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스프레이 : 일반판
니키 블론스키 외 / 플래니스 / 200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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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쳐 우울하고 짜증이 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럴 때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정도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를 감상하는 게 최고다. 개인 취향에 따라 블록버스터 무비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무조건 음악영화다. 댄스를 결들인. 월요일 저녁 두 편의 영화를 몰아 보았다. 렌트와 헤어 스프레이. 렌트는 직접 공연을 다녀 온 터라 감동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였고 헤어 스프레이는 짤막짤막하게 나온 영상만 봤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감상하자는 마음이었다. 렌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하고 오늘은 헤어 스프레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휴대폰까지 켠 상태로 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화기도 끄고 정자세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연기와 음악, 춤과 대사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라이브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때는 1960년대 초반. 볼티모어에 사는 뚱보 트레이시는 춤과 노래에 관심이 크지만 외모 탓에 따돌림을 받는데. 우연히 흑인친구들을 만나 자신감을 얻고 선망해 마지않던 티브이 쇼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전형적인 미운오리새끼 같은 스토리지만 흑인 차별 등 은근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음악. 정말 버릴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오에스티도 바로 주문 완료.


덧붙이는 말


스포일러 같아 말을 하지 말까 싶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트레이시의 엄마를 주목하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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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는 


올해는 이상하다. 100년에 한번 일어날 까 말까하다는 전염병이 돈 것을 보라. 내게도 특이한 사건이 연거푸 일어났다. 내 가방 속을 뒤져 지갑을 꺼낸 도둑을 맞을 뻔 한 일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지난 주 토요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다른 점이라면 지난번이 밤이었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훤한 오후 6시 무렵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대담하게. 다행스럽게도 바로 발견하여 좋게(?) 마무리했지만. 여기서 좋게란 그것도 두 번 겪은 일이라고 흥분하지 않고 빠르게 처신했다는 뜻이다. 물론 사과도 받아냈다. 


이쯤 되면 내 잘못이 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가방관리를 잘 못 한거니까. 참고로 가방은 근처에 잘 보이는 곳에 내려놓았고 인근 20미터 정도의 거기를 왕복하면 빠른 걸음으로 왕복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살면서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2020년에만 연달아 두 번 겪었다는 건 뭔가 동네에 변화가 있었다는 걸 의미란다. 과연 어떤 일이?


그는 러닝셔츠 사람의 중늙은이였다.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섣부른 변명을 하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구차한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아 바로 경찰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가 유복한 상태가 아님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내게 걸린 택시 운전사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비루한 인간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서장훈은 젊어서 빚까지 얻어 흥청망청 사는 젊은이를 따끔하게 혼냈다. 너 그렇게 살다든 오늘 같이 온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너 혼자만 남아 비루하게 살다 죽게 될 거야. 그 청년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한 때 갑부였던 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풍비박산이 나고 급기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한 달 후 거짓말처럼 어머니도 떠났다. 고아가 된 그는 자포자기 심정에 내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마구 소비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었다, 서장훈은 또 말한다. 내가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이유는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서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 보면 젊어서 실컷 놀다가 돈이 없어 쩔쩔 매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만약 내 지갑에 손을 댄 두 사람이 돈이 여유가 있고 풍족했다면 그런 짓을 했을까? 물론 순간의 충동에 못 이겨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과연?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까짓 돈 몇 푼 다 써버리고 말텐데. 비루해진 자신이 창피스럽지는 않을까? 여하튼 앞으로 가방과 지갑 단속은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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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 봄나무 문학선
조안 에이킨 지음, 고수미 옮김 / 봄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로 달려갈 때 쯤 되면 더 이상 살아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이 불끈 하고 든다.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하거나 꿈을 꾸거나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뻔 한 이야기를 해대겠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다. 삶의 재미는 시계바늘과 함께 어이없이 사그러든다.


<미드나이트 저택의 비밀>은 더 이상 새로운 소설은 없는 게 아닌가, 라는 망상이 들 째쯤 만났다. 게다가 1974년 작품이라니. 이래서 사람은 절대 교만해서는 안 되고 세상은 더 살아봐야 마땅하다. 알아보니 이 소설에 대한 찬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얼핏 보면 아동성장같지만 자세히 보면 고딕풍 공포추리라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게 이미 명작이란 뜻이다.


큰 공장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는 루카스. 소년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황량한 땅에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시설들이 이상할 뿐이다. 안나마리아의 등장은 순간 기쁨이었으나 막상 만나고 보니 고통으로 변한다. 내가 원한 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는데. 게다가 비밀을 잔뜩 간직한 여자아이라니. 사실 이 둘은 사업체를 물려받을 자격을 두고 싸워야 하는 라이벌이었다. 과연 루카스와 마리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연치고는 기묘하게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던 시기에 읽었다. 여전히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47일 기록을 깰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다행은 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첫 문장이 ‘온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겠는가? 오염된 공기와 희뿌연 중금속 하늘 아래 희망이라곤 한 개도 없는 시대를 견뎌내야 했던 소년 소녀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비단 영국뿐이었겠는가?  


