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꿈을 아주 많이 꾼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실제 생활의 연장선에서. 그래서 꿈 속에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걸 먹기도 하고, 여행도 간다. 까맣게 잊고 있던 약속이 꿈에서 생각 난 덕에 난처한 상황을 피한 적도 있다. 이렇다 보니 부끄럽게도 어떨 땐 아침에 일어나서 그게 꿈 속의 일이었는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부끄럽지만 이 나이에도 그렇다. 그런 게 너무 피곤해서 한약을 지어 먹은 적도 있다.  

재밌는 일도 많지만(사실 먹고 싶은 걸 꿈에서 먹는 건 참 흥미롭고 경제적인 일이다)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중 제일 힘든 건, 실연 뒤에 헤어진 애인을 꿈에서 만날 때다. 언젠가는 매정하게 날 버리고 간 남자가 꿈에 나타나 가만히 내 볼을 만졌는데, 울면서 깨서는 일어나 앉아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꿈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 찾아온다는 게 참 난감하다.  

지난밤, 꿈 속에서 나는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노짱이 비밀리에 가망없는 치료를 받다가 극적으로 깨어나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TV에 비친 그의 얼굴은 조금 수척했고 상처도 나 있었지만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멋쩍게 웃었다. 봉화마을 그의 집 대문 앞이었다. 그의 죽음에 슬퍼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머쓱해했다. 앵커도 그런 눈치였다. 나도 물론 그랬다. 어휴, 슬퍼하던 사람들은 참 이거, 잘 된 일이긴 한데 그것 참, 서로 얼굴 보기 무안하게 됐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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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6-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창구지요.
네꼬님, 토닥토닥.

네꼬 2009-06-25 00:04   좋아요 0 | URL
늦은 밤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오늘 밤은 별 꿈 안 꾸면 좋겠어요. 보석님, 안녕히 주무세요.

프레이야 2009-06-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새 꿈을 안 꿔요.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닌건가요? ㅎㅎ
노짱이 나왔군요... 꾸욱!

네꼬 2009-06-25 00:05   좋아요 0 | URL
저도 꿈 좀 안 꾸고 맘 편히 자고 깨면 좋겠어요.
제가 은근 예민한 것 같아요;;;

2009-06-24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5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6-2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최근에 꾸었던 노짱 꿈들은 다 서글픈 것들이었어요. 네꼬님 꿈 이야기에 눈물이 나요. 우리 모두 토닥토닥이에요...

네꼬 2009-06-25 00: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따금 꾸긴 했지만 어제 꿈은 참 진짜 같았어요. 깨어서는 얼마나 마음이 황량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함께 울어줄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2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극과 극이 있나봐요..
전 잠을 너무 깊게 자서 거의 거의 꿈을 안꿔요..
도닥도닥

네꼬 2009-06-25 00:1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깊은 잠이 늘 평안하시길 빌어요. 우리 잘 자고 잘 지내기로 합시다. 이 주책맞은 꿈 일기에 도닥여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순오기 2009-06-25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꿈이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ㅜㅜ
오늘 똑똑한 고양이라는 책을 보면서 네꼬님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생각하는 '똑똑한 고양이'와 냥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어요.^^
사진 리뷰로 올려볼게요.

네꼬 2009-07-05 22:1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제가 답이 너무 늦었지요. 죄송합니다. ;;
그 먼 댓글도 지금 곧 보러 갈게요. (똑똑의 반대라서 제가 생각나신 건 아니지요? 땀 뻘뻘)

도넛공주 2009-06-2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난다.........

네꼬 2009-07-05 22:12   좋아요 0 | URL
공주님, 그나저나 그 일은...? 잘하고 있죠?

쟈니 2009-06-2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저두 눈물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보고싶은 맘이 가시질 않네요..

네꼬 2009-07-05 22:13   좋아요 0 | URL
이쯤 되면 잠잠해질 만도 한데. 지금도 양치질하다 말도 문득, 길 걷다 문득 그렇게 떠올라요. 앞으로도 참.. .
 

다시 말하기도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나는 남달리 끈기가 없다. 두 권 이상으로 이어지는 소설을 읽은 것은 손으로 꼽을 수 있고(사실은 딱 두 번), 열심히 챙겨 본다 하더라도 드라마를 마지막 회까지 본 것도 꼽을 정도다(아마 두세 번?). 하지만 나도 사람이라 새로운 이야기에는 언제나 끌린다. 그런 이유로 나는 소설의 첫 문장과 드라마의 첫 회를 아주 좋아한다. 이 이야기를 앞으로 얼만큼 좋아할지는 대체로 여기서 판가름 난다.  

