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LWAYS in the mood for dancing


살아오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결정이 몇 가지 있다. 언뜻 떠오르는 세 가지는 자전거 타기, 수영하기 그리고 춤추기다. 공교롭게도 다 배우기와 관련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자전거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셨다. 처음부터 성인용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배웠는데 다행히 큰 시행착오 없이 곧잘 타게 되었다. 한 때 전문 라이더 버금가게 즐겼지만 고관절 이상이 생긴 이후에는 완전히 끊었다. 가끔 그립다. 수영은 이십대 후반에 처음 접했다. 물론 그 전에도 개헤엄 정도는 할 줄 알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한여름 후배들과 함께 정식으로 강습을 들었는데 이게 효과만점이었다. 딱 한 달만 채웠는데 그 다음부터는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놀릴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즐기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문을 닫아 가지 못하고 있다. 몸이 다 쑤신다. 세 번째는 춤이다. 느지막하게 입문했는데 내게는 꽤 의외였다.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춤에 빠져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알게 된 춤의 세계는 넓고도 깊었다. 안타깝게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춤을 못 추고 있다. 슬프다.


<치어리딩 클럽>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기위해 실버타운에 찾아온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마샤의 상상과 달리 동네 노인들은 매우 분주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바쁘다. 그러다 문득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치어리더로 잘 나가던 찬란한 시절이. 그 다음 내용은 지극히 예상 가능하다. 할머니 치어리더 단은 냉소를 받지만 결국 성공하고 마샤는 삶을 마감한다.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군무장면도 조촐하다. 그럼에도 영화 보는 내내 흐뭇했던 이유는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꿈을 지니고 살아가면 행복하다는 거다. 반드시 1등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당신의 드림은 이루어졌다. 나는 참 행운아다. 여전히 춤출 때의 기쁨을 알고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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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리커버)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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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라틴어수업은 좋은 책이다. 한동안 잊었다가 저자가 직접 낭독하는 오디오북(다이제스트판)을 듣고 다시 책을 꺼내들었다. 여전히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내 삶에 각인처럼 박힐 교훈을 소개하겠다. 7장 나는 공부라는 노동자입니다에 나온 내용이다. 글쓴이 한동일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곧 공부는 항상 열심히 할 수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나만의 리듬을 찾아 좋은 습관을 정착시켜야 한다. 


살아가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늘 잘 살수는 없지 않겠는가? 때로는 게으르고 어떨 때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자신을 내가 아니면 누가 위로하고 격려하겠는가? 괜찮아 하면서 다독이며 새 날을 맞이해야지. 문제는 그런 나를 괴롭히는 세상의 모든 방해물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한꺼번에 다섯 권의 책에 대한 리뷰를 쓰다 보니 지치기도 한다. 조금만 쉬었다 할까? 티브이라도 보면서. 그래 딱 10분만 보자. 나는 안다. 그 10분은 곧 30분이 되고 어느덧 두 시간을 넘을 거라는 걸.


“사실 인생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중 많은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냥 ”쌩까“세요”


적절한 인용문을 찾고 나니 한결 마음이 산뜻하다. 마지막 리뷰를 마무리하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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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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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비스듬히 누워 잠들기 전 수면촉진제용로 페이지를 들추었다. 제목부터 딱 그랬다. 느릿느릿하며 지루하겠지. 예상은 맞았다. 적어도 문장만큼은. 그러나 나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 의자에 허리를 붙이고 정독하기 시작했다. 이혼을 결심한 중년의 출판사 편집장. 자신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야 하는 처지다. 하나뿐인 아이는 미국에 있는데 부부에게 관심이 없다. 애써 냉정한 척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은 원래 전처가 더 많았다. 본인이 위자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모든 상황이 도로에 바짝 눌어붙은 비 맞은 낙엽신세인데 어쩐 일인지 다다시는 희망에 차있다. 이제야말로 나만의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자. 그 출발은 나만의 하우스다.


저자 마쓰이에 마사시는 다작하는 작가가 아니다. 당초 직업도 건축가였다. 스스로의 경험을 풀어 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히트를 치면서 다들 후속작을 기다렸다. <우아한지 어쩐지 모르는>은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인물이 떠올랐다. 한 명은 윤광준, 다른 한 명은 무라카미 하루키. 두 사람 모두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그걸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다. 코로나 19 이전에 일찌감치 언텍트 생활을 실천에 옳기기도 했다. 그러나 마사시가 이 둘과 다른 점은 생활의 때에 절어 있으면서도 고상한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곧 윤광준이 소비주의로 하루키가 관념적 우아미로 포장한다면 마사시는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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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바이블 - 조셉 필라테스의
조셉 필라테스 지음, 저드 로빈스 외 엮음, 원정희 옮김 / 판미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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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어느 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동안 수백만 번 했을 단순한 행동이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뇌는 계속 일어나라고 외쳤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몸을 뒤집어 팔을 바닥에 대고는 끙끙대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긴 투병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멀쩡하던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원인이 명확하다. 무리해서다. 오랜만에 산에 올랐던지 아니면 밤새 엎드려 휴대폰 게임을 했던지 혹은 김장김치를 하느라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를 수십 번 했던지. 그러나 때로는 간혹 가다 선천적으로 몸이 기형인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랬다. 문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병이 생겨서 알았다.


<필라테스 바이블>은 제목 그대로 이 분야의 바이블이다. 저자가 직접 썼고 또 창시자이기고 하니까. 이런 저런 관련 책들을 찾아보기 전에 여기에서 소개한 동작들을 꼼꼼하게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의 몸에 대해 알게 된다.


결국 나는 완치됐다. 꾸준하게 재활치료를 한 덕이다. 주사나 수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과 체조로 극복했다. 초기에 받은 물리치료를 했더라면 악화되었을 뻔했다. 필라테스 덕도 크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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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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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을 처음 알게 된 건 <마녀사냥>이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연애상담쇼였다. 자칫 진지하거나 혹은 과장될 수 있었지만 가벼운 접근 덕에 시청률이 꽤 나왔다. 물론 허지웅의 몫도 컸다. 이후 이러저런 방송에 출연하고 에세이도 내던 그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암에 걸린 것이다. 저런, 젊은 나이에 어쩌다. 다행히 그는 돌아왔고 예전보다 다소 기력이 없어 보였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전반부는 암투병, 후반부는 영화평론에 할애하고 있다. 극적인 경험을 하였으니 당연히 투병기는 극적이다. 읽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영화비평은 왠지 맥이 빠진다. 두루뭉술하다고 할까? 좋게 말하면 원만해진 거고 나쁘게 보면 촉수를 죄다 잘린 기분이다. 아마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영화를 뚫어져라 볼 기운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앞부분만 따로 떼어 내용을 덧붙였더라면 더 좋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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