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 - 세상 바깥에 은둔한 한 예술가의 세상에 대한 ‘한 소식’
김양수 글.그림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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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나 소설가가 글로 자신을 밝히는 사람들이라면, 화가는 붓끝에서 그려지는 갖가지 그림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비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데 화가인 저자가 자신의 전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곁들인 시집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물론 소설가니 시인이니 화가니 하는 구분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나눈 범주일 뿐이니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화가를 업으로 하는 저자가 글을 담아 책을 내고, 그 글 옆에 그림들을 곁들여 뭔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면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림만으로는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의 끈들을 다 전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하지만, 이내 책속에 담긴 그림들을 보면서 말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 불경한 생각이 부끄러워집니다. 저자가 긴긴 시간을 도심의 바쁜 삶과 떨어져 자신만의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외딴 시골 마을에 들어가 자연과 그림을 벗삼아 소일하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약간의 힌트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것이 온전히 다는 아니겠지만, 세상의 한켠에 비켜선 삶 가운데서 스스로 길어올린 자신에 대한 탐구와 참된 자신에 대한 묵상이 세상사람들과의 소통으로 발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일상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어했다는, 그래서 자신의 삶이 녹아난 글을 바탕삼고, 자신의 그림을 삽화 삼아 세상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했다는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떨어진 감은 / 나비들의 몫이고  

 달려 있는 감은 / 까치들의 몫이고 

 생의 한 길가에 선 / 나는 누구의 몫인가. 

 자연과 한발 가까이에 다가선 삶 가운데서 느끼는 고요함 또는 고독, 혼자서 자연을 대면하고 홀로 자신을 찾아 헤메는 외로움,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부단히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열정..... 저자의 글 속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입니다. 세상에서 벗어나 있되 무조건 세상의 것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자연속에 담긴 것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고자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는 모습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비와 햇살, 개구리와 나비, 들판에서 일하는 촌부와 아낙, 풍경소리와 보름달, 삭풍과 안개, 그리고 봄날과 가을 풍경 등 일년 사시사철 순간순간 부딪히게 되는 사물과 자연의  풍경들이 단순히 지나치는 의미없는 이름들이 아닙니다. 온전히 자연의 일부가 된 저자와 소통하려고 하는 동등한 주체이자 아둔한 마음을 깨우치는 스승이고,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벗이자, 함께 껴안고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책 곳곳에 담긴 그림이 예쁘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아무런 가식없이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 저자의 진솔한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 바쁜 삶속에서 잊어버린 참된 '나 자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마음속에 새기게 만드는 글과 그림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세상 만물에 자신의 자리와 몫이 있듯이 '생의 한 길가에 선' 나의 자리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의 몫'일까요? 저자의 마음에서처럼, 내 삶의 구석구석을 품고 있는 '내 속뜰에도 여전히 상사화는 피고 지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와 같은 이들의 격려를 자양분 삼아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어찌할바 몰라 헤메고 있는 시간들 속에서도 여전히 내 삶은 그리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는 듯 합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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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1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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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믿고 손에 들었다가는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에  딱인 책.....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펼칠 때면 뭔가 색다르고 독특한 지도책을 생각할 것입니다. 멋진 지도를 기대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기대는 이내 허탈한 웃음으로 바뀌고, 책 날개를 제외한 내용에는 제대로 된 지도 하나 없는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라고 제목을 만들어 낸 출판사의 배짱에 고개를 기웃거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닐 듯 합니다. 정말로 내용에는 우리가 배우던 지도를 제대로 흉내낸 것이 하나도 없고, 온통 이야기 글들로 가득 메꾸어져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제목을 보고 책을 사서 미처 읽어보지 않고 책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입니다..... ^^ 조금만 더 참고 책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제목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라고 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 

