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어떤 아동문학평론가가 늘 하는 말인데, 동화작가는 두 종류의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단다. 하나는 아이들과 똑같이 보는 눈, 또 하나는 어른인 작가로서 세상을 보는 눈. 동화를 쓰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다. 어른의 시선을 일체 배제하고 무조건 아이들과 '눈높이'(난 이 말이 싫다)를 같이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아이들 눈치보기가 쉽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줘야 한다며 동화에서 현실을 지워버리는 사람들은 모두가 알듯이 동심천사주의에 빠진다. 그 반대로 아이들에게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해야 된다면서 '악역'을 자처하면서 분노의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위험한 중 제일 위험한 부류의 작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 평론가의 말이 좋다. 소설가나 시인, 기자나 선생님과 동화작가가 다른 점은 두 개의 정직한 시선을 가져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동화가 좋고 그래서 어렵다.  

 

 

 

 

 

 

 

『창비어린이』 2009년 겨울호 '창작'면에 '중학생을 위한 소설'  다섯편이 실렸다. 그중 이금이의 「열네살, 나이에 관한 고찰」은 명불허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딱 좋은 '중학생을 위한 소설'이다. 동화와 소설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세계를 역시 판타지와 현실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따뜻하고 깔끔하게 그렸다. 이금이 작가의 팬이라면 단박에 알아볼 만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농담도 있다. 작가가 가진 '두 가지 눈'이 참으로 미덥고 고맙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 페이퍼를 쓰는 것은 바로 김중미의 「꿈을 지키는 카메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의  김중미 작가는 이른바 현실주의 아동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이고, 또 '기찻길옆공부방' 아이들과 하는 완벽한(내가 봤다, 정말 완벽하다) 인형극으로도 이미 팬이 많다. 이 작가의 작품은 감동이 있고 정치적으로 옳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방심하고 읽다가 그만, 눈물 콧물을 다 뺐다. 처음 읽을 때도, 다 읽고 나서도, 혼자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울었다. 절박한 현실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친구와 친구 엄마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든 주인공의 말, "눈물 때문에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이 문장의 진심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울지 않고 보기만 해도 안 된다. 우느라고 못 봐도 안된다. 이 시대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눈물 때문에 초점이 맞지 않아도 끝까지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 아주 긴 단락을 썼다 지웠다.  

작가는 두 가지 눈을 가져야 된다고 했겠다.  

김중미의 「꿈을 지키는 카메라」는  어떤 면에서는 그런 두 개의 눈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어른인 작가의 눈'에 솔직한 작품이다. 균형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 작품이 나를 울린 것은 작가가 열네살의 아이들에게 '너의 눈'을 가지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막 동화의 세계를 통과한 아이들에게 이제 '너의 카메라'를 가지라고, 우는 한이 있어도 그걸 내려놓으면 안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열네살의 아이들은 더욱 그래야 된다. 2009년 열네살을 통과하는 아이들은 더더욱. 열네살과 열네살을 지나온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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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0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창비 어린이 겨울호가 도착했어요. 언니네 먼저 보냈는데 나중에 제가 빌려봐야겠어요. 작가의 두 가지 눈, 마음에 새겨요.

네꼬 2009-12-03 17:12   좋아요 0 | URL
나중에 꼭 빌려서 보세요. 두루 재미있어요. (응?) 제 눈도 두 개는 두 갠데... (응??)

섬사이 2009-12-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펴서 읽어야겠어요.
네꼬님의 눈물 콧물을 다 뺀 그 작품.
(속으로 내 눈물을 못 뺄걸~ 하고 있어요. 네꼬님처럼 방심하다 당하는 일(?) 없이 긴장하고 읽을 거예요.)

네꼬 2009-12-03 17:12   좋아요 0 | URL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하고 발을 일단 뺀 다음) 뭐 꼭 울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_- 암튼 저는 그랬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자면 "막판에 감동의 골든벨을 울린" 작품이었어요. 섬사이님이 매운 눈으로 다시 읽어주세요. (저는 매운 눈 대실패.)

