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직관에 묻다 - 논리의 허를 찌르는 직관의 심리학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안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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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버리고 직관을 따르라!',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이리 말한다면, 대개는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대답을 듣게 될 것입니다. 사전적으로 직관이라는 말의 의미는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 또는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음'이라고 설명되어 있고, 언뜻 느끼기에도 '직관적'이라는  말은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이라는 말의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는 직관의 의미를 1. 의식에서 재빨리 떠오르는 것, 2. 우리가 충분이 인식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들, 3. 행동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동기를 수반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직관력이 뛰어나다'느니, '누구는 직관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직관에 의지해서 많은 것을 처리하려고 한다면 분명 그 사람은 어떤 단체 안에서 비현실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부정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으로 또는 더 나아간다면 뭔가 큰 사고를 칠지도 모를 위험한 사람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직관적인 행위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친 행위를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단정짓는 편견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직관과 사고는 서로 대립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아직까지 본적이 없었습니다. 이 책을 보기전까지는 말입니다. 

 '직관은 그 자체로 이성을 토대로 한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다. 직관-감성, 사고-이성의 연관이 아니라 직관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안전한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형성된 하나의 체계로 사고 과정과는 다른 체계일 뿐 대립되는 관계는 아니다.' 이 책이 말하는 직관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구절입니다. 이 말을 곰곰히 뜯어보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저자가 자신의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부분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직관과 사고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 발전시킨 서로 다른 양식의 반응 체계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관도 나름의 합리성과 이성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능력이라는 말이 언뜻 모순되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그리 주장하는 타당한 이유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와 밀워키 중 어디의 인구가 더 많은가?'라는 질문에 미국 학생의 60% 정도만이 답을 맞추었지만, 독일 학생의 대부분이 답을 맞추었다는 사실 -독일 학생들이 지리 공부를 열심히 해서 더 많이 안다는 것이 아니라, 디트로이트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고 밀워키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직관, 즉 재인 어림법(recognition heuristic)이라는 어림셈법(rule of thums)을 사용한 예-, 야구 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복잡한 수학적, 물리학적인 공식에 의한 궤적의 계산 없이 정확히 잡아내곤 하는 것 -경험에 의해 공에 시선을 고정하고 달리기 시작해 시선의 각도가  일정하게 되도록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시선 발견법(gaze heuristic)이라는 어림셈법을 사용한 예- 등을 통해서 저자는 직관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중요한 정보만 주목하고 다른 정보들은 무시해 버리는 사용하기 편리한 어림셈법-독일 학생들의 재인 어림법이나 야구 선수의 시선 발견법-을 기초로 하여 두뇌의 진화 능력-매순간 인식 기억과 물체를 추적하는 능력-을 사용하여 실행하는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진화와 적응의 과정에서 인간이 사용하기 시작한 어림셈법이 세대를 이어져 내려오며 발전하고 정착된 '무의식적인 지능'에 뿌리는 둔 직관이라는 형태의 반응형식을 이루었다는 주장인데, 이 말은 곧 직관의 뒤에 감춰진 효율적인 어림셈법을 설명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직관이 성공하거나 실패할 경우를 말할 수 있다면, 직관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이고,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FA컵 승자 예측하기나 윔블던 선수권 대회 승자 예측하기, 두 도시나 국가 중 인구가 많은 나라를 맞추라고 했을 때 부분적인 무지가 기여하는 재인 어림법의 일관된 효과, 다양한 상황에서 단 한가지 이유만을 근거로 하는 순차적인 의사 결정의 놀라운 효과, 환자의 진료 과정에 도입한 '예'나 '아니오'라는 단순한 질문에 의거해서 의사 결정을 하게 만든 '빠르고 간단한 나무' 방식의 효율과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직관을 적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 경우들입니다. 