무얼 읽어야 할지 무얼 써야 될지 몰라 거실만 서성대던 얼마 전 주말, 케이블 티비에서 '선덕여왕'의 한 장면을 보았다. 그게 하필 인구에 회자되는 (얼굴에 피가 튄) 고현정 씨의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씬. 나는 그만 깜짝 놀라서, 하나티비로 이 드라마의 1,2회를 연달아 보았다. 진흥대제(이순재 분)가 미실(고현정 분)을 아끼고, 그런데 자신이 죽을 때는 미실에게 암살자를 보내고, 그런데 그 암살자가 사실은 미실의 정부이고, 미실은 왕의 유서를 조작하고, 이어 황후 자리를 노리고 낳은 아이를 "미안하다 아가야, 나는 이제 니가 필요 없다" 하고 차갑게 버리고, 왕이 바뀌고 또 바뀌고, 미실은 황후를 죽이려 하고, 황후는 기어이 살아 돌아오고, 국선 문노(꺅! 정호빈 분)는 머리 아프게 멋있고, 문노는 싸움도 잘 하고, 문노는 계속 멋있고, 왕은 두 아이와 아내와 자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딸 하나를 궁 밖으로 버리고, 미실은 눈 앞에서 놓친 물증 때문에 쌍둥이 사건은 심증으로만 묻어둔 채 짜증이 나고, 하여간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단박에 매료되었다. 물론 때로 논리적이지 않은 장면 연결도 있고, "어출쌍생이면 성골남진이라"와 "북두의 별이 여덟이 되는 날..." 과 같은 요상한 말은 살짝 신경질이 날 만큼 자주 나왔지만(진짜예요;;; ), 그런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이 얼마만에 보는 박력 넘치는 서두란 말이냐.  

 


사진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공익을 위해 승호군(김춘추 역)의 제작발표회 사진을;;;




이 드라마의 미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고현정 씨의 연기는 '잘 돌아왔어요, 우리에게!' 하고 안아주고 싶을 정도고, 여인들의 옷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어미' 또는 '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자(父子)가 모여 공모하는 장면이라든가, 덕만(어린 선덕여왕)이가 '아빠는 필요없고 하여튼 엄마는 내가 지킨다'고 다짐하는 장면처럼 그간 사극 속의 체증을 날려주는 장면도 좋다. 덕만이가 엄마(라고 믿는 양엄마)를 잃은 날, 덕만이의 쌍둥이 언니 천명공주 역시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같은 시각 울고 있는 설정도, 꿈과 현실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편집도, '사막에선 눈물을 아껴야 한다'는 말이 '사막에선 눈물이 빨리 마른다'는 말로 발전(!)해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사막에서의 고된 유년기를 끝낸 덕만이가 신라에 돌아온 이유가 '아버지를 찾아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세상에 무슨 드라마를 이렇게 잘 쓴담!   

*

진흥대제가 "전쟁은 용감한 신하가 있으면 되고, 결정은 현명한 신하가 하면 되고, 왕은 사람을 잘 두면 된다"(정확한 인용은 아니에요)고 할 때, 덕만이가 중국의 제후에게 "백성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는 자는 황제가 될 시간도 없다"고 일갈할 때, 특히 미실이 정적을 죽인 다음 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을 꼭 끌어안고 협박할 때, 생각했다, 참 지독한 반복이구나. 오늘 방송분 현재 '선덕여왕'의 주요인물들은 열다섯 안팎의 나이로 십대를 보내고 있었다. 숲 속에서 수련을 한다, 사막을 건넌다, 절벽을 오른다, 화살을 맞는다, 실종된다, 돌아온다, 하면서 나쁜 놈들에 맞서 신라를 구하겠다고 죽도록 고생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애들에게 못할 짓 시킨다. 예고편을 보니 이젠 시골 출신의 어린 김유신이 천명공주를 따라 서라벌에 입성해 '서울 귀족' 화랑들의 텃세에 부딪히기까지 할 모양이다. 김유신의 무리에는 화랑으로 분한 덕만이도 있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 내가 과연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배겨낼 수 있을지, 마지막회까지 울지 않고 잘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얘들아, 부디 잘 자라라. 드라마 안에서라도, 아무도 아프지 말고 죽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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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6-1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지요? 속도감이 있어서 더 몰입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네꼬님, 저는 요새 '자명고'에 꽂혔어요. 시청률이 안습인지라 보고 있다는 사람을 아직 아무도 못 만났지만, 주연 배우들이 좀 약한 감도 있지만, 드라마가 개연성을 아주 잘 살렸어요. 고대 배경의 사극이라고 해서 무리한 설정 넣지 않고 논리적으로, 인과관계가 맞아 떨어지도록 딱딱 배분을 했는데 감탄을 하고 있답니다. 또 제가 너무 좋아했던 서울 1945의 정성희 작가 대본이기도 하구요.^^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 할까 봐 조마조마해요.
아, 그런데 이 밤중에 읽으면서 기분 좋은 페이퍼가 연달아 있었어요. 쥬드님, 다락방님, 네꼬님 만세!

