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것이 몇 년만인가?

지난 2010년 6월 22일.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글을 올리고서 무려 4년이 흘렀다.

게으른 탓이고, 알고보면 부족한 공력탓이고, 따지고 보면 재미없던 탓이다.

 

부족한 공력을 다시 쌓아보고, 지루한 일상에서 재미를 다시 찾아보고자,

게으른 내가 14기 신간 평가단을 다시 신청했다.

예전에도 한 번 한 적이 있었더랬는데, 억지로 읽는 듯한 책읽기가 영~~~

아무튼 이렇게라도 게으른 나를 깨워 다시금 시작이다.

 

첫번째 과제가 '주목할 만한 신간' 리스트 작성이다.

내가 맡은 분야는 다음과 같다.

 

<인문/사회/과학/예술 해당 분야>

1. 고전 (문학 작품 제외) - 고전에서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를 짓기가 쉽지 않은데.

2. 과학 - 내 취약 분야가 과학인데.

3. 사회과학 - 이것도 과학일까?

4. 역사 - 역사를 비틀어보고 싶은 나.

5. 인문학 - 대충 정리하면 인문학 묶음이다.

6. 예술/대중문화 - 참 많기도 하다.

7. 만화 > 교양만화 - 이건 패스다.

 

자! 이제 내 분야를 알아봤으니 리스트를 찾아본다.

 

1. 눈에 확 띈 건 <젤롯>이란 책이다.(3월 중순에 출간된 책인데, 신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어서)

 

나는 사이비 기독교 신자다. 교회 안 나가는 기독교 신자다. 신자는 아니고 그냥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럴싸하게 말하면 비판적 크리스찬이다. 예수에 대한 이런 저런 논의들 가운데 하나. 혁명가적 예수의 모습을 찾고 있는 책이란다. 정치적 혁명가였던 예수! 그 모습을 성서와 사료 등을 토대로 추적하고 있을까? 당시에 사람들은 예수를 신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대에 누가 나는 신이다라고 떠벌이고 다닌다고 해서, 그가 참으로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멋지고 고귀한들, 신이라고 인정하고 따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00여년 전의 사람들도 그리 멍청하지는 않았을 것임에, 많은 이들은 그를 정치적 혁명가, 자신들의 삶을 바꿔줄 구원자로 여기지 않았을까? 거기에 조금더 진실과 가까운 무엇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눈에 띄는 이유다.

 

 

2. 다음으로 레이디 가가에서 온 말일 테지? <가가 페미니즘>

 

나는 사이비 기독교인이면서 사이비 페미니스트다. 예수도 페미니스트였음이 분명하다고 나는 말한다. 오! 마리아. 사이비란 글자를 떼어내려면 알아야 한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페미니스트란 어떤 사람일까? 여자를 좋아하면 페미니스트? 그렇다면 난 페미니스트다. 이 책은 아마도 최근의 페미니즘적 경향과 행동을 담은 책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주목한다. 단순히 여자만 좋아해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진정한 페미니스트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아야 겠는데.... 책이 비싼가?

 

 

 

3. 난 종북이냐? <경기동부>

 

나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좌파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겉으로 뽐내고 다니는게 그렇다. 속으로는 알 수 없다. 보수적 사고방식으로 가득차 있으면서, 자본주의적 사회에 최상으로 적응하고 이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이비 진보좌파다. 최근 종북논란. 아니 오래된 최근이다. 이석기 사태(사태란 말이 맞나?) 등이 터지면서, '경기동부'가 주목받고 있다. 관심을 갖자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좀 똑바로 알자가 목적이다. 종북 논란도 지겹고, 그게 먹히는 사회도 뭐같고. 종북이면 또 어떻고.

 

 

 

 

 

4. 그리스로마에만 신화가 있을 턱이 있나! <살아 있는 한국 신화>

 

증보판인듯 싶다, 아 개정판인가? 나는 12000원인가 하는 옛날 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삼 만원인가? 비싸졌다. 비싸질만한 가치가 더 추가된 것일터.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화는 주몽과 단군만 있는게 아니란걸 이책은 알려준다. 그런데 우리 신화는 신화같지 않은 친근함과 아기자기함, 즐거움이 있다. 동화같은 느낌의 신화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이야기성과 스펙터클함이 떨어지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만의 신화 이야기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개정판을 다시 보아야할 이유이다. 명색이 국어선생인데, 우리 신화에 대해 잘 알아야하지 싶다. 그러니 아직 사이비 국어선생이다.ㅋㅋ

 

 

 

 

 

5. 이건 덤이다. <삼국유사>

 

고려대출판부에서 나온 3권짜리 삼국유사 번역본이다. 잘 팔리지도 않을 책을 무려 3권으로 출간(예정인듯)할 고려대출판부의 결정에 찬사를 표하면서, 이 책 한 부씩 사두시면 좋으시겠다. 사이비 영업 사원이 된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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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4-04-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한국신화는 괘나 분량이 두툼해져서 개정판이 나왔네요. 솔직히 한국신화는 그리 재미가 있지는 않더라구요. 삼국유사는 역주본 답지 않게 너무 알록달록하네요.ㅎㅎ

멜기세덱 2014-04-04 08:16   좋아요 0 | URL
나는 정감이 가고 아기자기한게 재미있던뎅...제주도에 할망인가, 오누인가들도 그렇고.... 삼국유사의 내면도 나름 알록달록하니 그런게 아닐듯 싶어요...ㅎㅎ

하늘바람 2014-04-0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에요 반가워요

멜기세덱 2014-04-04 08:1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순오기 2014-04-04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게 누구십니까?@@
컴백알라딘~~~~~~~ 환영합니다!!^^

멜기세덱 2014-04-04 08:1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여전하시죠?
 

부처님의 자비 덕인가, 오늘은 몸도 맘도 좀 편한하다. 날씨가 좀 짖궂어서 그렇지, 연휴의 막바지 저녁 무렵 차 한 잔 하면서 신간들을 찬찬히 살펴보기에는 딱 좋다. 부처님 오신 날 만큼은 마음을 깨끗이 비워야 하건만, 욕심을 비울길이 없어, 오늘은 양이 좀 많을 것 같다.

[평전]
로스 테릴,『마오쩌둥』, 이룸, 2008.04.
서강, 『양계초』, 이끌리오, 2008.04.

양계초와 마오쩌둥은 중국 근현대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들이다. 양계초는 19세기 말 서구열강의 침입 아래 중국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던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 조선의 지식인들에게도 양계초의 그러한 사상의 영향은 매우 컸다. 마오쩌둥의 경우 중국 공산주의의 창건자라고 할만큼 그 역사적 영향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두 인물의 면면과 그 사상은 다르지만, 근현대를 잇는 중국의 두 거물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특히나 마오쩌둥 평전의 경우 "마르크스주의자나 공산주의 중국의 창건자로서만이 아닌 무정부주의, 다양한 중국적 전통, 파시즘, 인간적인 약점들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보다 더욱 심했던 신경증, 욕망 등으로 얼룩진 복잡한 인물"로서 다각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하니 마오쩌둥에 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이면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문/출판]
한기호, 『책은 진화한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8.04.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소장 한기호 씨의 책이야기다. 책으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그간 책 출판 이야기들을 많이 엮어낸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책이 진화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다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특히 디지털화 되는 사회속에서 더이상 책은 그 옛날의 책이 아니다. 아니어야 하다.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책도 진화, 곧 변화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럴 듯 하다. 책은 어떻게 진화하고, 변화해야 할까? 그 물음에 답하는 책인듯 한다. 그래도, 무언가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한다. 책은 가만히 그대로인데, 우리만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다만, 변하기 전의 내 모습을 책에서 찾고 싶은걸.

[사회과학]
유우종, 『여론조사의 비밀』, 궁리, 2008.04.

