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가 아니라
세상은 넓고 서점은 많다... 인 듯 싶다.

오늘 가본 ‘순화동천’ 이라는 곳.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서점 겸 복합문화공간인데 참 인상깊었다.

특히, 책박물관에서 본 컬렉션들은 또 다른 세계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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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목청 돋워 싸우고... 그 결과 정리해서 휘릭 넘기고 나니.. 오늘은 좀 여유로운가 싶다. 어젠 정말, 저 면상에다가 자료를 휘릭 날려버리고 표표히 나올까 하다가... 정말 꾸욱 참고.. 내 앞에 있는 저 인간은 붕어다, 붕어다.. (붕어에게 미안..ㅜ) 되뇌이며 겨우 참고 앉아 있었다. 나중에는 언성이 높아지고 알아서 하라고 되받고... 아. 흉흉한 3시간의 회의였다. 도대체 회의를 3시간씩이나 하는 것도 싫고 (이건 회의가 아니라 고문인 거지) 그 붕어같은 면상을 쳐다보는 것도 싫고. 이쯤되면 저 사람과 내가 같이 과제를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는데... ㅜㅜ

 

업무적으로도 맘에 안 들지만, 인간적으로도 정말 같이 있기 싫은 스타일이라 때마다 부딪힐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면 중의 하나는, 해외 출장 나가서의 양태이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데, 냅킨에다가 음식을 담기 시작한다. 빵, 과일... 그것도 모자라, 일회용 포크, 스트로... 요구르트. 이런 걸 냅킨 몇 장으로 둘둘 말아서 들고 나오는데 아연실색. 아니 비닐봉지라도 하나 들고와서 얌전히 넣어 가방에 투입 후 나오면 어디 덧나나. 그러고는 점심 시간이 되면 그걸 펼쳐 놓고 먹으라고 강요한다. 자기가 싸왔다며. 안 먹겠다고 그러자니 무시하는 것 같고 먹자니 나까지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고. 다른 사람 얘길 들으니, 비행기에서 나오는 커피잔과 일회용 스푼, 포크 이런 것들 다 챙겨나오는 습관이 있다고.. 부끄럽습니다... 왜 부끄러움은 늘 제 몫인 건가요. 이런 심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업무도 딱 이렇게 한다. 정말 회의하다보면, 내가 미치겠다.. 라는 생각이 치솟아서... 여기까지. 다시 혈압이 상승되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스트레스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ㅜㅜ

 

아뭏든, 여유가 있으니 오랜만에 새로나온 책들을 둘러보고 있다. 신난다. 이 때만큼은 신나. 이 중에서 또 뭘 사지? 뭐 이런 것 생각하는 것도 신나고, 세상에 책이 계속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도 신나고. ... 내가 이 직장에서 이런 신남을 느낀 적이 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니.. 흑. 다 때려치고 제주도 한달살기 같은 거 하면서 책이나 맘껏 읽었으면... 아. 여기까지.

 

 

....

 

드라마 제목으로 봤던 것 같은데, 이 책이 4권짜리였구나. 근데 0~3? 이것은 어찌 된 것인지? .. 지방 소도시의 작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따뜻한 이야기라고 하니, 읽고 싶어진다. 작가 자체가 현직 의사라는 것이 더욱 흥미를 더하고 말이다.

 

지방의 작은 병원을 배경으로 주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보여준 덕에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은 물론이고 서점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그리고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까지 한 몸에 받은 <신의 카르테>는 2009년 처음 모습을 선보인 후, 2010년 <신의 카르테 2>, 2012년 <신의 카르테 3>을 차례대로 출간한다. 2015년에는 프리퀄에 해당하는 <신의 카르테 0>까지 출간하며 2018년 현재 누계 판매부수 320만 부를 돌파하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알라딘 책 소개 중>

 