네꼬 2009-06-16 12: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속도감. 아주 휙휙 지나가지요. '자명고'가 있었군요! 저는 정려원이 연기가 어쩐지 조마조마해서 그 드라마는 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네요. "서울 1945"가 썩 괜찮았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었어요. 시청자가 조기종영 때문에 조마조마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끙.

아 저도 간밤에 주드님 다락님 페이퍼 읽느라고 늦게 잤어요. ㅎㅎ 허긴, 댓글 단 시각을 보니 마노아님도... 안 졸려요?

프레이야 2009-06-16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끈기라면 자신 없어요.
이 드라마 안 봤는데 보고 싶어져요.
승호군이 김춘추로 나와요?

네꼬 2009-06-16 12:56   좋아요 0 | URL
승호군이 승호군이 승호군이 김춘추로 나온다고 해요. 아마 초반엔 좀 까칠(?)한 캐릭터인 것 같은데, 기대가 큽니다. 프레이야님, 같이 보고 수다 떨어요. (^^)

다락방 2009-06-1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네꼬님의 이런 문장들이 좋아요. '문노는 계속 멋있고' --> 이런 문장 말예요.
게다가 '아무도 아프지 말고 죽지도 말고' 는 또 어떻구!!

네꼬님.
전 네꼬님이 정말로 좋아요! 주먹을 꼭 쥐고 두 눈 부릅뜨고 얘기하는거에요. 진짜 좋아요!!

네꼬 2009-06-16 12:58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런 건 사실 다락님의 전용문장이죠. 뭐랄까, 진심이 뚝뚝 묻어다는 문장이랄까? 다락님이 이렇게 힘주어 얘기하지 않아도 나 좋아하는 줄 아니까 자자 주먹 풀고 눈 풀고.. (흥, 언제는 브론테님이 좋다며! 어제 다 봤다구!- 화르르 질투 화신 네꼬)

조선인 2009-06-1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공익이에요. 부릅

네꼬 2009-06-16 12:58   좋아요 0 | URL
부릅 2
아..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사진이... 그냥 우리 좋기라도 하자고... ㅎㅎ (뭔지 아시죠?)

무스탕 2009-06-1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호군은 커갈수록 누님들의 기대치에 어긋남이 없네요.. ☆.☆
아직 김춘추가 등장하지 않았지요? 어제 김유신은 나오던데 곧 나오겠군요. 기대기대중..

네꼬 2009-06-16 13:00   좋아요 0 | URL
현재 스코어 김춘추는 얼마 전 태어난 아기입니다. (상반신 맨몸이 안쓰러운 성장기 김유신은 15세 쯤?) 일단 승호군이 등장할 때까지 재미나게 보고, 승호군이 나오면.... 또 재미나게 보고 그러면 되겠어요.

치니 2009-06-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현정씨가 유리를 치면서 음악 비슷한 걸 만들 때가 제일 웃겼구요 ㅋㅋㅋ
사극을 원래 잘 안보는 편이라 띄엄띄엄 보긴 했지만, 속도감과 여성들에 대한 강한 묘사는 눈여겨 볼 만 했어요.

네꼬 2009-06-16 13: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맞아요 그 장면은 뭐랄까 손발이 좀 간질간질했지요. 그래도 그나마 고현정씨가 했으니 그정도 아니었을까요? 사실 정부가 미실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도 어떻게 보면 민망하지만 고현정씨 포스로 화면을 장악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여간 재미난 드라마.

노이에자이트 2009-06-1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승호가 여기에도 나오는군요.요즘 광고에서 이연희와 사오정같은 대답을 주고 받는 장면이 귀엽던데...