촘스키의 저서 『여론조작』은 그간의 여론조사라는 게 어떻게 입맛에 맞게 조작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조작'에 초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제목을 달리하면 "여론조사의 모든 것" 쯤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새롭게 번성하는 조사는 새로운 신 ‘자본’, 즉 돈을 위해 봉사하는 조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돈이 가는 곳을 예언해주는 조사, 그래서 그곳에 또 다른 돈이 가도록 인도하는 조사, 돈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미래의 조사다."라는 대목이다.

[사회과학]
김성도, 『호모 모빌리쿠스』, 삼성경제연구소, 2008.04.

호모 모빌리쿠스? 말하자면 휴대폰 없이는 못사는 현대인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그런데, 나는 모빌리쿠스일까 아닐까? 다시말하면 휴대폰 없이 살 수 있을까 없을까? 문자질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 무슨 모빌리쿠스일까 의문이지만, 그래도 휴대전화 없이 살기는 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쩔수 없이 호모 모빌리쿠스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그 인간종을 계급으로 나누자면 저 하층계급의 어느 구석진 부분에서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매커니즘을 찾고 있는 책으로서 흥미롭다.

 
[인물/음악]
홍호표, 『조용필의 노래, 맹자의 마음』, 동아일보사, 2008.05.

저자는 "2008년 2월 <조용필 노래의 맹자적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사는 강원대에서 영어교육을, 석사는 중앙대에서 신문방송을,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조용필의 노래에서 맹자의 마음을 보았단다. 그는 조용필을 일컬어 "슈퍼스타 조용필은 맹자의 ‘천인합일(天人合一)’ 정신을 노래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가왕(歌王)"이라고 칭한다. 어쨌건 대중음악 가수의 음악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이런 시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동아일보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썩 믿음이 가지 않지만.

[사회과학]
김상배 편, 『인터넷 권력의 해부』, 한울, 2008.05.

최근 쇠고기 문제와 관련하여 인터넷의 문제도 부각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편에선 인터넷을 통한 괴담의 조장과 선동을 우려하고, 또다른 한편에서 인터넷을 통한 통제와 왜곡을 걱정한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대한 현 정권의 통제 시도 등의 일종의 음모론 등도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것이 사실여하를 떠나서 이제 인터넷은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차례 그 권력의 힘을 각인하지 않았던가? 이 책은 그러한 권력을 해부하고 있다. "인터넷이 야기하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정치학·사회학·언론정보학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작업한 산물이다. ‘인터넷 권력’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그 구성요소와 조직원리 및 메커니즘을 밝혀 정보사회의 제 측면을 해부한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의문은 세가지다. 첫째, 인터넷의 권력은 어디서 나오나? 둘째, 인터넷 권력은 어떠한 형태를 가지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섯째, 누가 인터넷 권력을 주도하는가? 이 세가지 물음에 답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권력을 실체를 아는 이들에게 인터넷은 더욱 유용한 통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로버트 라이시, 『슈퍼자본주의』, 김영사, 2008.05.
앤드류 글린, 『고삐 풀린 자본주의』, 필맥, 2008.05.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더이상 자본주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자본주의는 점점 더 거대해져서 급기야 "슈퍼자본주의"의 초절정 위력을 갖게 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된다. 아무런 두려움, 거리낌 없이 설쳐대는 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안에서 우리는 영영 헤어나올 수 없을까? 이 불학무식한 자본주의에 대한 맹신을 깨고, 그것이 가지는 문제들에 대해 직시하면서 비판하고 대안을 찾아가야, 우리는 이 거대한 악마적 힘에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간 무서운 일이다.

[사회과학]
강준만, 『아웃사이더 콤플렉스』, 개마고원, 2008.04.

강준만 이 사람도 책에 대한 콤플렉스 같은 걸 가지고 있나보다. 책을 참 무식하게 몰아서 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 말고도 연이어 쏟아진 게 몇 권 더 있다. 그런데, 그렇게 쏟아내는 책들이 한결같이 흥미로운 제재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 또한 놀랍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노무현 정권기 총정리"격으로 전 대통령 노무현을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란 국외자, 열외자, 무리에서 소외된 자를 일컬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판에선 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 위치에 올랐으면서도, 늘 아웃사이더로서 ‘핍박받는 소수자’인 양 사고하고 행동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사회 발전과 정치 진보에 장애가 되는 그런 모습을 ‘아웃사이더 콤플렉스’로 명명해 서술한다." 이러한 아웃사이더 콤플렉스의 대표적 인물이 노무현이란다. 재미는 좀 있겠다.

[종교]
샤피크 케샤브지,『세계 종교 올림픽』, 궁리, 2008.05.

종교 올림픽이라, 세계의 여러 종교들이 모여서 자웅을 겨룬다는 발상의 이 책은, 그 발상 자체가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종교의 우월을 가리는 한판 승부! 세계 5대 종교와 무신론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 발상이 온전히 책이 되기 위해서는 저자의 역량이 여간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겨레 책 소개를 의지한다면, 이 저자는 세계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로서, 이 올림픽을 박진감 넘치게 소개하고 있다.

[인문/고전]
한길사 편집부, 『가자, 고전의 숲으로』, 한길사, 2008.05.

한길그레이트북스가 최근 4권이 출간되면서 100권을 채웠다. 이 책은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째를 내면서" 그간 출간된 책들을 돌아보는 의미의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 길라잡이"다. 그레이트북스라는 게 대단한 책, 그러니까 고전을 말하는 것이겠는데, 이게 달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100권을 채웠다는 게 엄청나게 대단한 거다. 돈 안되는 책을 100권까지 내고 있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어찌 제정신 박힌 사업가의 정신이겠는가? 경축할 만한 일이다.

 

 

 

 

위 4권이 이번에 출간되면서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을 채우게 되었다. 참 안 읽히게 생긴 책들이다. 이런 책을 100권째 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일텐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0권, 300권 될 때까지 이 출판사가 안 망하는 거다. 그런데, 듣기로는 이 책들 출간되는데, 역자나 저자들 자비가 들어간다는 설이 있다. 정말인가? 그래선 안 될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서 한겨레 지난 토요일 신문에 기사가 크게 실려서 옮겨온다.

‘고전의 숲’으로 가는 100개의 계단(고명섭 기자)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 돌파…길라잡이 책 함께 펴내
동서양-시대·장르 총망라 15년 ‘인간정신의 원류 찾기’



출판사 한길사를 대표하는 고전 번역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가 100권 출간 고지에 올랐다. 1996년 이 출판사 창립 20돌을 기념해 첫 권을 출간한 이래 12년 동안, 준비기간까지 합쳐 15년 동안 쉼없이 행군해 다다른 봉우리다.

헨리 지거리스트의 20세기 의학자 고전 <문명과 질병>(황상익 옮김),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를 현대 유물론의 아버지로 등재시킨 대표작 <기독교의 본질>(강대석 옮김), 클로트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권 <신화학2-꿀에서 재까지>(임봉길 옮김), 그리고 아서 단토의 예술철학 저서 <일상적인 것의 변용>(김혜련 옮김), 동시에 출간된 이 네 권이 등정의 마지막에 놓인 네 계단을 이루었다. 한길사는 그레이트북스 100권 출간을 기념해 그동안 나온 책들을 안내하는 길라잡이 책 <가자, 고전의 숲으로>를 함께 펴냈다. “나는 책을 통해서 세계를 알게 되었다”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을 제사로 삼은 이 책에는 시리즈를 이루는 책들 하나하나에 대한 옮긴이의 해설, 원저자 프로필, 핵심이 되는 본문 발췌문이 실렸다. 또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 송재소 성균관대 교수가 이 시리즈의 의미를 짚는 글을 앞에 붙였다. ‘무엇이 고전이며,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글들이다.

