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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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

명실상부 일본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통해 자신의 네임밸류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문학적 요소까지, 한마디로 작품성과 문학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이 '가가 형사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라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윗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두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발생 일자와 사건 현장 간의 거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 한 가지, '인상'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49).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명탐정의 규칙>에 보면, '밀실 살인'의 트릭은 누가 범인인가 보다 어떻게 죽였는가에,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은 누가 범인인가에, 일명 '알리바이 선언'은 완벽해 보이는 알리바이의 허점이 무엇인가에 추리의 초점을 두고 독자와 두뇌 게임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추리소설 작가로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유독 '밀실 살인'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번 작품 <기도의 막이 내릴 때>도 '알리바이 허점 찾기' 패턴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알리바이에 숨은 트릭이 훨씬 더 교묘해졌을 뿐 아니라, 스케일이 방대하기까지 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고, 사건과 사건이 얽혀 있고, 인연과 인연(인물과 인물)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가 형사의 비극적 가정사와 두 살인 사건이 연결되어 있는데,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교묘한 트릭이요, 독자와 작가가 벌이는 두뇌 게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가출한 뒤, 그 어머니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뒤에야 '가가' 형사는 어머니의 소식을 듣습니다. 그렇게 외아들인 그가 어머니의 유골을 수습한 뒤, 다시 10년의 세월이 흐르지요.

그리고 고스게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중년의 여인이 목 졸려 죽은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여자의 시신은 오시타니 미치고라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집 주인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가 형사의 가까운 친척이기도 한 '마쓰미야' 형사는 이 사건이 어쩐지 하천 둔지에서 노숙자가 살해된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느낍니다. (하천 둔치에 비닐로 지어진 오두막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안에서 불에 탄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살해 방법이 일치하고, 발행 일자가 비슷하며, 두 현장 사이의 거리도 약 5킬로 미터로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인상'입니다. 마쓰미야는 직감적으로 둘 사이의 연관성이 있음을 감지합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그랬답니다. 저세상에서 자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육체 따위는 없어져도 좋다고요. 부모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켜도 좋은가 봅니다"(352).

<기도의 막이 내릴 때>에서 알리바이에 숨어 있는 트릭을 해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살해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단서는 딱 한 가지, 여인이 죽은 아파트에서 발견된 달력인데, 거기에는 각 달마다 니혼바시 일대에 있는 열두 개의 다리 이름 중 하나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가 형사 어머니 유품에서 발견한 메모와 그 내용, 필적까지 같다는 것에 사건은 오히려 대 혼란을 일으킵니다.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결과가 달라진다"(200)는 형사들의 불문율을 증명하듯, 그들은 무수한 헛걸음을 통해 진상에 이르는 길을 찾아갑니다. 진실이라는 성은 범인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들을 하나하나 끌어모아 쌓는 것이니까요. 그 무수한 헛걸음이 있었기에 대담한 추리 전개가 가능해지고, 찾아 헤매던 답을 드디어 찾게 되는 것지만, 그렇게 답을 찾아낸 순간에도 희열보다 씁쓸함이 터 컸던 것은, 진실 속에 감추어진 누군가의 비극이 곧 우리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독자는 그 처절하고 지독하리만치 간절했던 누군가의 기도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책은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는 추리 소설의 묘미와 함께, 문학작품에서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슬픔, 우연을 통해 오는 필연적 숙명을 음미하며 읽어야 할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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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 1 The Goal -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30주년 기념 개정판 번역본
엘리 골드렛 지음, 강승덕.김일운.김효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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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간 번역이 금지됐던 책이라고?!

이 책은 경제경영학 분야의 고전이지만, 저는 경영자도 아니고, 기업에서 일하는 조직원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경제경영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30년 동안 세상을 바꾼 바로 그 책"이, 30주년을 기념하여 "개정판 번역본"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30년 동안 35개국에서 1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미국 6000여 개 기업 및 MBA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경영대학에서 지금도 필독 도서로 삼고 있으며, 한국 기업(일본을 비롯해)이 성장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미국 경제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거라 우려하며 저자가 무려 17년 동안이나 판권 수출과 번역을 허락하지 않았던 책"이라고 하니, 경영학도나 경영자는 아니지만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느꼈던 것입니다.

