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박사, 노벨동물학상을 타고 말 거야 팽 박사의 생태 탐험 시리즈 1
정재은 지음, 김석 그림, 박시룡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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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정글과 남극의 빙하, 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막.....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상상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꿈속에서라도 한번쯤 그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면 얼마나 좋을지..... 하지만 실제로 가는 것은 아마 많은 이들이 'No! No! No!' 하지 않을는지.... 팽박사와 같은 허풍선이에 대책없는 열정만 가진 어른이나 지나와 같은 마음이 여려서 거절하지 못한 채 팽박사의 조수가 된 어린이, 밴디와 같은 모험심 강한 아이, 또는 비비씨와 같은 교활한 밀렵꾼 등의 몇몇 부류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여하간에 대책없는 팽박사는 꿈속에서 받은 말도 안되는 노벨동물학상을 현실에서도 받고야 말겠다는 엉뚱한 열정으로 자신의 조수 지나를 설득-꼬드겼다고 해야겠지요^^-해서 커다란 에드벌룬만큼이나 부푼 꿈을 품고 모험을 떠납니다. 자~ 떠나자~~ 아마존과 남극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아프리카로.... 그들이 만난 동물들은 아나콘다에서 시작하여 흡혈박쥐, 분홍 돌고래, 앨버트로스, 각종 펭귄, 오리 너구리, 무덤새, 코브라와 몽구스, 쟁기발두꺼비, 그리고 벌거숭이 두더지까지..... 알기도 하지만 모르기도 하는 동물들을 만나며 노벨상을 꿈꾸는 팽박사와 철없는 박사 뒷바라지에 죽어라 고생하는 지나와 아마존에서 만나 소년 밴디. 하지만 이들의 모험-특히 노벨동물학상을 받겠다고 설쳐대는 팽박사의 모험-은 새로운 희귀동물을 발견한다기 보다는 자신들이 미처 모르던 것들을 확실하게 보고 알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 정도의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중간에 밀렵꾼 비비씨와의 만난 뒤에 발생하는 동물들의 피해 -분홍돌고래가 총탄세례를 받고, 황제 펭귄이 살해당하고, 코끼리가 남몰래 죽임당하는-를 통해서 팽박사는 새로운 희귀동물을 찾는 모험심 넘치는 동물학자가 아닌, 지금 존재하는 희귀동물들의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주위에서 맴돌았던 밀렵꾼을 잡고자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단순하지만 집념어린 -머리도 조금 쓸줄 알고^^- 탐정으로 변신합니다. 애처러운 팽박사의 고군분투(?)에 하늘도 무심치 않아서, 팽박사의 단순 무식한 작전에 비비씨가 말려들고, 그 작전으로 밀렵꾼 일당을 소탕하는 공로를 세운 팽박사는 당당하게 뉴스에 출연하는 유명인사가 됩니다. 물론 팽박사는 아직도 이것 보다는 노벨동물학상이 더 탐나겠지만, 유명해지는 것이 싫지는 않았겠지요.....^^ 

 이야기의 전개나 등장인물의 모습이 평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단순한 플롯을 유지하며 팽박사 일행의 모험이 시작되고 또한 마무리 되고 있어서, 이 책의 주된 독자층으로는 아마도 초등 저학년 아이들 정도가 적절할 듯 합니다. 분량이 좀 많긴 하지만, 그림책 읽기를 뛰어넘은 아이들이 어렵거나 혼란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또한 여러 희귀 동물에 대한 소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몇가지 특징적인 것을 말하는 정도라서, 딱히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을 책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정도의 효과를 바라고 읽을 만한 책일 듯 합니다. 하지만 나같은 어른이 아닌, 지나와 같은 또는 밴디와 같은 어린이들이라면, 나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는, 팽박사와 함께 하는 아마존의 정글과 남극의 빙하와 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막 탐험이 될 수 있을겁니다. 또한 어른인 나는 마음으로만 떠나보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중의 누군가는 정말로 아마존과 남극과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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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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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지체장애 아들 둘을 키운 아버지, '아빠 어디가?'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던 아들에게 '고속도로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에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에게 잡아먹히는 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믈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한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등의 대답을 하였던 아버지, 정상적이지 않았던 아이들을 몇번이고 창밖으로 내던지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 그리고 글을 모르지만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했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아버지의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도 못하고,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잊어먹는, 다 커서도 인형을 빨고 다니고, 자신의 손과 이야기하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눈물로 호소하고 동정을 구하는, 또는 불평불만을 가득 담아 세상을 향해 내뱉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만 적당하게 웃길 줄도 알고, 적당하게 눈물짓게도 만드는 유머로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아버지는 두 아이를 통해 두번 세상의 종말을 맞이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자신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멍청하다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제대로 실패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비웃기도(?) 하고, 자신이 세상에 남긴 흔적(아이들)이 깨끗이 닦은  바닥에 흙 묻은 발로 발자국을 남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는 당혹스러운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과연 아이들을 만들어 낸 것이 잘한 것인가라는 부질없는 질문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의 머리속에는 지푸라기 밖에 든 것이 없다는 표현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고,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참아낼 수 없었던 적이 많았고, 그런 아이들이 자신이 사랑하기에는 너무 버거웠으며,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천사의 마음과 인내가 필요했겠지만 자신은 천사가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아버지가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가 읽는 이로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너무 진지해지지 않고, 너무 동정하지 않고, 너무 피상적이지 않게 이 아버지가 겪었을 삶에 대해, 그리고 두 아이들의 살았을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으며 그리 생각했습니다. 이런 삶을 이리 살아낸 사람도 있구나... 이리 살아온 사람도.... 그리고 그런 삶을 이리 써내는 사람도....