김우창 교수는 “언어의 구조물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정신을 느끼게 하는 것이 사람들이 고전이라고 부르는 저작들”이라며, 그런 저작들은 모든 것이 풍화하고 무너지고 폐허가 된 뒤에도 살아남아, 인간 정신이 뿌리박고 있는 세계를 보게 해준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19세기 이래 서양의 도전에 맞서 자기를 세워야 했던 동양이든, 근대적 삶 자체가 야기한 문명의 위기 앞에 선 서양이든, 자신을 새롭게 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은 우리 시대에 “서양의 고전과 동양의 고전은 두루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광주 교수는 “‘고전’의 참뜻을 ‘제1급의’ 저자에 의해 저술된 ‘모범적인’ 저작으로 이해할 때, 그 고전에 공통된 특성은 그것이 쓰여진 시대나 지역을 넘어서 한결같이 인류의 영원불변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동·서양 그리고 우리의 고전까지도 두루 안배하고, 특히 연대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20세기 명저 등을 장르의 구별 없이 배치한” 점을 들어 이 시리즈의 의미를 평가한다. 송재소 교수는 고전을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책, 시대를 초월해 항상 현재성을 지닌 책이라고 규정한다. 송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한길그레이트북스는 매마른 이 시대의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며 “책 선정에 약간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안심하고 읽어도 좋을 책들”이라고 말한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나왔던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오영환 옮김)은 첫 책으로서 상징성이 도드라지는 저작이다. 옮긴이는 말한다. “모험 정신에 찬 문명은 자유롭고, 활기차고, 창조적이다. 모험이 결여된 곳에 문학은 깊이를 잃고, 과학은 지엽 말단에 사로잡히고, 예술은 보잘것없는 사소한 구별에 급급하고, 종교는 독단적인 도그마로 타락하고 만다.” 이 책의 저자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지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사상의 생명력은 모험에 있다. 이런 생각은 내가 평생을 두고 해온 말이다. 인생의 의미는 모험이다.” 그 사상의 모험을 거시적인 역사 시야에서 펼친 책이 <관념의 모험>이다. 심오한 관념이 인간성을 향상시켜왔음을 문명사적 차원에서 입증하는 이 ‘대담한 지적 모험’은 이후 이 시리즈가 전개될 양상을 예시해주는 것과도 같았다. ‘관념의 모험’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특성을 압축하는 말인 셈이다.

<관념의 모험>에 이어 14권까지 이 시리즈는 모두 20세기의 저작 가운데 고전의 지위에 오른 작품들로 채웠다. 고전이 ‘옛 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100권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을 올린 저자는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다. 아렌트의 저작은 <인간의 조건>에서 시작해 <혁명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체주의의 기원1·2>까지 모두 네 종, 다섯 권에 이른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책도 네 권이 포함됐다. <야생의 사고> <슬픈 열대> 그리고 <신화학1·2>가 그것들이다. 또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도 이 시리즈를 통해 나왔으며, 아날학파의 태두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과 <봉건사회1·2>도 여기서 한국 독자와 만났다. 그런가 하면 인도철학의 고전들도 이 시리즈를 장식했다. 라다크리슈난의 대작 <인도철학사>(전 4권)을 비롯해 <마누법전> <바가바드 기타> <우파니샤드> 같은 고전 중의 고전이 출간 목록에 올랐다. 동양과 서양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춘추좌전>(전 3권), <순자> <한비자> <왕필의 노자주> <분서> 같은 중국 고전들이 번역됐으며, <삼국사기> <원본 삼국사기> <삼국유사> <성호사설> 같은 우리 고전들도 시리즈에 포함됐다. 특히 정약용의 <경세유표>가 모두 세 권으로 옮겨져 나온 것은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한길사는 “책 쓰고, 책 만들고, 책 읽는 세 행위, 저자·출판인·독자라는 세 주체”가 함께할 때 고전이 고전으로서 제구실을 할 수 있다며, 독자가 응원하는 한 계속 이 시리즈를 불려 가겠다고 밝혔다. 100그루의 거목으로 이루어진 ‘고전의 숲’이 앞으로 더 무성해질 터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변기가 작품이 되는 ‘현대예술의 풍경’

〈일상적인 것의 변용〉
아서 단토 지음·김혜련 옮김/한길사·2만5000원


‘한길그레이트북스’ 100번째로 나온 <일상적인 것의 변용>은 1982년에 출간된 아서 단토의 저작이다. 단토는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미술비평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단토가 이 저작에서 의도하는 것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예술철학의 고전적 주제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지은이가 논의를 펼 때 염두에 두는 것이 현대 예술의 풍경다. 현대 예술이란 고전 예술과 달리 예술과 비예술 사이의 경계가 너무도 흐릿하여, 과연 어떤 것이 예술인지, 예술이라면 왜 예술인지 설명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 그가 예술 정의를 다시 시도하는 이유다. 평범한 관람객들이 현대 예술에 맞닥뜨릴 때 종종 느끼는 당혹감, ‘과연 이걸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그런 의혹에 하나의 답을 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인 마르셀 뒤샹의 <샘>과 엔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에서 시작하면, 이 책의 논리 속으로 들어가기 쉽다. 뒤샹의 작품은 남자 화장실에 달린 ‘소변기’를 뜯어내 거기에 ‘샘’이라고 써놓은 것이다. 기성품에 제목을 덧붙여 놓았을 뿐인데, 현대 미술사에 남는 작품이 됐다. 엔디 워홀의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간다. 부엌 세제를 넣는 ‘브릴로 상자’를 쌓아올려 놓고 예술이라고 한 것이다. 이 상자 더미가 미술 작품이 된 것은 순전히 워홀이라는 유명 화가가 미술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그것을 들여놓았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질문이 ‘일상적인 것’(평범한 것)이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변용’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단토는 여기서 ‘창작자의 의도’를 작품의 한 근거로서 제시한다. 예술가가 제목을 달아 작품으로 전시함으로써 어떤 물리적 대상에 ‘예술의 지위’를 부여하며, 동시에 ‘의미론적 기능’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의 주관적 의도나 의미가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주관적 의도가 객관적인 맥락 속에서 수용돼야 한다는 점을 단토는 강조한다. 그 ‘객관적 맥락’으로 지은이가 지목하는 것이 예술계·예술사·예술이론이다. 그런 장 안에서 이해되고 납득될 때, 변기와 같은 평범한 사물이 예술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샘>과 같은 작품은 그것을 수용할 장이 확보되지 않은 시대에는 그저 변기에 지나지 않는다. 워홀의 <브릴로 상자>도 <샘>이라는 미술사적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객관적 장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어떤 주관적 해석의 장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해석’의 문제다. 해석이야말로 예술을 예술로 존재하게 해주는 요건이다. 사물적 대상이 해석을 통과해 비로소 존재론적으로 다른 지위, 곧 예술 작품이라는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상자마다 해석이 다르다면, 작품은 그때마다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논의를 통해 단토는 현대 예술을 이해할 방법론적 근거를 마련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현대 예술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예술사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고 말한다. 현대의 예술이 자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 철학으로 변모하면서 마침내 작품은 사라지고 이론만 남았다는 것이다. <브릴로 상자>는 그 종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개별 작품은 계속 창작되겠지만, 예술사적 의미는 이미 소진했다는 것이 단토의 결론이다.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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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5-1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인간론은 관심없는 멜기님
호모모빌리쿠스는 관심이 있으시네요? (뒤끝 백만년 또나온다 ㅋㅋㅋ)

멜기세덱 2008-05-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인간론? 그게 뭐죠? ㅋㅋㅋㅋ
모빌리쿠스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그게 사회과학적으로 어떻게 분석되고 있나, 뭐 그쪽에 흥미가 있겠네요...ㅎ.ㅎㅎ

심술 2008-05-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까지 쎌폰 없이 사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스스로 궁금해요.
 