무해한모리군 2009-12-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어린이는 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보니 한번 일독해 보아야겠어요. 조카들과는 고래가그랬어만 함께 보았거든요.
네꼬님 수고가 많았어요.
참 나도 '눈높이' 싫어요. 나는 공감이라는게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네꼬 2009-12-03 17:13   좋아요 0 | URL
창비어린이는 어린이잡지가 아니라서 좀 재미가 덜 하지요. 그래도 동화나 소설이 늘어서 많이 유연(?)해진 것 같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보셔요.^^

'눈높이' 어딘가 하여간 싫어요. 이따금 무심결에 쓰기도 하지만, 음... 어쩐지 가짜 같아!

세실 2009-12-0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내미가 읽으면 좋을 책이군요.
네꼬님..흐린 날씨에 님 글 읽으니 더 와닿습니다.

네꼬 2009-12-03 17:14   좋아요 0 | URL
맑은 날에는 절 안 좋아하실 건가요? (이게 무슨 집착? ㅎㅎ 농담임다;; ) 세실님도 함께 읽어보세요. 하여간 찡~ 해요.

Mephistopheles 2009-12-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작가 뿐이겠습니다.
요즘세상 두개의 시선은 현대인으로써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네꼬 2009-12-03 17:15   좋아요 0 | URL
에혀. 맞아요 메피님. 나도 똑바로 보고 세상도 똑바로 봐야겠어요. 그런 말을 해주는 작품이 있어서, 세상에 문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2-0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금이 작가 글 읽다가 그냥 잠들었어요~ 오늘 이어서 봐야죠.

이 글만 봐도 제 눈물을 쏙 뺄 게 확실하군요.

네꼬 2009-12-03 17:15   좋아요 0 | URL
설마 재미없어서 잠드신 건 아니죠? ㅎㅎ 순오기님은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사랑하시니까 감동이 어째 더 각별하실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2-03 18:58   좋아요 0 | URL
전날 거의 날새서~ 잘려고 책 들었는데 어느새 잠들었더군요.ㅋㅋ
그리곤 새벽에 다시 깨서 뻘짓하고...아니 학교에 낼 서류 만들었어요.ㅜㅜ

네꼬 2009-12-04 09:19   좋아요 0 | URL
어이쿠, 순오기님 날새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2009-12-03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4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을 마무리한 피로감. (작아서 넘어갔지만 신경이 쓰이는 실수가 있었다는 자괴감 포함)   

-이번에 일하면서 받은 각별한 스트레스의 잔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끝났으니 매우 속 시원함.  

-지혜(그것이 판단력, 자제력, 관대함, 용기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매우 부족. 

-방탕한 생활로 인한 체력 저하.

-하지만 속으론 스스로를 너무 닦아세운 듯한 생각에, 그냥 막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마음.  

 

▶ 바람은 이렇습니다;

-기운이 넘치는, 신나는 음악이면 좋겠습니다. 용기가 나게요.   

-겨울을 준비하는 다정하고 따뜻한 음악도 환영합니다.

-위로를 주면 좋겠습니다만, 그러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지금껏 못 들어본 사람(혹은 악기)의 음악이면 더 좋겠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들과 바흐의 첼로곡들, 리쌍과 MC 스나이퍼의 신보 들이 궁금합니다.  

 

▶ 참고로 저는 지난 한달, 이 두 음반의 힘으로 버텼습니다.  

 기돈 크레머,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집 

일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심지어 뭔가 영감을 주기까지 하는 음악으로 모짜르트 만한 것이 있을까요? 게다가 기돈 크레머와 그의 젊은(!) 동료들의 기운찬 연주들이 좋고, 음, 부끄러운 일이지만, 왜,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음, 내가 음악을 아무리 모른다 해도, '아, 연주 참 잘한다'고 말하게 되는데, 음, 그런 어떤 아는 척이 주는 속물적인 쾌감이 하하하하하;;;;  (네, 전 이런 사람이에요.)

