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
어느 집단이나 목소리 큰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극히 소수다. 문제는 이들이 권력을 쥐고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좀 어렵게 했지만 간단히 말하면 시끄러운 인간이 쥐뿔도 없으면서 대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도 대게는 방관하는데, 그 이유는 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본인도 잘못을 알고 있겠지, 설마 더 위까지 오르겠어.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지랄발광을 하며 유세를 떤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부하가 되어 있다. 끝까지 저항하면 괴롭힘이 시작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혹함이 극에 달하게 되는데 결국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듯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여성 걸 그룹 에이오에이의 민아 사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유치해보이지만 자세히 파악하면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수가 선하다고 하더라도 악독한 인간이 작심하고 웅덩이를 흐려놓게 되면 결과는 탈퇴 아니면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 팀닥터의 구타를 못 이겨 자살을 선택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감독과 주장이 함께 공모하고 다른 선수들이 수수방관하며 일은 극단적으로 흘러갔다.
과연 해결방법은? 정직하게 말해 잘 모르겠다. 인간세계 더 나아가 포유류의 세상에서 권력과 폭력은 늘 함께 하기 때문이다. 곧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권력은 성립하기 어렵다. 여기서 폭력이란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정치적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되도록 엮이지 않는 게 최선이긴 한데. 그나저나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그 자식과 그 녀는 아직도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