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특히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지하철안에서 <누군가는 알고 있다>를 읽다 눈에 뛰는 문장이 있어 왼쪽 위 페이지를 살짝 접어두었다. 르네 나이트는 소설가의 숙명을 정말 잘 알고 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글을 잘 쓰는 능력은 타고난다고들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장편으로 몇 십권을 쓸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럼 한번 써보세요라고 하면 과연 몇 페이지나 쓸 수 있을까? 한 쪽도 넘기기 힘들 것이다. 취직을 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잘 알 것이다.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런 힘든 일을 밥먹듯이 해내는 작가는 얼마나 위대한가?
그러나 작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글솜씨가 아니라 용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저런 꾸밈이야 있겠지만 사업서가 아닌 이상 글은 자신의 일부이다. 자신을 꾸미고 속이고 적당이 은폐하려는 글은 어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때로는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품위있게 밀당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모른 채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거의 대부분이 무의미했다. 돈벌이를 위해 하는 모든 행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한 때는 내가 부적응자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겉으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도리어 쾌활하고 대범한 성격인 것처럼 위장했다. 당연히 큰 문제없이 학교와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건 아니다, 라는 위화감이 뙤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무엇인지 실체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결국 내 진정한 의문은 늘 인간의 본성이었다.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자의인가, 타의인가, 주변상황때문인가, 생물학적 이유인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매체는 소설이다, 라고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