 내게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들처럼 자라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으로 자라고, 말과 글도 유창하게 사용하고, 마음껏 뛰어다니기도 하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들을 척척 해내는 귀여운 아이 둘이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는 "아빠 어디가?"라는 말밖에 할줄 몰랐고, 거기에 대해서 저자는 이런 저런 유머스런 답을 하면서 길을 갔지만, 나의 아이들은 나를 힘나게 하고, 기쁘게 하는 말도 곧잘하고, 또한 이런 저런 흥미있는 이야기들로 내가 귀기울이도록 만드는 재주도 있습니다. 저자가 아이들을 바글바글 낳아서 하고 싶어했던,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산길을 걷고, 나무와 새와 별의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고, 농구하는 법을 가르치고 함께 시합을 할 수 있고,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등등의 일을 멋지게 해 낼수 있는 아이들이 내겐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자는 운이 없어서 유전자 로또에 도전해서 본전도 못 뽑았다고 한탄하지만, 내게는 멋지게 당첨되었다고 뽐낼만한 아이들이 둘이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저자가 두 장애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삶의 모양과 다른 멋진 것들을 쉽게 찾아낼수 없는 당혹스러움이 문득 내게 다가섭니다. 어찌보면 나와 아이들의 삶속에 담겨있는 평범함 자체가 멋진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장애아 둘을 키우며 멋지게(?) 살아온 저자에 비해서 내게 주어진 아이들에 대한 감사와 경이, 기쁨과 환희 등이 결코 더 풍요로웠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깊이를 모르는 절망이나 아이들을 창밖으로 던지고 싶은 충동같은 극단적인 감정은 훨씬 덜 하였을 수 있지만, 아이들로 인한 감사의 마음은 저자보다 훨씬 덜하지 않았을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낫지 못한 것을 책망하고 몰아세우며 비교하지나 않았는지.... 내 인생에 주어진 아이들로 인한 풍요로움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가는 것도 너무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등등의 많은 상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내게 아무런 극적인 선물이 될 수 없었던 삶의 어느 순간부터, 난 저자가 느꼈던 아이들을 통한 삶에의 성찰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너무나도 솔직한 이야기들과 그 안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이 보이니?'.....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지내던 나의 삶에 채워진 것들, 앞으로 채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밝히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이리 주어진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저자와 두아이의 삶이 곧 그들만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감당하며 끌어안아야 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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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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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등학교 어디쯤에선가 배우고는 영원히 기억속에 잠겨있을 헌법조문을 들고서, 전 국회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인기있는 저술가였던 이가 지식 소매상이란 명함을 새긴 채 돌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현재는 모든것이 그 헌법이 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 같은 2009년 대한민국 한복판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말 민주공화국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들이대며 나타났습니다. 그가 참여했던  참여정부가 힘없이 무너지고,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 뽑힌 새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때에, 난데 없이 우리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아직 값을 치루지 않은 후불제라고 주장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과거의 그의 모습과 그가 참여했던 정부에 대한 애증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모습을 보며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 여유를 가지고 고려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고백처럼 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식을 모아 다시 꾸리는 지식 소매상의 솜씨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대단한 독창성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지만,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의 많은 부분이 그동안 그가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경험이자 자신의 가치관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들이지만, 그 틈새로 번뜩이는 그의 생각들은 경제위기의 파고속에 생각을 놓고 살아가는 나같은 이들에게는 분명 많은 깨우침을 주는 것들이라고 고백하게 만듭니다. 