 이 책은 단순히 세계지도를 그려놓고,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는지 보여주는 단순한 지도 책이 아닙니다. 지도라기 보다는 이야기 책이고, 이야기 중에서도 지도책 속에 담긴 여러 비밀과 의문들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즉 책속에 담긴 이야기라는 것이 우리가 지도나 지형을 들여다 보며 가지게 될 여러가지 궁금증이나 숨겨진 내용과 사건들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지도와 지리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경과 경계선의 수수께끼에서 시작하여, 마을과 도시의 수수께끼, 지형과 지리의 수수께끼, 지명과 국명의 수수께끼, 기후와 기상의 수수께끼, 지도와 국기의 수수께끼, 그리고 명소와 명품의 수수께끼에 이르기 까지 일곱가지 분야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이에 대한 대답을 통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한 호기심과 흥미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매력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날짜 변경선은 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지, 중동이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일컫는 것인지, 아프리카에 분쟁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왜 할리우드가 영화의 도시가 되고 하와이는 미국 땅이 되었는지, 사막 사이를 흐르는 나일강의 물이 어디서 오는지, 7대양이란 어느 바다를 말하고 태평양은 언제부터 태평양으로 불렸는지, 왜 런던에 안개가 많고 고비 사막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홍수 피해가 많은지, 세계 여러나라 국기중 삼색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인지, 아프리카에서 어업이 발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예상하지 못한 흥미진진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지도라고 하면 땅의 경계를 나누고, 주요한 지명과 산과 하천, 도로 등이 표시된 그림을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실용적인 면과 현실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첫 지도책으로 나온 책들을 보면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어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책들이 보이는 노력에 비하면 이 책은 세계지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글자들만이 빽빽하게 담긴 책일 뿐입니다. 하지만.... 지도의 가치가 단순한 위치와 지역에 대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 책에 담긴 지도속에 숨겨진 여러 사건들과 지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세계지도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 지도안에 담긴 여러 궁금증이나 비밀들을 알아내는 시간을 통해서, 지도를 통해서 세상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과 그러한 시각의 확대가 곧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살고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에까지 생각이 이르면 왜 이 책이 지도 한 장 없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가 될 수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더 칭찬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도 가치있는 세계지도'..... 이리 말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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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바꿔 주세요! 책이 좋아 1단계 1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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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달에 한번씩 짝꿍을 바꿉니다. 그래서 짝꿍을 바꾼 날이면 아이는 집에 와서 재잘대곤 합니다. 저번에는 누가 짝꿍이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되었다느니, 누구와 누가 짝꿍이 되었다느니, 자기는 누가 되었으면 했는데 안되었다느니, 그리고 이번 짝꿍은 어떻다느니..... 딱히 자신의 짝꿍을 내어놓고 싫어하는 내색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자신의 호불호를 내비추기는 했던 듯 합니다. 누가 더 좋다는 식으로 또는 누구는 어떤 점이 어떻다며 흉(?)을 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부터 시작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초등학교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찌보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진정한 단체생활 -또는 작은 규모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반이 나뉘고 모둠이 나뉘고 또한 짝꿍이 정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 맺기의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경지는 2학년에 올라가는 여학생입니다. 1학년때는 노효돌이라는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처럼 착하고 파워레인저 보다 용감한 짝꿍과 함께 행복한 1년을 보낸 기억때문인지 몰라도 새로운 짝꿍에 대한 기대가 무척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새로 짝꿍이 된 김준수는 경지의 꿈을 조각내는 아이입니다. 꼬딱지를 마구 파대고, 말소리도 크고 행동도 거칠고..... 거기다가 싫다는데도 자꾸 따라 다니고, 절대 헤어지지 않는 약을 발명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준수는 꿈속에까지 나타나 경지를 괴롭힙니다. -실제로는 경지가 그만큼 준수를 싫어한다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짝꿍을 바꿔보려고 하지만 친구들도, 선생님도, 어머니도 도통 경지의 꾀에 넘어가질 않습니다. 