직관이 실패한 경우의 예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는데,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권위에 대한 복종과 양심'이라는 실험으로 설명되곤 하는 평범한 독일 군인들의 학살가담을 '계급의 서열을 깨뜨리는 행동을 하지 마라' 또는 '동료중의 다수가 하는 행동을 하라'는 어림셈법에 의거한 행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에 대한 '옵트아웃(opt-out)' 국가에 비해 '옵트인(opt-in: 사전 동의)' 국가의 낮은 기증률 또한 '기본 규칙이 존재한다면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직관에 의해 설명이 가능하고, 영국의 치안판사들이 보석결정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빠르고 간단한 나무'의 예도 직관이 자신을 위한 방어적인 결정을 내리는 부적합한 경우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결국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직관과 사고를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직관에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무엇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직관에 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에 동의한다면, 직관이 단지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삶의 가이드'라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가장 정교한 추론이나 계산 전략들도 하지 못하는' 것을 어떤 규칙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무의식적으로 가공할 정도로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 안에 잠재된 능력과 의미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밝게 보이기 보다는 '안개가 자욱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것을 사용하여 어떻게 효과적인 결과들을 산출하고, 또 어떤 때 비극적인 결과나 혼란을 초래하게 되는지에 대한 실례들을 통해 '직관에도 신뢰할 만한 이유들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표현한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직관에 대해서 새로운 관심과 이해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기존의 심리학이나 기타 뇌신경학 등의 분야와 얼마만큼 겹쳐있고, 얼마만큼 다른지에 대한 혼돈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직관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부여하고자한 저자의 노력이 신선하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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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이 꼭 이겨야 할 마음의 죄
제리 브릿지즈 지음, 오현미 옮김 / 두란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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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하고 겸손하게 우리의 교묘한 죄를 인정해야만 그 죄 사함을 통해 우리에게 오는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죄와 직면해야 한다.'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개념 중의 하나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었습니다. 20대가 되어서 제대로 성경을 배우고, 신앙단체에서 생활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그때까지의 죄에 대한 의미는 도덕적인 것과 법적인 면에서의 죄와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한데 처음부터 대놓고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죄인이고, 나도 당연히 죄인이고, 그리스도의 희생에 의해서 구원을 얻은 존재라는 개념은, 말로는 이해가 될지 모르지만, 심정적으로는 한동안 동의가 되지 않는 개념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죄이고, 세상의 첫 사람인 아담 이후로 모든 인류는 원죄를 안고 있다는 개념은 기독교의 기본 진리에 대해 지식이나 정보가 전무한 초보 신앙인이었던 내게는 아무래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그리고 나의 죄에 대한 고정관념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고 깨달아 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 문제들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문득 그때의 내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자가 말하는 죄의 목록들이 그때만큼 갈등을 일으키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때 가졌던 것과 비슷한 생각들이 하나 둘씩 발언권을 얻으려고 꿈틀거리고 있다고나 할까요. 저자가 말하는 확연히 구분되는 우리 시대와 문화가 안고 있는 자명한 죄가 아닌, 그보다 더 세련되고 교묘하고 점잖은 죄의 목록들을 들여다보며 방심이라도 할라치면 순간 내 안에서 이런 말들이 뛰어 나오려고 꿈틀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걸 죄라고 하면 어찌 살겠나! 나도 사람인데, 그 정도는 눈감고 넘어가 줘야지! 아니, 그건 죄라기 보다는 인간 본성이 아닌가! 세상에 살면서 옷깃에 세상의 물이 드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어허, 그냥 산속에 들어가 면벽이나 하란 말을 하지 그러나!...... 하지만 저자는 강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도답지 못한 것', 거기에 해당되는 모든 것은 죄라고..... 그리고 '하나님은 이런 죄는 되고 저런 죄는 안된다는 기준을 주신 적이 없'으며, '모든 죄는 다 불법'이라고..... 많은 크리스천들이 저자가 말하는 죄의 목록을 외면하거나 깨닫지 못하는 것은 신앙인들이 세상안에 살면서 구별되기보다는 현대인들의 감수성에 맞게 그리고 듣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죄의 개념을 순화시켜 명백한 중대 죄악만을  죄로 재규정함으로써, 사소한 죄에 대한 자각이 의식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며,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우리가 묵인하는 성도의 점잖은 죄든, 우리가 지체없이 정죄하곤 하는 극악무도한 죄든 , 모두 다 하나님의 율법을 무시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질책을 받을만한 것이며,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마땅하다'고 일깨우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죄의 목록은 실제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명백하게 죄라고 인식하게 되는 그러한 종류의 죄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 삶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서, 죄라는 자책조차 없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곤 하는 성도답지 못한 행동에 대한 목록입니다.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목차에 저자가 언급한 것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노라면 모두 내 안에 있는 것들입니다. 많든 적든, 자주 나타나든지 아주 가끔씩만 저지르든지, 바로 내 삶에서 내가 보인 것들이고, 그러한 생각에 이르면 바울 사도의 말처럼 '오호라 나는 곤고한 죄인이로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불경건함 - 하나님 없이 사는 죄, 걱정과 좌절 -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는 죄, 불만족 - 하나님이 주신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 죄, 감사하지 않음 - 하나님의 은혜를 당연히 여기는 죄, 교만 - 자기만 높이는 죄, 이기심 - 다른 사람은 돌아보지 않는 무관심의 죄, 자제력 부족 - 욕구에 지배당하는 죄, 참을성 없음과 성급함 - 모든 것을 내 기대에 맞추려는 죄, 분노 - 해결하지 못한 이기심의 죄, 비판주의 - 감히 하나님의  역할을 침해하는 죄, 시기와 질투 - 한 몸을 이루는 형제자매를 경쟁자로 여기는 죄, 혀로 짓는 죄 - 남을 깎아내리고 싶어하는 죄, 세속성 - 세상의 가치를 따르는 죄..... 