 유시민..... 내게는 이 이름은 정치인으로서의 한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김영춘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바른 말을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참여정부의 지리멸렬(?)과 함께, 노대통령과 함께 그러한 이미지의 희생양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그런 오해의 조각중의 많은 부분은 떼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찌보면 참여정부 내내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하찮은 범부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는 나와 긍정적인 소통의 길을 하나 닦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헌법의 당위'와 '권력의 실재'라는 단원으로 나눠진 책은, 전반부에는 우리 헌법이 말하는 기본권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헌법에 의해 실행되는 대의민주주의가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국회를 통해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헌법이 말하는 당위와 권력의 실재 사이의 간극을 밝히고, 그 차이의 원인과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저자는 우리사회의 현재까지의 모습과 헌법이 말하는 당위사이의 간극을 크게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각 사회 구성원이 충분한 민주적 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헌법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혁명이나 희생없이 선진 민주국가의 헌법을 단순히 모방하여 선언적으로 작성한 것이기에, 헌법이 말하는 내용을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또한 헌법이 당위로 내세우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시행착오, 또는 희생이나 투쟁 등이 뒤따라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제헌헌법이 제정된 뒤의 4.19, 5.16, 5.18, 6.10 등의 사건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리 지불하지 않았던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한 후불의 과정이었고, 아직도 그러한 과정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특히 현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헌법에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들에 대해서 찬찬히 살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헌법속에 규정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도 일종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저자의 발상은 많은 면에서 깊이 공감을 하게 만드는 개념입니다. 법체계는 이미 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분명 저자가 말하는 대로 우리 사회 구성원 각각은 그러한 체계에 적합한 옷을 아직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했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그러한 기발한 용어를 소개했다는 자체보다는,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을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아직 치루지 못한 값의 많은 부분 중 적지않은 부분을 덜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정말로 헌법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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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헌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행적에 대한 변명들이 함께 담긴 점도 눈에 띈다. 물론 그런 변명이 저자를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한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측면도 있지만.....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대한민국 국민 모두, 특히 국가로부터 추방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프롤로그의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부분 (p21-5), 마르틴 니묄러의 시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p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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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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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현정부의 시작과 함께 많은 기대도 함께 부풀어 올랐어야 할 2008년의 시작은, 현정부가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온갖 혼란스런 정책들을 내뱉고 불협화음을 연출한 탓에 기대보다는 '또 다시 5년을 견뎌야 하나!'라는 염려와 체념의 싹이 자라기 시작한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자라는 또 다른 싹이 있었으니..... 그런 염려와 체념과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이었습니다. 학교 자율화 조치와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타결에 대한 반응으로 처음 촛불을 든 여중고생들의 행동은 아마도 염려와 체념속으로 가라앉아가던 평범한 이들의 마음속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 듯 거침없이 사람들을 거리로 모아들였습니다. 거리에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염려와 체념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들이 가슴속에 쌓았던 생각과 말들을 뱉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그들이 외친 말들이 참의미는 바로 '내가,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이었고, 또한 '우리를 인정해 주고, 우리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였습니다. 물론 주권자로서의 촛불시위자들의 말은 번번히 외면당했고, 충돌했고, 낙인이 찍혔지만, 열린 광장에서 서로 꿋꿋이 연대하며 진화하여 우리 현대사에 또 다른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촛불이 밝혀진지 1년여가 돼가는 길목에서 이 책은 2008년의 촛불에 대한 의미있고 좋은 기억들을 문자로 옮긴 기록이고, 또한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찾아서 정리하고자 한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관자..... 난 여러 의미에서 2008년의 촛불에 대한 방관자였던 듯 합니다. 지리적으로, 시기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인 위치와 생각의 차이 등으로 인해 멀리서 바라만 보던 촛불의 방관자였습니다. 