네꼬 2009-06-17 09:05   좋아요 0 | URL
아, 통신회사 광고를 말씀하시는군요. 전 그 시리즈(?)의 광고 중 한 편에서 승호가 춤을 얼마나 못 추는지.. 저쯤 되면 시키지 말아야지, 애를 그냥... 안타까웠어요. -_-;

2009-06-1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7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1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9-06-1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무지 졸렸는데, 야자감독과 야자 감독 사이의 귀중한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었는데, 선덕여왕 하는 날인 줄 알고 10시 넘게 버티다가, 어라? 왜 안하지?한 거 아닙니까.

네꼬 2009-06-21 17:51   좋아요 0 | URL
BRINY님 안녕하세요? 하하 저도 그럴 때 되게 많아요. 약속도 안 잡고 막 부랴부랴 집에 와서 시간 딱 보고 앉았는데 기다리는 프로그램은 다른 날 하고... ㅎㅎ 선덕여왕의 경우는, '나의 월요병을 날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외우고 있어효. 하하. 동지 만나서 반가워요. 덥석!

쟈니 2009-06-2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는 선덕여왕때문에 월,화는 가능한 약속을 안잡습니다. 고현정씨는 MBC에서 계속 멋지게 나와줘서 정말 고마운 맘이 듭니다. 선덕여왕에는 어찌 이리 출연진들도 다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르륵 나오는지 ^^

네꼬 2009-06-21 17: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죠 저도 그래요. 고현정씨는 반갑고 고맙고 그래요. (게다가 여전히 얼마나 예쁜지!) 아아 내일부터 이요원씨가 본격 등장할 텐데 어쩐지 제가 다 걱정이에요. 사실 여태 이요원씨의 연기를 주의깊게 본 적이 없어서 말이죠. 그리고 얼핏 예고편을 보니 어리고 여리고 귀엽던 김유신이 갑자기 너무 늙은 것 같....(엄태웅씨 미안).. 천명공주어 어쩐지 지금이 더... ㅠㅠ 그래도 우리 믿어보아요. 두근두근 내일이에요!

2009-06-22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4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4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4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4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의 실패가 한 이상주의자의 실패를 넘어서 실낱 같던 희망의 절멸로 느껴진다, 고 누군가 쓴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상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에게 저금통을 보낼 때도, 그가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도 나는 그게 '이상'인 줄을 몰랐다. 되어가고 있었고 이제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 편이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이제 맡겨두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통령까지 만들어줬는데 왜 이상한 결정들을 하고 있는지, 왜 자꾸 책 잡힐 말실수를 하는지, 왜 프로답지 못한지, 참다 참다 이제 나도 돌아선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게 다 '이상'의 일부인 걸 몰랐던 것이다. 한번도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뼈를 산산조각내는 죽음으로 실패를 증명하고서야 우리가 오랫동안 꿈을 꾸었던 것임을, 그 모든 것들이 이상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의 나약함에 짜증이 났다. 그리고 연민이 생겼다. 그 다음 그런 내가 환멸스러웠다. 공허했다. 그리고 천천히 슬퍼지다가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내 슬픔의 이유를 몰라 그 슬픔도 어찌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를 무너뜨린 말이 '이상주의자'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울기 시작했다.우린 실패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를 뽑지도 않았을 텐데. 이루지 못한 꿈으로 아껴두고 좋아하고 안타까워하고 가끔 한계를 지적하면서, 계속 꿈만 꾸면서, 계속 공모만 하면서, 계속 한탄만 하면서, 꿈만은 그냥 둘 걸 그랬어. 우리 꿈은 죽어버린 거야. 우리가 졌어. 우리가 망쳤어. 가장 행복했던 때를 가장 지워버리고 싶을 때의 고통. '그의 한계가 우리의 한계였다'는 누군가의 문장에는 눈이 있었다. 그 눈이 내 눈을 똑바로 보았다. 나는 달아날 곳이 없었다.  

며칠간 슬픔에 익숙해지고 이제 이성이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어제, 시청 앞으로 갔다. 어쩌면 나의 슬픔은 어떤 상징에 대한 것. 덤덤하게 일단락을 짓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또 알았다. 대한문 앞에서 누군가 나눠준 근조 리본, 그걸 받아 들고 덜덜 떠는 내 손은 상징이 아니었다. 그때 탄핵 반대를 외칠 때, 나는 근조 리본 따위를 달기 위해 같은 장소에 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기어이 한 번 더 울고 나서야 그 리본을 달았다. 전경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근조 리본을 다는 모욕을 견디면서, 나는 그 많은 사람들의 거대하고 복잡하고 잡스러운 슬픔에 대해서 생각했다.

