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영화 공식 원작 소설·오리지널 커버)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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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만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도 드물다. 톰 소여의 모험과 비교될 정도니까. 그만큼 재미와 감동의 요소가 크다. 그럼에도 불만이 생기는 건 번역이다. 여러 번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음에도 수준이 들쑥날쑥하다. 이번 판은 최악에 가깝다. 영화 개봉에 맞춰 책 중간 중간에 사진도 넣고 초판본 흉내도 냈지만 역시 중요한 건 내용 아니겠는가? 예를 들어 첫 문장을 보자.


"선물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조가 양탄자 위에 벌렁 드러누우며 불만을 터뜨렸다.

"가난한 건 정말 싫어."

매그가 낡아빠진 옷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구요? 그럼 원문을 읽읍시다.


"Christmas won't be Christmas without any presents" grumbled Jo, lying on the rug.

"It's so dreadful to be poor!“ sighed Meg, looking down at her old dress.


영어에는 구어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번역문에서는 어린이들은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듯 매우 반듯한 표현을 쓴다. 또한 쉽표를 활용한 급박한 느낌을 느리고 지루한 문장으로 둔갑시켰다. 전혀 생생함이 전달되지 않는다. 역사장 가장 위대한 첫 문장이라고 알려진 <작은 아씨들>을 이렇게 뒤바꿀 수 있는가? 공보경 번역본을 보자.


"선물 없는 크리스마스가 무슨 크리스마스야" 러그에 드러누운 조가 투덜거렸다.

"가난은 정말 끔직해." 자신의 낡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메그도 한숨을 쉬었다,


한결 낫지 않은가? 벌렁이라는 단어가 원문 어디에 있는가? 번역자가 창작자라도 되는 줄 아는가? dreadful을 그냥 정말로 옮기는 용기는? old dress는 낡아빠진 옷이 아니라 낡은 드레스가 맞다. 그냥 입는 옷이 아니라 오래도록 크리스마스에만 아껴 입고 있는 드레스지만 너무 낡아 슬프다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다. 주격 조사는 왜 한결같이 가만 쓰는가?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 다음에는 도를 활용하는 게 원칙인데. 이 책을 읽을 바에는 차라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본을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아니면 다른 좋은 번역책을 고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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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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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사회정책을 추진할 때 중간 계층에게 특권을 주면 결과적으로는 발전을 가로막고 온갖 종류의 경제문제를 일으켜 결국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라리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게는 그냥 자신의 일을 하도록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낫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성실이 삶의 모토인. 그는 군대를 마치고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입사했다. 열심히 준비한 덕이다. 5년이 지나 결혼도 했다. 아이를 낳자 아내는 맞벌이를 졸업했다. 그는 더욱 더 근면하게 일하며 돈을 모았다. 소설 책 한 권 읽는 것도 사치라면 일만 했다. 집을 마련할까 고민도 했지만 빚없이 사고 싶다는 욕심에 전세를 전전했다. 그 사이 아파트먼트 값은 계속 올랐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무주택자 신세였다. 한결같던 부인도 잔소리가 늘어나고 커가는 아이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몰라준다. 무리하게 돈을 당겨서라도 집을 마련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마저도 막혔다. 대출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때마침 발표된 임대차법우로 전세가도 고공행진중이다. 이제는 남의 집에 살기 위해서라도 돈을 꾸어야 하는 처지가 댔다. 대체 이 사람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일찌감치 직장을 잡을 생각을 접었다. 지방대를 나와 이런 저런 일을 해봤지만 비전이 없었다. 진득하게 뭔가를 하는 성격이 아닌 것도 한몫했다. 물론 대우도 형편없었다. 그는 부동산 중개사 보조로 직업을 바꿨다. 하는 일에 비해 소득은 놓았다. 게다가 정보취득도 빨랐다. 평소 다양한 책 읽기를 즐겨한 덕이다. 정식으로 중개 자격을 따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거래에 나섰다. 현재 백억 대 자산가다. 집은 강남의 신축 아파트며 아내는 아이들과 제주도에 거주중이다.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이 꽤 만족스럽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은 언제부터 다른 경로를 겪게 된 것일까? 궁금하다면 <안티프래질>의 46에서 50페이지에 걸친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책 전부를 다 읽을 필요도 없다. 구체적으로 인생과 사고 편을 보시라. 자신이 정해놓은 계획에 따라 틀에 박힌 교육을 받으면서 지식을 얻으려는 여행가 스타일과 학교보다는 책을 갖춘 개인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 산책가 스타일. 전자가 프래질*이라면 후자는 안티프래질이다. 이 두 타입은 재정문제에서도 갈라진다. 영원히 애를 태우면서 살아가는 회사원 계층과 돈에 목을 매지 않을 정도의 돈이 있는 사람으로, 


* 프래질은 충격을 가하면 부서진다인데 이와 반대되는 단어는 없다. 저자는 안티프래질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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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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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운명은 결코 사건을 예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를 수조 번 해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장기적인 평균치로 잘 다음어진 세상이 기다린다. 

변덕과 우연은 바다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모든 가능성의 총합에 매몰되어 사라지고 만다.


어른이 되어 수학을 좋아하게 된 까닭


숫자가 나오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많다. 학창 시절 수학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외워서 어느 정도 정답을 맞히곤 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영 맥을 추지 못했다. 선생 탓을 하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청소년에게 수학이라는 추상세계는 감당하기 어렵다. 


어린이 되고 나서 도리어 수학에 흥미가 끌렸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면 어떤 원칙같은게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곧 몇 가지 근본규칙을 갖고 바라보면 내가 겪는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도 그렇다. 과학자들은 이 질병이 겨울에 더욱 크게 확산되고 백신이야말로 유일한 해결방안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주장했다. 문제는 정치다. 뻔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놀아나며 헛된 희망을 부풀렸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데도 말이다.


<이상한 수학책>은 매우 초보적인 책이다. 막연히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원리와 사례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수식 또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확률룐이 마음에 든다. 통계는 속이기도 쉽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신뢰할하기 때문이다. 마치 묻어두면 돈을 버는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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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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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아직도 구름이 끼어 있었다. 끔찍한 악취는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악취의 근원은 상한 음식이었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보게 될 때가 있다. 표지마저 예쁘면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두 손 가벼운 여행>이 그렇다. 무민 작가라는 후광까지 더해 당연히 재미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용은 우울했다. 자살한 체육 선생, 우울한 잿빌 하늘, 짜증스러운 쇼핑, 늙어가는 서러움. 우리가 알던 토베 안손 맞나 싶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무민 시리즈도 출발은 암담했다. 지구가 멸망하고 동면에 들어간 가족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북유럽에 대해 갖는 환상은 말 그대로 가짜인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혹독한 지금 같은 시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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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시작하고 싶을 때 일단 청소부터 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새해를 맞은 다음날 약간의 다툼 끝에 그래, 싹 다 치우고 말지하고는 단숨에 정리에 들어갔다. 만만치 않음을 각오했지만 역시 힘이 들었다. 그저 들어내기만 하는데도. 그럼에도 기분은 좋다. 훤해진 방을 보며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는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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