세트로 팔 때 얼른 사야 하나. 이러면 곤란한데. 요즘 긴축재정 중이라 책 사는 돈도 아주아주 아끼고 있는 마당에 이렇게 세트로 묶어서 나오고 그러면 안되지.. 아 근데 곧 살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인 든다.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가 쓴 책이다.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는 히틀러의 마음 속에 처음부터 있었다고 말하는..  그래서 유대인을 없애는 것이 진정 독일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번역자가 주로 역사에 관한 책을 번역하는 분이라서 (조행복... 이름만 봐도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좀더 번역에 신뢰가 간다. 요즘 읽는 책 중에 번역이 시원챦은 게 있어서 자세히 읽으면 짜증이 나는 바람에 대충 건너뛰며 읽고 있어서 더 번역에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역사책은 읽겠다 읽겠다 하면서 쌓아놓고 있는데 제대로 읽지는 못하고 있어서 살까? 라는 생각 뒤에.. 좀 참아. 라는 마음이 불쑥 솟아난다. 아... 정말 나에겐 쭈욱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

 

 

 

 

 

 

 

 <물리의 정석> 고전역학 편에 이어 양자역학 편이 나왔다. 과학책에 대한 이 끊임없는 호기심은.... 계속 이런 류의 책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들은 물리에 대한 나의 지식을 넓혀줄 좋은 책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교양 물리 강의라니) 예전에 고등학교 때 물리를 많이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물리라는 과목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 이치를 파고들면 상당히 재미난 학문이라... 무엇보다 선생님이 좋았지. (중요 포인트) 선생님이 제대로 이해하고 가르치셨던 몇 안되는 과목 중 하나였다. 생각해보면, 우리 학교는 영어, 수학, 국어 선생님들은.. 흠흠... 이었지만, 물리, 화학, 생물, 독일어 등등의 과목들의 선생님들은 매우 좋았던 것 같다. major한 과목에서 실패하여 다들 그다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허허;;;;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일러스트와 함께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라서 두 번 정도 읽었던 것 같은데... 일러스트 자기앞의 생을 따로 사서 읽고 싶다... 이 생각보다는 갖고 있는 <자기 앞의 생>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 라는 생각이 더 드는군.

 

하긴, 보아하니 일러스트도 매우 훌륭한 것 같네. 한 권 정도 소장해볼만도 하겠다 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자체도 유명한 사람이고. 이 내용을 어떻게 일러스트로 옮겼을까도 급궁금해지긴 한다.

 

 

 

 

 

 

 

 

박노자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라. 눈길을 끄는 책이다. 아마 작년에 나온 걸 이번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내놓은 모양이다. 예전에 박노자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을 때,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 특히나 러시아 사람이라는 독특한 status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새로왔었다. 비판적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애정을 담고 있는 시선이었고.

 

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거쳐거쳐 한국까지 오게 된, 독특하다면 독특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박노자의 글. 그 자신의 모국인 러시아의 혁명과, 현대에 내려오는 영향들을 고찰한 글. 다른 러시아사와는 좀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요즘 시집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라서, 시인에 대해서나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가끔씩 올려지는 영롱한 싯구들에 감동을 받을 정도는 되는 나인지라 시집이 이렇게 나오면 한번쯤 다시 돌아보게 된다.

 

시집의 제목들이 남다르다. <사람은 모두 울고 난 얼굴>,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그리고 <울프 노트>. 여름이 다가오면 시집을 가까이 해볼까. 늘 생각만 있고 막상 사면 잘 안 읽게 되는 게 문제다. 마음에 스트레스도 가득한데, 정제된 싯구로 마음을 달래볼 기회를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냥 생각해본다.

 

 

 

아... 야구 용어만 보면 읽고 싶어지는 이 병. 그러나, 정작 사놓고는 제대로 읽은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함정. 그나저나 <야구 룰 교과서> 이건 읽고 싶네. 야구를 보면서 모르는 걸 물어볼 데가 마땅치 않고 인터넷에 물어보면 이게 맞는 건지 알쏭달쏭 할 때가 많아서.. 뭔가 참고서적이 필요하긴 하다. 뭔가.. 내게 그런 책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흠.... 뒤지면 나올 듯. 휘릭.

 

 

 

 

 

 

 

 

 

 

....

 

헥헥. 신간이 많구나. 이후는 나중에. 이 중 몇 권 구매하고..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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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4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4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4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깨비 2018-05-05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앞에 있는 저 인간은 붕어다, 붕어다, 캬아 이 방법 최곱니다! ㅋㅋㅋ 🤣 요긴하게 쓸께요.

