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올 한 해는 참 힘든 한 해였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이 더 어려움을 주는 느낌이었다. 심정적인 혼란과 파도가 매일 매일 마음 속에서 요동을 쳐서 어떨 때는 기세가 막 상승했다가 어떨 때는 실기(失氣)해서 끝없이 가라앉았다가 했다. 돌아보니, 덕분에, 올 한 해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도 전진하지 못한 채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발전없었던 일 년. 뼈아프다.

 

책읽기의 취미가 자꾸만 책사기로 바뀌어가는 현상은 점점 심해져가서, 올해도 목표한 만큼의 책은 읽지 못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물론 책을 목표를 두고 읽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때로 그런 목표 하나쯤 두고 읽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년에는 어떤 독서습관을 가져가야 하나.

 

회사일은 너무나 재미가 없고 흥미도 안 생겨서 하루 8시간 이상 머무는 이 곳에서 참 무미건조하게 지냈던 것 같다.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게을렀고 하기도 싫었고. 어쩌면 회사라는 대상만으로 봤을 때는 내 속에 침참하여 마음의 문을 걸어둔 한 해였다. 이 문제는 머릿속을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차차.. 얘기하는 게 좋겠고.

 

여행은 많이 다녔나. 사실, 무슨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것처럼 아시아로만 왔다갔다. 어디 멀리 훌쩍 가서 있었던 적은 없었다. 중국 광저우 최근에 다녀왔고, 일본 나고야와 게로온천, 중국 장가계, 대만 여러 지역을 다녀왔고...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 다녀왔었다. 경주와 제주도를 다시 다녀왔고 대전, 여주, 광명, 하남 등등도 놀러갔다 왔었다. 달력을 보니, 그래도 매달 어느 한 군데씩은 다녔던 것 같다. 찔끔찔끔 다닐 게 아니라 내년에는 좀 길게! 어디든 다녀와야겠다 싶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도 없고 게으르기도 해서 참. 올해는 부모님과 대만 여행 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대만이라는 나라가 타이베이만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고 부모님과 좋은 추억도 쌓은 여행이었다. 내년에도 부모님 모시고 이곳저곳 다녀보는 게 내 계획이기도 하고.

 

문화생활은 어땠지?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올해는 영화를 좀 덜 본 것 같고. 공연은 매년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 전시 같은 걸 안 간 지 꽤 되었구나 싶고. 요즘 봐야할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서 신년에는 영화보러 다녀야겠다 하고 있다. <1987>, <신과함께>, <강철비>, <스타워즈> 등등. 꼭 봐야 할 영화들 아닌가. 야구장에는 생각보다 못 갔는데... 내년에는 좀더 자주 가자 하고 있지만, 지금 FA나 외인선수나 등등을 대하는 두산 베어스의 태도가 영 석연치않아서 내년에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의문이라는 게 문제. 선수층 두껍다고 젊은 선수들 활용해서 버텨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지. 라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니퍼트나 보우덴이나 에반스나 다 재계약하지 않고 롯데의 린드블럼을 부른 자체도 마음에 안 들고, 김현수는 LG로, 민병헌은 롯데로 다 보내버리고 보상선수나 받아내는 행태도 별로이다. 두고봐야 알 일이긴 하나.

 

회사가 재미없어서 개인적으로 가외의 일들을 좀 했었는데, 그건 좀 재미있게 했고 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 일들은 조금씩 할 예정이긴 한데, 어떤 일일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좀 소원했었는데, 이건 내가 나를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인한 것이라, 내년에는 좀더 나를 사랑하는 한 해를 만들어봐야 하겠다 싶다. 아. 사진도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들과의 시간이나 경험들은 참 좋았다.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게 에러이긴 하지만. 내년에는 사진 찍으러 좀 돌아다닐 생각이다. 꼭 여행이 아니라도, 들고 나가서 찍어야 늘테니. 카메라도 새로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그건 경제적인 상태를 좀 따져보고 하는 걸로. (흑)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된 것은 꽤 된 일이긴 하지만, 나이를 한 해 한 해 먹으니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게 점점 소진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년을 위해 계획이라는 걸 세워야 한다.. 라면서 머릿 속에 갖가지 생각과 번민들만 가득한 연말이다. 학생때는 목표가 뚜렷했었는데 그나마.. 성인이 되고 나서는 목표라는 걸 어떻게 스스로 세워야 하는 지 가끔 혼란스럽고 간혹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일들을 구획지어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라는 마음이 든다.