 

미카, "아는 게 너무 많았던 소년"  

저에게 미카를 처음 알려준 다락방님을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만든 앨범입니다. 아, 노래 잘 하는 가수 어디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분이 있다면 냉큼 이 앨범을 내놓고 싶습니다. 왜 노래를 잘하는 분들은 다 발라드, 아니면 록, 아니면 인디.. 그럴까요? 이런 사실을 슬퍼하시는 분들께도 냉큼, 권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혹시 우리가 그의 가창력을 의심할까봐 라이브 CD까지 주네요.   

 

친구 여러분, 도와주세요. 병이 나으면 신세는 꼭 갚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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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꼬님 이 두곡은 어떠실까요?
    from 마지막 키스 2009-11-23 15:20 
    음, 어떤 걸 권해드릴까 하다가 영상으로 추천드려요. 한번 들어보시구 결정하세요, 네꼬님. 이런 음악도 취향에 맞으실지. 후훗. 그러나 일단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면 흠뻑 빠질 듯.  아래껀 God help the girl (음반은 알라딘에서는 품절 ㅜㅡ )  God Help The Girl / God Help The Girl from God Help The Girl on Vimeo. 그리고 이 아래껀 Brandi Carlie 노
  2. 훌훌 털어버리고 집시처럼....
    from perfect stranger 2009-11-24 00:33 
      Gipsy Kings - Volare    Gipsy Kings-Baila Me  Gipsy Kings는 누구인가?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7/0607/0L0020070607.1041082627.html    스페인어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럽거나 멀미가 나신다면....180도 방향 전환을 시도하여.. 
 
 
2009-11-23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11-2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양양의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뭐. 들으면 저랑 너무 잘 어울린다는 걸 느끼실 거에요. 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추천을 원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저도 예의주시하며 아래 덧글들을 좀 봐야겠어요. ^-^

네꼬 2009-11-23 14:06   좋아요 0 | URL
양양? 그거 사람 이름? (얼른 검색) 오, 좋아요, 찜해놓겠어요. 무엇보다 "웬디양님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점수 후하게. (^^) 그건 그렇고, 자릿세 내셔야겠는데요. 하핫.

Arch 2009-11-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youtube.com/watch?v=nX0VaxS74L0

리쌍 신보예요. 퀵리스트에 담은 다음 전체재생하면 쭉 들을 수 있을거에요. 기돈 크레머가 연주하는 Piazzola도 좋고, 윤상 노래도 지금의 네꼬님에게 잔잔한 위로를 줄 것 같은데. 불현듯, 리쌍 신보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고양이도 안다고~!할 것 같은 예감이...
이럴때 할 수 있는 말은?
진찰은 의사에게 처방은 다락방에게 (응?)

네꼬 2009-11-23 14:09   좋아요 0 | URL
어머 Arch님, 우선 저는 리쌍 신보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몰랐어요. (저한테 실망하셨나요?) 게다가 퀵리스트... 뭐라고요...? -_- 이따위 수준의 네꼬이니, Arch님의 친절에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i_i

그러게, 제 생각에도 일단 다락방님은 처방전을 좀 내놓긴 하셔야 될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9-11-2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시킹스(아쉽게도 알라딘 음반매장에선 죄다 품.절.) 베스트 앨범 하나 사서 들어보시는 것도..(그래도 세계 최고의 판매고를 자랑하는 그룹이랍니다.요즘도 그러나 모르겠지만) 그리고 리쌍의 이번 앨범은...뭐랄까...남녀의 사랑궁시렁이 주된 소재인데..대사가 상당히 직설적이더군요..오호호

네꼬 2009-11-23 14:11   좋아요 0 | URL
오, 집시킹스라니 그 이름 참 참.. 참, 근사한데요! (^^) 네네 메피님, 잘 접수해두겠습니다. 근데 직설적인 사랑궁시렁이라니... 약간 떨리는데요? (응? 아니 왜?) 추천과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오랜만이어요.)

Arch 2009-11-23 15:34   좋아요 0 | URL
저도 집시킹스(즈?) 좋아해요. 신나고, 즐거워요. 메피님은 역시!(뻘쭘한 댓글)

네꼬 2009-11-23 15:42   좋아요 0 | URL
http://hyangmusic.com/View.php?cate_code=WWMU&code=107&album_mode=music

이거 맞아요? 메피님이나 아치님이나 암튼 확인해주세요, 플리즈. (근데 진정 중국음악? @_@)

Mephistopheles 2009-11-23 17:07   좋아요 0 | URL
맞아요..근데 중국음악이 아니라 스페니쉬 계열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NgSeJzLJFc&feature=fvw

이런 음악입니다.

