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올해는 이상하다. 100년에 한번 일어날 까 말까하다는 전염병이 돈 것을 보라. 내게도 특이한 사건이 연거푸 일어났다. 내 가방 속을 뒤져 지갑을 꺼낸 도둑을 맞을 뻔 한 일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지난 주 토요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다른 점이라면 지난번이 밤이었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훤한 오후 6시 무렵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대담하게. 다행스럽게도 바로 발견하여 좋게(?) 마무리했지만. 여기서 좋게란 그것도 두 번 겪은 일이라고 흥분하지 않고 빠르게 처신했다는 뜻이다. 물론 사과도 받아냈다.
이쯤 되면 내 잘못이 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가방관리를 잘 못 한거니까. 참고로 가방은 근처에 잘 보이는 곳에 내려놓았고 인근 20미터 정도의 거기를 왕복하면 빠른 걸음으로 왕복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살면서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2020년에만 연달아 두 번 겪었다는 건 뭔가 동네에 변화가 있었다는 걸 의미란다. 과연 어떤 일이?
그는 러닝셔츠 사람의 중늙은이였다.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섣부른 변명을 하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구차한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아 바로 경찰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가 유복한 상태가 아님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내게 걸린 택시 운전사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비루한 인간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서장훈은 젊어서 빚까지 얻어 흥청망청 사는 젊은이를 따끔하게 혼냈다. 너 그렇게 살다든 오늘 같이 온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너 혼자만 남아 비루하게 살다 죽게 될 거야. 그 청년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한 때 갑부였던 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풍비박산이 나고 급기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한 달 후 거짓말처럼 어머니도 떠났다. 고아가 된 그는 자포자기 심정에 내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마구 소비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었다, 서장훈은 또 말한다. 내가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이유는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서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 보면 젊어서 실컷 놀다가 돈이 없어 쩔쩔 매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만약 내 지갑에 손을 댄 두 사람이 돈이 여유가 있고 풍족했다면 그런 짓을 했을까? 물론 순간의 충동에 못 이겨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과연?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까짓 돈 몇 푼 다 써버리고 말텐데. 비루해진 자신이 창피스럽지는 않을까? 여하튼 앞으로 가방과 지갑 단속은 철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