슬픔은 의견이 아니라 감정이다. 감정은 이성적이지 않다. 눈물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믿기지 않는 사실을 언제쯤 어떤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금방 툭툭 털고는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다만 내일은 회사 동료들과 연차를 내고 영결식에 가기로 했다. 모이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휴가를 냈을 것이다. 뙤약볕 아래 제 신체를 고통스럽게 하면서 일말의 책무감을 덜어내려는 얄팍한 자기 위안일지 모른다. 후회일지도, 후회하는 척일지도 모른다. 순수한 안쓰러움일지 모른다. 일생일대의 작별일지도, 분위기를 탄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우린 각자 다른 이유로 울 것이다. 옆 동료는 고사하고, 자기가 우는 이유도 모르면서 울게 되겠지. 그렇게 어리석게 울기 위해서 우리는 죽은 이를 추모하러 간다. 이렇게 여럿이 함께 어리석은 것은 참 위험한 일. 위험하게 울기 위해 우리는 추모를 하러 간다. 이성적이지도 일관되지도 못한 어리석은 이들끼리 모여 그저 울기 위해서. 뜨겁게 울기 위해서.   

   

 

  

 

 

*슬프거나 담담하거나, 아프거나 씁쓸하거나, 어색하거나 몹시 불편하거나, 모두 다른 마음인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감정과 이성을 현명하게 구별할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감정의 과잉을 통제하지 못해 몸부림을 치겠지요. 며칠만이라도 그런 마음을 우리 서로 내버려두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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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5-2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절대적인 지지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분노하는 건,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분명히 알 수 있어요. 평소에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이 저마다 각기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다수가 된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에요. 각자가 슬퍼하도록, 자기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요.

2009-05-28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9-05-2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혼자서 뉴스를 뒤적이면 눈물이 나요.아직도 이렇게 왈칵 할 수 있다는게, 나란 사람이 그렇다는게 놀라워요.

가시장미 2009-05-29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합니다. 새벽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 하고 뒤척이다가 결국 이 글을 읽게 되었네요. 저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타인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우린 아직 잃지 않은 게 있다고. 지는 싸움일지라도 싸울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단지 '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제 자신에게 속삭여봅니다.

저도 내일 가고 싶은데, 요즘 뒤집고 기려고 애쓰는 현호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네요.-_ㅠ 조심히 잘 다녀오시길 바랄께요.

2009-05-29 0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9 0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5-2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해요, 네꼬님.

저는 네꼬님이 위에 쓰신것처럼 그것이 이상인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었고 또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그분을 '유일하게 좋아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슬펐어요.


오늘 아침엔 밥을 먹다가 뉴스에서 그분의 살아생전 모습들이 보여지는데 그만, 울컥, 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왜이러지? 했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그런데 아직도 제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네요.

네꼬님.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잘 모르는 저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리스 2009-05-2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꾸욱 누릅니다.


나비80 2009-05-2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노무현의 죽음과 관련해 최근 몇몇 알라딘 유명 블로거들의 표현과 반응에 상당히 머리가 아프던 차였습니다. 설득할 힘도 납득할 여유도 없어 저 역시 이곳에 그와 관련된 글을 쓰는데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네꼬님의 글을 읽으니 일종의 정리가 좀 되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의 죽음이 가져올 반향 혹은 움직임은 이번 주말부터가 본격적이 될 듯합니다. 추이를 지켜보며 저 역시 유의미한 변화의 현장에 직접 가있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쟈니 2009-05-30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시기, 그저, 서로 위로하며 함께 울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었어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시청 앞에서 함께하며 눈물짓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함께 그 자리에 있는 거겠죠...

도넛공주 2009-05-3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왜 그리 '그분은 결벽증이 있으셨다'는 그말이 자꾸 맴돌죠.생각할게 너무 많아서...
대체 이 세상은 뭘 결벽이라고 하는거야!

네꼬 2009-06-1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들 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며칠 동안 제 서재에서조차 서성거렸어요. 우리 다들 강건하게 만나요. 이따금 같이 울면서.
 

