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데뷔한 주제에, 책도 드문드문 내는 하라 료. 그래서 사람 애태우는 데 선수인 그의 사와자키 시리즈 2탄 첫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무려 2004년 작품이고 (아니 근데 왜 지금 번역..ㅜ) 2탄의 두번째 책은 올해, 그러니까 14년이 지난 2018년에 나왔다고 한다. 아이구나. 책을 너무 자주 내는 사람도 싫지만, 이렇게 가물에 콩나듯 내주시니 아주 감질나 미칠 지경이다.

 

이 시리즈가 재미없으면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게 문제다. 재미있는데 가끔 나온다는 거. 2탄의 첫 책인 이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그런 면에서 매우 반가운 책이었다. 사실, 나는 하드보일드류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냥 몸을 때우는 듯한 느낌이고 대부분의 하드보일드가 필립 말로를 본뜬 듯한 느낌이라서 말이다. 이 사와자키 탐정도 물론, 필립 말로를 오마쥬한 캐릭터는 맞다. 근데 참 묘하게 다르고 그래서 참 묘하게 매력이 있다..

 

그해 마지막으로 내가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문을 열었을 때, 어딘가에 끼워져 있던 반으로 접은 연갈색 메모지가 날개를 움직이기도 귀찮아진 염세주의 나방처럼 떨어져 내렸다. 

 

이렇게 시작한다. 날개를 움직이기도 귀찮아진 염세주의 나방이라니. 속으로 풋, 하고 웃음을 날렸다. 꽤나 오묘한 표현일세. 내용의 전개는 매우 복잡하다. 사건이 두 개가 겹치고 사람들도 계속 겹치고 그 속에서 폭력단이 나오고 (난 도대체 일본의 이 폭력단 이름만 나오면 마구 헷갈린다. 무슨 구미 구미 그러는데 다 똑같아 보이는 건.. 나만 그런? -.-) 경찰도 나오고 정체불명의 남자도 나오고 여자도 나오고 할아버지도 나오고.. .불라불라. 그 일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건 역시나 사와자키 탐정. 뭔가 아구가 안 맞는 듯한 느낌에 자꾸만 관여하게 되는 탐정은, 목숨이 날아갈 위기도 몇 번 날리고, 큰 돈이 들어올 기회도 몇 번 보내고 그렇게 사건 속에서 같이 움직인다. 결론은 좀... 의외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별다른 추리과정 없이 사와자키 탐정 머릿 속에 떠오른 걸 (내가 알 수가 없지) 툭툭 던지더니 어라? 이렇게 끝나? 뭐 이런 내용 전개라는 게 조금 어이없긴 했지만. 하드보일드의 특징이 그렇지 뭐. 몸으로 부딪히는 사람만 안다. 뭐 그런.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읽을 책은 많은데, 자꾸 쟝르소설만 붙잡고 있어서 큰일이다 싶다. 조금 멀리 해야 할텐데, 오랜만에 책 산다고 그간 밀린 쟝르소설들을 다 사대서 지금 책장 한켠에 쭈욱 올려져 있으니 말이다. 자꾸만 눈에 어른 거리고. 그냥 다 읽고 읽어야 할 책을 읽을까. 일단 지금 붙잡고 있는 다른 책들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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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9-18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한 감상이네요. 저도 일본 문학 꽤 읽어서 이름때문에 헷갈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건 은근히 엄청 헷갈렸어요. 뭔가 필립 말로 대놓고 따라해선가 오히려 어설프게 따라한 것 보다는 거부감도 덜했지만 .. 결말은 그냥 음... ㅋㅋ
하라 료 처음 읽은 거라 다른 거 한 번 더 읽어 보고싶긴 해요. 하드보일드를 이렇게 일본식으로 녹여내다니. 진짜 넘 신기하고 좋았네요.

