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래스를 다 읽었다. 드라마를 먼전 본 터라 정직하게 말해 감동은 덜했다. 다행히 원작자가 각색에 참여한 덕에 괴리감은 없었다. 이 만화에 대한 평은 따로 기회를 내서 하겠다. 오늘은 인상적인 말에 내 감상을 덧붙이겠다. 사실 이태원 클래스는 그림 보다 대화가 압권인 웹툰이다.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역시나.


아버지를 오토바이로 치어 죽인 장근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죄로 감옥에 간 박새로이. 2년 만에 출소한 그는 통장을 보며 마음을 다 잡는다. 보험사에서 나온 사망보상금과 아빠가 살아 생전에 자신을 위해 저축한 돈을 모아보니 다 합쳐 약 2억 6천만 원. 새로이는 운동화 끈을 묶으며 이렇게 말한다.


“현재 스코어 바닥이지만 생활 자체의 부담은 없다”


나는 이 말에 주목한다. 새로이는 약 10년간 대학을 가든 생활을 하던 아주 풍족하지는 않지만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을 구하지 않고도. 사실 부족한 돈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쪼개보면 한 달간 약 217만 원을 쓸 수 있다. 물론 이 돈으로 집도 구해야 하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홀몸이라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곰곰이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다. 나에게는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 이 문제로 심각하게 머리를 싸 맨 적이 있다. 결론은 월 30만 원. 순수하게 용돈이다. 집이나 다른 기본 서비스는 제공이 된다는 전제아래. 지금은 물론 사정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 때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건 아니다. 곧 나를 위한 돈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과거보다는 덜하다. 일단 집 문제만 해결되면 한 달 동안 생활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거의 일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금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나이까지 버티면 된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여유자금은 월 350만원씩 10년이다. 총 4억 2천만 원. 박새로이의 계산보다 1억 6천만 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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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다


이 맘 때면 듣는 말이다. 왕좌의 게임 문장으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시대흐름을 반영해 미국 트럼프 정권을 빗대는 문장으로도 쓰였으나 지금은 당연하게도 코로나 19 바이러스다. 한동안 잠잠했던 감염 속도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실 예견했던 일이다. 바이러스는 겨울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큰 탈이 없었던 이유는 소위 케이 방역이 아니라 계절 덕을 본 측면이 더 크다. 아무튼 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혹독할 것이다. 아무리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거의 대부분 접종을 하고 면역이 생기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봄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참 왕좌의 게임 첫 문장은 겨울이 오고 있다가 아니다. 워낙 알려져 그럴 것이라 지레 짐작한 탓이다. 그렇다면 진짜는? 그만 돌아가야 합니다. 정말 우리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혹시 마지막 인류가 되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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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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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는 오랫동안 진실을 외면한 벌을 받았다. 매일 밤 몬스터가 찾아오는. 그 죄는 고백을 해야만 풀리는 숙제였다.


엄마가 떨어지기를 바랐다.

“아니야”

코너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아니야!“

진실을 말해야 한다.

“말하면 죽을 거야”

‘엄마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도 견딜 수가 없었어. 그저 끝나길 바랐어. 다 끝나길 바랐다고. “

그 순간 불길이 세상을 집어 삼켰다. 모든 것을 쓸어 갔다. 코너까지 모두.

코너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마침내 코너가 받아야 할 벌이 내렸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만 예순에 돌아가셨다. 병명은 암이었다.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간혹 살 아계시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어느덧 20년이 지나고 보니 자연스레 적응(?)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꿈에서 만나곤 한다. 딱히 무슨 말을 하시지는 않지만, 주로 뒷모습만 보여주시지만 그럴 때면 여전히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몬스터 콜스>는 흔한 아동소설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록 그 표현이 나무귀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정직하게 말해 중간의 이야기를 다 드러내고 앞과 뒷부분만 읽어도 충분하다.


아이들은 늘 불안하다. 단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언제라도 버려질 수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사별이든 이별이든. 그 중에서도 병으로 잃게 되면 후유증이 아주 오래 남는다. 죽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함께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나이라면 더욱 더. 진짜 최악은 자신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상처받는 영혼은 영원히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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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계획표가 필요한 까닭


학교 다닐 때 방학을 앞두고 늘 계획표를 그리곤 했다. 귀찮기도 했지만 살짝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내게 주어진 무한한 시간이 큰 선물처럼 느껴져서다. 물론 원래대로 지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후 딱히 플랜을 짜지 않더라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아가게 되었다. 군대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일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간이란 나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강제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직장을 가야 할 때와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일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이 들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자기 컨트롤은 큰 과제가 되었다. 


마침 뉴욕타임스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Focus your brain: Put down your phone. 대충 제목 정도만 보고 언젠가 다시 읽자고 했는데 그만. 분명히 봤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글이 실린 날짜까지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타이틀은 적어두었다) 그러나 국제판과 달라서인지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밀린 신문더미를 뒤졌지만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다행히 온라인에 들어가 기사를 찾아 다시 읽었다. 이 또한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어 잊어버린 아이디를 확인하느라 법석을 떨었지만. 


여하튼 별 내용은 없지만 새겨들을만한 구절이 있어 소개한다.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절반은 딴 생각에 빠져 있다. 뇌구조가 그렇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는 대신 계획표를 짜라. 이를 테면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쓴다. 비록 단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의자에 앉아 버릇해라. 이런 루틴을 반복하면 몸과 마음은 점점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지고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단 방해물은 몽땅 치워라. 괜히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휴대폰을 흘끗거리면 도루아미타불이다. 모든 전원을 꺼라. 


맞는 말이다, 느슨해진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매일 최소 20분씩 아파트먼트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10월 31일부터 시작했으니 어제(2020년 11월 19일)까지 딱 이십일 째다. 별 건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잘 넘긴 내가 자랑스럽다. 딱히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지 않고 그냥 습관적으로 한 결과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렵지만. 


사진 출처 : https://www.nytimes.com/2020/09/26/at-home/how-to-get-focused.html?searchResult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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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의 정석


또다시 다이어리 시즌이 돌아왔다. 디지털 시대에 웬 말인가 싶지만 이 맘 때면 광풍이 분다. 진원지는 스타벅스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문구류가 사랑받는 건 은근히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별다방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 일 년 내내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다. 딱 한번 직거래로 구입한 적이 있는데 바로 후회했다. 알리딘과 베스킨 라빈스 다이어리도 꾸준히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과다지출이 생긴다. 작년부터는 튀김 닭을 시키면 주는 사은품으로 만족하고 있다. 별 장식 없이 쓰기에 무난해서다. 올해 어머님께는 이화 플래너를 선물해드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화여대에서 나온 거다. 가격은 만 6천 원. 꽤 비싼데 씀씀이가 괜찮다. 다이어리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일 년 캘린더는 당연히 있고 달력과 일력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중간 중간 포인트로 학교 사진도 장식되어 있다. 문제는 딱히 이화여대와 관련이 없는 사람은 쓰기가 멎쩍다. 참고로 어머니는 이대를 나왔다. 


사진 출처 : 알라딘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이용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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