나는 단지 그를 뽑은 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 단돈 얼마쯤을 보냈다. 돈을 준 사람은 국민들밖에 없으니 두려울 것도 국민들밖에 없다고 그가 말했을 때, 나는 선거 따위에서는 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내 친구들은 기세 좋게 건배를 외치며 생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그날 저녁 그 맥주집에서 승리를 만끽하는 테이블은 우리 뿐이 아니었다. 탄핵 위기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화가 났고 퇴근길이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었으며, 둘레에 나같은 사람이 그토록 많다는 것에 뜻모르게 들떴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잦은 말실수(라고 생각되는 것들) 때문에 나는 그를 미워했고 심지어는 부끄러워했다. 나는 그런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나 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어지럽다. 그래도 버텼어야지, 자기가 뭐라고 죽어버리는 거야. 돈 없고 빽 없으면 대통령까지 되었다 해도 끝이 이렇다고--거봐라 하고 누군가들은 좋아할 거 아냐. 아니다, 우리는 왜 그를 뽑았을까, 이토록 정치적이지 못한 사람을. 이런 바보를. 이 바보야, 그냥 구차하지, 그냥 뻔뻔하지, 왜 죽어버린 거야.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지 몰라 마음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더니 밥을 먹으면서도 울고 잠을 자면서도 울고 CSI를 보면서도 울고 미사시간에도 울었다. 왜 우는지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만 같다. 당분간 무얼 읽고 무얼 써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일에도 교훈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현자든지 그것을 알려준다면 위로를 삼을 텐데. 우리 모두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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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09-05-2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글을 보고 눈물이 마구 나와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자기가 뭐라고 죽어버리는거야..." 이 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네꼬 2009-05-28 22:37   좋아요 0 | URL
쟈니님, 저는 이 댓글을 보다가 울었어요.

rainy 2009-05-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구차하지.. 그냥 뻔뻔하지..
아무래도 나에게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만 같다..
네꼬님..

네꼬 2009-05-28 22:38   좋아요 0 | URL
rainy님, 정말 길고도 긴 한주였어요.

paviana 2009-05-2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같이 울어요.손 꼭 붙잡고요.

네꼬 2009-05-28 22:39   좋아요 0 | URL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같이 울어줄 사람이에요. 손을 잡아줄 사람.

2009-05-25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8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9-05-2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무기력해집니다.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 집니다.
'그냥 살았어야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였을텐데요.
참으로 참으로 허무합니다.

네꼬 2009-05-28 22:40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이런 일에도 교훈이 있을까요? 허무도 참 커다란 허무예요.

지누션 2009-05-28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멀리 있구나. 친구야. 여기서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니, 내 무릎에 있던 진우가 "엄마 대통령 계속 보니 졸려."하면서 잠이 들더라. 아.. 아.. 멀리서 마음이 아프고 답답해. 아무 것도 하기가 싫구나.

2009-05-28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9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런 말 참 유치한 줄은 알지만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으므로 그냥 해보겠다. 멋있는 남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네꼬씨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안 끌려본 적이 없는 타입을 말하자면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꼭 되게 웃겨서가 아니라 내가 재밌는 말을 했을 때 그게 왜 얼마나 어떻게 재미있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나의 동거녀는 똑똑하지 않은 남자에게는 안 끌린다고 했다. 내 친구는 약간 느끼한 것 같은 남미의 남자들을 좋아한다. 운동선수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친구도 있고, 누가 뭐래도 크고 비싼 선물을 주는 남자에게 넘어가는 친구도 있다. 운전을 잘하는 남자에게 정신을 놓는 친구도 있고, 옷 잘 입는 남자에게서 눈을 못 떼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여인들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동의하고 있는 유형이 있으니 그건 바로 노래를 잘 하는 남자다. 남자는 진심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 큐트한 남자는 영국에 사시는 개러스 멀론씨(34), 런던 심포니 시민 합창단의 지휘자다. 그는 어렸을 때는 곧잘 노래를 부르던 남자아이들이 커가면서 노래부르기를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걸 바로잡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소년합창단을 꾸리기로 계획하고 찾은 랭커스터 중등학교는 학생수가 1200명에 이르는데(1200명의 남자 청소년들이라니!) 심지어 스포츠명문이기까지 하다. 합창단에 들어오라는 권유에 아이들은 "애들 앞에서 노래하면 집에 가는 길에 공격당해요"라고 대꾸한다. "남자가 노래를 부른다니, 그건 게이들이나 하는 거예요" "노래라뇨? 이런 거요? (이어서 비트박스와 랩 시범)" 그래도 개러스는 꿋꿋하게 음악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무작정 운동장을 누비며 아이들을 하나씩 만나 합창단에 들게 하고 무서운 (우리식으로는 학생주임 정도 되는) 선생님을 조르고 졸라 조회 시간에 전교생이 노래를 부르게 하며 급기야 로열 앨버트 홀(전 모르지만 아마 되게 큰 극장인가봐요)에 아이들을 세울 계획까지 세운다. 바로 내 사랑 EBS의 다큐 10+ 에서 방송하는 <개러스 선생님의 합창단 프로젝트-소년이여, 노래하라!>(5월  5일 ~ 26일 (화) 밤 11시 10분 ~ 12시)이야기다. 이 4부작 다큐멘터리는 지난 4월 British Academy Television Award 2009에서 Best Feature 상을 받았다. 원제는 <The Choir- Boys don't sing>.  2007년 같은 부문 상을 받은 <The Choir>의 두번째 이야기 되겠다.(이것도 내 사랑 EBS에서 방송한 적 있는데 나는 그때 개러스씨를 처음 알았다.)   