2009-11-23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9-11-2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는게 많아서 막막 추천하고 싶은데, 실상은..ㅡ.ㅜ

진찰은 의사에게 처방은 다락방에게 _2 헤헤:)

네꼬 2009-11-23 15:44   좋아요 0 | URL
하하, 레와님 귀여운 레와님. 그럼 제가 추천 받은 곡들 같이 들어보아요. 다락님 서재에 가봤어요? 어우, 그집 약 잘 듣던데! :)

2009-11-23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9-11-2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요즘 신나는 음악이 필요할때는 너바나를 듣다가 ,위로가 필요할때는 냇킹 콜을 들어요. 12월이 되면 앨리 맥빌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예정이에요.^^

네꼬 2009-12-02 21:40   좋아요 0 | URL
어휴 어영부영 댓글도 제대로 못 챙기다 보니 어느덧.. 어느덧 곧 크리스마스예요. (하여간 허풍은..) 모름지기 캐롤이 있어야 겨울이죠. 올겨울엔 좋은 캐롤을 파비님과 함께. ^^

무스탕 2009-11-2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음악이란게 별로 없으니 옆에서 그저 야~아~옹 야~아~아~옹 야웅~ 하고 울어드리기라도 해야겠어요...
간주로 멍멍 왈왈 컹컹도 넣어드릴께요 :)

네꼬 2009-12-02 21:40   좋아요 0 | URL
하하 저렇게 신나게 음악을 듣는 고양이의 야옹야옹이라니, 기대되는데요. (사실은 약간 들리는 듯도 해요. ㅎㅎ) 간주로 멍멍이라니 이건 다국적 밴드군요!

지누션 2009-11-2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IKA는 나도 샀는데, 왜 여기선 라이브음반은 안준다니? 한국에서도 주는 걸 영국에선 왜왜왜!!

네꼬 2009-12-02 21:41   좋아요 0 | URL
ㅎㅎ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사. (뭔소리.) 그나저나 부탁을 못 들어줬네.-_- 미안. 마감 끝나면 더 정신없어서... 담에 아예 보내주께. (담에 언제?)

마노아 2009-11-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manoa/3181702

원더풀데이~를 외치며 기운 내셔요. 저도 어제 너무 우울했는데 이 노래 들으며 조금 기운을 차렸답니다. 세상을 내버려둔채 나에게 게으른 하루를 선사하고 그걸 있는 그대로 즐겨내는 선물이 필요해요. (>_<)

네꼬 2009-12-02 21:43   좋아요 0 | URL
오오 이승환의 <좋은 날>은 정말이지 어느 시기 제 하루를 지배했던 노래예요. -_- 이 노래도 좋으네요. (서우의 귀여움은 어딘가 살짝 부담스럽지만.) 노래 자체가 전반적으로 귀엽네! 선물 고마워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원기회복용 고기쯤은 먹어드릴 수 있는데..
음악은 넘 어려워요 ㅠ.ㅠ

네꼬 2009-12-02 21:44   좋아요 0 | URL
자자 음악은 다른 분들께 부탁드리고, 휘모리님은 저랑 고기나... (흥, 먹어도 살도 안 찌면서!- 갑자기 앙탈.)

무해한모리군 2009-12-02 22:58   좋아요 0 | URL
정말~ 아잉 좋아요 ㅎㅎ
임산부로 오인 받았다니까욧!!

네꼬 2009-12-02 23:42   좋아요 0 | URL
흥 안 속아 안 속아. (그래도 먹읍시다, 고기는!)

도넛공주 2009-11-2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라니스 모리셋, 에이미 와인하우스, 오구로 마키.
센 여자들 노래를 들으면 힘이 나요. 제가 요즘 그래요.