비연 2018-05-05 11:18   좋아요 1 | URL
북깨비님 ㅎㅎ;; 상당히 유용하더이다.. 잘못하면 입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그것만 주의하시면 ^^;;;;

북깨비 2018-05-05 12: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입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겠네요. ㅋㅋㅋ 🤣 명심해야겠습니다.
 

이 책,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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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01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길을 따라 가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 건 좋은 일이에요. ^^

비연 2018-05-01 20:41   좋아요 0 | URL
완전 동감요~^^*
 

 

 

 

 

 

 

 

 

 

 

 

 

 

 

 

책표지 정말 맘에 안 드네... 이 이유로 살까 말까 망설인 책이었다. 책 살 때 표지도 유심히 보는 나로서는, 아 이런 류의 책표지는 절망감에 가까운 느낌을 안겨 주곤 한다. 물론 저마다의 취향이 있으니 이 책표지가 맘에 드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여기서 더 왈가왈부할 내용은 아닌 듯 하지만 말이다.

 

슬픈 이야기이다. 미국의 1920년부터 1950년까지 조재아 탠과 멤피스 산하 테네시 보육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이게 전쟁 때도 아니고 그것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가능했던 이야기인가 라는 현실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게 한다. 미국이 잘나서가 아니라, 1950년대까지 이런 일들이 그냥 덮어진 채 자행되었다는 자체가 놀랍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릴과 그 오남매의 인생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이기도 하다. 강가에서 브라이니와 퀴니라는 엄마 아빠를 두고 아카디아라는 배 위에서 단란하게 살던 릴과 카멜리아, 라크, 펀, 가비언 오남매가 있었다. 이렇게 강가를 떠돌아다니며 사는 가족들이니 일종의 집시라고 할 수 있겠지. 퀴니가 쌍둥이를 낳는 와중에 위기가 닥쳐와 아빠와 근처에 사는 지드 아저씨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일이 벌어졌고 결국 쌍둥이는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 아이들에게 들이닥친 것은 엄마와 아빠가 아니라 경찰들 비스므레한 낯선 남자들이었다. 엄마 아빠를 보러가게 해주겠다며 억지로 끌려간 아이들은 보육원에 갇히게 되고 학대와 폭행이 이어지는 현실에 맞부닥치게 된다.

 

과거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와 맞물려, 70여년이 흐른 어느 날, 명문가인 스태포드의 막내딸 에이버리가 우연히 다녀간 요양원에서 아흔의 메이라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이 돌아가게 된다. 할머니가 에이버리의 손을 잡으며 "펀?" 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에이버리가 자신의 친할머니인 주디 할머니로부터 받은 팔찌를 메이라는 할머니가 자기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부터, 그리고 메이 할머니의 방에서 발견한, 부부의 사진을, 주디 할머니와 빼닮은 여자의 얼굴을 보면서부터 과거에 대한 탐색은 시작되고, 결국 드러난 진실은... 아...

 

가난한 아이들, 집시들의 아이들 등을 유괴하거나 부모를 속여 서명을 하도록 하여 보육원에 가두고는 명망있고 돈 많은, 그러나 자식이 없거나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던 조지안 탠이라는 여자. 어려운 아이들을 구하는 데 삶을 바친 대단히 훌륭한 여성으로 칭송받던 그 여자. 나중에 이 악독한 일들이 세상에 드러난 직후 암으로 죽은 여자. 죄에 대한 벌조차 죽음으로 비껴간 여자. 그리고 이 일에 연루된 수많은 명망가들에 의해 스르르 덮여간 아이들, 그 친부모들... 이런 끔찍한 일이 20세기에 벌어졌었다니... 놀라움을 넘어서 슬픔이 밀어닥친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거다. 소설에서, 가난했던 그 아이들은 친부모와 형제들과 떨어져 부유하고 품위있는 집안에입양되어, 아마도 친부모와 형제들과 살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삶을 누렸다는 것이다. 사랑을 받았고,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좋은 집안의 사람과 결혼하여 평생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냥 그대로 남겨졌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느 순간 다른 행로를 탄 이 인생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잘 모르겠다. 여기에서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쩌면, 입양되어 산 세월이 그들을 더 행복하게 했을 수도 있었을까... 하지만, 혈육이란 것을, 그들과의 이별을 잊을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건 확실한 것 같다. 인생이 바뀌어 좀더 풍요로와지고 좀더 품격은 있어졌을 지라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사랑은, 늘 그들을 지배하지 않았을까. 외로움의 근원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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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4-29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화라고요. 음음... 잠시 생각해보니 울나라에선 더한 일도 일어났을 것 같네요. 리뷰 보니 저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마지막 대목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친부모랑 살았으면 누리지 못할 삶.... 다시 태어나면, 그리고 친부모랑 사는 게 가능했다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요, 그들은.

