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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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자마자 빨려 들어갈 듯 재미있어서 그날 밤을 새서 읽었다. 어느 정치 소설이나 추리 소설보다 더 기가 막힌 반전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그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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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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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고 감동 받는다. 유럽의 미술관 갈때는 많은 것을 공부하는 만큼 우리 주변의 산사를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 재미가 또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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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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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겠다. 이건 아주 치밀한 추리소설 이라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자석에 끌리듯 처음 페이지를 다시 펴게되는 이유는 읽어오며 흘려버린 피상적인 조각을 맞추고 싶은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주 깊은 철학적인 네레이션 속에서 스릴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이 완벽한 소설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을 끝내는 순간에도 반스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기억에 대한 굴절




그래서, 오디이스푸이의 비극이라는 거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는 다시 편 책장을 넘기며 퍼즐을 짜 맞추다가 소름이 돋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토니가 베로니카의 집에서 보낸 일주일이지만 그의 기억은 대부분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날의 단서를 조합해보면 토니는 베로니카의 말처럼 '늘 그렇듯이 감을 못잡는 놈'이였을까 아니면 반대로 '영악하기 그지 없는 놈'이었을까.


다음날 아침 토니가 눈을 떠보니 모두 산책을 나갔고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사라만이 남아 토니와 주방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친절했던 달걀요리와 그날의 대화, 그리고 다음날 떠나는 토니를 향해 차창밖에서 야릇한 포즈로 손을 흔들던 기억을 봐도 역시 사라는 토니를 유혹했던 것이였다. 베로니카는 그런 자신의 어머니의 기질을 잘 알고 토니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그는 아침 잠이 많다"며 전혀 그렇지도 않은 말로 둘러대고 그를 아니 그 둘을 시험대에 올려두어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 '감없는 놈'이 그런 유혹을 뿌리친것이 아니라 그것이 유혹인지 감도 못잡았기 때문이였지만, 베로니카는 그날 밤 부터 토니에게 더욱 애정을 보여주며 자러 가기전 귓등으로 야한말을 속삭이고 가볍게 키스도 한다. 합격.

후일 "아직도 감을 못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 그래"의 답장을 보면 이놈이 자신을 위해 유혹을 참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을 테지만. 

그럼 에드리언은? 엄마의 부재를 어릴때 부터 느꼈던 에드리언은 그런 성숙미에 애정을 느끼고 그녀의 유혹을 받아 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악하기 그지 없는 놈' 토니는 베로니카의 엄마, 즉 사라가 자신을 그날 유혹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두번째로 그날을 회상 하던날 자신의 성기가 발기할 것 같아 빨리 잠자리로 올라가려 할때 사라가 자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며 스리슬쩍 단서를 흘린 것을 보면 말이다. 이날 베로니카가 토니에게 했던 야한말을 듣고 후에 세면대에 했던 행동은 사실 베로니카가 아닌 사라때문이었을지도... 그래서 에이드리언에게 사라를 만나보라고 조언했던 것일까? 어렸을때 부터 도저히 닿지 않을 곳에 위치해있던 에이드리언.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허세를 채워 넣을 수 있을 존재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 역시 꾸역꾸역 채워졌음은 자명했을 것이다. 자신의 애인인 베로니카가 그를 만나고서 호감어린 눈빛을 보낼때 부터 더욱더. 그리고 그 열등감은 분노로 이어진다. '베로니카 개같은년 잘 지냈나?'와 같은 악의적 편지를 썼을 적엔 사라를 만나보길 권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길 예감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원서인 The Sense of an Ending 의 표지가 달걀인 것을 보며, 난 또 한번 소름을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아침의 사라의 달걀은 단백질-정액의 연결고리를 의미하는 것이 분명해 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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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꿈꾸는돌 3
페터 반 게스텔 지음, 이유림 옮김 / 돌베개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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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와 츠반의 이야기, 나와 베트의 이야기, 암스테르담의 추위와 얼음 이야기, 

그리고 얼음이 녹아 이 모든 것이 끝난 나날의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리고 대체 누구한테 해야 할까? (16p)




1947년 겨울, 혹독했던 2차 대전이 끝나자 12살 주인공 토마스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돌아왔다. 전쟁은 끝났지만 페허 속의 춥고도 낡은 삶은 또 다시 현실이 되어 사람들의 상처조차 돌볼 겨를도 없이 그렇게 지리지멸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다를 건 없었다. 