 

2017년 안녕. 발음 꽤나 조심해야 할 2018년 황금개띠해 잘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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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29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두산이잖아요 비연님... 전 LG 팬인데 이번 겨울 거의 학을 떼고 지금 넥센으로 갈아탈까 진지하게 고민을 ㅠㅠ

올 한해 수고하셨어요!!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도 축하드리구요^^

비연 2017-12-29 14:55   좋아요 0 | URL
LG... 흠... ㅜㅜ
syo님도 올해 수고 많으셨구요!
알라딘 서재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17-12-29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2-31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내일부터 새해 2018년입니다.
새해에도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저녁시간, 그리고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연 2017-12-31 21:4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알라딘 서재에서도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연구진은 두 번째 연구에서 "비만한 사람(혹은 생쥐)은 날씬한 사람(혹은 생쥐)과는 다른 장내 미생물 군집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두 가지 장내 미생물 그룹의 비율이었는데, 비만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피르마쿠테스Firmacutes가 많은 반면, 박테로이데테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중략) ...

당시 연구실에 머물던 대학원생 턴보는 살찐 생쥐와 날씬한 생쥐로부터 미생물을 수확한 다음 두 그룹의 무균생쥐에게 각각 투입했다. 그 결과 둥뚱한 생쥐의 미생물을 받은 무균생쥐는 체지방이 27퍼센트 증가했고, 날씬한 생쥐의 미생물을 주입받은 무균생쥐는 체지방이 47퍼센트 감소했다. (p186)

 

이런. 비만과 날씬의 차이에 미생물의 차이가 있다니. 이런 놀라운 발견이라니. 역시나 이 결과를 보고 언론의 대응은..

 

 

전 세계의 언론은 고든의 발견을 '체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원과 사면'으로 취급했다. 미생물을 이용한 신속한 치료가 눈앞에 있는데 엄격한 식사 지침을 고수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균이 저울 눈금을 조작하는 것으로 밝혀졋는데 칼로리 과잉을 탓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한 신문이 "지방? 당신의 장내 미생물을 탓하라"라고 쓰자, 다른 신문은 "과체중? 미생물이 주범이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그 헤드라인들은 틀렸다. (p187)

 

자극적인 기사와 한방으로 해결된다는 컨셉을 좋아하는 것은, 어느 나라 언론이나 마찬가지이다. 과학적인 발견을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험결과의 확대적용도 문제이지만, 심지어 오도를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해서 범죄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언론은 이렇게 해석했다. 마음껏 먹고 즐기세요. 미생물 한방 맞으시면 전부 해결됩니다. 이런 걸 우리는 '사기'라고 한다.

 

미생물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숙주인 우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소화관은 그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공급하는 영양소에 의해 규정된다. 열대우림이 열대우림인 것은 거기 사는 새, 곤충, 원숭이, 식물 때문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와 햇빛 그리고 땅에서 솟아나는 영양소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을 끌어내 사막으로 보낸다면 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p189)

 

 

만약, 두 무균생쥐, 그러니까 뚱뚱 미생물과 날씬 미생물을 둘다 주입한 두 무균생쥐를 같은 공간에 두고 식물성 먹이만 제공한다면, 기름진 먹이를 좋아하는 뚱뚱 미생물은 발을 붙일 데가 없어서 소멸하고, 날씬 미생물은 이 식물성 먹이를 잘 분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제 세상을 만나 식물성 먹이를 잘 먹고 뚱뚱 미생물을 튕겨 버린다. 반대도 성립한다는 거다. 먹는 것을 기름지게 주면, 날씬 미생물이 죽고 뚱뚱 미생물이 활성화되어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미생물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몸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어느 미생물이 제 세상을 만나느냐가 정해진다 이거다. 한 방에 살을 쫘악 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먹는 걸 달리 하는 게 맞다.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 거다.