비연 2018-04-29 20:47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꺅. 오랫만이에요.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더한 일들이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하니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한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
저도, 그들의 인생을 생각하면서, 어떤 것이 최선이었을까. 이 나쁜 짓의 결론에 대해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 아이를 유괴하고 부모에게서 억지로 빼앗고 학대하는 그 천인공노할 죄를 물어야 하는데, 결국 어쩌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정말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들 때문에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마태우스님 리뷰 보고 싶네요~
 

 

영화를 보았다.

200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 (歩いても 歩いても)>.

 

 

 

 

 

 

좋은 영화다.. 라고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아, 이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소소한 영화가 내 맘에 이리 진하게 꽂힐 줄은 몰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실제 어머니를 여의고 그러면서 만들게 된 영화로, 어머니와의 실제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배여 있다고 한다. 영화는, 십년 전 죽은 준페이의 기일에 맞춰 동생들, 료타와 지나미 가족이 부모님의 집에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준페이는 물에 빠진 소년 요시오를 구하려다가 죽은 것으로, 요시오도 이 날 왔고. 그렇게 하루와 또 하루, 이틀간 가족들끼리 지내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이다.

 

형이 죽고 나서 의사인 아버지의 기대를 받았지만 미술품 복원사의 길을 걷게 되어 사사건건 아버지와 부딪히는 작은 아들 료타(아베 히로시). 게다가 그는 아들 하나를 둔 여자(나츠카와 유이)와 결혼을 하여 더더욱 집에서 위축된 상황이다. 그렇게 피 한방울 안 섞인 아들과 부인을 데리고 나타난 료타. 누나인 지나미는 자동차 세일즈를 하는 남편을 둔 평범한 주부로 두 아이의 엄마이고 부모님과 함께 살겠다는 의향을 비추고 있다.

 

가족은 가족일지라도 다 나름의 비밀이 있을 수 있고 속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문득 알아가는 과정이 지난하다. 어머니는 평범한 할머니이지만, 큰 아들을 그렇게 잃은 것에 대한 한이 있었고 젊었을 때 바람을 피우던 남편에 대한 한도 있는 분이었다. 수더분하게 음식을 하고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고 남편과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중간중간 비치는 속내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료타가 이제, 요시오를 그만 오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하자, 어머니는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계속 부를 거라고. "증오할 상대가 없는 만큼 괴로움은 더한 거야. 그러니 그 아이한테 1년에 한 번쯤 고통을 준다고 해서 벌 받지 않아. 그러니까 내년 내후년에도 오게 만들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어머니 역의 키키 키린은 이 장면에서 정말... 그 한이 나에게까지 사무치게 전해질 정도의 저릿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머니에게도 18번 곡이 있었다. <블루 나이트 요코하마>. 몰랐었는데 LP 판까지 있었다. 그걸 굳이 틀어달라고 하고서는, 어머니는 자리에 앉아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여기에 이 영화의 제목인 걸어도, 걸어도.. 라는 대목이 나온다. 마치 우리 엄마가 가요무대를 보고 따라부르는 것 마냥 나즈막하게 부르던 키키 키린의 모습. 젊은 시절, 바람 피우는 남편을 찾아간 아파트 안에서 들려오던 평상시와 다른 남편의 목소리. 이 노래를 부르던... 아기 료타를 등에 업고 갔다가 그 소리에 그대로 돌아와 음반을 사고는 18번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냥 말하지 않고. 노래를 들으며 아마도 속을 삭였겠지...

 

료타의 아내. 유카리.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불편함을 꾹 누르고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 데려온 아들에게 서운하게 하는 시부모에게 불만을 표하기도 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에게 둘만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료타와의 사이에 아이를 낳는 것은 잘 생각해보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묘한 표정을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 아들. 친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처럼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 피로 엮이지 않은 가족들을 바라보는 그 아이의 시선. 이런 묘사들이 너무나 섬세하게 보여지고 있다 이 영화.