얼마 전에, 딱히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알라딘 돌아다니다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을 보고는 냉큼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전체 4권으로 우리나라 고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총망라해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제야 눈길주기에 등장하게 된 것은 전체가 4권짜리기도 하고,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고 어떤 책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약간 묵혀두다가 괜시리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이상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 제대로 확인을 하지는 못한 상태라 뭐라 딱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이상하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이 책이 이상하게도 알라딘에서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제법 언론을 통해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알라딘의 서재지기들이 이 책에 관심을 보이거나, 그런 소식을 전하고 있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이 책에 링크된 리뷰나 페이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이상하다 싶은 생각에서 좀 더 나아가서, 알라딘에서는 우리 고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많은 분들이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 수준으로 동서양을 막론한 고전들을 소개하고 다루지만, 우리 고전(특히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을 그렇게 흔히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은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야심차게 출간되고 있는 보리출판사의 우리나라 고전문학 작품 선집들이 알라딘에서도 주목을 받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크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우리 고전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오늘 눈길주기에서는 이 책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고전/문학]
서대석 외,『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휴머니스트, 2008.03.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들이, 우리 고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장장 4권에 걸쳐 소개되는 캐릭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캐릭터,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 등등, 각양각색의 자유분방한 고전 작품 속의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구비문학, 고전소설, 한문학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편저자 서대석 선생은 고전 특히 구비문학의 대가이자 권위자로 유명한 분이다. 그 외에 서영숙, 정길수, 손태도, 신동흔 등 고전 문학의 대가들에서부터 소장파 연구자들까지 전천후로 참여한 대작업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이 책 전체에서 다루고 있는 캐릭터들과 집필자들이다. 꽤 길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1- 고전 캐릭터, 그 수천수만의 얼굴
1. 채봉
너는 내 운명! 채봉과 장필성 - 서인석(영남대 국문과 교수)
2. 석숭
거부가 들려주는 돈의 철학 - 박명숙(중국 쑤저우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3. 강남홍
조선의 로망, 21세기의 로망 - 서대석(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4. 유리
신화적 영웅의 아버지 찾기 - 임재해(안동대 민속학전공 교수)
5. 최치원
출세하고 싶다는, 그 헛된 욕망의 신기루 - 류준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6. 범천총
범천총이 호랑이 눈동자를 가린 뜻은 - 정진희(서울대 국문과 강사)
7. 관음보살
여인이 된 관음보살, 사랑과 성불을 돕다 - 이강옥(영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8. 여우 누이
우리 곁에 있는 달콤한 공포 - 김성룡(호서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9. 경문대왕
엽기적인 개혁 군주의 슬픈 초상 - 심민호(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 물문화관 학예사)
10. 광대 달문
광막한 천지에 부는 바람 같은 사내 - 사진실(중앙대 연희예술학부 교수)
11. 방학중
기막힌 꾀로 무장한 진정한 트릭스터 - 나수호(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12. 중며느리 먹맹이
굴레를 벗어던진 겁 없는 여자 - 서영숙(청주대 국문과 교수)
13. 초옥
한 상민 여성의 슬픈 착각 - 김대숙(평택대 국문과 교수)
14. 유씨 부인
조선 명문가 여인의 자살, 비밀과 희망의 문 - 김동준(동덕여대 국문과 교수)
15. 양소유
다정다감한 꽃미남 - 정길수(조선대 한문학과 교수)
16. 하옥주
조선 여성이 꿈꾼 커리어 우먼 - 임치균(한국학중앙연구원 학국학대학원 교수)
17. 옥소선
사랑과 성공, 그 모두를 이룬 여인 - 김준형(순천향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18. 허홍
꿈을 이루기 위한 불굴의 의지 - 안순태(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조교)
19. 비형
도깨비 왕이 된, 건축가 화랑 - 신재홍(경원대 국문과 교수)
20. 오늘이
친절하고 따뜻한 그녀 - 정숙영(서울대 국문과 석사)
21. 홍대권
이쯤 되어야 대장부라 할 만하지 - 김종군(건국대 BK21 연구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2 - 우리가 몰랐던 고전 캐릭터의 참모습
1. 옹녀
어느 하층 여성의 기구한 인생 역정 - 정출헌(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2. 바리공주
소외된 민중의 희망 - 황루시(관동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3. 강감찬
천 년 여우에게서 난 문곡성 - 조태영(한신대 국문과 교수)
4. 웅녀
‘사람’이 된다는 일 - 정운채(건국대 국문과 교수)
5. 유화
드넓은 생명력의 동국 성모 - 이종주(전북대 국문과 교수)
6. 손병사 어머니
나는 소신파다, 귀신도 물렀거라 - 강진옥(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7. 최랑
A형 남자를 향한 O형 여자의 당찬 사랑 - 이인경(인제대 한국학부 교수)
8. 박문수
아이들의 친구, 백성의 벗 - 김경섭(서강대 국문과 대우교수)
9. 한음의 처
오성 대감은 나의 밥 - 강성숙(인제대 기초대학 교수)
10. 장시중 형제
희대의 재담꾼 - 한길연(서울대 기초교육원 전임대우강사)
11. 나교란과 여섬요
기생첩의 육체적 탐직과 정실차지 욕망 - 조광국(아주대 국문과 교수)
12. 홍계월
남자가 되고팠던 알파걸 - 장시광(경상대 국문과 교수)
13. 강임
이승 차사인가, 저승 차사인가 - 최원오(서울시립대 국문과 강사)
14. 호랑이
잔인함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 - 김미영(호서대 국문과 박사과정)
15. 달래강 오라비
슬픈 오라비의 초상 - 심우장(충북대 국어교육과 박사후연구원)
16. 윤여옥
함께 있으면 즐거운, 쾌활하고 솔직한 다정남 - 이지영(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17. 이몽룡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 - 이유진(서울대 박사과정 수료)
18. 도깨비
병 주고 약 주는 존재 - 김종대(중앙대 민속학과 교수)
19. 마고할미
여성 거인의 서글픈 창조의 몸짓 - 권태효(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 탈춤의 노장
노장 스님, 인간 세상에 왜 내려오셨던고 - 손태도(문화재청 무속분야 문화재 전문위원)
21. 정욱
재치 있거나 건방지거나 - 류수열(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22 장끼
참 대책 없는 이 친구, 하지만…… - 정충권(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3 - 고전 캐릭터가 펼쳐 보이는 사랑과 인생
1. 민옹
탁월한 이야기 심리 치료사 - 이민희(아주대 교양학부 강의교수)
2. 양이목사
외부의 부당한 억압이 만들어 낸 비극적 남성 영웅 - 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3. 김방경
오만한 기상을 지닌 거인의 초상 - 박성지(이화여대 국문과 강사)
4. 수명장자
인간 내면의 다중성 - 박종성(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교수)
5. 사정옥
치밀한 여성 가문 경영자 - 김종철(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6. <내 복에 산다>의 막내딸
아버지의 집을 벗어나 홀로 세상에 나선 막내딸 - 김영희(연세대 학부대학 강사)
7. 미얄할미
톡톡 튀는 화법에 섹시한 배꼽저고리 - 박경신(울산대 국문과 교수)
8. 해산모
출산을 축제의 마당으로 끌어낸 여인 - 허용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9. 궤내깃또
아버지도 무서워한 영웅 - 이종석(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0. 호랑이 처녀
사람이 아니지만, 가장 사람다운 호랑이 - 류준경(성신여대 한문교육과 교수)
11. 욱면비
빛나는 초월 속에 깃든 민중의 소망 - 김헌선(경기대 국문학전공 교수)
12. 연희
유배 죄인을 사랑한 기생 - 강혜선(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13. 두향
기생이기를 거부한 이황의 그녀 - 홍태한(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 대우교수)
14. 백정 박씨
어사 박문수도 막지 못한 인간 해방의 몸짓 - 신동흔(건국대 국문과 교수)
15. 이현영
여성의 자아 찾기, 그 험난한 여정의 주인공 - 이지하(경북대 국문과 교수)
16. 이생원네 맏딸애기
도도한 여인의 사생 결연 - 최현재(군산대 국문과 교수)
17. 김영감
양반 자제를 보쌈한 중인 역관 - 조성진(서울대 국문과 강사)
18. 양씨 부인
여성 학습권을 실현한 조선 여성 - 서정민(서울대?서원대 국문과 강사)
19. <이언>의 여성
이제는 변해야 할 착한 여자 - 김경희(경원대 국문과 강사)
20. 오유란
남자를 잘 아는 요부 - 김준범(아주대 인문학부 강사)
21. 노일제대귀의 딸
팜므 파탈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장유정(단국대 국문과 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4 - 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
1. 황진이
그리움과 자존심 - 조세형(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
2. 장화와 홍련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함정 - 이승복(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3. 목화 따는 노과부
그녀만의 작업의 정석 - 박상란(동국대 국문과 강사)
4. 선덕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준비된 왕 - 신선희(장안대 디지털문예창작과 교수)
5. 평강공주
순수남을 영웅으로 만든 자주녀 - 이동근(대구대 국문과 교수)
6. 당금애기
온실의 꽃에서 사막의 숲으로 - 이경하(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연구원)
7. 수로부인
신물이 탐하는 매력적인 여사제 - 이창식(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8. 옥영
어질고 지혜로운 이 땅의 아내, 그리고 어머니 - 이상구(순천대 국어교육과 교수)
9. 춘풍 처 김씨
억척 아줌마의 남편 길들이기 - 최혜진(목원대 국문과 교수)
10. 선녀
지상의 남자보다 천상의 고향을 사랑한 여인 - 이지영(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
11. 두두리 도깨비
변화를 꿈꾸는 한국인의 연금술사 - 강은해(계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12. 삼족구
구미호에게는 내가 천적 - 이홍우(경인여대?평택대 강사)
13. 홍동지
발가벗고 설치는 천하장사 - 박진태(대구대 국어교육과 교수)
14. 전우치
나는야 조선의 뤼팽! - 김탁환(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15. 최생
여기가 용궁? 나 최생이야 최생 - 황재문(서울대 BK21 계약교수)
16. 이여송
기분 나쁘면 힘세져라 - 정재민(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수)
17. 오누이 장사
되살아오는 누이 장사의 혼 - 김승필(정광고등학교 국어 교사)
18. 갖은 병신 노처녀
그녀의 우습고도 희한한 혼인담 - 김현식(서울시립대 국문과 강사)
19. 독수공방의 여인
주고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하여 - 박이정(서울대 국문과 강사)
20. 덴동어미
불행하지만 누구보다 삶을 사랑한 억척 여인 - 임주탁(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21. 방귀쟁이 며느리
내숭 따윈 필요 없어 - 조선영(서울대 국문과 석사)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까진 전4권 세트 상품이 있었는데, 금방 절판이다. 왜 세트로 팔지 않는거지? 휴머니스트에서 좀더 영업전략을 세워 판매촉진을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은 많이 팔려도 좋을 성 싶다.