비연 2018-09-18 20:17   좋아요 0 | URL
결말은 저도 음... ㅋㅋ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는 대체로 다 괜챦아요. 일본인 말로라니요! ㅎㅎㅎ

stella.K 2018-09-18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소설 마음에만 있고 실제론 하나도 못 읽고 있습니다.
대신 TV드라마만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특히 ocn에서 하는 드라마.
영혼이 기스날까봐 피 튀기고 사탄이 역사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묘하게 재밌어요.ㅋㅋ

비연 2018-09-18 20: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런 쟝르가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리~ 책과 드라마는 느낌이 좀 다르긴 한데... 저는 책이 더 좋더라구요~
 
죽은 자들의 메아리 욀란드의 사계 시리즈
요한 테오린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이런 말 하면 미안하지만, 이미 중간쯤에서 범인과 플롯을 대충 알아 버렸다. 이런 책은 범인과 플롯을 찾는 과정보다는 가족이 화해하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의 치밀함과 문학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은 그렇게까지는 안되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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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국이나 찌개를 끓여먹고 싶었으나 사은품으로 냄비가 온다고 해서 계속 꾹 참고 버텨왔다. 냄비가 몇 개씩이나 필요한 것도 아닌데 사은품을 받아서 쓰지 뭐하러 사나 하고 버티고 또 버티고. 결국 그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냄비가 지난 주에 도착했고... 이걸로 뭘 해먹나 하다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면서도 하기 간편한 된장찌개를 끓여보기로 한 것이다.

 

아 이거 하나 만드는데도 들어가는 건 왜 이리 많은 지. 된장, 고추장, 다진마늘.. 기본이고... (따로 육수는 안 만듦) 대파와 양파와 고추와 두부와 감자를 송송 썰어서 옆에 대기시키고. 사실은 호박도 넣고 싶었는데 지난 번에 사둔 호박을 꺼내보니... 곰팡이가... ㅜㅜㅜ 안녕 호박. 하고 쓰레기통에 바로 슛 ~ 시키고 그냥 없이 끓였다.

 

사실 된장찌개는 매우 간단한 음식으로 그냥 된장 끓이다가 있는 재료 몽땅 넣으면 된다 이거다. 약간의 순서라면 좀 딱딱한 감자를 먼저 넣고 두부를 나중에 넣는다 그 정도? 그리고 최후에 대파와 고추를 퐁당퐁당. 내가 뭘 알아서는 아니고 그냥 풍문으로 들은 대로 만들었다. 이런 걸 레시피 보고 만드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계량컵이나 계량수저도 없어서 대충대충....

 

 

 

 

 

만들어서 맛을 보니 약간 짠 것 같기는 한데 (다시다를 혹시나 싶어서 넣었는데 그게 짰나?) 그래도 먹을 만은 했다. 비쥬얼도 그럭저럭 나온 것 같고. 물론 이걸 만들기 위해 동원된 부엌용품은 .... 설겆이를 위해 한 곳에 수북이 쌓였다는 슬픈 이야기.

 

 

 

 

어쨌든 간만에 찌개가 있는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구 설레어서 있던 불고기도 끄집어 내어 굽고 밑반찬도 차례대로 꺼내어 접시마다 곱게 담았다. 꽤 맛나게... 많이.. 먹어버렸다. 일단 이번 주는 이 된장찌개로 버티고... 다음엔 김치찌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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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8-09-17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식이 정갈해보여요. 저도 내일은 된장찌개를 끓여야 겠네요~^^

비연 2018-09-18 08:41   좋아요 0 | URL
혼밥이지만 한번 신경써봤어요 ㅎㅎ 근데 매번 이러는 건 좀 힘든 ㅠ

2018-09-17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8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좋아요 비연님. 덕분에 된장찌개 먹고 싶어지네요 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어떤 음식들을 해서 드실지 잔뜩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비연 2018-09-18 08:43   좋아요 0 | URL
솜씨는 없지만 열심히 노력을.. 불끈!

하나 2018-09-18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한상 차리셨는걸요~

비연 2018-09-18 08:4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된장찌개 최초로 끓은 김에 한번. 설거지하느라 힘들었다는 후일담이 -.-;

로제트50 2018-09-18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쥬얼은 맛나 보여요!^^
반찬그릇이 예쁘네요~
전 신혼초에 된장찌개와 감자찌개
만 교대로 끓였다는 ^^;;;

비연 2018-09-18 12:4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비쥬얼이 그럭저럭 나와서 내심 만족 중입니다 ~
반찬그릇들은 엄마 집에서 슬쩍 슬쩍 ... ㅎㅎ;;;;;;;
저도 담엔 김치째기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나는 이런 구절을 만나면 늘 슬퍼진다.