준수는 경지에게 사사건건 사고뭉치가 되고, 심하게 놀려서 경지를 울리기까지 하고..... '방귀대장'이라는 놀림에 마음이 단단히 상한 경지가 교회도 못나가고-안나간건지도 모르죠^^- 집에 박혀 있는 일요일에 준수 엄마가 경지 어머니를 찾아와 준수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준수가 그리 소리치고, 거칠고, 씻지 않고, 밥을 조금 먹고 하는 이유를 말하며 경지 어머니에게 경지가 준수를 좀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합니다. 그 이야기를 옅들은 경지는 이제야 준수를 이해하게 됩니다. 단순히 싫기만 하던 준수가 아닌 아픔을 가지고 그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고자 하는 친구의 모습을 알게 된 순간, 경지의 마음 속에서는 따뜻하고 훈훈한 짝꿍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감싸안을 만한 포용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도 '헤어지지 않는 약'을 만들겠다고 한 준수의 말속에 담긴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준수에 대한 싫음이 어느새 준수를 이해하고 돕고자하는 마음, 그리고 깨어진 조각에 불과하던 좋은 짝꿍을 얻고자 하던 꿈이 더 좋은 짝꿍이 되어주고자 하는 넓고 깊은 마음으로 변하게 됩니다.  '김준수 내가 너를 도와줄께!!!!!'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단순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짝꿍과 갈등을 겪는 순전한 마음을 지닌  경지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준수와 같은 아이를 통해서, 이해와 배려, 그리고 포용이라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데 정말로 귀중한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단순히 나타나는 말과 행동으로 단순히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생각과 환경, 그리고 삶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미루어 보고 나서 신중하게 행해야 한다는 사실과 모든 사람의 이면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된다면 우리의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그러한 성숙함을 통해서 우리 삶이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돕고 선한 가치를 위해 노력할 때 훨씬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는다면,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작가가 말하는 이런 속깊은 이야기를 마음 속으로는 깊이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고, 한편으로는 지금은 어려서 온전히 그것들을 다 새기지 못할지라도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면서 더 깊이 있는 생각들을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퍼올릴 수 있는 멋진 아이들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합니다..... 이 책을 읽은 내 아이들도 경지처럼 자신의 옆에 앉은 친구에게 멋진 짝꿍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모든 아이들이 '내 짝꿍 바꿔주세요'라고 외치기 보다는 '내가 좋은 짝꿍이 되어줄게'라는 속깊은 생각으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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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청소년기의 뇌 이야기 - 교육과 미래 2 아로리총서 2
S. 페인스타인 지음, 황매향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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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기..... 이 또래 십대아이들의 특징을 담은 말들 중에 '사춘기'나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아마도 가장 익숙한 말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가 자라서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느끼던 설레임,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가지게 되던 기대와 약간의 염려..... 잠깐의 그러한 즐거운 시간들이 지나면 부모들에게 다가오는 시기가 바로 걱정과 염려, 그리고 때로는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아이들의 사춘기입니다. 아이들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미리 겪은 부모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금까지 아이를 보살피면서 대했던 문제나 걱정거리와는 몇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아이가 그 시기에 들어선다는 것이 이젠 자라서 자기 몫을 할만한 아이가 되리라는 기대감보다는 이 시기동안 어떤 난관과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시중에는 이에 대한 여러 조언을 담은 책들이 있고, 모든 책들이 그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겠지만, 옮긴이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그러한 책 내용에 공감'은 하지만 결국은 '몰라서 못하나 라는 푸념으로 책을 덮'게 되는 것은 현실과 책 내용사이의 괴리감 때문일 것입니다. 환경이나 개인의 능력, 부모의 교육정도 등과 연관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거나 심리학이나 기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일정수준 이상의 지식이나 이해를 바탕으로 삼는 경우도 있는 듯 하구요. 