아울러, 이 책의 출간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옮겨온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서울신문)

고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참면모를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변강쇠가’의 옹녀는 천하의 음녀(淫女)일까. 암행어사 박문수는 예리하고도 강직한 해결사일까. 단군신화 속 웅녀는?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의 전복
우리 고전 속 주요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4권, 서대석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에 새로운 해답이 들어있다. 성정 급한 독자들을 위해 먼저 책 속에서 끄집어낸 해답. 옹녀는 섹스에 굶주린 탕녀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과 편견 속에서 살길을 찾아보려 발버둥친 서민 여성, 박문수는 능력이 빛났다기보다는 민중 속에서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는 인간미를 지닌 인간 유형이었다. 환웅에게 선택받아 단군을 낳은 모성적 존재로만 인식돼온 웅녀 또한 편견에 진면목이 가려져온 캐릭터. 한때 삶의 동반자였던 호랑이와의 인연을 냉정히 정리하며 새 삶의 지평을 연 웅녀는 절연과 결별을 통한 비약의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책은 한국고전문학회 및 한국구비문학회 회장을 지낸 서대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출간됐다. 임재해 박경신 박진태 황루시 강진옥 김종철 정출헌 등 중견학자들과 김헌선 조현설 신동흔 박종성 김탁환 등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연구자들이 1편씩 맡아 모두 85명의 고전 속 캐릭터들을 불러냈다.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전복’에 있다. 예컨대 선한 인물의 교본으로 고정된 흥부의 이미지도 충분히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이본(異本)에 따르면, 흥부도 극한상황에 맞닥뜨려서는 폭력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광대 달문, 바리공주, 이몽룡, 유화, 마고할미, 관음보살 등 고전을 주름잡은 인물들이 줄이어 등장한다. 저마다의 욕망과 콤플렉스를 안은 이들이 평면적 성향만을 띠고 있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단순히 수백년이 넘은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을 불러내 캐릭터를 재조명하는 작업에서 그치지 않았다.‘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란 부제가 붙은 4권에서 책은 현재적 가치를 빛낸다. 이야기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계의 귀가 솔깃해질 내용들로 푸짐하다.

19세기 한문소설 ‘포의교집’에 등장하는 인물 초옥.1864∼1866년 한양이 주무대인 작품에서 초옥은 절세미모를 자랑하는 궁녀 출신 하층민 유부녀이다. 어느날 수작을 걸어온 남자 이생과 눈이 맞아 밤마다 외도를 하는 초옥은 그러나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당찬 유부녀 캐릭터이다. 자신을 의심하는 시아버지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도 스스로 선택한 사랑에 뻔뻔할 만큼 당당하다.

‘포의교집’을 분석한 김대숙 평택대 국문과 교수는 초옥의 캐릭터를 최인호 ‘별들의 고향’의 ‘경아’, 조해일 ‘겨울여자’의 ‘이화’,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의 ‘그녀’ 등에 연결시켰다. 현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력만 키운다면, 고전의 글밭에서 서사(敍事)의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캐올릴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대중문화 콘텐츠로 활용 가능성 점쳐
대중문화 콘텐츠로 고전을 활용하는 방법론에서 좀더 구체적 제언을 하기도 한다. 여성 수난사의 전형으로 꼽히는 대표적 서사무가 ‘당금애기’의 주인공 당금애기. 순진한 처녀였으나 혼전 임신을 하는 바람에 집에서 쫓겨나 ‘아비없는 자식’을 키우는 시련을 겪는다. 시쳇말로 ‘미혼모’인 당금애기의 캐릭터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변모하고 수용되는지를 TV드라마에서 찾아보기도 한다.‘비단향꽃무’‘노란 손수건’‘온리 유’‘원더풀 라이프’ 등 일련의 드라마들을 제시하며 현대판 당금애기들의 선택이 시대변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옹녀=탕녀’의 등식과 ‘장화홍련’의 착한 아이 신화를 어떤 논거로 깨부수는지,‘양이목사’를 되짚으며 어떻게 기존 영웅론의 틀을 해체하는지 새로운 고전독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전작품들을 대면하며 읽는 맛 자체를 챙길 수 있는 묘미는 ‘덤’이다. 책을 엮은 서대석 교수는 “서사문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캐릭터’인데, 근래 문학에서 그것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책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각권 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한국 고전속 인물들 생명을 얻다 (문화일보)
연구자 85명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분석 /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조선시대 광대로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해진 공길과 장생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광대다운 삶을 살다간 인물이 있다. 광문(廣文)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실존 인물 달문(達文·1707∼?)이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광대의 혼을 가진 달문은 당대 및 후대 문인들의 관심을 끌어 여러 편의 문학작품으로 형상화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전4권)에선 이 같은 달문의 행적을 소상히 전하고 있다. 책은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되살려내고 있다.