바로 신앙인이라는 내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들입니다. 또한 각각의 목록뒤에 저자가 붙인 죄명은 변명하고 싶지만, 신앙인으로서 정직하게 고백한다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성경의 말씀들과 예수님의 가르침들을 돌이켜본다면 말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나는 곤고한 죄인이라고 한탄만 하고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저자가 바라는 것은 이러한 죄에 대한 정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죄가 넘치는 곳에 은혜도 넘치게 되듯이, 우리의 죄에 대한 자각은 바로 또 다른 은혜의 통로요,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라는 깨우침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의심쩍은 눈초리로 여자를 쳐다보는 것은 간음하는 것이요, 형제에게 욕하는 것은 살인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말씀을 읽으면서도, 그리고 실제 삶에서 살인이나 동성연애나 낙태, 마약 등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정죄하면서도,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는 우리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성경에 담긴 말씀이 말하는 것, 예수님께서 가르치셨던 것들을 어기는 것, 즉 성도답지 못한 모든 것들이 죄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화내고, 남을 비판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걱정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시기와 질투에 잠을 못이루고, 경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것들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는 죄라는 사실을..... 하지만 저자가 우리에게 그러한 지적을 통해서 선사하는 선물은 그런 죄에 대한 자각에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훨씬 더 성결하게 살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죄를 자각하고 그것들을 정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는 회개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과 우리사이를 가로막곤하는 이러한 교묘한 죄를 사함받고,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면이 훨씬 더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덧붙여 우리의 심각한 죄에서 뿐 아니라 이러한 교묘하고 점잖은 죄들에 대해서도 복음안에서 우리가 사함을 받았고, 성령님의 꾸준한 도우심 안에서 그것들을 깨닫고 자각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격려를 통해서 신앙인으로서의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고, 성화된 삶으로의 경주를 기쁜 마음으로 소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겸손히 저자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회개하는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은혜의 선물이 아닐는지..... 간음한 여인을 고소하는 이들을 향해 '누구든지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음성을, 나의 삶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예민하게 듣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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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학 4 : 우주가 궁금해! -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의 모든 것
울리히 얀센 외 지음, 유영미 옮김,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박석재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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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현재 존재하고 있거나 이미 존재했던 것들 중에서 아직까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열광하는 분야 두 개를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땅속에 묻혀 있는 '공룡시대'와 우리의 머리 위로 펼쳐진 '우주'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바닷 속이나 고대 문명, 미지의 세계, 남극이나 북극, 히말라야 산맥의 꼭대기 등 마음 먹는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고 싶다고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영역이 많긴 하지만, 공룡과 우주라는 영역만큼 아이들에게 광범위하게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분야는 없는 듯 합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하는 책의 종류만 뒤적여 보더라도 금방 관심의 정도를 짐작할 만 하지요..... 독일의 튀빙겐 대학에서 처음 시작된 어린이 대학의 강의를 책으로 다시 편집했다는 '어린이 대학 시리즈'의 1권 첫번째 이야기가 공룡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도, 그리고 어린이 대학 강의 시간에 끝에서 두번째 줄에 앉아서 중력과 별 이야기를 관심있게 듣고 있던 열한 살짜리 소녀의 '우주에 끝이 있다면 그 끝은 어떻게 생겼을까요?'라는 질문을 마음에 두고 있던 어린이 대학 교수님들이, 그 소녀에게 이해하기 쉽게 제대로 대답해 주지 못한 빚진 마음을 풀기 위해 우주의 비밀에 대한 내용으로 어린이 대학 4번째인 이 책을 쓰기로 했다는 것도 어찌보면 아이들이 여기에 가지는 관심과 열정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현령비현령식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표지 그림에서 한 소녀가 문을 열어 젖히자 바로 우주 공간의 문턱에 서있는 그림은 언뜻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아이들을 위해 썼던 우주에 대한 이야기인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에서 주인공들이 우주를 드나들던 방법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직까지는 우주로 갈려면 지구의 무거운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어마어마한 로켓의 힘을 이용해야 하지만, 인류가 진보한 어느 순간엔가, 아직까지는 어쩔수 없는 중력과 공간과 시간 등에 대한 획기적인 조작(?)