네꼬 2009-12-02 21: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센 여자들 노래를 들으면 힘이 나죠. 그러고 보니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있었네! 일깨워줘서 고마워요. (^^)

메르헨 2009-11-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사이...음악이라곤 정말 퇴근길에 듣는 오래된 노래 뿐입니다.^^
다락방님 서재에서 무슨일인가 해서 들어와 봅니다.
기력을 소진하신 모양이네요.
좋은 음악 추천해주신 분들 많네요.^^저도 따라서 좀 들어보렵니다.
즐거운 목요일 되시길 바래요.^^

네꼬 2009-12-02 21:45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안녕하세요? 그러게 여기 참 음악 잘 아는 분들 많아요. 징징거린 보람이 있습니다. 무슨 곡이 제일 맘에 드셨을까? 참 일찍도 물어보죠..-_- 게으른 네꼬씨.

아라비스 2009-11-2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르 앙타이가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요. 네코님이 원하시는 바와 거리가 있을 줄 모르나 요즘(실은 언제나) 제 마음을 위로해주는... 네코님 스트레스에 제가 일조했을지 모른다는 자책감으로 추천드립니다.^^;

네꼬 2009-12-02 21:46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일조라니 뭐 그런 이상한 말씀을! 저는 비밀님이 추천해주신 바흐 무반주 첼로곡을 들었어요. 아유, 괜히 음악의 아버지가 아닌가봐요. 바흐 전기를 읽어야 되나, 그러고 있답니다. 추천하신 곡은 저도 좋아해요.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
 

합체
안현미


우주 체험을 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슈와이카트(우주비행사)


하루종일 분홍눈이 내렸다
세로도 가로도 없는 그 공간을 '방'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우주'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후 우리는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에 착륙했고
중력은 희박했고 궤도를 이탈한 계절은 랜덤으로 찾아왔다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가을 밤에는 봄

우리는 당황했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은밀했다
이상했지만 세계는 완벽했고 중력은 충분히 희박했다
검색창 밖으론 하루종일 푹푹 분홍눈이 내렸고

하루종일 우주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사랑과 합체한 사랑은, 그리고 또 우리는
그후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의 거북무덤엔 다음처럼 기록되었다

사랑을 체험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

처음 펼친 시집의 첫 번째 시가 마음에 들 때는 막 두근두근하다.
이럴 땐 곧장 다음 시로 넘어가지 않고
잠시 책을 덮은 다음 방금 읽은 시의 좋았던 구절들을 생각한다.
분홍눈이라고 했지. 세상에, 깜깜한 우주에.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뭐였지? 아, 이렇게 부드럽게 흩어지는 시간들이라니.
조심조심 다시 책을 펼친다.
나 역시 시인처럼 당황스럽지만 즐겁게,
그리고 은밀하게 우주를 떠다닌다.
둥둥.
내 몸이 왜 이렇게 가벼운가 했더니
이곳은 중력이 충분히 희박한 우주.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의 계절을 알 수 없는 (뭐 상관도 없는)
이상하고 완벽한
우주. 

  

*  
 

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창비 2009) 


첫 시를 오래오래 읽고 또 읽은 다음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
두 번째 시를, 세 번째 시를 읽었다.
그런 다음 어딘가 떳떳한 마음으로 (응?) 친구들께 권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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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제가 이 시집을 읽고 싶어라 했었는데 잊고 있었군요 ㅎ

다락방 2009-11-1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눈보다 더 제 흥미를 끄는건 '이별의 재구성'이라는 시집의 제목인데요.

사랑을 체험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네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로요. 결코 전과 똑같을 수 없죠, 암요. 와- 시를 읽는 나의 친구라니! 완전 멋져요. >.<

섬사이 2009-11-1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몸이 왜 이렇게 무거운가 했더니
이 곳은 중력이 충분히 강력한 우주,
세 아이를 둔....
40대 아줌마의 우주..
그래도 랜덤으로 찾아와 뒤죽박죽 흘러가는 시간은
공통점이에요. ㅋㅋㅋ
오랜만에 네꼬님 봐서 그냥 기분이 좋아요. ^^

레와 2009-11-1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사랑을 체험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

이렇게 격하게 공감가는 구절이라니.. 잠이 확 달아났어요, 네꼬님!^^

2009-11-1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는 사람 2009-11-1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꼬 씨 재능(매력으로 해석해도 상관 없음)은 아무리 가둬 두려해도(뭐... 그닥 가둬 두려 애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잘 가둬지지 않는...바늘 구멍만한 틈새만 있어도 기필코 비집고 나오는 빛 같구려.