◆고전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 =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 85명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작가나 작품 위주가 아니라 주인공의 캐릭터에 집중해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흥부나 심청처럼 선하디 선한 인물만이 아니다. 광대 달문을 비롯, 옹녀 바리공주 박문수 최치원 이몽룡 관음보살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은 평면적인 성향만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돼 있는 최치원이라는 캐릭터는 실존했던 인물인 최치원이 아니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문소설 ‘최치원’의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류준필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수록문 ‘출세하고 싶다는, 그 헛된 욕망의 신기루’에서 소설 속 최치원을 소재로 진실한 사랑 앞에선 출세에 대한 욕망이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책의 엮은이인 서대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고전 속 등장인물들은 언뜻 평면적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심각하게 고뇌하고 결단하여 행동하는 인물들이 많다”며 “세심하게 살펴보면 고전문학의 수많은 주인공들에게서 입체적 인물로서의 인간적 체취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로서의 고전 인물 = 최근 세계의 문화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캐릭터의 발굴이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과 축제에서도 원형적인 캐릭터를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우리 고전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되살려내는 작업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캐릭터의 소개는 고전 문학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킨다. 책에서 소개하는 캐릭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 나아가 작품의 주변부에 있던 인물에 대한 조망은 익숙한 고전 읽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독법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옹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신재효가 만들어 놓은 ‘탕녀론’적 해석을 뒤집으며,‘장화홍련’이 만들어낸 ‘착한 아이’ 신화를 꼬집기도 한다.

서 교수에 따르면,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박문서관·1913)’의 채봉은 고전 캐릭터의 성격과 가치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채봉은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아 기생이 된 인물로, 이광수의 소설 ‘무정’에 등장하는 영채와 그 성격이 흡사하다. 서 교수는 “두 사람을 비교하면 근대소설의 인물인 영채가 더 진취적이리라 예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영채가 소극적으로 타인에게 운명을 맡기는 데 비해 채봉은 적극적으로 제 삶의 길을 찾아 나서 사랑을 이뤄낸다”고 밝혔다.

◆집필진은 누구 = 서 교수를 비롯, 모두 85명의 한국고전문학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임재해(안동대) 박경신(울산대) 박진태(대구대) 황루시(관동대) 강진옥(이화여대) 김종철(서울대) 정출헌(부산대) 교수 등 한국구비문학과 고전소설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중진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소장 연구자 그룹도 집필진으로 한몫을 맡았는데, 김헌선(경기대) 조현설(서울대) 신동흔(건국대) 박종성(방송대) 김탁환(카이스트)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최근 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도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책과 삶]고전 속 인간 군상 현대적 재해석 (경향신문)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 휴머니스트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으로 남자 주인공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악녀이자 요부. ‘팜므 파탈’(femme fatale)의 모습이다. 영화팬이라면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우리 고전문학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장화 홍련전’에서 장화와 홍련을 학대하는 계모 허씨나 ‘이춘풍전’에서 이춘풍을 꾀어 재산을 죄다 빼앗는 기생 추월이 등이다. 그러나 팜므 파탈의 전형이랄 수 있는 인물은 따로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 ‘문전본풀이’에 등장하는 노일제대귀일의 딸이다.

그녀는 남선비를 꾀어 가산을 탕진시키고 두 눈을 멀게 한다. 그 부인을 물에 떠밀어서 죽이기까지 한다. 남선비의 일곱 아들마저 죽이려다가 악행이 발각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염한 몸짓과 애교로 남자들을 유혹하면서도 잔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선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다.

우리 고전문학에는 흥부나 심청, 홍길동만 있는 게 아니다. 한없이 착하거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 심지어 다중성을 지닌 인물들이 즐비하다. 여성이 욕망의 대상이었던 시대에 무모하게 제 사랑의 길을 펼치고자 했던 초옥(‘포의교집’)과 옥소선(‘옥소선 이야기’), 출세에 대한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최치원(‘최치원’), 악인이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가진 수명장자(‘천지왕본풀이’) 등 스펙트럼이 넓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과 성격을 지닌 우리 고전 속 캐릭터 85명을 발굴, 소개하고 있다. 집필에 참여한 고전문학 연구자 85명은 한문학 작품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화, 전설, 민담 등 구비문학 작품을 대거 수록하고,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이나 악인까지 새롭게 조명했다. 선덕여왕, 이여송 등 역사적 실존 인물은 물론 두두리 도깨비, 선녀 등 상상 속 캐릭터와 장끼 같은 동물까지 나온다.

대부분 낯선 캐릭터들이지만 우리 고전이 서양의 고전만큼 다채롭지 못하다는 편견을 교정시켜주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전국 팔도를 누비며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녔던 광대 달문(‘광문자전’ 등)은 18세기의 대중스타라 할 만하다. 그는 차별과 억압의 시대에 바람처럼 거침없는 삶을 살았다. 방학중(‘상전을 골려 준 방학중’ 등)은 문화인류학에서 도덕적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물을 이르는 ‘트릭스터’(trickster)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하저동 출신의 하인으로 남녀 귀천 상관없이 남을 골려주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희극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인물이다.

책은 특히 고전작품 캐릭터들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하면서 오늘날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과의 접점을 찾고자 했다. 범상치 않은 힘을 발휘하는 호랑이 눈동자를 지닌 범천총(제주도 한동리 전설)은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그린 영화 ‘엑스맨’의 사이클롭스와 비교된다. 갖은 장애로 인해 나이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못간 노처녀인 갖은 병신 노처녀(‘노처녀가’)의 모습에선 드라마 주인공 김삼순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읽는다. 목화 따는 노과부(‘목화 따는 노과부와 엿장수’)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성욕을 실현하고 행복을 쟁취한다는 점에서 영화 ‘마파도’의 다섯 할머니와 비교된다.

어느 한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 힘든 캐릭터들의 인간적 체취와 매력은 오늘날에도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우리가 몰랐던 고전 속 인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 4권. 각권 1만5000원

〈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

당금애기…덴동어미…묻혀있던 고전의 부활 (한겨레)

신화·민담 속 역동적 캐릭터 85명
백정·기생 등 ‘소수자’들의 주체적 삶
봉건적 사슬에 맞선 당찬 여성상도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 4권)〉
서대석 엮음. 신동흔 외 85명 지음/휴머니스트, 각 권 1만5천원.


문) 우리 고전에서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10명을 나열하시오.

답) 효녀 심청, 성춘향과 이몽룡, 흥부와 놀부,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옹녀와 변강쇠, 홍길동과 허이녹?…???


그리 까다롭지 않은 문제 같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곧 막히고 만다. 아마도 이 분야 연구자나 입시생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하지 싶다. 문제를 바꿔서, 청소년들에게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어떨까? 아마도 게임과 판타지 소설과 만화영화 속 인물들로 가득 찬 답안지를 자신 있게 내놓을 듯싶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의 인물들을 모르면 외계인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한 세대에게 우리 고전 인물들을 묻는 질문 자체가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르는 만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역발상을 시도한 사람들이 있다. 당대 한국 고전문학계의 대표적인 연구자 85명이 그들이다. 스승인 서대석(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후학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임재해ㆍ박경신ㆍ박진태ㆍ황루시ㆍ강진옥ㆍ김종철ㆍ정출헌 교수를 비롯해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까지 망라했다.

서 교수를 비롯한 지은이들이 저마다 한 명씩, 우리 고전 속에 묻혀 있던 무려 85명의 인물을 새롭게 발굴하거나 재해석해 놓았다. 권선징악, 개과천선, 인과응보, 고진감래 등으로 상징되는 교과서식 상투적인 해석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역력하다. 그 덕분에 우리 주변이나 현대문학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와 다중성까지 지닌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며 입체적인 인물들이 즐비하다.