배운다는 것의 최대 장애물은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스스로 답을 찾아낼 기회를 영원히 박탈해버리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찾아내야 진정한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생각하는 인간'을 만들려면 명령형인 '!' 부호보다

의문형인 '?' 부호가 훨씬 더 좋다.

- 엘리 골드렛

<더 골>에서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은 "TOC"(Theory Of Constraints: 제약이론)라는 이론인데, 쉽게 말해 공장의 질서를 찾아주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자도 아니고 경영학도도 아닌 제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소설' 형식로 쓰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폐쇄 위기에 처한 공장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알렉스 공장장'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따라다니다 보면, 실제 폐쇄 직전의 위기 상황에 몰려 있던 GM의 캐딜락 사업부를 위기 상황에서 건져냈다는 "TOC"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통계적 변동, 변동의 축적, 현금 창출률, 재고, 운영비 등의 개념을 배우고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소설로 쓰여졌다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강점이라면, 두 번째 강점은 '소크라테스 기법'을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아무도 가르친 적이 없다. 오직 그들이 생각하도록 만들었을 뿐이다"(소크라테스, 72). '요나' 교수가 위기에 처한 제자 '알렉스'에게 그때그때마다 던져주는 질문들은 문제를 해결해가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덕분에 독자들도 마치 수수께끼와 같은 요나 교수의 질문을 풀기 위해 알렉스와 함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됩니다.

직원들이 쉬지 않고 일하는 회사는 과연 효율적일까? (왜 전 직원이 쉬지 않고 일하는 공장의 효율성은 최악인가?)

같은 속도로 걷는데 왜 대열은 점점 느려질까?

왜 수요와 공급이 최적화된 회사일수록 파산에 가까워질까?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이 단순한 질문 하나에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과녁을 정확히 조준하는 이 질문은, 누구에게나, 어떤 분야에나, 어떤 조직에나 적용 가능합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목표, 단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으며,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낼 때 각자가 처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할 때, '지금' 어떤 일을 해야 옳은지도 확실해집니다.

<더 골>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깊은 통찰 중 하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우리의 착각이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고민을 방해하며, 관행을 고집하게 하여, 변화를 거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완고하게 버티고 서 있는 '관행'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부수는 강력한 한 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자체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554),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책이 경제경영 고전이지만, 경제경영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공동체에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우리는 여기에 왜 모였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함께 모여 각자가 생각하는 목표를 공유하고 연결하여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을 도출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주는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벌써 감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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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알고 있다
엘리자베스 클레포스 지음, 정지현 옮김 / 나무옆의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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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거야.

이제 우리는 하나로 이어졌다.

서로의 비밀을 안다.

그 결속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42).

이 이야기는 한 사립학교의 비밀 클럽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행방불명된 엄마와 한 집안의 과거와 현재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며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가 촘촘하게 짜여집니다.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을 그려냈다면, 이 책의 작가 엘리자베스 클레포스는 위태로운 <비밀과 진실>의 간극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부동산 재벌가의 딸 찰리 캘러웨이가 학교의 비밀 클럽으로부터 초대장이 배달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놀우드' 사립학교에는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에이스'라는 '비밀 클럽'이 존재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에게만 초대장이 주어지지만, 정식 멤버가 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후보자들에게는 세 번의 미션이 주어지는데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면 탈락입니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미션은 놀이 수준이 아니라 범죄라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게임의 법칙은 하나뿐"입니다. "들키지 말 것"(33). 미션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후보자들의 치명적이고도 비밀스러운 약점을 잡아두는 것이 에이스의 전통입니다. 그 비밀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줍니다. '충성심'은 에이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며, 한 번 에이스면 영원한 에이스입니다. 빠져나가도 다 같이 빠져나가고 망해도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함께'라는 결속력과 소속감을 갖게 해줍니다. 에이스의 권력은 바로 그 결속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결속이 만들어내는 권력으로 자신들만의 특권도 누리지만, 그 결속이 그들을 날아오르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음을 압니다. "어떤 식으로든 모두가 유죄이기에"(463).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힘 있는 사람, 자신의 뜻대로 타인을 움직이는 사람이 될 것이다"(37).