또 한가지 그러한 책을 읽고 준비를 단단히 한 부모라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사춘기의 자녀와 순간적으로 감정과 감정이 부딪히는 순간에 냉정함을 유지하고 정해진 매뉴얼을 따르듯이 행동할 수 있는 부모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미리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 저 책을 뒤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곱게 잠든 사랑스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인 듯 합니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청소년기의 아이들의 뇌 발달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되면서 모든 부분이 발달해 있는 부모들과 같은 어른의 뇌를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으로 발달하는 중에 있는, 즉 아이들이 갑자기 '키가 크고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들의 뇌 속에도 어마어마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는 상태라는 사실과 그러한 시기의 뇌발달과 연관된 행동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을 통해 부모들이 청소년기의 아이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부모로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과 여유를 갖게' 도와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 책의 특징이 앞에서 언급한 다른 책들의 특징과 유난히 다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그리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할 만한 설명이 먼저 주어지고, 그 뒤에 그러한 여러 말과 행동에 대해서 어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이 시기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행동너머에 있는 좀더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이해하게 만들고, 그러한 이해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부모로서 훨씬 더 폭넓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는 십대들의 뇌에 일어나는 대표적인 세 가지 변화로 '수상돌기와 시냅스 연결의 과잉생산', '시냅스 전정 (사용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 '수초화-뉴런과 시냅스 연결에 대한 절연 과정'을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뇌의 변화를 '한창 작업 중인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보다 영리하고 효과적인 뇌를 만들어 가는 두번째 기회 -첫번째 기회는 학령기 이전-이며,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뇌의 정교성을 높여주고, 절제나 이성적인 사고의 바탕이 되는 전두엽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라는 말입니다. 또한 십대들의 뇌의 중요한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특징으로, 어른들처럼 이성적인 전두엽에 의존하기보다는 '뇌의 정서적인 영역에 의존하고' 있는 시기, 어떤 것을 빨리 어떤 시기보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충동조절로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기나 의사소통의 기술을 배우는  기회의 시기, 또한 약물이나 기타 화학물질에 쉽게 중독될 수 있는 감수성의 시기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뇌의 성장과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십대가 자신의 정체감을 찾는 시기이고, 자율성과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시기이며, 신체적인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사실도 중요한 청소년기의 변화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십대는 어른들과 다르게 뇌와 몸과 마음이 모두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는, 그리고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 있는 예민하고 조금은 불안정한(?) 상태의 인격체라고 말할 수 있겠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십대들과 마주치게 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요한 내용들입니다. 

 설교, 잔소리, 논쟁, 간섭, 죄책감과 인신공격.....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잘 써먹는 방법이지만 이 책에 의하면 십대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즉 효과가 하나도 없이 부작용만 가득 만들어내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통하는 방법은? 대화하기, 지지원이 되어주기, 자율성 촉진하기, 신뢰하기, 점검하기, 규칙 지키기, 재미있게 지내기, 대처기술 가르치기, 학교 참여하기.....  등 입니다. 알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쉽게 하지 못했던 내용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들이 아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먼저 다투기를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부모들,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어찌할 줄 몰라하는 부모들을 위해서 책속에 담겨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변함없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겠지만, 자라는 아이들의 뇌와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여러가지 문제되는 상황에 대한 지식을 가진다면, 아이들에게 맹목적으로 너를 위해서 그런다는 사랑타령만 하거나 설교하고 잔소리하고 논쟁하고 '엄친아'를 거론하면서 죄책감을 자극하는 용감무쌍한(?) 부모가 되지는 않겠지요. 저자가 전해주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앞으로 나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아이를 더 이해하고 아이의 몸과 마음을 더 키우고 격려할 수 있는 좋은 보물들을 한아름 얻은 듯한 기분입니다. 더하여 소리치고 억압만 일삼는 단순하고 용감무쌍한 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기대와 함께..... 자라는 십대를 둔 많은 부모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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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가 한눈에 보이는 2009 업계지도 - Business Graphic book