유리, 최치원, 옹녀, 박문수, 이몽룡, 황진이, 춘풍의 처, 장화와 홍련 같은 익숙한 인물들은 몇 안 된다. 석숭, 방학중, 비형, 민옹, 수명장자, 당금애기, 삼족구, 덴동어미 같은 이름들은 난생처음 듣는 듯 생경하다.

하지만 한 장만 읽어보면 이내 친숙해진다. 양이목사나 궤내깃또 같은 신화 속 인물부터 강임, 바리공주, 강감찬, 오늘이 등 무속의 신들, 얼마 전까지 탑골공원에서 구연자 김한유(금자탑)씨가 들려줘 인기를 끌었다는 ‘천하장사 대장부’ 홍대권(아래 그림) 같은 민담 주인공까지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구전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고아, 장애인, 백정, 기생 같은 소수자들이 시대적 억압이나 운명의 굴레를 뚫고 주체적으로 삶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들은, 고전이 왜 끊임없이 새롭게 읽혀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동적이고 용기 있게 사랑, 자유, 독립을 추구한 여성들이 수십명이나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준다. 벼슬을 사려고 재상의 첩으로 딸을 팔려는 비정한 아버지에 맞서 기생을 택하고 끝내는 사랑까지 이뤄내는 채봉, 미모ㆍ지조ㆍ문무의 능력까지 갖춰 사랑은 물론 전장에서 신출귀몰 활약해 제후에 오른 강남홍,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나라를 구한 여성 영웅 하옥주(오른쪽 그림), 관기의 숙명을 탈출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이룬 옥소선 …, 한마디로 대장금의 원형들이 차고 넘친다.

우리 고전을 고리타분하게만 느끼는 게임세대들은 물론이고, 상상력과 콘텐츠 고갈로 목말라 하는 대중문화 창작자들에게 ‘강추’할 만한 ‘이야기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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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만만찮은 책이겠군요. 들어보거나 아는 이름이 절반이나 될까 싶지만 관심은 갑니다.
알라딘에서는 멜기님이 우리 고전을 소개하는 선봉 아닌가요? ^.^
수고하셨고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심술 2008-04-1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는데요. 언제 한국 들어가면 사 와야지.

마노아 2008-04-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확실히 흥미가 갑니다. 예전엔 산타님이 고전 소개를 꽤 해주셨는데 요샌 바빠지셔서 못하나봐요. 좀 더 들여다보러 책정보로 가봐야겠어요.
 

다들 투표는 하셨어요? 저는 이 페이퍼 쓰고 투표하러 갈랍니다. 올해는 휴일도 별로 없는데, 투표나 자주 했으면 좋겠네. 이 페이퍼 쓰고 투표하고 나서, 밀린 책이나 실컨 읽어야겠어요.

벚꽃이 교정에 흐드러지게 잘도 폈더군요.

[문학/소설]
우영창,『하늘다리』, 문학의문학, 2008.4.

<문학의 문학>에서 제정한 제1회 문학의 문학상 수상작이다. <문학의 문학>이란 잡지는 첨 들어보는 것 같은데, 이 상의 심사위원들이 장난이 아니다. 박완서, 김병익, 황석영이 그들이다. 책 소개를 보면, 심사위원 외에도 작가가 증권사 지점장이고, 소설이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본격 증권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증권소설'의 분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1회라는 의미도 있고, 내로라하는 심사위원들이 뽑아놓은 거니까, 어느 정도 신뢰가 간다. 요즘 문학을 잘 못 읽는데, 이런 문학상 수상작들만이라도 챙겨둬야겠다. 덤으로 심사위원의 말을 옮겨 놓는다.

"<하늘다리>는 이른바 '골드 미스'의 다채로운 성 편력이 줄기를 이루지만 이 편력에는 증권회사 엘리트 직원으로서의 분방한 일상과 연결되며 겹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성과 돈이란 두 줄기 욕망이 오늘의 세태 속에서 어떻게 힘차게 요동치고 있는지 그 현장의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묘사는 스피드하며 문체는 박력 있고 어투는 함축적이면서 그 풍경에 대한 소감은 오히려 냉철해서 '쿨'하다. 아마도 재테크의 실제 경험을 가졌음직한 작가의 눈으로 묘사된 <하늘다리>는 천박한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면서도 값싼 인문주의적 센티멘틀리즘으로 비난하지 않고, 그것의 싱싱한 힘을 보여주면서도 그 "어두운 욕망"의 세계가 지닌 비인간적인 속성을 도외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이의 없이 합의했다." - 박완서, 김병익, 황석영

[종교/기독교]
조엘 박,『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 박스북스, 2008.4.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알라딘 신간안내나 마이리스트에는 보이지 않아서 몰랐다. 조엘 박은 현직 목사다. 대신 소속이 호주쪽인듯 하다. 그래서 이 책으로 "맞아죽"지는 않을 것 같다. 알라딘의 책소개는 이렇다. "2007년 12월 출간된 『한국교회를 향해 통곡하시는 예수』의 개정판으로 한국교회에 대해 개신교 목사가 직접 비판했다. 개교회주의 및 교단우월주의, 교파. 헌금 및 술.담배의 문제, 성전건축이라는 미명으로 진행되는 교회건축문제, 잘못된 설교와 기도, 목회자와 교인의 감투의식, 기복화 된 한국교회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4달만에 개정판이 나오다니? 아마도 제목에서 그다지 주목을 이끌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기도교 비판은 식상해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의 제목도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아무튼 내용은 그간 기독교 비판에서 주로 거론되던 것들인 듯한데, 주의를 끄는 것은 저자가 "술, 마셔도 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문학/작가론]
강영주 외,『그들의 문학과 생애』(전14권), 한길사, 2008.1.

납월북 작가들의 문학과 생애를 조명한 작가론 총서다. 이런 책이 2008년 1월에 나왔는데, 나는 엊그제 봤다. 총 1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다루는 납월북 문인으로는 김기림, 김남천, 박세영, 박태원, 백석, 이기영, 이용악, 이태준, 임화, 정지용, 조명희, 최명익, 한설야, 홍명희, 모두 14명이다. 사실 해금 이후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일정부분 그들의 문학과 생애가 조명된 바 있으나, 그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깊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평전' 형식이라는 것인데,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작가 연구서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에게도 친절히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사회/정치]
주종환,『뉴라이트의 실체 그리고 한나라당』, 일빛, 2008.3.

주종환 교수의 저작 선집 1권이다. 부제가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뉴라이트나 한나라당이 주창하는 그런 논리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 책이 보다 시의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은 뉴라이트계열의 교과서 포럼에서 최근 출간해 논란을 빚고 있는 대안교과서 때문이기도 하다. 그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런 근대화론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주종환의 이 책을 안 봐도 비디오이긴 하다. 주종환 교수에 대해서는 거의 잘 모르지만, 목차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재밌겠다.

[문학/일본문학]
바쇼, 『바쇼의 하이쿠 기행』, 바다출판사, 2008.3.

1권 오타쿠로 가는 길
2권 산도화 흩날리는 삿갓은 누구인가
3권 보이는 것 모두가 꽃이요

바쇼는 일본 에도시대를 살았던 문인이다. 오늘날에는 하이쿠의 대가로 잘 알려졌다. 이 책은 바쇼의 하이쿠 기행문이다. 바쇼의 글과 그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이쿠는 얼마전 유시화가 펴낸 하이쿠 선집을 통해 몇 번 맛을 보았다. 감흥이 남달랐기에, 이번 바쇼의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하이쿠가 주는 그 고요한 감흥을 가지고 바쇼의 하이쿠 기행에 동참해 보고 싶다. 오타쿠로 가야겠다.