그러한 방관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은 촛불시위 안에서 이루어지던 여러 의미있는 생생한 사건과 이야기들보다는 기존 언론매체에 의해 전해지는 각색된 기사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만큼 한쪽으로 편향된 판단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인터넷이 있다고는 하지만, 반듯하게 정리된 신문기사나 방송뉴스가 더 그럴 듯하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었고, 그 말에 더 귀를 기울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광우병에 대해서는 촛불집회자들의 경우 광우병에 대한 실상의 확인을 뒤로 한채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보수 언론과 정부의 주장을 더 신뢰하는 편이었고, 신문과 뉴스에 나오는 폭력시위 장면에 염려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뒤에 편집과 조작이라는 속임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PD 수첩이 주저앉는 소와 한 여자를 광우병 환자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사실들의 교묘한 왜곡을 지적하는 의견들을 보면서 그런 부정적인 방관자의 위치는 더 강화되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한데, 이 책의 촛불집회 진행과정에 담겨있던 생생한 이야기들은 내가 일방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또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의미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촛불의 시작과 진행이 단순한 학교 자율화 반대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구호에 머물러 있는 현상이 아닌, 자신의 정당한 주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와 권력을 틀어쥐고 질주본능을 과시하려고 하던 현정부와의 대결, 정책과 비젼과 가치관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는 면이 있고, 그렇다면 내겐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와 의미, 성취와 실패에 대한 것들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진행형이고, 그 안에서 우리사회의 다양한 가능성과 한계를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노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도 기억속으로 사라져가는 현장의 기록이라는 의미와 함께,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촛불집회에 대한 다양한 이들의 의미있는 기억, 긍정적인 내용과 미래의 희망과 바람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처럼, 2008년 촛불집회 자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귀닫은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항의와  경고,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보인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가능성 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 대한 반성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힘을 하나로 이끌어 내지 못한 시민단체나 시민 단체 지도자들의 무능력함에 대한 반성, 변화나 변혁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일방적인 승리의 선언으로 허탈하게 끝나버린 것에 대한 반성 등..... 하지만 거대한 시민사회의 힘을 눈으로 보고 듣고 체험한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촛불의 계속을 꿈꾸는 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자신이 생각하던 가치와 의미, 소망과 정당성에 대해서는 과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뒤에 담긴 이면에 대한 냉철한 반성에는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의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이라는 차병직 교수의 글마저 없었다면, 내게는 이 책이 마지막 촛불축제의  일방적인 승리 선언만큼이나 허탈한 촛불의 자화자찬으로 여겨질 뻔 하였으니 말입니다.  

"촛불의 권리는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권리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손아귀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신 상징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땅에서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시민권은 구체적인 권리다. 구체적 권리는 그 내용의 목록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만 실현할 수 있는 권리다. 구체적인 권리를 향유하는 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책임이다. 촛불집회는 헌법적 자항권의 발동이었는가, 아니면 시민불복종의 행동이었는가, 혹은 그 자체로 모두 정당한 구체적 시민권의 행사였는가. 헌법적 저항권이었다면 목적은 혁명일 수밖에 없고, 혁명의 성공여부에 따라 논공행상되거나 처벌받을 것이다. 정당한 시민권의 발동이었다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 끼친 손해는 배상하고 불가피하게 행한 실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대가를 받아야 한다. 시민 불복종이라고 주장한다면 기꺼이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자세로 부당한 법의 개폐까지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체포되어야 옳다. 이런 원칙적 문제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평가해야, 가슴속에 남겨둔 불씨를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문제만 훓어보더라도, 지금까지의 촛불집회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 (p135-6,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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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2008년 촛불집회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정리해, 그 의미와 성과를 묻고, 새로운 연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 촛불의 정신을 망각하지 않고 발전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한 고민의 첫걸음을 담았다는 점 등.....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촛불을 외부에서만 바라보던 방관인들, 촛불을 냉소하거나 야유했던 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촛불 안에 있었지만 그 의미와 결과를 혼돈스러워했을 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차병직 교수의 '촛불과 시민권에 대한 성찰' 전문 (p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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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파키스탄 키라코람 산맥의 K2를 사랑한 , 그래서 그 정상을 정복하고 싶어한 한 산악인이 있었습니다. 