 2차대전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많이 접해왔지만, 이렇게 아이들의 담담한 관점으로 그 나이때의 천진함과 고통에 의한 성장이 동반된 이야기는 처음이였다. 우울하고 쓸쓸한 배경은 내재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소설 내내 자신의 주변을 받아 들이고 사랑하며 오늘을 가치있게 여겼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는 열병을 앓더니 크리스마스날 죽었고 나는 반고아가 되었다.(아빠는 세상엔 반고아란 없다고 했지만) 전쟁이 끝난지 2년 가까이 지났으나 아빠는 일자리가 없고 겨울은 어름처럼 차갑기만 했다. 

 그런 아빠가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가기로 결심을 했고 나는 이모집에 잠시 지내기로 한다.



이모네 집에서 보낸 첫날 밤, 눈을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깬 채 누워 있는 꿈을 꾼 건지도 모른다. (124p)


 

엄마의 죽음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지냄을 보여줬던 토마스는 아버지까지 독일로 떠나자 뭔지 모를 쓸쓸함이나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모가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토마스를 돌보기 힘들어 지자, 학교 친구인 츠반이 사는 곳에서 몇일간 지내게 되었다. 그집은 크고 멋진 집이였지만 츠반 그리고 츠반의 친척 누이 베트가 전쟁때 잃은 부모님을 대신해 친척집에 돌봄을 받으며 머물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아빠랑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아빠는 아무것도 아닌 놈들이 어떤 것인 놈들보다 낫대. 

아무것도 아닌 놈들은 어떤 것인 놈들을 미워하지 않는 반면 어떤 것인 놈들은 아무것도 아닌 놈들한테 유감이 많으니까." (141p)




 츠반은 유대인이였고, 아빠는 공산주의자였다. 러시아의 사람들이 '동무'라고 부르며 평등하게 지내는 모습을 옳다고 여겼다. 그래서 위험한 공산주의자로 찍혀 아빠를 나라에서 잡아갔고, 위험하지 않은 유대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폴란드 수용소로 옮겨졌다. 정세가 더욱 불안해지자 츠반의 아빠는 아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지인의 집안에 츠반을 숨겨 놓는다. 그렇게 엄마의 얼굴도 아빠의 얼굴도 희미해진 기억으로 6살의 츠반은 그 나이의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 엄마와 아빠는 더한 고통을 겪으며 살해되었을 것이다.


"가장 끔찍한 일은 내가 아무것도 함께 겪지 않았다는 거야. 굶주림의 겨울도, 일제 검거도, 나는 유대인들이 자기 집에서 끌려 나오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 내가 유대인이라는 것조차 나는 몰랐어.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 안 나. 너희 엄마는 어떻게 생겼니?" (206p)


 베트의 아빠도 유대인이라 폴란드 수용소에 끌려가 살해되었다. 엄마는 유대인이 아니였지만 아빠가 그렇게 되고 나선 정신이 많이 나약해져 버렸다. 그렇게 전쟁을 겪고난 베트와 엄마는 시대의 유대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 자체가 상처로 남겨지게 되었다.


베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은 다 죽었어."  손에 든 사진을 다시 살펴보았다. 

