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으로 혜성처럼 데부한 갤 가롯. 섹시하기만 했던(?) 린다 카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여전사로 재탄생했다. 브라보.

 

당당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어렸을 때 내 우상은 스티브와 소머즈였다. 아직도 뚜뚜뚜뚜뚜 하면서 사방을 돌아보던 6백만불의 사나이 시그널이 귓가에 맴돌 정도다. 어마어마한 청력을 자랑하던 린지 와그너도 사랑스러웠다. 원더우먼은 그 다음에 등장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린 내 눈에에 섹시하고 육감적인 여주인공이 아니라 아줌마같았기 때문이다. 린다 카터 팬들이라면 깜짝 놀라 돌멩이를 던질지 모르겠지만 취향의 차이로 이해해주시길.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원더우먼의 행동이 다소 유치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올가미만 휘두르면 맥없이 잡히는 악당들을 보면서 현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영화 <원더 우먼>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라는 출생배경부터 확실히 밝힌다. 하얀 피부에 새빨간 입술에 화장발 제대로 받은 모델같은 여자가 아니라 거칠고 터프한 전쟁영웅으로 우뚝 선 셈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매우 도발적인데 아마도 감독이 여성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듯 싶다. 곧 남자가 바로보는 여자가 아니라 여성들이 되고 싶은 자화상을 원더우먼으로 투영한 것이다. 곧 하나의 인격체로 당당하게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하면서도 여성의 우아함을 잃지 않고 있다.

 

원더우면의 주인공인 다이애나 역의 갤 가돗은 패티 제킨스의 바람을 백 퍼센트 충족시켜주었다. 걸크러시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고상한 이미지를 놓치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이 낳은 최고의 여배우가 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자.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했다. 마블의 대항마는 배트멘이나 슈퍼팬이 아니라 원더우먼이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의 포스터. 매우 잘 만들었음에도 국내 평론가에게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나를 찾아줘>를 내세워 반전 미스터리로 선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의식의 흐름이 어떻게 진실을 방해하는지를 보여주는 고도의 심리극이다,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평점은 어떤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점수가 높으면 어디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낮으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갈릴 경우다. 관람객은 환호하는데 비평가는 혹평을 하거나 또는 그 반대이거나. 이럴 때 나는 무조건 객석편이다. 평론가는 직업의식때문에 어떤 형태든 문제를 찾는데 능한 반면 시민들은 순수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좋다와 나쁘다로.

 

영화 <걸 온 더 트레인>도 평판이 엇갈렸다. 평론가들은 10점 만점에 4점대를 줬고 관객들은 7점대 중반을 매겼다. 직접 본 나는 9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물론 개인 기호차이도 있겠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부족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치정이나 복수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에 주목하면 놀라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곧 반전이 핵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포인트다. 열차 창으로 보게 된 장면이 실제인지 아니면 술에 취해 본 헛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리지만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영화는 여러 퍼즐들을 섞어 놓고 관객들을 상대로 그 진실을 함께 맞추어보자고 제안한다. 원작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한 구성이다. 그래서 나는 높은 점수를 줬다.

 

덧붙이는 말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과 평가를 소개한다. 굳이 특정인을 비난하려는게 아니라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평점이 아니라 평이다. 한줄평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과연 <걸 온 더 트레인>에 대한 평가인지 의문스럽다. 아무 다른 영화에도 할 수 있는 평 아닌가? 혹평을 쓸 때는 냉혹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법이다.

  

열차에서 달구지로(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박평식                         

  • 안타깝고 불편하며 음습한 이야기(10점 만점에 4점) 씨네21 이용철               

  •           

    비틀기의 잘못된 예(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정지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번째로 제작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무난한 범작에 머물고 말았다. 열차라는 같은 소재를 다룬 <부산행>을 보신 분들이라면 살짝 하품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은 역시 명불허전이지만.

