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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프라이드
매튜 워처스 감독, 이멜다 스턴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동성애는 오랫동안 금기였다. 성경에서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거꾸로 말하면 매우 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면 그 유혹이 너무 컸던지. 살아오면서 게이나 래즈비언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다. 확률적으로 보면 분명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을텐데 아마도 정체를 드러내기 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남자를 사랑한다면? 끔찍할까? 혹은 로맨틱할까? 상상만으로도 역겨울까? 중학교 운동회 때 여장 행사가 열렸다. 평소 예쁘장한 남자애가 여자옷을 입고 행진을 하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내 친구도 있었다. 그는 아름답기 보다는 날씬하고 키가 컸다. 원피스도 무난히 소화할만큼. 화장까지 진하게 하니 영락없는 콜걸이었다.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연신 숙였는데 환호하는 다른 벗들과 달리 나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후 그 친구와는 서먹서먹해졌다. 전적으로 내 탓이었다. 왠지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 박힌 이미지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대처의 공헌은 경제 부흥이 아니라 수많은 문화 아이템을 제공한 데 있다. 그중에서도 광부 파업 소재는 마르고 닳도록 재현되고 있다. 주로 마가렛을 죽일 할망구로 묘사한다. <런던 프라이드>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동성애자들도 함께 욕했다는 사실이다.
마초 마초 광부 노조원과 같은 성끼리 사랑을 나누는 이들. 얼핏 보기에도 조화롭지 못하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라는 점은 동일하다. 먼저 손을 내민건 동성애자들이다. 그들의 만민사랑주의가 빛을 발한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연대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씨는 살아 이후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지위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자, 그렇다면 영화는? 밋밋하다. 눈에 익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는데도 재미가 없다. 80년대를 관통한 팝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는데도 그저그렇다. 도대체 왜? 갈등이 약했기 때문이다. 살짝 언급은 되지만 대충 이야기하다 만 느낌이다. 당연히 문제해결의 카타르시스도 없다. 흥미로운 소재라 덥썩 물었지만 스토리를 정교하게 이끌지 못했다고나 할까?
덧붙이는 말
우리나라 동성애자의 대표는 홍석천이다. 그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고초를 겪었다. 어렵게 복귀한 그에 대한 대접 또한 형편없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홍석천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