이나 방법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과 자각증상의 중요성, 그리고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습관으로서 의미있는 것들에 대한 언급 등은 저자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와 희망을 담아주는 선물 보따리와 같을 듯 합니다. 물론 저자가 소개한 내용들은 이제까지 알려지고 주장되기는 하지만 확립되거나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발전과정에 있는 내용들이기에,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력 장애나 건망증이라는 중년에서 노년에 걸쳐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인해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불청객의 정체를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등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단순히 쓸모없어진다는 것이 아닌, 밝고 행복한 삶의 여정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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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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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백지위에 자기가 바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메꾸어 간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흥분되는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글쓰기가 즐거움보다는 일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글을 써내려가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자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에게 내보이고 읽힐 만큼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분신을 하나 세상에 내 놓았다는, 자신의 존재의 흔적을 남겼다는 그러한 기쁨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창한 제목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자신의 글을 다시 되찾아 읽어 본 기억이 있는 이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순간순간 여백을 채워가며 남겨둔 글의 의미가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이였는지.....

 이 책은 이미 어떤 형식으로든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일부를 구축하며 살았던 이들이 겪고 느꼈을 만한 일들을 조금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쓰기를 통한 몸과 마음과 영혼의 치유라는 영역으로의 초대글입니다. 어떤 과학적인 실험이나 데이터에 기초를 둔 이론서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의 경험과 글쓰기 워크숍 등을 통해서 배운 내용들에 바탕을 둔 체험적인 사실들의 기록이자 정리이기에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면이 강하게 묻어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논문 등의 글쓰기와는 다른 일기쓰기의 특성을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논문을 쓰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매일 자신의 삶의 기록을 자신의 언어로 남기는 글쓰기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50여년 동안의 일기쓰기를 통해서 글쓰기가 지닌 다양한 장점을 체험하였다는 저자는 '왜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사람마다 제각각의 답이 있을 수 있는 물음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육체적 이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서적 이점, 정신적 이점, 영적인 이점, 통합적 이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타당한 이야기인데 그 중에서도 '자아발견의 지름길'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배가 정박할 때 내리는 닻처럼, 인생의 여러 순간순간, 기쁨과 슬픔과 환희와 낙망의 순간들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인데, 조용한 글쓰기의 시간이 자신의 가식없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는 면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표현입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모든 글쓰기가 우리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을거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첫부분을 글쓰기의 효용에서 시작하여,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헤치고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남을 의식하지 않고 순전히 자신과 대면하고 그 내용을 백지위에 옮기는 인내의 시간이 지속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에 시작하는 순간에서부터 지속할 이유와 명분을 읽는이로 하여금 새길수 있게 하기 위한 저자의 배려인 듯 합니다. 두번째 장에서는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저자 자신과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 등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와 네번째 장은 글쓰기를 하면서 주제를 삼거나 소재로 삼을 만한 내용들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진지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하게 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는 소재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그냥 한번 읽는 것만으로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글쓰기라는 주제로 그 과정에 담긴 치유의 힘과 인생의 여정에서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러한 체험을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정도를 진지하고 꾸준하게 글쓰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저자는 권유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의 참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만큼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삶의 행복과 풍요로움을 물질에서 쫓는 습관에 익숙해지는 현대인-나를 포함한-에게 저자는 아마도 가장 고전적인 방식 하나를 소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의 행복과 풍요의 무지개는 우리가 무리지어 쫓아가고 있는 그곳이 아니라 글쓰기와 같은 도구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충실히 마주하며 다져진 세월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그리고 풍요를 바라는 이라면 이제라도 다시금 시작해 볼 일입니다. 글쓰기라는, 바쁜 현대인에게는 특이할 수도 있는, 바다로의 항해를.....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의미있는 평가는 다 읽은 그 시점보다는 그 항해 도중 어디에선가에서 더 명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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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이진 옮김 / 이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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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5단계> 부정과 고립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 ..... 