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경쟁


서울시향이 광복 75년을 맞아 기념 연주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장료는 무료. 단 8월 11일 오전 11시부터 선착순 마감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대기를 타다 예매창이 뜨자마자 들어가 이름을 적고 휴대전화 번호를 기입하고 예를 누르는데 그만 마감 문자가 뜨고 말았다. 이런 된장. 대체 누가 이렇게 빨리. 불과 1초도 되지 않았는데. 허탈했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욕을 먹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원칙과 실천 방안을 세워 차근차근 진행했자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그저 규제로 일관하다 문제가 되니 여기저기 누더기 땜빵을 해대니 문제지. 임대주택 혹은 공공주택도 그렇다. 뜬금없이 각종 용지를 동원하여 고층아파트먼트를 때려 짓겠다고 한다. 주변 상황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당연히 주변 집값보다는 쌀 것이고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온갖 편법이 난무할 것은 눈에 봐도 뻔하다. 당연히 정부는 또 단속반을 만들겠지. 아니나 다를까 국가 단위 부동산 감시기구를 만들겠단다. 그렇다면 공짜표를 얻은 사람들은 마냥 기쁠까? 그 중에는 진정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로또 당첨 기분으로 자격을 갖추어 들어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20년 동안 꼼짝없이 임대료를 내고 살아야 한다면. 슬슬 억울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지금이야 집값이 오르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실제 미국에서고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뉴욕 임대 아파트가 그 증거다. 선의로 만든 정책이었지만 정작 거주자들은 자신들의 분양권을 사고팔며 암시장을 만들었다. 정부는 추가비용을 들여 계속 단속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동네는 슬럼이 되고 말았다.


분명히 공짜 연주회 표를 획득한 이들 중 누군가는 가격을 붙여 중고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연주를 보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게 분명하니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얼마라도 돈을 받고 팔든지, 제도상 문제가 있다면 기부금으로 전환하면 되지 않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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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율동공원* 


내게 분당은 낯설고 멀고 황량한 곳이었다. 하나둘 친구들이,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 부모님들이, 그곳으로 떠난다고 할 때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이후 몇 차례 놀러가보았지만 내 선입견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 주말(2020년 8월 8일) 분당에 다녀왔다. 판교 계절밥상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이나 할 겸 들렀다. 내친김에 율동공원에도 갔다. 간간이 비가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소강상태라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녹음이 우거질 대로 우거진 호수공원을 걷는 맛은 꽤 운치가 있었다. 지난 세월동안 자리를 잡아서인지 아늑한 느끼마져 들었다. 몇 십 년 전 추운 겨울 우연히 갔다가 단두대처럼 매달린 번지 점프대를 보고 가졌던 섬뜩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결국 번지까지만 가보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다가 돌아왔다. 참고로 점프대는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사고 탓이다.


공원이 자리 잡은 도시는 삭막함이 덜하다. 분당은 설계 당시부터 녹지를 대규모로 확보하여 쾌적함이 남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kw5069/30166982019


* 저 멀리 번지점프대가 보인다. 분당 율동공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점프대가 돋보이는 이유는 주변의 자연 덕이다. 곧 별다른 인공시설없이 최소한의 설비들만 있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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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장에 비해 넓고 쾌적하고 게다가 2층에 


싸고 맜있게 양껏의 정석 


우리나라에서는 호텔에 들어서면서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원래 뷔페는 싸고 맛있게 그리고 양껏 먹는 음식이다. 코스가 아니라 한꺼번에 차려놓고 먹기에는 한식이 최곤데, 이 두 조합이 결합된 곳이 계절밥상이다. 자연별곡과 더불어 한식뷔페의 전성기를 이끌었는데 최근 들어 시들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뷔페 자체를 그다지 즐기지 않게 된 것은 분명하다. 제대로 된 단품요리를 먹겠어. 배달도 가능하니. 게다가 팬데믹까지 겹쳐.


8월 8일(토요일) 판교 계절밥상을 들렀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시설이 마음에 들어서다. 다른 곳이 지하나 후미진 곳에 있는 데 반해 매장이 널찍하고 2층에 있어 쾌적하다. 안내해주시는 분도 친절하고 서버들도 다 먹은 접시들을 제 때 잘 치워주어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음식은 늘 느끼지만 비빔밥을 푸짐하게 먹고 싶을 때는 좋지만 정직하게 말해 구색 맞추기식 메뉴들도 좀 보였다. 떡볶이나 메일, 꽈배기 같은 것들. 개인적으로 삼치가 만족스러웠고 고기류는 쏘쏘였다. 특선으로 내세운 장어나 등갈비 모두 별로였다. 망고빙수도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일반예약이 되지 않아 채끝살을 스페셜로 따로 시키고 예약했는데 (주중 만 원. 주말 8천 원 추가)이게 의외로 맛있었다. 싼 가격에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고 감자나 아스파라가나 당근 등도 괜찮았다. 쿠폰이 생겼거나 주중에 부담 없이 점심 드시고 싶을 때 추천한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hi_mirim/221005230196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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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은 분명히 있다


한 후배가 급하게 전화를 했다.