 

이 책은 아직 반 정도 읽었는데... 아 요즘 <비밀의 숲>을 이제야 보게 되어서 완전히 폐인모드로 지내느라 책을 읽을 짬을 못 내고 있다.. 조승우 왜 이리 멋짐... 암튼, 이 책은 진정 재미있고 유익하다. 에드 용의 관점은 놀랍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장인에 가깝다. 과학서적을 이렇게 대중적이면서도 지적으로 쓰기 쉽지 않은데, 진정 대단한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생각해보나. 평생 듣도 보도 못했을 미생물 이름을 막 나열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책이라니. 상상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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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27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편 건강 교양 프로그램이 가끔 과장이 심한 건강정보를 알려주곤 해요.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고 해서 건강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건강 교양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믿으면 음식 먹는 일이 신경 쓰여서 스트레스가 생길 거예요. ^^;;

비연 2017-12-27 1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런 프로그램은 멀리 하심이... 뭔가 과장이 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느낌...

cyrus 2017-12-27 13:46   좋아요 0 | URL
저는 안 보는데, 엄마가 본방사수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거 그만 보라고 말립니다.. ㅎㅎㅎ

비연 2017-12-27 14:23   좋아요 0 | URL
홋. 어머니들은 그런 프로를 좋아하시더라구요...ㅎㅎ;;;;
저도 엄마한테 제발 그런 것 좀 보지 말라고 하는데 ㅎ
 
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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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멋진 이 책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흡족해할 내용이다. 현실감 그대로인 경찰들 이야기가 그들의 일상생활, 성격, 실패담들과 어우러져 강한 흡인력을 가진다. 과장하거나 지나치게 복잡한 플롯 없이도 범인 찾기에 심정적으로 응원하며 따라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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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포함하여 일주일 정도 중국 광저우에 다녀왔다. 왜 하필 광저우냐... 사실은 거기에서 학회가 있었고, 꼭 참석하고 싶은 마음에 휴가를 낸 것이었고 그게 크리스마스 연휴와 이어져서 그냥 간 김에 좀 쉬다 오지 했던 거였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만큼은 홍콩으로 가고 싶었는데 (광저우에서 홍콩까지는 기차로 2시간 남짓이다) 비자를 단수로 만들어 오는 바람에 (누가? 있다.. 복수로 해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ㅜ) 하는 수 없이 광저우에 그대로 체류했었다. 

 

광저우는 생각보다 크고 현대적인 도시였다. 아시안게임을 개최했었기 때문인지 지하철 등의 인프라도 잘 되어 있어서 편했고 호텔도 가성비가 매우 좋았었다. (Westin Pazhou)  다만 역시나 중국인지라, 사람 엄청 많고 (아 정말... 지하철이 매일 퇴근길 교대역 같다니...끙) 담배 아무데서나 핀다. 담배 얘기하니 하나 생각하는 게, 내가 호텔 35층에 묵었었는데 귀국날 짐 끌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32층에 한 남자가 탔다. 근데 그 사람이 타고나서 계속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는 거다. 원래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니 몸에 밴 냄새인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넘 심한 냄새였고.. 호텔룸은 금연인데 담배를 방금 피고온 것도 아닐 거쟎아..라고 계속 궁금해하다가 아무래도 못 참아서 뒤를 휙 돌아 그 남자를 보니... 헉. 손에 피다 만 담배를 들고 탄 거다. 그러니 마치 난로처럼 타고 있는 담배. 냄새 풀풀... 순간 내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갔고 남자가 눈치를 채고 미안하다고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중국 사람 무서워서 더 이상 말은 못 하고 꾸욱 참고 내린.... 약한 비연..ㅜ

 