아베끄 2009-11-21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는 그녀들은 넘 사랑스러워요.
분홍색은 제 페이버릿컬러예요. 남들이 뭐라 하건 찐분홍색 옷을 막 입구다녀요.
띠지를 벗겨낸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커버는 어찌나 맘에 쏙 들던지 책 받고나서 한참 황홀경에 빠졌었어요. 그래도 눈은 하얘야 될 것 같은...
토요일 회사 출근해서 딴짓하다 횡설수설하다 갑니다^^

네꼬 2009-11-2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반가운 분들. 모두모두 함께 시를 읽읍시다. (응?) 자자, 아는 사람님도 일루 오세요. (저 알아요, 누구신지. 히히.)
 

 

 

 

 

 

 

 

물질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영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조차 중력 같은 것의 지배를 받지만 “오직 은총만이 예외”라는 첫 문장부터 이 뻔뻔한 명상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고요히 생각해보아라, 네 안의 신을 만나라, 신은 너를 사랑하니 용기를 내라, 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성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다만 정리할 뿐이다. 지성은 천박한 일에만 적합하다”고 오만하게 단언하면서, 고통을 주는 신을, 이기적이고 무심한 신을, 너를 노예처럼 부리는 신을 닥치고 섬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너는 이미 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을 납작 엎드리게 하다못해 심지어 처참한 기분이 들게 하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눈부시게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 책을, 밑줄을 그어가며 아껴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는 신이 언제 찾아왔던가 생각해본다. 유아세례를 받았을 때? 첫 영성체 때? 견진 성사 때? 아니,  



심장이 조각났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안아준 친구가 내 머리카락에서조차 메마른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을 때, ‘치욕’을 느끼며 번 돈이 한순간 사라졌을 때, 나쁜 남자가 너무 나쁜 방식으로 나를 떠났을 때, 가족이 찢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링거를 꽂은 채로 병원 화장실에서 혼자 토할 때, 딴 생각을 하려고 내가 내 살을 잡아 뜯을 때, 따뜻한 것은 아무것도 입에 대고 싶지 않던 때, 밤마다 아침에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이 들던 때, 그러니까 내가 손톱에 피가 나도록 기를 쓰고 벼랑을 기어오를 때마다 누군가 자꾸만 다시 밀어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을 때, 
 


이토록 나를 괴롭히는 것을 보니 진짜로 신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이를 갈았다. 그러다 신이 얼마나 외로우면 자기 좀 봐 달라고 이렇게 나를 쿡쿡 찔러대나 하는 생각도 했다. 신은 그렇게 내가 숭숭 구멍이 났을 때 그 빈자리들을 채우러 왔다. 현명하고 예민하며 질투하는 신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내가 느낀 신에 대한 서운함은 신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신이 자비롭다는 오해.  

 

   
 
피할 수 없는 필연, 비참, 곤궁, 지쳐 메마르게 하는 노동, 짓누르는 결핍의 무게, 잔인함, 고문과도 같은 괴로움, 갑작스러운 죽음, 강제, 공포, 질병들. 이 모든 것이 신의 사랑이다. 신이 사랑을 통해 우리로부터 멀리 물러서야만 우리는 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물질의 보호 없이 신의 사랑에 직접 노출된다면 우리는 햇볕을 받은 물처럼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신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힘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든 신이 될 것이다. (59면)
 
   


*

 

   
  절망의 효능은 이렇게 우리를 미래와 단절시키는 것이다. (39면)  
   

 
돌아보면 나는 두려울 때 씩씩해졌고, 외로울 때 다정해졌다. 단점이 구천 구백 개인데도 내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거다. 나란 사람은 얼마나 멋진가! (얼씨구) 그러니 네꼬 씨, 너무 걱정하지 말자. 사람은 어려울 때 강해지는 법이다. 사랑은 어려울 때 강해지는 법이다.