심리학 시간(?), 죽음에 대한 강의에서 배웠던 내용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질병이나 기타 원인에 의해서 시작된 죽음의 과정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가장 전형적인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을 고른다면 말기암 환자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고, 또한 내놓고 의견을 나누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죽음의 과정에 있는 사람과는 더더구나 피할 수 밖에 없는 주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제대로 모르고,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오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반응을 생각해 본다면,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분명 필요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주제였고, 아마도 그러한 편견이 그러한 과정을 겪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이나 임종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찌보면 자신의 벌거벗은 존재와 마주하며 두려움과 외로움, 분노 등을 가득히 담고 있을 이들이 바로 죽어가는 이들이고, 가장 많은 부분에서 이해와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이지만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죽어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죽어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저자는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거나 무서운 척하지 않고도 진지하게 다루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환자들에 대한 접근이 죽음 자체보다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도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결국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의미있고 평안하게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많은 문제들을 풀면서 살듯이 죽음이라는 좀 더 특이한 문제를 여러사람의 이해와 도움, 상호작용을 통해서 짐을 더 가볍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엿볼수가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한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져 간다는 것이지만, 그러한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를 둘러싼 가족과 가정, 이웃들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책에 언급된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듣게 됩니다..... 일반인이라면 죽어가는 사람이나 임종의 순간, 또는 임종 직후의 모습을 대하는 것은 일생을 통하여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면 수도 없이 그러한 죽음의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겠지요. 의사나 간호사, 호스피스 종사자 등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내용으로 본다면 일차적으로는 그러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또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는 환자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죽음을 앞에 둔 환자들과의 열린 마음으로 나눈 대화들을 통해서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겠지요....- 보여주고, 금기시 하던 영역에 대한 귀한 보석꾸러미를 엮어서 사람들에게 선사해 준 저자에게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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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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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경제학... 정통 경제학이 말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벗어난, 많은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설명해 내는 훌륭한 도구의 하나로 생각되어온 행동경제학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친숙함으로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꼭 행동경제학이라는 영역이 아니더라도, <괴짜 경제학>이나 <경제학 콘서트> 등을 통해서 인간의 다양한 행위 안에 담긴 경제학적인 의미를 들을 수 있었던 즐거움이 아마도 일반인이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게 씌여진 이러한 책들에 관심을 키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덧붙여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의 삶이 꼭 경제학적인 의미의 합리성을 갖추게 된다는 보장은 없더라도 세상을 조금 더 그럴 듯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뿌듯함은 이러한 경제학 서적을 읽은 후의 일반적인 감정이었다는 기억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인간의 많은 비이성적인 면에 대한 행동경제학적인 연구와 해석의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행동 경제학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들에 있었던 흥미로운 내용들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려운 용어로 이해해야만 했던 내용들을 이 책에서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해석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책들보다 우리에게 한발짝 더 다가서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인간이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정통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과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경제학의 가설에 구멍이 뚫린 자리에서 행동경제학이라는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정통경제학에서의 가설과는 다르게,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되는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서, 행동경제학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이나 선택에 대한 증명은 단순한 가설이 아닌 잘 꾸며진 실험의 과정과 해석을 통해서 도출된 것이고, 반복해서 증명된 내용들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조건하에서 실시한 실험들이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의 다양한 일상적인 모습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많은 책들이 그러한 이성적이지 못한 면에 대한 지적과 재현으로 내용을 끝맺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비이성적인 인간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그러한 특성은 예측이 가능하고, 같은 방식으로 거듭 반복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것들에 대한 바른 예측을 할 수 있다면 결국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많은 선택들을 바로잡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더 나은 삶에로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한발짝 더 나아간 행동경제학의 모습을 실감있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13가지의 주제를 통해서 비이성적인 인간,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실험과 결과 그러한 것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해석과 설명으로 하나하나의 주제를 엮어가고 있습니다. 비교를 통한 선택이 가져오는 교묘한 함정, 첫인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얽매이게 되는 사람의 뇌, 공짜에 수도 없이 휘둘리는 흔들리는 마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가치들에 대한 제고, 인간안의 두 마음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실험을 통한 실제 모습, 해야 할 것들을 미루기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 추억이라는 것의 가치가 끼어들거나 내 것이라는 착각이 끼어들었을 때의 어처구니 없음, 모든 것을 얻으려고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는 욕심꾸러기 인간, 고정관념에 얽매인 반응과 판단, 약이나 수술에 의한 효과가 아닌 플라시보 효과의 경제학, 환경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마다 달라지는 우리의 정직함에 대한 자세, 돈으로는 안되지만 물건이면 과감해지는 인간의 부정행위에 대한 심리, 공짜 점심은 없다지만 모두가 공짜 점심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단순히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를 더 잘 알수 있고, 이성적이 못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우발적이라거나 막연한 것이 아닌 예측 가능한 것이고 우리 뇌는 똑같은 형태의 실수를 거듭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다시 희망을 담은 합리성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아마도 이것이 저자가 정말로 말하고, 찾아가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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