 

방안에 들어온 나비를 향해 손짓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큰 아들 준페이의 영혼이 좇아왔을 지도 모른다며 허공을 휘젓던 그 어머니의 손길. 그리고 그 눈길.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그 시절을 감내하고 살면서 느꼈을 고통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부모는 자식을 마음에 묻어서 늘 생각하지만, 하룻밤도 자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가던 딸은 남편에게 말한다. 살아있은 자식을 더 생각해야지. 하룻밤을 자고 가던 아들은 말한다. 다음 설에는 안 와도 되겠어. 일년에 한번이면 되지. 그 아들을 배웅하며 돌아가던 아버지는 얘기한다. 다음 설에나 보겠군. 이렇게나 엇갈리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부모와 이야기하는 도중 나왔던 스모선수 이름이 생각났다며 료타가 이름을 말하고는 뒤이어 중얼거린다. "늘 이렇다니까. 한발씩 꼭 늦어." ...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함께 축구 보러가자던 아버지는 3년 뒤 축구장엔 결국 못 가고 돌아가셨고, 욕실에 떨어진 타일을 수리해준다고 말로만 계속 얘기하다가 결국 그대로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아들이 태워주는 자동차 한번 타면 좋겠다던 어머니를 태워드리지 못한 것도 있구나...

 

그렇게 세월이 흘러 료타와 유카리 사이에 아마도 딸이 생긴 듯... 부모님의 묘에 성묘를 오는 장면이 마지막에 이어진다. 그리고는 돌아오면서 노랑나비를 보자, 료타가 딸에게 얘기한다. "저 노랑나비는 말이지, 겨울이 되어도 죽지 않은 하얀 나비가 이듬해 노랑나비가 되어 나타난 거래." 딸이 말한다. "누가 얘기한 거에요?" 료타는 답한다. "흠.. 누군지 기억이 안 나..".. 사실은 료타의 어머니가 형의 묘에 성묘를 다녀오면서 한 말이었다. 그렇게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또 그 자식에게로 전해지는 이야기들.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 지 기억나지 않는 그 이야기들.

 

요즘... 마음이 좋지 않아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 여운이 많이 남아 계속 생각이 난다. 산다는 건 뭘까. 가족이란 뭘까... 사람 산다는 게 참 소소한 거구나. 이런저런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그래서 조금 차분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영화는 두고두고 기억하고 보고 싶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더 찾아보려고 한다. 예전에 <아무도 모른다> 라는 영화는 보았었는데,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다... <걸어도 걸어도>와 비슷한 영화들이 몇 편 더 있는 듯 하니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아. 이 영화는 별표 다섯이다. 지루하다고 느낄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매김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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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4-26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티비채널 돌리다 뒷부분만
봤어요. 풍광이 아름답고 잔잔한
인생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 제대로 봐야겠어요~~^^

비연 2018-04-26 12:22   좋아요 1 | URL
처음부터 찬찬히 보시면... 정말 좋으실 거에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이 있으면서도 인생의 소소한 부분이 참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영화.

雨香 2018-04-26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지나가고> 보시면 비슷한 느낌입니다. 특히 남자주인공에 남자주인공 어머니도 동일 배우라서요.
개인적으론 <그렇게 아빠가 된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 히로카즈전 할 때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빠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네 편을 봤습니다. ^^

비연 2018-04-26 17: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저도 <그렇게 아빠가 된다>도 봤네요! ㅎㅎㅎ 그 영화 좋았었는데.
<태풍이 지나가고>도 보려구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챙겨봐야겠어요~^^
아베 히로시는... 드라마에선 꽤 코믹한 느낌인데... 영화에선 상당히 소시민적인 느낌인 것 같아요.
정말 동네 아저씨 같은 표정과 추레함이랄까..ㅎㅎㅎ

로제트50 2018-04-26 19:26   좋아요 1 | URL
<그렇게 아빠가 된다> 정말 좋았어요*^^* 비연님, <바닷마을 다이어리> 꼭꼭 보셔용♡

비연 2018-04-27 08:46   좋아요 1 | URL
로제트50님과 雨香님의 댓글에 힘입어.. 곧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봐야 할 것 같아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