찰리 캘러웨이는 에이스의 정식 멤버가 되기 위해 친구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둡니다. 에이스에 대한 충성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가 행방불명된 여름 이후 접근 금지 당한 외삼촌 행크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찰리에게는 풀어가야 할 수수께끼가 하나 더 주어줍니다. 어쩌면 엄마가 자신의 의지대로 떠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 엄마의 남자 친구 제이크, 제이크의 죽음, 제이크와 같이 놀우드에 다녔던 아빠, 이 모든 조각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조각들이 들어맞게 해줄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는 느낌! 총 4부로 구성된 <너는 알고 있다>는 딸인 찰리 캘러웨이(2017년)의 시점과 엄마인 그레이스 캘러웨이(2007년)의 시점, 그리고 아빠 앨리스테어 캘러웨이(1996년)의 시점에, 엄마가 그레이스가 '그레이스 페어차일드'(1996년)일 때의 시점까지 더해지며, 어둡고 잔인한 비밀에 접근해갑니다.

"네가 어떤 사람이고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앞으로 평생토록 사람들이 규정하려고 할 거야. 절대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렴"(196).

<너는 알고 있다>는 "매혹적인 성장 스릴러"입니다. 독자들은 '찰리 캘러웨이'라는 한 인물이 "역겨운 자부심을 용기로, 강압과 최악의 괴롭힘을 힘으로 착각했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계속 거짓을 진실로 내세워야 하는 현실에 용감하고 진실하게 맞서는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며, 이런 질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502).

학교다닐 때, 친구가 별로 없었다거나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다면, 결속과 소속감의 힘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결속을 버리고 용감하고 진실되게 행동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혼자일 때보다 집단적으로 나쁜 짓을 할 때 죄책감을 덜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 '함께'라는 느낌이 치명적인 독이 되어 우리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구도 잔인하고, 더럽고, 나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정의롭고, 선하고, 아름답게 살기를 원하나, '어쩔 수 없음'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오늘도 부당함과 강합, 괴로힘에 눈을 감아버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칼리 캘러웨이'라는 캐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녀가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선택이 우리를 용감하고 진실한 삶으로 인도할 수도 있고, 어둡고 잔인한 삶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이 책이 5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장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껍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고 두고 꼽씹으며 모두와 나누고 싶은 한 문장이 있어 옮겨 적어봅니다.

"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평생 아이들을 세상의 슬픔과 악으로부터, 부당함과 잔인함으로부터 지키려 애썼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야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깨달았다. 어둠을 가려줄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살아남고 빛으로 헤쳐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어야 했다. 달이 뜨지 않은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별을 가리키며 어둠 속에서도 저렇게 빛난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야 했다"(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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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성경 : 신약편 - 그리고, 쓰고, 발견하라! 그리는 성경
이문범 지음 / 두란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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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니께서 행하신 일을

그리고,

발견하고,

찬양하라!

<그리는 성경, 신약편>은 신약성경의 사건을 지도에 옮겨 놓으며 지도를 따라 성경을 읽도록 돕는 책입니다. 성경을 "읽기만 할 때는 발견하지 못하는 각 권의 특징을 지도를 그리면서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성경의 많은 사건과 예언의 성취가 '지리'와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헐몬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은 가버나움에 내려오신 후 반 세겔 거두는 자 앞에서 기적을 행하시는데, 이는 다윗이 반 세겔을 드리지 않고 인구조사를 했다가 전염병으로 7만이 넘는 사람이 3일 내에 죽었고, 그 후 모리아산 아라우나 타작 마당에 성전을 세운 사건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 책의 해석에 의하면, "가버나움에서 반 세겔을 내고 시온에서 오신 예수님은 우리 생명을 대속하기 위해 죽으셨다. 우리 각자의 생명 값, 반 세겔을 치르신 것"(41)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지리와 성경을

직접 연결하라!

<그리기 성경>은 성경과 본 서와 교재와 부록으로 제공되는 지도를 함께 펼쳐놓고. "직접" 성경의 사건을 지도 위로 옮겨 놓는 작업을 해보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그리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1. 먼저 성경을 읽습니다.

