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마담


올해 들어 가장 최근에 극장에 간 것은 1월이었다. 파바로티 다큐 영화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 일 년에 최소 10번 이상 영화관에 가는 나로서는 갑갑할 노릇이었다.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예매를 했다. 꽤 오랫동안 코로나 19가 잠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확진자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하루에 세자리는 기본이 되었다. 고민에 빠졌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예스였다. 앞으로는 아예 극장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정말 유럽처럼 도시 자체가 봉쇄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선택한 영화는 오케이 마담. 국제수사도 함께 고려했는데 조금 더 빠르게 보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내 판단이 옳았다. 국제수사는 개봉이 연기되었다. 극장 안은 손에 꼽을 만큼 관객이 적었다. 다들 마스크로 무장한 채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게 내게도 전달되었다. 그래.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광경일지도 모르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기자.


영천시장에서 꽈배기 장사를 하는 미영, 남편 석환은 인근에서 전파상을 운영한다. 가난하지만 하나뿐인 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하와의 여행이라는 행운이 등장한다. 한 음료회사의 병뚜껑 챌린지에 당첨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비행기에 오르고 난생처음 이국의 바닷가를 거닐 생각에 들뜨는데. 


설정이나 줄거리는 매우 즐거웠으나 아쉬움도 컸다. 한마디로 돈을 좀 더 들였더라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가 되었을 텐데. 주 무대가 비행기 안이라는 점도 다소 답답했다. 물론 평소 잘 알지 못했던 화물 공간이나 승무원들의 휴식 공간, 짐 싣는 곳 위의 좁은 틈새를 발견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스토리도 재치 있게 잘 짜여지기는 했지만 반전이 너무 심해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리는 데도 실패했다. 북한군 스파이로 나오는 이상윤이나 이선빈도 밋밋했다. 도리어 승무원을 연기한 배정남이 조연 중에서는 가장 돋보였다. 의외로 코믹연기에 잘 어울리는 다양한 표정이었다. 정작 주연인 엄정화와 박성웅이 주눅이 들 정도로.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액션인데, 조금 더 길게 그리고 박진감 있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렇게라도 영화관 공기를 쐰게 어디인가? 아, 나도 가고 싶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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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꼬 경희대점(서울). 대충 이런 분위기다. 


급하게 뭔가를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외식이란 늘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식사는 아니다. 바쁜 직장일중 잠깐 짬을 내어 식사를 하고 후식에 커피까지 먹고 마시기란 곡예에 가깝다. 비행기나 열차를 타기에 앞서 요기를 할 생각으로 음식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 심정이 된다. 대체 무얼 먹어야 할까? 그럴 때 나는 대부분 프랜차이즈 식당을 찾는다. 매뉴얼화되어 있으니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음식이 나올 것이고 맛 또한 평준화되어 있으니 괜한 트집을 잡을 일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위생이 잘 되어 있어 배탈이나 설사와 같은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팬텀싱어 3 갈라 콘서트 장에 도착하니 시작까지 약 한 시간 가량 남았다. 점심도 건너 띈 상태로 식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낯선 곳이라 적당한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맛집을 검색해보아도 그저 그랬고 더군다나 방학이라 그런지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다. 참고로 공연 장소는 경희대 안이었다. 그 때 눈에 뜨인 곳이 아비꼬였다. 카레전문점이라고 하는데 덮밥이나 돈까스도 있어 마음에 들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들어가 자리부터 잡고 세트메뉴와 돈까스 덮밥을 시켰다. 세트는 소고기에 카레를 얹고 고로케를 곁들인 것이고 덮밥은 익히 아는 그대로다. 매운 카레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혹시 탈이 날지 몰라 무조건 가장 낮은 단계로 주문했다. 다 먹고 나서는 그래도 1단계는 먹을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예상 가능한 맛이고 특별히 별미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대학가라 그런지 서빙도 싹싹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카레나 반찬 추가도 가능했고 가격도 적당했다. 둘이서 2만 원 조금 더 나왔다. 혹시 급한 일이 생겨 최대한 짧은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한 분들이라면 추천한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thecno7423/220707562226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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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 김홍도, 나무인형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들이 많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즐겼기에 그 귀함을 몰랐다는 뜻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나들이도 그 중 하나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벼운 소풍삼아 자주 찾곤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주눅 들어 그러지 못했지만. 2020년 8월 15일 날을 잡아 찾았다. 예약제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홈피에 들어가 보니 원하는 시간은 이미 다 예매가 완료되어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들락날락하는데 럭키 딱 2장이 취소되었다. 잽싸게 클릭. 이 선택이 얼마나 절묘했는지는 그 날 저녁 깨달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8월 16일부터 다시 전면 중단되었다. 15일을 제외한 연휴기간에 예약을 하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처음 개장할 때 들르고 두 번째이니 꽤 오랜만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이곳에 오면 반드시 보아야 하는 세 가지 나만의 보물이 있다.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반가사유상. 예전에는 그 앞에서 또 한참 줄을 서고 순례자처럼 한 바퀴 돌고는 바로 퇴장해야 했는데 인원제한 덕에 여유 있게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김홍도의 풍속화. 상설 전시가 아니라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생기지만 이번엔 특별전이라 무려 여섯 점이나 볼 수 있었다. 비록 가장 사랑하는 서당은 전시되지 않았지만 대표작인 씨름이나 무동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참고로 이 그림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거대한 그림을 상상하셨다면 살짝 실망하실 수도. 마지막으로 세 번째 보석은 나목. 목공예 관에 가면 늘 나무인형들이 나를 반긴다. 이번에는 기증전으로 대체되었는데 역시 좋았다. 사실 다른 보물들에 비해 볼품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무가 주는 정겨움과 무덤의 동반자라는 스선함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볼 때마다 시선을 끌게 된다. 그렇다. 나목은 아이들의 노리개가 아니다. 관속에 함께 넣어 져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덧붙이는 말 