“선배, 오늘 저녁 때 시간 좀 되세요?”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예술의 전당에서 클래시컬 음악 공연이 있는데 함께 가줄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평소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라고 나는 순진하게 생각하고 “응”하고 답했다. 연주회를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 그녀는 말했다.


“오늘, 고마워요”


나는 “뭘, 그런 걸”하고 쑥스럽게 말했다.


후배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드레스 코드도 센스 있으시고”


그날 나는 바지는 편한 캐주얼이었지만 구두에 셔츠, 그리고 윗도리는 정장차림이었다. 클래시컬 공연이 있으면 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나만의 규칙을 그날도 적용했다. 그러고 보니 후배의 드레스는 꽤 화려했다. 자칫 청바지에 점퍼를 입고 갔다면 영 아닐 뻔 했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그녀는 아마도 남자친구와 뭔가 어긋나는 일이 생겨 곤란한 상황에 처한 듯싶었다. 그렇다고 비싼 표를 버리거나 갑자기 남을 주기도 어려워서 나를 떠올린 게 아닐까? 나한테 조금이나마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라구요? 글쎄, 나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날 공연 연주자와 레퍼토리만 궁금했을 뿐이다.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이 화제다. 국회에서 무릎이 드러난 원피스를 입었다고 해서다. 기자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누군가 옷차림이 그게 뭐냐는 식의 댓들을 달았다. 가벼운 설전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기사화되면서 도리어 일파만파 커져갔다. 옳다, 그르다, 꼰대냐 등등. 개인적인 의견은 국회위원의 품위를 떨어뜨릴만한 의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걸맞은 옷이라고도 판단하지 않는다. 클래시컬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연습을 할 때는 어떤 의상을 입어도 상관이 없다. 반바지도 오케이. 그러나 정작 본무대에서는 보기에도 답답한 연미복이 의무다.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짧은 머리도 없다. 남자건 여자건 모두가 다 그렇다. 왜 그럴까? 행여 옷차림 때문에 감상이 방해가 될까봐서다. 곧 시선이 음악이 아닌 다른 곳에 쏠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 아닐까? 본인 사무실에서야 어떻게 입든 상관이 없지만 적어도 본회의에서는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누구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한번쯤 고민해봐야 마땅하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특정인의 옷차림에 시선을 빼앗기면 안 되지 않겠는가? 굳이 여성의원이라고 해서 차별하는 건 아니다. 과거 유시민 의원의 유명한 백바지 사건을 보라. 그건 일종의 항거였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었다. 국회의 권위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도발한 셈이기 때문이다. 드레스코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늘 있어 왔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야말로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의미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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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먹고 떠들 뿐인데'라구요?


하루에 평균 한 시간은 유튜브를 본다. 어떤 때는 그 이상 눈길을 주기도 하지만. 주로 구독하는 컨텐츠는 야구, 음악 관련 채널이다. 희한한 게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쑥불쑥 먹방이 꺼어든다. 화면이 뜰 때마다 무시하곤 하는데 언제부턴가 푹 빠져버렸다. 참 놀라운 투시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인 요리사가 주인공인 코우지 티브이다. 일식 요리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한식, 중식, 전문식당, 뷔페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돌아다닌다. 얼핏 까다롭게 평가할 것 같은데 늘 점수는 후한 편이다. 그러나 날카로운 지적도 골잘 하는데 온화로운 표정과 겸손한 말투 때문에 거북하지 않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먹방 유투버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간접광고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구입하여 먹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폰서가 있었다. 해당 영상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아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시선이다. 정직하게 말해 그게 큰 문제인가? 물론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영상을 기획하고 음식을 구입하고 찍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든 돈이 들고, 그 돈을 누군가 대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드라마 속에 광고가 버젓이 노출되기도 한다. 도움을 받은 게 핵심이 아니라 알리지 않은 게 괘씸하다는 지적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이토록 과도하게 비난하고 급기야 영상촬영을 그만두기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 고 나는 생각한다.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텐데. 아마도 분노하는 이유는 낮은 진입장벽때문이 아닌가 싶다. 곧 그저 먹고 떠들 뿐인데. 사실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건 외면하고. 큰돈을 버는 게 아니꼬워서는 아닐까? 물론 일부 먹방 유투버도 문제다. 아무래도 지원을 받게 되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날카로운 분석으로 신뢰를 얻은 유튜버라면 배신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먹방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유는 대리만족이 크기 때문이다. 음식을 복스럽고 맛있게 먹는 건 큰 행복이다.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의외로 자의반 타의반 잘 못 먹는 분들이 많다. 나 또한 그렇다. 설마 그리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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