2. 성경에 나오는 지명을 확인하고, 해당 지명을 성경과 지도(부록)에 동시에 형광펜으로 칠합니다.

3. 형광펜으로 표시된 지명(부록 지도)에 성구와 키워드(사건을 요약하는)를 옮겨 적습니다.

4. (시간 순서과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사역 루트를 그립니다.

★ 단,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지도를 보는 성경적인 관점이 우리의 일반 상식과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지도를 그리며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기도 한데) "일반적인 지도는 위가 북, 아래가 남쪽이지만, 성경은 동쪽을 앞이나 위로 표시합니다." "아브라함이 롯을 구하러 '다메섹 왼편 호바까지' 갔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왼편'은 북쪽입니다. 그러므로 오른쪽은 남쪽, 위는 동쪽이 됩니다. 이 책의 지도는 이러한 성경적인 관점에서 그렸습니다"(11). (저처럼 세로로 긴 모양의 성경 지도에 익숙한 독자들은, 그것을 가로로 눕혀 놓은 듯한 지도에 익숙해지려면 애를 좀 먹을 것 같습니다.)




마태복음을

그리다!

공관복음서 전하는 예수님의 사역은 지리적으로 갈릴리 사역과 예루살렘 사역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마태복음을 지도로 옮겨 놓으면 2장의 지도로 정리됩니다. 마태복음을 지도로 옮겨 놓으면, "예수님이 베들레헴에 오심, 애굽으로 피하심, 나사렛에 사심, 가버나움에서 사역하신 전반기 장소 모두는 수천 년 전부터 계획된 하나님의 작품이었다"(33)는 것을 더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이루시기 위해 부지런히 다니신 예수님의 발자취가 보입니다.

"북쪽에서 내여오는 요단강이 갈릴리 바다의 물과 만나면서 물고기를 위한 풍성한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부 마을인 가버나움, 타부가, 게네사렛 등이 북쪽에 위치했고, 예수님의 갈릴리 바다 사역 또한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북쪽(그리기 성경의 지도 상에서는 동쪽)에서 일어났다"는 것도 새삼 눈에 들어오는 성경 지식입니다.

<그리기 성경>은 동영상 강의도 있어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학습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가복음을 지도 위에 그려보고 마태복음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묵상해보려 합니다. 사람과 장소(땅)를 통해 말씀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가운데 성지순례를 떠나고 싶은 소원을 하나님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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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빛나고 있어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9
에런 베커 지음, 루시드 폴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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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존감이 바닥일 때,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온 몸에 퍼져 있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자신을 안아주듯 양팔로 자신을 안고 토닥토닥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위로의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나를 안고 팔을 토닥이며 '괜찮다, 괜찮아! 넌, 꽤 괜찮은 사람이야'를 되내이며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만을 바라고 원했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일에 무관심하고, 서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캠핑클럽'이라는 프로를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는데, 리더이자 맏언니인 효리 씨가 하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보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요. 내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면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매순간 다른 사람의 이목을 신경써야 하는 연예인으로 살아오며, 요정으로 통했던 성유리 씨가 이런 고백을 하더라고요. 자기는 그동안 욕을 안 먹기 위해 살아온 것 같다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욕심 없는 척, 괜찮은 척을 많이 했다고. 그런 동생(성유리)을 바라보며, 리더 효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건, 서로를 위로하는 그들처럼 나도 나를 가만히 응원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무엇을 성취하고 이루어, 내 능력, 내 진가, 내 가치를 증명하려 하기보다,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의 칭찬을 기다리기보다,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데 집중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는 빛의 밝은 온기를 담은 책입니다. 해를 향해 책을 펼치면 아름다운 빛이 예술적으로 빛나는 '아트북'입니다. 그동안 '빛'이라고 하면, 어두움을 몰아내는 '밝음'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를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은 빛은 '온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트북과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양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옵니다.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서 놀이처럼 가지고 놀기도 좋고, 밤에 조명 앞에 세워두면(각도를 잘 맞추는 것이 관건!) 예술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책과 함께 놀며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립니다. 주변에 조용한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해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내 삶이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차별없이 비춰주는 그 햇살 아래 조용히 빛나고 있는 자신과 마주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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