이데일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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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업계지도>를 이리 대하니, 6개월여전 <2008 업계지도>를 처음 대했을 때의 반가움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투자라는 영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자료의 빈곤함에서 오는 고민을 한방에 날려주는 자료들이 가득했고,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의 규모나 가치, 시장에서의 위치 등에 대한 풍부한 자료들을 대할 수 있는 독특함을 지녔다는 반가움이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업계현황에 대한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눈에 낯익고, 귀에 익은 기업들이 최고라거나 잘 나가는 기업이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자료들을 들여다보면서 실제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기업의 모습 -규모나 매출액,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정도 등-을 좀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또한 동일 업종에서의 상호 비교가 가능했기에 우리 기업의 현실을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 전자,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여러 조선업체 등에 대해서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신문이나 미디어에서 보았던 조각지식들을 통해서 그려진 정도안에서 이해하고 있었는데-그래서 나름의 편견이나 오류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정리된 자료를 통해 훤히 드러나는 실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순이익 등에 대한 수치와 기업지배구조, 종업원 수 등의 정보는 그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얼마만큼 우리 경제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를 좀더 현실성 있게 가늠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그러한 장점은 결국 발품을 팔며 모은 방대한 자료를 잘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해준 저자들의 땀과 수고의 결과일 것입니다. 또한 책의 특성상 매년 개정판이 나오고 내용이나 책의 구성도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벌써 한해가 지나고 이리 새로운 <2009 업계지도>를 대하게 되었으니, 저자들에게 많은 이들의 바람에 그대로 전달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2009년 업계지도>도 우리나라의 업종을 금융 / 전자, 통신, 반도체 / 화학, 에너지 / 자동차, 운송 / 건설, 중공업 / 문화, 레저 / 생활 / 유통, 상사 의 8개 사업군 48개의 업종-2008년판은 47개 업종-으로 나누어 각 업종의 대표 기업군에 대한 매출과 영업이익, 기타 재무 수치와 출자관계를 소개하고 있고, 또한 같은 업종내에서의 각 기업군의 상호비교를 통해서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위치나 상대적인 내실의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그래픽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업종 소개 뒤에 따르는 업종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서는 올해의 업황에 대한 예측이나 특이사항 등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각 업종이 처한 올해의 현실이나 당면 문제가 무엇인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어 올 한해 우리경제가 막연히 어렵고 침체될 것이라고만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이해와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전 <2008 업계지도>와의 비교를 통해서 더 진일보한 면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우선은 이번 2009년 판에는 해당 기업의 매출 및 영억이익 추이를 2007년과 2008년 상반기 또는 3분기까지의 누적수치를 통해서 비교해 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실질적으로 해당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자료로 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선은 그러한 비교자료 자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유용해지고, 이러한 식의 자료가 앞으로 2-3년 더 쌓인다면 정말 훌륭한 정보를 모아놓은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두번째로는 그래픽 부분인데, 전체적으로 정리된 틀안에서 여러 업종의 다양한 자료를 어지럽지 않게 잘 정리해 놓았고, 색채의 처리도 이전판에 비해서 훨씬 안정감있는 느낌이 들도록 처리된 것 같습니다.  

  <2009 업계지도>를 보면서 드는 반가움은 <2008 업계지도>를 처음 대하며 들었던 반가움과는 다른 것인 듯 합니다. 2008년판이 뭔가 현실적이고 정리된 정보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내리는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면, 이번 2009년판은 그러한 시도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듬어지고, 또한 귀한 정보들을 쌓아주기를 바라던 독자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한걸음 더 내디뎠다는 데 대한 그러한 반가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말한 것처럼 '저명한 연구단체나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전망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개인이 발품을 팔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을 '자료들을 수집하여 일목요연하게 그림과 글로 정리하여, 우리 경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게 해 주는' 이 책이, 현재의 우리와 세계의 어두운 경제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는 절망과 두려움을 쏟아부어내는 여러 이름있는 이들의 말과 글보다 훨씬 더 필요하고 실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적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고, 그 안에 소개된 기업들을 통해서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니 말입니다..... 하여간 나처럼 이 책을 반기는 사람들과 말없이 저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낼 많은 이들의 격려를 자양분 삼아 매년 환경이 어찌 변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개정판이 이어지고, 더 알찬 내용으로 새로워지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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