죽은 누이동생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열렬히 그 산의 정상에 서고 싶어했고, 오로지 그 곳에만 눈길을 향하고 있었기에, 등정에 나선 동안에는 그 주변에 있던 것들에는 마음 한자락 주지 않았던 서구의 오만함을 지닌 건장한 산악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웅장한 그 산은 그의 건장함과 오만함, 그리고 짧은 안목을 질책하고 시기하듯, 그가 정상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혼자 외떨어져 길을 헤매며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 고난을 안깁니다. 마치 사자가 자신의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사는 녀석만 품에 키운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처럼, K2는 자신이 품은 그 땅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해야할 일에 그가 합당한 사람인지를 시험이라도 하듯이, 자신에게 도전한 그가 길을 잃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게 합니다. 그의 이름은 그레그 모텐슨, 하지만 그가 일하는 파키스탄 지역에서는 보통 '닥터 그레그, 또는 '그레그 사하브'라고 불리웁니다. 자신의 조국 미국에서는 군인이기도 했고, 간호사로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일하는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는 사람, 가난한 그들에게 조국인 파키스탄도 해주지 못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우리들 식의 사회사업가나 박애사업가라는 말이 더 폼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에게는 파키스탄 사람들이 부르는 '닥터 그레그'라는 호칭이 그 어떤 말보다 더 의미있고, 폼나는 말일 듯 합니다. 

 다시 그가 등정에 실패하고 길을 잃고 헤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가 단순히 오만한 서구인으로서 K2를 정복하기를 원했던 사람에서, 그 땅을 근거삼아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공감하고, 자신의 일을 총과 미사일과 탱크로도 이루지 못한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완벽한 승리 비결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한 시작이 바로 K2 등정 실패뒤에 따라온 길잃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길잃음의 끝에 다다른 코르페 마을, 그리고 촌장 하지 알리와의 만남과 병약해진 그에 대한 가족같은 환대와 보살핌 속에서, 그의 눈에 그가 오르기를 원했던 산이 아니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황량한 땅만큼이나 힘든 삶을 사는 그들은 병원이나 의료서비스를 생각할 수도 없어서 상처의 고름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고, 그를 위해 잡은 숫양의 고기 뿐 아니라 뼈를 으깨 골수까지 뜯어 먹는 굶주린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지붕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아무 책이나 필기구도 없이 땅에 글씨를 쓰며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마 그는 깨달았을 것입니다. 동생을 위해 정상에 목걸이를 걸기위해 K2를 등정하려고 했던 일이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 그리고 죽은 동생을 위해, 허허벌판에서 변변한 도구도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정말로 의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지 알리에게 한 약속이 평범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더 가치있는 삶을 살게 된 그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립니다. "제가 학교를 지어드리겠습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첫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는, K2가 자신에게 부여했던 삶이 코르페에 학교 하나를 짓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열정 하나로 시작한 그의 삶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두개, 세개, 네개..... 의 학교를 짓는 일로 이어졌고, 이제는 십년이 넘게 파키스탄에 학교를 지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9.11사태 이후로는 그의 사업영역이 아프가니스탄까지 이어집니다. "테러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어딘가의 사람들이 단순히 우리를 증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죽음보다 삶을 선택해야 될 만큼 밝은 미래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는 그의 말에 아마도 그가 하는 일의 진정한 가치가 담겨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단순한 테러에 대한 예방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죽음보다 삶이 더 가치 있다는, 너와 나를 구분해서 총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손내밀고 미래를 나눌 수 있는 공유의 삶이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과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는 면에서 그가 하는 일, 그가 사는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안에서 우리에게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는 속삭임을 들으며,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도 함께 얻게 됩니다. 그의 삶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발티스탄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우리 방식을 존중해주어야 하네. 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 닥터 그레그,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실 시간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교육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라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또 살아남을 사람들이야." - 그레그에게 일을 빨리 마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하지 알리의 조언 (p219) 

 "..... 전쟁이 벌어지면 기독교고, 유대교고, 이슬람교고 간에 지도자들이 '신은 우리 편'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신은 피난민과 미망인과 고아 편이에요." - 탈레반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아프카니스탄 난민의 실상에 대해 무관심한 백악관과 의회, 유엔 등을 거론하며 그레그 모텐슨이 덧붙인 말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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