기술이 발견(또는 발명)된다면 표지의 그림처럼 문 하나만 열거나 한 발짝만 옮기면 우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아직까지는 망상에 가깝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결코 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와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개념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해지고, 흐물거리기도 하고, 굽어지기도 늘어나기도 또는 짧아지기도 하는 이상 야릇한 상상같은 현실속으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우주의 끝은 있을까? 우주는 얼마나 클까? 왜 별에서는 빛이 날까?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은하와 별과 행성들이 있을까? 우주에는 정말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우리가 밤하늘에 보는 별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등등 무수한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단순하게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또는 구렁이가 담넘어가듯이 대강 이러니까 이렇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아닙니다. 이 책을 쓴 우리 어린이 대학의 교수님은 공부를 많이 하고 천문학과 우주 물리학을 끼고 사는 분으로, 어린이들에게도 대학생들에게 가르쳤듯이 자신이 지금까지 알게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기를 원하시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내용을 설명할 때면 빅뱅, 블랙홀,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우주 배경 복사, 윔프, 중력파, 일반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 초신성(슈퍼노바), 백색 왜성 등의 낯선 용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상대성 이론을 통해 공간과 시간의 비밀을 말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빛의 속도 뿐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나 커다란 중력이 작용하면 공간이 휘어진다는 대목, 블랙홀에서 '특이점'과 '사건의 지평선' 등에 대해서 설명하는 곳에 이르면 교수님의 말대로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듯도 하고, 어지럽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른들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내용들인데, 우리 교수님은 아이들에게 푸딩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을 때와 앵두를 올려놓았을 때의 차이에 대한 비유며, 풍선위의 진드기 두마리 이야기, 트램펄린 위에서 쥐를 보고 펄쩍 뛰는 음악 선생님과 그것을 즐기는(?) 과학선생님의 이야기, 우주선을 타고 가는 버찌 씨를 뱉는 사람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아주아주 쉽게 설명해 주실려고 애를 쓰시지만, 이해하기가 조금(?)..... 아니 많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고 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깨닫게 된 스스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시를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별을 보며 가까왔던 사람들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지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머리위로 펼쳐진 광활한 우주의 모습에서 신비롭고 오묘함을 은연중에 느끼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막연한 느낌으로가 아닌 실제로 머리를 싸매고 냉정하게 달려들어서 이리저리 궁리하고 분석하고 조합해서 논리적을 접근하는 과학의 눈으로 우주를 올려다 보았을 때도, 아무것도 모르고 보며 느꼈던 것 못지 않은 광활함과 오묘함 그리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흥미로운 우주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니 알면 알수록 더 신비로운 구석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시간은, 지금까지 모르던 여러가지 사실들을 새로이 알고 이해하고 어떤 것은 너무 어려워 뒤로 밀어놓기도 하는 시간이 되겠지만, 여하튼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 인해서 더 많은 궁금증과 흥미를 쌓게 되는 기분좋은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궁금증과 흥미를 푸는 것은 나중에 우리 아이들의 몫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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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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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경제'.....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된서리에 애물단지처럼 눈총을 받는 처지가 되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서 떠 받들던 용어입니다. 나름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대세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옹호에 있었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지금은 잠시 그러한 정책의 결과가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를 몰고오지 않았느냐는 책망어린 눈총을 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서까지 받고 있는 듯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의 관점으로 씌여진 이 책이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는 것은 불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면에서는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전처럼 다 그 쪽이 옳은 듯이 몰려가는 상황에서 읽었다면, 아마도 경제학적인 지식이나 사고력이 빈약한 나같은 일반 독자들은 아무런 비판없이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겠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훨씬 까다롭게 읽고 생각해 볼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합당하다고 생각할 만한 내용들을 발견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의 힘에 대한 유용성을 기꺼이 인정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괴짜 경제학>을 비롯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씌였던 여러 경제학 교양서들이나 요즈음 많이 소개되고 있는 행동경제학 등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의 유용성에 대한 것들을 대할 수가 있었습니다. 