베트는 하얀 집게손가락으로 왼쪽에 있는 남자아이를 

툭 치면서 말했다."여기 이 사람만 살아 있어." 
"응, 모두 폴란드에서 살해됐어. 그렇지?" (233p)


"엄마는 유대인이 아니야. 어쩌면 그게 아빠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유대인이 유대인 아닌 사람과 결혼했으면 가만히 놔두기도 했어. 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였지. 독일인들은 뭐든지 자기들 마음대로 했어. 수많은 사람을 죽였어. 아이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젖먹이들까지. 그것도 쉬쉬하며 죽인 게 아니야. 아니, 그들의 위대한 총통이 공식적으로 허락했어. 때로는 전쟁이 한창일 때가 그리워. 그땐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요즘도 때로는 그렇게 생각해. 아빠는 죽지 않았어. 아빠는 돌아올꺼야. 그럼 겁이 나서 숨이 막힐 것만 같아. 그게 사실이 아니란 것 알기 때문이지." (237p)



토마스는 츠반과 베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생활하면서 공감하고, 또 위로 받았던 것 같다. 엄마의 죽음 아빠의 부재.. 하지만 츠반과 베트에 비하면 나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가면서 12살의 나 토마스는 그리고 츠반과 14살의 베트는 그렇게 상처를 조금씩 덮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잠들지 못하고 곰곰히 생각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그냥 어둠이 아니다. 눈을 감으면 어둡지만 이 어둠 속에서도 볼 수는 있다.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둠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무(無)란 무엇일까? 빈 상자 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빈 상자를 열면 무를 볼 수 있을까? 그래, 그럴 수 있다. 무는 존재한다. 그러니까 죽은 이들 또한 존재한다. (240p)



토마스는 감정에 솔직했다. 아, 내면의 감정에게 말이다. 겉으로는 반대로 행동하고 표현이 서툴렀으나 그 나이의 아이들에겐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토마스는 스스로의 감정에 반응하는 솔직하고 순수한 아이였다. 그렇게 츠반과 베트와 어울리며 우정을 느끼고 사랑을 경험했다. 2살이나 연상이지만 베트가 너무나도 좋아 너무너무 행복했다.그들은 어울려 다니며 영화도 보러가고,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집에도 가보며 티격태격 하면서 사랑도 하고 우정도 쌓고 질투도 느끼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베트는 슬픈거야.."

"왜?"

"오늘 하루가 이토록 아름다우니까." (266p)




그렇게 아이들은 좋은 한때를 보내지만, 결국 각자의 사정으로 멀리 흩어지게 된다. 곧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하지만 츠반은 삼촌을 따라 미국으로 갈 것을 진작부터 생각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배신자가 될지도 모른다며 매번 토마스에게 미안함을 보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츠반은 결국 뉴욕 브루클린으로 떠났고 토마스에게 아주 긴 편지를 남기게 된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소리 내어 읽어주면 그 편지는 더는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이따가 혼자서 편지를 몇 번 더 읽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그 편지는 다시 내 것이 된다. (321p)



토마스는 마지막 남은 베트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 근교의 먼길을 찾아가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채 담담하게 이별을 한다. 그 해 겨울은 몹시도 추웠지만 서로가 있어 견딜 수 있었고 이제 봄이 오기 위해 길은 녹은 눈으로 지져분해졌다. 하지만 그런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 조차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리고 츠반, 베트는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어제는 놀라운 거야. 내일도 놀라운 거야. 하지만 오늘이 가장 놀라운 거야."

"오늘은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아주, 매우 놀라운 거야." (391p)



 

 고통은 아이들을 철들게 한다. 아이들은 천진하고 개구졌지만 때론 어른을 넘어서는 생각의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모습이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전쟁후의 삶이란 나로썬 상상조차 하기 힘들테지만 그렇게 아이들이 철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어른으로서 미안해짐을 느낀다. 서로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세명의 아이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위로받던 시간이였다. 


토마스, 츠반, 베트와 함께 '소니보이'를 듣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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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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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브라보를 외치고 싶다! 감히 말하겠다. 이것은 아주 치밀한 추리 소설이라고. xxxx x마 나쁜x으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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