     

     

    초호화 캐스팅, 무난한 범작

     

     

    복수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문제는 해결하고 난 다음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평생을 수련으로 보낸 다음 맞닥뜨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자, 이제 모든 분노는 가라앉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비록 원수는 갚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다시 영겁회귀에 빠져든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또 영상으로 옮겨져 극장에서 상영된 적도 있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지 궁금했다. 소감은 반반. 집단 밀실살인이라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스터리 느낌은 다소 약하게 처리한 반면 반면 인간의 얽히고 설킨 본성을 부각시킨 점은 일단 합격. 그러나 아무리 회색세포로 사건을 해결하는 포와르라고 해도 액션없이, 물론 약간의 움직임은 있지만,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나간 점은 다소 지루했다. 조니 뎁을 포함한 쟁쟁한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재미는 인정하지만.

     

    한가지 아쉽다면 흥행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스크린이 다소 작은 상영관이 주를 이룬다. 큰 극장에서 보았더라면 높고 싶은 산맥을 질주하는 열차의 생생함을 더욱 더 느꼈을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이라, 이거 뭐미?

     

    차라리 미스터리로 가든지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오늘 내가 쓴 글은 어떤 형태든 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침 내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이러 저리 할인율을 맞추느라 진을 빼고 정작 글을 쓸려고 할 때는 기운이 다 빠졌다는 사실은 나밖에 알지 못한다. 그렇게까지 자질구레한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혹시 아는가 그 때의 헛짓이 나중에 큰 업적으로 돌아올지.

     

    미이라는 과거 인류가 살았다는 강력한 증거다. 만약 피라미드가 없었다면 당시 이집트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불멸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낳은 헛된 짓거리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덕에 당시의 상황을 빠짐없이 알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상영할 때는 단지 돈을 받고 관객을 받는 것이지만 세월이 흐르면 고스란히 역사가 된다. <미이라>는 소재 자체부터 관심을 확 끌어당긴다. 공룡과 더불어 어린 시절 미이라만큼 아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존재가 있었을까? 게다가 공룡은 죄다 사라졌지만 미이라는 엄연히 살아있다(?).

     

    자, 이제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고 게다가 주인공은 톰 크루즈. 이건 흥행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다. 미이라를 둘러싼 거친 앤셕을 기대하며 화면을 응시하는데 뜨아.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간다. 악몽에 시달렸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었고, 그 배후에는 전문집단이 있고. 아, 뭐야 이건. 차라리 미스터리로 가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패신저스>의 한국 프로모션 현장. 재니퍼 로랜스가 우리나라에 왔었다니? 미처 몰랐다. 그런데 고작 이런 영화를 홍보하러?

     

    그래, 재니퍼 로렌스라면 나도 그랬을꺼야

     

    어렸을 적 우주는 막막했다. 호기심 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만약 달이나 다른 행성에서 임무를 마치고 소형 우주선을 타고 본함과 도킹하려는 순간 어긋나면 어떻게 될까?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토록 우주공간을 헤매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한동안 사로잡려 지냈다. 여전히 달착륙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암스트롱이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면 지금쯤 달은 부천이나 부평처럼 서울의 위성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영화 <패신저스>는 언젠가는 현실(?)이 될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다. 지구로부터 120년은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긴 여정.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냉동실에 갇혀 있던 한 남자가 중간에 깨어나면서 안락한 꿈은 돌연 비극으로 치닫는다. 아직도 90년이 남아 있는데. 우주선에서 죽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부짖던 어느날 상상속의 여자를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그녀를 끄집어낸다. 그래, 재니퍼 로렌스라면 나도 그랬을꺼야. 둘은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의지하며 남는 나날을 지내려고 하는데 그만 들통이 나고 만다. 란드로이드는 역시 믿을 놈이 못돼.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느닷업이 승무원 한 명이 눈을 뜬다. 그러나 그는 바로 죽을 운명에 처하고 남은 둘에게 서로를 의지하라고 훈계질을 하고 눈을 감는다. 아, 점점 진부해져가는군. 고장난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 남자는 스스로를 희생하고 그렇게 끝날 것 같은 영화는 여자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비록 다른 행성에 발을 닿아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는 하지만.

     

    다 보고 나니 허무하다. 웅장한 분위기를 내려 애를 썼지만 결국 등장인물은 고작 서너명에 불과하다. 연극으로 해도 소규모에 머물 정도로. 블럭버스터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큰 실망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나처럼 미적지근한 결말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