덧붙이는 말


결정적인 흠이 있다. 노동자나 하녀와 같은 이들의 말을 모조리 충청도 말로 바꿔놓았다. 원작을 읽지 못해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높임말로 대체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굳이 지방말로 옮겼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했다. 또한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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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수하씨 


No Day But TODAY


뮤지컬 <렌트>를 관람했다. 미미 역을 한 김수하씨에 반해서였다. 우연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아웃 투 나잇을 부르는 걸 듣고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는 길이 평탄치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과연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때가 때인지라 이런 저런 절차를 거치고 입장을 했는데, 정직하게 말해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만원.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객석도 예전과 같았다. 게다가 내 옆에는 한 덩치하는 친구가 앉는 바람에 몇 번이나 맨 살이 부딪쳤다. 그나마 이 공연의 옥에 티는 이게 전부였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차용한 <렌트>는 장소만 뉴욕으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음악 전체에 힘이 있었고 가녀린 미미가 강인한 여전사로 변해 있었다. 원작자 조나단 라슨의 덕이 컸다. 정작 본인은 개막을 보지 못했으나 이렇게 오래오래 사랑받고 있다. 김수하에 집중하느라 다른 역은 상대적으로 띄엄띄엄 보았지만 그럼에도 엔젤 역의 김호영은 빛이 났다. 거의 준주연이라 할 만큼 대사나 노래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무대에 등장하기만 해도 극 전체를 휘어잡는 매력이 장난 아니었다. <렌트>의 같은 역으로 데뷔를 했으니 애착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로저를 연기한 장지후씨도 빛이 났다. 일단 뮤지컬 배우가 키가 크다는 점이 이렇게 큰 장기인줄을 제대로 알았다. 2층 중간쯤 자리에서 보았는데도 시원시원하게 눈에 잘 들어왔다. 물론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연기가 인상 깊었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보다 슬픔이 잠겨있는 대사들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다른 배역들도 모두 칭찬받을 만하다. 일종의 앙상블 배우들은 받쳐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데 <렌트>는 이들에게도 일정한 지분을 줘서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 장소는 디큐브 아트센터이고 공연은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출처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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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에 장관에게 작가증*을 발급하라 


레이먼드 카버에게는 글쓰기 원칙이 있었다. 짧게 쓸 것. 그리고 정치적인 언급은 하지 말기. 개인 블러그에 이런 저런 훈수를 두었던 터라 뜨끔했다. 내 말이 전달될 턱이 없으니 개인 넋두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런 글을 읽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행히 정치적 지향이 같다면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면 좋아요를 누르겠지만 반대편이라면 욕부터 하려 들 것이다. 


이왕 쓴 글들을 지우기는 그래서 한동안 자제했는데, 이런 사고가 터졌다. 절묘하게 정치와 문학이 겹쳤다. 추미애 장관이 자기 아들 관련하여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혼잣말로 소설쓰시네라고 내뱉었다. 황당하거나 이치게 닿지 않는 말을 할 때 흔히 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태도였다. 장관으로서의 품위가 없었다. 한마디로 싸가지 제로였다. 해프닝쯤으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한국소설가협회에서 항의문을 냈다. 추 장관의 발언에 놀라움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앞으로는 소설을 거짓말 행위로 빗대는 발언을 하지 말아줄 것을 엄중하게 촉구했다. 


일단 그런 단체가 있는 줄 몰랐고, 또 설령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는게 왠지 쑥스럽다. 정직하게 말해 소설은 거짓말이 맞다. 사실에 바탕한 다큐라도 엄연히 작가의 시선이 들어간다. 협회는 거짓말과 하구는 다르다며 거창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게 그거다. 소설을 권위적으로 포장하면 할수록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형문화재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렇게 말하면 또 문화재청에서 항의하려나? 내가 협회 관련 일을 한다면 추 장관에서 단체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작가로 위촉하겠다. 소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어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물론 유머다.


덧붙이는 말


소설가 협회의 항의문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마치 조선시대 원님이 끌려온 죄인을 내려다보며 ‘네 이놈’하고 꾸짖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추장관이 ‘별꼴이야’하고 무시하기를 바란다. 정말 협회의 소원대로 사과라도 했다간 앞으로 소설가는 진실만을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발 비판을 하더라도 작가답게 위트 있게 하시라.  


* 세상에 작가증은 없다. 등단이라는 제도 또한 없어져야 마땅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면 그만이다. 장관에게 작가증을 발급하자는 제안은 일종의 우스개소리다. 제발 농담은 농담으로. 


관련 기사 :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30/2020073002295.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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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7-3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협회의 멤버들이 과연 누군지 궁금해집니다^^

카이지 2020-07-3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