사람의 작은 머리에 일생 꼭꼭 넣어지는 수많은, 사소할 수도 있고 중요할 수도 있는 지식과 감성이

늙음과 죽음으로 쓸모가 없어지거나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록을 하고 때로는 책으로 내면서 흔적을 남기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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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어느 날 철학자 탈레스는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트라케(발칸반도 동부지역, 그리스령과 터키령으로 나뉨)의 하녀가 깔깔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레스는 하늘의 것을 보는 데는 열심이면서 발치 앞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트라케의 이 하녀는 총명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몸은 지구에 두면서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철학자의 삶을 이토록 재치 있게 조롱했으니 말이다. (p5-6)

 

여기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하녀는 웃었고 누구는 재치 만점이라고 했지만 철학자들은 이를 무지한 대중의 상징으로 삼았다 한다. 발치에만 눈을 두고 다니는 이들을 비웃으며, 철학자의 눈높이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그런 문제의식, 그러니까 하늘을 볼 것이냐 땅을 볼 것이냐... 이런 화두로 시작하는 책이다.

 

제일 첫 장의 제목이 이것이다. "철학은 지옥에서 하는 것이다."

 

철학은 인간 안에 자기 극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모든 것을 잃은 지옥에서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음을, 아니 모든 것을 잃었기에 오히려 인간이 가진 참된 것이 드러난다는 걸 철학은 말해준다. 깨달음은 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p20)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라는 책에서 시작하는 이 장은, 뉴욕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던 2003년 8월 15일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정전이 발생하자, 뉴욕의 밤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욕에 큰 재난이 닥치고나서야 뉴욕의 시민들은 그동안 그들이 '별들의 지붕' 아래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기 위해 공동체를 꾸려나가게 된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서로를 도와가며 이끌어가며 그렇게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 그래서 솔닛은 그 공동체들을 '낙원'이라고 부른다. 낙원이란 우리가 휴가 갈 때 가고 싶어하는, 드넓은 바다와, 해변과, 칵테일과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문제와 고통 속에서 일어나는 창의성과 자유라고 말한다. 철학은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고. 천국에서 철학은 할 수 없다. 이겨내야 할 것이 없으니까. 그냥 늘어져버리면 그만이니까.

 

문득,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만큼 철학하기 좋은 나라도 있나 싶기도 하고.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내참, 알 수는 없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이거다. 철학은 인류의 공통적인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경험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동물인 것을 감안할 때 그 나라 특유의 상황에 걸맞는 철학적 사유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마지막은 다 닿아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철학자들의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유명한 해외의 석학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 발딛고 살면서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는 그들이 그 함의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저자의 생각에 백프로 다 동의할 수는 없었다 해도, 우리의 현실에서 뽑아낼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요컨대 옳은 말은 그저 옳은 말일 뿐이다. 그것이 내 것이 되려면 내 안에서 다시 체험되어야 한다. 내가 내 식으로 체험하지 않는 말이란 한낱 떠다니는 정보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여전히 옳은 말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세상에 옳은 말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정처 없이 여기저기 흘러다니고 있을 뿐이다. (p251)

 

그래서 수많은 특강들을 좇아다니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의지는 고마우나 그것이 체화되지 않는다면 그냥 그것에 그치고 만다고 일침한다. 내가 내 속에서 내 목소리로 다시 한번 그것을 되새김질할 때만이 내 것이 된다는 것.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해야 완성되는 것. 나도 같은 생각이다.

 

 

 

 

 

 

 

 

 

* 찾아보니 다양한 책들을 펴낸 분이다. 니체에 대한 책들이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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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09-10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뤄두고 있었는데... 비연님 리뷰 보니 당장 읽고 싶어지네요!

비연 2018-09-10 21:39   좋아요 0 | URL
홋~ 쉬엄쉬엄 읽으시면 재미날 거에요^^ 어려운 글은 아니고 짤막한 에세이 형태이긴 한데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는~