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의 포스터. 매우 잘 만들었음에도 국내 평론가에게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나를 찾아줘>를 내세워 반전 미스터리로 선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의식의 흐름이 어떻게 진실을 방해하는지를 보여주는 고도의 심리극이다,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평점은 어떤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점수가 높으면 어디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낮으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갈릴 경우다. 관람객은 환호하는데 비평가는 혹평을 하거나 또는 그 반대이거나. 이럴 때 나는 무조건 객석편이다. 평론가는 직업의식때문에 어떤 형태든 문제를 찾는데 능한 반면 시민들은 순수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좋다와 나쁘다로.
영화 <걸 온 더 트레인>도 평판이 엇갈렸다. 평론가들은 10점 만점에 4점대를 줬고 관객들은 7점대 중반을 매겼다. 직접 본 나는 9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물론 개인 기호차이도 있겠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부족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치정이나 복수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에 주목하면 놀라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곧 반전이 핵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포인트다. 열차 창으로 보게 된 장면이 실제인지 아니면 술에 취해 본 헛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리지만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영화는 여러 퍼즐들을 섞어 놓고 관객들을 상대로 그 진실을 함께 맞추어보자고 제안한다. 원작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한 구성이다. 그래서 나는 높은 점수를 줬다.
덧붙이는 말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과 평가를 소개한다. 굳이 특정인을 비난하려는게 아니라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평점이 아니라 평이다. 한줄평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과연 <걸 온 더 트레인>에 대한 평가인지 의문스럽다. 아무 다른 영화에도 할 수 있는 평 아닌가? 혹평을 쓸 때는 냉혹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법이다.
열차에서 달구지로(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박평식
안타깝고 불편하며 음습한 이야기(10점 만점에 4점) 씨네21 이용철
비틀기의 잘못된 예(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