광저우는 대단한 관광도시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볼 곳들이 꽤 있었다. Canton Tower라고 높은 첨탑같은 게 있는데 이건 낮이나 밤이나 봐도 멋진. 특히 강 따라 내려가며 보았던 야경 속에서 제일 멋졌던 것 같다. 무역의 중심이었던 지라 옛 유럽풍의 거리와 건물들이 여기저기 남겨져 있었고 제일 좋았던 곳은 조계지인 사면도(沙面島).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한데다가 널찍하게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하고 사진찍고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근처에 고딕양식의 성당도 있고... 그리고 나는 도서관과 박물관도 갔었다. 광저우 도서관은 정말 굿. 누구나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오픈형이었고 630만여 권의 책들과 5,000석이 넘는 자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책보고 공부하고... 아 우리나라 도서관들도 이런가? 가봐야겠다 싶었다. 박물관이야... 어느 나라나 어느 도시나 가도 그 곳의 역사를 알기 위해 꼭 들르는 곳 중의 하나이고 역시나 새로 깨달은 점이 많아서 좋았었다. 광저우가 벼루가 유명하다는 걸 아는가. 도자기는 하얀색 바탕에 푸른색으로 그림 그리는 게 전통적인 양식이라는 걸 아는가. 서양문물이 들어올 때 어떤 것들부터 들어왔는 지 아는가. 역시 굿.

 

그렇게 저렇게 잘 다녀왔다. 광저우에 유명한 짝퉁시장이란 곳도 가봤는데.. 헐. 8층 정도 되는 건물에 몇 만개의 상점이 들어차 있고 거의 미로 수준이라, 거기 가 있는 동안 제천 화재사고도 나고 해서인지, 여기서 불나면 정말 살아남기 힘들겠다 싶어서 꽤나 불안했었다. 아울러 유명한 짝퉁시장이라 해서 기대를 좀 했었는데, 가격대비 너무 조잡해서 살 만한 건 없었다는 후일담. 얘네는 샤넬을 왜 이리 좋아하는 지 가방이 전부 샤넬 짝퉁. 흠....

 

여행은 역시나 좋은 것이 피곤하긴 해도 마음은 리프레쉬가 많이 되는 것 같다. 갈까말까 많이 망설였었는데 역시 다녀오니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뭐... 회사 며칠 다니면 다시 짜증으로 돌아서겠지만. 그래도 뭐 이렇게 올랐다 내려갔다 해야지 전체적으로는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는 거 아닐까.

 

다녀오니 놀랍게도 내가 '서재의 달인' 및 '북플 매니아'가 되어 있었다. 올해 생각보다 글도 많이 못 올리고 책도 많이 못 읽었는데 이런 결과를 받으니, 사실 좀 당황했다는. 그리고 감사하다. 이것도 꽤나 자극이 되는 일이다. 선물을 두 개나 받으니 더욱 좋을 것 같고 말이다. 하하. 내년엔 알라딘 활동도 좀더 열심히 하고... 아 책을 좀 읽어야 한다. ㅜㅜ

 

 

광저우에서 본 <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현실감 있는 경찰 이야기는, 서문의 요 네스뵈의 글처럼,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고 강한 흡인력이 있어서 책을 한번 손에 들면 놓기가 힘들다. 광저우에서 며칠은 혼자 다녔는데, 심지어 너무 궁금해서 스타벅스 들어가서 책을 읽기도 했었다. 아. 이렇게 말하니 뭔가 대단히 멋진 여행을 한 것 같은 분위기를 뿜뿜 뿜어내는 느낌. 우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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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2-26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네요, 비연님. 크리스마스의 여행이라니. 저도 크리스마스를 이국에서 보내는 로망이 있는데 아직 한 번도 못해봤어요. 제 직장이 엄청 .... 아무튼 여름 휴가가 아니면 어디를 갈 수가 없는 상황 ㅠㅠ 이래서 사람은 좋은 직장을 다녀야 해요. ㅠㅠ 부럽습니다 ㅠㅠ

며칠전에 백종원이 청도 가서 먹방 찌는 거 봤는데, 청도는 한 번 가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아, 여행가고 싶어요. 최근에는 이민 가고 싶어졌어요. 베트남 이민....


전 출근.....했습니다요 흙 ㅜㅜ

비연 2017-12-26 08:44   좋아요 0 | URL
락방님... 저도 출근을...ㅜ 락방님 직장은 겨울에 바쁜가봐요. 제 경우는 연말연시가 조금은 한가한 편이라 이 시기에 다들 휴가를 많이들 가죠. 청도... 몇 년 전에 연말연시를 거기서 보낸 적이 있는데 삼사일 한가하게 다녀오긴 좋은 곳입니다... 그나저나 락방님, 이민이라뇨! 저희를 떠나지 말아주세요..ㅜ 그리고 베트남은.. 베트남은... 그냥 여행으로만.