[문학/소설]
김종광,『처음 연애』, 사계절출판사, 2008.2.

소설가 김종광이 "6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십대들의 첫사랑에 얽힌 시대별 이야기를 옴니버스 소설로 묶어낸 책"이다. 언제나 첫사랑은 야릇하다. 청소년들의 첫사랑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첫사랑 한 번 못 해 본 나로서는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시대별 1318 사랑의 변천사를 해학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이 큰 특징인데, 사회가 변하면서 아이들의 애정관이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다."

[역사]
김기협,『밖에서 본 한국사』, 2008.3.

밖에서 보면 다를까?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안에서 우리를 보아왔다. 그래서 우리 역사는 무조건 국사다. 일본역사도 국사고, 중국역사도 국사일텐데, 우리에게 우리역사만 국사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우리의 역사는 편협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밖에서, 주류 밖에서, 역사를 볼 때 시각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고저장단이 있겠지만,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숲을 보는,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보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아시아 연대가 이런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 한홍구, 임지현 등의 추천은 그러한 의미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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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8-04-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첫사랑 짝사랑으로 장식하셨잖아요? 뒷날 첫사랑 남편 된 이에게 죽도록 맞기도 하고. 히히히.

순오기 2008-04-10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끌리는 책들이 많아요~ 요즘 지름신을 지그시 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사들이고 못 본 책이 너무 많아서리~~ㅎㅎ 그래도 추천은 필수!^^
 

눈길을 주어야 할 곳이 세상엔 한 가득인데, 책에다만 이렇게 주구장창 눈길주는 것이 면구스럽니다. 요즘 UCC가 나도는 것을 지나치기만 했는데,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고는 기겁을 했다. 진성고의 학생 인권 유린 사태를 당국은 조속히 조속하여 해당자를 처벌하고 상처받은 학생들에게 다시금 밝음을 주어야 할 것이다.

아까 낮에는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갔다가 얼결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특정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하에 그들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 정말 진보로 신나는 당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니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들이 그런 노력을 보여준다면, 매달 나가는 당비가 거금 10,000원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개는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 버릇은 개를 줄 수가 없으니, 오늘도 이 노릇만 어쩔 수 없이 한다. ㅎㅎ

[종교/기독교]
꿈꾸는 터 편집부,『개(開)독교를 위한 변명』, 꿈꾸는 터, 2007.12.

종교가 싸잡아 욕먹긴 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엔 기독교가 있었다. 최근에 이르러 많은 이들이 '개독교'라고 부르고, '먹사'라고들 부르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그런데도, 이들 개독교 먹사들은 자성은 커녕 반성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장로 대통령 만들겠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데만 혈안이었고, 결국 성공했다. 그러나 그 장로 대통령이 개독교를 더 망치면 망쳤지 고쳐 줄 수는 만무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 개독교를 표방한 젊은 기독교 청년들의 자성의 목소리, 혹은 변화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간 개[犬]독교로 대표되는 기독교가 외부와의 문을 차단하고 폐쇄적으로 안에서 곪아 터져왔다면, 이제는 사회와 소통하고 열린 기독교로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어디까지는 기독교 내부의 청년들의 목소리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온건히 개독교 내부의 목소리, 내부에서 울어나는 자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개독교의 먹사들, 주류 기독교의 지배층들은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이 있다.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언어 유희가 돋보이지만, 사실 어감이 영 이상하긴 한다. 분명 개(開)독교는 좋은 기독교 하자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구분해 발음할 필요가 있다. 개[犬]독교의 개는 장음이다. 그래서 발음은 [개-독교]해야 한다. 그리고 개(開)는 단음이다. 그래서 그냥 짧게 [개독교]하자.

[역사/미국사]
하워드 진 · 레베카 스테포프,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추수밭, 2008.3.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전2권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책은 그 두껍고 벅찬 책을 읽기 부담스러운 사람이거나 미국사에 대한 초보적 입문 단계를 거치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다 쉽게 간략히 전하는 미국민중사라고 보면 된다. 하워드 진의 명성이야 두 말할 필요 없고, 그가 전하는 정말 살아있는 미국의 역사, 곧 미국 민중들의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이 책으로마나 맛보고, 곧 『미국민중사』로 본론에 들어가면 되겠다. 참고로 이책은 2006년, 그러니까 부시 정권의 그 폭력적 세계 지배의 추악함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만화/바둑]
김종서, 『바둑 삼국지 1, 2』,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2.

나는 만화를 잘 안 본다. 지금까지 본 만화가 『고스트 바둑왕』하고 이 만화다. 그러니까 나는 바둑 만화만 본다. 이 만화는 예전에 파란에 연재되었었다. 그게 단행본으로 나온 것인데, 이 만화의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조훈현이다. 쿤켄. 그가 1988년 잉창치배에 혈혈단신으로 출전해서 이중허리 린하이펑과 녜웨이핑을 이기고 우승한 내용의 전반부에서부터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만화다. 조훈현의 이 우승으로 바둑기사로는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도 했다. 아무튼 당시 바둑 불모지, 혹은 중국, 일본에 밀려 바둑 후진국 한국의 바둑기사가 세계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어마어마한 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으로 보는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근데, 김종서는 조훈현의 조카로 알고 있다. 그는 참 조훈현 팔아서 이것저것 많이 한다.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창호는 조카가 없나?

[사회과학]
조국,『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2008.3.

얼굴 잘생긴 법대 교수로 널리 알려진 조국 교수의 신간이다. 나는 사실 그를 잘 알지 못하고 이름만 안다. 그런데, 언젠가 걸리겠다고 싶었다. 그가 얘기하고 떠드는 게 나의 관심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참에 확 걸어버릴까? 무엇이든지 성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국 교수의 이 성찰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지, 사실 궁금한 내용은 아니다. 뻔한 것일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정치 개혁이나 인권 신장 등은 진보가 아니어도 너무나 잘 아는 내용들이고 많이들 떠들지 않는가? 그러나 바뀌는 것은 미세하다. 그렇더라도 이런 미세한 변화 속에서 인류는 진화해 오지 않았던가?

[역사/현대사]
최영태, 김상봉 외, 『5.18 그리고 역사』, 길, 2008.2.

얼마 전 김상봉 교수를 만남 이벤트 강연회에서 만나 강연도 듣고 술도 한 잔 하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본인이 학술대회에서 5.18 관련 논문을 발표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학술대회 발표문들이 모여 나온 것이 이 책이다. 우리에게 5.18은 여전히 가슴 아프다. 그러나 아파만 해서는 안 된다. 5.18이 김상봉의 발표 제목대로 라면 '그들의 나라'를 '우리의 나라'로 바꾸어 가는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헌데, 김상봉 교수는 지난 만남 이벤트 뒷풀이 자리에서 선거거부운동 운운했었다. 그런데 오늘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가보니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8순윈가 그러던데, 어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모쪼록 진보신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길 바란다.

[종교/기독교]
맹용길, 『예수의 윤리』, 살림, 2008.3.

오늘은 기독교 관련 책이 눈길에 많이 사로잡혔다. 내가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실 지금 한국기독교가 비판받는 이유는 기독교가 그 근본을 잃어버리고 제멋대로 개독교가 되어서 그런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말하는 '예수의 윤리' 곧, 사랑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예수의 윤리가 정확인 어떤 것인지는 책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내가 단언하기는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수의 윤리가 지금의 개독교의 행각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비판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자, 어디 예수가 보여주는 기독교의 그 근본이 무엇인지들, 당신님네들께서 생각 좀 해보이소. 그리고 이땅을 살아가는 기독교인들도 예수의 윤리는 무엇인지를 낮게 낮게 내려앉아서 차분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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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3-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김상봉 교수, 조국 교수 또 책냈어. 사야되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