 

*
 

[딴 얘기] 알라딘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오히려 알라딘 밖에서 들었다. 서로 주고받는 상처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비겁한 것처럼 만드는 것도 속상하다. 그러나 때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싸우기도 해야 된다는 것은 안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나는 쿨한 것도, 쿨한 척하는 것도(그거나 그거나) 싫다. 이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핫한, 그래서 때로 동의하기 어렵고 불편할 때도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서재가 닫힐락 말락 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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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멋져요.

레와 2009-10-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페이퍼도 추천, 태그도 추천합니다! ^^

프레이야 2009-10-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추천 열다섯 개 누르고 싶은 페이퍼에요.
흑흑.. 신은 저를 너무 질투해요.

다락방 2009-10-2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사랑해요 ♡

마노아 2009-10-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에게는 위로의 은총이 있어요. 위로해주는 고양이라니, 너무 따뜻하잖아요..

네꼬 2009-10-2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네꼬 네꼬 네꼬 네꼬, 와 다섯 분이 연달아 불러주셨어요. 신나라! (왕단순)

2009-10-2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라비스 2009-11-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저더러 "시몬느 베이유같다"고 한 친구가 있었어요.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 덕분에 읽은 중력과 은총은 제게 은총이라고 할밖에는... 아직도 젤 가슴아프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랍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뷰를 따라오다가 네코님을 알라딘 서재에서도 만나게 되었네요^^ 앞으로 우리 친구해요^^;;

네꼬 2009-11-23 12:04   좋아요 0 | URL
아라비스님, 안녕하세요? (^^) 아니 시몬느 베이유 같다면 무지무지 지적인 것 같은데!! @_@ 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좀 (많이) 멀지만, 그래도 친구를 해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환영이에요. ^^

잘잘라 2010-06-2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나의 질투하는 신' 페이퍼 추천수 삼땡 만들어드렸어요^^
저 이뿌죠^^ <중력과 은총> 땡스투~ 저도 읽어보려구요.^^
 
중력과 은총
시몬느 베이유 지음, 윤진 옮김 / 이제이북스 / 2008년 10월
구판절판


사람들이 줄 거라고 우리 스스로 상상하는 것, 사람들은 우리에게 바로 그것을 빚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부채를 면해줄 것.
실제의 그들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모습과 같지 않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 이것은 신의 자기희생을 본받는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 상상하는 것과 다르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용서이다. -22-23쪽

가진 힘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 그것은 빈자리를 견디는 것이다. 그 어떤 자연법칙에도 어긋나며 오직 은총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은총은 물론 대상을 채워주지만, 우선 받아들이기 위한 빈 공간이 있어야 은총이 들어올 수 있다. 그 빈자리를 만드는 것 역시 은총이다.

준 것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할 필요성, 보상의 필요성. 만일 이 욕구를 누르고 빈 공간을 남겨 두면 흡인 작용이 일어나고 초자연의 보상이 찾아온다. 초자연의 보상은 다른 보상이 있을 때는 오지 않는다. -24-25쪽

‘나’가 외부로부터 상처받게 되면 처음에는 발버둥치는 짐승처럼 극단적이고 격렬하게 반항한다. 그러나 반쯤 죽어버린 상태가 되면 차라리 완전히 죽길 바라고 정신을 잃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랑의 손길이 건드려 깨우면 고통스러워하며 그 고통을 야기한 사람에 대해서 분노와 증오심을 갖게 된다.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은혜를 베푸는 사람에 대해 오히려 복수심을 품는, 일견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53쪽

일반적으로 말해서 ‘신을 위하여’라는 말은 옳지 못한 표현이다. 신은 ‘위하여’란 말 앞에 놓일 수 없다.
신을 위하여 이웃에게로 가지 말고, 사수가 쏜 화살이 표적을 향해 가듯이 신에게 쫓겨서 이웃을 향해 갈 것.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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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lflorist 2010-03-10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밋는책이겠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