단지 경제라는 한 분야만이 아니라 교육이나 범죄, 가난의 구제, 반칙이나 편법의 발견 등 그리 응용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도 경제학자들은 곧잘 경제학의 개념을 동원하여 멋지게 그러한 현상의 실타래를 풀어 헤쳐서 독자들에게 알려주곤 했으니까요. 이 책도 큰 의미에서는 그러한 면에서의 경제학의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좀 다른 면이 있다면 어떤 현상의 해석과 해결책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상을 더 획기적이고 광범위하게 변화시키고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과 신자유주의 경제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던 변화와 변혁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는 세세한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경제학의 7가지 원칙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이후의 자신이 소개하는 변혁과 변화의 사례들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정책의 결과들이라는 전제에 해당하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7가지 원칙이란 '1. 책무성(accountability)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2. 절약과 비용편익 분석(economizing and cost-benefit analysis)의 원칙, 3. 저축과 투자(saving and investment)의 원칙, 3. 인센티브(incentive) 유인의 원칙, 5. 경쟁과 선택(competition and choice)의 원칙, 6. 기업가 정신과 혁신(enterpreneurship and innovation)의 원칙, 7. 효율적 복지(welfare)의 원칙' 입니다. 이미 많이 들어왔던 용어도 있고, 실제 우리 정부도 어떤 정책을 실행할 때 위의 몇가지 용어로 그러한 정책의 타당성을 강조하였던 기억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원칙을 개인과 기업, 정부와 세상사의 어려움에 적용하여 의미있는 변화와 발전을 이룬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경제학의 실질적인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소액대출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여 빈곤퇴치에 획기적인 성과를 보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이야기는 아마 경제학자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참신한 자극을 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돈 걱정없는 노후를 위한 저축 비결로 채택되어 성과를 거둔 리처드 탈러의 'SMART' 저축계획, 매번 주식시장에서 당하고만 사는 개미들의 생존을 위한 투자법으로 소개된 포트폴리오 이론과 배당 투자 전략과 효과, 우리에게도 많은 염려를 안기고 있는 연금에 대한 성공적인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칠레의 연금 민영화 모델과 개혁의 성과, 기업 성과 측정의 지표로서의 경제적 부가가치 (EVA)라는 개념의 정립, 교통체증에 대한 각종 요금 및 교통정책을 통한 경제학적인 해결책들, 건강저축계좌를 통한 소비자 주도형 의료 해결책, 실질적인 사형제도의 유지를 통한 범죄율을 줄이는 효과에 대한 증명, 합리적인 경매이론의 개발을 통한 효과, 기존의 인식과는 반대되는 경제발전에 의한 환경오염 감소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홍콩 및 인도의 성장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모델의 이면에 담겨 있는 원칙, 감세 이론의 이론적인 토대에 대한 설명, 지니계수로 표현되곤 하는 빈부격차의 비현실성과 다양한 삶의 질이라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고려한 빈부격차 문제에 대한 답, 경제자유지수와 경제발전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서 개인과 국가와 사회에 유용성을 끼친 경제학의 능력과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제학적인 지식이나 토대를 가지지 못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저자가 말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모두 타당하거나 대단해 보이기 십상입니다. 실제 책을 읽으면서 비판거리보다는 실제 그런 성과를 거두었네, 대단한데 하는 등의 생각이 앞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켈트의 호랑이라고 치켜세우며 고속성장한 나라로 예를 든 아일랜드가 최근에 외환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 하나만 걸고 넘어진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그러한 원칙에 입각한 여러 성과들의 이면에 있는 그림자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원칙들이 경제적인 효율과 성장을 위해서는 최선책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 다양한 현실에서는 결코 만능키가 될 수는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명확한 비판은 나 같은 일반 독자의 능력을 벗어나는 부분이겠지요. 다만 현재 공포를 몰아온 금융위기의 현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 이 안에 들어있는 여러 획기적인 개혁이나 성과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당한 대우가 필요한 측면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 후에는, 그라민 은행의 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경제적인 효율뿐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함께 담긴 그러한 경제학이 세상을 향해 더 많은 선물들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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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암소들의 여름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정현규 옮김 / 쿠오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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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 그리고 아직까지도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 보지만, 도통 그 의미를 유추해 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의미로 제목에 '웃는 암소들'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는지..... 여름이라는 단어는 이야기의 배경이 여름철이니 이해가 가지만, 웃는 암소들이라는 말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10마리의 목장에서 키우던 소가 나오기는 하지만, 주인공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하여 고깃덩어리와 소시지 등으로 분리가 되니, 제목하고는 관련시킬 수 없을 듯하고, 아마도 정상인이 보기에는 정신없이 이야기속을 헤매는 주인공들과 등장인물들을 말하는 듯하기는 하나, 왜 하필이면 암소란 표현을 썼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일까나.....