만약 박물관이 불에 타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보물들을 죄다 두고 나와야 할 상황에서 단 하나만 챙길 수 있다면 그건 반가사유상이다. 무조건 이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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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없이 노래하고 싶다



팬텀싱어 3 콘서트 알림판. 사진 속 팀은 라비던스.


2020년 8월 15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팬텀싱어 3 갈라 콘서트에 다녀왔다. 함께 사는 사람이 경연 2등 팀인 라비던스의 광팬이어서다. 콕 집어 말하면 존 노. 당초 표는 오픈하자마자 죄다 매진되었는데, 어찌어찌 2장의 티켓을 구했다. 서로 멀찍이 떨어진 좌석이었지만. 여하튼 빗속을 뚫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완전히 그쳤는데 도리어 습기가 올라와 더욱 덥게 느껴졌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문진표 작성을 위해 줄을 섰는데 그게 또 거의 한 시간 가량 걸렸다. 그것도 야외에서. 이쯤 되면 누군가는 분통을 터뜨려야 하는데 단 한사람도 불평이 없었다. 팬심으로 대동단결했기 때문이리라.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는데 이미 공연시작시간은 한참이나 지났다. 원래 저녁 7시 30분이었는데 8시가 넘어 공연의 막이 올랐다. 참고로 내가 앉은 자리는 1층의 시야제한석. 무대의 3분의 1쯤이 가리는 곳이었는데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노래만 들으면 되니까. 정작 문제는 내 앞 자리의 대두 아저씨. 한 칸씩 띄어 앉게 되어 있었는데도 절반이나 가릴 정도로 컸다. 고개를 곧추세우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다보니 나중에는 허리가 다 뻐근해질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공연은 즐거웠다. 사실 특별한 연주 없이 두 시간 이상 노래만 계속 이어진다는 것에 부담이 있었는데 역시 라이브는 라이브라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져 지루할 틈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다면 음향이다. 전문 연주장이 아니라서 그런지 소리가 멀리 퍼지기보다는 찌그려져 들렸다. 곧 소리 음량만 크지 폭이 넓지 않아 왜곡현상이 일어난다. 나중에 같이 간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앞 쪽은 더 심했다고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양쪽 스피커에서 최대한 소리를 올려놓아 꽝꽝 거리기만 할 뿐 정작 중요한 노래는 재대로 전달되지 않았겠지.


공연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는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곡이나 새로운 노래를 다양한 조합으로 보여주었다. 2부는 그야말로 파격이었는데 다들 작업복 비슷한 옷을 입고 가요를 선보였다. 이를테면 디제이덕의 바운스나 조피디의 친구여 같은 곡들을 마치 주크박스 메들리처럼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도가 아주 좋았는데 너무 튄다는 지적도 있었다. 크로스 오버의 경계를 너무 뛰어넘었다는 소린데 글쎄? 3부에서는 라떼 아모르, 라포엠. 라비던스 세 팀이 나와 대표곡 2곡씩을 불렀다. 아마도 팬들은 이 무대를 가장 기다리지 않았을까? 공식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앵콜이 빠질 수 없지. 워리어와 힐 더 월드를 떼창하며 콘서트는 무사히 끝이 났다. 바깥에 나오니 밤 11시. 거의 세 시간 가량 한 셈이다. 서둘러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 가까스로 막차에 몸을 실었지만 결국 이촌역에서 갈아타려는데 이미 운행 끝. 다행히 택시를 잡아 집에 돌아오니 거의 새벽 1시. 티브이를 켜서 팬텀 싱어 3 마지막 회를 다시 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노래를 부르신 분들이나 오신 팬 모두.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nozomelu/22206246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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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노에 대한 팬심으로 부러움의 좋아요를 누릅니다. ^^

카이지 2020-08-1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존 노 님 포에버!!! 라비던스 화이팅!!!!!
 

기나긴 장마가 드디어 끝이 났다. 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길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54일 이었다고 하니 거의 두 달 가량 비가 계속된 셈이다. 비가 와서 습하고 답답한 건 둘째 치고 해를 제대로 보지 못해 가장 힘들었다. 올해는 이전에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다. 이맘때면 거의 여름이 끝물이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들었는데, 이제 좀 여름답다 싶은데 금세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늦더위가 더 이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장마는 끝났고 짧지만 여름다운 여름도 늦게나마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웬일, 코로나 대유행이 다시금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참 이래저래 뭐가 안 되는 2020년이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아무리 짧더라도 여름은 즐겨야 제 맛. 비록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적어도 여름 햇살만은 만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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