그런데 매번 느끼는 거지나 여행의 리프레쉬는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반은 깎여들어가는 것 같아서... 좌절입니다. 퇴근 즈음에는, 내가 여행을 갔다 왔나 싶을 정도로요... 락방님. 우리 힘내 보아요...
 

 

오랜만에 지인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다. 난 TV를 잘 안 봐서 몰랐는데, '알쓸신잡2'에서 제주도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다. 그거 보고 와야 얘기가 된다고 해서 몇 개 영상만 보고 갔고... 어쨌든 제주도는 늘 매력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다르고 갈 때마다 다르다. 이번엔 지난 번에 못 본 박물관들 몇 개와 한라산을 다녀왔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 '본태박물관' 어느 곳이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은 보면 딱, 아 그 사람 풍이다 싶다. 질감이 색다른 콘크리트벽과 긴 동선, 미로처럼 맞물린 길들이 묘하게 걸어가는 사람에게 사색하게 하는 힘이 있다.

 

 

 

 

본태 박물관의 제 3전시실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그 노란 점박이 파프리카 같은 조형물과 '거울의 방'이라는 곳이 있다. '거울의 방'은 LED 램프로 가득한 작은 방으로, 색색깔로 변화하는 램프의 아름다움이 마음에 꽂히는 곳이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는, 이렇게 멋진 조형물들이 곳곳에 놓여져 있다. 알 수 없는 글자들로 만들어진 이 사람 형상의 조형물도 그런 것들 중 하나. 무릎을 접고 앉아 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한라산을, 그것도 눈 내리는 날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같이 간 사람들의 힘이다. 산 타는 것을 정말 못 하고 걷는 것 자체를 힘겨워하는 나로서는 누가 독려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꿈도 못 꾸는 일이라서. 정말 힘들게 올라갔는데, (겨우 1,169m 작은 오름이긴 했지만) 올라가서 보니 뿌듯하고 멋지고.

 

 

 

 

내려와서 바라본 산의 모습. 눈덮인 산의 모습에 와아~ 라는 함성부터 나왔더랬다. 눈꽃들은 많이 떨어졌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보이는 전경만으로도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하더라는.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에 있는 유물 전시관이다. 승효상이 만든 곳이라고. 추사 김정희의 고독했던 유배생활과 세한도와 함께 승효상의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멋드러진 건축물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였던 김정희가 50대에 9년의 제주도 유배생활을 하면서... 사실 본인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웠겠으나 예술적으로는 큰 족적들을 남긴 것 같다.

 

3일 다녀왔는데, 제주도 좋은 곳 많이 보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 좋았으나 무엇보다 지인들과의 끝없는 대화가 정말 좋았어서 힐링이랄까... 이런 게 되어 온 것 같다. 물론, 오늘 아침에는 출근을 앞두고 또 예민해져 버렸지만.. 그럼에도 여행은 이렇게 가끔이라도 가줘야 하는구나 싶은 3일이었다.

 

2월에 제주도 가족여행도 예정되어 있어서.. 겨울 제주도를 한번 더 보게 될 듯 싶기는 하다. 하긴 그 때쯤이면 제주도는 봄기운이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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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7-12-18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주 가고 싶네요.
알쓸신잡에서 갔던 곳, 효리네 민박에서 보았던 장소들 가고 싶어요. ^^

비연 2017-12-18 13:51   좋아요 0 | URL
같이 간 사람들이 알쓸신잡 팬들이라, 추사유물전시관과 본태박물관은 꼭 가야 한다고 ㅎㅎ
효리네 민박에서는 어디가 나왔는 지 궁금하네요. 비슷할라나요?

Breeze 2017-12-18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다르더라고요. 가고 싶은 곳, 꼽아보고 있어요.

비연 2017-12-18 14:15   좋아요 0 | URL
오홍~ 다르군요~ Breeze님 다녀오셔서 사진도 올려주세요^^

서니데이 2017-12-22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비연 2017-12-26 07:52   좋아요 0 | URL
아. 이제 확인을... 감사합니다~

2017-12-23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6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