 만남과 여행 또는 방황, 재회와 파괴, 그리고 자유와 이별, 새로운 출발.... 이러한 단어들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한 짧은 단상을 제공하는 것들입니다. 대단한 사랑 이야기도, 열정이 담긴 성공 이야기도, 세상을 구하는 영웅 이야기는 더더구나 아니지만, 단순한 듯 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서 진행되는 등장인물들의 삶은 이내 우리의 삶이란 것이 그런 것이지 않겠는가 하는 동의를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드라마나 소설 또는 영화 속의 장면들처럼 대단한 것들을 만끽하며 살고 싶어하는 것이 허영심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속성이겠지만, 이 이야기는 다른 한편의 인간 현실이랄 수 있는 지극히 단조롭고 나약한 그리고 때로는 고약하거나 친근하기도 한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치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망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타베티 뤼트쾨넨과 평범한 택시 운전사 세포 소르요넨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곧이어 말도 안되는 목적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달리는 택시여행으로 이어집니다.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그저 그런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기 보다는, 독일군과의 세계대전에서 전차병으로 전장을 누빈 전쟁 용사요 저명한 측량위원으로서의 경력을 지녔고, 현실속에서도 가끔씩 그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지만 결국 냉정한 현실은 치매에 걸린 불쌍한 존재일뿐인 뤼트쾨넨에 대한 동반자이자 보호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소르요넨의 자발적인 도움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중간이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줄기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끼어드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뤼트쾨넨의 전쟁동료인 농부 하이키 매키탈로와의 만남과 창조에 반하는 농장의 철저한 파괴, 그러한 파괴적인 행동에 칭찬과 경애를 보내는 당국에서 나온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행동, 농장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습지로 내몰린 소들과 파괴된 농장에 대한 당국자들의 뒷처리 후에 시작되는 살아있는 소들에 대한 사냥..... 호숫가의 수송선 위에 텐트를 치고 10마리의 소들을 사냥하며 여름을 나는 주인공들과 굶주림에 채식이라는 자신들의 이상을 내팽개치고 음식을 택한 프랑스의 여자들..... 이 모든 만남과 여행 그리고 일탈 후에는 이들에게 훨씬 더 정상적인 삶을 위한 이별과 만남, 그리고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여자들을 떠났고, 매키탈로 부부는 친척집으로 가고, 뤼트쾨넨은 실버타운의 새 집에 보금자리를 틀었고, 소르요넨은 여자 친구 이르멜리 로이카넨과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밉니다. 하지만 정상으로 돌아온 이들의 일상의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망각과 파괴의 쾌활한 그림자들이 너울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망각에 빠진 노인과 순진한 청년, 사회에 대한 반항과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한 파괴 욕구를 실현한 농부, 그리고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였던 프랑스 여자들과 호텔에서 굶주림을 달래며 비밀스럽게 측량을 하던 알바니아와 보스니아 측량팀..... 이들의 삶을 함께 엮은 이 소설은 현실적이지도, 그럴 듯하지도,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음미하다보면, 현실보다 훨씬 현실적인 듯하고, 그럴듯하고, 음울하지만 즐겁기도 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보다는 그러한 현실에 대해 상상을 덧붙이고, 이리저리 부풀리고 삐딱하게 들여다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속성으로 인한 것이겠고, 그러한 연유로 저자가 소설속에서 보인 망각과 파괴의 과정 뒤에 남는 것들은 오롯이 마지막 책장을 덮은 독자들의 몫이겠지요..... 웃음, 침묵, 음울, 자유, 무시, 반항, 분노, 허탈, 수용, 포용 .....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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