지난 화요일 첫방송에서는 음악시간에 엉망으로 잡담하고 도무지 노래할 생각이 없는 아이들과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라면 포기했겠죠." 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개러스의 대립, 뛰어난 재능을 보고 개인 교습을 해주려 하지만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임란의 등장(아래 동영상에서 중간 솔로를 맡은 소년), 체육 선생님에게 노래하랬더니 '당신이 먼저 나랑 운동을 하면'이라 대꾸하는 웃기고 무서운 장면, 조회 시간에 혼자 꿋꿋하게 노래를 부르는 개러스의 고군분투 등이 방송됐다. 첫방송을 놓치신 알라딘 친구 여러분들께, 이번 화요일부터는 같이 보자고 알려드린다. "past"를 '파스트'라고, "can't"를 "컨트"라고 발음하는 초절정 매력남 개러스 멀론과 다큐멘터리 전반에 흐르는 아름다운 클래식 연주만으로도 분명 만족하실 거다. 혹시 내 말을 안 믿으실까봐 이 둔한 고양이발로 동영상까지 찾았다.(아이고 허리야) 바로 그 "로열 앨버트홀"의  공연 장면. (자 빨리 스피커 켜세요. 이어폰 꽂으세요. 모니터 앞으로 바짝 오세요. 더 바짝.)  

 

 

다른 동영상을 보니, 공연을 끝낸 아이들은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무대 뒤에서 소리지르고 손뼉을 마주치고 선생님께 감사의 환호를 보내고 가족들과 포옹한다. "Stand by me"의 시작부분 솔로를 맡았던 소년은 "왜 우는지도 모르고" 운다. 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다. 얘, 너는 이제야 진짜로 남자가 되어가고 있는 거야.   

 

 

*붙임.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하나 더 보시라고. 이건 연습공연쯤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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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5-1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건 제가 니나와 내린 결론인데요
똑똑한 남자가 유머도 잘해. 아니, 그러니까, A가 꼭 B는 아닌데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의 유머를 잘하는 남자들은 꼭 똑똑하기까지 하더라, 뭐 이런 결론인거죠 ㅋ

파스트와 컨트, 그 딱 저것만은 아닌 그 미묘한 경계선상에 있는 발음, 저도 좋아해요- 어디 영국식 영어 가르쳐주는데 없나 (일단 하는 것부터 좀 제대로 하지?) 막 고민했었는데 ㅋㅋㅋ 방송 궁금한데요, 챙겨볼 자신은 없고. 으흑.

네꼬 2009-05-11 00:24   좋아요 0 | URL
"똑똑한 남자가 유머도 잘해"에 전격 동의. 똑똑하다고 꼭 유머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유머감각이 있으려면 일단 똑똑해야 되는 것은 사실. (그래서 찾기 어렵나봐. ㅠㅠ)

그 미묘한 영국식 영어 발음 진짜 매력 있죠. (@_@) 그것도 그렇지만 정말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들이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챙겨서 봐요, 울지 말고. 원한다면 내가 알람해줄게. (개러스에 정신 팔려 일은 다 내팽개치고 있는 네꼬.)

L.SHIN 2009-05-11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노래는..내가 좋아하는 EVA CASSIDY의 노래네요..^^
그닥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값진, 일반인들의 순수한 노래..그들의 긴장감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웃음) 아름다운 남자군요.

네꼬 2009-05-11 18:51   좋아요 0 | URL
아, 엘신님 오래간만이에요. 필드 오브 골드는 전 몰랐던 노랜데 에바 언니의 것과 스팅의 것이 다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아마 이 소년들은 에바 언니의 것을 편곡한 듯. 사실 듣다 보면 음정도 박자도 조금 불안하지만 전 어쩐지 그래서 더 좋더라고요.

프레이야 2009-05-1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남자, 남자의 완성형..
이말에 일면 동의해요.^^ 저도 연애할 때 옆지기의 노래,
미성에 반한 것도 있거든요. 근데 그것도 좀 변하고 목소리도 탁해져요.
최백호가 좋아요. 그런점에서요.(뜬금없이) ㅎㅎ

네꼬 2009-05-11 18:53   좋아요 0 | URL
'미성에 반한 것'이라는 대목에서 어질어질했는데, 최백호가 좋다는 엉뚱한 결론에 저도 웃었습니다. 하하. 가만 떠올려보면 그동안 '잘' 하는 남자는 사귀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래서 동경이 더...?

LAYLA 2009-05-1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사람을 볼 때 겉모습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저에게 하는 말이 '넌 물건 고를 때 얼마나 이쁜지 하나하나 따지지...사람 볼 때도 똑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는 당연하죠 :) 노래 잘하는 사람은 무조건 멋져보여요!

네꼬 2009-05-11 18:54   좋아요 0 | URL
하하.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우리 동거녀는 못생긴 자동차는 지나가기만 해도 싫어해요. ㅎㅎ 예쁜 게 좋죠. 그게 어떤 기준에서든. 그런 의미에서 노래는, 잘하는 게 좋죠? 무조건! (이상한 연결이지만 아무튼.)

마늘빵 2009-05-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 흠흠, 발성연습 중이에요.

네꼬 2009-05-11 18:55   좋아요 0 | URL
아프님 안녕? 요새 바쁘지 않아요? '밴드'를 하셨다면서요. 노래도 불렀어요? 아프님 노래부르는 거 함 들어봐야 될 텐데. 알라딘 처자들을 모아서. (^^)

보석 2009-05-11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휘하면서 웃는 게 정말 즐거워 보이네요.^^ 화요일 EBS란 말이죠. 내일이군요. 훗훗.

네꼬 2009-05-11 18: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개러스 선생님 웃는 모습, 좋아 보이죠. (흐믓흐믓) 동지를 하나 구했도다. (흐믓흐믓) 우리 화요일 밤에 함께 즐거워보아요. ㅎㅎ

치니 2009-05-1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다큐 본 적 있어요, 딱 한 번 봤지만 인상 깊었는데도 그 다음에는 챙겨보질 못했네요.
(솔직히) 개러스 선생님의 외모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매력적이에요.
네꼬님은 아시죠? 제 취향. 내 사랑 로베르토 ~ 헤헤헤.

네꼬 2009-05-11 20:59   좋아요 0 | URL
전편인 [The Choir]를 보셨군요! 저도 그 다큐멘터리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마지막회를 못 보았다능. (쿵쿵 머리를...) 저도 사실 이런 외모가 제 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왜 넘어갔을까요? 넋을 놓고 보았어요. (ㅠㅠ 얇은 내 심장) (*로베르토,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저도 지금 바쁜 일 끝나면 치니님께 땡스 투 한 그 영화를 보려고 벼르고 있어요!)

마노아 2009-05-11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막 벅찬 감동에 난 눈물도 찔끔 났잖아요. 너무 멋져요. 이렇게 소개해주는 네꼬님은 진정 사랑스러운 고양이에요! 충성!!!

네꼬 2009-05-21 10:0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 너무 한참 있다가 답 달죠? 그래도 충성이에요? 응? ㅎㅎ (다음주 화요일이면 방송 끝이에요 ㅠㅠ)

kimji 2009-05-11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눈이 움푹 들어간 남자가 좋아요!! (푸르스름한 수염 자국에도 꿈뻑 넘어가요;; )
(눈이 쑥 들어간 것에 홀딱 빠져서 결혼했는데 결혼하고나니 남편 키가;; 그저 눈만 들어가 있던 남자였던 거지요;; 그 와중에 코도 낮으면 어떡하냐구요;; 에휴=3=3 )
아무튼, 저도 얼결에 전편이 다큐를 봤던 모양이에요. 흐흐-
올려주신 노래 잘 들었어요.
개러스 선생님 웃는 모습을 보니, 그냥, 다리에 힘도 빠지고;; (개러스 선생님도 눈이 들어갔잖아요!! )

네꼬 2009-05-21 10:02   좋아요 0 | URL
하하. 그래도 눈은 (kimji님 보시기에 원 없이) 들어가셨으면 됐죠! ㅎㅎ 저도 그 '눈 움푹'에 끌리는 마음 압니다요 알아요. (고개 떨어져라~) 개러스 선생님은 웃을 때 눈도 들어가고 입도 아주 예쁘죠. 네, 저는 마음을 딴데 두고 이 다큐를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5-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잘하는 사람 부러워요.

네꼬 2009-05-21 10:02   좋아요 0 | URL
전 노이에자이트님처럼 글 잘 쓰시는 분이 부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